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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부 > - 모든 것의 끝, 혹은 모든 것의 시작 -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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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부 > - 모든 것의 끝, 혹은 모든 것의 시작 -

"2543번 김형진씨, 면회요."

삑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철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형진은 수번과 방번호가 붙어있는 수의의 앞단추를 주섬주섬 채우면서 일어선다.

"면회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라."

쭈그리고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같은 방 수형자들 7명이 한마디씩 해준다.

교도관이 형진에게 면회표를 건네준다. 면회표에는 정인혜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엄마의 이름이다.

면회를 하러 가는 수형자들 20명 정도가 2열로 줄을 지어 면회동으로 걸어간다.

이곳은 서울 xx구치소. 형진도 이곳에 온지 어느새 한달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곳의 벽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긴 통로를 뚜벅뚜벅 걸어가며, 그날 밤의 일을 다시 떠올린다.

형진은 그날 매우 즐거웠다. 22살의 나이에 처음 가지게 된 여자친구. 같은 대학 같은 과의 신입생인 후배 박보연.

난생 처음 여자에게 해본 고백에서 놀랍게도 OK를 받아냈고, 사귀기 시작한 후 첫 데이트였다.

그녀는 그의 요령없음을 성실함으로 봐주었고, 그의 나약함을 따스함으로, 그의 소심함을 배려심으로 봐주었다.

그녀는 아주 작은 농담에도 웃어주었고, 말주변이 없는 형진 대신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쉴새없이 조잘대는 보연의 모습은 형진에게 노래하는 작은 새와도 같았다.

160이 채 안될듯한 작은 키, 하지만 작은 얼굴과 이상적인 비율, 의외로 봉긋하게 솟은 가슴.

평소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아 별로 돋보이진 않지만, 이목구비도 반듯한 편이다.

웃을 때 초승달이 되는 귀여운 눈과 빨간 입술이 매력적이다. 오늘은 화장까지 은은하게 하고 와서 어딘가 요염함도 느껴졌다.

첫 데이트에서 섹스는커녕 형진은 아직 보연의 손조차 잡아보질 못했다.

극장에서 팔걸이에 걸쳐진 보연의 손을 잡아볼까 했지만 결국 용기를 내지 못했다.

시간은 9시쯤, 둘은 호프집에서 안주 두어개를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10시쯤 들여보내주면 적당할까....집에 데려다줄때는 꼭 손을 잡고 가야지....그런 생각을 형진이 하고 있을때,

악몽이 찾아왔다.

강민석. 형진과 같은 고등학교였던 녀석.

그리고 그 3년 내내 형진을 빵셔틀로 부려먹고, 용돈을 갈취하고, 심심풀이로 패고, 화풀이로 패고, 오락으로 패던...

그 녀석이 앉아있는 둘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말을 건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형진의 가장 큰 행복은 민석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어째서 이 행복한 공간에....

"야 김형진, 와나 씨발 널 여기서 보네 ㅋㅋㅋ"

뭐가 그리 좋은지 과장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며 아는척을 하는 민석. 얼굴이 뻘건게 이미 꽤나 취해있다.

"어..어."

난 마지못해 어정쩡한 웃음을 지으며 아는척을 했다.

"야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보는데 좀 반가워해라 임마. 으이그 정없는 새끼."

그리고는 민석은 보연이를 쳐다본다.

"여자친구?"

"응? 아..응."

"그럼 임마 빨랑빨랑 소개를 해야지 아 진짜 답답한건 여전하구나 ㅎㅎ"

민석의 말투는...정말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을때 남자애들 말투랑 별로 다를게 없었고,

보연도 웃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제 고삐리도 아니고 다 성인들인데 예전처럼 괴롭히고 그러진 않겠지.

어쩌면 옛날하곤 다르게 진짜 친구가 될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이제 대학생이니까.

하는 기대감이 형진의 마음속에서 살짝 생기기 시작했다.

"이쪽은 내 여자친구 박보연이구, 얜 나랑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강민석이야."

책읽듯이 어색하게 소갯말을 늘어놓는 형진.

민석과 보연은 고개숙여서 서로 인사를 하고,

"저 잠깐만 앉아도 될까요?"

하고 민석이 보연에게 말한다.

"아, 네 그러세요." 보연이 흔쾌히 대답하자, 민석은 보연의 옆에 앉았다.

