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72 / 0198 (172/198)

0172 / 0198 ----------------------------------------------

2주동안의 내기

“흐, 아...?”

“후후, 후... 유우리 님, 이제 드디어 유우리 님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네요.”

“하, 하네다...!”

“이렇게 제가...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흐흐, 흣...”

“그, 그만... 아... 아팟!”

“아프다구요? 아파? 유우리 님은 아픈 거 좋아하시잖아요!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세요?! 하하, 아하하핫!”

분노와 애욕이 동시에 들끓어, 하네다는 자기가 잡고 있던 유우리의 엉덩이에 바싹 손톱을 세워 끌어당겼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유우리가 저도 모르게 도망치려 하니, 곧바로 다시 끌어당겨 제게 붙여오는데,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유우리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서우는 그것을 보며 문을 닫아 버렸고, 강당 안에서는 유우리의 비명이 길게 울렸다.

“다음부터는 진귀한 그림을 볼 수 있겠군.”

하네다가 유우리를 조교하는 꼴이나, 뭐 그렇고 그런... 좋네, 좋아. 결과가 살짝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이 내기는 서우의 승리였다. 하네다가 완벽하게 복종하려면 아직 한참은 남은 것 같다는 게 살짝 문제이기는 해도... 

일단 하네다를 대상으로 온갖 일은 다 해 보았으니, 여기서 만족하고 물러나도록 해야겠다. 하네다에게도 즐길 시간을 주어야겠지... 서우는 그동안에는 바깥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네다를 조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며칠 동안 안에만 쳐박혀 있었으니, 몸이 근질근질했던 탓이었다.

“서-우 오빠!”

“아, 마리코.”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하여 마리코와 함께 돌연변이를 없애고, 그 부근에 사는 주민들을 도와주지 않겠느냐는 부탁에도 흔쾌히 응하였는데... 이게 웬 걸, 출발하기 전 마리코는 갑자기 능력이 잘 발현되지 않았다. 

“으앙, 왜. 왜애애 안 나오는 거야아! 왜, 왜!”

“마리코 님, 진정하세요. 이렇게 하시면 옷이 더러워지세요.”

“지금 그게 중요해요? 그게 중요하냐구요! 으앙, 싫어어- 싫다구우!”

가끔 이런 날이 있다고는 하는데... 서우가 어쩔 수 없지, 하며 마리코를 보내려 하자 서우를 잡고 가기 싫다며 한참을 찡찡거리며 판소리를 하는 것처럼 울어 재끼기 시작했다. 

“흐엉, 허으어엉. 헝! 으항, 항! 오빠랑, 오빠랑 있을 수 있어서, 마리코가 아침부터, 얼마나, 흐아, 기대... 했는데에에에엣!”

저러다가 피 토하고 득음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 모습이 우습고 귀여워서 서우는 서포터들의 애절한 눈빛을 무시하며 방방 날뛰는 마리코를 지켜보았다. 코가 새빨개져서 훌쩍훌쩍 우는 게 또 진짜 귀여워서... 그런데 그걸 또 자기한테 보여 주지 않겠다고 숨어서 우는데, 저렇게 소리치면 다 들려, 다.

“...저어...”

“아, 알았어요. 이것만 피고 달래 주러 갈게요.”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이거지... 서우는 담배를 입에 물다가 왠지 이것만 피고 날라차기를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가 고개를 젓고, 느긋하게 담배를 태운 뒤 마리코에게 다가갔다. 몇 번 어르고 달래 주니 금방 울음을 그치고, 조만간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까지 한 뒤 돌아갔다.  

해서 다른 능력자가 올 때까지 딱히 할 것도 없어진 서우는 그냥 혼자서 처리해 버릴 생각으로 지원받은 장비를 껴입었다. 애초에 다칠 곳도 없지만 보호대에, 슈트에... 그런 것들을 끼워 입고 있으니, 조금 먼 곳에서 서포터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

저들과의 거리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이런 황야에서 잘도 들리는구나... 서우는 청력을 조금 집중시켰다.

“중국이 그런단 말야? 왜? 예전에 지원 안 해 준 것 때문에?”

“어, 그런 것 같아. 왜, 예전에 위구르 문제로 이슬람한테 바이러스 테러를 받았었잖아.”

“그랬었지. 그게... 6년 전인가?”

