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시나 되어야 수능시험이 끝나기에 일단은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소화시키기 편한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주긴 했지만, 혹시나 체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상혁은 시계만 쳐다보며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 그런 모습을 보기가 안쓰러웠던지 미현이 손을 잡아오며 말했다.
“여보, 너무 걱정 마세요..벼리의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이던걸요? 그 동안 열심히 해왔던 실력을 맘껏 발휘할 거에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긴 하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이네...근데 이젠 벼리에게도 모두 이야기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어떻게?”
벼리같이 순수한 아이는 가슴 속에다 거짓을 잘 담아두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수한이 낌새를 차릴 빌미가 될 수 있단다.
“그러니까 모든 일들이 해결될 때까지는, 모르는 채로 그냥 두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아요..”
즉, 은아가 피신을 해온 후에도, 수한에게 말했던 것처럼 미현의 먼 친척으로 해두자는 것이다. 순진하고 여린 그 성격상, 벼리는 은아에게 무작정 잘해주려고 애쓸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두 가지의 이점이 있었다.
첫째는 두 여자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져서, 나중에 모든 걸 알게 되었을 때도 벼리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도움을 줄 것이고, 그 다음은 수한이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 보탬이 될 거다. 벼리의 차분하고 조용한 태도는, 사람을 진지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으니까 말이다.
“듣고 보니까, 당신 말이 옳은 거 같아...역시 우리 큰 마누라는 똑똑하다니까? 사랑해~ 쪽~”
“호호호~ 한번 더 해줘요~”
“하하하~”
입술을 뾰족이 내미는 미현을 부드럽게 껴안으며, 이번에는 입맞춤이 아니라 아주 진한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의 말이 지당했다. 정직하다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었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던 남을 속이는 일이었다. 그런 일에다 굳이 벼리까지 끌어들일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게 다 끝난 후 알려줘도 충분했다. 어쩌면 이처럼 현명한 미현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기에, 자신이 대책 없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후~ 내가 그 아주머니 집에다 하숙을 정해버렸다면...’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이 모든 게, 이왕이면 젊고 예쁜 하숙집주인이 있는 곳을 찾아보자는 치기가 빚어낸 우연한 행운이었다.
달콤한 타액이 오가며, 진득하고도 짜릿한 키스가 점점 더 길어지자, 젖가슴에서 놀던 그의 손이 밑으로 내려가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아앙~ 먼저 맛보지 않기로 아까 은주랑 약속했는데....”
“후후후~ 하지만 나는 약속한 게 없잖아? 이건 당신이 아니라 내가 하는 거야...”
“쿡쿡~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지~!”
치마 속에서 빠져 나오는 그녀의 팬티한가운데가 이미 젖어 반짝거리고 있었다.
****************************************************************************************************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인파 속에서 사람을 찾는다는 건 쉽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이제는 벌써부터 어슴푸레해질 정도로 해가 짧아졌으니. 그때 손을 흔드는 벼리가 보였다.
“오빠~”
“하하~ 그래, 우리 귀염둥이 수고했어~ 쪽~”
“어머~! 오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번쩍 안아 올려 입맞춤을 하자, 벼리가 깜짝 놀란다. 하지만 상혁은 빙긋이 웃으며 그녀를 내려놓지 않았다.
“자~ 빨랑 답장을 해줘야지?”
“아이~ 참, 오빠도~ 쪽~”
얼굴이 새빨개진 벼리가 다시 입맞춤을 해오고서야 내려놓았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군거림.
‘어린 것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쯧쯧~ 세상이 참~’ 요건 좀 늙수그레한 음성들의 평가였고, ‘새끼, 아주 영화를 찍네? 지랄~!’ 이건 대충 그 또래 정도로 느껴지는 남자들, 그리고 젊은 여자들은 대체로 ‘멋있다’와 ‘재수없다’로 나뉘어졌다.
하지만 상혁은 그 모든 걸 싹 무시하고서, 뻔뻔한 웃음을 지으며 벼리의 허리를 꽉 껴안은 채 고개를 당당하게 쳐들었다.
“자~ 가자, 벼리야~”
“응~ 오빠~”
그의 곁에만 있으면 이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는 듯이, 수줍음 많은 벼리도 아주 꿋꿋한 모습으로 어깨를 쭉 펴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수군거림이 쑥 들어가더니, 마치 홍해의 기적처럼 사람들이 쫙~ 갈라졌다.
‘하하하~ 이거 기분 한번 죽이는데?’
1년 전만 같았어도, 꿈에도 상상 못했을 일이다. 어두컴컴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듯한, 유명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느닷없이 만들어진 지금의 상황이 상혁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
몇몇 아쉬움이 남는 문제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한다는 벼리였다. 아직 면접과 실기고사가 남긴 했어도, 가장 큰 관문을 넘어선 만큼 상혁은 한시름을 놓았다. 은주가 귀가하면 모두 같이 식사하기로 했기에, 간단한 요기로 허기만 달래고는 침대 위에 나란히 붙어 앉았다.
“뭐가 제일 하고 싶어?”
“웅~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어..”
“하하하~ 그래, 맞아...나도 그랬었지..저녁 먹고 나서 일찍 자도록 해..”
그러자 벼리의 얼굴에서 실망감이 번져나갔다.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껴안았다.
“내가 재워줄까?”
“응~ 헤헤~”
그제서야 환하게 웃는 그녀, 언제 보아도 온 세상이 다 밝아지는 것만 같은, 정말로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상혁은 오동통하게 느껴지는 보지를 치마 위로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집에도 한번 다녀와야 되지 않니?”
“응~ 안 그래도 모레쯤 다녀올 생각이야..”
“전화는 드렸어?”
“응, 아까..”
지금껏 키워주시고 도와주신 조부모님과 큰아버지의 은혜를 잊어서는 절대 안될 일이었다. 하기야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는 벼리다. 언제나 맑고 순수한 아이, 상혁이 말도 안 되는 온갖 짓을 벌이면서도,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는 건, 벼리 덕분일거다. 깊은 산속의 옹달샘처럼 거기에 비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까 말이다.
“은주가 오기 전에 잠깐 할까? 우리 벼리의 예쁜 보지가 많이 젖었는데?”
“앙~ 사실은 아까 정문 앞에서 오빠가 뽀뽀를 해줄 때부터 젖었어..”
달뜬 숨결을 토해내며 자지를 덥석 거머쥐어온다. 사랑스럽고도 요염한 그 모습에, 상혁은 입술을 포개며 그녀를 눕혔다.
******************************************************************************************************
“삼촌~ 삼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쪼르르~’ 달려온 다예가 와락 안겨 들었다.
“아이쿠~ 우리 예아~ 넘어질라~ 조심해야지? 쪽~”
“앙~ 쪽~”
이제는 뺨이 아니라 ‘입술박치기’가 당연한 인사가 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투명한 붉은 빛깔이 그대로 묻어날 것만 같은, 연한 살갗이 입술에 찰싹 달라붙어올 때면, 상혁은 마치 물에서 건져 올린 문어마냥 흐느적흐느적 녹아 내리곤 했다.
“누나...”
“응, 왔니?”
그의 목을 껴안고서 종달새처럼 재잘대는 다예를 품에 안은 채, 해인에게로 다가섰다. 그러자 반가움에 눈동자를 반짝이면서도 얼굴을 ‘사르르~’ 붉히는 그녀, 갈수록 점점 더 매혹적으로 변해간다. 확실히 여자는 사랑을 하게 되면, 아름다운 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모양이었다.
“점심은?”
“먹었어. 누나는 아직이야?”
“아니, 우리도 먹었어..차나 한잔 줄까?”
“응, 부탁해..”
주방으로 향하는 해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다예를 무릎에다 앉혀서, 놀아주기 시작했다.
********************************************************************************************************
안방에서 나온 그녀에게 상혁은 조심스레 물었다.
“잠들었어?”
“응, 네가 놀아주고 나면 아주 잘자..고마워...”
