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8화 -- >
우리들은 1개월 뒤에 찾아오기로 약속하고, 폴카로 돌아왔다.
폴카와 칼윈 사이의 거리는, 직선으로 재 보면 폴카와 렌 네스트 사이의 거리보다 약간 더 먼 정도. 드래곤들의 말을 들어보면, 비행할 때 이용하는 기류 관계상(크리스탈•팰리스의 드래곤이 가르쳐 줬다) 오히려 폴카는 남쪽에서 날아가는 것보다 북쪽에서 날아오는 게 더 편한 것 같다.
「단, 그냥 등에 태운 채로 파랑뱀 산맥을 넘으면 호된 꼴을 보게 되겠지만」
「에, 그래?」
「평소 날아다니는 고도라면, 딱히 별 일은 없다. 웬만한 산 정도는 아무런 준비 없이도 넘어갈 수 있지만, 파랑뱀 산맥은 그 높이가 대단하니만큼 비행 고도 또한 대단히 높아진다. 이렇게 마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마법으로 적정 공기를 유지할 수 있지만, 보통 인간은 높은 고도로 갑자기 올라가면 공기 부족으로 기절해 버린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면서 죽는 경우도 있다고 듣긴 했지만, 그거 같은 느낌이려나」
「음. 수인이나 드워프라면 비교적 오래 버틴다고 듣긴 했지만, 그걸 굳이 시험해 볼 이유는 없으니까」
그 말을 꼬마 라이라에게 듣고서야, 다시금 내가 다양한 형태로 보호받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드래곤의 입장에서 본 인간은,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작은 사고로도 죽어 버릴지도 모를 정도로 약하고 위태롭겠지.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미리 사람의 몸에 마법을 걸어두는 것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만」
에마가 보충 설명을 해 준다. 그런 마법도 있었구나.
「그 밖에도 라이더를 보호하는 마법에는, 추위를 느끼지 않게 하거나, 더위를 느끼지 않게 하는 것 등등 여러가지가 있어요」
「확실히 세레스타에서는 그런 마법들이 그다지 발달하지는 않은 것 같았어……만약 이런 마법을 알려주면 굉장히 고마워하지 않으려나?」
「호. 그렇게까지 효과가 대단한 건 아니다만. 어느 정도 따뜻하게 하거나 시원하게 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효과가 강해질수록 마법의 난이도도 배로 높아지니까」
「게다가, 마법으로 막을 수 있는 추위나 더위에도 한계가 있고요」
……과연. 결국은 기초적인 마법 능력에 달린 문제로구나.
「안제로스에게 가르쳐 준 것 같은 계약 마법이라면, 대부분의 고열을 무시할 수 있다만. 저런 건 보급 자체가 어렵다」
「드래곤이 자신의 힘을 빌려준다는 전제로 쓸 수 있는 마법이니까」
기술 혁명도 그렇게까지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구나.
아니, 그래도 여기저기서 나름 혁명이 일어나고 있지만. 칼윈에의 농업 마법 전파라거나, 브레이크 코어의 재생 마법 개발이라거나 등등.
「다녀왔습니다―」
폴카에 착륙한 것은 그로부터 하룻밤이 지난 점심 즈음.
마이아 이외에는 딱히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조금 섭섭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남작 저택으로 가 보자, 그 현관 앞에서 란츠와 고트를 만났다.
「아, 스마이슨 십인장. 이번에는 빨리 돌아왔네요. 아무 일도 없었나요?」
「그거 어째 내가 매번 트러블을 끌어들인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아닌가요?」
「그렇게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 짓지 말라고!? 그것도 둘이 똑같이!」
그건 그렇고.
「무엇보다도 너희들, 남작에게는 무슨 볼일이야?」
이녀석들이야 온천에서는 엿보기 동료로서 남작과 사이가 좋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집에 초대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을 텐데. ……어쩌면 나만 모르고 있을 뿐이지, 뭔가 행사같은 게 있었을 지도 모르니까.
「우리들 말이죠, 아무래도 여기가 인생의 목적지인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와서요」
「이번 임무가 끝남과 동시에 퇴역해서, 여기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너희들 그런 결론을 내리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거 아냐?」
아직 나이도 23이나 24정도밖에 안 됐잖아?
