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의 현관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해인의 치마를 붙잡고 달라붙은 자그마한 여자아이였다. 이제 서너 살 정도나 되었을까? 그 나이 때가 원래 귀엽고 예쁘다지만, 저 아이는 정말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상혁은 마치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안녕? 난 상혁이 삼촌이야, 우리 예쁜 공주님은 이름이 뭐니?”
그러자 거의 얼굴의 반은 차지하는듯한 커다란 눈을 깜빡깜빡 하면서, 해인을 올려다본다. 치마자락을 꼭 거머쥔 앙증맞은 손에다, 분홍장밋빛으로 물든 토실토실한 뺨 그리고 솜털이 보송보송한 뽀얀 귓불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는 순간적으로 와락 껴안아버릴 뻔했다.
‘와~ 무슨 꼬마애가...진짜 장난이 아닌데? 나중에 남자들이 아주 줄줄이 목을 메겠구나...’
어린아이를 두고서 미모를 논한다는 게 정말 우습지만, 그의 예감에는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괜찮아, 삼촌은 좋은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이름도 가르쳐주고, 안녕하세요~하고 뽀뽀도 해주렴~”
“웅~ 엄마~”
해인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등을 살짝 밀자, 아장아장 걸어오더니 그 짧은 팔로 목을 껴안아왔다. 그리고서 한쪽 뺨으로부터 느껴지는 너무나 야들야들한 감촉.
“안녕~ 나는 다예, 김 다예야~”
“아..하..하하...그, 그래~!!! 우리 예쁜 공주님의 이름이 다예였구나? 하하하하~”
“앙~”
날아갈 새라, 꺼질 새라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그러자 따스하고 작은 몸으로부터 가녀리지만 약동하는 생명력이 전해져 오면서,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까지 핑 돌았다.
“엄마~ 삼촌 울어~”
“아, 아니야...이 삼촌이 우리 예쁜 다예를 보니까 너무 좋아서 그래...어여차~”
번쩍 안아 들고 일어서자, 한줌도 되지 않는 작고 보드라운 손으로 눈시울을 닦아준다. 아이의 애틋한 손길이 그의 마음 속을 뒤흔들고 있었다.
‘해인이 누나가 우는 모습을 자주 보인 모양이구나..’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다른 사람의 눈물에 멋도 모르고 덩달아 울음부터 터뜨리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다예는 오히려 눈물을 닦아주기까지 하지 않는가? 아이답지 않은 그 성숙함이, 왠지 마음을 짠하게 했다.
상혁은 자꾸만 감성적으로 되어가는 자신이 쑥스러워, 해인을 쳐다보며 어설프게 미소 지었다.
“하..하...하..”
“어서 올라와..”
해인이 내민 손을 잡는 순간, 보드랍고 따스한 그 감촉이 지금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다예의 손에서 느껴지는 것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모녀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냥 내 기분 탓일까?’
상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묘한 감동을 주고 있는 모녀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
“상혁인 역시 선한 사람인가 봐..”
“네?”
다예를 무릎 위에다 앉힌 채, 아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반찬을 밥숟갈에다 놓아주고 있던 상혁은, 뜬금없이 던져오는 해인의 말에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호호호~ 원래 어린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거든? 그래서 심성이 곱지 않은 사람한테는 잘 안 가려고 해...게다가 우리 예아는...”
특히나 낯을 많이 가린다고 했다. 그나마 같은 여자한테는 좀 나은데, 남자일 경우는 안기긴 고사하고 엄마 뒤로 숨기가 바쁘단다. 어쩌면 그 어린 기억에도 상우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남아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나도 많이 놀랐어...아까 네게 뽀뽀를 해주라고 했을 때도, 그냥 혹시나 했던 거거든?”
“그랬어요? 이상하네? 이렇게 잘만 노는데..”
해인과 둘이서만 이야기를 하자 조금은 심통이 났는지, 그의 손가락을 끌어당기는 다예의 뺨에 입맞춤을 해주고서, 다시 숟가락에다 반찬을 올려주기 시작했다.
“호호호~ 그러니까 네 마음이 착한 거라고 했잖아? 어쨌던 네 덕분에 나도 오늘은 아주 편하게 밥을 먹네? 고마워~”
“후후후~ 천천히 드세요...다예도 잘 노니까, 제가 계속 데리고 있을게요..”
사실은 그 자신이 다예를 품에서 놓기가 싫었던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렇게나 첫눈에서부터 정신을 못 차릴 만큼 흠뻑 빠져든 경우는 없었다.
‘후후후~ 벼리가 어렸을 때 꼭 이랬을 거 같은데...음, 은주도 무척 예뻤을 테고...하기야 은아나 미현이 누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녀들 모두에게서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정말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태어날 것만 같았던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은주뿐이겠지만.
‘아~! 아니구나..벼리가 예쁜 아기를 선물해준다고 했었지? 후후후후~'
문득 그날의 일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너무나 엉뚱했던 벼리의 그 맹세가, 어쩌면 이런 걸 미리 예감했던 건 아닐까?
상혁은 그때의 황당했던 심정과는 달리 은근히 기대가 되고 있었다.
“흐응~ 은주 생각한 거지?”
“아~ 네...그냥..”
“호호호~ 정말로 사이가 좋구나...네 얼굴만 봐도 느낄 수 있어..”