“후후후~ 나도 예아랑 노는 게 재미있는데, 뭘?”
손목을 잡아당기자, 무릎 위로 주저앉으면서 안겨온다. 작고 가녀리게만 느껴지는 해인이다. 그녀의 가는 허리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손이 상의의 목덜미 쪽을 파고들어, 보드라운 살덩이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누나하고 있는 것도 너무 좋고...”
“상혁아...”
“키스해줄래? 오늘은 누나한테서 먼저 받고 싶어..”
천천히 다가오는 입술, 손아귀에 잡힌 젖가슴의 저 깊은 곳에서 콩닥거리는 울림이 들려오는 듯하다. 입 속으로 들어온 말캉거리는 혀를 빨아들이면서 젖가슴을 주물럭거리자, 그녀의 몸이 잘게 떨리며 젖꼭지가 오뚝하게 섰다.
“흐응~ 응~”
꼭지를 부드럽게 굴리면 굴릴수록 해인의 비음은 커져만 갔다. 완전히 성난 젖꼭지가 ‘파르르~ 파르르~’ 성질을 부려댈 때쯤, 그의 손이 빠져 나와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미끈한 종아리를 쓰다듬다가, 매끄러운 살결을 타고 거슬러 올랐다.
달걀처럼 동그스름한 무릎에서 잠시 머물렀던 손끝이 다시 탐험을 시작해, 비단같이 보드라운 허벅지를 미끄러지면서 치마의 장막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의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마치 열대야처럼 후끈후끈하면서도 끈적한 열기. 허벅지의 살을 꾹 거머쥐는 순간, 빈틈없이 달라붙어있던 두 다리가 살짝 벌어진다. 잽싸게 그 사이를 파고 든 손끝으로, 자그마한 천 조각에 배여 있던 꿉꿉한 습기가 느껴졌다.
“하아~ 하아~”
갈라진 오솔길을 따라 손톱이 오르내리자, 살 틈이 더욱더 벌어지면서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흘러나왔다. 얇디 얇은 천 너머에서 살랑거리는 털이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조금씩 더 많아지는 물기가 손끝으로 미끌미끌하게 묻어나올 정도였다.
“이젠 가지고 싶어...”
“상..혁...아...”
팬티 위로 만지는 것까지는 이미 예전에 허용했으면서도, 늘 그 이상은 피하며 지금껏 계속 망설여왔던 해인이다. 상혁은 손가락에다 힘을 조금 더 주었다. 그러자 천이 쑥~ 빨려 들어가면서, 깊은 곳의 속살이 움찔움찔하는 게 너무나 생생했다. 그렇게 보지구멍을 손끝으로 꾹 누른 채, 엄지를 이용해 뾰족하게 튀어나온 싹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학~”
그녀의 허리가 튀어 오르면서, 발가락이 위쪽으로 잔뜩 휘어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보지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실룩거리며 물을 ‘주르르~’ 쏟아낸다. 커다란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망설인다. 그저 고개만 작게 끄덕여주면 되는데.
“누나의 이 꽃을 내게 선물해주지 않을래? 그러면 난 정말로 행복해질 거야..”
“..하지만...”
몸짓이나 말투에서 여전히 망설임이 남아있긴 해도, 그건 그저 습관적으로 나오는 것일 뿐, 매우 약해진 상태였다. 상혁은 그녀를 무릎 위에서 내려 소파에다 앉히고는, 자신은 바닥에다 무릎을 꿇었다.
“누나가 싫다는 걸, 억지로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그렇게 속삭이며 해인의 두 무릎을 잡아 벌리자 힘없이 열렸다. 저 깊은 계곡으로부터 풍겨 나오는 진한 냄새, 콧속으로 밀려든 유혹적인 향기가 머리 속을 강타하고는, 온몸에다 전율을 일으켰다. 한껏 부풀어있던 자지가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부르르~’ 진동했다.
“하지만 괜히 망설이는 거라면, 더 이상은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이제부터는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할 거야. 그러니까 정말로 내키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내 머리를 밀어내, 그러면 곧바로 멈출게...그렇다고 누나를 원망한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상혁은 그녀의 다리를 더욱 넓게 벌리고서, 치마 속에다 얼굴을 집어넣었다. 비밀의 정원을 가린 순백의 작은 팬티가 얼룩져있었다. 그리고 그 위쪽으로 거뭇하게 내비치는 옅은 초지, 그의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거칠게 뛰놀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힘없이 딸려와 소파 끝에 걸쳐지는 엉덩이, 더욱더 넓게 개방된 가랑이가 코앞에서 유혹의 향기를 마구 뿜어댔다. 뜨거운 열기가 뺨으로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누나도 더 이상 망설이지는 않겠지...’
상혁은 혀를 내밀어 팬티 위로 보지를 쭉 훑었다.
“아앙~”
바닥에다 집어 던진 고무공처럼 튀어 오르는 여체, 그때 그녀의 두 손이 머리를 꽉 붙잡아왔다.
‘내가 너무 서둔 걸까?’
상혁은 진한 아쉬움과 함께 약속했던 대로 움직임을 멈추고서 입을 떼어냈다. 혀끝에 남아있는 보짓물의 향과 맛이 입 안을 떠돌면서, 미련이 더욱더 커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상혁아...사랑해...”
그때 떨리는 음성으로 속삭이며, 그의 머리를 갑자기 가랑이로 확 끌어당기는 해인. 뿐만 아니라 두 다리를 들어 그의 어깨에다 올려주기까지 한다. 상혁은 달콤한 환희가 밀려드는 걸 느끼면서, 다시 달라붙어온 보지에다 혀를 힘차게 놀려대기 시작했다.
*****************************************************************************************************
팬티의 밑 쪽을 옆으로 젖혀놓고서, 보지를 마음껏 희롱한 상혁이 치마 속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해인은 최소한 두 번의 절정을 맞이했었다.
“누나...사랑해...정말로 예쁜 꽃이었어..”
“아~ 사랑해~ 상혁아~”
입술에 묻은 보짓물을 혀로 핥으며 그렇게 속삭이는 순간, 그녀가 목을 껴안아오면서 아주 뜨겁게 키스했다. 이제는 갈등을 완전히 끝낸 건지, 거침없이 자지를 잡아오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서 팬티 안으로 들어와 거머쥐었다.
“어머!”
“왜? 누나...”
깜짝 놀라며 입술을 떼어낸 해인의 눈이 휘둥그래져있었다.
“이, 이렇게나 컸어?”
“훗~”
그저 아랫도리로 비벼대면서 느끼던 때와는 완전히 다를 거다. 지금까지 겪었던 여자들 모두 처음에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기에, 이제는 상혁도 그다지 놀라지를 않았다. 자지를 잡은 그녀의 손을 덮어 누르면서 물었다.
“이런 거 처음이야? 그 사람 말고는 딴 남자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딱 한번..홧김에...하지만 이거하곤 비교가 안되...”
상우의 의심이 완전히 혼자만의 망상은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상우가 자초한 거나 다름없었다. 해인을 극단으로 몰고 갔으니.
“겁나?”
“조금...”
“후후후~ 나랑 내기해도 좋아...나중엔 이게 너무, 너무 좋아질걸?”
“아~”
그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젖가슴을 살짝 거머쥐자, 해인이 작은 신음소리를 토했다. 그리고 그의 자지를 더욱 꼭 잡으면서 속삭였다.
“..벌써부터 좋아지기 시작했어..”
자지기둥을 붙들고만 있던 손이 서서히 오르내리면서 애무를 시작했다. 딱 한번의 외도를 빼고는, 오직 한 남자와만 길고도 긴 관계를 가져왔던 그녀이기에, 조금은 서툴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왠걸? 그녀의 손놀림은 굉장히 능숙했다. 아주 섬세하면서도 거침없이 성감대를 자극하고 있었다.
‘후후후~ 이런 게 바로 장인(匠人)의 손길이란 걸까?’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많은 남자를 경험한 여자와, 은주나 은아 같은, 한 우물(?)만 파온 해인의 기교에서 별로 격차를 느끼지 못하는 중이었다. 물론 아직은 실제로 결합하는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기에,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손놀림에서만큼은 그랬다.
