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0화 -- >
사실 난, 고양이 수인들(큐트를 포함한)의 겉모습을 제외한 각각의 개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큐트은 겉모습대로 밝으면서 어리고, 마로네나 미릴은 침착하지만 지나치게 겸손한 나머지 약간 비굴해 보인다, 정도?
그런 것들은 특히 깊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몇분 정도 이야기하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일단 인생을 반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듯한 상처를 입고 있었고, 그 상처가 치료되자 감격한 나머지 내 암컷 노예가 되겠다고 자청한 것일 뿐, 천천히 관계를 맺어간 끝에 암컷 노예로 들어온 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퇴역해서 폴카에 정착할 수 있게 된 지금에 와서야, 처음으로 그녀들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잘 생각해보면 조금 너무한 것일 지도 모른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의 인생을 맡고 있는데, 그녀들이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서투른 것도, 과거도 꿈도……전혀 알지도 못한 채로, 수개월이나 지나 버린 것이다.
그녀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짓을 했다.
「주인님-」
「오, 큐트. 일은 다 끝났니?」
「밤 영업의 준비는 세보리 씨가 대신 해 준대―. 그 대신 세보리 씨가 주인님에게 유혹당했을 때에는 나 혼자서 하게 됐어」
「아―……과연」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와 섹스하게 될 때에는 서로 도와준다.
암컷 노예들의 그런 기묘한 협력 관계 덕분이구나.
나는 큐트의 어깨를 껴안으면서, 어디에 숨어서 큐트와 섹스할까……같은 천박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섹스 이외」의 것을 해도 괜찮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큐트도 섹스를 기대하고 있으니까, 내가 이대로 그늘이나 고양이 저택에서 큐트와 섹스해도 문제는 조금도 없을 것이다.
큐트도 밤 영업의 시간까지는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니까,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은 건 아니다.
하지만, 섹스만으로는 큐트 자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는 없다.
성욕을 채우면서, 아이 만들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각각의 개성을 이해하지 않고 오로지 하반신만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미안하고. 여자의 다양한 면을 봐둬야, 그 가장 부끄럽고도 소중한 부분을 떠올리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뭐 다시 말하자면 데이트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는 거지.
「큐트, 모처럼이니까 간식이라도 먹을래? 린든의 만쥬 좋아하지?」
「냐―. 좋아―」
「좋아. 그럼, 먹으러 갈까」
큐트의 모랫빛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쓰다듬은 다음,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만쥬 가게를 향해 걸어간다.
큐트와는 키 차이가 있으므로, 어느 쪽이냐면 데이트라기보다는 부녀같은 느낌이다. 큐트가 순진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딸처럼 보이기도 하고.
언젠가 셀렌이 낳은 엘레니어도, 이렇게 응석부려 줄까.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사랑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발을 옮긴다.
그리고, 만쥬 가게 점포 앞의 벤치에서는 여우놈이 뒹굴거리고 있었다.
「또 만났네 스마이슨」
「……너 대체 낮잠 장소를 몇개나 확보해 둔 거야?」
「그렇게 많지는 많아.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7곳 중에서 적당히 고르고 있을 뿐이야」
「아니, 7개면 충분히 많은 거 아냐!?」
「여기서 낮잠을 자면서 만쥬를 안 사는 건 왠지 켕겨서 말이지―. 여기서 낮잠을 즐기는 건 만쥬를 샀을 때 뿐이야. 그리고 온천에서 나온 다음에 꼬리를 말리려면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걷는 것보다는 변두리에 누워 있는 게 좋고, 햇빛을 받으면서 낮잠을 자는 것도 기분 좋은 날씨와 너무 더운 날씨가 있고, 아침과 저녁은 또 잠을 자기 좋은 장소가 다르고 등등, 대체로 그런 거지」
말은 이렇게 해도 보통,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낮잠을 즐기는 취미 자체가 일단은 거의 없으니까.
……등등의 실없는 얘기를 하고 있자, 조금 오래간만에 보는 듯한 킬이 가게 안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마을의 문지기를 쉬고, 가게를 보는 날인 것 같다.
「여어, 앤디. 큐트 양도 함께 있구나」
「응. 기본으로, 4개 줘」
「4개로 괜찮겠어?」
「2개씩 나눠 먹을 거니까……왜, 전보다 적어서?」
좀 더 먹는 게 보통일까, 라고 생각했을 때, 가게 안에서 네이아와 베아트리스의 모습 발견.
둘 다 십여 개가 들어간 봉투를 안고 있다.
