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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4화 (4/100)

<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4화 -- >

하루 더 묵기에는 역시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와 라이라와 네이아, 그리고 라이더의 계약을 맺은 에마를 포함한 우리 일행은, 저녁이 되기 전에 크리스탈•팰리스에서 나왔다.

걸어다닐 수밖에 없는 보통 여행자라면, 밤에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급한 일이 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저녁즈음에 출발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먼 거리를 언제든 상관없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드래곤의 날개가 있으니까. 정말 믿음직스럽다.

「리다는 다음 기회에 받아들인건가?」

「라이라도 리다를 꽤나 신경써주네. 실은 마음에 들기라도 한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마이아도 에마도 아직 어린 용에 털이 난 정도에 불과해서 나 대신 주인님을 맡기기에는 불안하다. 그건 그렇고 주인님, 블루 드래곤의 과부들과도 계약을 맺을 생각은 없나? 성체(成體) 용과의 계약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아―……」

과연. 라이라의 입장에서는, 아직 어린 마이아와 에마에게 자기 대신 나를 맡기는 건 불안할지도 모르겠구나.

「화, 확실히 저도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무시당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대도 마이아도, 앞으로 30년 정도가 지나면 그럭저럭 나 대신 부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허나 주인님은 수명이 짧은 인간족이다. 인간족에게 30년이라는 세월은 엄청난 시간이니만큼, 그대들 같은 어린 용에게 너무 느긋하게 맡겨둘 수도 없다」

「우……」

「에-그게……인간이라서 미안해」

「그, 그건 주인님이 어떻게 하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것도 그렇다. 그녀들이 지금의 라이라 정도의 나이가 될 때쯤이면, 나는 이미 죽은 지 오래일 테니까.

만약 내가 엘프였다면, 그녀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족이다.

……그리고, 내가 죽은 뒤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 어린 마이아와 에마를 받아들이는 것도 죄악감이 느껴진다.

「그래……인간인 내게는 2백 년 뒤나 천 년 뒤 같은 건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였지만, 테테스를 빼고는 모두 그때까지 살아있겠구나. 내가 무책임하게 아내로 받아들여 버리고는, 늙어 죽은 뒤에도」

「모두, 그걸 잘 알면서도 그대를 따른 거다. 이별이 빠르든, 늦든……뭐, 인간의 삶은,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연약하니까. 그런 걸 너무 신경쓰지는 말도록」

「그래도 말이야」

「그대가 우리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바로 이 배에 아이를 만들어주는 거다. 비록 그대가 죽었다 해도,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를 보면서 그대와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그거, 내가 매일 닥치는 대로 범해주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는 말 같은데」

「바로 그거다」

「……뭐랄까, 그건 그거대로 나와 함께 했던 걸 후회하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대는, 가끔씩 이상한 부분에서 상식적이 되는군.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대의 성욕 해소용 노리개로서 취급당하는 걸 진심으로 바라서 그대를 따른 것이다만」

「아니 뭐,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대가 마구 범해주지 않아서 불만이 쌓여 버린 여자도 있다. 고상한 이념이나 정치 따위는 디아네나 흰색의 꼬맹이 녀석에게 맡겨 버려도 된다. 앞으로 당분간은, 여자의 엉덩이만 생각하면서 보내는 건 어떤가?」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나는 팔짱을 꼈다.

「어째서지? 현재 대부분의 문제는 정리되지 않았나?」

「엉덩이도 가슴도 정말 좋아하는 폴카 아이에게, 엉덩이와 가슴 중 어느 한 가지만 고르는 건 너무 어려워서 말이지」

「……큭큭큭큭. 과연, 그것도 어려운 문제군」

라이라가 킥킥킥 웃고는, 옷을 훨훨 벗어 던지면서 황야에 알몸을 드러낸다.

그리고, 드래곤체로 변신.

「그럼 여자의 가슴과 엉덩이로 가득 찬 잔치를 위해서, 어서 출발하도록 하지」

「스마이슨 씨……」

「주인님……아뇨,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만……」

아마 이런 나를 어이없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이아는 그저 쓴웃음을 띄울 뿐이었고, 에마는 자기 가슴만 계속 신경쓰고 있었다.

