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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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여자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적당히. 완전히 풀어져서 매달리는 것은 이제 유우리만으로도 족했다. 완전히 매달리는 강아지가 좋은가 하면, 계속해서 주인을 주인 같지 않게 여기는 고양이가 좋을 때도 있지 않을까. 유우리가 개라면, 하네다는 고양이로.. 늘 주인에게 반항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주인을 따르는 그런 고양이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 생각하던 서우는 어느 순간 제 뺨을 차갑게 스치고 지나가는 물에 깜짝 놀랐다. 이게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고 보았더니, 배 반대편에 있던 마리코가 물에서 왠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온 게 아니던가. 그러더니 아저씨, 이거 봐요. 이거! 하면서 까르륵 웃고 있었다. 

"우하하핫, 크죠! 커다래애애!"

"히익..!"

거진 서우의 팔뚝만한 물고기 대 여섯마리를 공중에 동동 띄운 마리코, 옆에서 덜덜 떨면서 겨우겨우 붙어다니던 관리인은 저도 그렇게 될까 비명을 지르며 뒤로 털썩 주저앉으며 멀어졌고, 마리코가 띄운 물고기들은 팔딱거리지도 못하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서우는 문득, 좋은 것이 떠올랐다.

'..머리가 항상 이런쪽으로만 돌아가는 것 같군.'

IQ EQ,  그리고 이런쪽으로만 돌아가는 SQ. 혹은 HQ. 

서우는 입가를 실룩이다가 일단 마리코를 칭찬해 주었다. 뭐, 손만 까딱하면 최고급 음식들이 쏟아질 텐데 이렇게 물고기를 잡을 필요가 있나 하긴 했지만, 예전에 폐허가 된 도시들을 걸으면서 비둘기와 펠리카나도 덥석덥석 먹던 서우였기에 제일 때깔이 좋은 놈으로 하나 잡은 뒤, 배 밑에 준비된 주방으로 들어갔다.

회를 치면 제 와이어로는 순식간이기에 간만에 손질을 해 보았는데, 옆에 있던 마리코가 서우가 하는 모양새를 가만히 보더니, 마치 생선이 여러 부품으로 만들어진 기계라도 되는 것마냥 순식간에 생선을 쪼개버려서 서우는 짐짓 놀랐다. 정말 마리코의 '영역'이라는 기술은 부러운 것이었다. 그 안에서 마리코는 말 그대로 신인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일본에 능력자가 좀 많이 적다했더니, 이런식으로 사기적인 밸런스를 가진 녀석이 있었군...'

아마 한국의 1 능력자도 마리코에겐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마리코의 영역이 사라지고 마리코의 능력만 남을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힘들 것 같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 맞지요?"

"그래, 잘하네."

"에헷, 칭찬 받았다."

곱게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서 분해되는 생선을 천진난만하게 보는 마리코를 보니 서우는 그녀의 능력이 탐이나서 조금 속이 쓰렸다. 이렇게 재밌는 능력을, 만약 이런 능력이 저에게 있었다면... 순간 서우는, 만약 마리코를 죽이고 이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아니 죽인다고 해도 능력이 제게 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그렇다면.

혹은 마리코와 제 능력을 바꿀 수 있다면 제가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답은 NO였다. 

'손맛이 없잖아.'

요리도 손맛, 살육도 손맛인데. 서우는 참 쓸데없는 생각에 골몰했다고 생각하며 엄청난 솜씨로 요리를 마쳤다. 

아키오와 잠시 지낼 때도 느꼈지만, 능력자가 된 이후로 신체능력이 좋아지고 그로 인해 움직임이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전투 뿐만이 아니라 집안일에도 한 없이 최적화 된 느낌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뚝딱 2인분의 요리를 내려 놓은 서우는, 벽에 붙어서 달달 떨고 있는 요리사들을 그제야 발견했다.

"...아."

하긴, 주방이 있고 VVIP인 능력자가 있는데 요리사들도 있었겠지. 그럼 자기들이 하겠다고 말을 하던가, 왜 다 그렇게 벽에 붙어서 덜덜 떨고 있담? 서우가 그들을 한심스럽다는 듯이 한번 쭉 둘러보다가 나가보라는 듯 제스쳐를 취하자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다들 위로 올라가 버렸다.