은주가 아닌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그것도 내 아이를 낳아주기를 기대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기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
식사 후에도 여전히 다예를 무릎에다 올려놓은 채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상 그간의 사정을 해인에게 대충 설명해주는 거였기에, 은아와 상우에 관한 대화는 금방 끝이 나버렸다.
“..증거를 얻으면, 카피해서 누나한테도 드릴게요...혹시 모르니까..”
“그런데...정말 괜찮을까?”
상우의 집요함을 몸소 뼈저리게 실감해봤던 그녀이기에, 은아가 무작정 가출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서 걱정부터 하는 것이었다. 수한을 이용해 상우를 처리한다는 계획까지는 알려주지 않았기에 저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저희 쪽보다는 누나가 걱정이에요..”
“왜?”
“그렇잖아요? 그 자식...흠, 흠....그 사람이 해까닥 해서는, 취해서 찾아온다거나..전화로 괴롭히거나 하면..”
상혁이 급히 말을 바꾼 건, 자신의 품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다예를 생각해서였다. 아이가 욕설을 들어서 좋을 일도 없거니와, 비록 알아듣지는 못한다고 해도, 듣는 데서 아빠를 그렇게 부르는 건 도리가 아니었다.
“흥~ 그러면 경찰에 당장 신고해버릴 거야...제까짓 게 어쩌겠어?”
“어?”
굉장한 변화였다. 그렇게나 소극적이고 위축되어있던 해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왜?”
“누나...엄청 씩씩해졌는데요? 하하하~ 아주 보기가 좋아요..”
“예아가 있으니까...”
엄마라는 존재는 다 저런가 보았다. 아이를 입에 담는 순간, 여리기만 하던 그녀에게서 아주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너도 있잖아? 도움을 청하면 언제라도 달려와줄 거지?”
“하하하~ 당연하죠~ 우리 예쁜 공주님을 위해서라면, 꼭두새벽에라도 바로 날아와야죠..쪽~”
“앙~ 삼촌~ 쪽~”
뺨에다 입을 맞추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던 다예가, 무릎 위에서 일어서더니 목을 껴안고는 화답해주었다. 그러자 짜르르한 감동이 봇물처럼 밀려들어, 상혁을 몸살 나게 했다.
“피~ 뭐얏~! 그러면 예아만 중요하고,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니?”
자기 딸을 질투하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는 해인에, 상혁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설마 그렇겠어요? 누나랑 다예를 어떻게 따로 생각해요? 둘 다 소중한 공주님이지..”
그저 공치사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이순간만큼은 해인 역시 다예처럼 정말로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니까.
그렇게 포근한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던 상혁은 조금씩 졸음이 몰려왔다.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연거푸 무리를 했거니와, 실제 잠도 많이 부족했었다.
“상혁아...”
“으, 응?”
앉은 채로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분명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흔들어 깨우는 것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으니까 말이다.
“잠을 못 잤구나? 어쩐지 눈에 핏발이 섰다 싶더니...”
“조금요...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잠이 확 깼는걸요?”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러지 말고 한숨 자, 우리 예아도 낮잠 잘 시간이거든? 그러니까 같이 눈을 붙여..”
“어? 정말이네?”
그제서야 다예가 조용하다는 걸 깨닫고 내려다보니, 그의 가슴팍에다 얼굴을 기댄 채 새근새근 숨소리만 흘리고 있었다. 그걸 보자 상혁은 마음이 너무나 찡해왔다.
‘햐~ 이래서 사람들은 자기아이가 생기면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미술작품들에서 천사를 아기로 표현한 경우가 많은 것에 저절로 공감이 갔다. 이게 바로 천사의 모습이지, 달리 또 뭐가 있을까?
상혁은 다예가 깨지 않게, 아주 조심스레 안아 들면서 소곤거렸다.
“어디에다 눕히면 되요?”
“훗~ 따라와~”
그녀의 뒤를 쫓아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침대 위에다 눕힌 뒤 잠시 내려다보고 있자, 해인이 귓가에다 속삭였다.
“넌 나중에 정말로 좋은 아빠가 될 거야..”
“후후~ 그런가요? 최근에 들어본 말 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인데요?”
“자~ 이제 너도 곁에 누워..”
상혁은 아이 옆에 몸을 살며시 뉘면서 말했다.
“누나...미안해요...혼자 심심할 텐데..”
“킥~ 내가 애니? 걱정 마,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다 보면 금방이야..”
그래, 그랬지. 그녀는 엄마이자 가장이었다.
그의 이마에다 가볍게 꿀밤을 먹인 해인이 웃음을 띤 채 방을 나갔다. 상혁은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캬~ 예쁘다, 정말 너무 예뻐서 미치겠구나~ 쪽~”
토실토실 뽀얀 뺨에다 입을 맞추자 움찔하는 아이에, 상혁은 화들짝 놀라 숨을 죽이고 있다가, 여전히 잘 자는 모습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새끼를 품은 어미처럼, 몸을 웅크려 아이를 감싸고서 눈을 감았다. 들릴 듯 말 듯 가늘게 들려오는 숨소리와 아이 특유의 희미한 젖 내음이 그 어떤 자장가보다 감미롭기만 했다.
*****************************************************************************************************
너무나 깊이 잠들었던가 보다. 잠깐 눈을 감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창 밖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상혁은 창을 향했던 시선을 다시 앞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모녀는 모녀구나..자는 모습이 꼭 닮았는데?’