나리스처럼 딴죽 거는 사람이 없으니까 뭔가 허전하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칼윈의 왕궁에 도착했다.

「앤디. 벌써 움직여도 괜찮은 거야?」

「벌써 보름 가까이 쉬었으니까 피로는 진작에 다 풀렸어요」

나를 마중 나온 디아네씨는, 매우 호화롭게 치장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아름다워요……마치 공주님처럼」

「사실상의 결정권을 손에 쥔 자가, 너무 초라하게 다니면 안된다……라고, 관리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말이야」

한숨을 쉬는 디아네씨는, 스타나 공주가 입었던 것과도 다른 이국적인 드레스를 입고, 머리카락과 목, 팔은 별궁의 보물 창고에서 꺼내 왔을 거라고 생각되는 수많은 금 장신구로 꾸미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에게 칼윈이 독립국인 것처럼 속이려면, 왕족인 스타나 공주 이외에도 지위가 높은 사람은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니까. ……그건 나도 잘 알지만, 이렇게 꾸미는 건 내 취향에 안 맞다 보니 정말 지치는구나」

「이 드레스는 동방 산지의?」

「얼마 전에 실버 드래곤들이 갖다 준 거야. 이 나라의 직물보다 훌륭하다면서 갖다 줬어」

듣고 보니, 어젯밤에 춤추던 실버 드래곤이 입었던 옷과 대단히 비슷했다.

「그럼, 그녀는?」

「아, 이 아이는 실버 드래곤인 에마입니다. 장로파로서 이전에 계곡에서 행동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이번에 저와 라이더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랬구나. 잘 부탁해. 나는 앤디의 여자 중 하나인, 디아네야」

「에마입니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에마는 나와 테테스, 마이아, 애플……그리고 네이아와는 만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암컷 노예와는 만난 적이 없다.

「디아네님은 주인님보다 지위가 높은 것처럼 보입니다만……」

「내 직접적인 상관이거든. 사무 능력도 훌륭하고 전투력도 엄청나게 강한 데다가, 인망도 높지. 드래곤의 가호와 디아네씨의 존재, 어느 쪽이 더 대단한지 헷갈릴 정도로 훌륭한 분이야」

「너무 띄우지는 말아줘. 아무리 나라고 해도 드래곤보다 존재감이 더 강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럼, 디아네님은 주인님보다 더 높은 분으로서 대해드려야 하는 건가요?」

에마는 디아네씨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되나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다.

뭐……확실히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군. 내가 디아네씨를 존경하는 건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지만, 그런 관계에 드래곤으로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되는지는 확실히 애매하니까.

「나는 경칭을 생략해도 상관없어. 드래곤의 입장은, 사람 사이의 관계와는 영역이 다르니까. 내게 과도한 경의를 보일 필요도 없어. 앤디보다 지위가 높긴 해도, 어차피 백인장일 뿐이야. 혼자서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드래곤과는 조금도 대등하지 않으니까, 편하게 대해 줘」

「호. 수많은 국가들의 수뇌부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그대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군」

「듣기 안좋네. 이번에는 그저 자기네들의 국익과 맞아 떨어졌으니까 내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야. 마음대로 주무르다니 정말 터무니 없군」

「큭큭큭큭. 그뿐만이 아니라, 내게는 「설령 드래곤이 상대라도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떠들었던 적도 있었지. 지금까지의 활약을 보면, 어쩌면 내 목도 위험했을지도 모르겠군」

「너는 대체 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난 그녀가, 마이아가 나를 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대해주기만 해도 되는데」

디아네 씨가 얼굴을 찌푸린다.

그리고 에마는 얼굴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앞의 싸움에서, 용을 상대로 압도적으로 싸웠던 사람이 몇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디아네님이 그 중 한 명이셨군요」

「바로 맞췄다. 다크 엘프라고 얕보다간 심한 꼴을 보게 될 테니 조심하도록」

「라이라! ……너 진짜. 뭐, 그렇게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도 앤디의 여자들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머지않아 볼 기회가 있겠지만……나는 앤디와 기분 좋게 사랑을 나누는 걸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조금 유능한 여자일 뿐이야. 묘하게 계속 어려워 하면, 만약의 경우 서로가 불편하겠지?」

「……역시, 주인님은 침대에서도 평범한 분이 아니셨군요」

「에, 왜 거기서 갑자기 내가 나오는 건데!?」

에마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나에 대한 존경심이 높아진 것 같다.