그때 그런 그의 내심을 마치 짐작이라도 한 것처럼, 해인이 곧바로 그 다음을 선보이려 하고 있었다. 자지를 아예 바지 밖으로 꺼내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그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경우 대부분은.......
“누나~”
역시나 기대대로였다. 밖으로 꺼낸 자지를 거머쥔 채 잠시 노려보던 그녀가, 그곳으로 얼굴을 가져간 것이다. 그리고는 빨간 혀를 내밀었다.
“할짝~”
“아~~”
보드라우면서도 까칠한 혓바닥이 귀두를 쓰는 감촉과 함께 짜르르한 쾌감이 솟구쳤다. 그리고는 그걸 천천히 삼켜나가면서 불알을 주물럭대는 해인. 그의 판단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 상당히 익숙한 솜씨였던 것이다.
“우웅~ 흐읍~ 웅~”
“너무 좋아, 누나~”
상혁은 삼단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에다 손가락을 집어넣은 채, 깊숙이 삼켜오는 입을 향해 허리를 쳐올렸다. 작은 입술과 볼이 터질 것처럼 되어서는, 커다란 기둥을 가득 물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하아~ 하아~”
마침내 자지를 뱉어내고서 가쁜 숨을 토해내는 해인,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올려다보는 그녀의 젖은 눈빛이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상혁은 그녀를 끌어올려 부드럽게 키스했다.
“힘들지?”
“아니...행복해...”
그의 허벅지 양 옆에다 무릎을 대고, 마주보며 올라앉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불끈거리는 자지가 짓눌려있었다. 옆으로 젖혀졌던 팬티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였기에, 자지기둥에 달라붙은 흐느적거리는 보지입술이 뜨거운 열기를 전해왔다.
“가지고 싶어...이걸 내 속에다 넣고 싶어...”
상혁의 목을 한 손으로 껴안은 채, 다른 손을 자신의 치마 속으로 넣은 그녀가, 자지를 꽉 거머쥐더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해인에게 이렇게나 뜨거운 모습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그렇게 해..내 자지도 지금 누나의 보지 속에 못 들어가면 이대로 터져버릴 거야..”
“아~!”
그의 양손이 엉덩이를 쥐어짠 때문일까? 아니면 거침없이 내뱉어진 노골적인 표현에 놀란 걸까? 해인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오면서 몸을 잘게 떨었다. 그러자 자지에 달라붙은 보지가 크게 실룩거리며 느른한 물을 뿜어냈다.
“어서, 누나...누나 손으로 직접 넣어..”
“..그래...그렇게 할거야...”
낮게 속삭인 그녀가 엉덩이를 살짝 띄우더니, 자지 끝에다 보지를 비비면서 구멍을 맞추었다. 그곳의 실룩거림과 열기가 점점 더 강해지면서 천천히 벌어진다. 그와 동시에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는 엉덩이, 귀두가 좁고 뜨거운 구멍으로 빨려 들면서 아찔한 감각이 밀려왔다.
“아학~ 상혁이 자지...크고 단단해서...내 보지가 찢어지는 것 같아...”
이젠 마지막 체면과 가식마저 벗어 던져버렸는지, 귀두를 완전히 집어넣었던 해인이 아주 원색적인 말들을 내뱉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아악~ 꽉 차~ 보지가 터져나가~ 아앙~”
상혁의 목을 와락 껴안아온 그녀가 크게 소리쳤다. 귓전을 두드리는 뜨거운 숨결, 뭉클한 젖가슴너머로 거칠게 뛰는 박동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벅찬 크기에 놀라 호들갑을 떠는 보지 속이 마구 깨물어왔다.
“허억~ 보지가 마구 깨물어...자지를 씹어대서 미치겠어...”
“아아앙~ 상혁아~ 앙~”
양손으로 엉덩이를 꽉 거머쥔 그가 하체를 돌리며 그렇게 소곤대자, 해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손으로 쥐어짜듯이 자지를 마구 조여오던 보지가,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으면서 뜨거운 물을 왈칵 쏟아냈다.
‘버, 벌써 쌌어?’
분명히 오르가슴이었다. 단 한번의 삽입에 그대로 끝까지 가버린 것이다.
“아흐흑~ 아~ 아아아~”
크게 흐느끼면서, 엉덩이를 미친 듯이 앞뒤로 흔들어대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찔했다. 기둥을 타고 흘러내린 보짓물이 바지까지 척척하게 적시고 있었다. 자지를 뿌리 채 뽑아낼 것처럼, 마구마구 빨아들이는 보지 속의 힘이 엄청났다.
‘최소한 두 번은 더 보내줘야지..’
상혁은 자꾸만 들끓는 정액을 달래고 또 달래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상혁은 엄마 품에 안긴 다예에게 입맞춤을 해주고서, 해인을 쳐다보았다.
“전화 줘...”
“으, 응...알았어..”
빨갛게 물든 해인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너무나 아쉬운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화려했던 첫 번째의 폭발 후, 곧바로 두 번째를 향해 달려가려는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난 다예의 칭얼거림이 들려와 거기에서 끝났던 것이다. 그리고는 다예의 눈치를 살피며 몰래 약속했었다. 아이를 친정에다 맡기고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우리 예아도 밥 잘 먹고, 잘 놀아야 해~ 알았지?”
“응~ 삼촌~”
앙증맞은 작은 손을 흔들며 방긋방긋 웃는 다예의 입에다 다시 한번 입맞춤을 해주고서 돌아섰다. 워낙 급하게 떨어지느라 미처 닦지도 못했던 자지가, 보짓물이 마르면서 팬티에 달라붙은 탓에 뻑뻑했다. 하지만 그 느낌마저도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하~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걷기조차 힘들만큼인 발기가 가라앉을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미현에게 들이대기에는 무리였다. 눈치 빠른 그녀가 당장에 알아챌 테니 말이다. 하기야 그런 점에서는 은주도 마찬가지였다.
은아 역시 무작정 찾아가기 힘든 상황이고, 자칫 모든 일을 망치게 될지도 모르니. 고향집에 내려갔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벼리는 당연히 제외.
‘역시 여은이 밖에 없구나...화실에 있어야 할 텐데..’
상혁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찍기 시작했다.
*
은아의 하숙집입성은 아주 조용하지만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상혁과 은아가 서로 초면인 것처럼 그럴싸한 연기를 펼쳤을 때, 수한과 벼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저녁식사 후, 얼떨떨해하는 수한과 호기심에 눈을 반짝거리는 벼리를 뒤로 하고서 안방으로 들어간 미현과 은아를, 상혁이 다시 찾은 건 모두가 잠들었다는 확신이 든 자정너머서였다.
“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뜻밖에도 은주가 와있었던 것이다.
“어서 들어와, 바람둥이 서방님~~”
은주의 장난스런 말에, 상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설픈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세 여자들이 둘러앉은 침대귀퉁이에다 엉덩이를 슬쩍 걸쳤다.
“고생했어, 은아야..”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냥 옷가방만 챙겨서 도망 나온 것뿐인데...”
“쪽지는 남겼어?”
“응, 오빠가 시킨 대로 했어.”
1주일 정도 조용한 곳에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써놨단다. 그리고 구석자리 안 보이는 곳에다가는 몰래카메라도 설치해두었고.
“둘이서 같이 방을 쓰려면 조금 답답하겠지만, 당분간만 참아..”
“아니야, 난 지금도 너무 좋은걸? 벌써부터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야...고마워, 오빠~”
“후후후~ 고마울 게 뭐가 있어? 이젠 모두가 한 가족인데...”
상혁이 품에 안겨온 은아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을 때, 은주가 슬그머니 팔을 뻗쳐 자지를 거머쥐어왔다.
“킥킥~ 역시~ 완전히 섰네?”
“그, 그건...”
