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04부 > -썩은 동앗줄- (9/24)

< 04부 > -썩은 동앗줄-

첫 재판이 있던 날로부터 일주일 쯤 지난 어느날

그날도 운동시간에 운동장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형진의 옆에 둘째 형님 이경준이 와서 앉았다.

"왜 항상 이러고 있냐, 형진아. 좀 걷고 그래. 사람이 안 움직이면 점점 우울해진다."

"네..."

"이번에 출정 갔을때 태준 형님이랑 인사했다면서?"

"아..네..."

"얌마 그런 일이 있으면 재깍재깍 형님한테 말씀드리고 그래야지, 임마."

"죄송해요."

"....뭐 전에도 태준 형님 본적 있다면서 면회실에서."

"네."

"어머님 면회오셨을 때냐? 하긴 너 면회오는 사람은 어머님 밖에 없더만."

"네."

"굉장히 미인이시라고 태준형님이 놀랐다고 그러더라."

"....."

"그 형님 여자 장사도 꽤 하셨는데 그 분이 그렇게 평할 정도면 굉장한 미인이신가보네?"

"...."

"너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겠냐. 홀몸이시라믄서."

"네.."

"너 감방에서도 이러고 궁상떨고 있는거 보면 에휴...말을 말자."

둘째형님은 그러고도 한참을 옆에 앉아있었다. 형진이 얼핏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계속 꿰뚫어보듯이 형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진은 할말도 없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좌불안석이었다.

잠시후 30분의 운동시간이 끝나자 형진은 겨우 그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인혜는 일 때문에 형진의 첫 재판에 가지 못한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국선 변호사로부터 형식적인 전화 설명은 들었지만 역시 자신이 직접 가봐야 했다고 느꼈다.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자신.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 너무 한스러웠다.

면회를 가보아도 형진은 재판에 대해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형진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재판 뿐만 아니라 뭔가 굉장히 안좋은 일이 형진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대학에 간 이후로 밝아지고 있던 형진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형진이 힘들게 보내고 있다는 것은 그녀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해야할지 알수가 없었다. 형진은 좀처럼 속내를 터놓지 않는 아이였고, 인혜는 그저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다시 중학교때까지의 얌전하지만 구김살 없던 모습으로 돌아와주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느꼈던 무력감이 다시 그녀를 덮쳐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가 받는 고통은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텅빈 집안에서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가 와있었다. 발신자는 놀랍게도 민석이었다.

'저 퇴원했어요. 합의 관련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좀 있어서요. 시간 언제 괜찮으세요?

가능하면 부모님 안 계신 낮 시간에 저희 집에서 뵙고 싶은데요.'

다음날 인혜는 형진에게 면회를 갔다.

"합의가...어쩌면 잘 될수도 있을 것 같아. 내일 이야기해보기로 했는데.....

 아무튼 좋은 생각만 하면서 기다려줘. 엄마가 최선을 다할께."  

인혜는 이것이 형진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왠지 민석과 단둘이 만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형진 역시 그런 이야기는 묻지 않았다.

대신 형진은 예상치 못한 부탁을 했다.

"집에 있는 엄마 사진들 좀 보내줘. 다음에 면회올 때 가지고 와서 영치품으로 넣어주면 돼."

"사진? 어떤 사진? 왜?"

"그냥...집에 있는 엄마 사진 아무거나...가능하면 많이...힘들 때 보고 싶어서."

순간 인혜의 눈에서는 참던 눈물이 왈칵 흘러나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말하지 안 하는 애가....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이러는걸까....

"알았어...내일 가지고 올께..."

그리고 약속대로 다음날 오전 인혜는 집에 있는 자신과 아들의 사진을 긁어모아 구치소로 향했다.

대략 30장 쯤 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라서 오전에 왔어."

"응.."

확실히 평소처럼 일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달려온 모습은 아니다.

엄마는 하얀색 정장 치마에 연두색의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얇은 여름용 가디건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풍성한 머리도 나름 신경을 쓴듯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화장도 평소보다 화사했다.

타이트한 치마가 몸의 굴곡을 따라 만들어내는 주름과 팽팽함...

골반과 허벅지가 만나는 그 음푹 패인 계곡이라든가, 아랫배에서 보지 둔덕으로 내려오는 불룩함이 너무 요염했다.

"사진은 챙겨왔어. 아까 접수했으니까...당일날 받을 수 있니?"

"아마 그럴거야."

"....생활하는거 많이 힘드니?"

"....응."

구치소를 나와 차에 탄 인혜는 한참동안 운전대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아들은 지금 힘들어하고 있다. 구치소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런 곳에서 편히 지낼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아들은 초식동물이다. 그녀가 지켜줘야만 하는.....

다시 마음을 굳게 먹은 인혜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내고, 백미러를 보면서 눈 화장을 고치고, 민석의 집을 향했다.