다예를 보호하듯이 모로 누웠던 그의 맞은편에, 해인이 비슷한 모습으로 마주보며 잠들어있었던 것이다. 즉, 아이를 가운데다 두고서, 두 사람이 양쪽에서 감싼 형상이었다. 생각보다 작업이 일찍 끝났던지, 아니면 자고 있는 걸 살피러 왔다가 그냥 덩달아 드러누워버린 건지는 모른다.
그때 해인이 꼼지락거리는가 싶더니 두 눈이 반짝 뜨였다.
“어? 언제 깬 거야?”
“조금 전에요..”
“깨우지 그랬어?”
“후후후~ 이렇게 구경하고 있으니까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던데요?”
둘 사이로 다예가 누워있다지만, 워낙 자그마했기에 아이의 머리가 가슴언저리까지만 올라왔다. 때문에 두 사람의 얼굴은,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실내에서도 서로의 속눈썹까지 알아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해인의 눈꼬리가 활처럼 휘어지면서, 얼굴전체로 미소가 퍼져간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구경이었는데?”
“후후후~ 둘의 자는 모습이 너무 똑같았거든요...굉장히 귀여웠어요..”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러자 어슴푸레한 속에서도, 그 모습이 활짝 피어나는 꽃 같아서 굉장히 아름다웠다. 은주나 은아처럼 눈에 확 띄는 화려한 미모는 아니지만, 코스모스같이 차분하고 은은한 분위기로 가슴 속에 스며든다.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다가는 주춤하고서, 방향을 틀어 자고 있는 다예의 뺨을 쓰다듬었다.
“참..예뻐요...”
“고마워..”
“뭐가요?”
“우리 예아가 이렇게나 밝은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거든? 보통은 낮잠도 잠깐만 자다가 금방 깨는데...오늘은 너무 신나게 놀아서인지, 지금까지도 한번도 안 깨고 잘만 자네?”
딸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그녀의 온화한 표정에선 사랑이라는 감정이 넘쳐흘렀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조금 전 얼굴을 붉힐 때도 아름답다고는 느꼈지만, 지금과는 아예 비교가 되질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상혁은 한가지 사실을 배웠다.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어머니의 얼굴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라는 것을.
“왜 그렇게 멍한 표정이야?”
너무 넋을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해인의 음성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으니.
“뭐...그냥...”
“호호호~ 왜? 이런 아줌마한테 반하기라도 한 거야?”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그녀, 상혁은 어색한 이 상황을 모면할 겸해서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천하무적아줌마라지만, 무슨 여자가 그렇게 겁이 없어요?”
“으, 응? 뭐...가?”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자는 의도가, 일단은 먹혀 들어가는 듯이 보였다. 해인이 어리둥절해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남자의 바로 코앞에서 그렇게나 무방비하게 자는 여자가 어디 있어요?”
그제서야 실소를 흘려낸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남자? 어디에? 여기엔 아줌마 하나와 애 둘만 있는데?”
“끄응~”
역시나 아줌마들의 내공은 보통이 아니었다. 어수룩하고 만만하게만 보였던 해인인데, 그녀의 공격은 의외로 매서웠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완패였다.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녀의 장담처럼, 만약에 상우가 집적댄다고 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미안, 미안~ 사실은 널 철석같이 믿은 거지...”
“고마워요, 누나..”
“아니야. 솔직히 너 같은 남자는 처음 봤어. 아까 우리 예아를 껴안으면서 눈물을 흘렸을 땐..”
“그, 그건...그냥 나도 모르게...”
상혁은 아까의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잃어버렸던 딸이라도 되찾은 것처럼, 아이를 꽉 껴안고서 눈물까지 글썽여댔으니. 그런데 그녀가 뺨을 쓰다듬어왔다.
“네가 워낙 순수해서 그래...그걸 보고 있으니까, 나도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라?”
“누나...”
아무래도 해인과는 감성의 주파수가 비슷한 모양이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서로의 감정에 아주 쉽게 동화되곤 한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그녀의 손이, 턱을 따라 내려오다가 이젠 입술의 외곽선을 따라 흐르고 있는데도, 상혁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남자한테 이런 말이 어울리지는 않겠지만...그래도 달리 표현하지를 못하겠어...”
나지막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이 마치 꿈속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다. 외곽으로만 돌던 하늘하늘한 손가락이, 드디어 그의 입술을 올라타고서 더듬기 시작했다. 연인의 손길마냥 너무나 다정다감하면서도 묘한 열기가 느껴지는 감촉.
“그때 네 모습...너무 아름다웠어...”
뭘까? 이런 기분은? 끈적끈적한 액체가 가득 찬 욕조 속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불쾌하다거나 그런 종류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감당하기 힘든 ‘뭔가’가 그를 벅차게 만들고 있는 정도?
그 ‘뭔가’의 정체는 곧바로 밝혀졌다.
“누, 누나...흡~”
뜨거운 숨결이 점점 더 가까워진다 싶더니, 그녀의 입술이 그대로 덮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혀가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저 도장이라도 찍듯이, 입술에다 입술을 겹치고서 꾹 누르고만 있었다. 그러고 있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떨어져나가더니 해인이 속삭였다.
“사실...네가 조금쯤은 나쁜 짓을 해주길 기대했던 건지도 몰라....”
“엄..마..”
