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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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어? 거리에서 그냥 와이파이도 되네... 가만, 그럼 앱도 되나. 도쿄 에이치오티 주제가로 벨소리 바꾸고 싶은데.."

"저기, 서우님...?"

"으음, 가만......"

여자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는 듯이 완벽하게 스쳐 지나가자, 여자가 당황한 듯이 손을 내밀었지만 그것마저 서우는 듣지 못하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있으려나, 어디 보자..... 아, 나 구울[GOOGUL] 아이디 삭제했지, 참.. 그럼 다시 가입해야..."

"저어...죄송합니다만....... 저어!"

"...누구?"

핸드폰을 이리저리 만지던 서우가 슥 고개를 들어보자 열 명 정도 되어보이는 군인들이 일렬로 쭉 서 있었다. 척 보기에도 왠지 저에게 볼일이 있다는 듯한 모습이어서 서우는 저도 모르게 미간 사이를 꾹 눌렀다. 무언가 익숙한 이 광경은 예전, 자신이 능력자라는 것을 알게된 정부가 달려들던 모습과 매우매우 흡사했다. 

"무슨 일?"

귀찮은 일일 것 같아 부러 툭 내뱉자, 서우가 순순히 응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태도가 더 사근사근해졌다. 그들은 정부에서 나온 관리로써, 하네다와 노스카와의 보고를 받고 서우를 조사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능력자이다 보니 강제로 대할 수도 없고, 다른 여러 이유가 있는지라 일단은 본심을 숨기고 서우에게 접근했다.

"...이,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외국의 능력자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어서... 해서 식사라도 대접할까 합니다만,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식사요?"

혹시 무슨 조사를 한다거나, 뭘 하겠다고 말한다면 그냥 바로 도쿄에서 나가버릴 서우였지만 식사라고 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여기까지 오면서 먹었던 전투식량이나 방부제 범벅인 음식들에 보통의 음식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도 담배가 이제 한 갑 밖에 남지 않았다. 건너올 때 담배를 두 보루 정도 준비했는데, 3일 간의 원치않는 금욕속에서 거의 반 보루를 없애버렸기에 남은 것이 얼마 없었다. 게다가 그 성격에 무언가를 아끼는 타입도 아니었기에, 초조하던 차였다.

"그리고 담배 좀 주신다면 같이 가기는 할게요."

"아, 물론입니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콜."

뒤에 준비된 차량에 서우가 순순히 올라타자, 방금 전에 서우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도 옆에 앉았다. 목에 걸린 사원증으로 이름을 볼 수 있었는데, 한자를 잘 읽지 못하던 서우는 한참 뒤에야 그 이름을 읽을 수 있었다. [나조미 마유]. 상대의 긴장을 풀기에는 남자 사원보다 여자 사원이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여자 사원을 보낸 느낌이었다.

'뭐, 당연히 칙칙한 남자보단 여자 쪽이 훨씬 좋지만....'

흔들리는 차 속에서 서우는 유리창 너머로 마유를 관찰했다. 딱 봐도 오피스 레이디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머리는 단발로 깔끔하게 잘려져 있었고, 입고있는 정장도 몸에 달라붙는 재질이어서 날렵한 인상을 더했다. 그런데 얼굴은 동안이니, 이것이 바로 갭모에! 서우는 직접 보기보다 까맣게 선팅된 탓에 거의 그대로 마유를 비추는 유리로 그녀를 샅샅히 훑어보았다. 

직접적으로 훑어보면 가까이 차 안의 공간제약 덕에 샅샅히 훑어볼 수 없지만, 차에 반사되는 것을 보고 훑어보면 골고루, 티나지 않게 훑어볼 수 있기 때문에 서우는 유심히 마유를 관찰했다.

일단 서우가 옆에있는 탓에 긴장한 것인지 손을 쥐었다 폈다하는 게 눈에 띄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왠지 괜히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차로 향하는 동안 나름 눈을 즐겁게 하면서 목적지로 향했는데,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니, 차가 멈추고 커다란 건물 앞에 섰는데, 호텔 같은 곳인 듯 보였다.

"흐음."