그렇달까 여기에서 살고 싶다고 해도……호적을 얻는 것도 꽤나 고생스러울 것 같은데. 아니, 그런 건 조만간 시행될 자치구역 시행과 연계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으려나.
「조금 춥긴 해도 사람들은 모두 친절해서, 오거인 저를 봐도 무서워하거나 쫓아내려 들지 않으니까요」
「젊은 남자도 적으니까요. 아니, 인간으로 한정하면 여자도 그렇게 많은 건 아니긴 하지만」
「무엇보다 온천」
「맞아, 노천 온천. 이렇게나 훌륭한 것도 찾아보기 힘들죠」
「그런 걸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너희들 때문에 여자 목욕탕에만 지붕이 달릴 지도 모르는데?」
그렇달까 사실은……너희들도 이제는 엿보기보다는, 애인을 만들거나 결혼하고 싶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야되는 거 아닐까?
「훗. 뭐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남작에게 직접 말하러 갈까 합니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서!」
「너희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일단 세레스타로 돌아가서 진정한 다음에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스마이슨 십인장은 갑자기 상식인인 척해도 딱히 설득력이 없습니다만. 자기가 원하면 얼마든지 보여 주는 여자들을 많이 가진 주제에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우리들의 입장이 되서 생각해 보세요! 엘프와 고양이 귀 미녀들이 꺄악꺄악 아흥아흥 즐기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이는 온천이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가끔 스스럼없이 남탕에 들어오는 미녀들도 많은 이 폴카를! 오나니스트로서 어찌 떠날 수 있겠습니까!」
「그건 탈크도 마찬가지잖아」
「!?」
「지, 진정해 고트. 탈크는 조금 뒤숭숭하니까」
「그, 그래. 조금 흔들려 버렸어」
바로 옆에서 보여 주는 비율이야 탈크가 훨씬 높지만.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달까 고향에서 결혼하면 자위뿐만이 아니라 섹스도 마구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저, 장남이 아니랍니다. 시골은 집안을 잇지 않는 남자들에게는 엄청 차가워요」
「그렇지」
아니, 너희들, 집안 같은 걸 빼도 능력 좋고 부지런해서, 어딜 가든 환영받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길가에서 자위 같은 걸 당당하게 떠드는 것만 삼가면 말이야.
……솔직하게 칭찬해 줘도 기분나빠할까봐 말은 안했지만.
「보이드같은 녀석도 애인이 있는데……」
「타인은 타인일 뿐. 우리들은 우리들의 길을 가야지」
「불확실한 아내보다는 확실한 낙원이 훨씬 나으니까!」
「오우! 바로 그거야!」
서로 주먹을 쿵 맞대고는, 그대로 남작 저택으로 들어가는 고트와 란츠.
……너희들의 등이 너무나도 눈부시구나. 완전히 글러먹긴 했어도 말이지.
그리고, 우리들은 고트와 란츠와 헤어져서 셀렌과 아이리나들을 만나러 간다.
「어머나, 언제 오셨어요, 앤디 씨?」
「디아네 씨는 어때요?」
셀렌과 애플이 교대로 딸을 안으면서 내게 말을 건다.
이미 셀렌은 산후조리를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고, 거의 평소처럼 걷고 있었다. 영천 덕분에 산후조리가 좋게, 그리고 빨리 끝났으려나.
「디아네 씨는 변함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던데. 그냥 내버려두면 모든 일을 직접 지휘할 것 같아서, 라이라가 말려 줬어」
「호호. 그녀석도 그대처럼, 모든 일에서 주인님을 우선시해 줬으면 좋겠다만」
「맞다, 앤디 씨. 이 아이의 이름도, 슬슬 지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할까요? 남작 부인님은, 린지 씨와 상담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린지 아주머니? 왜?」
「영천수의 드링크 판매대를 운영하면서 많은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작명 센스가 훌륭하다더군요.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해요」
「흐음……뭐 일단은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해 두자. 적어도 첫 딸 정도는, 우리가 직접 정한 이름을 붙이고 싶으니까」
「생각해두신 이름이 있으세요?」
「에-그러니까……그래. 셀렌의 딸이니까……셀레나, 는 어때?」
「그거 너무 안이한 것 같은데요……?」
애플이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응. 나도 말하고 나서 이건 조금 그렇다고 생각했어.
