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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7화 (7/100)

<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7화 -- >

다음날.

나도 모르게 디아네 씨를 심하게 범해 버렸지만, 디아네 씨는 과연 그녀답다고 해야 할까, 내 성욕을 그렇게나 많이 받아들였는데도 지친 모습은커녕, 오히려 뭔가가 듬뿍 채워진 듯한 느낌의 충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피부에도 윤기가 반짝반짝 흐르고.

「이걸로 또 당분간은 힘을 낼 수 있겠네. 앤디, 정말 고마워」

「호. 너무 몰두하지는 말도록. 아직 이 주변에는, 그대가 직접 나서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들이 여럿 남아있으니까」

「……뭐 지금 내가 맡은 일은 나라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긴 하지. 한 번 조직에서 나간 내가, 너무 주제넘게 끼어들면 좋지 않을지도 몰라」

디아네 씨가 어딘가 어색한 것처럼 말하면서 새침한 표정을 띄운다.

그 모습을 본 나와 라이라가 얼굴을 마주보며 웃자, 디아네 씨가 부끄러운 것처럼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이륙.

다음 목적지는……라이너가 묻혀 있는, 계곡 밖의 바위밭.

그곳에서는, 레이라들이 아직까지도 그녀석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도 않았으니, 굶주려서 여위지는 않았을 터」

「뭐, 그것도 그럴려나. ……그래도 조금은 자기 자신을 신경써 줬으면 싶어」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도록. 아무리 라이너가 천박한 남자라고 해도, 용은 한 번 라이더로 섬기겠다고 맹세한 이상 그 자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존경을 바치니까」

「……딱히 나를 따르라고 할 생각은 없는데」

「그럼 왜 그곳으로 가려는 건가?」

「음……」

잘 생각해보니, 나를 따르는 것 말고는 크리스탈•팰리스의 드래곤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제 충분히 반성한 같으니까 용서해주자, 라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꼬마 라이라가 어깨를 움츠린다.

「가망없는 설득일 뿐이다. 용인 한, 놈들이 취할 태도는 정해져 있으니까. 그대가 직접 설득한다고 해서 주인을 바꿀 리가 없을 터. 설령 어떻게든 타협을 이끌어냈다 해도, 크리스탈•팰리스의 녀석들이 그걸 받아들일 가능성 또한……」

「조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에마가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다.

「라이너가 정의로도 힘으로도 패배한 이상, 그런 그를 끝까지 섬겼던 샤리오들은 악룡으로서 죽어야만 했습니다. 용에게도 용으로서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고, 매듭을 짓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그 방법을 지켜서 죽는 게, 죽지도 못한 채로 어영부영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명예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명예라고 해도 말이야」

나도, 모르는 건 아니다.

살아남는 게 당연히 좋잖아, 라고 소리 높여 말하고 싶지만, 살아남는다 해도 절망으로 가득 찬 여생을 살아갈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끝없이 비난당하면서 그 무엇도 실현시킬 수 없는 길고도 긴 여생과, 패배하긴 했어도 충성을 맹세한 라이더를 위해 힘과 목숨을 바친, 자랑스러운 죽음.

그런 삶과 죽음의 가치가 뒤바뀌는 현상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힘을 발휘함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존재에게는.

자신이 섬기는 주인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싸워서 훌륭한 공을 세우면, 두고두고 명예로운 드래곤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저 가만히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패배의 굴욕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신진대사가 활발한 인간의 사회라면, 머지않아 그 굴욕도 잊혀져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었다고 잘라내 버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수종(오래 사는 종족)이면서도 폐쇄적인 드래곤이나 엘프의 사회라면, 그런 굴욕들은 거의 잊혀지지 않는다.

그 점을 고려하면, 구성원의 교체가 적은 장수종의 세계에서는, 엘프의 「파문」이나, 드래곤이 「힘의 계약」을 맺은 주인을 따라 죽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동적인 인간의 사회처럼 빠져나갈 만한 곳이 없다.

「그래도, 조금 정도는 기대하고 싶어. ……오랫동안 생각해보면 그런 흔한 결말보다는, 살아남아서 자신의 힘을 조금이라도 더 이롭게 쓰는 게 좋다는 걸 깨달을지도 모르니까」

「그대는 정말 무르구나」

「라이너를 따르던 용들이 그런 결단을 내릴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거의 딱 자르듯이 단언하는 드래곤 둘과 나 사이로, 네이아가 중재하듯이 끼어들어온다.

「……뭐,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까지 가능성이 없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스마이슨 씨는 지금까지, 다른 이들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밀어붙여서 현실로 이루어냈으니까요」

「그건 그렇긴 하나……이번에는 어떨까?」

「생각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라이라와 에마는 계속 부정적이었다.

드래곤으로서는 그 밖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겠지.

……나도 딱히 구체적인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말야.

역시 예상대로, 라이너의 무덤 옆에는 두 실버 드래곤. 레이라와 샤리오가 웅크려 있었다.

「약속대로 찾아왔어」

내가 다가가자, 샤리오가 입을 다문 채로 눈만 움직여서 나를 흘긋 바라본다.