잠시 그 건물을 올려다 보던 서우가 마유와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3층에서 멈추어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테이블 위에 쭈욱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일본 음식이어서 입에 크게 맞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방부제 맛 음식이 아니라는 것만 해도 큰 행운이었다. 

먼저 서우가 자리에 앉자, 마유도 그 대각선이 되는 자리에 앉았다.

"많이 드세요, 그리고 말씀하신 건 밖에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자국에서 생선이 그렇게 많이 잡히는데도 다른 나라에서 생선을 수입할 정도의 일본인 탓에 생선류가 주를 이루었고 주변에 나름 한식 비슷한 것이 있었다. 배가 고팠던 터라 말없이 음식을 비우기 시작했고, 대식가는 아니였지만 간만에 보는 정상적인 음식을 빠르게 먹어치웠다. 그렇게 배를 가득 채운 뒤에, 서우는 나름대로 식사가 만족스러워 배 부른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었고, 그제야 마유는 분위기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어, 이렇게 서우님을 여기까지 모신 까닭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저희를 좀 도와주셨으면.."

"아, 거절합니다."

"예?! 자, 잠시만요. 아직 이야기를....."

자국에서도 귀찮다고 팽개친 일을 미쳤다고 일본에 와서 할 리가, 게다가 서우도 제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지만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라고 하여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나름의 상식[?]이 있는터라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은 그것에 귀찮다는 마음이 더 강했지만, 나름 적절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가져다 붙히면서 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저기 잠시만.... 잠시만요! 서우님!"

"아, 담배가 요기잉네. 내가 메이커 안 따지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단체로 고양이들을... 그럼, 갑니다. 잘 먹었어요."

"서우님! 제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야기... 이야기 조오오옴!"

"그럼 사요나라."

그리고는 나오면서 담배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뒤에서 마유가 무어라 무어라, 그를 부르는 듯했지만 서우는 그냥 밖으로 나와버렸다.

만약 마유의 가슴이 두 컵, 아니 세 컵 정도 컸다면, 혹은 다리가 소라 급으로 예뻤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상할 정도로 예쁜 여자가 많았던 대피소 덕에 서우는 몹시도 귀찮아하며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한가하게 담배를 태우며 밖으로 나오면서 서우는 도쿄를 슬슬 둘러보았다. 얼핏보면 보통의 도시 같아보였지만 도시 전체가 뭔가 침체되어 가라앉아 있었고, 사람들도 밖으로 잘 나돌아다니지 않는 듯한 모양새였다. 

당연하지만 상가는 거의 문을 닫거나 집처럼 사용되고 있었고, 문을 열었다고 해도 제대로 장사를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원>돈일 텐데, 미쳤다고 자원을 종이 쪼가리가 될지도 모르는 돈에 넘길 리가 없는 것이다. 배급을 받으니 당장 먹고 입을 것은 걱정되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언제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사람들도 자원을 꽁꽁 싸매려는 것.. 당연한 심리라고 생각하며 서우는 좀 더 거리를 둘러보았다.

"......."

[옷->다른 물건으로 교환 받습니다. 문의환영]

[식품->다른 물건으로 교환 받습니다. 문의환영, 돈 받지 않음]

[기름->음식으로 교환받음. 다른 것은 보고 정함. 연락주세요.]

소이정:@@@@@공+20 신발 교환합니다. 님 선 제시@@@@@@@@@@@@@@

타락☆자벳★천사:@@@민첩+13 망토 교환합니다[email protected]@@@@@@@@@[타락☆자벳★천사]로 일댈 ㄱㄱ 귓 ㄴㄴ 못 봄@@

묘하게 그 종이들 앞에 골뱅이가 보인다고 생각하며 서우는 일본에 오기 전 알아보았던 일본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한국에서는 좀비 사태가 부산 해운대서부터 발생한지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좀비와 대치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에 5대 도시 [도쿄-요코하마-오사카-나고야-삿포로] 중심으로 좀비와 맞서고 있었다. 거기에 교토가 어떻게 연명을 하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민간인은 거의 없었고 군사기지 정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나마 도쿄는 크기도 크고, 정부가 존재하는 곳인지라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하였다. 해서 사람들이 어떻게든 도쿄로 오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어딜가도 대충 비슷하군...."

