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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한 채 침대 위로 쓰러지자 ‘출렁~’하고 튀어 올랐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떨어진 입술, 상혁은 이슬이 맺힌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면서 속삭였다.
“기억해? 여자보지를 보는 게 처음이라고 했던 거..”
“네..”
“후후후~ 그냥 ‘응’이라고 해.”
“응, 오빠..”
재회와 동시에 당연하다는 듯이 존댓말을 쓰던 은아가 내심 서운했었다. ‘저는 다른 남자의 여자에요’라고 강조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었어, 난 그때까지 여자라고는 사귀어본 적이 없었거든?”
“네~에~?”
“반말로 하라니까?”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서 장난스레 눈을 부라리자, 그녀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후후후~ 사실은...”
동정표를 사기 위해, 여자친구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꾸며댔다는 걸, 상혁은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다.
“치~ 난 그것도 모르고..”
입을 삐죽거리는 은아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그 촉촉한 입술에다 살짝 입맞춤을 했다.
“덕분에 은아랑 이것저것 다 해볼 수가 있었잖아?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녀의 허리를 바짝 당겨서 완전히 밀착했다.
“나한테는 그 모든 게 처음이었다는 거야...키스도 당연히..”
“어멋! 진짜?”
“여자 손도 잡아본 일이 없었어..”
“오빠~”
“이젠 알겠니? 이미 그때부터, 내 마음 속에서 내 여자였다는 걸....”
“아~ 오빠~”
감동에 젖어 두 뺨을 잡아오는 은아에게 빙긋이 웃어주었다.
“이럴 땐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야...”
“사랑해~ 오빠~”
그녀가 입술을 겹치더니, 온 마음을 담아서 아주 정성스럽게 빨기 시작했다.
아마 상우는 이런 키스를 절대로 받아보지 못했을 거라 장담한다. 부부라는 형식적인 틀로 묶어놓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만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니까.
상혁은 가슴이 뿌듯해지면서, 상우에게 맺혔던 앙심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도 같았다.
“후후후~ 그러면 우리 은아가 얼마나 예뻐졌는지 확인해볼까?”
블라우스단추에다 손을 가져가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면서 중얼거렸다.
“최근에 많이 불었는데...창피해..”
발랄함과 수줍음을 수시로 오가며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그 모습에, 상혁은 정신 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살이 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조금 전 그녀를 안았을 때, 기껏해야 벼리보다 무게가 조금 더 나갈 정도였다. 은주보다는 오히려 가볍고. 물론 은주와는 신장차이가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군살은 전혀 느껴지지를 않았다.
“화아~”
무대의 장막이 열리듯이 완전히 벌어진 블라우스 사이로 드러난 뽀얀 살결, 그 한가운데를 가로막은 연한 진주빛깔 브래지어 안에서, 탐스럽게 솟아오른 융기가 탄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상혁의 손길이 급해졌다. 브래지어를 빼내자마자 탱탱한 살덩이가 아찔하게 유혹을 던져왔다.
“흐흐흐~ 불긴 불었네? 이곳만 말이야, 더 멋져졌어~ 아주 끝내줘. 흐읍~”
“하윽~ 오빠~”
분가루가 묻어날 것만 같은 매끄러운 한쪽 젖가슴을 거머쥐면서, 다른 쪽을 덥석 물고 빨아들이자, 마치 찰떡처럼 ‘쭈욱~’ 늘어나며 가득 밀려들어왔다.
‘살이 찐 게 아니라,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거겠지..’
아무리 돈을 쉽게 벌었다지만, 그 생활이 제대로였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후에는 몸이 부서져라 고학생활을 했으니, 영양상태가 엉망이었을 테고. 그러던 게 정상적인 생활과 더불어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태일 거다.
상혁은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녀가 더더욱 안쓰러워졌다.
“예뻐, 너무 예뻐..”
동그랗게 자리잡은 유륜의 중앙에서, 침으로 번들거리는 분홍빛 젖꼭지가 꼿꼿하게 성이 나있었다. 마치 벌을 기다리는 진달래의 꽃술같이만 느껴진다. 그걸 손끝으로 살살 굴리자, 젖가슴이 크게 기복을 일으켰다.
“정말 그렇게 예뻐? 오빠..”
“그래, 자꾸만 욕심이 나, 몽땅 내 걸로 해버리고 싶어..”
그때 은아가 그의 한 손을 자신의 가랑이로 이끌며 속삭였다.
“가져가, 원래부터 오빠 거였으니까...나더러 그랬잖아? 욕심이 나면 욕심을 부리라고..”
그녀의 손에 붙잡혀, 뜨겁기만 한 보지를 비벼대는 손가락으로 물이 흥건하게 만져졌다. 귓전을 간질이는 끈적한 숨소리.
“...이렇게 젖은 건, 그때 이후로 처음이야...오빠하고만 이래...그 사람한테도 이렇게는 안돼..”
“은아야~”
“내가 여자로 느껴지는 남자는 오빠뿐이었어..”
“사랑해...”
“사랑해, 오빠~”
강하게 빨아오는 입술을 받아들이며 그의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절절한 사랑고백은 언제나 이렇다. 어떤 흥분제나 애무보다도 훨씬 더 짜릿했다.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빠르게 번져나간 아드레날린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기를 관통하게 만들어, 불뚝 선 자지에서는 쉴새 없이 겉물이 새나왔다.
끈적거리는 손으로 팬티를 벗겨낸 상혁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내려가 꽃잎을 활짝 벌렸다. 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때처럼 정갈하게만 보인다.
“내 ‘첫 보지’여~ 반가운 재회를 맞이하여, 그대에게 경배를 드리노라~~!”
“킥~ 그게 뭐야~?”
그의 엄숙한 인사(?)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음~ 너무 딱딱했지? 그러면 이건 어때? 예쁜 보지, 안녕? 참 오랜만이지?”
“호호호~ 오빠~ 그만 웃겨~”
그녀의 짜랑짜랑한 교소에 맞추어, 분홍빛 점막이 움찔거리면서 말간 물을 토해냈다. 상혁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서 혀를 가져갔다.
“후릅~”
“아학~ 앙~ 오빠~~”
뽀얀 하체가 하늘로 떠오르면서 퍼덕거렸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양손으로 받쳐들고 쓱싹쓱싹 거침없이 빨다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음핵을 입술 사이에다 물고는 혀끝으로 두드리자, 그녀가 가파른 교성을 내지르며 마치 깃발이 나부끼듯이 가랑이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보지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 탓에 덩달아 흔들린 상혁의 골이 띵해오고, 쉴새 없이 움직였던 혀가 뻣뻣해져 오는 느낌이 들 때쯤, 머리카락을 거머쥐었던 그녀의 손이 갑자기 잡아당기면서 양 허벅지가 강하게 조여왔다.
“아흐흑~ 아악~”
흐느끼는가 싶더니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뾰족하게 내밀어 반쯤 쑤셔 박았던 혀를 구멍이 빠듯하게 조여오고, 미지근한 보짓물이 왈칵 쏟아져 입 안으로 흘러 들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경련을 일으키던 그녀의 가랑이가 마침내 ‘털썩~’ 떨어져 내렸다.
“후후후~ 첫 인사치고는 괜찮았어?”
“하아~ 미워~”
겨우 숨을 고른 은아에게 빙긋이 웃으며 묻자, 눈을 흘기면서 보짓물투성이인 그의 입술을 닦아주었다.
“으, 응? 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영~ 시원찮았어? 그러면 다시..”
“누구 잡을 일 있어?”
다시 밑으로 내려가려는 그의 목을 다급하게 꽉 껴안는 그녀에게 짓궂게 말했다.
“겨우 이 정도로 벌써 앓는 소리를 하면 안되지? 아직도 11시간이나 남았는데..”
“치~ 그때도 죽는 줄 알았는데...이젠 정말...”
“정말 뭐?”
“겁나..”
그녀의 엄살에, 상혁은 자신의 아랫도리를 까고서 자지를 꺼내 보이며 물었다.
“음~ 그러면 이쯤에서 그만할까? 이렇게 어렵게 만난 은아를 다시 잃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그랬다간 정말 다시는 안 볼 거야!!!”