보통 반대쪽에 앉지 않나...하면서도 형진은 딱히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민석은 보연이와 형진에 대해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봤다. 몇살이냐 어떻게 사귀게 됐느냐 등등....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도. 원래 민석은 불량학생이면서도 머리가 좋아서인지 항상 성적이 좋았다.

겨우겨우 인서울 턱걸이한 형진과 달리, 민석은 한국에서 누구나 다 안다는 명문대 법대에 다니고 있었다.

이 녀석이...사법고시를 패스해서 판검사가 된다고? 민석의 학창시절을 알고 있는 형진에게는 황당하게 느껴졌지만,

사실 민석이 법조인이 된다면 정말 폼날게 분명했다. 

그는 180이 넘는 키에 딱 벌어진 어깨, 반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남이었다.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해 못하는게 없었다.

다만...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인격적 결함이 있었을뿐.

"난 저쪽에 있는 애들이랑 같이 왔어."

민석이 손으로 가리킨 테이블에는 여자 세명과 남자 두명이 앉아있었다.

남자 둘은 어쩐지 낯이 익은 듯했다.

"형진이 너도 쟤네들 알지 않나? XX고 다니던 애들인데 가끔 나랑 놀때 너도 있었는데."

"으..응..기억이 나는거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두놈 모두에게 형진은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다.

여자들은 셋 모두 상당한 미인들이었다.

옷차림도 상당히 화려했고, 몸매며 얼굴이며 길에서 남자들이 돌아볼만한 여자들이었다.

역시...화려하게 노는구나, 지금도. 민석은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못하는게 없는 능력자에 미남인데다가 집까지 부자였다. 

아버지가 어느 중소기업의 사장이고 엄마는 젊을적 영화배우였다고 했다.

"저기 단발머리 한 애가 내가 저번주에 클럽에서 꼬신 애거든. 친구들 둘 데려오라고 해서 내 친구들 소개해주고 있었어."

그말을 듣고 가만히 보니 역시 그 단발머리가 가장 예뻤다. 역시 제일 예쁜 애는 니 차지구나.

"아...근데...이렇게 자리 비워둬도 괜찮아? 가봐야 되지 않아?"

"얌마 널 만났는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 것보다 그냥 우리 자리 합쳐서 같이 안 놀래?"

쿵. 형진의 마음속에서 심장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자리를 피하고 싶다.

더 이상 이 인간이랑 엮이고 싶지 않다. 더이상 보연이에게 이 녀석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형진의 입에서는 NO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3년간 민석과 형진의 관계는 모든 면에서 주종관계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형진의 생각과 달리 아직 형진의 정신은 그 주종관계에서 해방되지 못한것이다.

어느새 보연과 형진은 그들 여섯과 같이 어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여덟남녀는 노래방에 들어가 있었다.

민석과 그 친구들은 술집에서부터 계속 정신없이 술을 마셨다.

평소 소주 1병 이상을 마시지 못하는 형진은 이미 자신의 주량을 넘어섰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보연이의 앞에서 민석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잔 또한잔, 그리고 노래방에서도 맥주를 연거푸 들이키면서 

형진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마치 영화속 장면들처럼 보이고 있었다.

보연이는 남자친구의 옛 친구들 앞에서 남자친구를 망신시키고 싶지 않아서인지 꽤 시간이 늦었는데도 계속 따라왔다.

민석 일행이 계속 권하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마셨지만, 보연은 오히려 술이 상당히 셌다. 

형진도 그녀의 취한 모습은 아직 본적이 없었다.

원래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지 못하는 성격인 형진인데다가, 밀폐된 공간에 있으니 술기운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눈이 자꾸 감겼다. 그 모습을 맞은편에 앉아서 보면서 민석의 여자친구인 단발머리와 또 한명의 여자, 갈색머리가 막 웃었다.

형진의 옆에는 나머지 한명의 여자, 가슴이 엄청 큰 여자애가 앉아있다. 

앞에 앉은 애들한테 웃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도 웃고 있다.

보연이는 어디 있지? 보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연이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신나는 노래였다. 

그리고 남자들 세명은 모두 나가서 보연이를 에워싸고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민석이도 마이크 하나를 들고 둘이 같이 파트를 나눠가며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끔씩 마주보고 뭐가 좋은지 웃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민석이 노래를 하며 보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주 자연스럽다.

