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73 / 0198 (173/198)

0173 / 0198 ----------------------------------------------

2주동안의 내기

서우는 필사적으로 츠부미를 밀어냈다. 그런데 이게 어찌나 힘이 센지, 서우가 제대로 힘을 쓰고 있지 않긴 하지만 꽤나 버거운 수준이었다. 그새 대체 뭘 먹은 거야? 온몸에 불스원샷이라도 잔뜩 충전한 것처럼 츠부미는 공격적으로 서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서, 서우 오빠... 저 좋아한단 말이에요. 네? 오빠가 너무 좋아요. 예전부터 계속, 계속 좋아했단 말이에요!”

“아니, 좋아하고 자시고...!”

“그런데 왜 다른 여자들이랑만 같이 다녀요? 난 이렇게 오빠를 좋아하는데... 에리 언니도 그렇고, 마리코 언니, 그리고, 그, 거기 있는 여자들 다! 오빠 주변에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아!”

“그만 좀!”

“츠부미는, 츠부미는 이렇게나 오빠를 좋아하는데!”

“......”

“내가 얼마나 오빠를...! 그런데, 오빠는. 서우 오빠는 그것도 모르고 매일 다른 여자들, 다른 여자들, 다른 여자들만 옆에 두고서...!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아니, 알고 있을 것 같기는 했어. 들킨 적도 있지 않나...? 서우가 말을 잇지 못하니 츠부미는 점점 더 탄력을 받는 것처럼 무섭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마치 게임 대화창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로 도배하는 것처럼.

“오빠가 올 때마다 매일, 매일, 다른 여자들의 냄새가 났어요. 기분 나빠. 난 그 여자들 냄새가 누구 건지도 다 알 수 있어. 에리 언니뿐만이 아니잖아요. 그 능력자들 냄새가 제일 지독해! 그런 걸 묻히고 왜 다니는 거예요? 왜? 왜?”

“아-”

“오빠, 이리 와요! 내가 다, 다 없애 줄게요. 그 여자들 냄새도, 다른 것도 다! 전부 없애 버릴 거야앗!”

서우가 한 번 소리를 치면 그보다 더 큰 소리로 맞받아치는 츠부미의 기백에 서우가 잠시 움찔하는 사이, 그녀는 다시금 밀쳐났다가 가까이 다가왔다. 근데 그렇게 오는 것도 막, 달려오는 게 아니라... 마치 사냥감을 서서히 몰고 가는 야수 같은 느낌이었다. 

“오빠...... 서우 오빠.......”

얀데레의 필수 아이템은 야구 배트, 식칼, 성향에 따라 톱이나 빠루 같은 것이 있다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의 츠부미라면 그 네 개를 전부 다 들고 있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만렙 얀데레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하, 씨발.”

그냥 개꿈인 줄로만 알았던 악몽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아니, 현실의 츠부미는 더욱 무서웠다. 마음껏 패대기칠 수 있는 여자라면 그러기라도 하겠는데... 서우는 그제야 츠부미의 감정을 애써 부정했던 과거를 후회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리 와요, 오빠. 네? 왜 도망쳐요. 오빠...”

“츠부미...”

“츠부미도, 츠부미도 잘할 수 있어요. 네?”

네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지금은 알고 싶지 않아. 나중에 알게 해 주면 안 되는 거니. 네가 어른만 되면 잘 알고 싶어질 것 같은데... 

“나 잘해요. 정말이에요.”

아아악! 진짜 어린 게 못하는 말이 없다! 제발 커서 이렇게 해 주면 안 되는 건가. 일본은 열여덟에 성인이 되니까 조금만, 조금만 기다렸다가 올바르게 키잡할 수 있는 거잖아. 서우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그래. 다 이런 것이겠지. 얀데레가 등장하는 미연시의 흔한 남자 주인공들도...... 얀데레를 처음부터 잘 챙겨주고 잘해줬다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연애 시뮬레이션들의- 주로 앞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린 남자 주인공들은 처음에 얀데레가 자기를 아직 안 좋아할 때만 이렇게 저렇게 잘해주다가, 얀데레가 홀딱 넘어오면 갑자기 같은 반의 반장 타입의 동급생이라든가 소꿉친구, 뜬금없지만 집 근처에 있는 신당의 어린 무녀 내지는 다른 반의 불량한 여자 일진한테 마음이 가는 법. 