“그런데 그때 비공식적으로 정부한테 지원을 요청한 것 같아. 그런데 그때 우리나라가 누굴 도와줄 입장이었겠어...? 지금도 엉망인데... 아마 그것 때문인 것 같아. 계속 지원 좀 해달라고. 근데 이번에는 협박조더라. 순순히 지원을 해 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나 뭐라나.”

“와, 전쟁할 돈도 있나 보네. 좀비 잡기도 벅찬데... 거긴 사람 수도 많아서 좀비 수도 많을 텐데. 그냥 개소리겠지. 예전에도 그런 적 많았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좀 구체적이어서... 아예 날짜까지 말하고 있던데.”

“뭐, 진짜?”

전쟁...? 서우는 마지막으로 장갑을 끼면서 그 말을 흘려들었다. 이미 세상 자체가 전쟁터로 변했는데 뭐 새삼. 그래서인지 그 서포터들도 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죽고 변하는 게 당연해진 세상이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이것보다 더 나빠져 봤자 뭐가 있겠다고... 그들이 다 타 버린 담배를 나눠 피는 것을 보며, 서우는 막사 밖으로 나왔다.

“어.”

그리고 거짓말처럼 츠부미와 딱 마주쳐 버렸다. 막 도착한 것인가? 츠부미가 웃으면서 서우에게 달려드는데... 그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다고 서우가 느낀 순간, 가까이 다가온 츠부미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오빠.”

“어, 츠부...”

...라고 말하다가 서우는 고개를 돌렸다. 이거 진짜, 뭐라고 해야 할까... 딱히 별 일은 없었는데 마주치기가 힘들다. 그 꿈도 있었고, 츠부미의 변한 태도도 그렇고.

“서우 오빠.”

아냐. 어차피 어린 애잖아. 후, 서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기보다는 한참 작은... 아니, 작았던 여자애를 내려다보았다. 왠지 그새 키가 더 큰 것 같기도...? 능력자는 성장속도가 남다르다더니. 그런데 서우가 츠부미를 위 아래로 보는 사이, 그녀또한 서우를 빤히 보고 있었으니.

“오빠한테서... 다른 여자 능력자 냄새가 나요.”

“뭐?”

다른 여자 능력자? 그런 것도 알 수 있나 싶어서 서우가 저도 모르게 제 팔의 냄새를 맡다가

“방금 전까지 마리코랑 있었으니까 그런가보지.”

“...아니에요. 마리코 언니 냄새가.”

...얘는 개코인가. 서우는 조금 불쾌해졌다. 그것은 츠부미의 달라진 태도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도 있었는데, 왠지 조금 짜증이 났다. 어차피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어린 여자애가, 자기한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서우에게 달가운 감정은 아니었다. 적어도 마리코 정도는 되어야 이제 빨리 성인이 돼서-

“?!"

나이스 타이밍. 서우는 딱 맞춰 고개를 돌렸다. 츠부미의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고, 다행히 입술이 부딪치는 상황은 없었으나 그 반동으로 서우는 막사 안으로 쑥 들어가게 되어 버렸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츠부미는 막사 문까지 닫아 버리는 게 아닌가?

“야, 너... 너너, 뭐, 뭐하는...!”

서우는 드물게 말까지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츠부미의 눈이 말 그대로 횃까닥 뒤집혀 있었기에... 이중인격인 아키오가 그랬던 것보다 더, 아예 맛이 갔어...! 아, 안 돼. 얘가 뭐하는 짓이야? 하고 생각하던 찰나 어린 계집애가 저에게 입술을 붙여 오려 했기에, 아청의 위협을 느낀 서우는 츠부미를 세게 밀쳤다. 

“흑...!”

“진정해. 좀 진정하라고!”

2d의 아동은 현실의 아동보다도 소중한 법, 이런 식으로 아청아청한 짓을 저지른다면, 아동이라면 2d고 3d고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수호한다는 Mi****ry of Gender Equality 가 힘을 발휘하여,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계집애는 초대 M******y of Gender Equality의 장관이었던 M*eong S**k Han의 권능이 두렵지 않은 것인지, 서우에게 겁대가리도 없이 몸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 그만해! 미친...!”

============================ 작품 후기 ============================

여성부 RPG게임 참 재밌더라구요.

한번씩 해보세요.

창규야아아아아 그리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에 쓴 이상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위로해 줄 줄은 몰랐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