그때 턱밑에서 들려온 칭얼거림에 해인의 말소리가 뚝 끊어졌다.
“응~ 그래, 우리 예아~ 코~ 잘 잤어?”
“엄마~”
상혁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잘만 놀다가, 결국에 그에게 안겨 잠까지 들었던 다예였지만, 어린아이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엄마가 최고였다. 해인이 껴안아주자, 젖가슴에다 얼굴을 비비적대면서 행복해한다.
“삼촌~”
“으, 응~ 그래, 우리 예쁜 공주님~ 삼촌 여기 있어~”
뒤늦게 떠올랐는지, 제 엄마의 품에 안긴 채 손을 뻗어왔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으로 간사했다. 상혁의 머리 속에서 서운함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얼굴을 바짝 가져갔다. 그러자 고사리 같은 손이 그의 귓불을 만져왔다.
“누나...”
“나중에, 나중에....생각이 좀 정리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응?”
“네..”
두 사람 사이에서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방긋방긋 웃음을 마구 뿌려대는 다예, 아이의 그런 귀여운 재롱을 보면서 둘의 시선이 마주치다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상혁은 마음이 뒤숭숭했다. 하기야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벌어진 여은과의 일만으로도 그럴진대, 해인과도 야릇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햐~ 이건 도대체 무슨 조화냐?’
그런데 그 와중에도 다예가 자꾸만 눈에 밟혔던 것이다. 앙증맞은 손이며, 야들야들한 뺨에다 커다란 눈망울까지, 지금이라도 당장에 달려가 꼭 껴안아보고만 싶어진다. 주위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애 딸린 홀아비에게 시집가는 젊은 처자의 심정이 이해 갔다. 아마 남자보다는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푹~ 빠져버린 탓일 게다.
“뭘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해? 자기야..”
“으, 응? 아니야..”
귓전에 울리는 은주의 음성에, 그제서야 상념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팔을 베고 누워있는 그녀의 뽀얀 젖가슴을 만지면서 말했다.
“우리 결혼하면 애부터 바로 가질까?”
“그러고 싶어?”
상혁은 잠시 망설였다가 털어놓기로 했다. 어차피 해인의 집에 갔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해인이 누나한테 갔을 때, 다예라는 네 살짜리 딸애가 너무 귀엽고 예쁘더라?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었어..너한테서도 애기가 태어나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하고..”
적당히 거를 건 거르고, 필요한 부분만 추려서 그렇게 들려주자, 은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음을 머금으면서 목을 껴안아왔다.
“아이~참~ 진작에 말을 하지? 나도 전부터, 자길 닮은 멋진 아들이 너무나 갖고 싶었거든? 우리 당장에 하나 만들까?”
물론 마지막 말은 농담이란 걸 잘 안다. 지금 시점에서 덜컥 애를 가진다면, 아마 온갖 소동이 벌어질 테니까. 게다가 그러려면 피임장치부터 먼저 빼내야 했다.
그래도 그런 적극적인 호응을 받자, 왠지 복잡했던 마음도 한결 가시는 것 같았다. 상혁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보지를 더듬었다.
“앙~ 자기야~”
조금 전에 사랑을 나누었던 열정의 불씨가 아직도 살아있었던지, 은주는 금새 달뜬 신음과 함께 보짓물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러는 중에도 손으로 자지를 거머쥐고 흔들어 자극한다. 천천히 힘이 돌아오는 기둥. 그게 완전히 부활했을 때, 상혁은 그녀 위로 기어올라갔다.
“흐음~ 나는 딸을 원하고, 우리 예쁜이는 아들을 원하니까...공평하게 아들딸 하나씩, 쌍둥이가 어때?”
“킥~ 그러려면 자기가 내 보지 속에다, 흘러 넘칠 만큼 아주 열심히 싸야겠네?”
은주의 손이 자지를 이끌어 보지구멍에다 갖다 대는 게 느껴졌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곳만이 따로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탐욕스런 그 입이 서서히 벌어지면서, 귀두를 안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우리 예쁜 각시야, 내 아를 놔도~”
“네~ 서방님~ 열이고 백이고 쑥쑥 낳아드릴 테니~ 열심히 박아만 주세요~오~”
주거니 받거니 말장난을 치는 동안, 귀두가 입구를 완전히 통과하고, 이제부터는 기둥이 진입할 차례였다. 상혁은 은주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꽉 거머쥐며, 나머지를 단숨에 박아 넣어버렸다.
“아흑~ 여보~”
폭신한 두덩이 맞닿으면서,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퍼덕거리고 매달려오는 그녀.
“사랑해...”
“나도~ 앙~”
두 사람의 입술이 합쳐지면서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되었다.
*
상혁은 며칠 동안의 고민을 끝내고서 해인에게로 향했다. 따로 연락을 취한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고 했었기에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머?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그냥 지나는 길에 잠깐 들렀어요..”
해인이 깜짝 놀라면서도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나 보고 싶어했던 다예는, 제 엄마의 치마자락을 잡은 채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는 게 아닌가? 아이의 낯설어하는 그 눈빛에, 상혁은 가슴 속이 휑해졌다. 무릎에서 힘이 쭉 빠지는 걸 억지로 참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 삼촌이 우리 다예 주려고, 예쁜 인형을 사왔지? 자~”
비장의 한 수로, 등뒤에 숨기고 있던 곰 인형을 꺼내놓고 유혹(?)하는데도, 여전히 그 커다란 눈만 껌뻑껌뻑 한다. 서운한 마음에 서러워지기까지 하는 그때, 다예가 치마자락을 놓고는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삼촌?”
