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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가 상혁의 뺨을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나름대로 장점도 있었으니까..”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던 모양이다.
“상처받을 일이 없거든? 애당초 기대를 안 하니까. 괜찮다 싶으면 적당히 만나주다가, 시들해지면 차버리고...킥킥~”
자조가 섞인 그 말투에 상혁은 가슴이 아팠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 어찌 남자를 믿을 수가 있을까? 그나마 남자혐오증에 걸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더듬으며 속삭였다.
“이제는 충분히 알았으니까 그만해...우리 예쁜이...쪽~”
그의 입맞춤에 눈을 빤히 응시하던 은주가 말했다.
“자긴 정말 이상해..”
“뭐가?”
“가만히 보면 꽤나 소심한 성격이거든? 사소한 일에도 걸핏하면 잘 삐치고..”
“컥~”
상혁은 과장되게 가슴을 부여잡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도 뜨끔했다. 은주의 말이 한치의 틀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막상 큰 일에는 굉장히 대범해진단 말이야~ 신기해, 보통은 반대인데..”
“뭐, 그거야...원체 간덩이가 요만해서, 감당 못할 일이다 싶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니까, 대범해 보이겠지.”
“거짓말...”
그리고는 갑자기 키스를 해왔다. 자지가 벌떡 서버릴 만큼이나 아주 끈적하고도 뜨겁게.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대범해지는 거야...그래서 자기를 믿고 다 이야기한 거고..”
“후후후~ 들켰네? 어떻게 알았어? 널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눈은 거짓말을 안 하니까..”
그러고 보니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눌 때면, 언제나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은주다.
‘음, 앞으론 조심해야겠구나...거짓말을 할 땐 필히...'
그때 그녀가 상혁의 코를 틀어쥐었다.
“그렇다고 엉뚱한 데로 잔머리를 굴리진 말고...”
“넹~”
“킥~”
코맹맹이 소리에 은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 나자 암울했던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상혁은 그녀의 엉덩이를 꾹 거머쥐면서 장난스레 말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걸?”
“왜?”
“남자를 싫어하게 된 건 아니라서 말이야. 그랬다면 내가 요걸 만질 기회도 없었을 거 아냐?”
“호호호~ 내가 왜 남자를 싫어해? 섹스가 얼마나 좋은 건데..”
“그, 그렇겠지...”
역시나 아직은 그녀의 내공에 한참은 밀리는 모양이다. 태연하게 날아오는 한방에 그대로 침몰했다.
“그런 점에서는 언니가 고맙다는 생각도 들어, 백마 탄 왕자님 따위 일찌감치 깨게 해주었으니까..”
“그, 그래..”
정말 대단하다. 상혁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저 배포로 봐서, 아마 남자로 태어났다면 희대의 바람둥이가 됐던지, 아주 크게 한자리를 했을 거다.
“그 덕분에, 겉만 번지르르한 남자보다 훨씬 실속 있는 진짜 왕자님을 만났잖아?”
“사랑해, 은주야...”
“나도..”
자연스럽게 입술이 합쳐지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옷을 벗겨나갔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살갗이 비벼지면서, 가슴을 가득 채워오는 이 충만감이라니!
상혁은 자신의 얼굴 위로 올라온 흥건한 보지에다 혀를 가져가다가, 문득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서 제지하려 했지만, 그의 자지는 이미 축축하고 따뜻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벼리의 보짓물이 묻어있을 텐데..’
털과 기둥에 덕지덕지 말라붙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지금은 은주의 입 속에서 녹아 내리는 중일 테고. 그녀가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않고서 아주 깊이 삼켜 빨아나간다. 약간은 변태적인 흥분마저 느껴지면서 짜한 감동이 밀려들었다.
“아흑~”
“은주야, 우리 결혼하자..”
언젠가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몸 속 깊숙이 자지를 박아놓은 상태에서 청혼을 했으니.
하지만 반응은 그때와 전혀 달랐다. 그녀가 다리를 올려 감아오면서 속삭였다.
“언제?”
“내가 졸업하면 바로...”
“좋아, 나도 그러고 싶어..”
“내 아내..은주..사랑해..”
“사랑해, 여보~ 앙~~~”
처음으로 들어보는 ‘여보’라는 호칭이 가슴 속을 울렸다. 여자들의 감성은 비슷한가 보다. 미현도 분위기를 탈 때면 언제나 저랬다. 이제서야 완전히 내 여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상혁을 환희로 떨게 만들었다.
“아흑~ 앙~ 여보~~ 사랑해~~ 아아~”
“헉헉~ 사랑해~ 사랑해~”
서로를 미친 듯이 탐하며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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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던 상혁이 문득 내뱉었다.
“주말에 반지를 맞추러 가자..”
“응? 반지?”
“그래, 약혼반지 말이야..좋은 건 힘들겠지만..그래도 꼭 해주고 싶어..”
“자기야~”
목을 꽉 껴안아오는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후후후~ 자기도 좋지만...아까처럼 ‘여보’라고 부르는 게 더 마음에 드는데?”
“앙~ 여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여보..”
작은 호칭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몸도 마음도 실제로 부부가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뭔가 부족한 것만 같던 두 사람 사이도, 비로소 꽉 메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게 바로 부부일심동체라는 걸까?
“..벼리는...”