안으로 들어서 세 여자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발기가 되어버렸을 뿐, 딱히 뭔가를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은주의 손아귀에 잡혀 터질 듯이 불뚝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는 구차한 변명밖에 안 되는 일이었다.
“호호호~ 아쉬워서 어쩌나~? 사실 우리 셋이서 밤새 이야기나 하기로 했거든? 자기는 조용히 돌아가줘야 할 것 같아..괜히 수한이 오빠한테 들키지 말고, 내일 낮에 마음 편하게 해...”
“으, 응...안 그래도 그냥 잠깐 안부나 물으려고 왔던 거야...저녁 먹을 땐 이야기도 제대로 못했으니까..”
은주의 충고가 옳았다. 은아의 등장으로 인해, 수한의 이목이 이곳으로 쏠려있을 게 분명했다. 자칫 지금까지 애써온 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지도 몰랐다. 상혁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일어섰다. 그러자 미현이 미소를 머금으며 그를 붙잡았다.
“호호호~ 그래도 당신을 그냥 보내면 우리마음이 편치 않죠~ 아쉽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만족하세요~”
바지를 끌어내리고는 대뜸 자지를 빨기 시작하는 미현, 그와 동시에 은주가 등뒤로 달라붙어 뭉클한 젖가슴을 비비며 키스해왔다. 자지를 깊숙이 삼켜 빨아대던 미현의 입이 기둥을 핥으며 내려갈 때, 또 다른 입술이 귀두를 머금는 걸 보니 아마 은아일 거다.
‘후후후~ 이거 완전히 하렘인데?’
상혁은 양손을 바쁘게 놀려 세 여자의 젖가슴을 마구 더듬기 시작했다.
*****************************************************************************************************
비록 정액을 빼내진 못했지만, 세 여자의 입으로 잔뜩 애무를 받은 탓에 상혁은 아주 흐뭇한 마음으로 안방을 나섰다. 그리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일부러 주방에 들러 물까지 한잔 마시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음..깬 것 같지는 않구나..’
수한의 방문은 굳게 닫힌 채 불이 꺼져있었다. 조만간 미현과 같이 그의 고향집에 가서 결혼식 날짜를 잡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아마 그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상우가 날뛰게 될 거고, 그 공을 떠넘겨 받은 수한은 정신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상우의 일이 처리되면, 그 다음은 곧바로 수한의 차례였다.
그곳을 스쳐지나 벼리의 방 앞에 다다르자 망설여졌다.
‘음...자는 걸 깨우긴 미안한데...’
사실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지금의 벼리는 실기시험준비를 위해 특별히 새로 뭔가를 할 필욘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처럼 그림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마음 편히 쉬는 게 최선이었다. 때문에 아침을 먹은 후 화실에 가있다가 저녁식사 전에야 되돌아오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 아주 반가워할 거다. 다만 다른 세 여자에게서 받은 흥분을 그녀에게 풀려고 하는 게 조금 미안했던 것이다.
‘뭐...어차피 앞으로는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그렇게 핑계를 대고는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그러자 창의 커튼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고이고이 잠든 벼리의 단아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는 중압감에서 많이 벗어난 덕분인지, 아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후후후~ 정말 예쁘단 말이야...’
보면 볼수록 잠든 얼굴이 다예와 많이 닮은 것 같았다. 그건 아마 외모보다도 티없이 맑은 심성 탓일 거다. 머리맡에 앉아서 천사와 같은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왠지 들끓던 욕정마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벼리 곁으로 몸을 뉘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목 밑으로 팔을 넣어 부드럽게 껴안았다.
“으, 응...”
그러자 잠시 움찔하며 웅얼거렸던 그녀가, 가슴팍에다 얼굴을 묻어오면서 다시 고요하게 숨을 내쉬었다. 따스한 숨결이 턱에 부딪쳐오는 느낌이 너무나 달콤하다. 상혁은 미소를 지으면서 눈을 감았다. 역시 사람이란 서로의 체온을 나눌 누군가가 있어야 행복해지는 존재였다.
****************************************************************************************************
보드랍고 따스한 감촉을 만끽하며 아주 달디 달게 잠들었던 상혁은 깨어나자마자 웃고 말았다. 자신의 허리궤춤으로 파고든 가느다란 손목이 보였던 것이다. 밤새 서있었던 건지, 아니면 깨어날 때쯤 수면발기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한껏 성이 난 자지를 보드라운 손이 꼭 거머쥐고 있었다. 아마 잠결에 저렇게 한 모양이었다.
‘후후후~ 이젠 벼리도 꽤나 야해졌는데? 아니지....이거 잘못하면...’
상혁은 그저 웃기만 하다가 조금 심각해졌다.
잠결에 옆에 누운 남자의 자지를 더듬어 거머쥔다? 입학하고 난 후 단체로 MT를 가서 행여나 저러기라도 한다면? 비좁은 방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다가, 남녀구분 없이 구석에 처박혀 자는 일은 아주 흔했다.
‘그랬다간 아마 걸레로 낙인 찍히겠지...’
가뜩이나 여린 아이인데 자칫 힘든 대학생활이 될지도 몰랐다. 은주같이 대찬 성격이라면야 남들이 뒤에서 수군대던 말던 당당하게 지내겠지만.
“하암~ 오빠?”
“응, 그래. 잘 잤어? 쪽~”
“앙~ 오빠, 언제 왔어?”
예쁜 입술을 벌리며 연신 하품을 해대는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면서 왠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결에도 그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아무런 경계심도 가지지 않고 푹 잤을 거다. 아래쪽을 더듬어 자지를 잡은 것도 마찬가지이고.
“후후후~ 새벽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잠깐 들렀었어..그런데 네가 너무 예쁘게 자서, 나도 그냥 곁에 누워버렸지?”
“앙~ 깨우지 그랬어?”
조금은 원망스럽다는 듯한 말투였다. 게다가 자기 손에 쥐어진 자지에도 놀라기는커녕, 슬며시 흔들면서 자극해오는 걸 보니 많이 아쉬운가 보았다. 상혁은 벼리의 잠옷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면서 속삭였다.
“지금도 늦지는 않은 것 같은데...다들 깨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잖아?”
“오빠~”
잡아당기는 손길을 따라 몸을 거꾸로 뒤집은 벼리가, 바지를 끌어내리고서 자지를 입에다 무는 순간, 그 역시도 벼리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불 속에서는 서로의 성기를 빨아대는 질척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
먼저 아침을 먹고 출근한 은주와 수한을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이 둘러앉아 여유 있게 식사를 끝냈다. 벼리는 화실에 나가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은 게 아니었기에, 은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다른 날보다 엉덩이가 많이 무거웠다.
새장 속에 갇힌 것만 같았던 은아의 결혼생활에 대해 들은 벼리가, 눈물이 글썽해서는 두 주먹을 꼭 거머쥐고서 소리쳤다.
“어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바보라서 그냥 참고 살았던 거야...그러다가 이제야 용기를 내서 뛰쳐나온 거고...”
“훌쩍~ 정말 잘한 거에요..우리랑 여기서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그 나쁜 아저씨가 오면 제가 쫓아낼게요!”
길다란 속눈썹에다 눈물방울을 그렁그렁하게 매단 채, 새빨개진 얼굴로 결의를 다지는 벼리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이렇게 예쁜 동생이 지켜준다니까 너무 든든해서 안심이 되..”
“앙~ 언니~”
너무 귀여워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은아가 벼리를 와락 껴안아버렸다. 그러자 그 품에 갇혀서 얼굴만 더욱더 붉히는 벼리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육감적인 쪽에 속하는 미현과 은주, 그리고 날씬한 요정 같은 느낌의 은아와 벼리, 왠지 이 조합들이 상혁에게는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지금도 포옹중인 저 둘의 알몸을 상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그때 미현이 눈웃음으로 말해왔다.
‘호호호~ 벌써 많이 친해진 것 같죠?’