강민석의 집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저택이었다. 인혜는 그런 집에 살아본 적도 들어가본 적도 없었다.

마당이 그녀의 집보다 몇배는 넓었고 내부도 엄청나게 넓은 2층 집이었다. 하지만 인혜의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여기가 우리 아들이 끔찍한 일을 겪은, 그 지옥같은 곳이구나. 이곳에서 너희들이 그런 짓을 했다는거지...'

집에는 민석과 가사도우미 밖에 없었다. 가사도우미는 생각보다 젊었다. 많아봐야 30대 중반 정도.

민석은 그 가사도우미를 영미 누나라고 불렀는데,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치마는 상당히 짧았고

상의도 너무나 얇은 민소매티였다.

'저러고 일하면 불편하지 않나? '

그러고보면 내 앞에 앉아있는 저 어린 녀석은 강간범이다. 그녀는 아들의 말을 100퍼센트 믿었다.

그녀는 이 집의 공기가 전체적으로 너무나 싫었다. 이 집에서 일어난 일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집 자체가 어딘가 너무 끈적하고 숨막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그녀가 집안에 들어간 후부터 그녀의 몸에 계속 달라붙어있는 민석의 시선.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더듬는 듯한 그 시선이 너무 불쾌했다.

인혜는 지금껏 살아오며 수없이 자주 경험한 시선이었고, 그래서 그 시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먹잇감을 바라보는 짐승의 눈빛. 그 피와 살의 맛을 가늠해보는 포식자의 눈빛.

인혜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다.

하지만 그녀는 즉시 머릿속에서 그 불쾌한 예감을, 본인이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지워버렸다.

"2543번 김형진씨."

"네."

오후 늦은 시간, 엄마가 쓴 편지와 사진들이 형진에게 건네진다.

방 사람들 7명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지만

형진은 못 본척하고 자신의 지정자리인 화장실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편지를 뜯어본다.

구구절절 인혜의 아들 걱정이 한글자 한글자마다 배어있다. 엄마의 글씨는 오밀조밀 귀엽다.

꼼꼼하게 편지를 다 읽고 나서 형진은 다른 봉투에서 사진들을 꺼낸다.

사진은 다양했다. 엄마의 단독사진도 있었고, 아빠와 셋이서 찍은 사진도 있고, 엄마와 형진 둘이 찍은 사진도 있다.

형진이 아주 어릴적에 찍은 사진도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최근에 형진이 찍어준 엄마의 사진도 있다.

그러다가 사진을 넘기는 형진의 손이 멈춘 곳, 이 사진이 있을 줄은 그도 몰랐다.

23살의 엄마.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갓 태어난 형진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단정한 숏컷. 형진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헤어스타일이었다.

엄마는 마치 지적인 아나운서 같기도 했고, 활달한 미소년 같기도 했다. 그 어느때보다 젊어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의 그녀는 가장 모성이 넘치는 모습이기도 했다.

엄마는 하얀색의 셔츠를 입은 채로 방 바닥에 깔린 카페트 위에 앉아있었는데,

셔츠의 단추는 모두 풀려 있었고 브라도 풀린채 허리쪽에 걸쳐져 있었다. 

셔츠의 한쪽은 어깨에 걸쳐져 있었지만 한쪽은 완전히 옆으로 젖힌 상태였다. 

엄마의 눈부시게 하얀 상체의 절반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한쪽 젖가슴은 셔츠에 가려져 있었지만 다른 한쪽은 셔츠 밖으로 꺼내어져 있었다.

파란 핏줄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하얀 색깔에

최근에 본 엄마의 그것보다 훨씬 큰,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 최대한 부풀어오른 모유 수유 중인 엄마의 유방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품에 안긴 갓난아기인 형진이 그 유방 위에 꼿꼿이 서있는 유두를 입에 물고 있었다.

갓 태어난 형진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아빠가 찍은 것이다.

어렸을 때 이 사진을 본듯한 기억도 난다. 인혜는 구치소 내부의 상황을 잘 모른다.

이 사진은 형진만 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사진을 보낸 것이다.

한동안 쿵쾅대는 심장으로 사진을 보다가 형진이 다음 사진으로 넘긴다.

아빠와의 결혼식 때 찍은 엄마의 모습. 이때는 머리가 아직 길다. 아마 임신 후에 잘랐을 것이다.

검고 긴 생머리를 뒤로 묶어 올리고, 면사포를 쓰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세상에서 가장 청초한 여자.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본적이 없는 풋풋한 처녀.

사진에서 상쾌한 향이 나는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순결한 모습이었다.

또 사진을 넘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년 후, 형진이 아마 고2일때, 엄마와 둘이 동해바다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엄마는 짧은 반바지와 얇은 티셔츠 한장만 입고 바닷물에 발을 담근채 서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아들과 단둘이 떠난 여행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엄마는 너무 즐거워했다.

