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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의 부탁대로 은주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상혁은 미안하고도 고마운 자신의 마음을, 달리 전할 길이 없어 그저 그녀의 뺨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미안하다는 소리나,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같은 건 안 할게...이젠 너도 그런 말 듣기가 너무 지긋지긋하지? 어디 한두 번이라야지....후후후~”
무릎을 꿇고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웃음까지 흘리면서 농담을 던지는 모습이 굉장히 뻔뻔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서는 이런 방법이, 어색함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이끄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은주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밑바탕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흐응~ 이 남자가 그새에 꽤나 용감해졌네?”
“맷집이 많이 늘었거든?”
“나~참~ 호호호~”
은주는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만다. 하기야 어쩌겠나? 이제 와서 물릴 수도 없으니.
“우리 남편이 속은 좀 썩여도 정말 착한 거 같아. 상우 오빠가 그 정도로까지 막장인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착한 걸로 따지자면 우리 각시야말로 진짜 천사지. 사랑해, 은주야.”
상혁은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감촉, 가슴 한 켠이 훈훈해져 온다.
“그런데 해인이 누나의 의심이 사실일까?”
“어쩌면...”
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한 어조로 대답했다.
“우리 막내언니 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라고 왜 없겠어?”
“아~!”
순간 상혁의 가슴으로 싸한 아픔이 밀려들었다. 은주의 막내언니, 질투와 시기로 인해서 동생을 윤간당하게 만든 악녀, 그에게 앞으로 처형이라고 불리게 될 가능성이 다분한 여자. 은주에게는 여전히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게 당연했다. 아니,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 것이다.
“은주야...”
“난 괜찮아. 이렇게 멋진 내 신랑이, 좋은 언니랑 착하고 예쁜 동생들을 만들어주었잖아?”
맞다, 과거의 악연에 연연하며 아파할 바에야,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행복의 탑을 쌓아가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이상한 인연으로 시작된 은주와의 관계였지만, 상혁은 그게 자기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운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기야..”
“응? 왜?”
은주는 뭔가 의문점이 있다는 것처럼 고개를 모로 꼬고 있었다.
“은아라는 걔, 꼭 이혼을 해야만 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상혁은 가슴이 철렁했다. 선선한 가을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따사롭게만 느껴지던 밤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했던 조금 전까지의 그 태도가, 그냥 가식이었을 뿐이란 말인가!
“그게 그렇잖아? 자기호적에다 올릴 것도 아닌데, 구태여 그렇게나 어려운 방법을 찾아서 이혼시켜야 하는 거냐고? 그리고 걔도 참 바보 같아. 나 같으면 당장에 짐을 싸서 나와버렸을 거야. 발목 잡을 가족도 없다며? 그런데 왜 그러고 산대?”
“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은주의 말이 옳았다. 미현의 경우처럼, 상우에게서 뭔가를 긁어낼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위자료문제나 양육권 따위의 다툼이 생길 일도 없고, 재혼을 하기 위해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더 이상 같이 못살겠다고 가출해버리면 그만이었다.
물론 간통죄라는 문제의 소지가 남아있었지만, 이미 거의 사문화 되어가는 분위기에다, 그걸 증명하는 자체가 워낙 어려웠다. 경찰을 대동한 상황에서 현장을 덮친다거나, 성기끼리 결합했었다는 확실한 증거를 내밀어야 되니 말이다.
막말로 은아가 하숙집으로 들어온 뒤에,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막아버리면 상황종료였다. 여기서 하숙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걸 누가 걸고 넘어진단 말인가?
“정말 그러네?”
“으, 응? 뭐야? 그러면 지금까지 전혀 생각 못했던 거야?”
이래서 어떤 일에 대한 해결방법을 모색할 때, 의견을 나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것이다. 상혁이나 은아는 물론 그 현명한 미현마저도, 모두들 어떻게 이혼할 수 있는가만 고민했을 뿐, 은주처럼 발상의 전환을 해볼 생각은 꿈에도 못했었다.
“...그게...”
“호호호~ 완전히 ‘바보들의 행진’이네?”
너무나 우습다는 듯 계속 깔깔댄다. 듣고 보니 정말로 바보짓을 한 거였다. 어쨌던 쪽팔림은 쪽팔림이고, 고민거리를 한방에 시원스럽게 날려준 그녀가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으, 응? 어째 눈빛이 수상한데?”
“후후후~ 당연하지..이 예쁜 여자 같으니라고..”
“킥킥~ 자기자지가 내 머리를 찔러~”
그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은주가 허벅지를 베고 있던 얼굴을 돌려, 바지를 끌어내리고서 자지를 삼켰다.
“쓰읍~ 우웅~”
이제는 무릎을 꿇고서 열심히 자지를 빨아대는 은주. 허리까지 훌렁 젖혀진 치마아래쪽으로, 흔들리는 엉덩이에 부딪쳐 새하얀 달빛이 부서진다. 그리고 계곡 사이로 숨어든 상혁의 손가락이, 뜨거운 동굴 속을 탐험하면서 미끌미끌한 보짓물을 퍼내는 중이었다.
자지가 한계까지 커지고 단단해졌을 무렵, 은주가 몸을 일으켜 그 끝에다 가랑이를 맞추더니,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앙~ 좋아~”
“나도 그래. 사랑해, 은주야..”
서로 마주보고 껴안은 채, 뜨겁게 키스를 나누었다. 선듯한 밤공기 때문인지, 보지 속이 절절 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지렁이가 떼로 기어 다니는 듯한 꿈틀거림. 그저 끝까지 집어넣기만 한 상태인데도, 웬만한 여자의 요분질에 준하는 아찔한 쾌감이 밀려들었다.
“미현이 언니랑은 친척이라고 했다며?”
“응..”
때로는 깊숙이 삽입만 한 채, 따스한 숨결을 주고 받으며 대화하는 게 더 짜릿할 때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옷가지랑 중요한 것들만 챙겨서 당장 이리로 오라고 해, 언니랑 방을 같이 쓰면 되잖아? 그러면 수한이 오빠도 언니를 어떻게 해볼 생각을 함부로 못할걸?”
“그래,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데?”
상혁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은주의 명석한 두뇌가 간만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신경 쓰이던 것 중에 하나가 수한과 미현만 집에 남아있을 때였는데, 은아라는 존재가 등장하게 되면, 확실한 명분과 함께 아주 적절한 통제역할을 하게 될 거다.
“그리고 적당히 안달이 났을 때쯤에 맞춰서, 언니가 상우 오빠한테 전화를 거는 거야...”
은아가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이대로 헤어져주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긁어놓으면, 아마 길길이 날뛸 거란다. 어쩌면 온갖 욕설과 협박을 해댈지도 모르고. 그때 그걸 녹음해서는 수한에게 던져주자는 것이다. 물론 겁에 질린듯한 연기는 당연한 일이고, 거기에다가 해인에게 들었던 의심스러운 모자 사이를 슬쩍 곁들여주면, 아마 십중팔구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 될 거라나?
“캬~ 우리 각시는 정말로 천재구나?”
정말로 기가 막힌 계획이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수한이 나중에 의심할 일도 없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한식구가 될 예쁜 처제를 도와준다는 영웅심리까지 생길 테니, 아주 철저하게 상우를 작살낼 것이고 말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한이라면 상우의 직장은 물론 생계유지마저 힘들도록 초토화를 시켜줄 거다.
“대신에 정리해둘 건 미리미리 다해두라고 해, 언제든지 몸만 바로 뺄 수 있게..”
따로 통장을 만들어, 현금화가 가능한 건 몽땅 정리해서 그리로 집어넣으란다. 거기에다가 상우의 인감도장을 몰래 챙겨, 사금융에다가 급전까지 끌어당기면 꿩 먹고 알 먹고가 될 거라니, 상혁은 여자들의 무서움을 새삼 실감했다.
“그러다가 상우 그 자식, 정말 새우잡이 배로 끌려가는 거 아냐?”
“그거야 다 자기 팔자소관이지?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거니까..”
담담하게 넘어가는 듯했었지만, 은주 역시 상우에 대한 원한이 맺혀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답지 않게 꽤나 모진 소리까지 해댄다. 그래서 정나미가 떨어졌냐고? 천만이다. 그녀의 허벅지를 단단히 부여잡고서 일어섰다.
“자기야?”
“후후후~”
상혁은 그녀를 번쩍 든 채, 나무에다 등을 기대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살짝 뺐다가 세차게 쳐올렸다. 보지를 지나쳐 자궁 속까지 치고 들어갈 것처럼 깊이깊이 박혀 드는 자지. 은주가 가파른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아하학~ 보, 보지가 터져나가는 것 같아~ 앙~”
“흐흐흐~ 은주야, 지금 너한테 완전히 반해버렸거든? 밤새도록 널 박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앙~ 해줘~ 밤새 박아줘~ 보지에도, 똥구멍에도 좆물을 가득 싸줘~ 아앙~ 사랑해~”
팔이 떨려오고 숨이 거칠어졌지만, 상혁은 여전히 은주를 허공에다 띄운 채, 나무에다 대못질을 하는 것처럼 아주 강하게 박아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신음이 점점 더 커져가다 밤하늘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교성으로 바뀔 때쯤, 키스로 그걸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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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는 신기한 듯이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 상혁은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자~ 자~ 그만하고 들어와..”
“응, 오빠~”
그 동안 미현이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상우를 녹여놓은 덕분에, 은아가 드디어 이렇게 하숙집으로 놀러 오게까지 되었다. 물론 아무도 없는 낮 시간을 이용했다. 아마 그래서 상우도 더욱더 안심하고서, 저녁 전에는 귀가하겠다는 은아의 요청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상우는 여기 모르지?”
“응, 그 사람한테는 언니가 하숙을 친다는 이야길 안 했어.”
“잘했어.”
거실로 향하면서도 은아는 쉴새 없이 여기저기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신기해?”
“응, 여기서 오빠랑 언니가 살고 있다니까..”
“후후후~ 앞으론 네가 살 곳이기도 하고..”
“앙~ 오빠~”
탱탱한 엉덩이를 거머쥐자, 그녀가 앙증맞은 소리를 흘려내면서 찰싹 달라붙어왔다. 그때 주방에서 한참 뭔가 만들고 있던 미현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서 와~”
“언니~”
그에게서 떨어져나간 은아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미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자주 만나면서 붙어 지내다시피 하더니, 이젠 거의 친 혈육처럼 느끼는가 보았다.