자지를 콱 거머쥐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은아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는 자지를 붙잡힌 채 상의를 천천히 벗어나갔다.
“어때? 오랜만에 만져보니까...”
“심장이 두근두근해...빠는 것만해도 엄청 늘었던데...이건 또..”
상혁은 벗은 상의를 뒤로 집어 던지고서, 이번에는 하의를 끌어내리며 속삭였다.
“그렇게 얌전하게 말고...그때처럼 아주 야하게 말해봐..난 그게 너무 좋아...”
“에? 정말?”
“후후후~ 정말이지 않고?”
사실이었다. 아직 벼리만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탓에 그렇게 못할 뿐, 은주나 미현과는 노골적인 표현이란 표현은 다 쓰고 있었다.
“그 언니랑도 그래?”
“당연하지.”
“킥~ 진짜 많이 변했네?”
“많이 변한 게 아니라..너하고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서야...”
반쯤은 사실이고 반은 과장이었다. 아니, 솔직히 미현의 영향이 더 컸다. 애초에 금기를 만들지 말라던 조언 말이다. 하지만 그걸 구태여 까발릴 이유가 어디 있을까? 이젠 상혁도 어수룩하던 당시의 초짜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은아의 반응이 확 달라졌다.
“오빠~ 이젠 못 참겠어, 이 큰 좆으로 빨리 박아줘, 내 보지에다 좆물을 가득 싸줘, 어서~~”
“그래, 나도 미치기 직전이야...”
상혁은 몸을 일으켜 그녀의 옷을 벗겨나갔다.
확실히 풍성해졌다. 그것도 젖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부분만이 유독, 그래서 더욱더 매혹적이었다. 게다가 뽀얗게 윤기가 흐르는 피부는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당시의 모습이 채 여물지 못해 풋풋한 느낌을 주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만개한 꽃이었다. 신장만 조금 더 컸다면 은주에게 비견할만한 멋진 몸매였다.
‘크~ 이거 완전히 대박이구나...상우 자식..그래도 여자 보는 눈은 있네?’
상우와는 현재까지 1:1 동점상황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은주는 상우가, 은아는 그가 먼저 안았으니까. 즉, 서로의 아내에게 옛 남자가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완전히 달라질 거다. 상우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될 테니.
“오빠~ 빨리~ 응?”
“그, 그래~ 꿀꺽~”
가랑이를 쩍 벌리고서 자신의 보지를 비벼대며 애원하는 그 음란한 모습에,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몸을 집어넣으면서 엎드렸다.
“그런데...안에다 싸도 돼? 혹시...”
“괜찮아...걱정 말고 맘껏 싸, 넘치도록 가득 싸줘...”
이미 귀두가 밀려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녀가 하체를 움직여 구멍에다 맞추고는 밀어온 때문이다.
은주가 타고난 명기라면, 은아는 훈련에 의해서 후천적으로 만들어졌다고나 할까? 그녀의 허벅지와 엉덩이가 실룩댈 때마다, 보지가 오물거리면서 안쪽으로 강하게 빨아들였다.
한없이 들어가는 것만 같던 자지가 드디어 완전히 파묻히고, 두 사람의 털이 한데 엉켜 사각거리는 순간, 상혁은 뭉클한 젖가슴 위로 엎어졌다.
“아흑~ 굉장해, 보지가 터질 것 같아~”
“난, 내 좆이 잘릴까 겁나는데?”
음탕한 속삭임이 오갔다.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어줘..”
“알았어...사랑해, 은아야..”
“나도 오빠..키스해줘..”
두 눈을 사르르 감으며 목을 꽉 껴안아오는 그녀에, 갑자기 연꽃이 떠올랐다. 그건 아마도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맑고 깨끗한 그 모습이 전해주는 감동 때문일 거다. 그리고 은은한 향기도.
상혁은 탐스럽게 반짝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찍어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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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흑~ 흑~”
흐느낌과 함께 허겁지겁 그의 입술을 찾은 은아가, 헐떡대고 혀를 빨아들이며 몸을 ‘부르르~’ 떨자, 질이 꽉꽉 조여오면서 정액을 쭉쭉 뽑아냈다. 파도가 밀려오듯 여체의 잔떨림이 계속되는 동안, 보지 또한 끊임없이 경련하며 마사지하는 아찔한 쾌감에, 상혁은 현기증까지 일 지경이었다.
수도꼭지가 잠긴 것처럼 마침내 사정이 끊어지자, 넝쿨마냥 그를 칭칭 휘감고 있던 그녀의 사지가 느슨해졌다.
“나 어떡해?”
독백 같은 중얼거림에 상혁은 그녀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왜?”
“...집에 가기가 싫어져 버렸어...언제까지나 이렇게 있고 싶어, 어쩌면 좋아?”
“은아..야...”
왠지 처연하게만 들리는 은아의 말이 가슴을 찡하게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커다란 흥분이 밀려들었다. 일일이 꼽기도 힘들만큼 많은 남자를 경험해본 그녀를, 자신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다는 승리감이 그의 욕정을 부채질했다.
“어머? 어머머~!!! 이, 이게 뭐야!!!”
보지 속에 박혀있던 자지가 또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진저리를 쳤다. 좁디 좁은 질벽이 서서히 밀려나는 동시에, 빠듯하게 조여오면서 꿈틀거리는 감촉이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상혁은 그녀의 허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잡아당기면서, 자신의 아랫도리로 내리눌렀다.
“아흑~ 오빠~”
“가지마, 계속 해줄게...하다가 지치면 이렇게 보지 속에다 박은 채로 그냥 자자..”
“앙~ 오빠~ 해줘~ 박아줘~”
야생마처럼 씨근덕거리는 그의 거친 몸짓과 함께 침대 위에선 또다시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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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달라붙은 아랫도리는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온통 젖어 미끈거렸다. 땀과 보짓물 그리고 연거푸 쏟아낸 정액까지 한데 뒤섞여 침대시트마저 엉망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성기를 이탈시키지도, 그렇다고 마른 옆자리로 옮기지도 않은 채, 여전히 꼭 껴안고만 있었다.
아기고양이처럼 그의 품 속으로 파고만 들던 은아가 소곤거렸다.
“정말 죽는 줄 알았어...아니, 그렇게 죽을 수만 있다면...죽음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아..”
뭔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상혁은 왠지 불안해지는 기분에,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불길한 이야기는 함부로 입에 담는 게 아니야..난 아직도 이렇게 네 속에 들어가있는데, 왜 모든 게 끝난 것처럼 굴어?”
“오빠...”
밝은 천성에 어울리지 않게 서글픈 빛이 도는 저 눈동자, 그녀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될 듯도 했다. 나름대로 이를 악물고 여기까지 왔건만,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것이다. 자신은 다른 남자의 아내였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너무나 먼 곳에 서있는 상황. 이곳을 나서는 순간, 그 달콤하고 행복했던 시간은 한낱 추억으로만 남을 테니까.
“넌 앞으로 뭘 하고 싶니? 어떻게 살았으면 해? 꿈 같은 건 없어?”
“잘 모르겠어...그냥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단시간에 끝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몸을 뒤집어 은아를 위로 올렸다. 그러자 갓난아이마냥 가슴팍에다 얼굴을 묻어온다. 애처롭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럽다.
“지금 전공하는 게 뭔데?”
“국어국문..”
“그래? 그러면 소설가가 되고 싶은 거야?”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그냥 읽고 쓰는 게 좋을 뿐이야. 그래도 뭔가를 꼭 한다면, 드라마대본을 한번 써보고 싶어..”
“그렇구나...”
상우가 별로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그 쪼잔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볼 때, 아내의 재능이나 꿈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게 뻔했다. 상혁은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그런 힘든 길을 선택한 은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
마음만 그럴 뿐 당장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난 믿어..네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 꿈을 꼭 이룰 거야. 네 아픈 과거, 그건 결코 헛되게 보낸 것만은 아니야...잘 생각해봐, 그렇게 많은 남자들을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경험해봤잖아? 대본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지?”
“캐릭터...”
“맞아...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가가 관건이지..겉모습뿐만이 아니라 내면까지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인물...그런 점에서 넌 이미 아주 큰 무기를 가지고 있어, 그걸 잘 갈고 다듬어서,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너만의 것으로 만들어..”
