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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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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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서우님."

"어.. 에리 씨."

"츠부미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준 보람이 있었군, 서우가 슬슬 뒷 머리를 긁었다. 에리는 조금 쑥스러워하는 듯한 기색이어서 에리에게 무슨 말이라도 한번 하려는 순간, 서우는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말하자면 안 좋은 느낌.... 주변을 슥 둘러보다가 그 느낌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상하군.'

그쪽을 돌아보면서 서우는 자신의 능력이 전보다 조금 더 상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확실한 변화였고, 신체의 능력은 눈에 보이도록 상승해 있었다. 그리 체구가 큰 것은 아니고 마른 편이었지만 근육이 더 단단해진 것을 느꼈고, 기분 탓이 아니라면 다른 이들의 심리상태까지 느껴졌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눈이라거나, 뭔가 거칠어진 숨소리 같은....

'.....저거 왠지 기분 나쁜데?'

서우는 대피소에 머물고 있던 군인들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지나가는 여자들을 괜시리 희롱하면서 에리를 향해 음심이 가득한 눈을 보내고 있던 군인들은, 그 시선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야수의 것보다도 더 진하고 끓어오르는 듯한 눈. 

'새끼들이 어딜 넘봐?'

분명 여자에 잔뜩 굶주려 있는 탓이다. 목숨이 위협받는다고 해도 성욕은 여전하다. 아니, 반대로 전쟁 같은 일, 목숨이 위협받는 일이 일어나면 사람의 성욕은 더 증가한다고 한다. 본능적인 번식의 욕구, 이성은 사라지고 동물적 욕구가 남아 베이비 붐 같은 것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마 군인이니 만큼 더 심할 테고 간만에 여자를 보니 짐승처럼 덤벼들고 싶은 것이겠지, 서우 자신도 책망할 생각은 없지만 그게 자기가 노리고 있는 여자로 넘어가면 달라지는 이야기였다. 얼마가지 않아 군인들은 고개를 떨궜다.

"저어, 서우님? 왜 그러세요?"

"아니, 별 일 아니예요."

"......?"

불안하게 저를  올려다 보는 에리의 얼굴은 딱 토끼 같았다. 미간 사이를 좁히며 눈을 크게 뜨는 모습.. 이런 미인들이 대피소에게 이렇게나 많이 모여있다는 게 신기했지만 반대로는 이런 행운에 나름대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서우였다.

"그런데 에리 씨는 이제 뭐하세요? 보수공사..?"

"아, 저랑 츠부미가 할 일은 이제 끝나서 이젠 요리를 도우러 가려구요, 군인 분들이 오실 때 이것저것 재료를 가져왔다고 하셔서.."

"정말요? 진짜? 그냥 요리?"

비상식량의 방부제맛에 슬슬 질려있던 서우였기에, 며칠만 더 비상식량을 먹었다간 감염도 안 되는 거, 좀비라도 구워먹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는데 요리라니. 내심 기쁜 목소리를 내자 에리가 반색했다.

"자, 잘 만들게요. 저 요리 잘하거든요."

"그래요? 그럼 기대할게요."

"네..네!"

"에리, 이제 식사 만들 거야! 빨리 와-"

"아, 네! 그럼 가볼게요!"

서둘러 고개를 숙인 덕에 둥글게 파여있던 옷의 앞섬을 잡지 못해, 에리의 적당한 미유크기의 둥근 가슴골이 보였다. 별로 크지도 않은데 저건 또 저것대로 꼴리네, 미간을 꾹꾹 누르며 서우는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정말, 별 꼴이야.... 군인이면 다야? 나, 나쁜 놈들..."

"....소라 씨?"

"..어......"

방안에서 소라가 눈물을 쿡쿡 찍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병신력으로만 치면 하늘을 뚫을 서우라지만, 여자의 눈물을 보면 이유없이 미안해지는 효과가 발동되어 일단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소라는 재빨리 눈물을 찍고 있던 휴지를 숨겼다. 하지만 머리 감춘다고 몸이 완전히 숨겨지지 않는 것처럼, 휴지를 숨긴다고 눈물이 가려지지는 않는 법. 서우가 그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마 이렇게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소라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바, 밖에 있는 군인 놈들이...... 아까 1층으로 나갔더니 괜히 제 주변을 둘러싸는 거예요. 그러면서, 흑... 흐엉. 막 이리저리 더듬고, 여러 명이서.... 어떻게 도망치긴 했는데. 막, 마악, 저한테 창녀 같이 생겼다면서 욕하고... 최악이야, 정말.."

