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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덤으로 받은 인생 (2/7)

제 1장 덤으로 받은 인생

어둠.

오직 어둠 뿐이다. 빛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완벽한 어둠 속에 재현이 서 있다. 

짙은 흑의 장막이 두려움으로 재현에게 다가 온다.

'응? 여기는 어디지? 내가 왜 이런곳에 있는 거야?'

짐작가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문득 눈을 떠 보니 이곳이다. 재현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양 무릎사이에 고개를 묻었다. 

오토바이에 받친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자신이 왜 이런곳에 있는지는 알길이 없다.

얼마간을 그러고 있었을까? 재현은 안되겠다 싶어 무작정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방향은 가늠할 수도 없었지만 걷는 그 자체가 목적인양 걸어갔다. 

그때였다. 저 멀리에 한 점 빛이 보인것은...

재현은 뛰기 시작했다. 생각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것. 우선이 이 기분나쁜 곳을 빠져 나가는게 급선무였다. 혹시라도 빛이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 재현은 젖먹던 힘까지 다 해서 뛰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 숨이 차면 걷고 하기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빛에도 다가간 것 같아서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고 다시 뛰려 할 때 재현은 섬찟한 그 무엇이 뇌를 관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입술같이 생긴 거대한 무언가가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짙은 어둠속에서 재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여인의 성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것이 놀라운 빠르기로 다가오자 재현은 잠시 주춤하더니 빛을 향해 뛰었다. 

재현의 생애 다신 없을 속력이었다.

빛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터널의 입구와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재현은 기쁨에 휩싸여 막 터널을 벗어나는 순간 뒤를 돌아 보았다.

밝은 빛아래 그것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것은 여인의 성기였다. 단지 몸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성기 그 자체만이 기다랗고 빳빳해 보이는 마치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며 재현을 덮쳐왔다.

그것의 기괴한 모습에 순간 당황한 재현은 꼼짝도 못하고 망연자실 서 있었다.

재현의 몸이 대음순을 가르고 소음순 안에 숨겨진 질구로 빨려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가려 몸부림쳤지만 그것이 죄어오는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

재현의 머리가 따뜻하고 촉촉히 젖어 있는, 하지만 끊이 없이 수축이완을 반복하며 죄어오는 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재현은 정신이 아득해 짐을 느꼈다.

그것은 재현을 점차 삼켜 들었고, 이내 재현의 몸이 사라졌다.

재현은 눈을 떴다.

끔찍한 악몽이라고 해야 하나... 어찌됐든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꿈이었다.

재현의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끈적끈적 거렸다.

끈적끈적함 속에서 고통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으으... 왜 이렇게 아픈 거야...?'

재현은 자신이 오토바이에 받힌 것을 떠올렸다.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초점이 잡히자 주위를 둘러 보았다.

창 밖이 어두운 것을 보니 밤인 것 같다.

'흠,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지? 분위기로 봐선 병실같은데...'

일어서려다 따끔한 통증이 왼팔에서 느껴지자 내려다 보았다.

왼팔에는 링겔 주사가 꽂혀 있었다.

'아, 병원이 맞나 보네... 근대 여긴 개인 병실 같은데... 설마 친구놈이...?'

재현은 피식 웃었다. 친구놈의 사정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그에게 개인병실의 입원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재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여기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재현이 무릎을 탁 쳤다.

'그렇게 된거군. 그 오토바이의 주인 녀석집이 상당히 잘 사나보군...'

생각할수록 그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

'뭐, 그렇담 느긋이 즐겨주지...'

몸상태를 보아하니 크게 어디가 잘못된 곳도 없는 것 같다.

링겔이야 영양제이니 더 생각할 꺼리도 못되고...

'아참, 머리를 부딪혔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재현은 손을 들어 머리를 확인해 보았다.

붕대에 감긴 곳도 없고 말짱했다.

재현은 도로 자리에 누우며 사고 당시의 상황을 반추했다.

횡단 보도에서 파란불일 때 오토바이가 와서는 그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크게 다친 곳도 없다. 재현은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여기 저기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좀 있으면 그 녀석의 부모가 와서 백배 사죄하고는 합의를 부탁할 것이다.

자신은 못 이기는 척 합의하며 치료비용 외에 조금만 얹져 받으면 되는 것이다.

악독한 성격이 못되는 재현은 한 목 챙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 동안이라도 끼니 걱정을 안 할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재현은 받은 돈으로 무엇부터 사 먹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며 다시금 잠속으로 빠져든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날이 밝아 있었다.

병실의 풍경은 잠들기 전과 바뀐 것이 없었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재현은 자신의 오른손을 꼭 쥐고 침상위에 엎드려 잠이 든 여인의 머리 카락을 보고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머리 카락에 뭍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응? 이 여자는 누구지?'

재현은 즉시 자신에게 간병을 해 줄만한 여자가 존재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것도 떨어질 새라 이렇게 손을 꼭 쥐고...

결과는 아니었다. 