상혁이 지금 하는 말은 그저 용기를 주기 위한 위로차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실제로 작가들은 인물을 생생하게 창조하기 위해, 일부러 험한 일에 직접 뛰어들기까지 한다. 그런 면에서 극한의 밑바닥까지 경험해본 그녀라면, 좀 더 근원적이고 적나라한 인간본성에 대해 통찰력이 뛰어날 거다.
“오빠...흑...”
“은아야...”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그녀가 얼굴을 쓰다듬어오면서 속삭였다.
“지금까지..오빠처럼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흑흑...고마워...정말 고마워...흑흑흑~”
그의 가슴부근이 흥건해질 정도로 한참을 운 은아가 고개를 들었다.
“오빠, 나 배고파...”
“후후후~ 그래, 나도 조금 그런데..”
“훗~ 힘을 많이 썼으니까..”
그녀의 미소가 먹장구름을 뚫고 새나온 한줄기 햇살처럼 참으로 눈부셨다. 아름답다, 단순히 외모만이 아닌, 영혼에서 스며 나오는 그 밝고 투명함이 너무나 찬란하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만 같은 감동에, 상혁은 그녀에게 입술을 가져갔다.
“뭐가 먹고 싶니?”
달콤하고 짜릿했던 키스의 여운을 음미하며 상혁이 그렇게 묻자, 은아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우리 집으로 가..”
“응?”
“오빠에게 직접 해 먹이고 싶어...”
그 순간, 자신이 군에 있는 동안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매 끼니마다 새로 지은 밥을 따로 밥상에다 올렸다는, 고향에 계신 엄마가 문득 떠올랐다. 여자들은 다 그런가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수 지은 따스한 밥 한끼를 먹이고 싶은 그 마음.
소박하면서도 깊디 깊은 은아의 애정에, 상혁은 가슴이 찡해지면서도 걱정부터 들었다.
“괜찮겠어? 자칫 이웃에 소문이라도..”
“걱정 마...”
결혼과 동시에 이사한 집이어서 이웃과 얼굴을 익힐 새도 없었을뿐더러, 주거겸용인 오피스텔이라 사무실과 가정집이 뒤섞인 탓에, 누가 주인이고 누가 방문객인지 서로 모른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만 따로 타고 올라가면 아무도 구분 못한단다.
“내가 먼저 올라가서 문을 열어놓을 테니까, 오빠는 뒤따라 슬쩍 들어오면 돼..알았지?”
“그래, 알았어..”
이로써 애초에 기대했던 상우의 귀국일뿐만 아니라, 어쩌면 6박7일 내내 밀회를 가질 가능성이 커졌다. 은아가 지금 그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상황까지 세세히 설명하는 것에는 그런 내심이 깔려있을 거다.
‘후후후~ 아닌 게 아니라 궁금하긴 한데?’
그녀가 사는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짜릿한 흥분이 밀려왔다.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들의 로망이 바로 이런 상황이 아니던가? 상혁 역시 미현과 안방침대에서 사랑을 나눌 때면, 더 강한 자극을 받곤 했다. 창우가 자고 간 다음날은 특히나 더더욱. 게다가 상우에 대한 통쾌한 복수까지 겸해지니 정말로 금상첨화였다.
“같이 씻자...”
“응, 오빠...”
그제서야 뜨거운 보지에서 빠져 나왔다. 그 속에서 장시간을 머문 자지가, 마치 퉁퉁 분 어묵처럼 보여 미소를 자아냈다. 그런 상황에서, 기름칠을 한 듯 미끈거리는 자지를 잡고 앞장서는 은아 때문에, 상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하~”
“왜 웃어? 오빠..”
“응, 예전에...너한테 자지를 잡혀서 욕실로 따라갈 때...왠지 소가 된 기분이었거든?”
“킥~~~”
상혁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으면서 속삭였다.
“사랑해..”
“오빠, 사랑해...”
두 사람은 욕실로 향하다 말고 멈춰선 채, 또다시 키스와 함께 서로의 몸을 더듬었다. 이 뜨거운 향연은 갓 시작이었다. 7일이라는 긴 시간 중에서 이제 겨우 두어 시간 소비했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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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의 말을 들은데다가, 로비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눈으로 실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혁의 심장은 아주 세차게 뛰고 있었다. 왠지 그들이 자신만을 쳐다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꾸만 붉어지는 얼굴을 벽만 바라보며 감추고서, 동승한 사람들이 등 뒤로 하나 둘씩 내릴 때마다 그의 안도감은 조금씩 커져갔다. 마지막 층인 게 이럴 때는 다행스러웠다. 두어 층 전부터 엘리베이터에는 혼자만이 남았던 것이다.
‘띵~’
맑게 울리는 신호음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는, 조심스레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막 뛰고 싶었지만, 만약에 누가 본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 대신에 성큼성큼 아주 크게 걸었다. 그리고서 은아가 알려준 호수가 적힌 문 앞에 서서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폈다.
‘탕~ 삐리릭~’
잽싸게 안으로 들어서 문을 잠그자, 그제서야 긴장이 확~ 풀리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호호호~ 오빠~ 이 땀 좀 봐~”
“그, 그게...”
왠지 쪽팔렸다. 사실 두려워도 그녀가 더 두려워해야 할 상황인데, 남자인 자신의 소심함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이다니!
하지만 그런 창피함도 잠시였다. 신발을 벗으려다 무심결에 고개를 쳐드는 순간.
“우, 우와~ 끄, 끝내준다~”
“킥킥~ 어린애 같아, 그렇게 좋아?”
“아이고~ 밥이고 뭐고, 이게 더 급해~ 안 그러면 내 자지가 터져버릴 거야!”
“꺅~”
신발을 뒤로 차 던지고서 성난 황소처럼 와락 덤벼들자, 은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지금 욕정의 화산이 터지는 바람에 눈이 획 돌아간 상태였다. 그건 순전히 그녀의 책임이었다. 화끈하게 서비스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알몸에다 앞치마만 걸친 모습으로 맞아주니 그럴 수 밖에.
상혁은 깜짝 놀라 버둥거리는 그녀를 벽에다 돌려세우고는, 바닥에다 무릎을 꿇은 채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벌려 그 사이로 얼굴을 처박았다.
*
누군가가 사용하는 공간은 그 사람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나오게 마련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집은 주인을 닮는다.
지금 상혁이 서있는 화장실만 해도 많은 걸 말해주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작은 벽걸이시계였다. 어디서든 잘 보이도록 한쪽 벽에 걸린 그건, 이 집주인들의 아침시간은 늘 분주하다는 걸 의미할거다. 그런데 그 시계가 투명한 랩으로 꼼꼼하게 싸여져 있는 모습이, 그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아마 습기가 스며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겠지?
‘은아가 생각보다 살림꾼인데?’
조금은 예상 밖이었다. 그녀가 지나온 과거행적을 더듬어볼 때, 살림살이에는 영 맹탕일거라고 추측했었기 때문이다.
아까 주방의 수도꼭지 옆에 걸린, 못쓰는 스타킹 속의 차곡차곡 쌓인 달걀껍질에도 상당히 놀랐었다. 요즘같이 편하고 빠른 것만 찾는 세상에서, 손수 흰 빨래를 삶는 사람이 아직도 있었다니! 그것도 달걀껍질을 재활용해서까지 말이다.
하기야 그런 용도를 당장에 알아본 상혁 역시 꽤나 특이하다는 건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그건 집안에 남자뿐인지라 어릴 때부터 엄마의 가사일을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덕분이었다.
‘음,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탁물이 담긴 통을 슬쩍 들여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뒤집힌 채로 그것도 얄밉게 돌돌 말린 상태의 남자양말이 보였다. 아주 사소한 거지만, 그것만으로도 상우가 가사노동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가 있었다. 게다가 상대에 대한 배려심 따위는 전혀 없다는 것도. 어쩌면 전처와의 이혼에 그런 면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별로 행복해 보이진 않는구나...’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라는 건 삐걱거리게 마련이다. 그건 한쪽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거니까 말이다. 그나마 상대에게 푹 빠져있는 상태라면야, 최소한 그 감정이 남아있을 때만큼은 갈등이 생기진 않겠지만, 은아가 상우에게 반해서 결혼했다고 보기엔 좀 무리였다. 그랬다면 오늘 같은 일이 애초에 벌어지지도 않았을 테니.