그렇게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서우는 무심코 멈칫했다. 무언가 자신을 미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미행에 특화된 사람들을 고르면 제 아무리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눈치채지 못하는 법이지만, 이미 한국에서 정부가 보낸 사람들에 의해 사생팬 피라미드 최정상이라는 남방신기 사생팬과 같은 미행을 당했던 서우로써는 단박에 그들의 기척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번에 거절했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미행을 붙혔구만...'

초창기, 능력자의 신체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갖은 수를 썼던 정부는 서우를 미행하면서 그가 무엇을 먹는지, 언제 자는지 어디서 뭘하는지 늘 감시했었다. 결국에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하자 곧 그만두었지만.. 서우는 그때 생각을 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남자 스토커는 좆 같은데....'

기왕이면 여자로 붙여주면 좋겠다는 태평한 생각을 하며 거리를 슬슬 돌아다니던 서우는, 근처 벤치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혔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벨소리는 도쿄 에이치오티의 주제가로 바꿔놓고, 메고있던 가방, 가장 안쪽에 들어있던 가방을 하나 더 꺼냈다.

아키오가 남편에게 보낸 편지는 실로 유부녀 모에로워서 심심할 때 꽤나 볼 만한 내용이었다. 가장 깊숙한 곳으로 손을 넣어, 안쪽에 있던 편지를 잡은 서우는 그것을 펼쳐 읽어보았다.

[요시자와 씨에게.]

[잘 지내시지요? 여기는 벌써 봄인데 그쪽은 어떤가요? 그리고 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많이 괜찮아졌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도 최근에 도쿄로 오셔서 제 옆에 있어주시고 있어요.]

[약은 꾸준히 항우울제 처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선생님에게도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선생님께서 많이 호전되고 있으니 스트레스만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음?"

[발에 족쇄를 차고 자는 것도 이제 그만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도 들었고, 매일 아침 어머니가 와주시는 게 죄송해서 앞으로는 밤에 풀고 자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직은 불안하네요, 그래도 당신이 오기 전까지는 완벽하게 나았으면 해요. 이런 마음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왠지 기분이 좋네요.]

"...족쇄?"

서우는 다시 한번 그 문장을 읽어보았다. 틀림없이 발에 족쇄를 차고 잔다고 적혀 있었다. 아마 어머니라는 사람이 매일 아침 오는 것도 그것을 풀어주기 위해서겠지만... 왜? 서우는 이해가 가지않아 머리를 벅벅 긁다가, 편지의 날짜를 보았다. 서우의 시점으로는 매우 까마득한 옛 일이었다.

"...뭐, 될 대로 되겠지."

나른함에 길게 하품하면서, 서우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감았다. 좀비에 침범 당해 전 세계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태평했으며 이 세상이 마음에 들다 못해 사랑스러운 서우였다. 

그렇기에, 지독히도 침체되어 초상집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거리의 벤치에서도 서우는 포근한 이불에라도 누운 듯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아아, 날씨 좋다....."

그리 중얼거리면서 서우는 천천히 낮잠에 빠져들었다.

*

============================ 작품 후기 ============================

마유랑 뭔가 플래그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셨겠지만 1회 만에 깨부쉈습니다. 가뜩이나 많은데... 과유불급이죠.

어쩄든 갑니다'ㅠ' 세 시간 뒤에 자베자베자베트는 20키바를 올리고 하루 동안 70키바 이상을 써서 노쓰언니와 소이정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커피와 무수히 많은 차 티백, 아이스크림을 준비했습니다. 

딱지 50장을 걸고하는 파워로운 내기이기 때문에 저는 반드시 이기고 말 것입니다. 'ㅠ'!!!!!!!!!!!!!!!!!!!!!! 노쓰언니, 소이정!!!!!!!!!!!!! 이 싸움은 제 승리입니다!!! 꾸어어엉어어어어어엉 님들 저에게 응원을!!!!!!!!!!!!!!!!!!!!!!

은 햇는데 이능력자 독자님이 더 많았다고 한다.

ㅠ_ㅠ. 저 딱지 없단 말예요. 이번 달 쿠폰 아주 쥬금임. 50장이나 줄 돈이 없어서 반드시 이겨야 해여 흐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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