누가 이 몸매를 40대라고 볼까. 그 당시 형진은 엄마의 몸을 훔쳐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못 느끼는 듯했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아들 뿐이었다.

발목까지 담근 바닷물 위로 쭉 뻗어 올라오는 곧고 하얀 다리, 그리고 부드러운 허벅지 가운데에 위치한,

정확히 Y자 모양을 그리는 여자의 가장 은밀한 구역.

형진이 세상으로 나온 바로 그 출구이자 뭇 남성들이 자신의 씨앗을 뿌려넣고 싶어하는 바로 그 입구.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골반의 라인에서 급격하게 줄어드는 허리 

그리고 그 위에 위치한, 두 개의 둥그런 살덩어리. 얇은 셔츠 안쪽으로 하얀색 브라의 실루엣이 살짝 비치고 있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모자를 손으로 누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청순했고, 또 나이답게 농염했다.

계속 넘긴다. 이번에는 바로 몇달전, 이 일이 있기 직전 엄마와 어떤 식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형진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을 찍었다.  

얼굴이 많이 클로즈업되어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보였다.

젖가슴 아래로 팔짱을 낀채 상체를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는데

셔츠가 가슴의 압박으로 터질듯 부풀어 올라 단추가 뜯어져 나갈것처럼 보였다.

그 외의 사진들도 어쩌면 그냥 평범한 사진들이었지만, 인혜의 몸매와 미모는 어떤 사진도 아름답게 만들었다.

특히 형진이 그 사진을 보고 있는 공간의 읍습함이 그녀의 화사함과 대조되어 더욱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

사진을 모두 보고 난 형진은 심호흡을 하면서 사진을 다시 봉투에 넣으려고 했다.

"형님, 어머님이 보내주신 사진이에요?"

한냐가 묻는다.

"응..."

"저도 좀 보면 안됩니까?"

안된다고 하면 안볼거냐....형진은 말없이 사진들을 한냐에게 건네준다.

큰 형님과 빠따를 제외한 모두가 우르르 그 주변으로 몰려 함께 사진을 감상한다.

정병호의 여자친구 사진을 볼때와는 반응들이 다르다. 아무래도 여자친구와 엄마는 다르니까 조심들 하는 것 같다.

노골적으로 환호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어떤 사진은 그냥 대충 휙휙 넘기는 걸 보면 저건 형진이나 형진의 아버지 사진이다.

그리고 어떤 사진에는 시선이 오래 꽂혀있다. 아마 엄마의 사진이겠지.

그러다가 갑자기 모두의 눈이 둥그레 지면서 나지막히 탄성이 나오고,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형진쪽을 향했다가, 다시 사진을 본다. 그리곤 한냐가 그 사진을 큰형님에게 보여준다.

"이것 좀 보십시오, 형님."

큰형님은 그 사진을 받아들고 가만히 감상한다.

"좋네."

"ㅋㅋㅋ"

그들은 다시 다른 사진들을 감상한다.

그때 구석에 앉아서 신문을 읽던 빠따가 입을 연다.

"뭔데?"

한냐가 잠깐 형진의 눈치를 보더니 그 사진을 바닥에 내려놓고 빠따 쪽으로 휙 밀어서 보낸다.

바닷가에서 찍은 인혜의 독사진이다.

빠따는 사진은 받아들고 한참을 응시한다. 모두들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느그 어머님이시냐?"

"네..."

빠따는 다시 그 사진을 응시한다.

"연세가?"

"올해 44살이세요."

"이 사진은 언제꺼냐?"

"4, 5년쯤 됐을꺼에요."

빠따는 다시 가만히 인혜를 감상한다.

유부녀 연쇄 강간범.....엄마는 그의 리스트에 오를만 했던 것일까?

빠따가 사진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나머지는 다시 사진을 넘기기 시작한다.

그때 아까보다 더 큰 환호성이 터진다. 이제 사람들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대박이다 ㅋㅋㅋ"

"와 좋네."

"몇살때지 이건?"

"존나 커 ㅋㅋㅋㅋㅋ"

"저녀석이 지금 22이고 엄마가 44이면 엄마가 22살이겠네."

"아니죠 태어났을때 1살이니까 엄마랑 22살 차이면 23살이죠."

"그게 그거지 임마."

"젊다 젊어."

대화만 들어봐도 뭔지 알것 같았다. 젖가슴을 드러낸 그 사진. 수유 중인 사진이다.

여성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여성성과 모성의 상징적인 모습. 그것이야말로 구치소의 남자들이 가장 간절히 굶주려있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도, 그리고 성적으로도.

그들은 그 포근한 향기를 그리워하면서 동시에 흥분하고 발기한다. 아마 옷 속에 감춰진 그 남자들의 자지는 모두 발기해 있을것이다.

인혜의 드러난 유방을 보면서 말이다.

그 시각, 민석의 집에서 인혜가 뛰쳐나왔다.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했다.

