<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4화 -- >
비단 은뿐만이 아니라, 금속제 물건들을 깔끔하게 갈고닦는 건 대장장이로서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날붙이 같은 걸 극의 경지에 달할 정도로 날카롭게 갈고닦는 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저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건 지식과 끈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게다가, 오래된 잡철로만 보였던 물건이, 새것처럼 되살아나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는 건, 경험이 부족한 젊은 견습 대장장이에게 꽤나 좋은 경험이 된다.
뭐, 정말로 지혜와 끈기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니만큼, 딱히 대장장이가 아니라도 은퇴한 할아버지가 노후의 용돈 벌이 삼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좋아……잘 될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끈기가 필요한 작업은, 내 장기 분야다.
일단 화학 반응으로 검은 얼룩을 어느 정도 닦아낸 다음, 아직 남아있는 더러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닦아내다보니, 어느새 목걸이는 그 아름다운 빛깔을 완전히 되찾고 있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되살아난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과연 훌륭한 직공이 만들었다고 했을 만큼, 훌륭하고도 기품이 넘치면서, 전체의 표현에 일그러짐이 없는 정밀한 물건이다.
보면 볼수록 이 목걸이는 그냥 마구잡이로 양산된 상품들 중 하나가 아닌, 테마를 갖고 특별히 디자인된 물건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세공품이다.
「이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목걸이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액세서리 장인이 아니다.
그래도 지금 내가 만들 수 있는 것들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자신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장식품은 그야말로 아이가 만든 조잡한 나무 인형에서부터 금화 수십만 닢까지 값이 붙는 예술품까지 그 종류와 품질이 천차만별이고, 나는 그중에서도 아마추어가 만든 것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연구를 거듭해 온 직공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족하다.
어쨌든, 전문가가 보는 세계는, 비전문가에게 보이는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아마추어가 잔기술 하나를 겨우 재현해놓고 자화자찬할 시간이면, 전문가 액세서리 직공은 수십 가지 기준을 통해 정답으로 도출된 완성품을 묵묵히,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방금의 나도 마치 액세서리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이 목걸이의 디자인을 분석했지만, 사실은 이 디자인에 담긴 의미의 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도저히 가망이 없어보인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해적 아가씨 갈라티아는, 내게 자기 어머니의 유품을 맡기고는, 이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것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정말로 뒤지지 않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마 한참 뒤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하지 않는 게 문제다.
한 번 만든다고 결정했으면, 멈춰 서서는 안된다.
서투르고 촌스러워도, 경험과 도전을 거듭 쌓으면, 언젠가는 바라는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참고할 만한 물건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어제의 자신을 계속 넘어서면 된다.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도전 끝에 졸작을 만들어냈다는 수치심과 다른 사람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직공의 가장 큰 적이라고, 왕도의 스리드 감독이 말했다.
「왕도의 10검장(劍匠) 중 하나로 인정받으면, 그야……죽을 때까지 지금 하는대로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이대로만 간다, 라고 주저앉아 버리면, 직공으로서의 나는 이미 죽어버린 거나 다름없어. 누군가가 앞질러 가는 걸 무덤 아래에서 보고 있을 뿐, 인 거지. 뭐, 만든 건 전부 팔 수밖에 없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뭐든지 한 번은 도전해보도록. 물론, 도구의 사용법을 제대로 익힌 다음에」
감독이 술에 취해서 얼굴을 벌개진 채로, 풋내기 직공들에게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려준 이야기다.
방침이 이러니만큼, 스리드 공방 출신의 대장장이는 특정 분야에 뛰어난 전문 직공이 되는 경우가 적고, 시골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특출나게 뛰어난 분야는 없지만 뭐든지 만들 수 있는 만능 대장장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건 그렇다치고.
「일단, 갈라티아에게 가장 잘 어울릴 디자인을 생각해봐야겠군」
갈라티아는 거칠면서도 화려한 아가씨다. 너무 심플하면 액세서리의 존재감이 그녀의 이미지에 묻혀 버리겠지.
「약간 멋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갈라티아의 주문은 유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물건. 그건 그저 멋지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뛰어난 세공의 목걸이와 정면으로 승부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정밀 세공에는 자신 있지만, 정밀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비교 대상으로 이 뛰어난 디자인이 있는 이상, 그것보다 나으면 낫지 뒤지지 않는 복합적인 디자인이 아니면, 아무리 세세해도 단순한 자기만족의 헛된 잔재주가 될 뿐이다.
무엇보다도 난폭한 해적 아가씨가 목에 걸고 다닐 물건이니까. 너무 세세해서 깨지거나 부서지거나 흠집나기 쉬운 디자인은 피해야겠지.
그렇다면, 디자인은 조금 심플하게 정리해 버리자.
그리고, 그 심플한 디자인을 어디서 만회하느냐면.
「……조금 비겁하긴 해도, 여기서는 재료로 승부할 수밖에 없겠군」
나는 현재, 딱히 은에 집착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금이든 은이든 진은이든, 아니면 그 밖의 재료든, 구해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특히 수집벽이 있는 라이라나, 오랜 세월 동안 북방 숲의 엘프들에게 받은 헌상품을 모아둔 블루 드래곤들에게 부탁하면, 목걸이 한두개 정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달까, 언젠가 봤던 교역용으로 준비해 둔 재보(財寶)들 중에는, 반지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제작에 쓸 수 있을 듯한 귀금속이 매우 많아보였다.
