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부 >
그날 밤...
상민의 집 안방에서는 남자의 헉헉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혼자 자위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게 헉헉대는 소리가 들려온지 3분여.. 이내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드르렁거리는 소리가 온 집안을 쩌렁저렁 울려댔다. 정란은 잠든 남편 곁에서 빠져 나와 타월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이내 쏴아 하는 물줄기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고 화장실 안에서는 자신의 몸 안에 뿌려진 액체를 걷어내고 있는 정란의 웅크린 모습이 보였다.
너무나도 단조로운 섹스. 물론 남편이 섹스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남자를 모르던 때에 남편을 만나 지금까지 살면서 모든 것이 남편 중심이었고 그냥저냥 남들도 이렇게 섹스하고 살아가나보다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던 정란이었다. 거기다가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상민을 갖게 된 정란은 임신 기간 동안에는 남편의 접근을 거부했고 심지어는 오랄이나 다른 애무를 해주는 것조차 할 줄도 몰랐고 그렇게 할 수 있는지도 알지도 못했다. 정란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상민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부부 사이에 섹스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월례 행사가 되어 버렸고
그것도 몇 년 지나지 않아서는 분기 행사, 반기 행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굳이 섹스를 해야 할 필요성도, 그 속에서 오는 쾌감이나 기쁨도 전혀 알지 못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려니 하며 그저 부부 사이에 태어난 상민이가 희망이었고 기쁨이었다. 섹스를 굳이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상민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거기서 기쁨을 찾았고 상민이를 잘 키워보려는 욕심이 부부가 같이 맞벌이로 나가게 된 배경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섹스는 거의 없는 (진짜 기적적으로 남편이 요구할 때는 아내로서의 의무감으로 응대를 했지만) 부부로 살게 된 것이다. 오늘도 사실 전혀 마음에는 없었지만 남편이 상민이의 듬직한 모습도 봤고 오랜만에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보자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마지 못해 응했건만 역시나 남편은 채 5분도 넘기지 못하고 혼자서 즐기다가 혼자서 끝내고 벌러덩 자빠져 잠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런 남편을 약간은 한심한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정란은 갑자기 그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이 남편이 아니라 박병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상민이의 학교 선배인 태식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말 뜬금없이 떠오른 상상이었다. 갑자기 몸에 소름이 쫘악 오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고 앞으로도 없을 일이다. 지난 번에는 분명 자신이 무엇인가에 홀린 게 분명했다. 박병장은 자신을 가져보려고 커피에 약을 탔을 것이고, 태식이는 자신이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을 겁탈한 나쁜 놈이고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안일어날 일이며 한 번 더 이런 일이 생길 경우에는 반드시 거부하리라 마음 먹었다.
이튿날 아침 분주하게 출근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그 시간에 정란의 스마트폰에서 카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침부터 누구지?-
정란은 카톡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출근준비를 서둘렀고 남편이 먼저 출근을 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정란도 옷을 챙겨 입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면서 아까 왔던 카톡을 확인했다.
[상민 어머님, 잘 주무셨습니까?]
[대답이 없으시네요?]
[벌써 저에게 질리신 겁니까?]
[딴 남자가 생기셨나봐요?]
[제가 연락드린다고 말씀 드렸던 것 같은데 왜 답장을 안해주시죠?]
[자꾸 제 연락 피하시면 저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정란은 혼란스러웠다. 왜 자꾸 박병장이 자기와 연락을 하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연락을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장을 보냈다.
[저 지금 출근중이라 바빠요. 그리고 이제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
답장을 보내자마자 바로 답신이 또 왔다.
[상민 어머님, 자꾸 절 피하시면 진짜 곤경에 빠지실지도 모르는데 그러실 건가요? 저한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입니다.]
-비장의 무기? 그게 뭐지?-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에요? 연락하지 마세요.]
정란은 박병장이 말한 비장의 무기가 뭔지 궁금했지만 이 말에 넘어가서 반응을 하게 되면 또 박병장의 장난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자 확실하게 박병장과의 관계는 끊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박병장의 연락처를 지우고 카톡도 차단을 시켜버렸다. 이렇게 하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두 번 다시 연락할 일도, 만날 일도 없으리라. 아들도 이제 군대에 적응을 잘 한 것 같으니 더 이상 박병장에게 쩔쩔 맬 일도 없을 것이고 다 큰 성인이니 이제 제 앞길은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아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단호하게 마음을 굳혔다.