립스틱도 입술 옆으로 길게 번져있었다.

그녀는 차에 올랐고, 그 차는 빠르게 그곳에서 멀어져갔다.

10번방 사람들은 형진이나 그의 아버지가 나온 사진은 아예 빼놓고 인혜 위주로 나온 사진만 열너덧 장을 추려내어

계속 돌려가며 감상했다. 형진은 나머지 사진들만 줏어서 관물대에 넣었다. 그들은 인혜의 사진은 아예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충 몇시간 그 짓을 하고 나자 경준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자기가 직접 형진의 관물대에 올려놨다.

그리고 그날밤, 취침시간이 되자 경준은 형진이 멀쩡히 눈을 뜨고 있는데도 다시 그 사진을 집어들었다.

그리곤 형진을 쳐다보더니 사진을 치켜들고 눈짓을 했다. 병호와 마찬가지로, 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경준은 씩 웃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조용한 방안에는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헐떡대는 소리와, 벌써 흥분한 남자들의 침넘기는 소리만이 들렸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차례 이어서 들어갔다. 이번엔 빠따와, 심지어 점잔빼던 큰형님까지 동참했다.

한마디로 형진을 제외한 7명 모두가 인혜의 사진으로 딸을 쳤다.

형진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그는 자기 엄마를 팔았다.

엄마를 다른 남자들의 눈요기감으로, 딸감으로 던져주었다.

엄마는 아들이 자신을 이런 용도로 쓰고 있다는걸 꿈에도 모를것이다.    

그 때 인혜는 텅빈 집에서 홀로 침대에 누워 흐느끼고 있었다.

그날 오후의 일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형진이는 잘 지낸대요?"

"응...아니, 사실 잘 지낸다고 하기는 힘들지...구치소에 있으니까."

거실 소파에 둘은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민석은 아직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남아있었고, 특히 등의 상처는 깊어 아직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듯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른쪽 눈에 감겨있는 안대가 가장 신경쓰였다. 그는 다시는 그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엄청 고생하고 있겠죠."

"....."

"그 녀석 성격은 제가 너무 잘 알거든요. 구치소 같은데서 제대로 적응할 녀석이 아니에요.

 고등학교에서도 얕보이고 지냈는데."

"...."

"아줌마는 모르세요? 그놈 왕따당하고 그런거?"

"대충 눈치는...."

"보기보다 무신경하시네요."

그 말이 인혜의 가슴을 후벼판다.

"그놈 저 없었으면 학교에서 맨날 맞고 다녔을걸요."

"..."

"제가 형진이랑 친하니까 애들이 아주 노골적으로 괴롭히고 그러진 못했거든요."

"그랬구나.... 난 그런건 전혀..."

"근데 그 대가가 이거죠." 민석은 오른쪽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

"합의를 원하신다면서요?"

"응, 민석아, 제발 좀 어떻게 안되겠니? 아버님께서 어느 정도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형진이가"

"형진이 사정은 관심없구요," 민석이 인혜의 말을 끊으면서 말했다.

"전 제가 당한걸 갚아야겠어요."

"갚는다구?"

"네, 당연하잖아요. 어머님이나 형진이가 이 꼴이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민석아...."

"들어봐요," 민석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전 그놈이 대충 어느 정도 벌을 받게 될지 알아요. 나름 법대생이니까요.

 어머님은 합의를 원하신다고 하지만, 전 어차피 저희 부모님이 받을 돈 몇 푼에 이거 잊을 생각 없어요.

 제가 원하는건, 김형진이 제가 당한 것만큼 똑같이 그놈한테 되갚아 주는 거에요. 똑같은 양의 고통을."

"민석아 제발.."

인혜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근데 저는, 제가 아니라 법무부에서 그 일을 하는건 별로 맘에 안들거든요."

순간적으로 인혜의 머리에 그 말이 명확히 이해되질 않았다. 법무부에서 벌을 주는건 원치 않는다?

"제가 직접 벌을 주기를 원해요. 제 눈앞에서, 제가 고통을 주고, 괴로워하는 그 모습을 봐야겠다 이거에요."

"....."

"합의해줄수 있어요. 잘만 하면 몇년 안살고 나오겠죠.

 그럼 전 그놈을 붙잡아서, 그놈 오른쪽 눈을 이거랑 똑같이 후벼파놓을거에요. 아시겠어요?"

인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민석의 얼굴에는 광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어딘가 이상하다...어딘가 무섭다...하지만 분명 지금 말하는 내용을 행동에 옮길 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하지만 민석아, 난 형진이가 한말을 믿어. 네가 분명 이 집에서 보연이한테,"

"닥쳐!"

"...."

보연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럼 그거 어디 증명해보시든가. 증거도 없는걸로 지금 눈먼 사람 앞에서 장난해?

 니 아들만 소중하고 내 인생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거야?"