그리고, 그것들 중에서 필요할 때 곧바로 쓸 수 있도록 준비한 게 이거. ……발밑의 나무 상자에서 귀금속류 몇 가지를 꺼내 본다.
여기의 가열로로 녹여서 형태를 다시 만드는 건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그럼 라이라를 불러서 녹여달라고 하면 되겠지.
일단 디자인 그 자체와는 딱히 관계 없는 사슬을 만들고, 그 사슬들을 세세하게 장식할 보석도 단 할아버지에게 받은 새로운 공구로 사각사각 깎아낸다.
열광은(烈光銀)은 조심해서 다루자. 열광은 자체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부딪치기 쉬운 부분에는 쓸 수 없다. 그리고 어렴풋하긴 해도 스스로 빛나는 특성이 있으므로, 열광은 위에 투명도가 높은 보석을 배치하면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도 다이아몬드는 햇빛이나 불빛을 받아서 빛나는 게 아름다우니까, 어디까지나 색이 있는, 조금 저렴한 보석과 조합하는 게 좋다.
이전에는, 이런 양식의 액세서리가 트롯 서부에서 유행했던 적이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주가 걸린 물건으로 보인다느니 어쩌느니 라는 이유로, 유행한 지 20년 정도만에 급속도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재료가 이렇게나 풍부하면, 뭐랄까 상상력이 활발하게 움직여서 즐거워진다.
언젠가, 갈라티아에게 받은 이 은제 목걸이처럼, 금욕적인 디자인만으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도록 노력하자, 라고 생각하면서, 풍부한 재료를 아낌없이 쏟아붓고,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기쁨에 빠진 채로, 손을 계속 움직인다.
이런 작업에서 기쁨을 느끼는 나 자신을 보니, 나는 역시 직공이 천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칼윈을 언제든지 내맘대로 휘두를 수도 있고, 여자들과 오로지 성욕에 빠진 생활을 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만드는 것」으로 느끼는 기쁨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내 천직이다. 아무리 중요한 장면에서 드래곤 라이더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해도, 내가 평생 계속하고 싶고, 즐겁게 일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틀림없이 이것뿐일 거라고 생각한다.
「주인님. 주인님! 벌써 반나절 넘게 작업하고 계셨습니다만, 몸에 해로우니까 쉬셔야만 해요」
「……응?」
그리고, 나를 그런 황홀경에서 현실로 끌어낸 건 에마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단 할아버지나 샤론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 할아버지는 조금 감탄한 표정으로, 샤론은 황홀한 표정으로.
「에,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고? 4시간 정도 지난 거 아냐?」
「이미 10시간 넘게 지났다고요. 지금은 완전히 한밤중입니다」
「……정말?」
「호오, 확실히 굉장한 집중력이군. 완성도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만, 이만큼이나 세공에 전념할 수 있는 인간을 본 건 네녀석이 처음이다」
「그 훌륭한 목걸이는 누구에게 주실 건가요? 질투해 버릴 것 같아요」
「아―……그러고 보니 샤론은 라팔에 갔을 때에는 시타르에 남아 있었구나……」
몸을 뒤로 젖히면서 오랫동안 굳어 있던 등골을 풀자, 약간 강한 아픔이 느껴진다.
위험해. 이런 것을 천천히 풀지 않고 갑자기 풀어 버리면, 세상의 아저씨들처럼 요통에 시달리게 되는 걸까. ……뭐, 이 폴카라면 영천에다 몸을 담그기만 해도 곧 깔끔하게 낫겠지만.
그리고, 손 안의 목걸이를 다시 살펴본다.
차례대로 끊임없이 떠오르는 상상력에 휩쓸린 상태여서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미 세공이 끝나 있었다.
「일단, 형태는 갖춰졌네……하지만, 아직 어딘가 부족할지도……」
눈앞으로 들어 올려서, 갈라티아의 목에 걸려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쁘지는 않아……라고 생각하지만.
「단 할아버지, 어디를 고치면 더 좋아질까요?」
「……네녀석의 솜씨로 만든 것치고는 꽤나 재미있는 완성도라고 생각한다만. 그래도, 굳이 하나 지적하자면……이음쇠다」
「이음쇠?」
그러고보니 이음쇠는 다른 목걸이의 그것을 재이용해 버렸다.
그래도, 일반적인 형상이긴 하지만.
「더 튼튼하게 고정되고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잘 망가지지 않는 형태가 있다. 잠깐 자리를 빌려다오. 견본을 만들어 줄 테니까」
「아, 자, 잘 부탁드립니다」
단 할아버지는 내가 앉아 있던 의자 위에 선 채로, 순식간에 새로운 구조의 이음쇠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거지. 아피룸에서는 이런 형식이 주류다」
「아피룸식?」
「거기에도 드워프의 나라가 있으니까. 거기의 독자적인 발명도 많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장치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 있더군」
「오, 오오―……」
과연. 자세히 살펴보니 확실히 합리적이면서도 사용하기 쉬워보이는 형태였다.
「이 아이디어, 감사히 쓰겠습니다」
「흥」
단 할아버지의 이음쇠를 흉내내서, 목걸이 제작은 완료.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그렇다쳐도, 화려함만큼은 갈라티아에게 받은 목걸이에게도 지지 않는다.
이제 라팔로 갈 수 있다.
덧붙이자면 작업이 완전히 끝나자 아니나다를까 다리가 휘청거려서, 공방에서 나오자마자 에마가 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고는 온천을 향해 날아올랐다.
에마는 내 한심한 꼴을 보고도 정말 상냥하게 옮겨줬지만……응. 역시 체력을 단련해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