‘어쨌던 잘된 일이긴 한데..그렇다고 서둘러서도 안되겠지..’
일단은 은아의 입장부터 파악해야만 했다. 상우와 갈라설 의지와 용기가 있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갈 방도는 있는지 등등, 당장에는 그가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오빠~ 빨리 나와, 다 식겠어~”
“응, 알았어...”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상혁은 상념에서 깨어나 몸을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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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이럴 줄 알았으면 들어오면서 장이라도 좀 볼걸?”
국을 떠주고는 자기 걸 챙겨서 맞은편에 앉은 은아가 투덜거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이맛살을 살짝 찌푸린 모습마저 너무나 예쁘고 귀엽다.
“거기 말고 이리로 와서 앉아..”
“으, 응..오빠..”
상혁이 자기 옆의 의자를 두드리자, 그녀가 미소를 머금으며 자리를 옮겼다.
“후후후~ 이만하면 진수성찬인데 뭘? 게다가 제일 맛있는 반찬이 여기 있잖아? 쪽~”
“어머, 오빠도 참~?”
갑작스런 입맞춤에 기분 좋은 표정으로 얼굴을 살짝 붉히는 은아, 사랑스러운 그녀를 보고만 있어도 시장기 따위는 단숨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자~ 어서 먹자, 너도 배가 많이 고프다며?”
“응, 오빠~”
갑작스레 준비한 상차림이었기에, 그녀의 말마따나 담백하긴 했다. 그러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계란찜이라든지,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김과 자반고등어에서 따스함이 담뿍 느껴지고, 반찬통째 그냥 내놔도 무방할 밑반찬들이 작은 접시에 따로따로 정갈하게 덜어진 모습으로부터 정성이 전해지는, 진심 어린 마음이 가득한 풍성하기 짝이 없는 밥상이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만큼 소복하니 담긴 하얀 쌀밥을 한술 떠서 넣자, 그 따끈따끈한 온기에 가슴한구석이 찡해지며 입 안에서 밥알이 살살 녹는 것만 같다.
“맛있어...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아...”
“오빠...”
그 말에 은아의 눈가가 불그스름해졌다. 이런 걸 이심전심이라는 거겠지? 갑자기 숙연해지는 분위기다. 상혁은 그녀의 손을 꾹 쥐어주고는 속삭였다.
“고마워, 엄마가 해주신 거랑 똑같아...고향집에 온 기분이야..”
실제로 맛이 그렇기야 하겠는가? 그 안에 담긴 마음이 그렇게 느껴진다는 거지.
은아도 그걸 알기에 저렇게 눈시울이 빨개지는 걸 거다. 고향집, 엄마, 이런 단어들은 언제나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든다.
“..많이 먹어...오빠..”
“응, 너도..”
은아의 나지막한 속삭임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가라앉은듯한 그녀의 음성에서 습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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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도우려다 등을 떠밀려 주방에서 쫓겨난 상혁은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다.
직사각형인 실내를 뚝 잘라 한가운데에다 커튼칸막이를 설치하고는, 창이 있는 쪽의 반에다가는 침대와 작은 화장대를 갖다 놓고 침실로 쓰고 있었다.
현관 옆의 한 켠은 화장실이고, 그 맞은편은 신발장, 드럼세탁기, 싱크대가 나란히 자리했다. 그리고 침실과 주방 사이의 빈 공간이 서재 겸 거실인 모양이었다. 책상과 책장에다가 쿠션과 벽걸이TV까지 있는 걸 보면.
책장으로 꽂힌 책들을 쭉 훑어보자 한눈에 구분이 갔다.
‘완전히 극과 극인데?’
가장 위의 두 칸은 보험과 세금에 관한 것들 아니면 펀드니 주식이니 하는 제목들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아래쪽은 상당수의 문학관련서적에다 요리에서부터 컴퓨터까지 아주 다양했다.
‘하~ 이 인간도 어지간히 삭막하구나..’
뻔했다. 위 두 칸이 상우의 책일 거다. 몽땅 돈에 관련된 종류도 종류였지만, 빼고 꽂기 편한 위치를 선택한 그 이기심이나, 은연중에 드러내던 마초적인 그의 성격상 무조건 여자의 위여야 했겠지. 물론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생각하지는 않은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겠지만, 이래서 주거공간이 주인을 닮는다고 하는 거다.
그때 등 뒤에서 뭉클한 감촉과 함께 부드러운 속삭임이 들려왔다.
“뭐해? 오빠..”
“응, 집 구경..”
“뭐 볼게 있다고?”
상혁은 돌아서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말했다.
“왜 볼게 없어? 구석구석마다 네 체취가 다 묻어있는데..”
“호호호~ 내가 아니라 오빠가 드라마를 써야 할 거 같아..”
장난스럽게 웃는 은아, 확실히 그녀에게는 이런 밝은 모습이 제격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완전히 드라마대사야~”
“흐흐흐~ 내가 쓰면, 그건 성인용 에로물이 되어서 방송불가가 될걸?”
“호호~ 그건 그래, ‘내 첫 보지여~ 그대에게 경배를 드리노라~~’ 킥킥킥~”
모텔에서 했던 말을 다시 읊으며 깔깔거린다. 그러자 펑퍼짐한 티 속의 젖가슴이 물결치며 아찔한 유혹을 던져왔다. 상혁은 저 아래쪽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그녀의 티를 걷어 올려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훗~ 지금 당장 한편 찍어볼까?”
“아, 안돼..”
“으, 응? 왜?”
몸을 비틀어 품에서 빠져나간 그녀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대답했다.
“인터넷 강의시간이야..”
“응? 너희도 여름방학 아니었어? 방통대는 학사일정이 달라?”
자신은 1학기가 끝났기에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다가, 뜻밖의 사실에 상혁은 약간 당황했다.
“그게 아니고..”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강의란다. 기존에 하던 알바들은 상우가 싫어하는 탓에 다 그만두고, 대신 집에서 가능한 그걸 새로 시작했단다. 비록 보수는 얼마 안되지만, 그거라도 해서 조금이나마 가계에 보탬이 되려는 생각이었다.
상혁은 그녀의 갸륵한 마음이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슬슬 화가 돋았다.
“솔직히 말해봐, 네 남편이 생활비는 넉넉하게 줘?”
사실 물으나마나 한 거였다. 상우의 벌이가 좋았다면, 이렇게 월세의 오피스텔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간 겹치기알바에 많이 힘들었던 은아가 쉴 기회를 마다하고서 발벗고 나설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얼굴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순간 상혁은 아차 싶었다. 괜한 이야기를 꺼내 마음을 아프게 만든 것이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실수했어..”
“아니야...오빠마음 알아...내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
그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밀고 나갈 거라면, 어차피 조만간 꺼내야만 될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렇게 당장에 서두를 일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자칫 상처만 줄 테니까. 차근차근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들어, 서로 의논하고 결정해나가는 방식이어야만 했다.
상혁은 그녀의 두 뺨을 감싸고는, 부드럽게 입맞춤을 한 뒤에 속삭였다.
“자~ 준비해야지? 난 침대에 앉아서, 우리 예쁜 은아 선생님의 수업하는 모습을 구경할게..굉장히 궁금해..”
“아이~ 창피한데...”
“후후후~ 어서~ 참? 남자애들을 몽땅 꼬실 생각이 아니라면, 옷부터 갈아입어야지? 그대로 할 건 아니지? 요즘 애들 정말로 조숙한데...”
“어멋~! 깜박했어~”
은아는 알몸에다가 박스티 한 장만 걸친 상태였다. 화들짝 놀라 뛰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으~ 으~ 미치겠구나~ 수업이고 뭐고 그냥 확 덮쳐버려?’
급한 마음에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서, 이것저것 챙겨 입느라 바쁜 그녀였다. 그런데 문제는 달덩이 같은 엉덩이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그 사이로 살짝 내비치는 보지가 사람을 환장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 동안 나도 모르게 은아를 정말로 많이 그리워했나 보구나..’