학창시절에는 아르바이트에 치여서, 졸업후에는 취직에 목을 매달고 사느라 그에게는 여자를 접해볼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여자와 섹스를 해 본 것은, 군대가기 전에 선배가 데려간 미아리의 직업 여성과, 그것도 단 한 번이 전부이다.

재현은 깨워서 물어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어차피 내버려 두어도 시간이 지나면 깰 것이다.

잡혀있는 손 때문에 거동이 약간 부자연 스러웠지만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그보다는 여인의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머릿결 사이로 풍겨오는 은은한 방향이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손가락을 조금 꼼지락거려 보았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매끄러움이 전해져 왔다.

재현은 링겔 주사가 빠져 나가 자유로와진 왼팔을 들어 여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었다.

'사르르'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착각속에 여인의 머리카락이 손을 빠져 나갔다.

'흠, 굉장히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네. 여자의 머리카락은 원래 이런건가...?'

조금 대담해진 재현은 재미난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질리지 않고 여인의 머리카락을 이리 저리 쓸어 보았다.

"으응...."

얼마간을 그러고 있었을까?

재현은 여인이 깨어 날 듯한 기미를 보이자 얼른 왼팔을 거두고 원자세로 돌아갔다.

여인의 고개가 서서히 들려지고 이내 얼굴이 들어났다.

잠의 여운을 만끽하는 듯 잠시 멍하고 있던 여인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재현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머, 깜빡 잠이 들었었나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인은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하지만, 재현의 머리속에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저 정도의 미인을 잊어 버릴리는 없는 것이다.

'누굴까...?'

상념에 잠겨 있는 재현을 보던 여인은 그제서야 재현이 깨어 났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와락 껴 안는다.

"민욱이 깨어 났구나...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는 했지만 엄마는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오른쪽 어깨에 부드러운 살무덤이 와 닿은게 느껴졌다.

재현의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민욱? 엄마?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 여자는 누구고....?'

이 의외의 사태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재현은 무언가 물어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입을 열려 했다.

"저..."

"아아, 기뻐. 민욱이가 깨어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얼른 아빠한테 알려줘야 겠다.  민욱이 잠시만 기다려. 전화하고 금방 다시 올게..."

재현이 여인의 속삭포 같은 말에 어리벙벙해 있는 사이 여인의 재현의 뺨에 자신의 볼을 비비고는 방을 나갔다.

타이밍을 놓쳐서 질문도 하지 못한 재현은 잠시 멍 하고 앉아 있다가 벽에 걸린 거울을 보고는 그 쪽으로 발을 옮겼다.

'뭐야? 내가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생긴거야, 도대체...'

거울앞에 서서 거울을 들여다 보던 재현은 깜짝 놀랐다.

"으--악, 저 녀석은 분명히 그 때의...."

자신의 얼굴은 어디로 가고 재현을 오토바이로 들이 받은 그 녀석의 얼굴이 거울안에 있었다. 재현은 정신이 아득해 짐을 느꼈다.

자신의 신상에 무언가 이해못할 일이 생긴 것 같다.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픈 것을 보니 꿈은 아닌 모양인데...

재현은 현재의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재현은 침상위로 몸을 털석 던지고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 올려 보았다.

여인은 말한대로 금방 돌아 왔다.

아까의 기뻐하는 기색은 다소 사그라 들고 대신 조금은 엄숙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여인은 그 간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재현은 울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다.

여인의 말에 따르면, 이 민욱이란 녀석이 들이 받은 청년이 죽었다는데, 그 청년은 바로 자신이 아닌가...

재현은 머리 속이 뒤죽박죽 실타래처럼 얽혀 드는 것을 느끼고는 잠속으로 도망쳐 갔다.

이틀간을 더 병원에 머물면서 재현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려 무던히 애를 썼다.

오토바이에 받혀서 죽은 것은 자신이고 상처도 거의 없이 멀쩡한 것은 그 녀석이다.

그런데, 사실인 즉슨 재현이 민욱이라는 녀석의 몸속에 들어와 살아 있고 그 녀석은 대신 죽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이 안나오자, 그냥 편히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재현이라도 좋고 민욱이라는 녀석이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마음이 있고 육체가 있으며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껏해야 피죽이 조금 상한 것일 뿐이 재현, 아니 민욱은 곧 퇴원했다.

그리고, 그 여인의 가정으로, 이제는 자신의 집이 될 그곳으로 여인과 함께 떠났다.

적당한 긴장과 흥분에 호기심과 설레임이 버무려진 마음으로 재현은 그곳으로 들어섰다.

-야설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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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의 문 게시판 3322 번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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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dorin 글쓴때 2000-01-28 오전 04:02:59 

I P 운영자만 보임 조회 688 

제 2의 인생 (2장) 

미흡한 글을 또 올립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떠오르는데 세부묘사, 특히 여성의 심리묘사부분이 너무 어려워 진행시키는데 무리가 따르는 것 같읍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글이니 끝까지 가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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