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 41 (39/52)

PART 41

 「그, 그게, 무슨 뜻이야?」

미치요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사토미는 움찔했다.

「음란한지 어떤지 검사하기 위해 알몸이 되라는 건, 말도 안돼. 

그런 짓을, 전혀 음란하지 않은 지극히 정상적인 여자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그래, 그런건 말도 안돼!)사토미는 자신의 생각이 정당함을 확신했다.

 「이것봐, 그건 너무 뻔뻔한거 아냐?」

그러자 오히코가 끼어들었다.

「물론, 『전혀 음란하지 않은 지극히 정상적인 여자』라면 그렇겠지만, 

사토미 넌, 지금까지 자신이 한 행동을, 자~알 돌아보는 편이 좋지 않겠어?」

거기에서 말을 멈추곤 사토미의 얼굴을 엿본다. 

「그러니까, 『지극히 정상적인 여자』가 말이야, 교탁위에서 보지를 드러내놓고 로터를 만지작거리면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 순간, 사토미의 볼이 불이 날 정도로 새빨게지며, 교실안이 폭소로 뒤덮혔다. 여자들의 신랄한 비난도 뒤섞였다. 

「그런 사람은 사토미밖에 없을 게 뻔하잖아? 아무리 강제당했다고 해도, 정상적인 여자라면 죽어도 못한다구, 그런 짓은.」

「그러긴 커녕, 속옷도 보여주지 않는다구, 보통은.」

「그래그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토미 넌 대놓고 즐기고 있었잖아.」

동성들이 조롱을 쏟아내자, 사토미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의견이 다 나온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어요, 의장?」

미치요는 계속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의장인 카오리를 향해 말했다.

「사토미의 의견대로, 체크하지 않는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모두의 의견대로, 음란체크를 한 후, 정상으로 판단되면 선서는 없었던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사토미를 포함한 모든이들의 시선이 카오리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카오리는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럼, 체크를 한 후, 만약 시로이시양의 성격이 풍기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좀전의 선서를 실행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카오리는, 침착한 어조로 말하며, 사토미를 수치지옥으로 빠뜨리는 일에 일조하고 있었다. 

 「자, 잠깐, 카오리...」

사토미는, 절친한 죽마고우의 완벽한 배신에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상대가 미치요라면, 강하게 거부할 수도 있지만, 카오리가 상대이다보니, 어떡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카오리는 사토미의 말따윈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분명, 시로이시양의 지금까지의 행동을 생각하면, 여름방학 때뿐만 아니라, 사생활 문란에 따른 비행화가 우려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아가 S고등학교의 명예 훼손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거기까지 말한 후, 카오리는 교단위의 사토미를 슬쩍 엿보았다. 

(사토미, 네가 그런 배신을 하고 있었다니... 믿었는데...)

「그리고, 지금까지 비상식적인 행동이 수없이 많았음을 생각하면, 시로이시양이 음란하다는 의혹이 생기는게 당연합니다. 

따라서, 만약 시로이시양이 그걸 부인한다면, 미치요양의 제안대로 체크를 받고, 음란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멋져~, 카오리, 청순파 아가씨로써 용서할 수 없다는 거구만, 그런 음란증은!」

「무엇보다, 카오리가 말하면, 논리정연해서 설득력이 있다니까.」

「두말하면 잔소리지. 자자 그럼, 전클래스위원인 사토미의 음란체크를 시작하자구.」

「이봐이봐, 아직 사토미는 클래스위원일껄. 뭐, 그거야 어쨌든, 체크를 해야하니, 빨리 옷을 벗어, 사토미. 얼른 벗어~.」

그 말을 시작으로, 남학생들에게서,「벗어라」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1개월만에 볼 수 있는 사토미의 누드를 앞두고, 모든 남자들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큰 손뼉소리와 함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이건 시로이시양의 성격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행하는 일입니다. 

이상한 정신자세로 구경할 사람은, 지금 당장 교실에서 나가주세요.」

 그렇게 되면, 교실에 남아있을 사람은 사토미와 카오리뿐일 게 뻔하잖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밖에 내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미소녀 우등생의 치욕쇼를 뻔히 알고서 놓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미치요가 했다면 속이 뻔히 보이는 형식치레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항상 진지해 보이는 카오리가 말하자, 진심일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게다가, 진지한 얼굴을 가장하고만 있으면, 정당한 명분으로 사토미의 치욕쇼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저 녀석... 이런 경우까지 계산하고 있었나?)오히코는 미치요를 바라보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시선을 눈치챈 미치요가, 생긋 웃는 얼굴로 회답했다. 

(치, 정말 대단하군. 뭐, 이 일에 대해선 완패를 인정하라구, 사토미. ...우리 미치요님의 존엄하신 뜻대로 말이야.)

 교실이 조용해진 것을 확인한 후, 카오리는 미치요에게 물었다. 

「체크 방법 말입니다만, 어떻게 하면 음란한지 정상인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노나카(미치요)양?」

 「예, 시로이시양이 모두 앞에서 알몸으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다음,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성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정상으로 판단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성적 반응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 탐폰(삽입형 생리대)을 사용해서, 무게가 1그램이상 증가하면 반응이 있는 걸로 간주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미치요는, 준비해 온 탐폰을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곧, 책상서랍에서 전자기구를 한개 꺼냈다. 

 「그리고, 측정은 이 기계로 하는데, 이것은, 무게를 0.1그램 단위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에... 7.2그램입니다. 즉, 이게 8.2그램이상이 되면, 시로이시양을 음란증으로 간주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시, 싫어, 그런거!」

지금까지 불안한 표정으로 상황흐름을 지켜보고 있던 사토미는, 더는 못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 함부로 말하지 마! 지, 지금, 농담하는 거지? 난 그런 체크 인정 못해!」

 사토미 입장에선 그러는 것도 당연했다. 