보연도 살짝살짝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고, 나머지 두 남자는 신나게 춤을 추고 있고, 

민석이는 보연이의 어깨에 한손을 올리고 한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열창을 하고 있다.

어느새 단발머리도 그 틈에 끼어있었다. 단발머리는 삐친 표정을 지으면서 민석과 보연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민석은 웃으면서 단발머리의 어깨를 안아준다. 민석의 친구 중 하나가 그틈에 보연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이번에도 보연은 그냥 웃을 뿐이다.

내 여자를 가지고 뭘하고 있는거냐 너희들.....

그때 형진의 옆에 있던 가슴 큰 여자가 형진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담배를 권한다.

한번도 담배를 피워본적 없던 형진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 표정이, 살짝 웃고 있는 그 얼굴 표정이 마치 

너같은 범생이는 이런거 못 피우지? 하는듯 했다.

형진은 그녀가 내민 담배를 받아들지도 않고 입만 갖다대어 빤다.

콜록콜록. 한모금 빨자마자 형진은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또 여자들이 웃기 시작했다.

어지럽고 메스꺼워 견딜수가 없었던 형진은 그냥 뒤로 기대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형진의 눈앞에는 낯선 천장이 보였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어떻게 해서 여기로 오게 된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옆에 사람이 있었다. 

여자, 민석과 같이 놀던, 방금 전 노래방에서 형진의 옆에 앉아있던 그 가슴 큰 여자다.

왠지 발가벗은채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둘러보니 저만치쯤에도 여자들이 있었다. 단발머리와 갈색머리,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나체였다.  

내가 지금 왜 여기 있는거지..? 이 여자들은 왜 옷을 다 벗고 있지?

형진 본인도 옷을 벗고 있었다. 자지 쪽을 만져보았다.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자지 주변과 털에 말라붙어 있었다. 

사정의 흔적이었다.

순간 구역질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형진은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휑하니 넓찍한 거실이 보였다. 상당히 큰 집이었다.

화장실일거라고 짐작되는 문을 그냥 벌컥 열었다. 형진의 짐작대로 그곳은 화장실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형진은 변기에 대고 왝왝거리며 토악질을 해댔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너무나 달콤했던 순간이 어쩌다가 이렇게...

민석이 때문이다. 이건 민석의 냄새다. 이 시간, 이 공간, 모든 것에서 그 3년간의 냄새가 났다.

그를 괴롭히고 모욕을 주면서 기뻐하는 그 웃음의 냄새. 이 토사물의 냄새와도 같은 그 냄새.

그때 어디선가 쑥덕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들 여럿이 내는 소리.

그렇지...너희들은 어디선가 아직도 마시고 놀고 있겠지. 나는 정신을 잃게 만들어놓고....

형진은 입도 제대로 헹구지 않고 화장실을 나와 그 소리를 따라갔다.

이 집은 왜 이렇게 큰거야.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방이 있었다. 방문은 살짝 열려있었다.

형진은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 문을 살짝 열었다.

이건 아마도 어떤 부부의 침실인 것 같았다. 약간 중년 취향의 가구들이 있었고, 

붉으스름한 조명이 켜져있어 어딘가 음란한 분위기였다.

안쪽에는 따로 화장실이 있는듯 했고 화장실의 조명도 켜져있었다. 화장실 안에서는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침대 옆에는 원래 커피 테이블이 있어야 하는 자리인듯 러그가 깔려 있었는데 테이블을 옆으로 치워놓은듯 했다.

그리고 그 러그 위에는 얇은 담요 하나가 깔려있었고 그 위에 왜인지 형진의 여자친구 보연이가 엎드려 있었다.

보연이는 왜인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그리고 엎드린 보연의 몸 위에는 왜인지 민석의 친구 중 한명이 올라타 있었다.

다리를 쭉 뻗고 엎드린, 작고 날씬한 보연의 몸 위에 녀석이 올라타서 열심히 그 갸녀린 몸을 찍어눌러대고 있었다.

녀석의 커다란 자지가 보연의 하얗고 동그란 엉덩이 사이로 들락날락 하는게 보였다.

보연이의 엉덩이는 그놈이 박아댈때마다 탄력있게 흔들리고 있었다.

