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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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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으로 들어가면서 서우는 마을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까 밭을 가는 모습이나 자경단도 그러했지만 확실히 도쿄의 중심부 보다는 왠지 사람 사는 느낌이 확실히 드는 곳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 도쿄만 해도 양아치가 넘치고 사이비 종교가 판치지 않았던가.
마을은 그리 크지는 않은 듯했지만 마을회관이나 작은 보건소도 보였으며 저 멀리에는 높은 벽이 하나 보였는데, 아마도 좀비가 넘어오지 못하게 막은 방어벽인 듯 싶었다. 전철을 타고도 한참 동안 왔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만큼 아무리 봐도 이 마을은 도쿄의 끝인 듯 보였는데 의외로 중심부보다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쨌든 가끔 몸이 근질근질하면 저 벽을 넘고 밖으로 나가서 좀비를 적당히 썰고와도 될 테니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서우는 가볍게 흥얼거렸다.
정부에게 쫒기든 그보다 더 한 세력에 쫒기든 그에게 근심걱정, 고난과 역경, 고민과 절망 삼종 셋트는라는 건 홍석ㅊ의 풍성한 머리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로 들어가면 아키오 씨의 집이 바로 나오네. 파란 지붕의 집이지."
"아, 감사합니다. 그럼..."
"저......"
"?"
"전할 때 조금 조심해주게, 요시자와 씨는 편하게 갔다고 말해주어. 아키오 씨.. 몸이 약한 사람이라... 그럼 이만 가보겠네."
자경단 중 한 명이 그리 말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며 서우는 잠시 제 머리를 긁적이다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얼마가지 않아 파란 지붕의 집이 보였는데, 그 앞에 오토바이가 하나 주차되어 있었다.
'선객인가...'
서우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악 빨래라도 했는지 섬유 유연제와 세제 냄새가 기분 좋게 코끝을 살랑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어느 것을 회상하게 했다.
제목: 아침 9시의 빨래 타임. [feat. 드럼 세탁기]
저자:서베트.
예전에 썼던 글을 생각하며 서우는 저도 모르게 큭큭 거렸다. 그때였다.
"매번 감사해요, 이렇게 여기까지 와주시고.. 마을회관에 놓아주셔도 되는데."
"어,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요. 하하."
여자의 목소리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빨랫줄 앞에 잔뜩 빨래를 널어놓은 채 둘은 커다란 박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빨래가 바람에 휘날려 제대로 아키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래두요, 이렇게 신경 써주시고.."
서우는 머리가 아찔해짐을 느꼈다. 그 만큼 아키오의 능력치는 사기적인 수준이었다. 사진으로도 충분히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저런 얼굴을 가지고 어떻게 연예인이 되지 않았는지 신기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거기에 아무리 보아도 외모 평타치였던 요시자와가 어떻게 저런 부인을 맞이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딱히 집 상황을 보니 돈이 많은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요시자와가...
'바지라도 한번 벗겨서 확인해 볼 걸 그랬나... 아니면 골드를 넘어선 플래티넘 핑거였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저 정말 숨이 턱 막혀올 정도로 아름답고 청순해서, 서우는 제 눈을 의심하다가 겨우 앞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봤던 사진들이 실물에 비하면 얼마나 못 나왔던 것이었던가.
이제까지 보았던, 이라고 쓰고 잤다고 읽는 소라, 유리, 나나, 모모... 거기에 차마 볼 수밖에 없었던 에리의 좋은 부분을 몽땅 합쳐놓은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말 그대로 끝판왕, 서우는 가볍게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붙잡고 잠시 더 그 모습을 감상했다.
하얀색이 바탕에 있으면 사람의 얼굴이 몇 배 더 예뻐보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예쁜 것인지 넋을 놓고 바라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왜 그러세요, 쇼지 씨?"
"저, 아.. 아닙니다! 저.. 저, 그럼 다음 배급품 가지고 다시 오겠습니다!!"
"네? 괘, 괜찮은데... 쇼지 씨!"
"금방 올게요!"
아마 저 대화하는 놈도 그런 기분이려니 생각하며 서우는 일단 몸을 숨겼다. 이내 20대 초반, 그 즈음 되었을 것 같은 녀석이 그곳에서 나와 밖으로 나갔는데, 귀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왠지 속내가 빤히 보여서 서우는 그를 쳐다보다가 몸을 움직였다.
아키오는 다시 빨래를 널고 있었는데, 빨래줄이 조금 높은 곳에 있어 발끝을 들고 팔을 높이 올리다 보니 입고있던 스웨터 밑으로 은근히 하얀 살이 비추며, 몸을 앞으로 내밀어 둥그런 가슴의 곡선이 도톰한 스웨터 위로 두드러져... 서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동적이네요...'
에리 급의 얼굴, 유리의 라인, 소라의 가슴, 나나의 상큼함, 모모의 머릿결.. 사진과는 다르게 언제 기른 것인지 길게 찰랑이는 머리가 부드럽게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멍하니 또 그것을 바라보던 서우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근처에 섰는데, 그제야 저가 조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키오가 보기 드문 미인인 탓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 떄문인가? 서우는 망설이다 운을 떼었다.
