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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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다른 쪽 상황은?”

“전부 정리 되었습니다. 사상자와 부상자가 많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공격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원은 온다고 하던가?"

"한 시간 내에 이곳으로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중앙도 이제 공격이 끝난 것 같습니다. 또 해변 근처에서 중국인을 한 명 생포했다고 하는데, 직접 만나 보시겠습니까?"

"그래야지. 하지만 일단 그 전에-"

옆에서 유우리가 이것저것 명령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니 깊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유우리의 첫 인상과 크게 다를 것은 없는데, 하도 보던 모습이 그렇다 보니... 죽다 살아날 뻔해서 그런가, 왠지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부상자를 수습하고 철수하도록 하자. 집결지는 도쿄-”

“유우리님?”

“...도쿄 중앙 본부에서.”

“알겠습니다!”

서우가 뒤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도 그냥 더듬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 유우리는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다행히 유우리의 뒤에는 서우뿐이고, 서우의 몸집이 큰 탓에 완벽하게 가리고 있어 그의 손이 무슨 짓을 하는지 보이지는 않았으나, 유우리의 얼굴은 점차 새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서, 서우님. 이런 곳에선-”

“이런 모습은 오랜만이라 새로워서요.”

“예, 예엣...?”

“원래 그랬던 성격이긴 하지만.”

예전의 그 차갑기 그지없었던 이지적인 모습의 유우리는 어디로 가고 그렇게 변했나. 어떻게 할지 모르면서도 서우의 손을 피하지 못하는 게 재미있었지만 아직도 유우리에게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는 게 몹시 좋았다. 역시 그래야 재미가 있지.

"흐, 흐윽...!"

내린 손을 슬그머니 밑으로 내렸다. 호타루나 츠부미는 저 멀리, 호타루는 부상이 아직 심한지 치료를 받고 있었고 츠부미도 치료를 받고 있었기에 이쪽은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바지 속으로 쑥, 손을 넣은 서우는 제 집처럼 안을 들락거리며 유우리의 애간장을 태웠다.

"아, 아아... 서우님...!"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다리를 벌리고 이곳에서 해달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아직 전시였다. 유우리는 입술을 깨물며 서우의 손짓을 버텨내려 애썼고, 서우는 그럴수록 이것 봐라? 하는 마음이 들어 결국 유우리의 다리 사이, 겉부분만을 맴돌던 손을 안으로 쑥 집어 넣었다.

"히잇!"

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손이 축축하게 젖기 시작하는데, 어지간히도 흥분했나 보군. 아, 진짜 여기서 어떻게 해 버릴까... 잠시 고민하던 서우는 마침, 그 앞을 지나가고 있던 하네다와 눈이 딱 마주쳤다. 

"하네다 님, 그래서..."

"......"

다른 사람이라면 서우와 유우리가 그냥 붙어 있으려니 싶은 모습이었으나 하네다가 그게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잔뜩 풀어져 달아오른 유우리의 얼굴, 뒤에 달라 붙은 서우와 덜덜 떨리는 다리까지. 

"...하네다 생각을 못했네."

"예, 옛?"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유우리가 고개를 들었다가 하네다를 보고 화들짝 놀랐고, 그때 그 안이 서우의 손을 세게 조이자 서우는 그대로 손을 쓱 빼 버렸다. 거기에 놀란 유우리가 서우를 돌아 보니, 난 아무짓도 안 했다는 것처럼 유우리가 내보낸 것으로 번들거리는 손을 드는데, 하네다는 그 모습을 혐오스럽다는 듯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남은 건 돌아가서 하는 걸로."

"...네, 네에..."

유우리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으니 서우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며, 서포터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라며 건네 준 수건으로 손을 문질러 닦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호타루 님, 그러게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으, 아... 야, 아파, 아파요!"

바닥에 누워 생선처럼 펄떡이는 호타루는 잠깐 좀 움직였다가 다시 몸이 맛이 갔는지 바닥에서 퍼덕퍼덕 거리고 있었다. 그에 비해 한 번 껍질이 까졌었던 제 몸은 반쯤 원 상태로 돌아와 있었는데... 조금 떨어져 있던 곳에서 츠부미가 종종종 걸어 와 수건과 물을 내밀었다.

"오, 오빠... 이거요...!"

"어, 고맙다."

이러니까 귀여운데. 그냥 여기서 머물러 줄 수는 없나... 싶으면서도 방금 죽다 살아 돌아 와서 그런가. 간이 향시 땡땡하게 부어 있는 서우였지만 지금은 더 땡땡하게 부은 느낌적 느낌이었다. 왠지 이 상황이 스릴도 있는 게 좀 재밌는 것 같은... 츠부미가 슬쩍 고개를 들다가 곧바로 숙이고는 뛰어가는데, 저를 덮치겠다고 미쳐 날뛰던 여자애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

생각해 보니 재밌었던 것 같기도?

"...음...?"

재밌어? 덮쳐 버리겠다고, 죽여 버리겠다고 덤벼드는 여자애가? 하지만 원래가 스릴에 중독 되어 있었던 삶이었다. 재미를 찾아 일본에 왔고, 재미있는 일을 찾기 위해 살았으니... 으음, 그러게 뭔가 당하다 보니 의외로 보너스[거유]도 있고 말이지.

실제로 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요만큼도 없지만 말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란다. 순서가. 어딜 다 여물지도 못한 게 덤비길- 그리 생각하는 찰나, 서우는 뭔가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은 분명-

“마리코?”

“서우 오빠!”

그새 능력이 돌아왔나, 서우를 보며 달려오는 마리코에게서 예의 느껴지는 묵직함이 서우의 몸을 누르고, 그 다음에는 마리코 자체가 서우의 몸을 눌렀다. 하늘에서 날아오다니, 그래도 적당히 무게를 조절했기에 망정이지 그냥 또 날아왔으면 연속으로 허리뼈가 나갈 뻔했다. 

============================ 작품 후기 ============================

연참이야! 연참이라구! 새벽에 한 편 더 올리면 되는 거지 않을까요? 끼요오오오오오옷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취방 친구들 영화 보러 갔는데 혼자 안 가고 집에 남아 글을 쓴 저를 가엾이 여기소서. 끄어어. 

+) 

전기 엄청 썼는데 전기세가 만원 나오고 가스는 적당히 쓴 것 같은데 8만원이 나왔네요.

끄아아아아아 가스비가 이렇게 비싼 줄 몰랐습니다. 나중에 집에 들어가서 살면 그때부터는 세금도 좀 보태야겠어요. 비싸다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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