"아냐..그런 뜻이 아냐, 민석아. 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줄테니 우리 형진이를,"

"아줌마가 뭘 해줄건데요?"

"그..합의금을..."

"돈 많아요?"

"....."

민석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아줌마네 집 돈 별로 없는거 알고 있어요. 푼돈 몇푼 받아봐야 우리 아버지가 만족할거 같아요?"

"...."

"어떻게 애원해보면 합의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나본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잖아요.

 애초에 합의금을 맞출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집 사이즈 안 보여요?"

"....."

그랬다. 합의를 하면 된다...라는 생각에 진짜 중요한걸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 집은 인혜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 인혜가 얼마를 제안하든 어차피 그들에게는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만? 인혜의 눈이 커진다.

"합의는 내가 아버지를 설득해 줄 수 있어요. 그 양반은 제 말이라면 무조건 ok니까. 그냥 합의해주자고 하면 해줄거에요."

"!"

"아줌마가 원하는건 민석이를 최대한 빨리 빼내는거잖아요? 그걸 제가 해줄수 있다구요."

인혜는 민석이의 의도를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해준다는 건지 안 해준다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민석이가 두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쪽엔 아줌마가 원하는게 있어요. 합의죠.

 이쪽엔 제가 원하는게 있어요. 아까 말했듯이 전 김형진한테 제가 받은 똑같은 고통을 주길 원해요.

 자, 간단해요. 제가 원하는걸 하게 해주시면 아줌마가 원하는 합의를 해주겠다 이거에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아들을 감옥에서 내보내기 위해서 합의금을 주는건데...그리고 나서 네가 형진이한테 해코지를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아줌마가 대신 받으면 되잖아요."

"?"

"그 해코지를 아줌마가 형진이 대신 받아주면 되요. 난 어느쪽이든 상관없으니까."

내가? 아들 대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 질문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인혜의 가슴속 어딘가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자로서의 본능, 직감.

모든 남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온 여자일수록 예민하게 발달해 있는 후각, 사냥감만이 맡을 수 있는 사냥꾼의 냄새.

"영미 누나!"

민석이 부르자 영미라는 그 가사 도우미가 2층에서 빠르게 내려왔다.

그녀는 지금은 앞치마는 두르고 있지 않았고 아까 입었던 미니스커트와 민소매티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키는 170 정도 될 듯 했는데 마치 모델처럼 늘씬한 몸매였고 볼륨도 상당히 있었다.

시원스럽고 서구적인 몸매와는 대조적으로, 눈이 작고 코는 살짝 둥글어서 얼굴은 어딘가 순박해보였다. 하지만 미인임은 틀림없었다.

민석이 자기 옆자리를 가리키자 그녀는 얌전히 거기 앉았다.

민석이 한손을 뻗어 그녀의 뒷덜미를 잡았다. 그리고는 인혜에게 물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이거라니?"

"제가 지금 잡고 있는 이거요."

"........" 사람한테 면전에서 이거라니....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모르시겠어요?"

"민석아."

"이건 제 변기이에요."

".....!!"

그러더니 민석은 다른 한손으로 영미의 한쪽 어깨끈을 내리고 민소매티와 브라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영미의 의외로 풍만한 유방 한쪽이 옷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헉..." 인혜는 놀라 숨을 삼켰지만 영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민석은 인혜를 바라보면서 반응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자기 바지를 끌어내려 자지를 들어냈다.

어느새 단단하게 발기해 있던 그의 자지는 팬티 밖으로 용수철처럼 퉁겨져 나왔다.

"꺅!" 인혜는 비명을 지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대체!"

"눈 이쪽으로 돌려요."

"민석아!"

"여기 안봐!!"

인혜는 충격과 수치심으로 부들부들 떨며 민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지 쪽으로는 가능한 시선을 두지 않고 성난 눈으로 민석의 눈만을 마주 노려봤다.

민석은 씩 웃으면서 영미의 머리를 자기 자지쪽으로 끌어내렸다.

영미는 아무 거부감 없이 입을 벌리고, 그의 자지를 익숙한 듯 입 안에 머금더니,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빨기 시작했다.

인혜는 충격과 경악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벌어진 입을 한손으로 막은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변기라고 했잖아요."

".....!"

"이건 제 변기이에요. 제가 원하는건, 아줌마도 제 변기가 되는거에요.

 지금 이년이 하고 있는 것처럼, 아줌마도 저한테 똑같이 해주시면 돼요.

 아들이 받아야 할 고통을 아줌마가 대신 받아라 이거에요.

 아들이 지은 죄를 아줌마가 대신 속죄하는거에요."

민석의 말은 인혜의 귀에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녀의 머리가 그 말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이 말이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고등학교때, 형진이가 학교에서 고통받고 있을때 아줌마는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요?"

그 말이 인혜의 눈동자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제가 아줌마 아들을 지켜줬어요. 아줌마가 했어야 하는 일 아니에요?"