벌써 세 번이나 그녀의 몸 속에다 사정을 했었다. 그런데도 또다시 불 같은 욕정이 치밀며 아랫도리가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단한 여자야...배울 점이 너무 많아..’
칠판을 끌어다 놓고 웹캠의 각도를 이리저리 맞추는 은아, 하숙집의 세 여자들도 어려움을 딛고서 꿋꿋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긴 했지만, 그녀는 그런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섰다. 흔히 말하는 인간승리야말로 은아에게 적합한 단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 상우에겐 너무나 과분한 여자였다. 아직 그 사연을 듣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갔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냥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었다고. 결혼, 남편, 아이..이 모든 건 하나로 귀결된다. 제대로 된 가정이라는 것, 아마 그걸 가져보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그게 그녀를 구속하고 꿈마저 꺾어버린다면, 그건 이미 따스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감옥에 지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생글생글 웃으며 수업을 시작하는 그녀를 바라보자, 확실히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은아는 돈 몇 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잘 어울려, 넌 진짜 멋진 여자야...’
자신도 모르게 갈채를 보내려다가,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걸 깨닫고 멈칫했다. 그러자 그걸 본 은아가 은은하게 미소 지었다. 상혁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는, ‘파이팅~’이라는 입 모양과 함께 양손으로 소리 없는 박수를 쳐주었다.
‘사랑해...넌 정말, 정말로 행복해질 자격이 차고도 넘쳐..’
후광이 서린 듯 찬란하게 빛나는 저 모습 때문일까? 자꾸만 눈이 아릿해져 온다. 그는 자신의 눈두덩을 손등으로 비비고 또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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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간질간질한 느낌에 깨어나고 있었다.
‘언제 잠들었지?’
침대 위에 주저앉아 은아를 향해 온갖 원맨쇼를 벌인 탓에, 몇 번이나 그녀의 웃음보가 터질뻔했던 위기(?)도 있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일 뿐, 시간이 점점 흐르자 조금씩 무료해진 그는 벌렁 드러누워 팔베개를 한 채 구경했었다. 아마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후후~ 은아가 수업을 끝냈는가 본데?’
의식이 돌아오면서 이 간지러움의 정체를 깨달았다. 귓속으로 따스한 숨결이 불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왁~!!”
“꺅~”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곁에 누워있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은아. 상혁은 그녀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선생님, 수업이 벌써 끝났어요? 전 필기를 하나도 못했는데..”
“치~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어디 있어?”
장난을 걸자 그녀도 곧바로 맞장구를 쳐왔다. 상혁은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사타구니를 더듬으며 음흉하게 말했다.
“흐흐흐~ 전 원래 아주 나쁜 학생이거든요? 그래서 예전부터 선생님을 꼭 한번 따먹고 싶었어요...선생님 보지가 무지, 무지 맛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어머~! 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어떻게 선생님 보지를 이렇게나 막 만져?”
“그러는 선생님은 왜 노팬티로 있어요? 그것도 보짓물까지 질질 싸면서..만져달라고 이러고 다닌 거 아니에요?”
치마 속은 알몸이었다. 농익어 터져버린 홍시처럼 질퍽질퍽한 보지구멍을 파고들자, 손가락을 타고서 진득한 과즙이 흘러내렸다. 구멍 속을 드나드는 손가락에 맞추어, 엉덩이를 천천히 흔들기 시작한 은아가 속삭였다.
“어떤 나쁜 학생이 매일매일 커다란 좆을 세우고 있는 바람에...보짓물이 너무 나와서 그래. 가지고 있던 팬티란 팬티는 모두 다 젖어서 빨았더니 입을 게 하나도 없거든? 흐응~~”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그 순간 상혁은 초등학교 6학년시절 정말로 예뻤던 한 여교생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가 곁으로 다가올 때면,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곤 했었다.
마치 당시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자신이, 지금 그 여교생의 보지를 쑤시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 그때도 자지가 서곤 했었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실까지 다시 기억나게 만드는 은아다. 그는 이 짜릿한 놀이를 조금 더하고 싶어졌다.
“무슨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애들을 가르치면서 이렇게 보짓물을 싸요?”
“아흑~ 나는 그런 여자야..애들이 내 보질 훔쳐보는 상상을 하면서 자위도 하는 걸?”
꽤나 능숙하게 받아 친다. 하기야 지금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지만, 그녀가 상대했던 남자들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온갖 요구를 다 받았었을 테니까. 아마 여선생님 흉내 정도야 특별한 일도 아니었을 거다.
“직접 보여준 적도 있어요?”
“응, 짧은 치마를 입은 날에는, 일부러 분필을 떨어뜨리고 그걸 줍는 척하면서 보지를 보여줬어...아앙~~”
은아도 흥분이 되는가 보았다. 상혁의 손목을 자기 가랑이 쪽으로 잡아당기면서 허리를 팍팍 쳐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꽉꽉 조여오면서 물을 튕겨내는 보지. 그의 손바닥은 물론 손등과 손목까지도 타고 흘러내릴 만큼 아주 흥건했다.
손가락을 빼내고서 치마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그곳은 마치 한바탕 홍수가 덮치고 지나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상혁은 뜨거운 열기가 뿜어 나오는 보지를 벌리면서 말했다.
“선생님, 빨아봐도 되요?”
“앙~ 나쁜 아이~ 선생님 보지를 그렇게 마음대로 벌리는 것도 모자라서..이젠 빨려고?”
“네, 선생님 보지를 빨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아앙~ 학생의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난 선생님이니까...그래, 빨아보렴, 빨아도 좋아~”
상혁은 정말로 그녀의 제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금기를 깨는 짜릿한 흥분, 그건 너무나 아찔했다. ‘파르르~’ 떨리는 혀끝으로 미끈거리는 살점 사이를 쭉 훑었다.
“아하학~ 앙~ 미쳐~”
은아가 커다란 비명을 내지르며,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하체를 번쩍 쳐들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더 이상은 참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이런 놀이가 짜릿하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몸으로 직접 사랑을 나누는 것과 비교될 수는 없었다.
그녀의 가랑이에서 빠져 나와 치마를 끌어내리며 물었다.
“너 혹시...아까 수업하면서부터 그랬던 거 아냐?”
“아흑~ 오빠~ 앙~”
갑자기 신음소리가 커지면서 스스로 보지를 만진다. 정말인가 보았다.
“하아~ 맞아...수업을 막 시작하고 나서, 팬티를 안 입었다는 걸 알았어...그런데...”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캠을 통해서는 표가 나지 않을 것이기에 애써 평정을 유지했단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발생했다. 팬티만 입은 채 잠이 들었던 그가, 수면 중에 발기를 하는 바람에 자지가 비어져 나온 모양이었다.
“보지가 찌릿찌릿하면서 보짓물이 갑자기 쏟아지는 거 있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릴 정도였어...나, 오빠 때문에 정말 이상해졌나 봐..”
“후후후~ 그건 너무 반가운 소식인데? 나는 은아가 야해지면 야해질수록 더 좋으니까...”
“오빠~ 흐읍~ 웅~”
애들을 가르치면서부터 내내 이게 그리웠다는 듯이 은아가 자지를 덥석 물어왔다. 그리고는 또다시 보지를 빨아달라는 것처럼 그의 입에다 자신의 가랑이를 갖다 댄다.
‘흐흐흐~ 어디, 오늘 기록을 한번 깨봐?’
상혁은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보지에다 혀를 가져갔다. 이번까지 벌써 4번째였다. 지금까지 최고는 은주와 세운 8번이었다. 그러고 난 다음, 자지 끝은 물론 불알까지 통증이 느껴져 꽤나 힘들긴 했었지만.
자지를 송두리째 뽑아낼 것처럼 깊숙이 빨아들이는 아찔한 감각에 온몸이 저려오는 걸 느끼면서, 어쩌면 정말로 신기록이 가능할 것도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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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올라서서,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상혁의 무릎이 조금 휘청거렸다.
‘으흐~ 죽겠다~ 기록을 깨겠다고 끝까지 덤볐다면...아마 집에도 못 왔을 거야..’