녀석은 한손으로 보연이의 두 손목을 한꺼번에 움켜잡고 한손으로는 보연이의 입을 막은 채로 신나게 박아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고, 입이 막혀 읍읍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화장대 의자엔 민석이 앉아있었다. 녀석은 다 벗은 채였고, 온몸이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나른하고 만족한 표정으로 보영이가 능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앉아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민석이 입을 열었다.

"헉..헉...옷 입고 있을땐 몰랐는데...헉...헉....벗겨보니 쓸만하네."

보연을 먹고 있는 녀석이 헉헉대며 지껄였다.

하지마...너희들 맘대로 내 여자를 품평하지마...쓸만하다느니 어쩌니 하지마....

"나도 아다는 진짜 오랜만에 먹은거 같은데. 작년 초엔가 먹고 처음이다. 특히 이쯤 되는 애가 아다인건 좀 드물잖아. ㅋㅋ"

민석이 다시 지껄였다.

"헉..헉...넌 아다 먹어서 좋겠지만 나랑 대현이는 후다잖아..헉헉..."

"야, 뭐 개통은 내가 했지만 니들도 아다 먹은거나 다름없지. ㅋㅋ 두명 했다고 뭐 엄청 달라지냐? 

 니가 이년 세번째 남자인거야 ㅋㅋ"

세번째? 아 지금 한놈 화장실에 있으니까....결국 한번씩 다 했다는거야?

"아..씨발 싼다...아 진짜 존나 좋아~~~"

녀석의 움직임이 빨라지다가 갑자기 말뚝을 박듯 강하게 보연의 엉덩이를 몇번 찍어누른다. 쌌나보다.

녀석이 몸을 일으키자 자지가 쑤욱 빠져나오면서 보연이의 보지가 보인다.

뻘겋게 달아오른채 주변에 피가 약간 묻어있고, 벌려진 구멍 사이로 희뿌연 액체가 찐득하게 흘러나왔다.

그때 화장실에서 한놈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

"야 한번 하고 뭘 샤워를 하냐? 한번 하고 말꺼야? 기왕 먹는거 몇번 더 먹어야지?"

민석이 화장실에서 나온 놈에게 지껄인다.

"술 너무 많이 마셨나봐.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씨발 시은이가 더 먹고 싶은데."

"그럼 가져다가 먹어. 누가 말리냐? 근데 시은이는 어차피 매일 먹는거고 이건 특식 아니냐."

민석이 이렇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선다.

"난 오늘 몇번 더 하고 자야겠다 ㅋㅋ"

그러면서 온몸을 쭈그린채 바닥에서 흐느끼고 있던 보연이의 몸위에 다시 올라탄다.

민석은 보연이를 바로 눕히고 가슴 쪽으로 올라가더니 보연이의 얼굴을 향해 자지를 들이민다.

"입 벌려."

...반응이 없다.

갑자기 민석이 보연이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낮은 어조로 말했다.

"입 벌려, 이 썅년아 턱을 뽑아버리기 전에."

순간 형진까지 입을 벌릴뻔했다. 민석의 저 말투...그는 도저히 거역할 수 없었던 저 목소리. 온몸이 떨려왔다.

보연이는 입을 벌렸고, 민석이는 보연이의 입이 마치 보지인듯 거기다 대고 자지를 박아댔다.

형진은 부엌으로 향했다. 싱크 아래에 칼이 있었다.

부잣집에도 부엌칼이 있네.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칼을 뽑아들고, 다시 그 방으로 향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그저 그의 인생에서 강민석이라는 인간을 지우고 싶었다.

방문을 열고 뛰어들어 민석의 등에 칼을 쑤셔넣고 다시 뽑는다.

비명, 고함, 뒤로 돌아선 민석의 목을 향해 다시 칼을 날렸다. 민석이 두 팔로 얼굴을 가린채 몸을 옆으로 날린다.

형진은 따라가서 계속 겨냥도 하지 않고 칼을 마구 휘두르고 찍어댔다.

민석의 친구 두 놈이 고함을 치며 형진의 몸으로 달려들었고 보연이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는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잘 몰랐다. 그저 너무나 무서운 것을 향해 하듯이 그저 마구 칼을 휘둘렀을 뿐이다.

뜨거운 피가 이리 저리 날리며 형진의 몸에도 튀고 입안으로도 들어갔다. 너도 피는 빨갛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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