‘아, 혈육보다는 연인에 가깝구나..’
두 여자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합쳐지는 걸 보는 순간, 상혁은 자신의 착오를 깨달았다. 뭐, 그렇다고 서운함이나 소외감 따위를 느끼는 건 아니었다.
“후후후~ 내 예쁜이들...”
“앙~ 오빠~”
“하윽~ 여보~”
그런 감정이 생길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키스 중이던 두 여자 곁으로 다가서서, 양손을 엉덩이 사이로 밀어 넣자마자, 이렇게 달콤한 신음을 토해내며 안겨오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그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팬티마저 입지 않은 보지가 뜨거운 보짓물세례로 맞아주기까지 하니.
“후후후~ 은아는 여기에 오니까 더 흥분되는가 봐? 벌써부터 잔뜩 쌌는데?”
“응~ 택시를 타고 오는 중에도 보짓물이 계속 줄줄 샜어~”
그러면서 치마를 걷어 보인다. 그녀의 말처럼 새하얀 허벅지 안쪽까지 흘러내린 보짓물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상혁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은 미현이, 그곳에다 손을 뻗었다. 가늘고도 길다란 손가락이 은아의 보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꽃잎을 벌리고서 그 사이에 숨어있던 구멍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흑~ 언니~”
두 손가락을 집어넣은 채 엄지로 음핵을 문지르는 능숙한 손놀림. 너무나 음란하고 아찔한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상혁의 입술로, 진득한 보짓물을 잔뜩 묻힌 미현의 손가락이 다가왔다.
“흐응~ 당신이 먹고 싶어하는 은아의 보짓물이에요, 어서 드세요...”
“고마워...쭈욱~ 쭉~”
입 속으로 밀고 들어온 두 손가락을, 소리까지 내가면서 아주 맛있게 빨아들였다. 한 방울이라도 아깝다는 심정으로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샅샅이 핥고 있을 때, 갑자기 미현에게서 비음이 새나왔다.
“하앙~”
“후릅~ 할짝~ 할짝~”
어느 틈에 바닥으로 주저앉은 은아가, 미현의 가랑이에다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그의 입에다가는 젖을 주는 것처럼 손가락을 물린 채, 다른 손으로 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체를 흔들어대는 미현, 두 여자는 아주 익숙하게 콤비플레이를 펼쳐냈다.
“웅~”
이번에는 은아가 입에다 뭔가를 잔뜩 머금고서 입술을 뾰족이 내밀었다. 새빨간 입술이 물기로 번들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그곳에다 입술을 겹치자마자, 말캉거리는 혀가 들어와 미끈거리는 보짓물을 전해주었다.
‘화~ 이거 정신을 못 차리겠네? 오늘따라 숨쉴 틈도 안 주는데?'
은아와 키스를 나누는 동안, 그의 바지를 끌어내린 미현이 자지를 빨아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아찔한 감각에 온몸이 저릿저릿해온다. 그리고 그게 끝나기도 전에, 은아마저 밑으로 내려가더니 합세해버렸다.
“후우~”
자지를 사이에다 두고 보드라운 혀가 양쪽에서 핥아대다가, 아래위로 나뉘어 귀두와 기둥 그리고 불알까지 정신 없이 애무해왔다.
“으헉~”
미현이 자지를 목구멍까지 넘겨서 꽉꽉 조여오고 있을 때, 그의 뒤쪽으로 돌아간 은아가 엉덩이를 한껏 벌리더니 항문에다 혀를 대온 것이다. 그러자 그곳에서 시작된 짜르르한 전기가 사지말단으로 쭉쭉 번져갔다.
은아를 처음 만났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후후후~ 똥까시 하나는 역시 최고구나..’
어쩌면 그를 이렇게 음탕한 잡놈(?)으로 만든 시초가 그것인지도 모른다. 동정도 못 뗀 녀석한테 그렇게나 환상적인 세계를 알게 했으니 말이다. 항문성교에 이끌려, 네 여자의 항문을 모두 가지게 된 것도 어쩌면 거기에서부터 기인한 걸 거다.
“아흑~ 오늘은 어떤 모습을 원해요?”
“앙~”
그의 아랫도리에서 떨어져 나와 일어선 두 여자가, 나란히 붙어 서서는 서로의 보지를 손으로 애무하며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글쎄~ 뭐가 좋을까? 샌드위치? 햄버거? 그것도 아니면...”
어설프게나 상혁이 나름대로 작명한 체위였다. 한 여자가 등을 대고 누우면, 다른 한 명이 그 위로 겹쳐서 드러눕는 방식이 샌드위치였다. 햄버거가 그것과 다른 건, 위의 여자가 엎드린다는 점이었다. 즉, 샌드위치는 둘 다 등을 대고 누운 것이고, 햄버거는 마주 안는 형태였다.
물론 겉모습만 다른 게 아니었다. 위아래로 나란히 늘어선 보지가 활짝 벌어져서 실룩거리는 샌드위치는, 두 개를 한꺼번에 빨거나, 교대로 박아댈 때 편했다. 반면에 햄버거는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두 여자가 보지를 서로 비벼대며 꿈틀대는, 아주 음탕한 장면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자극적이었다.
“오늘은 69로 시작해보지...”
샌드위치든 햄버거든, 아무래도 한 여자를 박고 있을 때, 다른 보지는 그냥 방치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반면 69스타일은, 그가 박아댈 동안 아래에 깔린 다른 한 명의 보지를 빨아줄 수가 있으니까, 세 사람 모두 쾌감이 계속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아앙~ 언니~ 앙~ 좋아~”
“하윽~”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방바닥에서 서로의 가랑이에다 얼굴을 처박은 두 여자가, 질척한 물소리와 함께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위쪽에서 엎드려 보지를 빨리고 있던, 미현의 풍만한 엉덩이로 상혁이 다가가 무릎을 꿇는 순간, 은아가 재빨리 얼굴을 치워주었다. 그리고는 자지를 잡아 손수 구멍에다 대주기까지 한다.
“아흑~ 여보~ 당신 자지가 꽉 차요~ 앙~”
입구를 지난 큼지막한 귀두가 깊숙한 곳까지 단숨에 내달리자, 미현이 은아의 가랑이에서 얼굴을 빼내 뒤돌아보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잊지 않고, 혀 대신 손가락으로 은아의 보지를 쑤셔주는 저 자상함(?)이라니!
“둘 모두..너무, 너무 사랑해~”
“앙~ 오빠 나두~”
“여보~~ 사랑해요~ 은아도 사랑해~”
서로에 대한 사랑의 외침을 주고받고서, 상혁이 본격적으로 박아대기 시작하자, 미현의 얼굴이 은아의 가랑이로 되돌아갔다. 그러자 은아가 고개를 쭉 빼서, 미현의 보지 속을 드나드는 기둥에다 혀를 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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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시작되었던 뜨거운 잔치는 결국 상혁의 방으로 옮겨져 대미를 장식했다. 여섯 개의 구멍을 빠짐없이 골고루 박아대느라 노고가 컸던 자지를, 그의 양쪽으로 드러누운 채 만지작거리던 두 여자의 입에서, 어이없어하는 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엥~? 저, 정말이네?”
“에효~ 나도 이젠 늙었나?”
당연히 뒤쪽이 미현이었다. 상혁은 그녀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 역시 그랬으니까. 양팔에 안긴 두 여자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너무 자책하지마...그러니까 우리가 꼭 바보삼남매 같잖아? 후후후~”
“킥~ 맞잖아? 바보삼남매...”
은아가 킬킬대며 몸을 흔들었다. 어쨌던 간단한 해답을 찾아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을 거다.
그때 미현이 말했다.
“그래도 은아는 그 증거를 한번 찾아봐,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미현은 그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수한을 충동질하는 데에는 정황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그래도 그 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칫 그 여파가 해인에게까지도 미칠지 모르니, 확실한 안전장치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역시 굉장히 꼼꼼했다.
“해인이 누나가 봤던 것처럼, 둘이서 알몸으로 같이 있는 사진 정도만 있으면 끝인데...”
상혁의 중얼거림에, 미현이 은아에게 물었다.
“시어머니는 어디서 사는데?”
“작은 월세아파트에서 혼자 지내요.”
“남편은 거기에 자주 가?”
“종종 가긴 하지만 자고 오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렇겠지. 은아를 혼자 놔두지 않으려고 할 테니까.
“음~ 그렇다면 그곳에서 증거를 잡는다는 건 힘들겠네?”
“네..언니..”
그때 상혁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러면 어떨까?”
“어떻게요?”
“은아가 집을 나오기 직전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두는 거야...그 여자가 최소한 한번은 그곳에 오지 않겠어?”
만약 둘 사이에 정말로 뭔가가 있다면 분명히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은아가 가출을 해버린 상황에서는 상우의 심리가 극도로 불안정할 테고, 그런 상태의 남자는 대부분 섹스로 분출하려 들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아무도 없을 때를 이용해 회수하면 되지.”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은주에게 부탁해 상우를 커피숍 같은 데서 잠시 붙들어두고, 그 틈을 이용해 가면 된다. 혹시나 시어머니라는 여자가 있는 상황과 부닥쳐도, 집을 잘못 찾아온 척하면 그만이었다. 회수할 땐 상혁이 직접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다가 비밀번호를 바꿔버리면 어쩌려고요?”
“후후후~ 당신 같으면 어떻겠어? 집 나간 아내를 애타게 기다리는데, 키의 비밀번호를 바꾸겠어? 나중에는 몰라도 당분간은 그대로 둘 거야..”
어차피 길어야 1주일 정도 안에 끝내야 했다. 그 기간이라면 은아가 상우의 이름으로 대출받은 것도 들통날 리가 없고. 미현이 상우에게 전화를 걸어 약 올리면서, 수한도 들쑤시는 일들은 그 후에 시작하는 거다.
“어때? 물론 은아가 뭔가를 찾아낸다면, 그런 짓을 할 필요도 없지만...”
“응, 나는 좋아, 오빠..”
“되면 좋고, 안 되도 할 수 없다는 정도의 생각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두 여자도 그의 생각에 찬성했다.
“좋아~ 그러면 일단 D-Day는 벼리의 시험이 끝난 직후로 잡자..은아야, 힘들더라도 그때까진 좀 참아야겠어.”
“응, 아무 걱정 마...”
대입시험까지는 한 달 정도만 남은 상황이었다. 상혁은 은아에게 다시 말했다.