"아저씨, 저 사람들 왜 저래요?"

"글쎄, 모르겠다."

눈앞에서 금색빛이 번쩍번쩍 거리며 생선을 도륙내고, 생선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갈기갈기 찢기는 꼴을 보았는데 어느 누가 겁내지 않을까. 서우는 심드렁하게 젓가락을 들었고, 젓가락질이 서투른 마리코는 포크와 수저를 양손에 들었다.

"우와, 서우 아저씨 이거 되게 맛있어요!"

마리코는 순수하다. 어린 것도 있지만 아마 마리코를 장래 일본의 여신처럼 추종할 정부의 계획 덕에 마리코라는 여자아이 자체는 정말 티끌하나 묻지 않은, 말 그대로 천사 같은 이미지였다. 게다가 저 외모이니... 잠시 마리코를 보고 있던 서우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마리코의 힘이 탐난다면 그 힘을 제 것처럼 쓸 수 있다. 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우습게도 제게 첫눈에 반해서 이렇게 따라다니고 있으니까.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가 나쁜남자한테 잘못 걸리면 인생 자유낙하 코스를 수료하게 되어 눈물 흘리며 30대에 애 둘 딸린 채 위자료도 못 받고 세상의 쓴맛을 깨달은 채 이혼서류에 도장찍게 되는 것이지만 자신은 달랐다. 그리고 마리코도 달랐다.

아름답게, 그리고 일본의 그 어떤 여자보다 고귀하게 대접 받을 마리코가 제 것이 된다면, 제 안으로 들어온다면 얼마든지 친절하게 대해주고, 그리고 필요한만큼만 적절하게 이용할 예정이었다. 어쩌면 서우는 자신이 그닥 마리코의 힘이 애가 탈 정도로 크게 탐나지 않는 이유가, 제가 마리코를 이용할 수 있어서- 라고 생각했다.

마리코는 장기말이자 자신의 것이었다. 그러니까.

"마리코, 아까 말한 재밌는 일 말이야....."

"응응, 그거 왜요?"

"오늘 할까 하는데, 괜찮지?"

"재밌는 일이면 마리코는 다 좋아요, 다! 히힛."

적당히 사용해 주겠다고 생각하면서 서우는 운을 떼었다. 마리코의 까만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우와... 그거 재미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

그렇게 말한 서우는 덧붙였다. 마리코의 도움이 꼭 필요해. 꼭. 그 말에 마리코는 해사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저씨를 도와드리고 싶어요! 마리코도 같이해요!"

그제야 서우는 웃으면서 마리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다는 칭찬 한 마디에 마리코의 얼굴은 더욱 환하게 피었다. 그렇게 둘이 배에서 내리자 시간은 거의 네 시 정도가 되어 있었는데, 마리코는 서우가 했던 말대로 준비되어 있는, 정부로 향하는 차량을 타고 바로 돌아갔다. 서우는 그것을 배웅하고는 제가 갈 곳으로 차를 몰았는데, 그 장면은 이미 하네다가 감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딱히 문제는 없는 건가?"

하네다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손톱을 뜯으며 화면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가 볼까 황급히 손을 밑으로 내렸다. 

[예, 화면에서 보시는대로 최서우는 지금 제 본거지로 돌아갔고 마리코님께서는 바로 돌아가시는 중입니다.]

"......."

[하네다님?]

"아니, 수고했다. 바로 복귀하도록."

[알겠습니다. 가서 뵙겠습니다.]

하네다가 리모콘을 들어 화면을 끄자 목소리도 끊겼다.

마지막으로 전화에서 들리던 그 목소리, 끊기 전에 들리던 목소리에서는 금방이라도 뭔가, 일을 저지를 기세였는데.. 의외로 조용했다.

마리코와 차를 탄 뒤에 예정된 곳에서 배를 타고 식사를 한 뒤에... 다시 유람선에서 바다 구경. 평소보다 빠르게 헤어진 것 외에 특이한 점은 없다.

그냥, 그것 뿐이다. 하네다는 느리게 한숨을 내쉬었다.