지금까지 계속 움직이지 않았던 건지, 몸을 무겁게 일으킨 레이라가 대신 우리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환영합니다. 라이더여」

「코르티는?」

「근처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신과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 것 같군요」

「내가 싫은 걸까나. ……뭐, 그것도 당연하겠지만」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비단 코르티뿐만이 아니라, 라이너를 따르던 이 셋에게 나는 주인을 죽인 원수일 테니까. 좋아할 이유도 없다.

라이라는 드래곤체인 채로, 에마와 네이아는 내 바로 옆에서 그녀들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 와서는 거의 의미가 없긴 해도, 만약 그녀들이 나를 공격한다면, 곧바로 가로막을 수 있는 위치다.

「그래서……어때? 나를 따를 생각은 없어?」

그러자, 샤리오가 크르르르 낮게 으르렁거린다. 위협하는 걸까.

뭐, 방금 전에 라이라와 에마가 말한 대로, 이미 라이너를 따라 죽는 것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것 같다. 내가 자기를 따르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우리를 모욕하지 마라, 라는 듯한 느낌이다.

완전히 라이라와 에마가 말한 대로였다. 나도 내가 한 말이 현실감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크게 후회했다. 역시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뒤에 레이라가 흠칫흠칫 입을 열었다.

「그거 말입니다만. ……코르티를, 받아들여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에?」

「저와 샤리오는 이미 늦었습니다만, 코르티는 아직……」

「언니잇!?」

언니의 제안이 당황스러웠는지, 코르티가 어딘가에서 큰 목소리로 레이라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바위산에서 화살처럼 뛰쳐나온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신은 우리와 함께 해서는 안 돼요」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언니가 가장……」

「당신처럼 아직 성숙하지도 않은 용이, 규칙에 얽매여서 주인을 따라 죽는 건 역시 말도 안 되니까」

「애 취급하지 말아줘! 그리고 라이너 님을 믿지 않았던 언니라면, 장로도 좋게 말해 줄 수 있을 테니……」

「나는 끝까지 고민하긴 했어도, 결국 라이너 님을 따르는 걸 선택했어요. 성숙한 용으로서」

……과연.

레이라와 코르티는, 서로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나.

만약 홀로 행동하던 드래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 드래곤 자매는 서로 상대가 이대로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강하게 바라는 것 같다.

「본인만 괜찮다면 곧바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넌 닥치고 있어!」

「코르티. 그건 내가 할 말이다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나를 위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읏……!」

허세를 힘껏 부려서 코르티의 입을 다물게 한다.

최근에는 이 「권위 있는 드래곤 라이더」로서의 행세도 익숙해졌다.

실제로 그녀들에게는 잘 통하는 것 같긴 하지만, 나로서는 마음 부담이 심해서 별로 하고 싶지는 않다.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상관없다. 하지만, 코르티 너 자신은 나를 절대로 따르지 않겠다. 그런 말이지?」

「……그야, 당연하지」

「코르티」

내게 압도당하면서도 긍정하는 코르티와, 그런 코르티를 슬픈 듯이 바라보는 레이라(드래곤체).

나는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이라, 네가 코르티에게 말을 듣게 하도록」

「…………뭐라고?」

「네가 코르티를 힘으로 억눌러서, 나를 따르게 만드는 거다」

「……그럴 수가」

「너, 대체 무슨 생각을……」

「딱히 코르티가 레이라를 억눌러도 상관없다. 그럼 레이라가 굴복해서 나를 따르겠다는 걸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읏……어디까지 우리를 희롱할 생각이야!?」

「나는 타협안을 제시했을 뿐이야. ……1개월 줄 테니, 잘 생각해보도록. 그럼 1개월 뒤에 다시 보자」

「너 진짜!」

나는 격노한 코르티와 곤혹스러워 하는 레이라를 남겨두고, 등을 돌렸다.

라이라가 그런 내게 환영을 날려 온다.

「호……과연 그렇군. 이건 잘 되면……팰리스의 용들을 설득할 근거가 늘어날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내게만 들리는 라이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혼자만 살고 싶어서 라이너의 무덤을 버리는 건, 드래곤의 가치관에서 보면 꼴사나울 뿐이다.

하지만, 여동생을, 혹은 언니를 살리기 위해 서로를 힘으로 억눌러서, 내게 보낸다면, 라이너에게도 내게도 면목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싸움에 이겨서 남는 쪽에게도, 내가 용서해 줄 수 있는 구실이 생길 테고.

문제는 레이라와 코르티가 그런 내 의도를 알아차려서, 그대로 잘 따라 주느냐는 것이지만…….

「시간을 1개월이나 주다니. 너무 긴 것 아닌가?」

「뭐,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까」

라이라가 비밀 이야기를 그만두고 직접 해 온 말에 나는 위엄을 갖춘 채로 대답하면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폴카에서 너무 오래 떠나 있는 것도 왠지 꺼림칙하다.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확인하고 싶은 건 다 확인하기도 했고, 또 걱정끼치는 것도 별로 안 좋으니, 지금은 빨리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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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것까지는 좋은데, 어째 비가 올 때도 더위가 가시질 않고

비가 그치니까 더 더워지네요.

날씨가 정말 미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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