“이왕이면 나올 때, 편지를 한 장 남겨둬.”
내용은 대충 ‘그 동안 너무 힘들었다. 1주일 정도 혼자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정도로.
1주일이라는 문구가 상우에게 암시를 걸 것이다. 최소한 그 기간 동안만큼은, 키의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괜히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니는 걸 막으면서도, 자기엄마와 뭔가를 해도 괜찮다는 방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줄 거다.
“오케이?”
“굿~ 오빠~ 아주 멋져~”
“호호호~ 정말로 좋은데요?”
상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둘의 머리를 자신의 아랫도리 쪽으로 눌렀다.
“자~ 이제 2라운드를 뛰어볼까? 내 자지에다 힘을 좀 불어넣어줬으면 하는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보드라운 두 혀가 자지 끝을 휘어 감고 있었다.
*
학원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자,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속에 섞인 벼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은 덤(?) 하나가 있었다.
“벼리야~”
“오빠?”
인파를 거슬러올라가 그 앞에 서자, 깜짝 놀라더니 팔뚝으로 매달려와 반가움의 눈빛을 반짝거리는 벼리, 그때 혹덩어리(?)가 슬며시 떨어지며 고개를 숙여왔다.
“안녕하세요, 형..”
“하하하~ 그래, 은철이도 정말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어?”
“네, 형은요?”
다시 봐도 벼리와는 정말 많이 닮았다. 둘을 나란히 세워놓으니까, 귀여운 이란성쌍둥이 같다. 아마 저 둘을 본 따서, 인형세트로 팔면 꽤나 인기가 있을 거다.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응, 오빠~”
“그러면 밥 먹으러 가자.”
“저도요?”
“당연하지, 임마...너희들 기운 내라고, 내가 일부러 맛있는 걸 사주려고 왔는데?”
“그, 그래요? 고맙습니다~ 형~”
“녀석도...후후후~”
“헤헤헤~”
벼리 곁에 찰싹 달라붙어있었던 게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내내 눈치만 슬슬 살피던 은철이 그제서야 배시시 웃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해맑은 그 웃음에,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은철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았다. 그때 그의 다른 손을 잡아오는 보드라운 촉감.
“나두~”
“하하하~ 그래, 우리 벼리도...”
샘이 났던 걸까? 그의 손을 끌어다 자기 머리 위에다 올려놓는 벼리에, 상혁은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보드랍고 매끄러운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쓸고 있자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쌍둥이의 아빠가 된 기분이랄까?
‘은철아, 아무래도 넌 남자친구가 되긴 힘들겠다...그냥 친한 오빠동생으로 만족하려무나..’
벼리의 상태로 보아하니 가망성이 없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하나에도 시샘을 하는데, 어찌 남자친구라는 대상으로 고려가 될까?
“뭐가 먹고 싶어? 고기? 아니면 삼계탕?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봐..”
“웅~ 그냥 오빠가 가고 싶은 데로 가,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그래요, 형~ 저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어요.”
병아리들처럼 재잘대는 그 대답에 상혁은 빙긋이 웃으며, 둘의 손을 꼭 잡고 그곳을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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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철과는 시험이 끝난 후에 다시 만나 한잔하기로 하고서 헤어졌다.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돌아서던 그의 왜소한 어깨가, 왠지 쓸쓸하게만 느껴져 상혁을 미안하게 만들었다.
“은철이랑은 잘 지내고 있지?”
“응, 은철이 오빠가 정말로 잘해줘..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다 가르쳐주고, 다른 남자애들이 귀찮게 하는 것도 막아주거든? 헤헤헤~”
그 말을 듣고 나자, 은철에게 더더욱 미안해지면서 안쓰럽기까지 했다.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넌지시 희망을 불어넣어준 거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차라리 딱 잘라 단념시키는 게 나았을 거 같았다. 순수한 마음을 이용한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덕분에 더 힘내서 열심히 공부했겠지? 그래, 지금은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자..’
어쨌던 은철에게도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가는 일은 아니었기에, 그 정도쯤에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지나친 연민이나 동정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니까.
“우리 벼리는 어때? 총정리는 잘돼가?”
“응~ 실기에서만 실수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자신 있어~”
“와~ 그렇다면 정말로 확실하다는 거네? 우리 예쁜 벼리가 드디어 여대생이 되는 거구나~~”
“아이~ 참~ 오빠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여은에게 들은 바로는, 실기시험도 충분히 통과할 정도의 실력이 된다고 했다. 화실아이들이 성심 성의껏 돌보고 가르친 덕분이었다. 게다가 벼리의 성격상, 확신이 들기 전에는 저렇게 자신 있다는 표현을 쓸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남은 기간 동안의 컨디션조절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벼리 너도 잘 알지? 이제부터 잠도 충분히 자고,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 거..”
“응, 알아..”
“그래, 넌 네가 할 일을 알아서 잘 하니까..그나저나 이렇게 나온 김에 화실에나 잠깐 들렀다가 갈까? 맛있는 것도 잔뜩 사서..”
“응~ 좋아~ 안 그래도 아까 고기를 먹으면서 언니들이 생각났었어..”
“너도 그랬었구나...후후후~”
역시나 착한 아이였다. 사실 그도 마음에 걸렸었다. 그나마 전에는 종종 들리면서 삼겹살파티라도 열어주곤 했는데, 최근 두어 달 동안은 그럴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네 명이 힘들게 알바를 뛰어가면서, 월세에다 재료비니 생활비까지 충당하다 보니, 그가 들를 때마다 본 건 라면 따위로 대충 때우는 모습이었다.
“역시 삼겹살이 낫겠지?”
“응~ 언니들은 삼겹살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헤헤헤~”
“그래...”
상혁은 벼리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찡하게 아파왔다. 세상에 삼겹살보다 맛있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하나같이 예쁘고 착한 아이들인데, 그저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미술학도라는 길을 택한 이상, 앞으로도 경제적인 부분에서 확 나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에효~ 내가 돈을 왕창 벌어서 몽땅 데리고 살면 딱....어? 이, 이건 아닌데?’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들을 여자로 느끼고 있었던가? 아방궁을 만들 것도 아니고, 무슨 놈의 욕심이 이리도 끝이 없단 말인가?
잠시 그렇게 자책하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서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후후후~ 아주 혼자서 북치고 장고치고, 난리블루스를 추고 있구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격이었다.
상혁은 벼리의 어깨를 껴안으며 말했다.
“흐흐흐~ 그러면 아예 한 열 근쯤 사갈까? 실컷 먹으라고..”
“오, 오빠? 그러면 너무...”
“먹다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두고두고 먹으면 되지? 자~ 어서 가자~”
은주와의 커플링을 장만하느라 텅텅 비다시피 했던 주머니 사정이, 이제서야 겨우 복구된 상황이었는데, 그러자마자 또다시 가벼워질 운명인 것 같았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 아니, 벌써부터 마음이 흐뭇해지는 걸 보니, 오히려 차고도 넘치는 장사였다.
돈이란 건 있다가도 없고, 모자라면 열심히 벌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정이란 건 달랐다. 누군가에게 주면 줄수록, 내 자신이 그 이상으로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상혁은 벼리를 꼭 껴안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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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전화통화를 안 해보고 온 게 실수였을까? 그래도 한 명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문이 잠겨있는데다가 안쪽까지 어두운 걸 보니,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쩝~ 어쩔 수 없지...”
상혁은 입맛을 다셨다. 사실 그도 오랜만에 그 아이들의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냉장고에다 고기를 넣어두고, 간단하게 메모만 남기자..”
“응, 오빠...”
벼리가 지갑 속에서 열쇠를 꺼내 유리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 실내등을 켠 바로 그때.
“누, 누구?”
“엇~!”
“어머~”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상혁과 벼리는 깜짝 놀라 멈추어 섰다. 그러자 칸막이로 가려진 간이침대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얼굴 하나가 조심스레 나타났다.
“오, 오빠? 벼리야?”
벼리의 친척언니인 여은이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채 당황스러움으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 상혁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눈치챘다. 언뜻 보이는 그녀의 어깨 한쪽이 새하얗게 드러나 있는데다가, 바닥을 짚고선 맨발과 무릎까지 분명히 알몸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느껴지는 또 다른 인기척, 침대 위에 누군가가 더 있었다.
“미, 미안...벼리랑 같이 저녁을 먹은 김에 잠깐 들린 건데...”
“오빠, 자, 잠시만...밖에서 기다려줄래요? 금방 나갈게요..”
“그, 그래...”
상혁은 벼리의 손을 잡고서 급히 밖으로 나왔다.
‘실수했구나...왜 미처 생각을 못했을까?’
벼리와 처음 관계를 가졌던 곳도 바로 이 화실이었다. 여자애들 네 명만 사용한다지만, 그녀들이라고 왜 연애를 하지 않을까? 늘 쪼들리는 주머니사정을 감안한다면, 여기를 종종 애용할 건 뻔했다. 아마 필요할 땐 자기네들끼리 서로 양해를 구했을 것이다. 벼리나 상혁에게 따로 키가 있다지만, 그들이야 오는 날이 정해있었으니 언질을 주고말고 할 일도 없었고.
“놀라지 않았어?”
“으, 응...별로..”
하기야 이젠 벼리도 이 정도에 놀랄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은주랑 더불어 세 사람이 같이 섹스를 즐기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으니.
그때 문이 열리더니 여은이 나왔다. 급하게 서두느라 속옷까지 챙겨 입을 겨를이 없었는지, 상의 안으로 도드라진 젖꼭지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 상혁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오빠...”
“하..하..하...이거 갑자기 들이닥쳐서 괜히 미안한걸? 자~ 이거부터 받아...”
“으, 응? 이게 뭔데요?”
“그냥...너무 오랜만이라서 같이 삼겹살이나 구워먹을까 했었거든..”
그런데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냉장고에다 넣어두려고 들어갔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걸 받아 든 여은이 봉지 속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요? 누가 더 오기로 했어요?”
“후후후~ 언제 또 올지를 몰라서, 사는 김에 그냥 좀 넉넉하게 샀던 거야. 남으면 두고두고 먹으라고..”
“오빠..”
여은의 목소리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그깟 고기 몇 근에 저렇게까지 감동하는 모습을 보자니, 괜히 마음이 찡하게 아파온다.
“빨리 들어가봐...벼리시험이 끝나고 나서, 그때 제대로 한번 파티를 하자꾸나...우린 가볼게..”