상혁은 벼리가 눈치채지 않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감이 아주 좋았다. 나중에 벼리가 모든 걸 알게 되어도, 반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
미적미적거리는 벼리를 달래서 화실로 보냈다. 오늘 하루를 빼먹는다고 해서 당장에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두 달 가까이나 남은 시간 동안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하루가 이틀이 되고, 그러다가 또다시 고배의 쓴 잔을 마시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호호~ 오빠~ 벼리 걔 정말 너무 귀여운 거 있지?”
“하하하~ 그래...이런 게 바로 동생이다..라는 느낌이 확 들지?”
“응~”
상혁은 미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상우한테서 전화는 없었어?”
“네, 아직은 없네요..”
은아의 전화기야 꺼버렸으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마 아직까지는 미현에게 치부를 보이기 싫을 거다. 어쩌면 은아가 메모에 남긴 대로 1주일은 혼자서 끙끙대며 수소문해보려고 애쓸지도 모른다. 물론 그래 봐야 흔적이 나올 리가 없지만.
“흠~ 어디 보자..그러면 일단은 확인부터 해볼까?”
상혁은 은아에게 집 전화번호를 받아 들고서, 공중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
“와있어요?”
“아니, 전화를 받지 않아..”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물어오는 미현에게 고개를 저었다.
“뭐, 당장 전화를 했겠어? 은아가 그렇게 써두고 나왔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하고 이틀 정도는 기다려보겠지..”
“그렇겠네요...”
그 여자가 가뜩이나 은아를 못마땅해했었다지 않았던가? 그런 만큼 상우도 아직은 자기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1주일이라는 기간을 두고 봤을 때, 뭔가가 일어난다면 3~5일 사이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심리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그게 가장 안전하니까.
상혁은 두 여자의 허리를 양손으로 껴안으며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 날 쫓아내고서 세 여자가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어?”
“호호호~”
“킥킥~”
“응?”
대답은 않고 웃기만 하는 두 여자. 그가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자 은아가 묘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오빠가 그러고 나갔는데...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뭐 있겠어? 결국에 이거지...킥~”
그러면서 슬며시 자지를 더듬어온다. 그제서야 상혁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세 여자가 돌아가며 자지를 빨아댔으니, 그녀들도 분명 흥분을 했을 터, 결국엔 섹스가 화제에 올랐을 거다.
“호호호~ 우리도 당신을 그냥 보낸 걸 후회했어요...”
“그래서?”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급격하게 커지는 자지, 그걸 잡았던 은아의 손이 팬티 안으로 파고들었다.
“뻔하잖아요? 보지에선 물들이 줄줄~ 흐르고...당신을 다시 깨우러 갈 순 없고...그래서 제가 먼저..”
말을 끊은 미현이 은아의 치마를 들추고는 팬티를 끌어내리더니, 그리로 얼굴을 가져갔다.
“아앙~ 언니~”
자지를 거머쥔 손을 ‘파르르~’ 떨며 가쁜 신음을 토해내는 은아, 그리고 그녀의 보지를 빨아대는 미현의 음탕한 모습이 상혁을 미치도록 만들었다. 아침에 벼리에게 풀긴 했지만, 지난밤의 짜릿했던 흥분을 다 털어내기에는 왠지 미진하던 욕망이, 지금에서야 다시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은아의 사타구니에다 얼굴을 처박은 미현의 치마를 젖히고는, 축축하게 젖은 보지로 손을 가져갔다.
*****************************************************************************************************
은아가 오고 나서 사흘간은 뭔가 조마조마하면서도 조용한 시간이었다. 오직 벼리만이 새로 생긴 예쁜 언니와 친해지느라 신바람이 나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흘째가 되던 날,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상혁이 강의를 듣고서 점심을 먹으러 하숙집으로 잠시 돌아왔을 때, 미현이 다가왔다.
“여보...”
“응, 왜?”
“그 사람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누구? 상우?”
“네..”
다짜고짜 은아가 어디 있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아마 연락이 닿으리라고 추측했을 게 분명하다. 은아의 가까운 친인척이라고는 미현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딱 잡아뗐어요. 안 그래도 은아의 핸드폰이 계속 꺼져있길래, 걱정되어서 전화하려고 했었다면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니냐고 거꾸로 몰아붙였죠..”
역시 그녀답게 침착하게 잘 대응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상우가 전화상으로는 이야기하기가 곤란하니까 일단 만나자고 했단다. 그러면서 이 근처로 올 테니까 집주소를 알려달라는 걸, 이웃들에게 이상한 소문이 날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대고서, 밖에서 보자고 약속하고 말았단다.
“더 이상 빼면 오히려 눈치가 이상할 거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원래는 녹화된 걸 먼저 빼내온 후에, 미현이 전화상으로만 불을 지를 계획이었다. 상혁은 못내 마음이 찜찜했지만,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도리가 없었다.
“휴~ 어쩌지? 내가 따라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한에게 동행을 부탁할 일도 아니었다. 지금은 수한과 상우를 마주치게 해봐야, 실이 있으면 있지 결코 득이 될 게 없었다. 그의 고민에 미현이 손을 잡아오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커피숍에다 약속장소를 정했으니까, 함부로 딴짓은 못할 거에요..그냥 혼자 갔다 올게요..”
“괜찮겠어?”
“네~ 호호호~ 그런 남자 하나쯤은 거뜬해요~ 그새 잊었어요? 저도 한때는 아주 날라리였다고요~”
“후후후~ 그래, 굉장했다고 했었지..”
처녀시절에 스와핑까지 경험했을 정도니. 상혁은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는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리고는 속삭였다.
“이것 하나만 늘 명심해...만에 하나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계획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으니까 자신부터 챙겨, 알았지?”
“여보..”
“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고...우리들 모두의 행복 또한 있는 거야..”
“사랑해요..”
“그래, 나도..”
또다시 이어지는 키스와 함께 오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
상혁은 오후 내내 불안했다. 때문에 강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서 얼마나 초조하게 기다렸을까? 드디어 미현이 들어서는 걸 보는 순간 긴장이 쫙~ 풀렸다.
“잘 다녀왔어?”
“네..”
“이리와...”
양팔을 넓게 벌리자 품으로 안겨온 그녀, 따스하고도 보드라운 익숙한 느낌을 실감하자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마워..”
“뭐가요?”
“이렇게 내 품으로 무사히 돌아와주어서...”
“여보..”
“사랑해..”
왜 갑자기 욕정이 솟구쳤는지는 모른다. 그는 미현의 입술을 거칠게 빨아들이면서 안방으로 이끌었다.
****************************************************************************************************
상혁의 팔을 베고 누워서는, 격렬했던 정사의 여운을 느끼듯 나른하게 늘어져있던 미현이 속삭였다.
“애들이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영화를 보고 쇼핑도 하다 보면 꽤 늦을 거야..”
“네..”
꼭 껴안으며 젖가슴을 어루만지자, 미현 역시 떨어지기가 싫었던지 더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팍에다 얼굴을 파묻고서 체취라도 맡는 양, 숨을 크게 들이쉬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 사람 어쩌면 그냥 두어도...제풀에 곧 망가질지도 몰라요...”
“으, 응?”
은아의 부재가 그렇게나 큰 상실감을 주다니, 상혁은 조금 뜻밖이었다. 그의 판단에 상우는 진실한 애정 같은 걸로 은아에게 집착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느낌이 그랬어요..”
뭔가 텅 비어버린 듯이 보였단다. 게다가 횡설수설하며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고 했다가도, 은아에 대한 원망과 함께 욕설을 내뱉고서 곧바로 사과하기도 하는,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 사람 어머니가 집에 와있는 것 같았어요..”
은아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알려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일어서려 하자, 이대로 보내긴 미안하다며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나 절실해 보여서, 이상한 예감에 넌지시 떠봤다고 한다. 혼자 지내느라 식생활이 엉망일 테니, 차라리 반찬도 좀 만들어줄 겸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말이다.
“미안해요...당신이 그렇게나 신신당부했는데..”