「고양이 수인들 중에는, 그런 이름이 꽤 많다는 거야. 닮은 이름이라고 해서 딱히 이상한 것 같지는 않다는 거야」
쟌느가 피터를 업은 채로 달래면서 나를 옹호해 준다.
「라이라, 마이아, 뭔가 좋은 생각 없어?」
「호. 지금으로서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군」
「……이름짓는 건, 너무 어렵다」
어느 쪽도 그다지 내키지는 않는 것 같다.
슬슬 셀레나로 정해지는 듯한 분위기에서,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네이아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저기……에, 그게, 저는 신참이라서, 아직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만」
「아니,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어떤 이름이 좋을 거 같니?」
「셀레나……가 아니라, S를 빼서 엘레나처럼, 그런 식으로 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엘레나라」
뭔가 감이 딱 맞는 듯한 어감이었다.
「셀렌. 이 이름도, 꽤 괜찮지 않아?」
「엘레나……라」
셀렌이 곰곰히 생각한다.
「여기서 E까지 떼어 버리면 고양이 수인의 자매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군」
「……하지만 아이리나님과 이름이 비슷해져 버리는 것 같아서요」
「아―」
듣고 보니 그렇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이 달칵 열리면서 아이리나가 들어 왔다.
「이야기는 들었네」
「그렇게 때맞춰서 들어올 필요가 있나……?」
「시, 시끄럽군. ……그래, 이몸과 닮은 이름이 되어 버리는 게 문제란 말이지.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떤가?」
아이리나가 양피지에다 멋들어지게 뭔가를 쓴다.
「엘레니아?」
「음. 모처럼이니, 이몸의 이름에 들어있는 I를 다른 곳으로 보냈네만. 듣기 좋지 않나?」
자화자찬하는 아이리나.
나와 셀렌은 쓴웃음을 띄웠지만, 그런 아이리나의 제안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 그걸로 괜찮겠니?」
「네, 좋은 이름이에요. ……네 이름은 이제 엘레니아란다, 아가야……아니, 엘레니아 ♪」
「오오, 채용해 주는 겐가!」
아이리나가 양손을 번쩍 들면서 기뻐한다. 애플도 셀렌에게서 엘레니아를 받아들고는, 그 풍만한 가슴 사이에 껴안으면서 이름을 부른다.
「호, 이거이거. 다들 앞으로, 이름을 짓느라 얼마나 고민을 할 지 기대가 되는군」
「그건 오히려 모두가 바랄 것 같네만. 모두 10개월 동안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태어난 아이가 오랫동안 쓸 이름을 붙여주게 되겠지. 그런 소중한 이름을 아무렇게나 지으면 안 되지 않겠나? 오히려 기쁜 고민이다」
「호.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쉽게 떠오르는 걸로 얼버무렸다만, 오히려 좋은 이름이 나왔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군」
「읏」
모두가 웃는다.
그리고,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서, 애플이 흠칫흠칫 말한다.
「저기……그럼, 다음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요?」
「……응?」
「…………」
수줍은듯이 고개를 숙이는 애플.
아이리나가 애플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정말이지. 애플은 벌써 다음 아이의 이름을 지어두고 싶은 것 같군. 그대는 어떤가?」
「아, 아니, 그래도 애플이 다음 아이를 정말로 낳을지는……」
「그런 소소한 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네. 그대는 최근까지 칼윈이다 뭐다 해서 정신없어서 돌아다니기만 했지. 그대에게 안기는 것만을 바라는 암컷 노예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아이리나가 손가락을 딱, 울리자 문이 열리면서, 메이드복장의 페넬, 오레가노, 세보리, 로리에, 그리고 부끄러운 듯한 크리스티가 같은 옷차림으로 서 있었다.
「씨뿌리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라네♪」
「……와, 와아」
에마가 작은 감탄한다.
「정말로……암컷노예가, 많이 있었군요」
으, 응. ……잠깐, 아직 에마를 제대로 소개하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난교를 시작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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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이가 많아지면 이름짓는 것도 큰일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