“오빠...차라도 한잔하고...”
“됐어. 나중에 하지, 뭐....참~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다고 전해주고...이제는 아무도 올 사람이 없으니까, 마음 푹~ 놓으라고 해...후후후~”
상혁이 윙크와 함께 던진 농담에 여은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평소의 왈가닥 같던 모습과는 달리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겨나, 왠지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벼리야, 가자..”
“응...언니 나중에 봐~”
“그, 그래..오빠, 미안해요..”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여은을 뒤로 하고서, 상혁은 벼리의 손을 꼭 잡은 채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한 5분쯤이나 지났을까?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언제라도 좋으니까 조만간 꼭 들러줘요. 오빠가 사온 고기로 김치찌개를 아주 맛있게 해줄게요, 알았죠? 전화 줘요]
참 착하고 좋은 아이였다.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그 몇 글자에 가슴 속이 훈훈해지면서도, 한편으론 그 침대에 있었던 그 누군가가 부러워진다.
‘끙~ 도무지 나란 놈은...’
불가사리처럼 주변의 여자란 여자는 다 잡아먹어도 양에 안 차는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게 바로 남자라는 존재의 탐욕스런 본성일지도.
“그만 집으로 가야겠지?”
“으, 응...오빠..”
왠지 머뭇거리는 벼리, 뭔가 못내 아쉬움이 남는듯한 목소리였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돌아가게 된다면, 아마 책을 잡는다고 해도 머리 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건 뻔했다. 상혁은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아예 푹 쉬어버리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봐, 그냥 집으로 돌아가긴 아쉽지? 재미있는 영화라도 볼까?”
그러자 벼리가 대답 대신에, 주저주저하면서 어딘가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 시선을 따라가자,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번쩍이는 간판이 보였다.
“후후후~ 저기에 갈까?”
“..응..”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이 그렇게나 어려웠을까? 그녀가 바라본 곳은 모텔간판이었다.
“여은이가 그러고 있는 걸 보니까, 너도 그때 생각이 났나 보구나? 맞지?”
“..오빠도 그랬어?”
“후후후~ 당연하지..우리 예쁜 벼리를 처음으로 안았었는데..”
골목길로 접어들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치마 위로 도톰한 둔덕을 꾹 거머쥐면서 물었다.
“우리 벼리의 보지가 많이 젖었어?”
“아앙~ 오빠~”
그곳으로부터 전해지는 따끈따끈한 열기와 함께, 벼리가 헐떡거리면서 하체를 흔들었다. 이제는 정말 완전히 물이 올라, 성숙한 여자의 내음을 풀풀 풍겨낸다. 아니, 평소에도 요염하고 색정적인 느낌을 은연중에 흘려낼 정도였다. 아마 그래서 학원에서도 남자들의 시선을 더욱더 끌어들이는 걸 거다. 그런 상황에서 은철이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있었던 거고.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고서, 모텔 바로 옆쪽의 구석진 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리고는 벽에다 기대게 해, 보지의 갈라진 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귓가에다 속삭였다.
“말해봐, 얼마나 많이 젖었어?”
그러자 벼리가 요분질을 하듯이 아랫도리를 쳐올리면서,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흑~ 팬티가 축축해...”
“우리 벼리의 맛있는 보짓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거야?”
“앙~ 맞아~ 오빠가 빨리 빨아주면 좋겠어~”
“후후후~ 그러면 여기서 잠깐만 맛보고 갈까?”
“오, 오빠?”
순간적으로 든 짜릿한 생각에 그렇게 소곤대자, 깜짝 놀란 벼리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왔다.
“여긴 워낙 깜깜해서, 누가 지나가도 소리만 안 내면 아무도 몰라, 어때? 해볼래? 굉장히 짜릿할 것 같지 않아?”
이미 치마 속으로 파고든 그의 손이,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서 흥건하게 젖은 보지를 직접 애무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거부할 수가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게 어둠 속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상혁은 급격하게 밀려드는 흥분으로 심장이 거칠게 뛰면서, 왠지 벼리를 더욱더 음탕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치마 속에서 팬티를 끌어내린 다음 발목으로부터 빼냈다. 그리고는 축축하게 젖은 그 천 조각을 돌돌 말아 거머쥐고는, 그녀의 입으로 가져가며 끈적하게 말했다.
“자~ 혹시 모르니까 이걸 입에다 물고 있어..”
“으, 응..”
너무나 흥분을 한 탓일까? 아니면 그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 때문인지, 벼리는 자신의 오줌과 보짓물로 더러워졌을 팬티를,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입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아~ 벼리야~ 사랑해~ 너무, 너무~”
“우~웅~”
아마 ‘나도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었을 거다. 팬티로 틀어 막힌 그녀의 입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자기팬티를 입에다 물고서, 벽에 기대어 스스로 보지까지 벌려주는 저 음탕한 모습이라니!
상혁은 터질 듯이 부푼 자지 끝에서 겉물이 찔끔 흘러나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날씬한 여체를 껴안은 채, 밑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와 가랑이 사이에다 얼굴을 들이밀자, 그 순간 머리 위로 치마가 덮어왔다.
‘벼리도 많이 흥분되는 모양이구나..’
후끈한 열기와 함께 진하게 밀려드는 보지냄새, 그리고 그의 코끝에 닿은 살결에서는 미끌미끌한 물기가 가득했다. 가뜩이나 어두운 구석자리인데다가 치마 속으로 들어온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짙은 어둠 속에서 감각만으로 더듬자니, 모든 게 너무나 생생했다.
“후릅~ 후루룩~”
“웅~”
보지를 가르며 빠르게 움직이는 혀에, 벼리의 아랫도리가 풍랑 속에 떠있는 조각배처럼 요동을 쳐댔다. 미지근한 보짓물을 ‘왈칵왈칵’ 쏟아내면서, 보지구멍 속으로 파고든 혀와 손가락을 잘라버릴 것처럼 아주 강하게 조여온다. 아니, 보지가 움찔움찔하면서 짭짤한 맛이 간간이 느껴지는 걸 보면, 오줌까지 조금씩 지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전혀 더럽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마저도 너무나 달콤하기만 했다.
“우우웅~ 웅~”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혀끝으로 음핵을 건드려대고 있을 때, 손가락이 박혀있던 보지 속이 딱딱하게 굳는가 싶더니, 허벅지가 아주 강하게 그의 관자놀이를 조여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손등을 적시는 뜨거운 보짓물세례, ‘파르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그녀의 하체가 절정을 맞이하는 중이라는 걸 알려줬다.
“벼, 벼리야?”
손가락을 꽉 물고서 놓아주지 않던 보지가 마침내 느슨해졌을 때, 상혁이 치마 속에서 빠져 나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갑자기 벼리가 그의 바지지퍼를 열고서 자지를 꺼낸 것이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면서, 엉덩이를 뒤로 내밀고는 다른 손으로 자지를 잡아당겼다. 귀두에서 느껴지는 미끌미끌하고 흐느적거리는 꽃잎, 그게 서서히 벌어지면서 안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여기서 지금 하자고?”
“우웅~”
여전히 입에서 팬티를 빼내지 않은 벼리가 뒤돌아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엉덩이를 조금 더 밀어온다. 그러자 ‘쑥~’하고 박혀버리는 자지, 귀두는 물론 기둥의 반 가까이나 들어가버렸다. 이제 와서는 멈출 수도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멈추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예기치 않게 벼리와의 야외섹스를 처음으로 하게 되는 순간인데, 이 짜릿한 기회를 왜 마다할까?
‘후후후~ 벼리도 하나씩 스스로 눈떠가는구나..’
즐거웠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어차피 시험이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카섹스며 야외섹스 따위를 가르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알아서 먼저 나서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우리 벼리는...어쩌면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할까? 사랑해~”
“우응~ 우웅~”
속삭임과 함께 허리를 밀자, 뜨거운 살 속으로 자지가 끝까지 박혀 들었다. 그러자 잘게 경련하는 유혹적인 여체, 또다시 급격하게 조여오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보지 속이 너무나 아찔했다. 상혁은 허리를 잡았던 손을 상의 속으로 집어넣어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서, 아담하면서도 탱탱한 젖가슴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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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벼리가 흥분한 탓에 그랬을 거라고 여겼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그것만은 아닐 것 같았다. 아마 이것저것 지출이 많았던 상혁을 생각해, 모텔비라도 아끼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기에 급작스레 이루어진 짧은 정사가 끝나고서, 모텔로 들어가자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을 거다.
“무섭지 않았어?”
“아니, 오빠랑 있는데 왜 무서워?”
당연한 걸 왜 그러냐는 듯이 초롱초롱하게 맑은 눈빛으로 되물어온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벼리의 어깨를 더욱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
“춥지는 않아?”
“..아니..”
그러자 이번에는 조금 주저하면서, 얼굴을 붉히고는 작게 대답했다. 상혁은 순간적으로 아래쪽이 뻐근해지는 걸 느끼면서, 이대로 확 덮쳐버리고만 싶었다. 지금 그의 다른 손이 들어가 있는, 치마 속은 벌거벗은 상태였다. 입에 물었던 팬티가 마치 물에 빠뜨린 것처럼 되어버린데다가, 그걸로 정액을 닦은 탓에 도저히 입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후후후~ 조금만 참아 금방 집에 도착할 테니까..”
“응, 난 괜찮아, 정말이야..”
“그래..”
벼리가 그냥 버스를 타자는 걸 설득해, 택시를 잡은 게 정말로 잘한 일이었다. 안 그랬으면 이렇게 짜릿한 즐거움을 놓쳤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벼리의 치마는 뒤쪽까지 젖어있었다. 손끝으로 만져지는 매끌매끌한 보지가 너무나 감미로웠다. 지나치게 자극하면 신음소리가 흘러나올까 싶어 그저 부드럽게 쓰다듬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오늘은 내 방에서 같이 자자, 알았지?”
“응~ 오빠~”
너무나 좋아하면서 낯빛이 환해진다. 그리고는 앞자리의 운전기사를 살피더니, 그의 자지로 손을 슬며시 뻗어왔다. 이제는 능숙해진 손길로 애무를 해와서는 금새 딱딱하게 만들어버린다.
“오빠자지...빨고 싶어..”
완전히 서버린 기둥을 꾹 거머쥐면서 뜨겁게 속삭여온 그 말에,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보지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버리고는 뒤늦게 아차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벼리는 신음소리는 물론 별다른 움직임으로 운전기사의 시선을 끄는 짓을 하지 않았다.
