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15화 (15/100)

<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15화 -- >

전원과 얼추 즐겼을 무렵에는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뭔가 불편한 듯하면서도 그 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던 베아트리스의 몸을 다시 살펴보니, 손목이 잘려나간 상처 자체가 흔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나아 있었다.

「식사도 만들 수 있거나 잠도 잘 수 있거나 등등 여기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거야」

「음. 아무리 온천이 따뜻하다고 해도, 수면까지 탕 안……에서 취하는 건 무리일 것 같으니 말일세」

「화장실 등의 시설도 확실히 정비해야겠군요. 장차 여기에다 여관 하나를 세운다는 생각으로 만들어가야 될 것 같아요」

쟌느와 아이리나, 크리스티가 「벽」을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본격적으로 내 전용 보양 시설……아니, 난교장 중 하나로서 불편한 점이 없도록 완성시키자는 것 같다.

그건 그것대로 기대되지만, 실은 나, 집이나 고양이 콜로니를 시작으로 대륙 여기저기에 「그런」 난교장을 여럿 갖고 있으니까. 렌 판가스의 요새도 앞으로는 틀림없이 그런 느낌일 테고 말이지.

「모두가 에로한 건 정말 고맙고도 좋지만, 이렇게 여기저기 난교장을 만들어 두다가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호호. 용 세 마리를 거느린 라이더치고는 야망이 너무 작은 것 같다만」

「그럴까나……?」

「그대가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땅을 전부 합쳐도, 기껏해야 이 작은 폴카의 반도 되지 않으니까. 용의 라이더는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허나 지금 그대의 행동은 그런 힘을 가진 자 치고 조금도 화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그런 건 진정한 영웅들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는데……드래곤 라이더라고 해서 딱히 화려하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그건 그렇다만, 그대는 이미, 은거해서 조용히 살아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큰 업적을 이루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해내고, 나라들을 움직인 그대는, 머지않아 진정한 영웅이라고 칭송받을지도 모르지. ……그만큼이나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용히 지내고만 있으면, 오히려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다고 기분 나쁘게 생각될 수도 있다」

「아―……그러고 보니 이전에 선왕과 함께 행동한 적도 있었구나」

「음. 굳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뭔가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라도 하는 게, 보는 쪽에서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

「으-응……뭐, 납득은 가는데」

「뭐, 어쨌든, 고작 그런 것따위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거다. 어차피 그대가 암컷 노예를 만들고 난교장을 만든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자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그것도……그렇군」

누군가에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해를 입히……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으려나?

「이런이런. 뭔가 아랫것들이나 하는 사고방식에 빠져 버린 것 같군. 설마 잊어 버린 건 아니겠지? 아이리나나 크리스티처럼 어지간히 큰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는 권력자들을 암컷 노예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기보다는 몸이든 뭐든 요구당해도 상관없이, 그걸로 그대와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하는 자들을 부정하지는 말도록. 그것 또한, 사랑이니까」

「아―……응」

듣고 보니 그렇다.

그녀들도 내가 에로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잘 알기에, 그런 무대를 적극적으로 마련해 준다. 지나치게 사양만 하는 건, 그런 그녀들의 배려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겠구나.

「뭐, 너무 거만해지는 것도 그대답지 않으니까. 그 나름대로 적당히 조절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마치 남동생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라이라를 바라보면서, 옷을 다시 입는다.

저녁 식사는 술집에서.

실은 집에서 안제로스와 오로라가 만들어 주겠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돌아왔으니만큼 준비가 부족한 것은 분명했기에, 오늘 저녁만 술집에서 먹기로 했다.

「큐트 쨩 맥주! 그리고 소세지 세트!」

「냐―」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손을 팟 들어서 주문하는 나리스와, 변함없이 냐- 라고 대답하는 큐트.

그리고 가게 안쪽편에서는 힐다 씨와 샤론, 알메이다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머나, 앤디군」

「다녀오셨어요」

「돌아왔다고 셀렌에게 들었다」

미모의 엘프와 다크 엘프 여성 셋. 마을의 아저씨들이 (특히 비키니 아머 위로 드러난 샤론의 가슴에)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달까, 슬슬 여름이라 더워진다고는 해도, 비키니 아머만 입고 돌아다니면 아직 쌀쌀할 것 같은데. 뭐 샤론도 좋아서 입고 있을 테니 딱히 상관 없으려나.

「다녀왔어. ……숲의 온천에서 잠깐 놀다 왔지」

「아, 거기요―?」

「부르셨으면 곧바로 갔을 텐데, 아쉽네요」

「놀다 왔다니……음, 온천에서 놀았다……라면, 즉」

알메이다가 약간 뒤늦게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혼자서 얼굴을 붉힌다. 샤론이나 힐다씨는 듣자마자 이해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남작 저택의 아이들과 테테스들을 데려갔겠구나」

「집에 계셨으면 저녁 식사와 함께 저희들의 몸도 맛보여 드렸을 텐데. 샘나네요」

안제로스와 오로라는 살짝 토라져 있다. 주문을 받은 세보리가 재빨리 둘에게도 컵을 준비해 주자, 샤론이 손에 든 술병에서 술을 따라 준다.