「침대에서는. ……그래, 확실히 평범하지는 않지. 특히 앤디에게 깔린 채로 범해지면,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행복감이 느껴지니까……」

「그건 그대가 터무니 없이 강한 반동으로 나온 굴복욕일 뿐인 것 같다만」

「라이라도 어차피 비슷하잖아?」

「나는 주인님께 범해지는 것 자체가 행복할 뿐이다. 자기보다 강한 용을 굴복시키려는 듯한 그 맹렬한 육욕도 확실히 좋아하긴 하지만」

「저, 저도……덮쳐지긴 했어도, 끝까지 가진 못했습니다……역시 완전히 몸을 맡겨버리는 게 좋았을까요?」

「안 하려고 버티는 것도 좋은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주인님이 자신을 그렇게까지 바라고, 탐해준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그 게걸스러운 육욕에 몸을 맡기도록. 어린 용은, 그 끝에 있는 복종에서 기쁨을 찾아내도록 되어 있으니까」

「복종……」

에마가 그 말을 중얼거리면서, 어깨를 부르르르 떤다.

「주인님. 다음에 에마를 안게 되면, 처음부터 에마는 나 앤디 스마이슨의 애완동물이라고 각인시키는 게 좋을 듯 하다. 이성과 금기의 껍질을 한 번만 깨 버리면, 그 이후로는 언제나 끝없는 열락을 맛볼 수 있으니까. 그 자지로 용을 기르는 이상, 기분 좋은 쾌락을 그 몸에 철저히 새겨주는 것도 주인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저기, 조언은 고마운데」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디아네씨의 뒤를 이어, 왕궁에서 나온 몇몇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레스타와 트롯, 렌 판가스에서 파견된 관리처럼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듀크 신관장……아니, 국왕 대리와 그 오른팔인 브라이언•루오.

저 사람들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드래곤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 그리고 네이아가 눈치빠르게도 먼저 저들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음담패설을 나누는 것까지 숨길 수는 없었고, 그래서인지 네이아는 약간 거북한 표정으로 이쪽을 흘긋흘긋 곁눈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마는, 아무래도 그들의 시선을 신경쓰는 내 태도를 엉뚱하게 착각해 버린 것 같다.

「다시 인사 올리겠습니다. 어제부터, 앤디•스마이슨님께 복종을 맹세하게 된 은룡 에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일부러 앞으로 나아가서 인사.

그리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잇는다.

「아직은 주인님을 만족시켜드릴 수 있는 만큼 숙련되지는 못했습니다만, 머지않아 라이라님처럼 어떤 행위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

「아니 이젠 괜찮아!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젖히는 건 좋은데, 조금 진정해줬으면 좋겠어!」

「에, 저기, 그게……저, 뭔가 이상한 말을 한 건가요……?」

「당연히 이상하지! 드래곤은 생각보다 엉뚱한 면이 있다고나 할까 가치관이 미묘하게 다른 점이 많긴 하지만, 성적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말은, 설령 아무리 자랑스러운 상대라도 알려 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 그런가요?」

잘 생각해보면, 외진 곳이라서 이상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건, 칼윈의 사람들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알몸으로 생활하는 마이아들의 미스티 팰리스가 되려 문화적으로 보일 정도라서, 여기서도 나도 모르게 넘어갈 뻔 했지만.

「일단 지금 당장 폴카로 데려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다른 암컷 노예들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게 훨씬 빠를테니까」

「디아네, 그대가 맡은 일은 잘 마무리 되었나」

「아니. 모든 게, 이제 막 손을 대기 시작한 직후라서 말이야. 폴카도 조금 그립긴 하지만, 아직 내팽개치기에는 너무 일러」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지만,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군」

「앤디가 이룬 걸 엉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니까.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이 황폐한 국가를 다시 건강하게 되살려내겠다는, 디아네씨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 되는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적당히 하고 때려쳐 버리라는 말은 죽어도 할 수 없었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응원 뿐이었다.

그런 만큼, 적극적인 그녀의 의지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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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긴 했는데 더워서 잠이 안 오네요......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생각나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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