위험을 자초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상혁은 순간적으로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오히려 그녀를 더 꽉 껴안으면서 등을 쓰다듬었다. 일단은 이렇게 아무일 없이 무사히 돌아온데다가, 자신 역시 가끔씩은 느낌만으로 무모한 짓을 저지르고 했으니까.
“아니야...당신은 현명하니까 나름대로 복안이 있었겠지..”
“네...만약에 그러자고 하면...일부러 장을 잔뜩 봐서 배달을 시키려고 했었거든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배달심부름꾼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히 허튼 짓을 벌이기는 힘든 일이었다. 역시 몇 수를 미리 내다보고 포석을 두는 고수였다.
“하하하~ 역시 당신이야..”
“그런데...굉장히 당황하면서 자긴 거의 밖에서 사먹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대요..”
너무나 어색한 변명이었다. 밖에서 사먹는 게 싫다는 핑계로, 낮이나 밤이나 예고도 없이 수시로 들이닥치며 은아를 감시했던 상우가 아니었던가? 더더군다나 미현을 어떻게 해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절호의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집으로 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흠~ 당신의 추측이 맞는 것 같아...”
“네..근데 더 이상한 건...”
왠지 상우가 집으로 들어가는 걸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주 평범한 식당으로 가서 밥만 먹었단다. 억지로 술을 먹이려 들지도 않고, 어떤 술수를 부리는 눈치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저 저하고..아니..꼭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상관없이, 같이 시간을 보내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자기 어머니와 야릇한 관계, 육체적인 성관계, 가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뭘지 잠시 고민하던 상혁은 결국 고개를 젓고 말았다.
“후우~ 어쨌던 몰카를 챙겨와야 알 수가 있겠군...”
“아마도요..”
아직은 지금 상황이 기대보다 좋은 건지, 나빠진 건지 판단이 어려웠다.
“수한이 형은 어때? 요즘은 보채지 않아?”
“은아가 있으니까요..”
극장에서의 망신, 미현의 손에 의해 사정을 해버렸던, 이후로 한동안 잠잠하다가, 조금씩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결국엔 보지를 직접 만지는 것까지 허용하고 말았었다. 정식적인 부부관계는 신혼여행 때로 미룰 수가 있었지만, 약혼한 사이에서 짙은 페팅까지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그런데 그 횟수가 점점 더 잦아지자, 그마저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었었다. 그런 와중에 은아가 아주 적절하게 와준 것이다.
“미안해요, 여보...”
“아니야...그러지마...그러면 내가 정말 미안해지니까..”
따지고 보면 미현이 그런 걸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오로지 은주나 은아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도 꽤나 열이 받고 불쾌했지만, 지금에 와선 맹세코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흠~ 그러면 모레쯤엔 회수를 해와야겠군...”
“그게 좋겠어요...저도 많이 궁금해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상우는 은주가 적당히 붙들어두고, 그 사이에 녹화된 것을 재주껏 빼와야 했다.
상혁은 야릇한 스릴에 온몸으로 짜르르한 전율이 흘렀다. 그리고 그건 어쩐지 사정직전의 쾌감과 비슷한 흥분을 불러일으켜, 미현의 가랑이로 손이 가게 만들었다.
*
은아가 설치하고 나온 소형캠코더는, 딱딱한 곳에다 부착한 뒤 콘센트를 꽂고 스위치만 켜두면 끝이라서, 오작동을 하거나 멈출 확률은 거의 없었다. 거기에 센서가 움직임과 소리를 감지해서는 3분 단위로 잘라 촬영하는 방식으로, 총 100시간 정도의 분량이 저장 가능했기 때문에, 집에 사람이 없을 때를 제외한다면 1주일 모두를 녹화해내기에는 충분했다. 그 모든 점을 신중히 고려한 상혁이, 제법 비싼 가격을 치르고서 직접 구해다 준 거였다. 그는 비상계단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후우~ 후우~”
비교적 간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바짝 긴장이 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책장 뒤에서 그걸 떼낸 뒤에 콘센트까지 뽑아 주머니에 넣고 나오는 데는 넉넉잡아 5분이면 된다. 그 오피스텔의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은아와 사랑을 나누었던 탓에, 실내구조도 훤히 아는 처지라서 헤맬 일도 없었다.
‘지이잉~ 지이잉~’
갑자기 울린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메시지가 와있었다.
‘오케이’
딱 세 글자였다. 상혁은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키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 메시지는 미현이 보내온 거였다. 그녀가 먼저 방문해서 메시지를 남기기로 했던 것이다. 혹시나 누군가가 있다면, 동생소식이 궁금해 잠시 들렸다고 둘러대고는 그냥 물러서기로 하고서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서두르자..’
애초에 약속했던 대로, 미현은 지금쯤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내려가고 있을 거다. 예전에 상우가 외국에 나가고 없을 때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복도를 걷고는 있었지만, 주머니에다 찔러 넣은 손바닥에선 땀이 촉촉하게 배어 나오고, 무릎이 가늘게 떨렸다.
마침내 문 앞에 서서는, 주변에 아무도 보이질 않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후에, 재빨리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리링~ 찰칵~’
내심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예상대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서 현관문을 닫자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아~”
마치 사우나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등이 온통 축축했다.
“자~ 자~ 침착하게...”
은아가 말해준 책장 뒤쪽으로 종종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의자를 놓고 올라서 벽에다 얼굴을 바짝 붙이자, 벽과 책장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숨어있는 캠코더가 보였다. 아주 적절한 장소였다. 눈에 잘 뜨이지 않으면서도, 침대가 놓인 곳을 위에서 환히 내려다보는 위치였던 것이다.
일단 전선부터 빼고서 그걸 떼어내 주머니에다 넣었다. 이것만 확실히 챙겨도 임무는 거의 완수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디 이상한 데는 없지?”
다시 신발을 신고 현관에 선 채, 실내를 빙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책상 뒤쪽에 꽂혀있던 캠코더의 어댑터까지 회수했고, 의자도 원위치를 시켰으니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어 보였다. 그저 먼지가 묻어 시커매진 손만이 자신이 했던 일을 알려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왠지 자꾸만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상혁은 자지 끝이 저릿저릿하면서 오줌방울이 찔끔 흘러나왔다. 황급히 문을 열고 나섰다.
‘띠리링~ 철컥~’
등뒤로 들려오는 그 소리에, 비로소 모든 게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며 순간 무릎이 휘청~했다.
‘정신 차리자...건물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절대 방심하면 안되..’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고는, 어깨를 쭉 펴고서 여전히 인적이 없는 복도를 걸어나가 모퉁이를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시커멓게 때가 탄 손으로 눈이 가면서, 본능적으로 그걸 주머니에다 집어넣었다.
“어멋~!”
“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누군가가 모퉁이에서 튀어나오며 어깨를 부딪쳤던 것이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양해를 구하며 스쳐 지나는 바로 그때, 중년의 그 여자에게서 풍겨 나오는 진한 향수냄새가 묘한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혹시?’
상혁은 엘리베이터 앞에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였다. ‘또각~ 또각~’ 발자국소리가 점점 더 멀어지다 마침내 그쳤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쇠문이 열리는듯한 소음, 재빨리 모퉁이로 눈을 살짝 내밀었다.
‘맞아!!!’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는 곳은 상우의 집이었다. 순간 등뒤로 소름이 쫙 끼쳐왔다. 그토록 불안하고 초조했던 게 바로 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단 몇 분만 지체했더라면, 정말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뻔했다. 상혁은 거칠게 뛰는 심장과 함께 현기증마저 이는 걸 애써 참으며, 엘리베이터에다 몸을 실었다.
*****************************************************************************************************
“꼴깍~”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실내로 야릇한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는 그때, 갑자기 울려 퍼진 소리에 모두의 눈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러자 당황스러워하면서 허둥대는 은주.
“아, 하하...그, 그게 입 안이 너무 타서 나도 모르게...”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앞을 향했다. 무슨 역적모의라도 하는 것처럼, 둥그렇게 둘러앉은 중앙에는 문제의 캠코더가 놓여있었다. 상혁은 세 여자의 얼굴을 차례로 훑어보고는 말했다.