신기록달성에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그의 능력부족 탓이 아니었다. 보지가 아파서 도저히 못하겠다며 은아가 나자빠졌을 때가, 6번째로 막 올라타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5번으로 끝난 거였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여파는 만만찮았다. 잠시 쉬자며 껴안은 채 눈을 감았을 뿐인데, 전화소리에 깨고 보니 벌써 자정이 넘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집전화라는 걸 깨닫는 순간, 상혁이 은아를 급히 깨운 덕분에, 상우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일단 고비를 넘긴 후 긴장이 풀리자마자, 온몸의 여기저기가 뻐근하게 쑤셔왔다. 하지만 오피스텔을 나서는 그를, 제대로 배웅도 못할 정도였던 은아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타구니와 허리를 부여잡은 채 끙끙대던 모습이라니. 그러면서도 내일 또 와도 되냐는 물음에,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식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꼭 다시 오라고 신신당부하던 그녀다.
“휴~ 다행이다..”
캄캄한 실내에 안도가 되었다. 방문을 열면서도 두근두근했었다.
여자인 은주나 벼리야 당연하게 문을 잠그고 다녔지만, 그는 평상시에도 잠그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 때문에 혹시나 누군가가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했던 것이다. 물론 그 가능성이 가장 큰 건 은주고, 그래서 더 조마조마했다. 그나마 벼리라면 적당히 둘러댈 자신이 있었지만, 은주가 의심을 품고 덤빈다면 버틸 재간이 없으니까.
상혁은 뻐근한 허리를 돌리며 스위치를 켰다.
“흐읍~”
너무나 놀라 큰소리가 튀어나올뻔한 걸 두 손으로 꽉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얼어붙은 채 숨만 죽이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은주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그랬다. 자신의 침대 위에 은주가 드러누워있는 게 아닌가?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심장마비가 올 듯 소스라쳤던 상혁은, 그녀가 깊이 잠든 상태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제정신이 들었다.
“어? 얘 봐라? 완전히 맛이 갔네? 어디서 이렇게 마신 거야?”
허공을 떠도는 지독한 술냄새를 비로소 깨달은 상혁은 어이가 없어졌다. 아마 술에 취해 자기 방으로 가는 길에 들렀다가, 그가 없으니 기다리던 중에 잠이 든 것 같았다. 옷이 아침에 입고 나간 그대로인 걸 보면, 아마 그 추측이 맞을 거다.
“에효~ 에효~ 우리 예쁜 각시~ 딴 건 다 좋은데, 이것만은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 쪽~”
상혁은 그녀의 뺨에다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는 한탄했다.
상우에게 그렇게 당해놓고도 여전히 인사불성으로 마시는 일이 빈번하니 걱정스러웠다. 또다시 그런 상처를 입는다면 사람에 대한 불신감만 남을 테니 말이다.
“어? 이건...”
그녀의 방으로 안고 가느니 그냥 여기서 재우자 싶어, 옷을 벗기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팬티 아래쪽이 옆으로 반쯤 젖혀져 보지가 슬쩍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왠지 찜찜해진 상혁은 조심스레 벗겨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이건! 은주야,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보지털 위로 달라붙은 몇 개의 하얀 점, 그건 분명 정액이 말라붙은 거다. 아침마다 샤워하는 습관을 가진 그녀는, 출근하기 직전 상혁과 잠깐 애무를 나누었던 게 다였다.
*
은주의 화려했던 과거에 대해서 이미 다 알고 있은 탓일까? 아니면 그녀가 말했듯이, 큰 일에서만 대범해진다는 그의 요상한 성격 때문일까? 곧바로 침착성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그래, 직접 물어보자.’
몰래 딴 짓을 한 건 절대 아닐 거다. 상혁은 은주를 믿고 싶었다. 그렇다면 빙빙 돌려서 떠보는 것보다야, 본인에게 직접 듣는 게 백 번 옳은 길이었다.
“은주야~ 은주야~ 일어나봐~”
“으~ 응~”
조심스레 흔들다가 가볍게 뺨까지 두들겨봤지만, 잠시 신음 비슷한 소리를 흘려낼 뿐, 깨어나기는커녕 눈조차 뜨질 못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포기하고서, 재떨이를 가져와 다시 곁에 앉았다. 그녀가 있을 때는 잘 피우지 않지만, 지금은 도저히 담배를 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휴~”
그의 긴 한숨을 따라 뽀얀 연기가 허공을 맴돌다가, 열린 창문 밖으로 ‘스르르~’ 빠져나가서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자니, 온몸을 불사를 듯하던 뜨거운 분노나, 그를 조바심 나게 만들었던 초조함 같은, 그 모든 감정들이 허망하게만 느껴졌다.
약혼자가 그런 격랑을 겪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살포시 미소까지 지으며 달게만 자고 있는 그녀,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럽다.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덩달아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녀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던 그날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 상태와 비슷했었다.
“에효~ 이 철없는 아가씨야~”
뺨을 만져보았다. 보들보들하고 따스한 감촉, 마음이 조금 더 차분해진다.
‘안 깬 게 차라리 다행이야.’
얼마 전까지 은아와 했던 짓들을 생각해볼 때, 그녀를 추궁할 입장이 전혀 아니었다. 비록 이기적인 면이 다소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그렇게까지 뻔뻔스러운 인간은 못되었다. 그러나 감정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은주를 대했더라면, 무슨 실수를 저질렀을지 또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또 기억을 못할 거야..’
상우에게 당했을 때처럼 그럴 수도 있었다. 상혁은 일단 자신이 먼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녀의 옷을 벗겨나갔다. 취하기는 정말로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완전히 알몸이 될 때까지도 전혀 미동도 않는 걸 보니.
“은주야...넌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가 보구나...”
너무나 아름다웠다. 침대 위로 길게 늘어진 새하얀 나신이 마치 한 폭의 미인도 같다. 이런 여자가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면, 어떤 남자라도 가지고 싶어지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물론 그 본능을 실행에 옮기느냐 참아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인간인지 짐승인지로 구분이 되겠지만.
눈을 감고도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여체이건만, 여전히 보는 것만으로도 타는듯한 갈증이 느껴진다. 상혁은 심호흡을 하고서 차근차근 살펴보기 시작했다.
‘키스를 한 것 같지는 않고..’
립스틱의 군데군데가 조금 옅어지긴 했지만, 입가로 번지진 않았다. 그리고 몸 어디에도 상처나 멍든 곳이 안 보여 다행스러웠다. 중요부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덜미와 젖가슴을 거쳐 허벅지 안쪽까지 내려왔지만, 백옥같이 매끄럽고 흰 피부에서는 윤기만이 흘렀다. 즉, 누군가에게 애무를 받은 흔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쪽~ 고마워, 내 믿음을 배반하지 않아서..”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잠시 맛보다가, 그렇게 속삭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물론 직접 본 게 아닌 다음에야 100% 확신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사랑을 속삭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불의의 사고일 경우였다. 문제는 은주가 과연 그걸 인지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에 전혀 모른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모른 척 넘어가주는 게 그녀를 위해서 차라리 나은 것인지, 아니면, 그녀 주변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실대로 말해주는 게 맞는지, 쉽게 판단이 안 섰다.
“아~”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바보...보지 속을 아직도 확인 안 하다니...”
은주는 예전부터 피임을 해왔었기에 임신의 위험이야 없다지만,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봐야 했다. 보지털 위로 튄 정액이 의미하는 건 딱 한가지였다. 설마 눈으로 보면서 자위만 했겠는가?
찰싹 맞붙어있던 꽃잎을 벌리자 약간 촉촉하게 느껴졌다. 몽글몽글 뭉친 살점을 더듬어 조심스레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빡빡하고 건조하게만 느껴지던 입구와는 달리 안쪽은 아주 매끄러웠다. 그 좁디 좁은 동굴을 손끝으로 더듬으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어? 이것 봐라?’
가운데손가락이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도, 정액 특유의 미끌미끌한 감촉이 전혀 만져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내부를 휘저어봐도 마찬가지였다.