고개를 갸우뚱하는 다예의 반투명한 입술로부터 흘러나온 한마디. 상혁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이, 반가움에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 그래! 나야, 상혁이 삼촌...”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나 애타는 기분을 느낀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아마 손에 꼽을 정도일 거다. 그는 바짝바짝 타오는 입술을 혀로 축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그제서야 눈빛에서 낯섦이 사라진 다예가 아장아장 다가왔다.
“웅~”
손가락을 입에다 문 채, 인형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던 다예가 마침내 목을 껴안아왔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작은 몸이 품에서 느껴지는 순간, 상혁은 안도감과 함께 환희가 밀려들었다.
“하하하하~ 그래, 우리 예쁜 다예~ 잘 있었어? 쪽~”
“삼촌~ 쪽~”
“호호호호~”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대는 해인의 음성이 실내를 크게 울렸다.
*****************************************************************************************************
제 키만한 인형을 꼭 껴안고서, 아니, 그보다는 매달렸다고 하는 게 적합한, 온 거실바닥을 휩쓸고 다니는 다예의 귀여운 모습에, 넋을 빼고 바라보던 상혁의 귀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풋~”
그게 당연하단다. 얼굴을 쉽게 기억하는 어른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너무 어리기 때문에 최소한 몇 번은, 그것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이 남아있을 동안에, 다시 봐야만 비로소 머리 속에 각인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사정도 모르고서, 그렇게나 살갑게 굴었던 다예가 서먹하게 대한다고 울기 직전까지 갔으니, 해인이 웃음을 터뜨릴 밖에.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연인에게 차인 남자’이었다나?
“호호호~ 그래도 그렇게 금새 알아보다니, 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었나 봐..”
그 말을 들으니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싱글벙글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후~ 그렇게 되나요? 외기러기 짝사랑이 아니라서 다행인걸요?”
“우리 예아가 그렇게도 좋아?”
“당연하죠,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남들도 안 그래요?”
“뭐...예쁘다고들 하긴 하지...”
해인이 웃음을 걷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난 예아에게 아빠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했거든? 나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어..”
상우를 떠올리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그런 아빠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너를 보면서 우리 예아한테 너무 미안해졌어...아빠를 뺏어버린 것 같아서, 아니, 그것보다는 좋은 아빠를 만들어주지 못한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누나..”
“후후후~ 그냥...넋두리려니 하고 잊어버려..”
그녀의 쓸쓸한 웃음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상혁은 손을 잡았다. 마주치는 시선.
“누나..”
“응..”
“이젠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됐어요?”
순간 움찔하는 해인의 얼굴로 붉은 노을이 확 피어나며 손을 빼내려는 걸, 꽉 붙잡고서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린다.
“그땐 정신이 잠깐 나가서, 내가 주책을 부렸던 거야...”
“누나!”
상혁의 음성이 커지자 해인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때 옷깃을 슬며시 잡아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빤히 쳐다보는 맑은 눈망울로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그제서야 아차 싶었던 그는, 재빨리 다예를 껴안아 무릎 위에다 앉혔다.
“자~ 우리 다예도 같이 할까?”
“응~”
아이의 두 손을 보듬어 쥐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리저리 흔들어주자, 그제서야 안심한 듯이 방긋방긋 웃음짓는다. 싸우는가 싶어서 무서웠던 모양이다. 어쩌면 상우에게 두들겨 맞던 제 엄마의 모습을 여태 기억하고 있는 건지도.
아프다. 가슴언저리가 너무 아파서 숨이 막혀올 지경이었다.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만 보고 자라도 채 다 담아내지 못할, 작디 작은 이 아이의 가슴 속에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심어준, 상우란 놈이 정말로 증오스러웠다.
*****************************************************************************************************
곰 인형에 푹 파묻혀 잠이 든 다예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어준 상혁은, 방을 빠져 나와서는 조용히 뒤따라온 해인을 향해 돌아섰다. 왠지 처음 만날 때의 소심한 모습으로 되돌아간듯하다. 계속 눈길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누나..”
“응..”
그녀에게로 다가서 허리를 껴안자, 몸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절 의지해도 좋고, 그냥 이용하는 거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사, 상혁아!”
놀라움과 당황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해인, 그녀를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속삭였다.
“다예에게 정말로 좋은 아빠가 나타날 때까지는 제가 대신해줄게요..그리고...”
“흐읍~”
기습적으로 입술을 덮쳐버리자 버둥거리던 그녀가, 끈질긴 두드림에 결국 성문을 열어주었다. 잽싸게 안으로 스며든 그의 혀가 수줍게 웅크리고 있던 제짝을 찾아내서는, 장난을 치듯이 ‘톡톡’ 건드리며 용기를 북돋우어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혀가 조금씩 반응을 보이더니, 골이라도 났는지 갑자기 와락 덤벼들었다.
“흐응~ 응~”
“쯔읍~”
똬리를 튼 뱀처럼 칭칭 휘감긴 두 혀가, 서로의 입 속을 넘나들면서 달콤한 감로수를 건네주었다. 해인의 잘록한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이 밑으로 내려가서는, 치마 속에 숨은 탐스러운 엉덩이를 더듬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밀쳐내기는커녕, 딱딱하게 성이 난 자지에다 자신의 아랫도리를 비벼대는 중이었다.