"...."

"이제 제 아줌마가 제 분풀이 대상이 되주시면 돼요. 아들 대신.

 자, 간단해요. 이제 더이상 아줌마 말은 안들을께요. 그냥 행동으로 보여줘요.

 지금 아줌마가 이쪽으로 와서 이 년이 빨고 있는 제 자지를 대신 빨아주면 ok로 받아들일께요.

 아줌마는 제 변기가 되고, 전 아버지를 설득하고, 형진이는 잘 돼서 풀려나요.

 보너스로 제 다른 친구들한테도 합의하라고 할께요.

 하지만 아줌마는 고통받고 싶지 않고 아들 형진이가 교도소에서 한 10년 썩으면서 폐인되기를 원한다면,

 그럼 그냥 저 문으로 걸어 나가시면 됩니다."

여전히 영미는 민석의 한손에 머리를 붙잡힌채 정성껏 그의 자지를 빨아대고 있었다.

인혜는 믿기지 않는 이 상황에 머리가 엉망이었다. 그의 말을 따를수 밖에 없는 것도 같았다. 아들이 살 길은 그것 뿐인듯 했다.

하지만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다. 또한 한 아들의 엄마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었다. 변기라니?

그 때 민석이 영미의 머리채를 뽑을 듯 움켜쥐면서 허리를 밀어올려 자지를 뿌리까지 그녀의 목구멍속에 밀어넣었다.

"우욱...욱..."

고통스러워하는 영미의 모습. 하지만 그녀는 양 손을 바둥거리면서도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순간, 인혜의 가슴 속 어딘가에서,

아니 가슴보다는 좀더 아래쪽, 아니 한참 아래쪽, 저 아랫배 어딘가에서 뭔가 솟구쳐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느낀 순간, 그녀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수치심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혜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야 된다고 느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말을 듣질 않았다. 

그때 민석이 거칠게 영미를 옆으로 밀쳐냈다. 그녀의 입에서 해방된 우뚝 솟은 자지는 침으로 번들거려 더욱 흉칙해보였다. 

그는 몸을 일으켜 인혜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인혜의 시선은 그의 가슴께밖에 오지 않았다. 그의 가슴엔 인혜의 아들과 달리 남자다운 근육이 붙어 있었다. 

어느새 그는 인혜와 딱 붙을 정도의 거리에 서 있었다. 인혜는 그와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고 후들후들 떨며 그의 가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민석의 자지는 빳빳하게 솟구쳐 올라 그 끝이 인혜의 배와 거의 닿을 듯 말듯 했다.

갑자기 인혜의 뒷덜미를 불에 타듯 뜨거운 손이 낚아채고, 당황한 인혜의 얼굴을 민석의 얼굴이 덥쳤다. 

그녀는 두손을 가슴 앞에 모은채 바들바들 떨면서 민석의 공격적인 키스를 받고 있었다. 

그는 인혜의 입술을 빨아마실듯 탐하면서 혀를 밀어넣으려고 했지만 인혜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 때 인혜의 풍만한 엉덩이를 민석의 또 다른 손이 터뜨릴듯 움켜쥐었다.

스무살 넘게 어린, 그녀의 아들과 동갑인 남자의 억센 두 팔이 인혜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이 새파랗게 어린 남자에게 더럽혀지는 것인가...인혜가 생각한 순간, 

이곳에서 벌어졌을 일들이 그녀의 머리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들의 눈앞에서 이 남자가 강간한 아들의 여자친구. 그리고 아들의 끔찍한 선택. 

난 지금 그런 놈의 품 안에서 뭘 하고 있는건가.        

그녀는 온힘을 다해 두 팔로 민석의 몸을 밀어내고, 미친듯이 그 더러운 집에서 뛰쳐나왔다.

며칠 후, 자정이 약간 안 된 늦은 시각,

여대생 강미경은 부랴부랴 집으로 가고 있었다.

열대야가 점점 심해지는 계절, 빨리 걷다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어왔다.

168의 비교적 큰 키에 늘씬하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팔다리, 운동을 그리 즐겨하지 않음에도 그녀의 몸은 균형잡혀 있었다.

피부도 윤기가 흘러 탐스러웠고,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덕에 모델 제의도 받아봤더랬다.

핫팬츠는 그녀의 긴 다리를 모두 드러냈고, 찰싹 달라붙은 스키니 셔츠덕에 잘록한 허리가 더 돋보였다.

포니테일로 묶은 긴 흑발은 미경을 더욱 건강하고 발랄해보이게 했다.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조발표 준비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동기들 몇명을 만나 너무 오래 수다를 떨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11시를 넘어 있었다. 아버지에게 불호령을 들을게 뻔했다.

집에 전화는 했지만 아버지는 12시를 넘기면 용돈을 끊어버린다고 했다.