서러웠는지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소라가 다시 흑흑거리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서우는 소라를 달래주면서 불쾌한 기분을 삼켰다 NTR 같은 악취미는 없었기 때문도 있었고 괜히 이 잘빠진 몸을 누가 만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몹시도 나빠졌다.

다행이 소라는 아침부터 나가서 줄곧 일했던 탓인지 울다가 곧 피곤하다면서 금세 누워서 잠이 들었고 서우는 슬슬 밖으로 나왔다. 쉴 마음도 사라졌으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군인들을 족칠 생각이었다. 제 아무리 군인이라 한들, 맨손으로 돌연변이 하나 못 잡는 일본 군인들이었다.

그렇게 슬슬 놈들을 찾던 서우는, 1층 한 구석에 모여있던 녀석들의 대화를 들었다. 담배를 들고 있었는지 1층에서는 담배 연기가 자욱했는데, 하는 이야기를 보니 역시 대피소의 여자들의 몸매에 대한 품평이 한창이었다.

일단 서우는 가만히 한번 그것을 들어보았다.

"야, 아까 그 젖소 말야. 젖소... 진짜 죽이지 않냐? 얼굴도 그 정도면 봐줄만 하고."

"대피소 관리자도 죽이지, 그 옆에 붙어있는 여자도 죽이고.... 처음에 여기 들어왔을 때 무슨 풍속점인줄 알았다. 풍속점."

"풍속점이면 돈만 있으면 바로 다리 벌리지만... 아까 봤냐, 그 젖소. 그것 좀 만졌다고 질질짜질 않나, 그걸 보고 딴 년들은 우리 근처에도 안 오던데."

"아아, 근데 우리 대장님은 관리자 방에 끌려들어가셔서는 아예 못 나오고 계시던데?"

"응?"

"아주 암캐라나봐, 발정나서 남자를 아예 잡아 먹는다던데?"

"헤에, 나도 잡아먹히고 싶다."

"야, 아서라. 그 여자한테 끌려가면 그냥 죽음이야. 있는 거 없는 거 그냥 쪽쪽 빨린다고."

"으잉? 그 정도야?"

"대장님 절규하면서 들어가는 거 못 봤냐? 역강간 당한다. 역강간."

"역강간?!"

"그 여자가 그러더라, 혹시 대피소 안의 여자를 쓸데없이 건드리기라도 하면 역강간 해주겠다고. 자기가 피라미드의 최고 포식자라는 걸 보여주겠다나, 뭐라나. 무서운 년이야..."

역시 남자는 어느 나라든 다 똑같군, 일단 문제는 없는 건가 싶어 돌아가려는데 그때 타이밍 좋게 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근데 타카기는 지금 한참하고 있을까? 그 로리콘 새끼."

"가뜩이나 어린 여자애들은 다 죽어서 어린 남자애들만 봐도 침 질질 쌌잖아, 잡식이야. 그 새끼... 그런데 어린 여자애를 보니 얼마나 침이 나왔겠어."

"병신 새끼, 다 찢을 생각인가."

"언제 좀비한테 먹힐지도 모르는데 뭐 어때."

"뭐? 새끼가 말하는 것 봐라? 하하."

"

....잠깐만. 서우는 자리에서 멈춰서 구겨졌던 이마를 슬슬 문지르며 그들의 말을 들었다.

"하기야 알아서 하겠지. 병신 새끼.. 우리가 그렇게 말리는데도 하겠다고 난리치더니... 뭐 어떻게 되도 지가 알아서... 억!!!"

서우는 그대로 2층 난간에서 뛰어내리며 그렇게 말하고 있던 녀석의 머리를 앞에 있던 테이블에 그대로 헤딩시켰다. 

"히익!!!!"

"흐, 흐이이이이익!!"

"너네 지금 뭐라고 했냐, 아... 아니 일본어로 해야지... 지금 뭐라고 했어요."

"....네, 네???"

"어린애? 사실대로 말하시죠, 3초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서우는 코뼈가 부러졌는지 코피를 사정없이 흘리고 있는 일본군의 머리채를 그러쥐고 테이블에 세게 박았다.

"3."

숫자를 새는 것과 동시에 이번엔 번쩍 들어서 바닥에, 군인들은 덜덜 떨기 시작했고 걔 중에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말하지 않으려는 건가? 서우는 중얼거리면서 다시 한번 피떡이 된 채 기절한 군인을 들었고, 그때 한 명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다, 타카키입니다... 다카키요."

"다카키?"