“봐야겠지?”
“네, 그래야겠죠...”
미현의 대답에 은주와 은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나 아슬아슬하게 회수해놓고도 막상 앞에다 두자, 마치 고양이목에다 방울을 다는 일처럼 왠지 망설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남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본다는 죄책감이나 야릇한 호기심 같은 종류의 감정은 아니었다. 뭐라고 할까, 이대로 그냥 묻어두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리는듯한 기분이었다.
“좋아, 그러면...”
그는 몸을 일으켜, 그걸 집어 들고서 컴퓨터에다 연결하기 시작했다.
****************************************************************************************************
최장시간모드로 녹화를 했었기에 아주 고화질은 아니었지만, 얼굴이나 신체부위 정도는 충분히 알아볼 수준으로 선명했다. 그리고 어쩌면 제일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말소리 역시 꽤나 명확하게 들렸다. 좁은 실내인데다가 다른 소음이 전혀 없는 덕분일 거다.
“어머?”
“풋~”
처음 앞부분은 별 게 없었다. 귀가한 상우가 실내를 오락가락하며 뭐라고 투덜대는 소리나, 은아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를 손에 거머쥔 채, 침대에 걸터앉아 마구 욕을 해대는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 자세히 봐야겠다 싶은 부분만 제 속도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빨리빨리 넘어가는 순간이 점점 더 길어지면서, 괜히 쫄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해지고 있는 그때, 느닷없이 나온 한 장면에 상혁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저거...지금 딸딸이 치고 있는 게 맞지?”
“킥킥~ 응, 틀림없어..”
자려는지 불 꺼진 침대에 누운 상우가, 이불 속에서 아랫도리에다 손을 가져간 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적외선으로 촬영된 것이라 허옇긴 했지만, 무얼 하고 있는지는 아주 확실하게 알아볼 수가 있어, 기계의 성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흐흐흐~ 어째 이틀을 못 참고 그 사이에 저러냐? 은아야, 저 인간 원래부터 저렇게 밝혀?”
“으, 응...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었어...그래 봐야 얼마 버티지도 못하는 주제에..흥~”
“하하하~”
“호호호~”
“킥킥~”
은아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모두 웃고 말았다. 그러고 나자 무거웠던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혼자서 눈을 감고 끙끙대던 상우가 ‘부르르~’ 진저리를 치는가 싶더니, 머리맡을 더듬어 티슈를 몇 장 빼고는 이불을 젖혔다. 그리고서 축 늘어진 자지를 이리저리 닦아내는 모습이 왠지 안쓰럽게까지 느껴지던 그 순간, 은주가 한마디를 보탰다.
“뭐야? 겨우 조만한 걸로 나한테 들이댔었단 말이야? 쳇~ 술에 안 취했어도 모르긴 마찬가지였겠다, 뭐...”
“푸하하하~~”
“깔깔깔~”
“오호호호~”
미현과 은아는 배까지 거머쥐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상혁 역시도 눈물까지 찔끔거리고 웃는 중이고. 본인은 모른다지만, 어쨌던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사정없이 난자 당하고 있는 상우, 이런 식으로나마 이미 간접적으로 복수를 시작한 셈이었다.
‘순순히 포기만 해준다면...’
왠지 동정심이 일면서 그런 마음까지 들었다. 은주나 은아에게 했던, 아니 해인까지, 짓을 생각하면 너무나 괘씸하지만, 이런저런 콤플렉스가 그렇게 비뚤어진 인간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자, 상우의 인생자체가 불쌍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미현의 말처럼, 그냥 혼자 내버려두어도 그다지 행복한 삶이 되지는 못하리라.
은아만 순순히 놓아준다면, 아주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짓까지는 차마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지금의 심정이었다.
“은주야...”
“응?”
“후후후~ 역시 우리 은주는 마음이 너무 예뻐...사랑해~ 쪽~”
상혁은 은주를 껴안으며 입맞추었다.
저 눈치 빠르고 머리 좋은 은주가 왜 뜬금없는 농담을 했을까? 그건 아마 그녀 역시 마음이 약해진 탓일 거다. 때문에 상우가 자신에게 가했던 ‘강간’이라는 엄청난 짓마저, 가벼운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이었다.
“우우~ 오빠~ 너무해~ 은주 언니만 편애하고~”
“호호호~”
하기야 눈치라면 그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은아도 못지 않았다. 물론 미현이야 언급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인지 은아 역시 한몫을 거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데 동조했다.
그는 웃으며 양팔을 쭉 벌렸다.
“하하하~ 우리 마나님들 모두가 착하고 예쁘지~ 사랑해~”
“오빠~ 사랑해~”
“여보~”
“악~ 숨막혀! 누구 죽일 일 있어!!!”
와락 안겨 드는 은아와 미현에 짓눌린 은주의 너스레에 또 한번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착한 여자들이었다. 상혁은 자신이 정말로 행복한 남자라는 걸 실감할 수가 있었다.
*****************************************************************************************************
그렇게 가볍고 약간은 들뜬듯했던 분위기는 그 여자, 상우의 어머니, 가 등장하면서부터 확 달라졌다. 상혁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마주쳤을 때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당시만 해도 꽤나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었는데, 영상 속에서는 굉장히 천박하면서도 거칠었다. 상우에게 던진 첫마디가 ‘병신 같은 놈’이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흥~ 내가 뭐랬어? 틀림없이 여기저기다 보지를 벌리고 다니던 개 같은 년이라 그랬지?”
“아~ 씨발~ 그딴 소리 좀 그만해!!”
숨죽이고 듣던 모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어떻게 저런 게 모자간의 대화란 말인가? 아니, 동성친구 사이라도 저러기는 힘들었다. 모두의 놀라움 속에서 대화는 점점 더 점입가경을 치닫고 있었다.
“병신 새끼, 아직도 미련이 남았어? 그 창녀 같은 년은 보나마나 지금쯤이면 딴 놈 좆대가리에 박혀서 좋아 죽~ 악~”
“이 씨발년이 그만 하라니까!”
계속 빈정대던 그녀가 갑자기 따귀를 맞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상우는 흐느끼는 자기 어머니에게 씩씩대며 욕설을 퍼부었다.
“개 좆같이... 창녀는 엄마가 창녀지, 안 그래? 왜? 아니라고 하고 싶어? 에이~ 씨발~”
“흑흑흑~”
“좆도 니기미...”
몇 마디 더 쌍소리를 내뱉은 상우가 화면 밖으로 휙~ 사라지더니, 잠시 후 ‘쾅~’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 걸 보니, 집밖으로 나가버린 것 같았다.
상혁과 세 여자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서로 시선을 마주쳤지만 그저 침묵만 지킬 뿐이었다. 그때 침대 위에 쓰러져있던 상우의 어머니가 상체를 일으키고는 혼잣말을 했다.
“흑흑~ 내가 그랬잖아? 세상 여자들은 모두 나쁜 년이라고...네 아비란 놈도 그런 개 같은 년한테 미쳐서는..흑흑흑~ 너한텐 나만 있으면 되는 거야..흑흑흑~”
한참을 서럽게 울던 그녀가 몸을 일으켜, 옷을 벗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욕실로 씻으러 가는 모양이었다. 끊어진 화면, 그리고 곧바로 다음 화면이 다시 시작되려는 순간, 상혁은 일단 멈추었다.
“담배 한대만 피고 올게..”
“네...여보...그러세요...”
은주와 은아는 충격이 너무 컸는지 멍하니 바라만 보고, 그나마 정신을 차린 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혁은 안방을 나서,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으로 뒷마당을 향했다. 그리고는 낡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휴우~ 어쩐지 내키지 않더라니...”
지금 본 것만 해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방비책으로는 충분했다. 문제는 그게 예상을 너무 뛰어넘는 엄청난 거라는 점이었다. 앞으로 남은 분량도 많았다. 그 속에 또 어떤 게 숨어있을지 솔직히 두려웠다.