그렇게 원래 여자 친구를 소홀히 대하다 보면 어느 샌가 그녀는 다른 여자들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왔다면서 식탁에 내놓는 법이지! 하지만 애초에 츠부미에게 그렇게까지 잘해 준 것 같지는 않은데...... 

“도망치지 마요, 서우 오빠!”

...아니, 어린 애가 생각하기엔 아마도. 

일본에 온 뒤로 성진국의 힘을 받아 전신에 페로몬이 흐르는지 여자가 줄줄 꼬이는데... 어린 애라도... 아아, 서우는 어느 새 제 위에 올라 타 있는 츠부미를 보며 기겁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며 제 위에 안착하는데,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오빠... 잡았다.”

밖에 있는 서포터 년놈들은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가. 여기서 난장 까고 있어. 어린 애한테 강간당하게 생겼다고오오오... 물론 밖에 있는 서포터들이 그 난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누가 능력자 둘이 싸우는데 끼어들 수 있을까. 츠부미가 일방적으로 맞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니 그냥 밖에서 조용히 몸을 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비켜! 네 마음은 알겠다. 알겠는데, 네 나이를 생각해봐!”

“나이?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내가 미치지 않는 한 어린 애랑은 안-”

서우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츠부미를 피했다. 안 돼, 여기서 입술이라도 닿는다면 정말로...! 여성부에게 능지처참당해 버렷! 진짜 안 되겠다 싶어 서우가 능력을 쓰려는 찰나였다. 손에서 응당 나와야 할 것이 나오지 않았다. 

“어...?”

그제야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츠부미의 무효화.

아니, 잠깐. 그거 돌연변이한테 뭐 그런 거 아니었어...? 당연히 그런 것이리라고 생각한 서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손이 몇 번 번쩍번쩍 거리기만 할뿐, 아무것도 내뱉지를 못하는데... 

“하아아...? 아, 무효화 된 거구나... 몰랐어. 이렇게, 이렇게 쓸 수 있을 줄은... 아, 아아... 정말 몰랐는데!”

츠부미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저도 모르게 꾹 감았던 눈을 뜨고, LED 전구마냥 반짝이는 서우의 손과 서우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

“하하하하... 말도 안 돼...”

능력자인데 왜 능력을 쓰지를 못하니. 이 손, 이 손, 왜 와이어를 뱉어내지를 못해...!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하네다의 조교가 성공적으로 끝났던 것은, 이 호사다마를 위한 것이었던가. 이제 거리낌이 없어졌다 생각했는지 츠부미는 서우의 입술 위에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오빠-”

그리고는 어린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고개를 드는데, 역시 츠부미가 나름대로 각성[?] 을 했다고 해도 츠부미는 츠부미였다. 싸워본 경험도 별로 없고, 실전 경험도 적으니 빈틈이 곳곳에서 보이는 법. 서우는 때를 놓치지 않고 몸을 일으켜 츠부미를 세게 밀치고 뒤로 몸을 물렸다. 그리고-

“...씨바.... 아알...?”

서우의 발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낭떠러지였다.

“미친 새끼들아아아아아아아아!”

“서우 오빠?!”

왜 이딴 곳에 막사를 쳐놓은 거야. 뜬금없이 배수진이라도 치고 싶었던 건가?! 왜 낭떠러지 바로 앞에 막사를! 게다가 서우가 츠부미에게 도망치려는 열망으로 어찌나 세게 뛰었던지, 절벽을 잡을 수도 없을 만큼 멀리 날아가 버렸다. 

“윽-”

바로 밑은 강이었으나, 물이라 하여도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지 않고 떨어지면 바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에 서우는 그런 쪽에는 문외한, 마땅히 자세도 잡지 못한 채 능력자의 몸이 제발 버텨 주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 작품 후기 ============================

써놓고 올리는 거 깜빡했네요

개병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

곰팡트라 죄송합니다 곰팡곰팡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