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 54 (52/52)

 PART 54

 사토미의 얼굴이 갈수록 일그러졌다.(이, 이즈미... 그런 말 하게 하면 재밌어? 너, 날 그렇게까지 싫어한거야...?)

 그러나, 다른 1학년생들에게 사토미는 이미, 동경이 대상이 아닌, 가지고 놀며 즐기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뭐하고 있어요, 선배. 빨리 하세요. 우리도 한가하지 않으니까.」

「실은, 그대로 거기서 쭉 노출하고 싶은 거지요? 그러니 아까부터 큰소리를 안치지.」

「이야~ 그런 변태같은 모습으로 잘도 태연하게 있네요. 밑에서 보면, 부끄러운 곳이 두 군데 다 보인다구요.」

「이제 됐으니까, 아까 시킨 멘트, 빨리 하세요. 뭣하면, 아래있는 애들한테 위를 보라고, 나부터 소리질러 줄까요?」

 「하, 할테니까, 그것만은 용서해줘...」

1학년생들은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자신을 조롱할 생각이고, 타카하시와 유미도 그것을 묵인할 생각이라는 걸 깨달은 사토미에게,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부, 분해....)

「시라이시 사토미는, 자, 자지를 아주 좋아합니다! 모, 모두 자지를, 여, 여기에, 넣, 넣어주세요....」

 「꺄아아~ 엄청난 멘트인 걸, 그치만, 목소리가 작아요. 그리고 좀더 당당하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말하세요. 좋아, 한번 더!」

이즈미는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는, 비정한 명령을 내렸다.

 말끔하게 제복을 차려입은 7명의 남녀학생들에게 둘러쌓인 채, 혼자 알몸으로 굴욕적인 대사를 강요당한다... 

게다가 언제 다른 클래스 학생들에게 들킬지 모른다... 

사토미는, 감당못할 치욕에 머리가 멍해지는 걸 느꼈다.(이, 이제 싫어... 이런건!)

「시라이시 사토미는, 자지를 아주 좋아합니다! 모두 자지를, 여기에, 넣어주세요....」

사토미는,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외친 후, 더욱 이를 악물며, 치욕적인 엉덩이 흔들기를 시작했다.

 「아앗!」

그 때, 아래에서 남학생이 한 명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저거?」

 (...!)

사토미는 그 소리가 들린 순간, 「연단」에서 뛰어내렸다.

(드, 들켰다.... 어, 어떡하지?)

순간, 사토미가 옥상입구로 도망치려고 하자, 교정이 순식간에 더욱 요란하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마츠나가。옥상에 뭔가 있었어?」

「그게, 알몸인 여자였어. 이쪽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있었다구.」

「저, 정말? 이뻤어?」

「엉덩이밖에 안보여서, 잘 모르겠어. 하지만, 괜찮은 엉덩이였어.」

「그럼 어떻게 여자인걸 안거야?」

「왜냐하면 하얗고 부드러워 보였으니까....」

「알았어, 됐으니까, 빨리 옥상에 가보자.」

「꺄아~ 변태니? 그나저나 우리도 한번 보러 갈까?」

그 순간,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건물로 마치 지진소리와도 같은 발소리를 내며 뛰어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봐, 너희들! 하고 외치는 담당선생의 고함소리도 깨끗이 묵살되었다.

 (... 어, 어떡하지?)

옥상문을 향해 달리고 있던 사토미는 급하게 멈춰섰다. 이미, 그곳으로 도망치기는 때가 늦었다. 

남학생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면, 여기까지 일분도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하나남은 출구인 비상구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시, 싫어...)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에게 둘러쌓여 알몸을 보이는 악몽이 급속도로 현실화되어가는 것을 느끼곤, 사토미는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 때,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토미, 여기야, 빨리!」

 그 곳을 보자, 비상구 앞에서 유미가 손짓으로 부르고 있었다.(...대, 대체 왜, 거긴 자물쇠가 걸려있잖아....)

그러나, 지금 사토미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밖에 없었다. 

사토미는 일단, 유미쪽으로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왜 불렀어?」

숨을 거칠게 내쉬며, 사토미는 유미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때, 사토미가 벗은 세라복을 유미가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그거, 줘, 빨리!」

전라로 있는 것보다는, 최소한 상의만이라도 입고 싶었다.

 그러나, 유미는 세라복을 돌려줄 생각은 않고, 사토미가 맡겨놓은 열쇠뭉치를 건네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제 시간이 없단 말이야. 빨리 도망쳐야 된다구. 

우리가 여기 있다가, 다벗은 여자애같은 건 없었다고 말해줄테니, 여기서 얼른 도망쳐. 

아니면, 다벗은 여자애는 없지만, 하반신을 노출하고 있는 사토미는 있다고 말할까?」

그렇게 말하며, 비상구 열쇠를 찾아내서 문을 열었다.

「자, 이 열쇠도 가지고 가. 2층 비상구 열쇠도 있으니, 바로 돌아갈 수 있겠지? 그럼, 무사히 교실에서 만날수 있길 기도할께.」

유미는 열쇠를 사토미에게 건네며, 다른 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곤, 옥상입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에....」

홀로 남겨진 사토미는, 전라로 우두커니 서있었다.(너, 너무해, 유미.... 이 곳 열쇠를 가지고 있었으면, 1학년생들이 왔을 때에도 줬으면 좋았잖아.... 그보다, 처음에 교실에서 옥상으로 갈 때, 2층 끝에서 끝까지 아무것도 입지않은 모습으로 달리지 않아도 됐잖아... 그리고, 왜 세라복을 돌려주지 않는거야?)