‘그 동안 억지로 참아왔겠지..’
억눌러왔던 여자의 본능이, 강한 자극을 받자 되살아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였다. 게다가 그에게 끌리고 있다고 간접적인 고백까지 하지 않았던가? 부드럽게 굼실대는 몸짓 속에서, 은은한 뜨거움이 느껴졌다.
키스가 끝나자마자, 상혁의 가슴에다 얼굴을 묻어버린 그녀가 가쁜 숨만 몰아 쉬었다.
“주책 따위가 아니에요...저나 누나나..남자와 여자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상혁아..”
“아까 말했죠? 저를 이용하는 거라도 상관없다고...누나는 아직 젊어요, 자신이 여자라는 걸 외면하지 말아요..”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하려는 그녀에게 다시 키스했다. 그것도 첫 번째보다 더욱더 길고 끈적하게.
*****************************************************************************************************
상혁은 현관 앞에 선 채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다예가 제 얼굴을 확실히 기억할 때까지는 자주, 자주 올 거에요..알았죠?”
“으, 응..알았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해인이 너무나 귀여웠다. 그녀를 덥석 껴안고는 엉덩일 꽉 거머쥐었다.
“어멋~!”
“후후후~ 아가씨들도 저리 가라 인데요?”
“그, 그만해..”
붉은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그녀의 얼굴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자 왈칵 밀려드는 욕정,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그 순간, 재빨리 떨어져 나왔다. 더 이상 지체하면 정말로 덮쳐버릴지도 몰랐다.
상혁은 돌아서며 손을 흔들었다.
“갈게요, 내일 봐요...”
“내, 내일?”
“자주 올 거라고 했잖아요?”
“그건 그랬지만...”
“뭐에요? 벌써 저한테 싫증이 난 거에요?”
“아, 아니..그런 게 아니라..”
계속 허둥대는 해인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의 입술이 뭔가를 말했었다. 그가 잘못 읽은 게 아니라면, 그건 분명 ‘고마워’였다.
********************************************************************************************************
이젤 앞에 앉아서 미간을 찡그린 채 한참을 고민하던 여은이,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다가왔다.
“왜 뭐가 잘 안 되가는 거야?”
얼핏 장난처럼 꺼냈던 이야기를 기억해두었다가, 기어코 그림선물을 해주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그녈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엔 이렇게 벌거벗은 모습으로 서게 된 것이다.
“역시 오빠는...”
그녀가 손을 뻗어오더니, 자지를 잡고서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포인트에요...그러니까 아주 당당한 모습이라야만 해요..”
“아..하..하...”
그제서야 여은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감이 잔뜩 묻은 지저분한 앞치마와 고무줄로 대충 동여맨 뒷머리, 투박하고도 느슨한 모습임에 불구하고 묘한 색기가 느껴진다. 게다가 저 속에 숨겨진 아찔한 육체는 또 어떠한가!
“으~응~”
점점 더 부풀어오르는 기둥이 손아귀를 꽉 채우기 시작하자, 여은의 눈가가 발그레해지면서 야릇한 콧소리를 흘려냈다.
상혁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밑으로 찍어 눌렀다. 그리고는 바닥에다 무릎을 꿇은 그녀 얼굴을 귀두로 마구 비벼댔다. 눈에서 코로 그리고는 다시 입술로, 자지 끝에서 흘러나온 물기가 뽀얀 살결 위로 길게 늘어지며 반짝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음란했다. 완전히 단단해진 기둥으로 그녀의 뺨을 ‘철썩철썩’ 때리며 말했다.
“손은 쓰지 말고, 입만 사용해서 싸게 만들어. 그리고 좆물을 몽땅 삼키는 거야, 알았지?”
고개를 끄덕인 여은이 혀를 길게 빼 귀두를 핥다가는, 기둥을 따라 내려가면서 질척하게 침을 발라대기 시작했다.
‘후후후~ 역시 명령 받는 걸 좋아하는구나..’
양팔을 등뒤로 돌린 채 자지를 깊숙이 삼켜 열심히 빨아대는, 그녀의 목덜미 쪽 옷깃이 벌어지면서 젖가슴이 들여다보였다. 애초부터 이럴 작정을 하고 있었는지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탓에, 전에도 감탄했던 것처럼 너무나 탱탱한 탄력을 자랑하며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목덜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걸 꽉 거머쥐었다. 그러자 갓 쪄낸 인절미마냥 손아귀에 쫀득쫀득 달라붙으면서도, 빵빵하게 공기를 채운 튜브처럼 강하게 반발한다. 말 그대로 명품이었다. 은주의 보지가 그렇듯이, 여은의 젖가슴 또한 충분히 그런 칭송을 받을만했다.
“우웅~ 흐읍~ 쭈압~”
그게 자극이 된 걸까? 여은의 머리가 빠르게 흔들리면서, 끈적한 소리를 마구 울려내기 시작했다. 귀두만을 머금은 채 혀끝으로 쓸다가, 단숨에 목구멍까지 집어넣어 조여오는 그녀의 애무는, 능숙하다기보다는 진지하고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서툰 움직임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와, 쾌감을 더욱 크게 했다. 서서히 밀려드는 사정의 기미를 느끼면서 상혁은 속삭였다.