「아 좋은 냄새, 기사장 그거 꽤 좋은 와인 같은데요? 우-와―」

「최근, 왕도 쪽에서 들어온 거에요. 요즘, 안제로스씨의 어머님 덕에 폴카로 오가는 상인들이 늘어나서, 좋은 술도 많아졌더군요」

「저도 한 잔 받을 수 있을까요!?」

「일단 거기 든 거부터 다 마시면 줄게요」

「나리스 단번에 갑니다앗-!」

갑자기 일어서서 맥주잔에 가득 찬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하는 나리스. 주위의 아저씨들도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훌륭한 콤비네이션이다.

「후하아-! 어때요 기사장!? 깔끔하죠!?」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술은 도망치지 않는데 말이죠」

「하지만 여기 술고래인 라이라 씨도 있잖아요!? 순식간에 다 마셔 버린다고요!?」

「……그대가 평소에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군」

라이라는 라이라대로 허공에서 꺼낸 술병의 술을 직접 마시고 있다. 직접 가져왔고 가게의 술이 아니니만큼, 술집 입장에서는 화가 날지도 모르겠지만……뭐 여기가 시골의 술집이고, 상대가 라이라라서 그냥 넘어간 것 같다.

「세보리 씨. 제게도 소세지 세트 하나」

「……저기, 네이아. 내게도 뭔가 적당한 거 하나 시켜 줘」

「당신은 북서어의 연습도 해야 됩니다. 앞으로는 여기도, 칼윈과 깊은 관계를 맺은 땅이 될 테니까요」

네이아와 베아트리스가 소근거린다. 보기 좋군.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루나, 마로네, 미릴도 나타났다.

「앤디」

「주인님!」

「다녀오셨어요!」

고양이 셋이 등장하자, 술집이 한층 더 화사해진다.

그렇달까, 남작 저택으로 돌아간 아이리나와 크리스티, 그리고 쟌느 이외에는 모두 나를 따라왔으므로, 테이블이 여자들로 순식간에 가득 차 버린다.

「앤디가 돌아오니 지저분했던 여기 분위기도 단번에 화려해지는데」

취해서 얼굴이 벌개진 아저씨가 놀린다.

그러자 힐다 씨가 곧바로 대답했다.

「어라, 매일 저녁마다 내가 왔었는데도 지저분했다고요?」

「아니아니 힐다 선생님이야 확실히 아름답지만, 어른의 여유가 느껴진달까? 이렇게, 젊은 아가씨들의 꺄아꺄아와는 또 분위기가 다르니까」

「나 이래뵈도 아직 젊은데에―?☆」

「어쨌든 앤디가 오면 이렇게 젊은 아가씨들이 모여드니까, 그게, 뭐랄까? 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공기가」

「아- 나도 알 거 같아」

「젊은 아가씨들이 많으면, 분위기가 좋게 바뀌지」

아저씨들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 내 여자니까, 함부로 손대면 라이라가 가만 안 둘 겁니다」

「치사해~」

「정말이지, 부러워 죽겠구만. 그 피터의 아들놈 주제에」

「그래 그래. 요염한 여자가 손님으로 찾아오면 흐물거리다가, 메리 씨에게 걷어차이고 있었지」

아저씨들이 킥킥킥킥킥, 웃다가, 조금 그리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때부터 몇년이나 지난 걸까. 정말이지, 그녀석도 어이없이 죽어 버렸으니」

「그것도 하필이면, 이 폴카에서 말이야. ……살아 있었다면, 여기서 우리들 대신 아들과 마실 수 있었을 텐데」

「어떤 표정으로 아들을 맞이했을까. 이런 초 변태 후레자식놈을」

분위기가 조금 숙연해지면서, 아저씨들은 미리 맞춘 것처럼 잔을 들어올렸다.

지금은 죽고 없는 아버지를, 말없이 애도하는 것처럼.

「……저거, 지금, 무슨 이야기야?」

베아트리스가 갑자기 숙연해진 아저씨들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나는 샤론이 따라 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작게 쉰 다음.

「……내 아버지 이야기야. ……사람 좋고 칠칠치 못하면서, 잘 속고 호색했지만……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어」

「……아버지……부친(父親) 말이야?」

「응. ……함께 있었던 건 어렸을 때 뿐이지만. 나도……할 수만 있으면 지금 함께 마시고 싶었어」

「……어떤 사람, 이었는데?」

「음」

조금 울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웃는다.

「이야기하자면 조금 길어지지만」

그렇게 해서 나는, 베아트리스와 네이아, 그리고 암컷 노예들에게, 아버지와의 추억을 두서 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끔씩은, 이런 밤도,나쁘지 않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