지난 몇년간 사귀던 직장인 남자친구는 지금 그녀에게 용돈을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술기운에 사고를 치고 지금 구치소에 들어가있다.

'누구한테 얘기도 못하겠고...전과자가 뭐야...ㅜㅜ"

처음엔 헤어지려고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면회를 갔을때 그가 수의를 입은 모습이 너무나 측은해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나 몸까지 허락했던 그와 지난 3년동안 쌓인 정은 무시할 수 없었다.

누구한테 말은 할 수 없지만...그래도 내가 끝까지 오빠를 지켜줄꺼야...힘든 일 겪고 있는 남친 옥바라지를 내가 해줘야지.

옥바라지라는 단어가 웃겼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미경을 뿌듯하게 했다.

그런 상황에 용돈이 끊기는 건 곤란했다. 그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무서워서 밤에는 잘 안가는 길이지만 지름길을 택했다. 그녀가 사는 아파트 단지와 뒷산의 사이에 나있는 작은 길.

조명이 없어 어둡지만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서 큰길로 가는 것보다 빨리 갈 수 있었다.

뒤쪽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찻길 한가운데로 걷고 있던 미경은 옆으로 비켜섰다. 검은색 승합차가 느린 속도로 미경의 옆을 지나치는 듯 했다.

갑자기 승합차의 문이 열리고 우악스러운 손이 튀어나와 미경의 날씬한 몸을 붙잡아 끌고 들어갔다.

그녀가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에 승합차의 문이 닫히고 차는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30분쯤 뒤 서울 외곽의 어느 외딴 곳.

검은 승합차의 유리엔 뿌연 입김이 서려있고 차체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아무도 보지 못했다.

자세히 들어보면 여자의 비명소리같은 것도 들릴 터이지만 그 역시 아무도 듣지 못했다.

승합차 안에는 미경과, 4명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좌석을 제거하여 생긴 뒷 공간에서 남자 중 한명이 미경을 범하고 있었다.

남자는 미경을 엎어놓고 양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붙잡아 엉덩이만 쳐들게 한채 그녀의 보지 속으로 자지를 박아대고 있었다.

미경의 손과 발은 묶여 있었고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그녀의 양손은 등뒤로 묶여져 있어 상체를 떠받칠 수도 없었다.

결국 얼굴은 바닥에 쳐박힌 채로 엉덩이만 남자를 향해 들어올린 굴욕적인 자세로 범해지고 있었다.

평생 남자친구 한명에게밖에 허락한적 없는 21살 여대생의 몸을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내가 범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섹스란, 모텔이나 남자친구의 집 같은 아늑한 곳에서, 달콤한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서로의 몸을 애무하면서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고, 한몸이 된 둘을 느끼며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 남자에게 그런 과정은 없었다. 그는 그저 정액을 배출하기 위한 용도로 미경의 몸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옷을 칼로 갈기갈기 찢어내고 젖가슴을 약간 주무르면서 자지를 발기시키더니

콘돔도 씌우지 않고 인정사정 없이 아직 젖지도 않은 그녀의 몸안으로 밀어넣었다.

'제발 그만해!!! 살려주세요! 집에 보내줘요....아프단 말이에요....'

하지만 테이프로 막힌 그녀의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우우웁!!! 읍!으으으읍!!!" 이것 뿐이었다.

그 남자의 자지는 병호의 것보다 더 길고 굵었다. 젖지도 않은 그녀의 보지는 불에 타는 느낌이었다.

남자의 허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자지가 아까보다 더 팽창하는 것이 느껴졌다.

미경 역시 병호와의 경험으로 그것이 사정이 임박했다는 뜻임을 알고 있었다.

순간 그가 콘돔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미경이 미친듯이 그의 자지를 거부하며 허리를 앞으로 빼려고 했다.  

갑자기 그녀의 머리가 허공으로 휙 들어올려졌다. 남자가 그녀의 포니테일을 붙잡아 끌어올린 것이다. 미경의 허리가 활처럼 꺾였다.

남자는 한손으로는 미경의 머리채를, 한손으로는 그녀의 보지 부근을 잡아 움직일수 없게 자신의 몸에 밀착시키고 계속 박아댔다.  

머리가 다 뽑혀나갈듯 아팠지만 절정에 달한 남자는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미경의 몸을 부술듯이 박아댈 뿐이었다.

남자의 몸이 강하게 경직되며 그의 자지가 어느 때보다 깊이, 거의 자궁 끝에 닿을 정도로 들어왔다 싶은 순간,

미경은 자신의 자궁에 뜨거운 액체가 뿌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우우우욱!!!"

그녀는 테이프로 막힌 입으로 비통한 절규를 내질렀다.  

질내사정은 난생 처음이었다. 병호와의 관계에서 그녀는 거의 언제나 콘돔을 썼고 두어번 정도 질외사정을 했을 뿐이다.

미경은 자신이 완전히 범해졌음을 실감했다.

