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새로운 가족
자그마한 방안이다.
은은한 실내 등이 비추고 있어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다소 어둡다.
재현은 방안을 죽 둘러 보았다.
사실, 둘러 볼 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작은 방이었으니까...
방안에는 정 가운데에 놓여 있는 침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침대위... 한 여인이 누워 있었다.
주홍색의 불빛이 여인의 나신에 반사되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재현의 눈은 본능적으로 여인의 나신을 훑어갔다.
섬세하고 여린 선안에 자리잡은 또렷한 이목구비.
비스듬히 누워 있음에도 원형을 잃지 않고 있는 두 개의 살무덤.
잘록한 허리 아래도 급격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둔부.
그리고, 그 중심의 검은 수풀....
여인의 피부는 주홍색의 불빛을 마치 본래의 색인 듯 흡수하였다가 다시 뿜어내고 있었다.
쿵쾅거리는 박동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려 퍼져 나간다.
재현은 붙박힌 듯 꼼짝도 않고 서서 튀어 나올듯한 눈으로 여인을 보고 있다.
재현과 여인의 시선이 공중에서 불꽃을 튀겼다.
눈, 그 깊고 서늘한 두 눈동자.
여인이 손을 들어 유혹하듯 흔들린다.
여인의 붉고 도톰한 입술이 열리고 혀가 그 주위를 한번 쓱 훑고 사라졌다.
"민욱아, 어서.... 이리로... 엄마에게로 오렴..."
여인이 부른 것은 분명 민욱이란 녀석인데 어째서 자신이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재현은 최면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여인을 향해 다가섰다.
여인의 주홍빛 나신이 좀전보다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여인은 나른한 듯하면서도 섹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아래, 아담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언덕위에 빼꼼히 고개를 들고 있는 유실이 있었고,
좀더 아래에는 앙증맞은 배꼽 밑으로 역삼각형으로 퍼져 있는 짙은 음모가 보였다.
벌써부터 끊어질 듯 팽창해 있던 재현의 몸이 쉴새 없이 아래 위로 끄덕거렸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몸에도 옷이라고 불릴만하 것은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다.
"하아... 그렇게 보지만 말고..."
여인이 팔을 뻗어 재현을 가볍게 끌어 당겼다.
재현은 허수아비라도 되는 듯 너무도 쉽게 여인의 나신위로 무너져 내렸다.
재현과 여인은 말없이 서로의 몸을 더듬었다.
재현은 그녀의 입술을 덮치고 두손으로 부드럽게 젖가슴을 애무했다.
검지와 중지 사이로 단단한 유실이 느껴졌다.
"아학..."
여인의 입에서 쾌락을 실은 비음이 터져 나왔다.
여인의 혀가 재현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탐험이라도 하는 듯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동시에 그녀는 뻣뻣하게 굳어진 재현의 육봉을 움켜쥐었다.
"으윽..."
여인이 손톱끝으로 고환을 살살 긁어대자 재현은 더 이상 참을수 없었다.
즉시 여인의 손을 떼어내고 귀두 끝을 질구에 갖다대고는 그대로 허리를 밀었다.
"아흑... 아파... 살살해 민욱아..."
여인은 사전 애무도 없이 거대한 물건이 질벽을 밀고 들어오자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재현의 허리를 양다리로 감싸안았다.
습기가 부족한 질 내부는 빡빡해서 삽입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욕정에 휩쓸린 재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더욱 세게 밀어댔다.
그 좁은 터널을 재현은 사력을 다해 파고 들어갔다.
"윽... 으으..."
절반도 채 들어가기 전에 질벽의 조임과 생살의 부딪힘에서 오는 쾌락에 사정할 것 같았다.
재현은 밀려오는 쾌락을 최대한 억제하며 필사적으로 조금씩 밀고 들어갔다.
마침내 귀두끝이 자궁입구에 닿는 것을 느끼며 재현은 사정하기 시작했다.
하반신에서 퍼져오는 급격한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재현은 눈을 떴다 다시 감았다.
'제길, 이 나이에 몽정이라니... 아니, 이놈의 몸뚱아리는 17살인가...?'
사정의 쾌감뒤에 따라오는 불쾌감. 몽정을 하고 난 뒤에 항상 느끼는 감정이다.
팬티안에 손을 넣어 보았다. 온통 욕망의 찌꺼기 투성이다.
왠지 께름칙 했다.
몽정이라니... 게다가 대상이 앞으로 어머니라 부르며 지내야 될 여인이고...
'참, 팬티는 어떻게 처리한다... 음, 몰래 싸서 갖다 버려야겠지...?'
뒷처리를 걱정하며 다시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던 재현은 기겁을 했다.
"으히익.... 누... 누구....?"
누군가가 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몸밖으로 심장이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 안고 누군가 확인해보니 강민지였다.
민욱보다는 1살 많은 여고 2학년이 되는 누나였다.
민지는 얼굴의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재현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쳐다보았다.
"흐음... 뭘까? 마치 몽정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던데...
뭐, 상관 없겠지. 엄마가 밥 먹으러 내려오래."
민지는 여고생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말을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고
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재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민지가 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을 재현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민지가 행한 일련의 행동들이 그의 사고 방식안에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형제 자매가 없어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뭐야? 원래 누나라는게 저런건가...?'
의문이 꼬리를 물고 피어 올랐지만 애석하게도 답을 구할 수가 없었다.
요 며칠간 걱정에 눌려있던 선미의 얼굴에 간만에 화색이 돌았다.
처음 민욱이 사고를 당했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기절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신혼때는 그러지 않았었는데 지위가 높아감에 따라 늘 바쁜 남편이다.