“..은주 언니도 같이 자자고 해...”
“그랬으면 좋겠어?”
“으, 응..”
순간 손가락을 꽉 조여오는 보지, 흥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상혁 역시 아찔한 기분이 든 건 당연하고. 벼리가 이렇게 세 사람의 난교를 원한다는 표현을 먼저 내뱉은 건 처음이었다.
“은주가 빨아주었으면 하는 거니?”
“..으, 응...”
“은주의 보지도 빨고 싶고?”
“...응..”
순간 현기증이 핑 돌았다. 벼리가 느닷없이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아까의 그 아찔했던 섹스가 촉매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상혁은 갑자기 택시가 너무나 느리게 느껴지고 있었다.
*
해인에게서 전화를 받고서야, 상혁은 자신이 너무 무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마치 내 볼일만 보고서, 모른 척 입을 싹 닦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 후의 경과에 대해서 대충이라도 알려줬어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미안해요...진작에 연락을 한다는 게 깜박했어요..”
“아니, 괜찮아..”
괜찮다고는 했지만, 해인의 음성에는 서운함이 깔려있었다. 비록 단 두 번의 만남이었어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심정적으로 많이 가까워진 탓에, 그렇게 느끼는 모양이었다.
“누나..”
“응..”
“커피 마시러 언제 가면 돼요? 조카도 한번 보고 싶고요..많이 예쁘죠? 엄마를 닮았을 테니까...후후후~”
“훗~ 언제든지 와, 혹시 모르니까 전화만 먼저 주고...”
“알았어요..별다른 일이 없으면, 내일 들릴게요..”
“그래, 이왕이면 점심이나 같이 하자..”
“네, 전화할게요.”
확실히 아이엄마에겐 자식이야기가 최고로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은근슬쩍 미인이라고 추켜주기까지 했더니, 금새 목소리가 밝아졌다.
“후후~ 어째 밥상 받을 일이 연짱으로 생기는구나..”
안 그래도 여은의 성화에 못 이겨, 오늘 화실에 가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슬슬 출발해야겠구나...”
손목시계를 쳐다본 상혁은 가방을 챙기기 위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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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도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여은 혼자뿐이었다. 벼리의 시간을 자꾸 뺏을 수는 없어 데려오지 않은 탓에, 결국 둘만 마주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갇힌 공간 안에 두 사람만 있다 보니 왠지 어색했던 느낌도, 반주로 곁들인 소주 몇 잔이 돌자 금새 사라졌다.
“화~ 정말 맛있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헤헤헤~ 김치찌개만 잘해요, 많이 드세요, 오빠~”
“그래, 너도 많이 먹어..”
겸손을 떠는 여은이었다. 얼큰한 김치찌개만이 아니라 보들보들 부드러운 달걀찜이며, 살짝 데쳐 무친 향긋한 나물에다, 매콤시원한 오이소박이까지, 깔끔한 손맛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건 마치 결혼생활을 몇 년은 한 주부 같지 않은가? 그는 진심으로 감탄하면서 정말 맛있게 먹는 중이었다. 아니, 어쩌면 맛과 향이라기보다는, 씹을 때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여은의 정성 어린 마음 때문일 거다.
“안 그래도 많이 바쁠 텐데, 괜히 무리한 거 아니니?”
알바에다 학업까지, 늘 바쁜 생활인 걸 알기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여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세요, 저랑 같이 알바하는 애가 책임져주기로 했거든요?”
저번에는 여은이 대신해준 적이 있기에 상관없단다. 그 말을 들은 상혁은 그제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수저를 바삐 놀려나갔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앞에다 두었을 땐, 잡생각 없이 그저 맛있게 그리고 아주 열심히 먹어주는 게 최고의 보답이었다.
그릇바닥이 반짝반짝 비칠 정도로 싹싹 긁어먹고서는, 배가 너무나 불러 술마저도 넘어가지를 않자, 소화를 시키기 위해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 고마워요...꼭 감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하하하~ 그만해...삼겹살 몇 근에 너무 과한...”
“벼리 말이에요..”
“응? 벼리?”
뜬금없이 나온 벼리이야기에 상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여은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벼리한테 다 들었어요...가족으로 대해준다면서요? 앞으로도 같이 살자고 했다고...”
“뭐, 그거야...우리도 벼리를 친동생처럼 생각하니까...”
“언니랍시고 걔한테 해주는 것도 없는 저에 비하면야...오빠나 은주라는 그 언니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말을 끊는 여은,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이는가 보았다. 상혁은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자신도, 화실아이들의 고단한 생활을 보면서 뭔가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그렇게나 안타까웠는데, 여은이야 오죽했겠는가?
“..정말, 정말...진심으로 감사 드려요...이젠 벼리도 정을 붙이고 살 가족이 생겨서 안심이에요...흑..흑...”
“여은아...”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만다. 아마 저런 게 언니의 마음일 거다. 은주의 막내언니와는 다른,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의 순수한 마음.
상혁은 그녀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될 때까지 묵묵히 지켜만 보다가 짓궂게 입을 열었다.
“음, 근데...그날 그 친구 말이야...”
“오, 오빠!”
그러자 화들짝 놀라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허둥대는 여은, 그를 홀랑 벗겨놓고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그려대다가, 다른 아이들을 선동해 놀리기까지 했던 그녀인데도, 막상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자 저렇게 부끄러워하다니 참으로 신선했다. 상혁은 그런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모른 척하고 말을 이었다.
“네가 벼리더러....남자는 ‘큰 게 최고’라고 했다던데...그러면 그 친구도 엄청...”
“오빠~~~”
확실히 여럿이 함께 있을 때와는 다른 모양이다. 여은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지, 그의 팔뚝을 붙잡고 매달리며 아양을 떨어댔다.
“우리 노래방에나 가요~ 네? 배도 꺼트리고...제가 쏠게요~”
상혁은 이쯤에서 그만 놀리자는 생각에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후후후~ 그건 안될 말이지..이렇게나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었는데 노래방은 당연히 내가 쏴야지..가자..”
노래방에 가는 게 좋은 건지, 낯부끄러운 화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운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은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헤~ 네~ 좋아요~”
그리고는 설거지거리를 대충 싱크대에다 쌓아두고서 팔짱을 껴왔다. 그러자 뭉클하게 달라붙는 감촉, 상혁은 순간적으로 그날 티 속에서 오뚝하게 드러나던 젖꼭지가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너무 찰싹 달라붙는 거 아니니? 혹시나 그 친구가 보기라도 한다면...”
“오빠! 제발 그 이야긴 이제 그만해요..”
“그, 그래...미안..”
쑥스러운 감정을 숨기려고 농담을 던졌다가, 목소리까지 높이며 의외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은에, 그는 움찔하고 말았다.
‘하~ 이것 참...기분이 이상하네? 둘뿐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날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던 여은의 모습에, 그녀 역시 성숙한 한 명의 여자라는 걸 생생하게 인식한 때문일까? 모델을 서면서 발가벗은 모습까지 다 보여주던 당시에도 별다른 동요가 없었는데, 왜 지금에 와서야 이런 묘한 감정이 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상혁은 자꾸만 야릇해지려는 기분을 몰래 달래며, 여은과 팔짱을 낀 채 화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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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와서는 근처나 한 바퀴 돌면서 산책하자는 걸 보니, 역시 노래방이 목적이 아니라 민망한 분위기를 피하려 했던 모양이다. 이미 늦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한 밤공기는 쌀쌀하다 못해 약간은 추운 느낌마저 들었다. 때문인지 여은의 몸이 가끔씩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춥지? 이렇게 산책이나 할 거면 좀 두툼하게 챙겨 입고 나오지..자~”
“아, 아니에요..오빠, 그러다 감기 들어요...”
상혁이 겉에 입었던 재킷을 벗어서 어깨에다 걸쳐주자, 화들짝 놀라며 사양하려 든다.
“후후후~ 괜찮아..군대서는 11월에도 찬물로 샤워하던 나야...아직은 군바리 물이 완전히 빠진 건 아니거든?”
“고마워요, 오빠~”
그가 오히려 옷깃까지 여며주며 그렇게 웃자, 여은이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다시 팔짱을 껴왔다. 그러자 반팔인 팔뚝으로 보드랍고 뭉클한 감촉이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조금은 짜릿하면서도 가슴 속이 따스해지는 그 느낌을 음미하며 걷다가, 자그마한 공원의 나무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이제는 제법 추워진 탓인지, 그곳에는 은은한 달빛만이 홀로 머물고 있었다.
“잠깐만 앉았다가 들어가자...”
“네, 오빠...”
재킷을 하나 더 걸치고도 여전히 추위를 타는 걸까? 아니면 상혁이 걱정되어서 자신의 체온을 보태주려는 생각일까? 여은은 더욱더 밀착해서는 그의 어깨에다 머리를 기대왔다.
코를 톡 쏘는 테레핀유 냄새, 이 또래의 여자들에게서 보통 맡아지는 향수나 샴푸 종류의 향과는 다른, 그 자극적인 체취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게 더욱더 향기롭기만 하다. 자신의 삶에다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 열정이 느껴지는 때문일 거다. 약한 듯하면서도 강하고, 얼렁뚱땅 쾌활한 왈가닥의 겉모습 속에 숨겨진 섬세하고 여린 품성이, 그녀의 인간적인 향기를 짙게 풍겨내고 있었다.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자, 잠시 움찔하는가 싶더니 더 달라붙어와 이제는 거의 품 속에 안기다시피 해버린다. 상혁은 무심결에 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더욱더 야릇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에 조금은 난감해졌다.
“..전 사실...”
왠지 연인 같은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만 있던 상혁의 귀로 들려온 나지막한 뇌까림, 그로서는 이 어색한 침묵을 깨준 여은의 목소리가 너무나 반가웠다.
“..오빠랑 벼리가...같이 잔 줄만 알았어요...그래서 벼리한테 쓸데없는 헛소리도 했었고요...”
하지만 여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더 난처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벼리와 그렇고 그런 사이로 오해해서 미안하단다.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었기에, 나중에 벼리가 받을 상처를 걱정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그전부터 가족으로 생각하고서, 벼리의 짝사랑을 적당히 받아주며 달래주었던, 그 깊은 배려를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햐~ 이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기도 곤란하고...’