정류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출근길을 서두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란도 길게 늘어선 줄에 자리를 잡고 버스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정류장에서는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 음성이 나오고 정확하게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벌써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이 버스를 보내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 회사에 지각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란은 사람들 틈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들어가 뒷문쪽에 자리를 잡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엉켜있다 보니 버스가 브레이크를 밟거나 가속을 할 때마다 이리저리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정란도 같이 넘실대는 파도를 타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팔이 쉽게 피곤해졌지만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실례를 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단단히 손잡이를 움켜 쥐었다. 그 때였다. 누군가 자꾸 자신의 엉덩이를 스치듯 만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든 것은... 처음에 버스를 탈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서로 부비부비, 이리저리 부딪히는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두 어 정거장을 지나면서 자신의 엉덩이를 통해 느껴지는 감촉은 밀리는 사람들로 인해 느껴지는 그런 감촉이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그걸 저지하거나 뭐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그저 정란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몸을 살짝이라도 움직여 닿아 있는 손을 피하는 것 뿐이었다. 하필 오늘같은 날, 정란은 얇디 얇은 원피스를 입고 나왔기 때문에 투피스 치마와는 재질이 달라서 너무나도 쉽게 촉감이 전달되어져 온다는 것이었고 언제라도 옷의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유별나게 평상시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동선이 겹치다보니 자신의 옷차림에 신경을 쓸 틈도 없었고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어도 앞뒤좌우로 꽉 막힌 사람들의 사이에서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란은 자꾸 자신의 엉덩이를 쓰다듬는 손이 불쾌했다. 분명 남자의 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칠고 투박한, 여자손의 느낌과는 확실히 다른 그런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자유롭게 배회하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고개 조차 제대로 돌리기 힘들었고 뒤에 서 있는 남자가 금방 그 행위를 멈춰주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진 채로 견딜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여기는 버스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대담하게 그런 성추행을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만 참으면 곧 끝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란의 작은 소망은 부질없는 소망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엉덩이를 스치듯 만지던 손이 이제는 점점 대담하게도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것이 아닌가?
-흡..-
정란은 속으로 놀람과 신음성을 삼키면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제발 더 이상 행위를 멈추고 그만 비켜달라는 정란의 몸짓이었다. 그러나 뒤에 서 있는 남자는 그럴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이제는 대놓고 두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잡아 움켜쥔 그 손은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자신을 희롱했다. 그러다가 양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것을 멈추었다. 정란은 이제 그만하려나보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에 그 손이 슬며시 옆구리 쪽을 지나 자신의 배를 감싸안듯 다가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엉덩이 쪽에는 남자의 앞섶이 다가와 비벼지기 시작했다. 정란은 속으로 너무나 놀랐지만 어떻게 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정란을 뒤에서 끌어안듯 안은 남자의 손이 이제는 천천히 원피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설마 여기서....?-
-아냐, 아닐거야. 여기는 버스 안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구. 제발 여기서 멈춰줘!!-
정란은 속으로 절규를 했지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원피스 치맛자락이 아주 천천히 위로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무릎 약간 위까지 내려와 있던 원피스 끝자락이 조금씩 들려지면서 자신의 허벅지가 드러났다. 알록달록한 장미 그림이 그려진 스타킹이 사람들 틈 사이로 간간히 비춰지는 아침 햇살에 빛이 나고 있었다. 정란은 너무나 부끄러웠다. 도대체 누가 이러는건지 알아야했다. 원피스 끝자락이 허벅지 위로 3분의2쯤 올라갔을 무렵 한 손이 원피스를 그대로 쥐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한 손이 순식간에 자신의 다리 사이로 들어와 손바닥 전체가 자신의 팬티스타킹 위 계곡이 만나는 지점을 덮었다.
-헉!! 안돼!! 이제 진짜 더 이상 안돼! 여기서 빠져 나가야 해!! 어떡하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정란의 마음속 바램과 외침은 저 멀리 날아가고 남자의 두툼한 손바닥이 자신의 음부를 비비기 시작했다. 정란은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워낙 많이 밀려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남자가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남자의 손이 한참을 비벼대자 정란의 의지와는 다르게 정란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래가 왠지 모르게 열기가 점차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그러나 정란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정류장을 거쳐갈수록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회사까지 가려면 다섯 정거장을 더 가야 한다.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그 전에 이 사람과 떨어질 수 있을까?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정란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남자의 손길은 점차 대담해져서 이제는 자신의 음부를 덮고 더듬던 손이 위로 올라오더니 팬티 스타킹 끝부분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정란은 그 남자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는 정란의 표시이자 의지였다. 물론 이 상황 자체가 정란이 허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억센 남자의 손이 결국 정란의 손이 붙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킹 속으로 쑤욱 들어와 팬티마저 우습게 만들고 그 속에 떠억하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가 정란의 음부에 나 있는 털을 이리저리 헤집더니 이내 가운데 골짜기로 진입했다.
아직 완전히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정란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요즘 갑자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운명의 신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순간 정란의 몸이 움찔하며 휘청거렸다. 남자의 손가락 하나가 자신의 보지 속살을 가르고 들어온 것이다. 언제 불러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엄마~ 하는 소리가 자신의 마음 속 중심에서부터 울려퍼졌다. 남자의 손가락은 정란의 질 속을 파고 들어 서서히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면서 정란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정란의 다리는 눈에 띄게 후들거렸다. 마치 한겨울에 겨울비를 흠뻑 맞고 집에 들어온 어린 아이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때 정란의 귓가에 뜨거운 입김이 느껴지며 소근소근거리는 말이 귀에 들려왔다. 정란은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되어 버렸다.
[상민 어머님, 자꾸 연락 피하시면 곤경에 처하실 거라고 말씀 드렸을텐데요...]
이 목소리는.... 박병장이었다. 어떻게 자신과 같은 차를 탄 것이지? 분명 줄을 서 있을 때에도 박병장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