다른 집들에선 엄마와 딸이 친구처럼 잘만 지내던데,
자신의 딸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평소 말 수가 적은 딸에게는 선뜻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 선미의 관심은 민욱에게 쏠리 수 밖에 없었다.
누나와 달리 엄마가 말을 걸어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준다.
전업 주부인 선미에게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반대하는 남편을 설득해 오토바이를 사주도록 힘을 쓴 것도 선미였다.
물론, 사고가 날 줄을 몰랐지만...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는 남편과 딸을 보고 있자니 어서 아들이 내려왔으면 싶다.
아들을 기다리느라 수저도 들고 있지 않은 선미의 눈에 풀이 죽어 어깨가 축 늘어진 아들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민욱아, 왜 그러니? 아직도 많이 아파?"
선미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아들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에, 아... 아니요. 이제 괜찮아요."
아들은 얼굴이 벌개져서는 우물거린다.
선미가 뭐라 더 말을 하려는데 묵묵히 있던 남편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퇴원 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렇겠지. 그보다..."
공기에는 아직 밥이 남아있지만 식사를 마쳤는지 수저를 놓고 남편은 말을 이었다.
"앞으로 오토바이는 금지다. 왜 그런지는 너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평소 과묵한 남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긴 말이었다.
선미는 남편을 힐끗 보고는 어깨가 더욱 움츠러드는 아들을 연민이 담긴 눈으로 보았다.
"예... 알겠습니다."
아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한다.
그 모습이 더욱 애처롭다.
"그래, 민욱이도 많은 걸 느꼈을 거야. 충분히 반성하고 있을 테니 당신도 그만해요.
자, 민욱아 어서 수저 들어..."
남편은 아들을 감싸고 도는 선미를 나무라는 듯 한 번 쳐다 보았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아들이 수저를 들어 밥을 푸자 선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화사하게 웃으며 그 위에 반찬을 얹
어 놓았다.
"민욱아, 이것좀 먹어봐. 아주 맛있어."
"아, 예..."
아들은 조용히 식사만 하고 있는 누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민지는 자신과 상관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식사만 계속한다.
선미는 아들이 왜 누나의 눈치를 보는지 궁금했지만 물어 보진 않고 식사만 재촉했다.
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방으로 돌아가자 그제까지 말없이 있던 민지도 민욱을 잠시 응시하고
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선미는 자신도 일어나서 출근하는 남편과 보충 수업 때문에 학교에 가는 딸을 배웅하고는
얼른 식탁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아들은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선미는 아들의 반대편에 앉아서 식사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던 아들이 오늘은 유난히 부끄러워 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민욱아, 기운내. 필요한 것 있음 언제든지 엄마한테 얘기하고, 오토바이만 빼고..."
선미는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는 아들의 뒤에 대고 말했다.
아들은 고개를 돌려 잠시 자신을 바라보곤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선미는 아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방으로 돌아온 재현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아침의 일 때문에 민지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제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는 것 같
다. 자신이 민욱이가 아닐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미안한 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현은 주어진 이 기회를 최대한 잘 살리고자 다짐했다.
안될 것도 없지 않은가?
재현은 거울 앞에 서서 어제 밤늦게 까지 반복했던 자기 최면을 계속했다.
'난, 강민욱이다. 난, 강민욱이다....'
이런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근 30년간을 함께했던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으로 바꾸는 일이 그리 간단하진 않을것이다.
식사때만 해도 연신 민욱이라 부르며 챙겨주는 여인을 똑바로 보지 못 했었다.
물론, 거기에는 꿈의 영향탓도 있긴 했지만...
어쨋든 재현은 자신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민욱이란 이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라 생
각했다. 부유한 가정에 아름다운 어머니의 관심...
지금의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며 재현은 자기 최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난, 강민욱. 나이 17세. 아버지느 공무원. 어머니는 전업주부. 누나는 명문 사립여고 2학년에
올라감. 난, 강민욱. 3월에 고교 진학 예정....'
"왁!!"
지혜가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는 민지 뒤에서 갑자기 등장하며 놀래켰다.
하지만, 지혜에겐 불행하게도 민지는 놀라는 척도 하지 않는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김이 빠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뭘 그렇게 생각해?"
지혜가 민지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어온다.
민지는 언제나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단짝인 지혜를 보며 말한다.
"그냥, 이것저것."
지혜는 무언가 더 묻고 싶은 눈치지만 자신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입을 다물었다.
민지는 동생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었다.
뭔가 딱히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동생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큰 사고를 낸 데다가 피해자가 죽었으니 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렇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
지만 어제 집에 온 동생을 보며 그것과는 다른 무엇을 느꼈다.
어머니는 모르고 있지만 자신과 동생이 담을 쌓고 지내온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동생이 고민을 토로해 오기도 하고 그랬다.
물론, 자신이 한 일이래봤자 들어주는 것 외엔 없지만...
어머니는 동생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기뻐서 눈치를 못채고 있는 것 같던데,
자신이 보기에는...
별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동생의 그 눈빛...
예전과 달랐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데...
'훗, 내가 너무 신경과민에 빠졌는지도...'
민지는 피식 웃고 동생에 관한 고민을 잠시 접어두었다.
어차피 계속 지내게 될 텐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은 들어날 일이다.
그보다는 강아지마냥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지혜와 놀아 주는 일이 더 시급했다.
민지가 고개를 돌려 바라 보자 지혜의 얼굴 가득 퍼지는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야설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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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의 문 게시판 3382 번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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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dorin 글쓴때 2000-02-01 오후 10: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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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인생(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