“하아~”
차가운 초겨울 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찡하게 만든다.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 사이로 하얀 입김마저 조금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얇은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시름만 깊어가고 있었다.
******************************************************************************************************
안방으로 되돌아온 상혁은 결국 다시 영상을 틀었다.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제 와선 끝까지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세 여자들은 마치 추위라도 느끼는 듯이, 그의 곁에 바짝 달라붙어 숨을 죽인 채,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정말이었구나...”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까의 두 모자간의 대화에서 이미 그럴 거라 짐작했지만, 정작 눈으로 확인하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지금 화면 속에서는 두 사람이 발가벗은 채 짐승처럼 으르릉~ 대고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해 돌아온 상우가, 자고 있던 그녀를 강간하듯이 덮쳐버렸던 것이다.
“저 미친 년...”
상혁의 입에서 욕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상우가 그녀더러 창녀라고 표현했던 게 이해가 갔다. 음탕한 몸짓은 물론이거니와, 내뱉는 말들이 상상을 초월했다.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이야 그럴 수도 있다지만, 여자들 이름을 줄지어 대면서, ‘그년들보다는 이 엄마의 보지가 더 맛있지?’라고 줄기차게 묻는 모습에는 정말 질릴 지경이었다. 특히나 은주의 이름마저 나올 때는 머리꼭지가 도는 것만 같았다.
‘상우 이 씨발 놈이 저년한테도 은주를 따먹었다고 자랑했단 말이지?’
어디 그뿐이랴? 그 여자가 이번에는 남자들을 거론하면서, 상우의 자지가 얼마나 더 좋은지를 얘기한다. 그리고 그 절정은 전남편, 즉, 상우의 아버지까지도 비교대상이 될 때였다.
이런 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건 쾌락만을 추구하는 섹스 따위도 아니었다. 그냥 미친 짓거리였던 것이다.
한데 뒤엉켜 서로에게 욕설과 저주를 퍼붓다가도, 사랑한다고 외쳐대는 두 모자를 보고 있자니, 자신마저도 미쳐가는 기분이 들어 상혁은 그걸 꺼버렸다.
“자, 자기야?”
“여보?”
“오빠?”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넋을 빼놓고 있던 세 여자가 화들짝 놀랐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더 이상은 오히려 안 좋아...이건 내가 보관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들 알아..”
“으, 응..”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상혁의 단호한 음성에 여자들은 그제서야 제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아마 그가 느끼는 것과 비슷할 거다. 지독한 악몽에서 겨우 깨어난듯한, 그래서 온몸으로 진득한 뭔가가 잔뜩 묻어있어, 당장에라도 씻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
“소주라도 한잔해야겠지? 안 그래?”
“..노래방도..”
슬며시 한마디를 덧붙이는 은주, 역시나 눈치 빠르게 그의 기분을 잘 알아차린 그녀에, 상혁은 빙그레 웃었다.
“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아..우리 모두 나가서 한잔하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자, 벼리보고도 그리로 바로 오라고 하고..어때?”
“응~ 오빠~ 나도 좋아~”
“호호호~ 전 저녁준비를 안 해도 되니까 더 좋죠..”
요즘은 연말결산 때문에 얼굴보기도 거의 힘든 수한이었기에, 벼리만 챙기면 되는 일이었다. 모두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어, 오늘 저녁은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놀아버리기로 결정했다.
‘내일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밤새 악몽에 시달릴 것만 같았다. 상혁은 자꾸만 아까의 영상들이 떠오려는 걸 애써 억눌렀다.
*****************************************************************************************************
그 충격적이고 우울해지는 영상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려 애를 쓴 건 상혁만이 아니었다. 미현이나 은주 그리고 은아 역시도 연거푸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치고, 노래방에서도 스피커가 나가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모두들의 조금은 오버된 행동에, 멋도 모르는 벼리만 아주 좋아라 열심히 장단을 맞추었다. 그렇게 뭔가 걸린 듯 답답했던 가슴 속이 조금은 후련해진 상태로 돌아와서는, 술과 열광의 놀이로 지친 탓에 모두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상혁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뒤척뒤척하다가, 결국엔 다시 일어나 앉고 말았다.
“휴~ 도저히 안되겠다...”
자고 일어나 내일 다시 생각하자고 자신을 달래고 달래봤지만, 도저히 기억에서 지워지지를 않았다. 머리 속에서 뇌를 꺼내 흘러가는 개울물에다 깨끗하게 씻어내지 않는 다음에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래...이제 와서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야..”
담배를 비벼 끄고는, 서랍 깊숙한 곳에다 숨겼던 캠코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컴퓨터에다 연결해 영상을 옮기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을 쳐다보며 다시 담배를 입에다 무는 순간,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어? 은주야?”
순간적으로 당황해 모니터를 꺼버리고서 캠코더를 슬며시 가리려다, 은주인 걸 깨닫고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시간에 노크도 없이 들어올 사람은 딱 둘뿐이었다. 때문에 혹시나 벼리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녀가 다가와 곁에 섰다.
“뭐해?”
“으, 응...잠이 안 와서..그냥...”
“나도 그랬어..자기도 그럴 것 같아서 와본 거야..”
상혁이 조용히 올려다보자, 그녀가 목을 껴안아오면서 속삭였다.
“마저 확인해보자...이대로는 답답해서 도저히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하기야 그럴 거다. 그게 인지상정이니까. 아마 미현이나 은아도 마찬가지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 잠그고 와...혹시 벼리가 오면 안되니까..”
“응..”
은주가 문으로 가 잠금장치를 누르고는, 불까지 꺼버리고서 의자를 당겨 곁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왔다. 술 때문인지 뜨끈뜨끈한 열기와 함께 땀마저도 촉촉히 배여 있었다. 아니, 어쩌면 흥분한 탓인지도 몰랐다. 그 자신처럼.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상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에는 충격이 너무 커서 느끼지 못했지만, 나중에 보니 엄청나게 발기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더럽고도 추악한, 마치 서로를 물어뜯는 짐승 같은, 그 섹스가 굉장히 자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많이 놀랐었지?”
“응...”
작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은주, 그는 문득 한가지가 떠올랐다.
“아까 그 여자가...널 어쩌고 할 때, 솔직히 상우 그 새끼를 죽여버리고 싶었어..”
“그렇게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뭐?”
뜻밖의 말에 상혁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은주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 위해 화를 내주는 건 너무 고맙지만 그러지마, 그래 봐야 자기 속만 상해...그리고, 솔직히 상우 오빠는 막내언니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몰래 그래 놓고는 겁이 나서 도망간 거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딱 잡아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이 뻔뻔하지 못한 탓이란다. 자기 언니는 물론 교회오빠라는 그 인간들은, 멀쩡하게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바꿔가며 윤간을 하고도, 나중에 역시 아주 뻔뻔하고 당당하게 행동했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야 상우의 행동은 오히려 약간은 귀여운 생각까지 든다나?
“너..정말...”
머리끝까지 치미는 화에 벌컥 소리를 내지르려고 하다가, 은주의 입가에 걸려진 씁쓸한 미소에는 멈칫하고 말았다.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착해...너무 착해...’
지금까지 은주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신했던 게 착각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벼리보다도 더 착한 게 은주일 것이다. 벼리야 티 없이 맑은 아이인데다가, 지금껏 험한 일을 거의 겪어보지 않았었다. 물론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있지만, 그래도 그건 경우가 달랐다.
그런데 은주가 누군가에 대한 지독한 미움이나 증오를 가지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심지어 그런 짓을 한 언니나 그 놈들에게마저도, 그 아팠던 기억에 따라오는 불편한 감정 정도였으니.
“그래...우리 예쁜 각시...사랑해...”
“고마워, 자기야...”
자연스럽게 합쳐진 입술, 달콤하고도 따스한 키스가 끝나고서 모니터로 시선이 향했다. 어느 사이에 영상은 컴퓨터로 이동이 완료되어 있었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어?”
“응~”
그는 은주의 손을 꼭 거머쥐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