"저기.... 아키오 씨 맞으시지요?"
"어라, 누구세요..? 마을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 외지 분이신가요?"
"아, 예.... 외지에서 왔습니다."
"외지 분이 여기는 어쩐 일이신가요? 오기도 힘드셨을 텐데..."
튀어나온 말에 저도 우스울 정도였다. 이미 맞는 걸 알면서도 하는 말이라니? 하지만 막상 가방을 전해주고 부고를 전하려니 서우는 말문이 막혔다. 이런 적은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의심 하나 보이지 않고 상냥한 톤으로 말을 거는 아키오를 보니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무슨 일이세요?"
서우가 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머뭇거리기만 하자 아키오의 표정에 당황이 섞였다. 여자의 직감이라고 할까, 그 감이 지금 서우가 망설이는 이유를 해석하고 있었다.
"저.... 혹시, 그거.."
외지에서 온 남자, 손에 들어있는 어딘가 익숙한 커다란 가방.. 아키오는 손에 들고있던 빨래를 무심코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 가방이 제가 남편에게 사주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가방과 서우를 번갈아 보았고, 서우는 묘하게 죄책감 같은 것이 드는 것을 느꼈다.
"아, 아니지요?"
"......"
"...그 가방..."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시작된 생방송,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시작한 노블레스 연재, 이북제의 받았다고 덥썩 잡다간 욕을 후드리 챱챱하게 먹을 테니 그만둘 수 없는 것처럼, 지금 그만둘 수는 없었다. 서우는 저도 모르게 입술 끝을 비틀다가 입을 열었다.
"...남편 분인 요시자와 씨의 부고를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부.. 부고요...? 부고라구요?......."
"그게.. 요시자와 씨는 여기로 오시는 길에 좀비의 습격을 받아서......"
"...그, 그 사람이......"
서우는 무심코 줄줄 말하다가 그제야 깨달았다. 마을 사람이 아키오는 몸이 약하니 조심해달라고 했다는 것을.. 그것을 불현 듯 깨닫고 아키오를 바라본 순간,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서우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키오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고, 재빨리 서우가 그녀를 잡았지만 몇 번 경련을 일으키던 아키오는 이내 축 늘어졌다.
"..아, 젠장..."
그제야 실책을 깨달은 서우는 바로 마루에 아키오를 눕혀놓고 몇 번 뺨을 두드려 보았지만 몇 번 작게 경련만 일으킬 뿐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가 않았다. 제 몸은 다치기만 하면 이제 금방 재생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의학에 대한 지식은 애시당초 가지고 있지를 않았다.
일단 오는 길에 보건소를 보았으니 거기에 가보자는 생각으로 서우는 짐을 내려놓고 재빨리 그쪽으로 달렸다. 오는 길에 몇몇 마을 사람과 마주치고 무어라 말을 하기도 했지만 새하얗게 질려서 쓰러진 얼굴이 계속해서 눈에 남아, 보건소로 정신없이 달린 서우는 그 문을 쾅- 하고 열었다.
"으잉? 무슨 일이여..?"
"의사, 의사는 없습니까? 방금 사람이 쓰러져서..."
"나 뿐인디?"
"...?!"
보건소 안에 있는 것은 머리가 거의 하얗게 변해가는 할머니 하나, 의사라고 한다면 이미 진즉에 은퇴해야 할 것 같은 포스를 풍기고 있는데, 의사라니? 네가 의사라니?! 서우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지만 일단 노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아키오와 아는 사이였는지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요, 요시자와가 죽었다고? 그래서 그걸 듣고 아키오가?!"
"예에. 일단 빨리 좀..."
"기, 기기... 기다리게나... 약을 챙겨야 해. 어... 어디 보자, 그 약이..."
서랍을 한참 뒤지던 노인은 뭔가 여러 개의 약을 챙기고 가방을 들었다.
"가지! 한시가 급해..."
"........"
"어, 어이구 다리야... 어으.."
말은 한시가 급하다고 했으나 노환인지 다리라도 다쳤는지 절뚝절뚝 거리는 것이 이대로 아키오의 집까지 가려면 두 시간은 되어야 할 것 같은 속도였다. 서우는 미간 사이를 꾹꾹 누르다가 노인을 덥석 안아들었다. 아키오의 일도 있지만 노인이 걷는 속도를 보자니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으, 으잉! 멀미나겄어! 조금 천천히..."
노인이 그리 말했지만 서우는 말없이 아키오의 집으로 달렸다. 그렇게 해서 다시 아키오의 집으로 왔을 때.. 그곳에는 다시 오토바이가 있었다.
'..다시 온다고 했었지 아마....'
서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 보이는 것은 마당에서 쇼지의 위에 올라타서 음녀처럼 웃고있는 아키오였다. 정말인지 믿겨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키오!... 세, 세상에. 또 병이 도졌구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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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유부초밥녀 이중초밥설. TXT
다음 씬이 나올 때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인가?
선추코쿠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네임드의 밍영모 자까님이 네임드에 서우를 등장시켜주셨어요, 싱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