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5화 -- >
왕궁은 쓰기 편하도록 적당히 개조되어 있었다.
디아네 씨는 응접실 중 하나를 할당받았다. 한 나라의 왕궁에 있는 객실치고는 비좁고도 간소해서, 다른 나라 왕궁의 객실과 비교하면 맥이 조금 빠져버리는 방이지만, 칼윈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이것도 대단히 사치스러운 방일지도 모른다.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는, 세금의 일시 감면과 농업 마법의 보급이야. 일단 농업 마법의 보급은 알트레스 교회에게 맡겨뒀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지. 마법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건 신관들 중 4분의 1 정도뿐이니까. 식량 생산량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는 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
「세금을 완전히 걷지 않을 수는 없는건가요?」
「그동안 죄없는 백성들이 그저 무식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악한 통치자에게 착취당했던 건 불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 그건 공동체로서의 칼윈을 부정해 버리는 행위니까」
「……그렇군요」
「공동체의 근본적인 존재 의의는, 다수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서로를 지키고 도와주는 거야. 의무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주는 정도면 몰라도, 완전히 없애 버리면 사람들은 국가의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잊어버리게 되지. 그리고 거기에 익숙해져 버리면, 수천 수만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해도, 그건 「공동체」라고 할 수 없어. 의무와 권리의 교환법칙도 모른 채로, 그저 국가에게 보호받고 있을 뿐인, 짐승보다도 못한 집단이 되어 버리는 거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 편하게 해 주는 건 본인들에게도 좋지 않다……라는 말이군요」
「물론,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생활 보장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 줘야지. 하지만 장래적으로는, 이 칼윈이 새로운 「시작의 땅」으로서 역사에 자랑스럽게 남을 수 있을 정도의 번영을 스스로 쌓아올려가야 해. 지금 그걸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훗날 우리들은 「해방자」가 아닌 「약탈자」라고 불리면서, 후손들에게 수치스러운 선조로 기억되게 될 거야」
「……그건 너무 지나치게 이타적이라서, 저로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만」
우리들 중 시니컬한 건 테테스 하나로도 충분하고,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칠 정도로 이타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디아네 씨는 어깨를 움츠리면서 쓴웃음을 띄울 뿐.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해. 이건 나를 위한 것도, 앤디를 위한 것도 아니니까. 이 땅에서 신생 칼윈의 기틀을 바로 세우는, 각국의 협력자들과, 듀크 님, 브라이언을 필두로 한 용자들…… 등등,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게 하기 위한 이상이니까. 이해타산 같은 게 끼어들면, 이 협력 체제는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겠지」
「……과연 그렇군요」
의사결정자가 단 한 명만 존재한다면, 이런 뜬구름 같은 이상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그 의사결정자가 모두에게 손익을 평등하게 나누어주는 게 이해하기 쉽고, 신뢰도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칼윈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서 국정을 이끌어간다면, 각각의 이해타산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상을 내세우는 쪽이 좋다. 그 이상의 실현에 미래가 걸려있다면, 서로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러운 짓은 자제하자, 라면서, 불건전한 탐욕 같은 걸 배제하는 게 좋겠지.
「뭐, 나로서도 이게 딱히 공허한 이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이 칼윈에서 딱히 손에 넣고 싶은 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뒤, 수백년 뒤에, 앤디가 「사리사욕 때문에 나라를 어지럽힌 사악한 드래곤 라이더」라고 불리는 건 조금도 바라지 않아. 그게, 지금 내가 여기 있는 이유지」
「주인님께서 지금까지 해오신 일들을 살펴보면, 그런 부당한 평가를 받을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만」
디아네 씨의 말을 들은 에마가 반론한다.
하지만, 디아네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드래곤에게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건 제멋대로 상상해 버리거든. 만약 시대가 앤디가 이룩한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미친 왕과 라이너가 옳았다고 생각하면서, 앤디가 그들을 미워한 나머지 배제해 버렸다…… 등등 음모처럼 들리는「거짓된 역사」를 진실처럼 믿어 버릴 수도 있겠지」
「그것이야말로 진실을 무시한 망상입니다만」
「그렇다 해도, 말이야. ……실제로 진실보다도 망상을 더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시대도 있었으니까. 정말 슬픈 일이지. 그런 사태를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예방하려면, 이 칼윈을 좋은 나라로 바꾸어야만 해. 모든 사람들이 윤택한 삶을 살고 수준 높은 지식을 얻게 되면, 진실을 왜곡하려는 탐욕스러운 손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도, 그렇게까지 풍요로운 생활과 수준 높은 교육을 실현한 국가 같은 게, 이 세상에는 아직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한, 몽상이군요」
「이상이지. ……사람이 시대와 함께 조금씩이라도 더 좋은 쪽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런 몽상처럼 보이기만 했던 국가가 진짜로 나타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이 계곡에도 열어주고 싶어」
디아네 씨가 힘있는 어조로 말한다.
네이아는 그 말을 듣고 감동한 것처럼 고개를 계속 끄덕였지만, 라이라는 한숨을 쉬고는.