은주와 그가 벼리를 데리고 살기로 했다는 결정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하기야 서로의 관계를 인정하는 정도를 떠나, 이미 한 침대에서 뒹굴며 은주와 보지를 빨고 빨리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벼리가 실토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건 상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벼리가 부럽기도 하고...한편으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여은아...”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그건 여은만이 아니라 화실아이들 모두가 그랬다. 참으로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니까. 남매처럼 오순도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라면, 상혁 쪽에서 먼저 부탁하고 싶다.
그런데 그때 그가 미처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여은이 팔을 끌어당기며 일어섰다.
“오빠, 따뜻한 국물에다 소주 한잔해요...네?”
“후후후~ 네가 쏘겠다고 우기지만 않으면 좋지..”
“치~ 미리 선수를 쳐버리면 어떡해요?”
“여은아..”
늘 신세만 져서 미안하고 고마웠던가 보다. 그런데 아까의 그 정성 어린 따스한 밥 한끼로, 이미 그걸 다 갚고도 남았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중에 나를 멋지게 그려서 선물해주렴...그러면 돼...알았지?”
“킥~ 알았어요~ 언제 날을 잡아서 화실로 한번 와요...아주~ ‘화끈’하게 그려줄게요...”
“어~! 그, 그건...”
상혁은 그제서야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여은이 그를 대상으로 그렸던 건, 지금껏 누드밖에 없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의 아랫도리를 슬쩍 쳐다보면서, ‘화끈’하게 라고 강조까지 하는 저 모습이라니! 왠지 슬슬 불안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자~ 빨리 가요~ 술 고파요~”
“그, 그래...”
찜찜한 여운이 남은 채로 그는 여은에게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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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멍하니 앉아있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많이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뜨거운 숨결이 볼에 ‘확확’ 느껴질 정도였다.
“하아~ 술 가지고 은주한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구나...”
고개를 내리자,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길게 드러누운 여은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아랫도리가 뻑뻑해져 온다. 이제서야 조금씩 술이 깨는가 보았다.
“많이 취했던 게 정말 다행이었어...”
그랬다. 워낙 많이 취한 탓에 발기가 잠시 되었다가도 곧바로 죽어버렸었다. 만약에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자신은 아마........물론 그렇다고 현재 상황도 그렇게까지 편한 건 아니지만.
“여은아...여은아...”
뽀얗게 드러난 젖가슴, 브래지어는 이미 그가 풀어 저 구석으로 처박아버렸었다. 게다가 훌렁 걷어진 치마 아래로 허벅지까지 내려간 팬티와 그 위쪽에 펼쳐진 아찔한 유혹.
탄식하듯이 그녀의 이름을 연거푸 불러보면서,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팬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거의 반나체가 되다시피 했던 나머지 옷차림을 여며준 다음, 이불을 덮어주었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는 손끝으로 반짝거리는 물기가 비쳤다. 순간 뜨겁고 뜨거웠던 그곳의 아찔한 감촉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면서, 완전히 발기가 돼버리고 거친 숨결이 토해졌다.
“후우~ 후우~”
이불을 젖혀버리고서 그녀 곁으로 드러눕고만 싶다. 그리고는 아까처럼 젖가슴을 빨고 보지를 애무해, 또다시 이 손에다 끈적한 보짓물을 흠뻑 쏟아내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밀었다.
상혁은 떨려오는 손을 바지주머니에다 신경질적으로 쑤셔 넣고는, 여은의 촉촉한 입술에다 살짝 입맞춤을 했다.
“후욱~ 후~~”
칸막이를 빠져 나와 소파에 앉은 채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자, 조금은 진정이 되는 것도 같았다.
“내가 미쳤지...완전히 발정 난 개꼴이구나..”
모든 게 변명이고 위선이었을까? 그저 반반한 여자다 싶으면, 그녀의 보지에다 자지를 박아 넣고서 흔들어대다, 깊숙이 정액을 싸는 수컷의 본능일 뿐이었던가!
‘남자친구까지 있는 애를...’
물론 전적으로 그 자신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아니, 객관적으로 보자면 오히려 여은의 책임이 더 컸다.
포장마차에 앉아 급하게 소주를 마신 게 단초였다. 둘 다 휘청거릴 정도의 상태에서 일어나, 거의 뒤엉키다시피 한 모습으로 겨우 화실로 들어섰을 때는, 눈앞이 희미할 만큼 많이 취해있었다. 그리고 불을 켜는 그의 목을 껴안으며, 느닷없이 뜨겁게 키스해온 여은이었다.
‘그 말만 아니었더라도...’
말랑거리는 혀를 엉겁결에 빨아들이다가, 잠깐 정신이 돌아와 떼어내는 순간 들려온 속삭임. 벼리와 그런 관계가 아니라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진 ‘처음부터 좋아해왔어요, 오빠’라는 그 한마디가 그의 이성을 뺏어버렸다.
침대로 와서는, 브래지어를 풀어 탐스러운 젖가슴을 빨아대며 손은 치마 속을 향했다. 촉촉한 습기가 느껴지던 그곳은 아주 빠르게 젖어갔다. 그 아찔한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취한 탓에, 자지가 서는 듯하다가도 힘이 빠져버리는 일이 반복되지만 않았다면, 애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곧바로 삽입해버렸을 거다. 그렇게 초조함 속에서 허둥거리고 있는 그때, 여은의 몸이 갑자기 축 늘어져버리고서야 겨우 제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이렇게 혼자 내버려두고 갈수도 없고...’
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숙집에다가 데려다 주어야 했다. 문제는 그녀가 깨어나고 난 다음, 어떤 상황이 또다시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은주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 취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 제일 좋으련만. 어쨌던 그때까지는 잠깐 눈을 붙여두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차라리 나도 아주 정신이 없었더라면...그냥 안아버렸을 텐데....’
잠이 들기 직전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는 걸 깨닫고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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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오..빠....”
“으, 응..”
몸을 흔들며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상혁은 잠에서 조금씩 깨어나는 중이었다.
‘아~! 그래 여긴...’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정신이 확 들었다.
“여은아?”
“오빠...여긴 너무 추워요...침대로 가서 자요...어서...”
“아, 아니...이젠 가봐야지..넌 내가 바래다줄게..”
그러자 여은이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1시간 정도만 있으면 버스가 다니는걸요? 멀지도 않은데 괜히 택시를 탈 필요는 없어요...조금만 더 누웠다가 같이 나가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야 상혁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이끌려 칸막이 안에 있는 침대로 오자, 훈훈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제서야 한구석에 켜져 있는 전기난로를 발견한 그는, 굉장히 미안해졌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녀가 추운 데서 웅크리고 자지 않게 해주었을 텐데.
“오빠~ 많이 춥죠...잠시만 이불을 덮고 누워있어요...제가 따뜻한 커피를 타올게요...”
“그래..고마워..”
아닌 게 아니라, 냉기가 느껴지는 소파 위에서 이불도 없이 쭈그리고 잤던 탓에, 온몸으로 한기가 스며들어 덜덜 떨리는 중이었다.
“후릅~ 아~ 좋구나~ 땡큐~”
여은이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머금자, 고소한 향기와 함께 얼었던 몸이 한꺼번에 풀려왔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피곤이 확 밀려들면서, 눈꺼풀이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졌다.
“지금 몇 시쯤이나 됐어?”
“4시가 조금 지났어요...잠깐만 더 눈을 붙여요...제가 깨워드릴게요...”
“너도 피곤할 텐데...”
“전 괜찮아요, 원래부터 잠이 거의 없거든요...설거지를 하고, 좀 치우다 보면 금방인걸요?”
상혁은 치우는 걸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없이 가라앉는 몸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미안..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때 문득 드는 생각.
‘아~ 기억을 못하는가 보구나...’
안도감이 밀려드는 중에도, 한편으론 가슴한구석에서 서운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하지만 그런 감정도 채 이어지지 못했다. 곧바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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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잔 걸까? 아주 잠깐인 듯했지만, 워낙 깊이 잠들었던 탓에 장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직 밝은 느낌이 없는 걸 보니, 몇 시간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상혁은 눈꺼풀을 서서히 밀어 올렸다.
“어? 여은아...왜 그러고 있어?”
“아, 아니에요...”
잠시만이라도 푹 자게 해주려고 그랬는지, 실내등은 다시 꺼져있었다. 하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전기난로 불빛을 통해, 침대 곁 발치쯤에서 여은이 보인 것이다. 그것도 침대에 걸터앉은 것도 아닌, 마치 오줌이라도 누듯이 바닥에다 쭈그리고 앉은 아주 불편한 자세로 말이다.
상혁은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서 침대의 한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이리 와서 앉아..불편하지 않아?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던 거야? 날 깨우지 그랬어?”
“조금 전에 씻고 와서 머리를 말리는 중이었어요...”
그제서야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남방차림인, 그녀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있는 걸 깨달았다. 아마 물기가 튈까 싶어 저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참...섬세한 아이구나...’
달콤했던 그녀의 고백과 그 뜨거웠던 순간이 떠오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직도 술이 덜 깬 탓에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걸까? 꼭 그 때문만은 아닐 거다. 여자가 가장 섹시하게 느껴질 때를 꼽으라면,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저런 거였다. 금방 씻고 나와 물기가 채 마르지도 않은 모습, 게다가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저 옷차림까지.
주춤주춤 다가서는 여은. 문득 눈에 띈 슬리퍼 속의 새하얀 맨발이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바로 앞에 섰을 때, 다시 몸을 눕히던 상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여은이 다리를 살짝 벌리자, 남방 끝자락이 벌어지면서 시커먼 털이 언뜻 내비쳤다. 음탕한 상상이 진짜 현실로 나타났던 것이다.
“헉~!! 여, 여은아!!”
“...오빠...”
지난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가늘게 떨려 나오는 음성, 분명했다. 지금 그녀는 일부러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한걸음 더 바짝 다가서자, 이번에는 아주 명확하게 옷 속이 들여다보였다. 조금은 무성해 보이는 검은 수풀과 그 아래쪽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새빨간 꽃잎, 뒤쪽에서 천을 투과해 비쳐 드는 난로의 불빛이 마치 붉은 노을처럼 느껴졌다.
“좋아해요...정말...”
“하, 하지만...”
“그냥..그냥 제 마음을 받아주기만 하면 안되나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그저 조금만..조금만 제게도 사랑을 나눠주세요...그 정도도 안 되요?”
그녀의 눈가에 맺히는 이슬방울이 아니더라도, 가늘게 울려오는 애닯은 저 음성에서 이미 상혁의 가슴 속이 젖어오고 있었다.