아무리 모두가 논의한 결과라고는 해도, 음란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클래스안의 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알몸을 보이는 창피를 당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후엔, 비부에 탐폰을 삽입해서 젖어있는 정도를 측정해야 한다. (모, 모두, 미쳤어! 카오리까지...)

 「어머나, 이건 좀 곤란한걸.」

전혀 곤란하지 않다는 어조로 미치요가 말했다. 

「학급회의에서 미해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하는 거였죠, 의장?」

 「에... 그 경우엔, 학생회에 중재신청을 하게 돼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학생회에서도 해결이 안된 경우엔 어쩌죠?」

 「그럴 경우, 긴급학생총회가 소집되고, S고등학교 전교생의 다수결에 따르게 됩니다. 

그 결과에 어떤식으로든 이의가 있는 사람은, 담당교사를 통해서, 교직원 및 학생회와 협의를 하게 됩니다.」

 「흐음, 그렇군요~, 정말, 우리학교는,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구나~」

미치요는 자못 감탄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지만, 정말로 그 교칙을 몰랐는지는 심히 의심스러웠다. 

 「그럼 사토미는, 1명의 학생 자격으로, 학급회의 결과에 불복해서, 이 일을 학생회에 중재신청 하게 되는 거네? 

근데, 그렇게 하면, 왜 2학년 1반이 사토미를 음란할 거라고 추정했는지, 자세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학생회도 중재할 수 없겠네? 

그렇단 얘기는, 지금까지 사토미가 한 부끄러운 행동을 기록한 사진들이랑, 풀장에서 한 선서를 녹음한 테이프를, 

이번엔 2학년 1반의 클래스위원 자격으로 제출해서, 사진, 테이프를 학생회의 모든 임원들이 회람하게 한다는 거네? 

어머나~, 그런 부끄러운 모습, 다른 클래스 애들한테 보여줘도 괜찮은가 보지?」

미치요는 단숨에 거기까지 말한 후 일단 말을 끊고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그치만, 학생회에서도 역시 사토미는 음란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사토미는 당연히 불복해서 받아들이지 않을 테지? 

그렇게 되면 다음은 긴급학생총회니까, 전교생을 소집한 다음, 거길 노출해놓고 가버린 사진을 보여주면서, 

『전 음란하지 않아요!』라고 호소하는 건가? 모두가 네 말을, 믿어주면 참 좋겠다~, 사토미. 

뭐, 나 같으면, 그 테이프랑 하반신 노출해놓고 수업받고 있는 사진까지 보여주고서, 그래도 모두가 믿어줄거라 자신하긴 힘들 것 같지만.」

 「.....」

사토미는 다시 모든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아무 반론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상식적으로, 모두 맞는 말이었다.

 물론 전교생에게 대놓고, 방송규정에 어긋나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야 없겠지만, 

최소한 그 판정을 하는 객관적인 입장의 제삼자 - 아마도 학생회 멤버 - 인, 각 클래스의 클래스위원과 부위원에게는, 

사토미의 치욕적인 기록들을 하나하나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 그런거, 절대 못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역시, 아무리 발버둥쳐도 창피를 안당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사토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뭔가, 뭔가 방법이 없을까? 포기하면 안돼...)

 「그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 사토미 대신에, 카오리가 입을 열었다. 

(카오리...?)생각치도 못한 도움의 손길에, 사토미는 얼굴을 들고서 카오리를 응시했다. 

「시로이시양이 거기까지 각오가 돼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카오리?)예상과는 다른 말이 이어지자, 사토미는 당황스러워 했다. (서, 설마, 아닌가...?)

 「틀림없이, 시로이시양은 음란증으로 체크를 당해서, 모든 클래스메이트들에게, 확실한 증거를 잡히는 게 두려운 겁니다.

그래서, 학생회에 중재신청을 하겠다고 하는 거죠? 

그렇게 우기면, 2학년 1반이 학교에서 망신을 당하는 걸 우려한 모두가, 별다른 근거없이, 시로이시양은 음란증은 아니라고 해 줄거다...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그런가요, 시로이시양?」

 「카, 카오리까지, ...너, 너무해, 무슨 소릴하는 거야?!」

사토미는 이번에야말로 카오리의 배신을 확실히 깨닫고는, 거세게 저항했다. 

「전 음란하지 않습니다. 보이고서 느끼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 이상 모욕하면 당신을 고소하겠습니다.」

오오옷~ 마지막 말에 교실안이 크게 술렁였다. 

사토미와 카오리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둘도 없이 절친한 친구 사이가,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체크를 받아도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겠군요.」

카오리는, 주위의 소란은 신경쓰지 않는 듯, 시원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음란하지 않다면, 체크를 받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여기 클래스메이트들한테는 어차피 알몸을 보이게 되니까? 

그렇다고, 굳이 중재신청을 해서, 다른 학생들한테까지 부끄러운 사진을 보이겠다는 건 음란증에 대한 의혹을 더 강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

 (이야~, 기대이상으로 효과가 큰 걸, 굉장한 인재를 아군으로 만든 거 같은데?)

미치요는, 카오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활약에 감탄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의 원한이란 정말 무섭네... 뭐, 여긴 당분간 자기한테 맡겨두라는 건가?)

 「그, 그건...」

사토미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엔 친구의 배신에 당황해서가 아니라, 카오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논객(論客)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 어쨌든, 전 음란증이 아닙니다...」

사토미는 논리적인 대응과는 거리가 먼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시로이시양이 음란증인지 아닌지, 지금부터 체크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토미의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한 카오리는, 절친한 죽마고우의 수치쇼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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