 그러나, 지금 사토미로써는, 유미가 지시한 것 이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 아무튼, 빨리 교실로 돌아가자....)사토미는, 새로운 치욕에 떨면서, 신중히 확인한 후, 비상구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뒷모습을 보며, 7명의 남녀 학생들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저기, 마치다 선배, 아까 그 얘기 정말이예요? 진짜면, 시로이시 선배, 엄청난 기록을 만들게 되겠네요.」

「정말, 노출광으로써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다 누리게 되는 건가요.」

「2층에 겨우 도착했을 때 선배의 얼굴, 정말 보고 싶어요.」

「차라리, 1학년 1반 남자애들을 비상계단 아래에서 올라오게 하는 건 어때요?」

「아, 그게 좋을지도. 나중에 모두에게 펠라치오를 하면 지켜보게 한다든가.」

천진하면서도 잔인한 1학년생들은, 미모의 선배가 처하게 될 곤경을 상상하며 마주보며 웃었다.

 「이봐, 너희들, 말도 안되는 얘기는 그만해.」

어이없게도 터무니 없는 말을 내뱉고 있는 후배들에게, 유미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사토미는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교실로 돌아갈거야...아마도. 그건 그렇고, 이제 곧 올거야. 

자자, 계획대로 하자. 본격적으로 사토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범상치 않은 사태에 흥분한 기묘한 음성들이 들려오며, 수많은 발소리가 이내 그 곳에 다다르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아, 아무도 없지? 세 층만 내려가면 돼. 30초도 안걸려...)

사토미는 비상계단 아래쪽을 신중히 둘러보았다. 다행히. 체육수업을 받고 있던 그 많은 학생들 중,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오는 이는 한명도 없는 것 같았다.

 (좋아, 이제, 끝났어...)

사토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조심조심 둘러보았다. 옥상과는 달리, 비상계단은 지상쪽을 향해 몸을 가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특히, 체육관 츨구에서는, 약간 왼쪽이지만, 거의 정면에서 비상계단을 볼 수 있었다. 

(아, 앞으로 몇 분 남았을까....)

옥상에서는 이미 교정에서 체육을 하고 있던 남자들이 막 도착했을 테니, 이제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 체육관 문이 열리기라도 하면, 사토미의 인생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마, 2~3분 후면 종이 울릴것이다. 사토미는, 일초라도 빨리 비상구 입구에 다다라야 했다.

 탕탕탕.... 전라의 미소녀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비상계단을 내려가고 있엇다. 

마음같아선, 소리내지 않고 살금살금 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계단 층계참을 돌 때, 어쩌면 누군가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와 싸우며, 사토미는 겨우 2층 입구에 다다랐다. 

 (좋아, 그럼, 빨리 열자, 교실이 바로 코앞이야.)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며, 사토미는 열쇠뭉치를 찾았다. 

(뭐야, 전부 비슷한 모양이잖아...)

사토미는 잠시도 쉬지않고, 8개의 열쇠 중, 옥상입구용과 비상구용으로 쓰인 2개를 제외한 나머지 6개를 하나씩하나씩 넣어보기로 했다. 

 1개, 2개, 3개, 4개... 모두 맞는 열쇠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끼워넣는 부분이 휘었거나, 어딘가에 걸려서 안들어 가는 것일 것이다. 사토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 시간이.... 치, 침착해.... 아직, 괜찮아!)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남은 2개중 한개를 끼워넣었다....?

「...찰칵, 찰칵....」

(마지막 한개...이거일거야....)

사토미는 싫은 예감을 머리속에서 애써 떨쳐내며, 마지막 열쇠를 넣었다.

(... 어떻게 된거지...설마....)

사토미는 머리를 흔들며, 마지막 열쇠를 신중하게 넣었다. 그리고 그것은 막힘없이 끝까지 들어갔다.

(돼, 됐다! 이거야!)

사토미는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키를 돌렸다. 그러자, 그 기뻐하는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끼...끼긱」

그것은, 전부 돌아가질 않았다. 사토미가 온 힘을 다해 비틀자 마치 항의라도 하는 듯 둔탁한 음을 낼 뿐이었다.

 「그, 그런....」

사토미는 말문이 막혔다. 또 유미에게 속은 것이다. 

유미에게 말하면, 단지 착각이었을 거라며 웃어넘길 게 뻔하지만,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악의가 있을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너, 너무해... 이런 모습으로 대체 어떡하라는 거야...)

유미와 미치요들의 영악스런 미소를 떠올리면서, 사토미는 그들을 원망했다.

 (아, 아무튼, 계단을 내려가는 수 밖에 없겠어....)

그러나 심지가 굳은 사토미는, 애써 냉정하게 머리를 굴렸다.

1층 비상구에 맞는 열쇠라면 있을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 본청 안쪽으로 도망치는 카드도 있었다.

(괜찮아... 괜찮을거야....)

사토미는 2층을 깨끗이 단념하곤, 다시 힘을 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희망이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 성격이 있었음에, 학년 제일의 성적과, 여자이면서도 모든이들의 신망을 얻으며, 클래스 위원으로 추대되는 품성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사토미는 재빨리1층까지 뛰어내려가서, 6개의 열쇠를 한쪽끝에서 부터 비상구 자물쇠에 차례차례 끼워넣었다. 

그러자, 이번엔 운이 좋게 첫번째 열쇠가,

「찰카닥...」

하는 소리를 냄과 동시에, 속 시원하게 문이 열렸다.

 (돼, 됐다!)

사토미는 자신의 결단력과 그에 따른 운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얼굴만 밀어넣어 안을 들여다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하려고 했다.

(...?!)

그러나 그곳에는, 다수의 남학생들이 뭔가를 찾고 있는 듯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