“네 손으로 보지와 똥구멍을 쑤셔서...내가 언제라도 박을 수 있게 준비해둬..”
“흐으응~ 응~”
여은이 더욱더 강하게 빨아들이면서 부르르 떨더니, 치마를 걷어 허리춤에다 끼운 다음 자위를 시작했다. 두 손으로 보지를 비비고 만지다가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한 손을 다시 뒤로 돌려서 엉덩이 사이를 더듬었다.
무릎을 꿇은 채 자지를 빨아대며, 동시에 자신의 두 구멍을 앞뒤에서 쑤시고 있는 음탕한 모습이 미치도록 아찔했다. 게다가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그녀의 태도가, ‘이 여자는 내 거’라는 느낌을 실감시켜 흥분을 더하게 만들었다.
“허억~! 싼다, 마셔~”
“우웅~ 꿀꺽~ 꿀꺽~”
자지 끝이 통째로 터져나가는 것만 같은 뜨거운 분출, 그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액을 삼킬 때마다, 목구멍이 조여오면서 쾌감을 더 크게 했다.
*****************************************************************************************************
결국 오늘도 여은의 세 구멍 모두에다가 희멀건 정액을 잔뜩 쏟아 붓고 말았다.
“아이~ 손도 못 댔네?”
이젤 위에 놓인 새하얀 도화지를 바라보며 투덜거리는 여은, 찡그린 콧잔등으로 살짝 잡힌 주름이 귀엽기만 했다. 상혁은 그녀의 알몸을 꼭 껴안으면서 속삭였다.
“후후후~ 천천히, 아주 조금씩 그려나가...알았지?”
“네?”
“오늘처럼 선하나 못 그어도 상관없어..어쨌던 그림이 완성되면, 그땐 이별선물로 내게 줘..”
“오빠!!”
화들짝 놀라는 그녀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거머쥐면서 키스해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릎에다 눕히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후후~ 지금 당장 어쩌자는 게 아니야. 하지만 언젠가는 너도 네 길을 찾아가야겠지...그러니까 네 스스로 그때가 되었다는 확신이 섰을 때, 내게 달라는 거야..그건 순전히 네 마음에 달렸어. 알겠니?”
“...네...”
여은의 음성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걸 듣자니 마음이 짠해졌다.
“하지만 그걸 받기 전까지는 넌 내 거야, 알지?”
“오빠~”
“사랑해~ 여은아..”
“사랑해요~”
목을 껴안고 매달려오면서 뜨겁게 혀를 빨아들이는 그녀, 너무나 사랑스럽다.
‘여은아...사실 나도 네가 그림을 영영 완성하지 못했으면 좋겠어..’
그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건 마음 속으로만 간직할 뿐, 절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된다.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야 할 그녀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으니까.
******************************************************************************************************
상혁은 미현의 뒤쪽에 앉아, 어깨를 부드럽게 주물러주면서 말했다.
“꽤 뭉쳤는데? 어제 신경을 많이 썼나 봐?”
“아니에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그냥 잠을 잘못 잤나 봐요..”
“어제 분위기가 어땠는데?”
어제저녁에 은아를 수한에게 소개시켜주는 식사자리를 마련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벼리의 시험이 끝나고 나면, 계획했던 일들을 곧바로 추진해야 하기에,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미리 익혀두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나중에 은아가 이곳으로 가출해왔을 때,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호호호~ 뭐, 남자들이야 다 그렇죠...은아 걔가 어디 보통 예뻐요?”
“흐음~ 그랬단 말이지..”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그리고 수한이 그렇게 반응하길 바라기도 했었고. 그래야만 상우를 처리하는 일에 그가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설 테니까. 그래서 은아에게도 그런 점을 충분히 상기시켜두었었다. 그런데 그걸 아주 충실하게 이행한 모양이었다.
“안 그런 척하면서...은아의 가슴이나 허벅지를 몰래 훔쳐보고...킥킥~”
“왜 웃어?”
“은아가 형부~ 형부~ 하면서 눈웃음을 치니까, 아주 흐물흐물해지던걸요? 나중에 슬쩍 보니까 자지가 섰더라고요..”
그랬겠지, 그러니까 은주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남았을 거다. 상혁은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그간 조금은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뭐...전 별로 한 일도 없어요..은아 걔가 워낙 알아서 잘 했으니까요..”
적당히 유혹을 하면서도, 때로는 어두운 기색으로 수한에게서 질문을 유도해냈다는 것이다. 거기에 맞추어서 미현은 화가 난다는 듯이, 은아의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해 슬쩍 운을 띄우고.
“그냥 뭔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만 했어요...그래야 완전히 믿을 테니까요..”
“후후후~ 역시 우리 마누라들은 정말 똑똑하다니까? 잘했어, 사랑해~”
“아흑~ 여보오~”
속삭임과 함께 귓속으로 혀를 집어넣으며 젖가슴을 거머쥐자 달뜬 신음을 토해냈던 그녀가,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어보는 게, 아무래도 어깨가 계속 결리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상의를 허리 위로 끌어올리며 속삭였다.
“흐음~ 안 되겠어. 아무래도 이 의사선생님이 제대로 진찰을 해봐야겠는걸? 주사도 한대 놔주고..”
“킥~ 당연히 옷을 다 벗어야 진찰이 잘되겠죠?”
“그럼~~ 의사의 마음을 척척 알아주는 아주 착한 환자인데?”