'더러워졌어...내 몸이 더럽혀졌어...미안해요 아빠...'

그녀의 머릿속에는 병호보다도 아빠가 먼저 떠올랐다.      

그 남자가 옆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어느새 다른 남자가 미경의 몸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는 미경을 바로 눕혔다.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혓바닥을 길게 내밀어 핥아댔다.

비린내와 담배냄새가 섞인 역한 냄새가 나는 침이 그녀의 얼굴을 뒤덮었다.

"역시 이때가 제일 좋아."

그 남자가 클클거리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년들 갓 잡아가지고 처음 딱 따먹을 때가 피부도 제일 맛있다니까 ㅋㅋㅋ"

그러자 이미 그녀를 범하고 옆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그럼그럼. 그러니까 이렇게 짬 내서 따먹는거 아니겠어?

 어차피 이년도 한두달 돌리고 나면 다른 년들이랑 똑같아 질거 아냐."

"딱 한달이야." 미경의 몸위에 올라탄 남자가 손가락 하나를 세우면서 미경을 향해 말했다.

"내 장담하는데 딱 한달만 지나면 미경아, 네 몸도 마음도 지금하고는 아주 많이 달라져있을거다. ㅋㅋㅋㅋ"

미경의 온 몸이 공포로 부들부들 떨렸다. 이 남자들은 그녀를 어디론가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그녀를 윤간하고 길에 버리려는 것도, 죽이려는 것도 아니었다.

이 능욕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은 그녀를 무언가에 '사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미경을 무섭게 한건 그들이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경의 지갑이 든 가방은 한번도 열리지 않은채 구석에 떨구어져 있었다. 그러니 신분증을 봤을리도 없다.  

그녀는 그냥 우연히 납치된 것이 아니라 '노려진' 것이다.

"사실 피부나 보지야 뭐 크게 달라지는 거 있나. 근데 반응이 다르잖아, 반응이. 이때가 제일 짜릿하지. ㅋㅋ"

그 말로 미경은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사악했다. 이들은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면 할수록 쾌감을 느낀다.

그녀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남자가 그녀의 보지를 맛본다며 더러운 혓바닥으로 핥아대도, 마침내 자지를 그녀의 몸안에 쑤셔넣어도,

미경은 더이상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나지막히 흐느끼며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갑자기 미경을 올라탄 남자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꼭 이런 년들이 있지.ㅋㅋㅋㅋ"

그는 자지를 뽑더니 손에 침을 잔뜩 뱉어 자지에 발랐다.

"우리가 이런거 한두번 해본거 같냐? 니 속을 모를 것 같아?

 널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은 많아. 수위가 한단계 높아질 뿐이야. ㅋㅋㅋ"

그는 손에 침을 한움큼 발라 자지에 바르더니 미경의 발목을 잡아 그녀의 머리 위까지 치켜올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은 완전히 반으로 접힌채 허공을 향해 보지와 항문을 내민 꼴이 되었다.

이것은 치욕이었다. 그저 남자의 자지를 받기 위해 온몸을 바치는 듯한 자세.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계단을 오를때면 누가 아래에서 올려다보지 않을까 걱정하며 가방으로 가리기 바빴던 그녀가,

남자친구도 아니고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가장 적나라한 곳을 가장 치욕스러운 자세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 저항하지 않았다.

남자는 미경의 두 발목을 붙잡아 거의 그녀의 귀 뒤에 닿을 정도로 누른채, 

허리를 움직여 꼿꼿이 발기한 자지를 그녀의 위를 향해 입을 열고 있는 구멍 부근에 겨냥했다. 

그리곤 허리를 아래로 찍어내리면서 구멍 속으로 자지를 밀어넣었다.  

다만, 미경이 예상한 구멍이 아니었다. 남자의 자지는 그녀의 항문으로 밀고 들어왔다.

"으으으으읍!!!!!"

미경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수치도 절망도 아닌, 그저 순수한 육체의 고통에서 나오는 비명이었다.

평생 오직 배설의 용도로 사용했을 뿐 남자의 자지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그녀의 항문으로 그의 단단한 자지가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는 미경을 보며 남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어대면서 무자비하게 그녀의 후장을 쑤셔댔다.

그 뒤로 두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4명의 남자는 몇번이나 미경의 보지에, 항문에 번갈아가며 정액을 쏟아 놓았다.

미경의 뱃속에는 그들의 더러운 액체가 가득차 밖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경에겐 어두운 차창 밖의 풍경이 마치 꿈처럼 보였다.

이건 악몽이야. 난 이미 집에 도착해서, 아빠한테 혼나고, 애교로 겨우겨우 모면하고, 깨끗이 씻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거야.

1시간쯤 달리고 나서 차는 멈췄고, 남자 중 한명이 미경을 어깨에 들쳐매고 어느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를 쇠창살로 된 우리 속에 밀어넣고는, 자물쇠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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