「정말 훌륭한 이상이군. 허나, 그건 그대 자기만의 이상일 뿐이다. 그리고 들어보니, 그 이상을 실현시키는 건 굳이 그대가 아니라도 괜찮은 것 아닌가? 그런 명분에 자신을 제멋대로 속박시키지 마도록」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앤디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자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이 잘하는 분야를 맡기는 게, 주인님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대도 가능하다고는 해도 잘하지는 못하는 분야에서, 홀로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래서는 언제까지고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읏……그, 그건……」
디아네씨가 귀를 추욱 늘어뜨린다. 역시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주인님과의 아이는 갖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안제로스 같은 녀석은, 다른 여자가 낳은 아이도 그저 좋다고 귀여워해주고 있을 뿐……자기 배로 아이를 낳는 것에는 별로 집착하지 않는다만, 그대도 그런 걸로 만족하려는 건가?」
「그건 아냐. 나도, 앤디의 아이를 갖고, 이 배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걸을 느끼고 싶……어」
「그렇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혼자 나와 있어서는 아니 된다. 주인님도, 이제 폴카에서 여자들과 난교하면서 임신시키는 생활을 즐기겠다고 겨우 결의를 굳혔으니까. 이렇게 혼자만 나와 있으면 고양이들이나 테테스는커녕, 나리스나 그대의 언니들에게도 추월당할 거다」
「언니들이라니……?」
「힐다 외에도 있을 터. 주인님의 정액으로 자궁을 가득 채우는 데 주저가 없는 여자가」
「……과연 노르 언니보다는 빨리 임신하고 싶네」
「자, 잠깐만요, 저, 노르 씨도 임신시키는 거 확정인가요?」
디아네씨도 라이라도 그거에 대해서는 딱히 의문이 없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딴죽을 걸어 버렸다.
그러자 둘 다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그렇잖아?」
「노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되면 그대도 화가 나지 않겠나?」
「…………응」
그거야 뭐……엄청 분할지도 모르지만.
「그 여자도 임신시킬 수 있으면 임신시켜보라고 주인님을 도발했으니까. ……디아네여, 이렇게 돌아다니고만 있다고 그녀가 그대보다도 먼저 아이를 갖게 될 것 같다만?」
「읏……그래도……」
「나 또한, 주인님이 어쩌다 그럴 기분이 들어서, 그 여자를 범하고 싶으니까 같이 가자고 말하면 거역할 수 없다. 자매들 중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이 안겼는데, 가장 늦게 아이를 갖게 되면 억울하지 않겠나?」
「…………」
디아네 씨가 벌레씹은 듯한 표정으로 고민한다.
「하지만, 군인이라면 몰라도, 이런 행정이나 통치 쪽에 능한 세레스타 관료들중에는, 지인이 별로 없는데……」
「그렇다면, 가족들중에서 적성이 있는 자들은 없나?」
「……뭐,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라고 말하면서 부탁해야 되지……?」
「그대가 여기에 머문 채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터. 보다 적합한 상대에게 부탁하는 것 뿐인데, 어려울 게 뭐가 있나?」
……라이라의 압박으로 점점 약해지는 디아네 씨. 뭐, 지금까지 의욕적으로 일해왔는데, 갑자기 아이 만들기쪽에 집중하라는 말을 들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겠지.
「잠깐만요. 라이라도 디아네 씨도, 그렇게까지 결론을 서둘러 내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나는 보다 못한 끝에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결국, 아이 만들기와 일 중 어느 게 더 중요하느냐, 에 대한 토론을 지금 이 자리에서 그렇게까지 뜨겁게 벌여도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뭐 「육아와 일」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면 몰라도.
……라는 생각을 하고 있자, 라이라가 한숨을 쉬고는.
「확실히, 그것도 그렇긴 하나……. 지금은, 에마녀석에게 진짜 섹스를 보여 주는 게 먼저다」
「하아?」
「나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긴 해도, 마조이니만큼 취향이 조금 치우친 섹스를 하게 되어 버린다. 네이아 녀석은 아직 초보이니만큼, 보지를 벌리면서 다른 자에게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건 부끄러울 터. 디아네와 아이 만들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섹스의 교재로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딱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거 아냐?」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그대, 에마 녀석이 얼마 전의 그 실패 때문에 풀이 죽었던 걸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좋은 시범을 보여줘서, 좋은 첫경험으로 연결해주는 것도, 주인으로서의 책임이다」
「저, 저도……꼭 부탁드립니다」
「에마, 너 라이라에게 너무 쉽게 끌려다니는 거 아냐?」
「그래도요」
그 이후로 이유는 몰라도, 에마의 태도가 계속 딱딱하다고 생각은 했었지만……설마 그런 방향으로 오명을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난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진정되면 나중에 천천히 가르쳐 줄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디아네 씨는, 마치 「뭐야, 그런 거였구나」라는 것처럼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거였구나. 라이라, 그렇게까지 빙 돌려서 말하지 않아도 돼. ……아이 만들기 시범을 보여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앤디의 아이는 항상 갖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옷을 훌렁훌렁 벗고는, 침대로 다가간다. 아직 문을 제대로 닫지도 않았는데.
「앤디. 하자」
「아니, 저 말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내가 지금까지 네 난교에 얼마나 어울려줬다고 생각해?」
「…………죄송합니다」
손가락은커녕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사과하지 마. 나는 그런 난교도 싫지 않았으니까」
디아네 씨가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카락 장식과 목걸이, 팔찌 등도 풀어버리려고 한다.
「아, 그것들은 풀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그래? 아하, 이게 마음에 드나 보구나」
디아네 씨가 그렇게 말하면서 장신구에서 손을 떼고는, 침대에 앉아서 나를 유혹한다.
에마도 네이아도 나를 주시하고 있다. 그걸 곁눈질로 확인하면서, 혼자만 여유 있어보이는 라이라에게 손으로 지시.
「문 좀 닫아줘. 그리고 소리 같은 게 새어나가지 않는 마법도」
「호. 다른 녀석에게 당당히 보여 줄 거라고 생각했다만. 어차피, 디아네는 그대의 것이니까」
「됐으니까 빨리!」
……조금이라도 괜찮으니까 디아네 씨의 입장이나 내 입장도 고려해 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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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입추라는데,
현실은 찜통이 따로 없네요......
수원도 이렇게 더운데
WoW의 불의 땅으로 패러디 되던 대구는 얼마나 더울지 상상도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