“호호호~”
미현이 크게 웃으면서, 옷을 벗기기 편하게 양팔을 번쩍 쳐들어준다. 그는 머리 위로 빼낸 상의를 뒤쪽으로 내려놓고, 그녀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젖가슴을 잡았다. 그러자 손아귀에 넘칠 듯이 차오는 부드럽고 따스한 육질, 포근하면서 짜르르한 느낌이 밀려든다.
“여기가 좀 뭉쳤군...마사지를 해야겠는데?”
“앙~ 거긴 원래부터 그렇다고요~ 돌파리 의사님~~”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장난을 걸자, 미현이 달콤한 신음과 함께 맞장구를 쳐왔다. 상혁은 한 손을 밑으로 내려서 치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일단은 체온부터 먼저 재봐야 정확히 알겠는걸?”
“아앙~ 선생님~ 정말로 진찰하는 게 맞아요? 보지에다 손가락을 넣어서 체온 잰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손가락을 바짝 조여오는 보지에서는 벌써부터 진득한 물이 새나오고 있었다. 그는 보짓물에 흠뻑 젖은 손가락을 빼내서는, 항문과 보지의 두 구멍에다 동시에 찔러 넣었다.
“아흑~ 앙~”
“후후후~ 나처럼 실력 있는 의사는 한 구멍으로만 체온을 재는 게 아니지..자고로 검진은 철저할수록 좋은 거니까..”
“아~ 맞아요~ 역시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앙~”
부창부수라 했던가? 이제는 눈치만으로도 척척 손발이 맞을 정도였다.
상혁이 치마를 벗겨내자, 자리에 드러누운 그녀가 자기 손으로 보지를 벌리면서 선수를 쳐왔다.
“아주, 아주 실력이 좋은 의사시니까, 혈액 대신에 보짓물로 검사하시는 거죠?”
“흐흐흐~ 맞아~ 후릅~”
“아앙~ 좋아요~ 역시 대단해요~ 앙~”
말장난은 이쯤에서 끝이었다. 그의 테크닉이 아무리 급성장했다지만, 보지구멍 속에다 혀를 박아 놓은 상태에서 대화하는 능력까지는 없었으니까. 하기야 보지 속을 헤집는 살덩이에 엉덩이를 돌려대며 헐떡거리고 있는 미현도,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긴 마찬가지였다.
*****************************************************************************************************
벼리를 사이에다 두고서 은주와 꼭 껴안고 있자니, 정말로 딸아이를 데리고 자는 부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세상 어디에도 이런 식으로 정을 나누는 가족은 없을 거다.
“컨디션은 어때?”
은주와 길고도 끈적한 키스를 끝낸 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좋아, 언니..”
말을 하는 중에도 은주의 가랑이를 더듬고 있는 벼리의 손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상혁이 벼리의 보지에 박혀있던 손가락을 조금 더 깊숙이 찔러 넣자,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잘근잘근 씹어왔다. 이제는 거의 은주의 보지에 필적할만한 반응을 보여, 명기의 반열에 오를 정도였다.
“앙~ 오빠아~”
“후후후~ 그래, 우리 귀염둥이의 컨디션이 좋다니까 마음이 든든한걸?”
상혁은 벼리에게 키스를 해주고 난 다음 말을 이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네 스스로 최선을 다했으면 돼...그리고, 사랑하는 벼리는 이대로 늘 우리 곁에 있을 거니까,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두려워하거나 용기를 잃는 일이 없어야 하는 거 알지?”
“앙~ 알아~”
이제 이틀 후면 드디어 대입시험이었다. 때문에 오늘은 셋이 모두 함께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벼리의 청으로, 이렇게 한 침대에 눕게 된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부모형제가 든든하게 챙겨주고, 주변의 친인척이 찾아와 이런저런 격려를 해주겠지만, 지금 벼리의 곁에는 상혁과 은주가 부모이자 형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두운 빛이 없이 맑기만 하니, 어찌 사랑스럽고 소중하지 않을까? 상혁은 벼리의 위로 몸을 올리면서, 동시에 은주에게 키스했다.
***************************************************************************************************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벼리의 얼굴이 아주 밝아 보여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지켜보던 상혁의 양손을 두 여자가 동시에 잡아왔다. 수한을 제외하고는 은주와 미현까지 몽땅 따라왔던 것이다. 보드라운 촉감과 함께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자 가슴 속이 훈훈해진다.
“은주는 이제 출근해야지?”
“응...”
고개를 끄덕이는 은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러자 미현이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후후후~ 걱정 마, 내가 어제 아주 좋은 꿈을 꾸었으니까, 틀림없이 잘 칠 거야..”
“하하하~ 나도 그랬는데?”
“어머~ 정말..신기하네? 호호호~”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행여나 말실수를 할까, 신경 써서 반말을 꼬박꼬박 붙이는 미현이었다. 두 사람의 너스레에 은주의 표정이 풀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난 그만 갈게...그리고...”
주변을 슬쩍 둘러본 은주가 낮게 속삭였다.
“언니, 내 거랑..벼리 거도 조금은 남겨놔, 알았지?”
“킥~ 걱정 마, 손도 안 댈 테니까..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벼리가 먼저지..”
두 여자의 ‘형님 먼저, 아우 먼저’에, 졸지에 맛있는 음식이 되어버린 상혁은 그저 먼산만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