“흐으음~”
구멍에서 빼낸 손가락을 가져와 냄새를 맡아보자, 익숙한 체취에 섞여 지린내만 희미하게 날뿐이었다. 보지를 벌려 코를 갖다 대고, 심지어 혀까지 집어넣어봤어도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자위만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체외사정이라고 보는 게 신빙성이 더 높다.
남자라면 질내사정을 선호하는 게 보통인데, 정신 없이 취한 여자를 범하면서도 마지막은 밖에다 했다? 그렇다면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증거를 남기지 않을 의도였다는 뜻이다. 보지털에 묻은 몇 개의 흔적도 실수였음에 분명하다. 마르기 전에야 눈에 보이지 않았을 테니. 아무리 생각해도 면식범의 소행이라는 결론이었다.
‘누굴까?’
사실 그의 마음 속에는 처음부터 유력한 용의자가 떠올라있었다. 그건 바로 수한이다. 여러 상황적인 면에서도 가장 의심이 가는데다가, 예전에도 은주를 추행했던 전과까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섣불리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아주 중대하고도 큰 사건이니까 말이다. 어쨌던 은주 본인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봐야만 했다.
“...혹시 모르니까..이쪽도...”
보지의 더 아래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엉덩이의 탐스러운 살이 맞붙은 곳을 벌려 잔주름을 더듬었지만, 자세가 자세이니만큼 집어넣기가 곤란했다. 더군다나 그곳은 윤활액이 나오지도 않는다.
은주를 뒤집어 엎어서 아랫배에다 베개를 집어넣은 다음, 위로 솟구친 엉덩이를 벌렸다. 그리고는 그 사이에 숨어있던 귀엽게 앙다문 항문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쩝~ 그림의 떡이네?”
상혁이 이러는 건, 언젠가 그녀의 뒤쪽, 즉, 항문을 욕심 내다가 거부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자꾸 미련을 가지냐고? 당연하다. 그래, 당연할 수 밖에.
은주는 항문성교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혁의 자지만큼은 너무 커서 도저히 받아들일 자신이 없단다. 차라리 ‘더럽다’거나 ‘변태적이다’ 따위의 결벽증적인 이유라면 순순히 포기했을 거다. 왠지 억울하기만 했던 그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크~ 역시 죽이는 감촉이구나...’
손가락에다 보짓물을 충분히 묻힌 다음, 그걸 항문 속으로 밀어 넣자, 너무나 쫄깃쫄깃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다섯 번이나 정액을 뽑아낸 자지가 꿈틀꿈틀 되살아나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저곳에다 자지를 집어넣는 따위의 짓을 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건 미지의 그 강간범이나 다를 바가 없으니까. 아무리 은주가 자신의 여자이자, 약혼녀일지라도 말이다.
“휴~ 다행히 여기도 무사하구나...”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뱉으면서도, 항문 속에 박혀있는 손가락을 빼내기가 너무나 싫다. 그렇게 ‘조금만, 조금만 더’ 그러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오빠~ 왜 이렇게 늦게 왔...”
자다 깼는지 부스스한 모습으로 눈을 비비며 들어서던 벼리가 벼락을 맞은 듯이 굳어버렸다.
‘아~ 씨발~ 이 멍청한 놈..’
늦은 시간에도 종종 찾아오곤 하는 벼리는, 방문이 잠겨있으면 은주와 있구나 싶어 조용히 돌아간다. 그런데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깜박해버린 것이다.
“벼, 벼리야...”
떠듬떠듬 부르는 순간, 벼리가 뒤도 안 돌아보고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물론 굉장히 당황스럽고 민망하긴 하겠지만, 이미 서로 알 건 다 아는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겁먹은 토끼 같은 반응을 보일 필요가.....있구나!!!
상혁은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서, 은주의 항문 속에 박혀있던 손가락을 힘없이 빼냈다.
“후우~~~ 그럴 만도 하구나..”
차라리 보지를 쑤시거나 빨고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거다. 그런데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축 늘어진 은주를 엎어놓고는, 그녀의 항문에다 손가락을 박아 넣은 채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한눈에 딱 봐도, 변태의 표본 그 자체였다.
“에효효~ 이걸 어째야 하나?”
가뜩이나 머리 속이 복잡한 판국에 일거리만 늘인 셈이다. 벼리에게 사실대로 말하자니, 그건 은주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여서 곤란했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해가 풀리겠지 하기엔, 조금 전 벼리의 반응이 너무나 신경 쓰였다. 굉장히 크게 놀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괜히 미루다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일단 가보자...”
어쩌면 내일은 벼리에게 신경 쓸 정신이 없을지도 모른다. 은주가 깨면 들어야 할 이야기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건 시작일뿐이다.
그러다 보면 벼리의 일을 깜박해버릴 가능성이 컸다. 당장에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해서 미루다 보면, 오해만 점점 더 깊어져 그걸 풀기가 힘들어질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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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두드릴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보자 부드럽게 돌아갔다. 문을 밀고서, 고개를 슬며시 들이밀며 불러봤다.
“벼리야~ 자니? 아직 안 자면...”
말을 하다 말고 뚝~ 끊은 상혁과, 방 한쪽에 놓인 거울 앞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벼리의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온 세상의 시계가 멈추었다. 그리고 완전히 굳어버린 둘 사이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그때 석상이 된 것만 같던 벼리의 커다란 눈이 끔뻑끔뻑하더니,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게 아닌가!
‘으아아아~ 비, 비상사태다~!!!’
안으로 들어서 문을 닫은 상혁이, 벼리에게로 달려가 입술로 입술을 틀어막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정말로 눈깜짝할 순간이었다. 입술을 맞댄 채 꽉 껴안고는,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침대로 다가가 앉은 다음, 그녀의 울먹임이 진정될 때까지 아주 뜨겁게 키스했다.
“이젠 괜찮지?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지?”
벼리의 가녀린 팔이 목을 껴안아오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고도, 한참 후에야 입술을 떼어낸 상혁이 그렇게 속삭이자, 그녀가 수줍게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벼리..그렇게 궁금했었어?”
“으, 응...”
볼이 새빨개지면서 그의 가슴팍에다 얼굴을 팍 묻어버린다. 따끈따끈한 열기를 전해오는 벼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온몸이 그냥 살살 녹아 내리는 것만 같다.
그가 방문을 열었을 때가, 거울 앞에다 엉덩이를 들이댄 그녀가 자신의 항문 속으로 손가락을 막 집어넣던 순간이었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요염하다고 하는 게 맞을지 헷갈리지만, 어쨌던 완전히 반하고 말았다. 어쩌면 이렇게나 예쁘고 귀여운 짓만 골라하는지!
‘쿡쿡쿡~ 미치겠구나~ 미치겠어~’
지금 그의 품에 안긴 벼리는, 조금 전 옷차림 그대로, 잠옷바지와 팬티가 허벅지까지 내려온 상태였다. 꼭 달라붙은 하얀 허벅지 위쪽으로, 부드럽게만 보이는 까만 털이 아찔한 유혹을 던지고 있었다.
“왜 궁금했는데?”
“..그게...”
벼리가 아무리 순진하다고는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 항문성교에 대해 전혀 모를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상혁과 사랑을 나누며 여자로서의 기쁨을 한껏 알아가고 있는 때였다. 인터넷에서 섹스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 헤매다가 포르노도 종종 봤던 모양이었다.
“..컴퓨터에서 볼 때는 아프기만 할 것 같았는데...아까 은주 언니도 하는 걸 보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상혁은 웃음이 터져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이로써 고민거리는 단숨에 사라졌다. 워낙 놀랐던 탓에, 벼리는 은주의 상태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가 보았다. 두 사람이 한창 사랑을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고 착각한 것이다.
“..거기다 언니가 굉장히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어...”
웃음을 너무 참다 보니 허파까지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었다. 침대에 엎어진 채 잠든 은주의 얼굴이, 쾌감에 젖어 미소 짓고 있는 걸로 보였다는 소리다. 상혁은 자꾸만 잇새로 바람소리가 새나오려는 걸 억지로 삼키며 물었다.
“그래서? 손가락을 넣어보니까 어땠어?”
“으, 응...기분이 이상했어...왠지 오줌도 마려워지고..”
의외였다. 저건 분명 성감을 느낀다는 거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는 상혁에게, 벼리가 결정타를 날렸다.