「…………」
「……아, 저기 그게, 스마이슨 씨. 안녕하세요」
「이봐 네이아, 역시 너무 많은 거 아냐? 저 남자 뭐랄까, 기막혀하는 것 같은데?」
「그, 그래도, 일단 먹기 시작하면 이 정도는 결코 많은 게 아니랍니다? 이 과자는 정말로 맛있으니까요」
「말은 그렇게 해도……냉정하게 생각해 봐 네이아, 이거 양으로 따지면 당신 머리 2개보다 많다고? 접시에 담으면 산처럼 쌓일 것 같은데」
「다 먹을 수 있어요. 어쨌든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당신이 다 못 먹어서 남기면, 내가 다 먹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응. 적어도 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상식이랄까 정도를 모르는 건 베아트리스가 아니라 네이아 쪽이다.
「저기 킬. 혹시 재고가 위험하지는 않아?」
「물론 처음에야 조금 놀랐지만, 최근에는 네이아쨩이 먹을 양도 계산해서 여유있게 만들고 있으니까 꼭 그렇지는 않아. 뭐, 세레스타에서 왔었던 크로스보우대도 많이들 먹었으니까, 몸을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대개 그렇지 않으려나?」
「……그, 그럴지도 모르겠네」
뭐, 먹는 것에 한해서 상식에서 벗어난 건 역시 네이아뿐만이 아니다. 만약 오거인 고트나 보이드가 만족할 때까지 먹는다면, 역시 이 정도는 먹을 테니까.
그래도 네이아, 지금은 그렇게까지 영양을 축적해야만 할 정도로 날뛸 일 자체가 없지 않니……?
「이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은 걸까나. 맛있는 게 먹고 싶다는 이유로 먹다니 칼윈의 백성이라면 1년에 한 번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사치인데」
「우리 같은 전사들은 언제 싸우게 될 지 모릅니다. 힘을 길러두기 위해서라도, 맛있고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두는 게 좋지요」
「그런 걸까나……」
베아트리스와 네이아는 칼윈어로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킬은 지금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 미소가 절로 지어질 정도로 훌륭한 맛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실은 조금 게걸스러운 대식 정당화론이지만.
「주인님-, 저 사람들 무슨 말을 하고 있어?」
「……큐트도 공부하면 알 수 있어. 아마 언젠가는 폴카에서도 저 말로 이야기하는 손님이 많아질 테니까,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도 미리 생각해보도록 해」
「뉴우―」
……확실히, 아무리 영천이라도 살찌는 것을 막아 주지는 않는다, 라고 재키 씨의 아내가 말했었지.
네이아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가끔씩 적당히 모험하는 것도 생각해 둬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폴카에 눌러앉아 있으면 비극이 일어날 것 같으니까…….
「어이 앤디, 주문한 물건 받아」
「왓, 임마, 킬, 음식을 함부로 던지지 말라고!」
킬이 던진 만쥬가 든 봉투는, 큐트가 폴짝 뛰어서 훌륭하게 캐치.
휘익, 휘파람을 분 킬은, 그 등뒤에서 나타난 킬의 어머님에게 주먹으로 응징당하고 있었다.
응. 파는 물건을 저렇게 함부로 던지면 안되지.
「먹어도 돼―?」
「응. 나도 하나 줘」
큐트가 봉투를 열자마자 하나를 입에 넣는다.
달콤한 만쥬는 역시 여자 아이에게 발군의 위력을 발휘한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는 얼굴로 오물오물 먹고 있다.
……나는 큐트가 뭔가를 이렇게나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처음 봤다.
문득, 큐트나, 다른 암컷 노예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섹스나 아이야 모두 바라고 있겠지만, 그거 말고도 여러 다른 이유로 기뻐해 줬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들의 다양한 웃는 얼굴을 알아야만, 그 매력적인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건……확실히, 훌륭해……2개나 3개로는 부족할지도」
「그렇죠?」
베아트리스는 큐트와 내가 먹는 걸 보고 자기도 만쥬를 입에 넣었지만, 웃는 얼굴이 아닌 마치 전율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달콤한 것을 맛본 기쁨이 얼굴에 나오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는 레벨이었던 것 같다. 반응도 제각각이군.
「아저씨(おじさん)-, 만쥬 하나 주세요―」
「나도 나도―」
우리들의 발밑을 누비듯이, 마을의 아이들도 만쥬를 사러 온다. 그러고보니 교회의 어린이 교실도 슬슬 끝날 시간이었구나.
「어이-이녀석들아. 나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는 아니라고? 그럼 다시 말해봐」
「앗찌(おっちゃん)!」
「킬!」
「그게 아냐! 「형」이라고 불러야지! 그보다 그쪽의 너, 어째서 경칭을 생략하고 부르는 거야! 나 원!」
킬은 아이들에게도 놀림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누구나 갓난아기였을 무렵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 사는 시골이기에 가능한 거리감일지도 모른다.
「저기- 저기요- 여우 오빠의 꼬리, 만져도 돼―?」
「응―. 괜찮지만 털은 뽑지 마―」
아이들이 칠칠치 못하게 늘어져 있는 케이론에게도 스스럼없이 모여든다.
평화.
……그 단어가 표현하는 행복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