"거..건물 뒤에 있는 문을 열면 공터가 있습니다.. 그, 그.... 그 공터 주변에는 철망이 쳐져 있어서 좀비들이 들어오지 못하는데 거기로... 다카키가 그 여자애를 끌고 갔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입을 연 녀석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자 다른 녀석들도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싹싹 빌기 시작했다. 서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츠부미를 찾으러 가기 전에 받을 것이 있었다.

"담배 다 내놔요, 새끼들아."

한국어를 섞어 말했음에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머리를 조아리던 이들이 담배를 내밀었다. 그렇게 한 보루 정도를 수집한 서우는 가장 앞에 있던 이의 머리를 발로 뻥하고 걷어차고는 다급하게 공터로 걸어갔다. 담배를 삥 뜯으며 여유를 즐긴 주제에 다급하게 뛰어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나름 서둘러 공터로 달려가자,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침을 질질 흘리며 타카키가 츠보미를 붙잡고 있었고, 다행이 아무런 일도 당하지 않은 듯했다. 옷 또한 멀쩡했기에 그 점에는 나름 안심하면서 서우는 그둘의 앞으로 다가갔다. 

"서, 서우님!!!"

"서우?... 그, 능력자?"

어리면 남녀 상관없이 침을 흘린다고 했던가, 햄스터 같은 잡식이었다. 슬슬 다가가 단박에 제압할 생각으로 걸어가는데 녀석이 어설프게 칼을 빼어들고 설치기 시작했다/

"젠장! 가까이 오지 마, 움직이지 말라구! 그때마다 이 년의 얼굴에 흠집을 낼 거야!!!"

"꺄앗!"

"얼마만의 어린 년인데 내가 놓칠 줄 알고? 꺼져!"

칼이 츠부미의 목에 닿아있는 것을 보며 서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필이면 달도 구름에 가렸고 라이터도 두고온데다 빛은 너무나도 멀었다. 저기까지 가다간 저놈의 말대로 분명 츠부미의 얼굴에 칼집이 생기겠지. 서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잡았다.

"츠부미 저건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더니만.... 로린이 주제에 강간유발 바이러스라도 뿜는 건가. 어휴."

말하고 나니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 서우였다. 좀비 바이러스도 있는데 없으란 법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이 새끼야!!!"

"병신 새끼가 사람을 알아보고도 지랄이네."

귀를 후비려던 서우는 타카기가 위협적으로 츠부미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으헝...서, 서우님... 살려주세요.."

"닥쳐, 네 년은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

"꺄, 꺄아앗!!"

성적인 의미로 위협이라도 하는 것인지 타카기가 츠부미의 치마를 조금 걷었다. 츠부미는 마구 날뛰기 시작했고, 언뜻 드러난 흰 허벅지를 보며 타카키는 짐승처럼 흥분했다. 그 모습은 흡사, 전설의 로리콘이었다는 GO 로리의 환생 같았다.

"흐흐, 흐후후후........"

"싫어, 싫어... 도와주세요!!"

"가만히 있어, 이 년아!!!"

"싫어어어------!"

그 두터운 손이 여린 허벅지에 닿으려는 찰나! 서우의 와이어가 정확히 타카기의 오른손을 꿰뚫어 버렸다. 녀석이 츠부미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재빨리 근처에서 지직거리고 있던 전등으로 달려가 빛을 흡수한 덕분이었다."

"헉, 허억...위.... 위험했다. 더 이상 나갔다가는 실제 아동보다 더 소중히 여기라고 법으로 지정되어 있는 책 속의 아동이 큰일을 당할 뻔했어."

"끄어어억, 으어아아아악!!!!"

"현실의 아동보단 역시 책속의 아동을 지켜야지...... 어, 내.. 내가 무슨 말을."

손이 도넛처럼 뚫려 바닥에서 바둥이는 타카기를 저 멀리로 걷어차고 서우는 바닥에 널부러져서 울고있던 츠부미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나름 친절하게 옷에 묻은 먼지도 털어주고,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도 닦아주니, 해사하게 웃다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괜찮아?"

그 순간 츠부미가 서우의 목을 확 끌어안았다. 조금 놀라면서 서우는 츠부미를 안아서 일으켰다.

'...오늘따라 이 자매랑 꽤나 얼키는 군... 어쨌든 얘도 예쁘긴 예쁘네. 나이 좀 먹으면 볼만하겠는걸...'

"고맙습니다, 서우님.. 계.. 계속 이렇게 도와주셔서... 흑. 흐윽.."

"그래, 그래...일단 여기서 나가자."

============================ 작품 후기 ============================

자야겠어요.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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