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1화 -- >
그 이후로 며칠 동안, 끈적끈적한 나날들을 보냈다.
폴카의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마주친 고양이 수인이나 암컷 노예들과 가볍게 차를 즐기는 듯한 빈도로 마구 섹스하고 있었지만, 딱히 별다른 일 없이 마무리되는 날들이 계속된다.
항상 무슨 사건이 발생하고……그걸 어떻게든 겨우 처리하면 기다렸다는듯이 또다른 사건이 터지던 긴장된 나날들에서 벗어나서, 평온한 일상에 익숙해져 가는, 그런 나날들.
「다 됐다!」
스마이슨 가의 거실에, 베아트리스의 밝은 환성이 울려퍼진다.
무슨 일일까 하고 얼굴을 내밀어 보니, 베아트리스의 손에는 볼품없는 봉제인형이 들려 있었다.
튼튼하고 두꺼운 천을 엉성하게 꿰매서, 솔기가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었고, 인형의 손길이도 각각 달랐으며, 눈의 높이도 양쪽이 미묘하게 달랐기에, 아무 말도 없이 눈앞에 불쑥 튀어나오면 무슨 사정이 있든 간에 경계해 버릴 듯한 물건이었지만, 그건 베아트리스가 나리스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오, 다 만들었구나」
「……뭐, 뭐야」
베아트리스가 나를 보고는, 봉제인형을 양손으로 감추듯이 껴안는다.
설마 내가 뺏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뭔가 쓴소리라도 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려나.
그래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 모르던 여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인형 생김새가 이상하다느니 같은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뭔가를 만든다는 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즐거운 일이지」
나는 냄비에다 물병의 물을 부은 다음, 부엌의 남은 불에 냄비를 얹고 물을 끓인다.
「……비웃지, 않네. 애 같다거나」
「너 말야. 아이가 입는 옷도 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도, 물론 봉제인형도, 모두 누가 만든다고 생각해? 당연히 어른이 만들어 주는 거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대장장이라서, 바느질은 그다지 많이 해보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것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을 때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계속 맛보고 있으니까」
옛날, 아버지가, 쓰고 남은 금속 조각으로 다양한 물건들을 자주 만들어 주었다.
아무 가치도 없는 망가진 금속 파편이, 하루가 지나면 내 이름이 새겨진 깨끗한 나이프나 포크, 허리띠 죔쇠나 작은 기사 모형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걸까, 라고 기대감에 마음이 두근두근거렸다.
폴카를 나오기 조금 전의 무렵에는, 페이퍼 나이프 정도면 아버지와 함께 재미삼아 만들 수 있었지.
나 이외의 누군가가, 내가 볼 수 없는 어디에선가,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만들었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내 손으로, 내 눈앞의 재료를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그걸 알았을 때부터, 나는 나 자신이 대장장이가 되는 것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뭐, 결국 된 건 군인이었지만.
「생각한 대로 완벽하게는 잘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그래도 너는 네 힘으로, 이 인형을 만들었어. 이제 너는 봉제인형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이야.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너는 어제의 너보다 훨씬 훌륭해」
「……으, 응」
「첫 작품 완성, 진심으로 축하해. 앞으로도 계속 만들다보면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게 될 거야」
나는 끓인 물을 컵에다 옮긴 다음 차를 타서 베아트리스에 권한다.
테테스가 숲의 특산 과일인 은빛 배에서 마법으로 생성한 설탕으로,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엘프의 야생초 차다.
물론, 이전에 크리스티가 내게 먹여서 이상해진 미약 성분은 들어 있지 않다.
「……고, 고마워. ……이, 일단 한 번 만들어 봤을 뿐이니까, 다음에 또 만들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뭐,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인생은 아직 수십 년이나 남아있으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만들어보도록 해」
「……당신 정말 이상한 녀석이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베아트리스가 봉제인형을 껴안고는, 작게 한숨.
「그렇게 이상한 느낌으로 믿음직스러운 말만 하고……허약한데다가 뭐든지 어중간한 주제에,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없는 게 있나 라고 생각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거 평가가 꽤 높은 걸」
쓴웃음을 짓는다. 젊은이가 보면 그런 식으로 보이려나.
……아,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젊은이」라고 생각해 버렸네. 나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 것 같아서 뭔가 싫다.
「요리, 할 수 없는 건 아니지?」
「뭐 군대에서 배운 남자 요리라면……」
「대장장이니까, 철로 여러가지를 만들 수도 있을 테고. 바느질도 아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옷을 가볍게 고치는 정도는 스스로 하지 않으면 돈이 들어가니까」
적어도 크로스보우대에서는 급료 절약을 위해 모두 자기 손으로 해야 했다. 오거들 중에서는 잘 못하는 녀석도 많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용돈 정도의 요금으로 대신 해 주는 녀석도 있었으니까.
「전부 다 할 수 있다는 거네」
「……뭐, 15살쯤이면, 경험이 없는 녀석은 이 트롯에도 꽤 있을 거야」
「집을 짓는 것도, 그럭저럭 어떻게든 해치울 것 같고……싸우는 것도 물건 파는 것도 할 수 있을 테고……당신, 아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 그런 의미에서는 아예 할 수 없는 일은 적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누구나 그렇잖아. 너는 자기만 못하는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직 해 보지 않았을 뿐인 것 아닐까?」
「우―……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거야……」
봉제인형의 머리에 입술을 대고는, 작은 목소리로 「멋져……」라고 중얼거리는 게 들리자, 괜시리 쑥스러워서 뺨이 뜨거워진다.
딱히 나뿐만이 아니다. 그 누구든지, 아예 할 수 없는 일 같은 건 거의 없다.