“..여은아...”
그의 손이 뻗어져 나가서는, 매끄러운 허벅지를 타고 올라갔다. 이순간 왜 황혼의 가을들녘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붉게 물든 황금색 벌판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만 같은 여은의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감동까지 주고 있어서일 거다.
“하아~ 오빠~”
상혁의 손끝으로 뜨겁고도 매끄러운 속살이 만져지는 순간, 그녀가 ‘와르르~’ 무너져 안겨오면서 입술을 겹쳐왔다.
*
단추를 푸는 몇 번의 손짓에 여은은 그 매끄러운 나신을 완전히 드러냈다. 그리고 바닥으로 내려선 상혁이 자신의 웃옷을 거칠게 벗어 부치는 사이, 그녀가 그의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참으로 야릇한 모습이었다. 발가벗고 서있는 한 남자의 전면으로, 역시 알몸인 여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가랑이를 벌린 채,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서 터질 듯이 꿈틀거리는 기둥을 소중하게 꼭 거머쥐고서,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여은아...”
“오빠...”
새빨간 입술이 벌어지면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귀두를 간질인다. 아찔하게 밀려드는 쾌감, 상혁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녀의 얼굴을 잡아당기면서, 그 촉촉한 입술 사이에다 자지 끝을 갖다 댔다.
“후움~ 웅~”
따스하고도 보드라운 살점이 귀두를 감싸왔다. 간지러운 듯하면서도 짜르르한 뭔가가 온몸으로 스믈스믈 기어오르는 걸 느끼면서, 그는 그 굵고도 길다란 자지를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어 넣었다. 심지어 좁은 목구멍 입구에서 부딪치는 순간, 움찔한 여은이 목구멍을 넓혀 받아들이려 끙끙대는 게 생생한데도 말이다.
이상했다. 아주 이상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낯설었다. 마치 예전부터 여은이 자신의 여자였던 듯, 이 모든 행동이 당연하다는 기분이다. 그날 칸막이 너머에서 느껴지던 그 남자가 사실은 자신이었다는 착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상혁은 자지를 뿌리 끝까지 완전히 삼킨 채, 버거운 기둥 때문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여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단순해서 여기저기 조금씩 나누어주는 방법을 몰라...그러니까 다 주겠어, 대신에 너도 이제부터는 완전히 내 거야...이건 물론...”
손을 내리 뻗어 젖가슴을 꽉 거머쥐었다. 그러자 여은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지를 강하게 빨아들인다.
이번에는 한발을 들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더듬었다. 엄지발가락으로 달라붙는 꽃잎을 헤집어 보지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미끈거리는 물기와 함께 흡입력이 더더욱 강해지는 입, 자지가 송두리째 뽑혀나갈 것만 같다.
“이 보지도 몽땅 내 거야...알았지?”
“우웅~”
한껏 치뜬 여은의 눈에서 희열이 흘렀다. 상혁은 그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이 평소와 달리 왜 이렇게 거칠어진 것인지를 깨달았다.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그건 바로 그녀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가 엇비슷하게라도 그런 뜻을 내비친 적이 전혀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둘 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갑자기 여기까지 왔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아냐고?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느꼈었다는 걸, 그 자신도 이제서야 겨우 의식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일단 그렇게 받아들이자마자 확신이 들었다. 그녀가 원하고 있다고, ‘넌 내 거’라고 아주 강하게 몰아붙여주기를, 아니, 할 수만 있다면 낙인이라도 찍어주기를.
“네가 나한테 바칠 수 있는 세 구멍 모두에다가 내 좆물을 잔뜩 싸주겠어...어디어디인지는 말 안 해도 잘 알겠지?”
여은이 눈을 깜박거려 대답을 해왔다. 그리고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일단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런 빛깔은 그 뒤를 이은 환희에 뒤덮여 금새 사라져버렸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비록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었다지만, 이렇게나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다니!
“일단은 입부터야...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우웅~ 후응~”
상혁은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들고서 엉덩이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벼리를 제외한 다른 세 여자들만큼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세상 여자들을 통틀어도 상위 몇 %에 들 정도인 세 명이었기에, 그래도 여은은 목구멍까지 거침없이 파고드는 자지를 요령껏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린 타액이 젖가슴을 적실 때쯤, 드디어 첫발이 발사되었다.
“으헉~ 삼켜~ 몽땅~”
“우응~ 꿀꺽~ 꿀꺽~”
그의 엉덩이를 양손을 꽉 껴안고서, 걸쭉한 정액만이 아니라 자지까지 통째로 마셔버릴 것처럼, 아주 강하고 요란스럽게 빨아들이는 그녀. 상혁은 아찔한 쾌감에 비틀거리며 외쳤다.
“여은이 넌 내 거야~ 사랑해~!!!”
“꿀꺽~ 꿀꺽~”
전기난로의 열기가 그의 뒤쪽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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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품 속에 안긴 나긋나긋한 여체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거머쥐면서 속삭였다.
“힘들지 않아?”
“아니에요...”
여은이 고개를 뒤쪽으로 돌리느라 몸을 살짝 뒤채자, 자지를 물고 있던 항문이 빡빡하게 조여와,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올뻔했다. 지금 두 사람은 스푼 두 개를 포개 옆으로 세워놓은 듯한 모습으로, 나란히 드러누워 있었다. 물론 뒤쪽에 누운 상혁의 자지가 그녀의 항문 속으로 끝까지 박혀있는 상태고.
“많이 놀랐지?”
“처음엔 그랬지만...”
이렇게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는 건 근 두 시간만이었다. 어느덧 이른 아침이 검은 잠옷을 벗어 던지고서는, 하얀 속살을 어렴풋이 내비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상혁은 무척이나 바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여은의 위장 속과 보지 안에다 남겼다. 즉, 지금은 그가 점령하겠노라 선전포고했던 세 참호의 마지막 목표에다, 깃대를 꽂고서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중이다.
“오빠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까...가슴이 마구 울렁거리면서...갑자기 제..보..지가 저려오고, 숨까지 막혀오는 게...눈물이 나려고 했었어요...너무 기뻐서...”
성경험이 제법 있는 것 같은데도, 상혁처럼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던가 보았다. 이젠 벼리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뱉는 ‘보지’라는 단어마저, 목구멍에 걸린 듯한 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그가 행했던 거칠고 파격적인 행동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건 어떤 이유였을까?
“여긴 처음인 거야?”
“한두 번 정도...”
이제서야 적응이 됐는지 항문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상혁은 그녀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젠 움직여도 되겠어?”
“..오빠...”
“그래...”
여은이 젖가슴에 놓인 그의 손을 꾹 누르면서 작게 말했다.
“그냥 아까처럼 해줘요...묻지 말고요...”
놀라운 일이었다. 평소의 행동거지는 은주에 가까웠던 여은이다. 그런데 지금은 벼리보다도 더 순종적이라니!
이게 원래의 모습인지, 아니면 지금에서야 깨어난 건지는 앞으로 겪으면서 알게 될 일이지만, 어쨌던 한가진 분명했다. 그녀는 지배 받는 걸 원하는 타입이었다. 흔히 말하는 M의 성향을 띤 여자였다. 은주에게서도 가끔씩 그런 면이 보일 때가 있긴 하지만, 여은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했다.
“후후후~ 좋아...이제부터 네 똥구멍을 박을 거야...아파도 멈추지 않아...알았지?”
“네...”
“자~ 말해봐...내가 어떻게 할건지..”
“하아~ 제 똥구멍을 박아서...오빠의 좆..물을 그 안에다 쌀 거에요....”
남자경험이 꽤 있는 만큼, 그가 원하는 걸 곧바로 캐치하고서 대답한다. 상혁은 강한 흥분이 밀려들어 젖가슴을 콱 거머쥐었다.
“아흑~ 오빠~”
거친 손길에 고통과 쾌감을 같이 느끼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돌려온다. 또다시 꽉꽉 물어오는 항문,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온몸으로 전율이 이는 모양이었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젖가슴으로 잔 소름이 돋아나고, 아주 딱딱해지는 젖꼭지까지.
그는 여은의 목 아래를 받치고 있던 손으로 뺨을 잡아 돌리는 동시에, 자지를 뺐다가 강하게 박아 넣으면서 소곤거렸다.
“넌 내 거야, 그렇지?”
“아하학~ 맞아요, 오빠..전 오빠 거에요...”
거의 숨이 넘어갈 듯이 헐떡거린다. 그리고 그게 그의 광폭한 욕정을 더욱더 부채질하고. 상혁은 그녀의 입술을 깨물다시피 빨아들이면서 본격적으로 박음질을 시작했다.
‘여은이가 이런 여자인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
그래서 마음에 걸리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까지 겪었던 넷과는 완전히 다른 여은에게 급속하게 빠져들고 있었다. 여러 면에서 은주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또 달랐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점이었다. 은주 역시 그를 자꾸만 거칠게 만들긴 해도, 그건 거칠다기보다는 거침없다는 게 더 정확했다. 하지만 여은은 진짜 말 그대로 거친 모습을 드러내게 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를 상처 입힐 정도로까지 막 나가지는 않았다.
어쨌던 은주가 야성을 끌어낸다면, 여은은 야수성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흉포함이 여은의 자발적인 굴종을 또다시 증폭시키는, 그런 순환이 반복되는 정말로 기가 막힌 궁합이었다.
“아아아아~ 아~ 오빠아~~ 아~”
“헉헉~ 헉~”
이제는 침대 위에 엎드린 채, 탐스러운 엉덩이를 쳐든 여은의 허리를 붙잡고서 마구 부딪쳐갔다. 그에게 시달리는 건 가녀린 여체만이 아니었다. 부실한 스프링은 물론 다리까지 삐걱거리는 간이침대가,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의 뜨거운 정액을 항문 속에다 쏟아내는 그 순간, 결국 앞쪽의 두 다리가 내려앉고 말았다.
“아악! 악~ 오빠~”
“허억~~ 여은아~”
침대가 기울면서 포개져 엎어진 두 사람. 아래쪽으로 쏠려버린 몸으로 인해, 그녀의 항문이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자지가 아주 강하게 박혀 들었다. 자지뿌리가 뻐근하게 아파올 정도였으니, 연약한 그곳이야 오죽했을까?