“그런 거라면...좋아질 것 같아...오빠~ 나도 가르쳐줘...응?”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니라, 횡재였다. 확실히 하늘은 공평한가 보다. 한가지 근심이 생기자마자, 곧바로 이런 선물로 위안을 준다.
상혁은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걸 애써 억누르며, 일부러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하지만 거긴 조금씩 익숙해져야 해, 안 그러면 힘들거든..은주도 처음엔 쉽지 않았어..”
은주도 처음엔 힘들었어? 거짓말도 자꾸 하면 는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상혁은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뻔뻔하구나 싶었다.
“응~ 알았어, 그러니까 오빠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지?”
“그, 그렇지, 내가 하는 말이 바로 그거야..사랑해~ 우리 예쁜 벼리~”
“앙~ 오빠~ 나도~”
오빠가 시키는 대로만 한단다! 이 예쁜 아이를 어찌 가만둔단 말인가?
상혁은 그녀를 와락 껴안고, 뜨겁게 키스하면서 더듬기 시작했다. 가랑이를 파고들어 보지를 만지자, 벌써부터 물이 가득했다.
‘근데...벼리가 괜찮을까? 은주도 기겁했는데...’
큰소리는 쳐놨지만 슬그머니 걱정부터 들었다. 은주보다 훨씬 더 가녀린 몸매를 지닌 벼리였다. 초짜이긴 마찬가지인 그 역시도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마땅히 물어볼 데가....
‘아~! 은아한테 슬쩍 물어봐야겠구나..’
그제서야 머리 속이 맑아졌다. 섹스에 있어서 만큼은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이리라.
상혁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벼리를 침대에다 눕혔다. 은주 때문에 답답했던 심정을 이렇게 어루만져주는 그녀가 너무나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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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와 사랑을 나누고 났더니, 마음만 가벼워진 게 아니었다. 은아와의 과한 섹스로 인해 뻐근했던 곳들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벼리가 나한텐 정말 보약인가?’
음담패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고3은 보약’이라는 말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상혁은 실실 웃음이 나왔다. 어쨌던 벼리가 더욱더 사랑스러워지는 건 당연한 결과일 거다. 물론, ‘뒤쪽’에 대한 굳은 약속이, 그런 마음에다 무게를 보탰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짜릿한 그곳을 가지는 상상만 해도, 흥분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야릇하고도 들뜬 기분은, 자신의 방문 앞에 서자마자 금새 가라앉아버렸다.
“휴~ 은주야~ 은주야~~”
그렇게 탄식을 해보고는 주머니에서 키를 꺼냈다. 아까 방을 나설 때 확실히 잠긴 걸 몇 번이나 확인했을 정도다. 이 하숙집안에서, 누군가를 잔뜩 경계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그건 은주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그 시간에 방에 있지 않은 그에게 먼저 책임이 있었다. 어느 누가 자기집에서 강간당할 걸 걱정하고 살겠는가? 그렇다면 그건 미친 세상이다. 물론 아직까진 그게 사실로 밝혀진 건 아니지만.
방으로 들어서자, 덮어주었던 이불이 더웠던지 훌렁 차 던지고서, 새하얀 나신을 다 드러낸 채 세상 모르게 잘만 자고 있는 게 보였다.
“..나도 제발 아니길 빌어...”
그녀 곁에 앉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심이었다. 수한이 범인이 아니라면 그냥 묻어두고만 싶었다.
‘그래, 일단은 흔적부터 다 지우자...그리고 기억나는 것들만 슬쩍 물어보자..어떻게 할건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하고..
마음을 정한 상혁은 물수건을 만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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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알 속을 거의 텅텅 비울 정도로 과하게 방사를 치른 탓에 굉장히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때문인지 상혁은 선잠을 자고 말았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도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자신의 품 속부터 확인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은주가 정신이 드는 기척이 난 건, 창 밖으로 먼동이 터올 무렵이었다.
“으, 응~ 아~ 머리야~”
숙취가 밀려드는지, 퉁퉁 부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상태에서 머리부터 부여잡고 끙끙댄다. 술 때문에 그렇게나 혼이 나고도 만취하는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그녀이기에, 내심 고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가슴부터 아파오는 건, 역시 그녀를 깊이 사랑하는 때문이겠지?
상혁은 이마를 짚어주면서 물었다.
“정신이 들어? 많이 아파? 아직은 약국이 문을 안 열었을 텐데...자~ 일단 이것부터 좀 마셔..”
“응? 자, 자기야?”
머리맡에다 준비해주었던 꿀물을 입에 대주자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병아리마냥 꼴깍대고 받아 마신 다음, 미소와 함께 목을 껴안아왔다.
“앙~ 고마워~ 역시 우리 서방님이 최고야~ 쪽~ 쪽~ 쪽~”
여전한 술 냄새가 그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데도, 그것도 모르고서 온갖 애교를 다 부리며 입맞춤을 퍼붓는 은주, 어린아이같이 철없는 저 모습이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아니, 벌써부터 자지가 뻣뻣해질 정도로 너무나 사랑스럽다.
상혁은 매혹적인 여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그래서 출근은 하겠어? 어제 일들 기억은 나?”
“앙~ 머리가 너무, 너무 아파~ 자기야, 나 회사에다 전화하고 오후에나 나갈까?”
“그러지 말고, 아예 월차를 내고 하루를 푹 쉬어...”
“웅~ 하지만...”
“내가 종일 같이 있어줄 테니까 누워만 있어. 그러면 해장국도 끓여서 갖다 바치고, 안마도 해줄게, 어때? 이만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꺅~ 정말이지?”
“후후후~ 당연하지, 내 각시 건강은 서방님이 지켜야지 누가 지켜? 안 그래?”
“앙~ 좋아~~ 사랑해~~~”
뛸 듯이 기뻐하며 뜨겁게 키스해온다.
‘은아한테는 미안하지만...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못 가겠다고 전화해야겠다..’
아무리 달콤하고 짜릿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지만, 가장 먼저 챙기고 소중히 해야 할 사람은 다름아닌 은주다. 네 여자들을 놓고서, 순위를 정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던 은주는 미래를 약속한 반쪽이 아니던가? 최소한 그의 판단에는 그게 당연했다.
“자~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일단 다시 누워..”
“응...아~ 좋다~”
팔베개를 해주자, 품 속으로 파고들면서 얼굴을 비벼온다. 이럴 때는 벼리 못지않게 귀여운 그녀다. 상혁은 부드러운 젖가슴을 조몰락거리며 넌지시 운을 뗐다.
“근데 어떻게 된 거야? 어디까지 기억나는 거야? 내가 방으로 들어오니까 침대에서 자고 있던데?”
“웅~ 그러니까...어제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아미를 잔뜩 찌푸리는 걸 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기억이 흐릿한 모양이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만 같아, 조마조마하기 짝이 없는 상혁의 심정도 모른 채, 은주는 마치 그걸 만지면 기억이 더 잘 난다는 듯이, 단단해진 자지를 거머쥐고서 흔들어대는 중이었다.
“..아~ 맞아~ 3차로 갔던 나이트에서 폭탄주를 마시는 바람에 엄청 취했거든?”
뭐야? 그러면 거기서 부킹한 남자랑 그랬다는 건가?
밤새 고심했던 자신이 바보가 된 것만 같아, 상혁이 울컥하려는 그 순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혼자만 먼저 빠져 나와서 택시를 탔어..”
성급하게 화를 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아니,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은주의 회사사람이나, 제3의 낯선 남자는 용의선상에서 빠지는 것이다. 그가 원하지 않는 결론 쪽으로 점점 더 좁혀지고 있었다.
“..기사아저씨한테 여길 알려주고는 잠이 들었던 것 같아...그러다가 아저씨가 깨워서..”
아무것도 모르는 은주는 이제야 기억이 제대로 나는지 열심히 떠들었다. 나이트에서 혼자만 먼저 빠져 나온 걸 칭찬해달라는 듯이 손에 쥔 자지를 크게 흔들어가면서.
“눈을 뜨고 보니까...집 근처였어...”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원하든 원치 않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한자도 빼놓지 않고 들어야만 한다. 상혁은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