인간의 손은, 무기를 휘두르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다리는, 정해진 길을 따라서만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란트 백인장이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만이 아니다.
「내 암컷 노예들 중에서는, 각자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아이가 많으니까, 지금부터 여러가지를 배우면 돼. 틀림없이 도와 줄 테고. ……너는, 앞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될 거야. 칼윈도, 그런 나라가 될 테고」
「……뭐든지?」
「물론」
나는 뺨이 붉어졌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베아트리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뭐랄까 나, 지금 아버지 같을지도 모르겠네.
내 아버지도, 내 존경의 시선을 받고 있었을 테니까.
부모들은, 쑥스러우면 시선을 가리는 김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구나, 라는 걸 이제 와서 알아차렸다.
「……에 그럼」
베아트리스가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손 아래에서 흠칫흠칫 말을 잇는다.
「……아내도 될 수 있을까?」
「!?」
나도 모르게 손이 멈춰 버렸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갑자기 기습당한 기분이다.
아니 진정하자. 원래 베아트리스는 명확한 결혼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보통 이런 장면에서 이런 말을 하면 청혼이겠지만, 이 아이의 경우는 조금 다를 지도 모른다.
「아, 아내라니?」
「……그, 게, 그러니까……아이를, 낳는 사람……그걸, 아내라고 하는 거 아냐?」
「으, 응, 뭐 그렇지」
「……나도, 아내가 될 수 있을까」
「뭐, 그거야……결혼하면 보통 누군가의 아내가 되지 않을까」
「……결, 혼」
베아트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미간을 좁힌다.
결혼할 만한 상대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아니, 원래 결혼 제도를 거의 실감할 수 없는 지역에서 살아와서, 그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저 모르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당신, 아이가 있었지」
「아? 응, 있는데」
「결혼한 거야?」
「……안 했어」
「……어렵네. 아이가 있어도 결혼하지 않았다니……그 아이를 낳은 사람은 아내가 아닌 거야……?」
아. 과연.
「아내」를 「아이를 낳는 여성」이라고 해석하고 있구나.
어머니 = 아이를 기르는 여성이 아닌 칼윈에서 자라났기에 더욱, 「어머니가 된다」는 표현이 아닌 「아내가 된다」라는 표현으로 구별한 것일까.
중요한 건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기르는 존재가 「어머니」라는 말과 단절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뭐, 그 뉘앙스의 차이는 천천히 배워 가면 되겠지.
「뭐, 될 수 있어. 여자라면 대체로 아내가 될 수 있으니까. 특히 귀여운 여자는 더 쉽게 될 수 있겠지」
「……그렇, 구나」
베아트리스가 조금 기쁜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아내가 되고 싶어」
「응, 아, 음―……그래, 될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언젠가라니?」
「그러니까 보통은, 결혼해야 아내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 한 여자가, 남자와 앞으로 계속 함께 있겠다는 약속을 하고……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를 함께 기른다. 그게 흔히들 말하는 아내야」
「……응? 당신, 결혼도 안 했다면서……아이를 낳아 준 여자와 계속 함께 있겠다는 약속을 한 거야?」
내 약점을 정통으로 찌르는 베아트리스.
그래. 이상해 보이겠지.
「아, 아내는 아니라도 암컷 노예로서의 약속이라면 했으니까 괜찮아……물론, 지금 트롯에서 평민은 아내를 한 명까지만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 나는 그게……여자가 많긴 하지만」
「…………」
베아트리스의 의문 섞인 시선이 아프다. 너무나도 아프다.
「어, 어쩔 수 없다고!? 모두 좋아한단 말이야! 모두 반드시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있어주기만 해도 괜찮다고 말해 주기도 했고! 앞으로 결혼 상대로서 인정될지 자체가 의심스러운 존재도 있으니까!」
드래곤들이라거나 브레이크 코어라거나.
「어째서 화내는 건데……」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그렇달까,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결국,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거야. 아내가 되려면」
「어흠. ……아무래도 그건 내게 설명을 듣기보다는, 나리스나……나리스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리스나, 라고 말한 뒤에 다른 후보의 이름을 덧붙이려고 했지만, 후보로 추천해 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테테스는 의도적으로 이상한 말을 할 것 같고. 알메이다와 샤론도 가치관이 이상하니까. 드래곤들도 「아내」 자리에는 딱히 흥미가 없을 것 같고. 상식적인 마을 사람들은 애시당초 언어가 달라서 말 자체가 안 통할 테니까.
「나리스? 알았어……그런데 어째서 당신에게 물어보면 안 된다는 거야?」
「아무리 나라도, 할 수 없는 것 정도는 있다고……!」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설명을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오늘은 누구와 섹스……아니, 만날까, 라고 생각하면서 폴카를 돌아다니자, 저 먼 하늘에서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응시해 보니, 그 몸이 푸르게 빛나는 걸 알 수 있다.
블루 드래곤들 중 누군가겠지. 누군가 어디로 갈 볼일이라도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자, 그 거체가 순식간에 커지면서, 마을 위를 통과해서는 변두리의 초원으로 날아갔다.
흥미가 생겨서, 그 뒤를 쫓아가 본다.
드래곤체에서 인간체로 변신한, 드래곤이 누군지 확인.
풍만하면서도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몸을 보니, 아무래도 에아리 같다.
그리고.
「아……!」
그녀와 함께 온 건 어느 늙은 드워프.
나는 당황하면서 뛰어갔다.
「흥. 애송이냐」
「단 할아버지!」
「마중이 늦다고는 생각했었지만, 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던 것 같구만. 이 드래곤에게 들었다」
단•크락스.
쟌느의 할아버지인 위대한 대장장이가, 이 폴카에 다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