감시의 이유는 하네다가 유우리를 대신하여 능력자들을 총 책임하게 되어, 그 안에 아직 미숙한 마리코의 관리가 들어가 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녀 자신의 불안함이 컸다. 하네다가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불안함... 하네다는 까만 화면을 보다가 문득 피곤해짐에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긴장이 탁- 풀리니까 잠이 쏟아진다고 할까. 제가 서우를 도발해놓고도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그 안에 남아 있던 긴장이 사라지자 저절로 잠이 쏟아졌고, 하네다는 시간이 꽤나 흐른 뒤에야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

이제까지는 단 한 번도, 근무시간에 잠을 자거나 딴 짓을 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저도 모르게 잠을 자버린 것 때문에 놀란 것도 있었지만, 능력자의 기척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강렬하고 큰 기운,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하네다는 문쪽을 쳐다보았다. 똑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살짝 열렸다.

"마리코..?"

"에헷, 언니 안녕하세요."

모습을 드러내게 된 이후로부터 마리코는 하네다를 언니라고 부르곤 했는데, 베시시 웃으며 드러난 마리코를 본 하네다의 마음은 사실 썩 편하지 않았다.

마리코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아니. 마리코의 탓이었다. 서우를 단 번에 밀어붙히지 못하고 놓친 것은, 그리고 그리 쉽게 연구소가 파괴되고 그 안의 기물들이 파손된 것은... 유우리를 서우에게 그냥 넘겨주고 말았던 것도...

"....여긴 어쩐 일이니? 아, 아직 밖에 있는줄 알았는데.."

"방금 돌아왔어용."

아직도 하네다는 유우리를 되찾아 와서, 잘 설득하고 이야기하면 예전처럼 그녀가 돌아갈 것이라 믿었다. 그것이 그녀의 가느다란 희망이었는데, 정신연령이 열 살 가량 낮으면서도 서우에게 홀라당 넘어가, 일본과 서우 사이에 기묘한 평화모드를 구축한 것은 바로 마리코 탓이었다.

좋을 리 만무하다. 불쾌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가 1 능력자인 이상, 일본의 희망인 이상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어서 하네다는 어른의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대했다. 마리코는 헤실헤실, 아이처럼 웃으며 자기보다 한 뼘 정도 큰 하네다를 올려다 보았다.

"있죠, 하네다 언니. 오늘 밤에 뭐하세요? 마리코랑 같이 인형놀이 해요."

"..뭐?"

"하네다 언니랑 같이 하고 싶어서, 인형세트를 사달라고 했거든요. 엄청 커다란 인형의 집! 언니랑 같이 놀고 싶어요!"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가 너 같은 거랑 그런 시시한 놀이나 하고 싶은지 알아?

"언니이?"

"...그, 글쎄. 그건 좀..... 곤란한데. 바빠서."

하지만 하네다는 필사적으로 웃으며 그녀를 대했다. 기껏해야 다섯 살인지, 일곱 살인지의 정신 상태를 가진 '애'에게 화내 봤자 오히려 꼴사나워지는 것은 자기라고,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문 하네다는  다시금 곤란하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 마리코가 먼저였다.

"언제가 되든, 늦어도 좋으니까 마리코는 안 자고 언니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요! 마리코 방에서 만나요! 꼭!"

"뭐? 잠깐만, 잠깐 마리코!"

쾅!

그녀가 나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하네다는 황망하게 닫혀버린 문만 보다가 눈앞에 있던 여러 서류들을 집어던졌다.

*

============================ 작품 후기 ============================

노블레스 독자와 일반연재 독자의 차이라면 역시 무엇이냐.

자베트: 날 동정하지 마! 날 비웃어! 비웃으라고!!!! 

일반연재:자까님 왜 그러세여 ㅠㅠ 힘내세요.

노블레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ㅉㅉㅉㅉㅉㅉㅉ.

역시 노블레스 독자들.

대다나군, 가차없어 후후...

옆동네 작가님까지 오셔서 절 비웃을 줄이야...... 후후. 후후후후. 후후후. 왜 이리 부앜소리가 작은게냐 부앜부앜을울려라 부아아아아아아아앜!! 내 노트북이 고장났다 부아아아아아아아어어으어으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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