“아흑~ 아앙~ 오빠~ 오빠~ 앙~”
그런데 그녀의 비명소리가 조금씩 변하더니, 지독한 쾌감을 호소하는 것이 아닌가! 온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한다. 상혁은 이 매혹적인 여체에 또다시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멋져, 여은아...넌 정말로 끝내주는 여자야. 사랑해...”
“사랑해요, 오빠~ 흑흑~”
뭐가 여은을 이리도 감격스럽게 만드는 걸까?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며 키스해왔다. 그는 달콤하고도 사랑스러운 나신을 꽉 껴안으면서 생각했다. 지금까지 겪었던 섹스 중에서 가장 특이하고도 강렬했던 경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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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충동에 휩쓸려 결국엔 일을 저지르고 말았지만, 막상 제정신으로 돌아오자 밀려드는 걱정거리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중에서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벼리와의 관계였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아니면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하나?'
그가 당당하게 외쳤던 그대로라면, 당연하게 모든 걸 밝혀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과연 그렇게나 쉬운 일일까? 지금 자신의 주변에 있는 네 여자는 정말로 특이한 경우였다. 상황과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여은한테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될 게 분명했다.
그때 완전히 찰싹 달라붙어 안겨있던 여은이, 그의 가슴팍을 쓰다듬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오빠...그렇게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그, 그게 아니라...”
상혁은 당황스러웠다. 이제는 표정이 읽히든 말든,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내심이 얼굴에 잘 드러난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지내온 탓이었다. 여은이 상체를 일으키더니,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내려다보며 뺨을 쓰다듬어왔다.
“저는 현실과 꿈도 구분 못할 만큼의 바보가 아니에요.”
“여은아...”
꿈이란다. 제대 이후로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될 만큼 여자들이 꼬이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건 결코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은이 그렇게까지 과분한 대상으로 우러러본다니 마음이 짠해져 왔다.
“그저 오빠에게 한번만이라도 사랑을 받아보고 싶었던 거에요...그런데 오빠는 제게 사랑한다면서 ‘넌 내 거’라고 말해주셨죠. 정말 꿈만 같았어요...”
이젠 날이 완전히 밝은 덕분에 확연하게 드러난, 그녀의 새하얀 나신은 너무나 황홀했다. 평상시 물감으로 얼룩진 작업복 속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체가 숨어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끌질에다 망치질 같은 작업을 하느라 단련된 육체는, 군살 하나 없이 아주 탄력적이어서 건강한 매력이 넘쳤다. 특히나 엎어놓은 밥공기 같은 젖가슴은 정말로 완벽했다.
확실히 새로운 여체의 유혹은 꽤나 강한가 보았다. 요즘엔 어느 정도 타성에 젖은 탓에, 예전처럼 연속적으로 발기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세 번이나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자지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훗~ 고마워요, 오빠..”
환하게 웃으면서 자지를 잡아오는 여은, 그 보드랍고 짜릿한 손길에 단번에 단단해져 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그곳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속삭였다.
“그래도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보고 싶어요...할짝~”
“아~”
축축하고 살덩이가 귀두를 부드럽게 스치자, ‘짜르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전율에 상혁은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곧이어 뜨겁고도 좁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버리는 자지,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도 그 꿈을 꿀 수가 있을까요? 힘들고 외로울 때...오빠가 너무 생각나서 울고 싶어질 때...아주 가끔씩만...”
상혁은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여은아...이리와...”
“오빠...”
그가 넓게 벌린 양팔 사이로 여은이 안겨 들면서 예쁜 미소를 함초롬하게 베어 물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래...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넌 내 거거든?”
“사랑해요, 오빠의 그 말...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려요..”
“나도 사랑해...여은아..”
여은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있던 그의 허벅지에서 미끈미끈한 물기가 느껴졌다. 상혁은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덮치면서, 손을 내려 탱탱하기 짝이 없는 엉덩이를 더듬었다. 그리고 뒤쪽으로부터 파고든 그의 손가락이 뜨거운 열탕 속으로 뛰어들자, 그녀가 치골을 강하게 비벼오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오빠처럼 연인처럼...때론 친구가 되어주고...’
어쩌면 여은이 바라고 있는 관계가 오히려 정상적일 거다. 그리고 미래를 봐서라도 그녀에겐 그게 훨씬 더 나은 일이고.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자신의 얼굴 위에다 올리고는, 활짝 피어난 정열의 꽃잎에다 혀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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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도 않게 외박을 한 탓에, 상혁은 조금 눈치가 보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집에 들러 옷이라도 갈아입어야만 해인과 만날 테니 말이다. 어차피 이 시간이면 가장 이해심이 많은 미현뿐이지만, 그래도 양심에 찔린다는 점에선 매한가지였다.
“아침은요?”
“으, 응...간단하게 먹었어...”
“아이~ 참? 그렇게 대충대충 때우면 몸이 상해요..어제 술 많이 드셨죠?”
아무것도 묻지를 않고서 건강부터 먼저 챙기고 드는 미현에, 볼 낯이 더 없어졌다.
“미안해...”
사실 미현이라면 모든 걸 이해해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여은이 그와의 관계를 꿈이라고 표현했던 게, 자꾸만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뭐라고 할까, 그걸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면, 왠지 그녀의 소중한 꿈을 짓밟아버리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나쁜 일이에요?”
“아, 아니야...그런 건...”
느닷없이 물어오는 미현에 더듬거렸다. 그러자 그녀가 갑자기 그의 얼굴을 껴안아, 젖가슴에다 품었다. 풍만한 계곡에 푹 파묻힌 채, 따스한 온기와 함께 특유의 체취를 가득 느끼자, 순간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져 왔다. 역시나 이것만큼은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가 없는 거였다.
상혁은 엄마에게 어리광이라도 부리듯이 푹신한 그곳에다 뺨을 비벼대면서, 그녀의 상의 속으로 한 손을 집어넣어 말랑말랑한 살덩이를 거머쥐었다.
“호호호~ 역시 우리 서방님은 너무 애교만점이라니까? 귀여워서 죽겠어요...”
그의 얼굴을 꽉 껴안으면서 몸을 흔들어대는 그녀, 짜랑짜랑하게 울리는 색기 어린 비음이, 이상하게도 엄마를 연상케 만드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물론 고향에 계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마 그를 당장 쫓아낼 거다. 하기야 세상의 어떤 엄마가 이럴까? 미현이 그의 손을 잡아 치마 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아니지...어쩌면 상우하고 그 엄마는 이러고 지낼지도 모르지...’
그 순간 손끝으로 축축하게 달라붙어오는 젖은 보지가, 왠지 상우의 엄마 것처럼 느껴지면서, 아주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자신이 상우가 된듯한 묘한 착각과 함께 말이다. 그때 그의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뭔가 잘못된 거에요?”
“아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는 듯이 보지를 부드럽게 애무하자, 미현이 달콤한 신음을 토해냈다.
“아앙~ 여보~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일도 아니죠? 우리 착한 서방님이 절대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고마워...믿어줘서...”
상혁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하지만 당신들에게는 정말로 미안한 일이야’라는 뒷말은 그저 속으로만 삼켰다. 여은과의 일을 둘만의 비밀로 남겨두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그리고 미현에게 가지는 미안함은 다른 방식으로 갚기로 했다. 바로 이렇게.
“아흑~ 여보오~ 앙~”
치마 속으로 기어들어간 그가 질척하게 젖은 꽃잎을 활짝 벌리고서는, 혀끝으로 그 속에 숨어있던 매끄러운 점막을 내달리자, 미현이 달뜬 교성을 지르면서 아랫도리를 요란하게 흔들어댔다.
입 안으로 줄줄 흘러 들어오는 미끌미끌한 보짓물, 그 누군가가 30대의 여자를 일컬어 물 많은 수박이라고 표현했던 게 너무나 딱 어울리는 그녀였다. 게다가 시원하고도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마저 주는 이 유혹적인 과즙이라니! 밤새 과로(?)에 시달렸던 피로감을 단숨에 풀어주는 것만 같았다.
갈증을 해결하고서도 왠지 뱃속이 든든해지는 기분마저 들 때까지, 아주 맘껏 보짓물을 들이킨 상혁이 턱 아래쪽이 흥건한 채로 빠져 나오자, 그녀가 혀를 길게 뽑아서는 그걸 깨끗이 핥아먹은 뒤에 진한 키스를 해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그의 바지를 끌어내리더니, 자지를 꺼내 입에다 물었다.
“하아~ 미현아~ 좋아~”
“후룹~ 후응~”
여은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혀놀림이었다.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민감한 성감대의 구석구석을 혀끝으로 쓸어댔다. 그렇게 네 번이나 정액을 뽑아낸 그의 자지를, 결국엔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놓은 그녀가, 일어나서는 야릇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가련한 이혼녀를 위해서 남겨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미현은 그가 오늘 해인과 점심약속이 있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끈적한 농담을 던져온 것이다.
‘후후후~ 여은이와 그러지만 않았으면 어쩌면 그렇게 됐을지도 모르지만...’
해인과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직전의 약간은 달아올랐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그게 어디 한두 번의 정사로 끝나겠는가? 그런데 지금 이순간 그가 미현을 위해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는 중이었으니, 그와 같은 불상사가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상혁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흐흐흐~ 거기보다는 여기에 더 급한 이혼녀가 있잖아? 안 그래? 내 큰 마누라~”
“호호호~ 그러면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여보~”
미현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식탁 위에다 엉덩이를 대고는, 치마를 걷더니 가랑이를 넓게 벌렸다. 그리고는 유혹하듯이 자위를 시작한다. 언제나 보아도 아찔할 정도로 음란하면서 자극적이다. 상혁은 벌떡거리는 자지 끝을 그녀의 보지에다 가져갔다.
“후후후~ 그냥 갔으면 정말 큰일났겠는걸? 슬쩍 대기만 했는데도 보지가 마구 빨아들이는데?”
“앙~ 여보오~ 자기가 제 근처에만 와도 늘 이런걸요?”
그는 크게 실룩거리는 보지구멍 속으로 천천히 밀어 넣으면서 속삭였다.
“사랑해...”
“저도요~ 아흑~ 커~ 꽉 차요~ 앙~”
이제는 다른 여자의 귓가에다 밤새 사랑을 고백하고도, 이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 자신이 왠지 낯설면서도 한편으론 뿌듯해지는 건, 인간적으로 타락하고 있다는 방증인지, 아니면 그만큼이나 성장했다는 건지, 스스로도 심히 헷갈리고 있는 상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