그때 들려온 속삭임에 상혁은 멈칫하고 말았다. 미처 그걸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 장난 삼아 ‘결혼 전까지는’이라는 조건을 걸어, 묵인해주겠다고 했던 은주다. 그건 단순히 ‘결혼’이라는 법적인 절차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서로에게 완전히 속하기 전까지는 구속하지 말자는 의미가 강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로 그런 상황이 온 것이다.
“제 길을 찾아 떠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챙겨줬으면 좋겠어.”
“으, 은주야?”
뜻밖의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 뜻은, 결혼 후에라도 벼리가 원한다면 계속 받아주라는 것이었으니.
그런 상혁을 이해한다는 듯이, 그녀가 가슴을 쓰다듬었다.
“나중에 우리가 결혼하면, 벼리도 같이 데리고 살았으면 해..”
“은..주..야...”
정말로 몰랐었다. 겉으로 보이는 털털하고 덜렁거리는 모습에 혹해, 은주 또한 미현 못지않게 모성애가 가득한 여자라는 걸 말이다.
“그러다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시집도 보내주고...아니면 영영 데리고 살지, 뭐?”
“정말 그러고 싶어?”
“아직 벼리의 사정을 잘 모르지?”
“으, 응? 어떤 사정 말이야?”
그러고 보니 벼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아니, 알려고만 했으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다. 그녀의 친척인 여은에게만 물었어도 쉽게 알 수가 있었을 테니까. 나름대로 신경을 써준다고 자부했었지만, 가만히 따져보자 챙기는 시늉을 한 것뿐이었다.
부끄러움과 후회로 얼굴이 확 붉어지는 상혁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 은주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벼리는 고아나 마찬가지야...”
“헛~ 고, 고아라니!”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에 경악하고 말았다.
“아주 어릴 때 사고가 나서...”
아빠는 죽고, 홀로 벼리를 키우던 엄마마저 재혼했다고 한다. 때문에 조부모 밑에서 자랐단다. 그나마 학비는 큰아버지가 부담을 해주어 지금껏 버텨왔는데, 당장에만 해도 재수를 하는데다가, 그마저도 장래의 비전이나 뒷바라지로 들어갈 비용을 생각할 때 부정적으로 비칠 미대였으니, 그녀가 느낄 죄송스러움과 심적인 압박은 그 얼마나 컸을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차분함과 언뜻언뜻 느껴지던 아픔의 정체가 바로 그거였다. 그럼에도 순수하고 맑은 천성을 유지하고 있다니, 참으로 갸륵하기 짝이 없다. 미현이나 은주가, 늘 벼리에게 쩔쩔매며 유리잔을 대하듯 조심스러워하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훗~ 우리남편은 울보네?”
“으, 응?”
은주가 눈가를 닦아줄 때야 비로소, 상혁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혀를 길게 빼 그걸 핥아주더니, 그의 얼굴을 젖가슴에다 꼭 껴안고는 속삭였다.
“이래서 자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니까? 자긴 정말 마음이 따뜻하거든?”
“은..주야...”
“응..”
상혁은 한가지 결심을 굳게 하고 있었다.
“정말로 괜찮겠어?”
“뭐가?”
“너랑 벼리..꼭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그런데...”
“응, 난 괜찮아..동생이 되든, 딸처럼이든...하다못해 평생 자기만 바라보고 산데도 질투하지 않을게.”
“아~!!”
그가 하고 싶은 얘기를 이미 다 알고서 미리 대답해준다.
‘은주야..평생 사랑하겠다고 맹세할게...설사 네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널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녀의 과거행적을 빗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뉘앙스로 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휴~ 이젠 어영부영할 게 아니라, 정말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겠구나..’
미현과 이야기했던 그 ‘꿈’이 성큼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녀 말처럼 로또까지는 필요 없더라도, 기본적인 삶의 질은 유지해야만 행복도 찾을 수가 있다. 물론 아직 미현을, 어쩌면 은아까지도, 은주가 받아들이는 문제가 남긴 했지만, 그것도 왠지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그만큼이나 은주를 믿는 탓이겠지?
“우리애기는 널 꼭 닮았으면 좋겠어..”
“애, 애기?”
너무 앞서나간 걸까? 은주가 조금 당황스러워하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러자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우리 예쁜이처럼 착하고 마음도 아주 넓은...제 엄마를 닮는다면 정말로 예쁠 거야, 씩씩하기는 또 얼마나 씩씩할까? 아마 남자녀석들 한 트럭쯤은 짐꾼으로 데리고 다니겠지?”
“킥킥킥~ 한 트럭까지는 아니었는데?”
“음...그러면 축구 팀 정도?”
“호호호~ 후보선수도 포함~~”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그녀가 경험한 남자가 최소한 열댓 명은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뭐, 그렇다고 질투에 불타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에는 자신이 훨씬 더 부자(?)니까, 더군다나 최소 한 명은 더 추가될 예정이고.
상혁은 그렇게 가볍게 넘겨버리고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내 위치는 뭔데?”
“당연히 감독이지요~ 서방님~~”
“겁나지 않아?”
“뭐가?”
“나중에라도 그걸 핑계로, 내가 이 여자 저 여자 마구 끌어들이면 어쩌려고?”
“호호호호~~”
아주 유쾌하게 웃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떨려오며 소름이 돋는 건 왜일까?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웃음을 뚝 끊은 그녀가 아주 스산하게 속삭였다.
“..한번 해봐...능력이 되면 얼마든지...”
“아, 아니..그냥 난..”
농담이라고 말하려던 상혁은, 불알을 콱 거머쥐어오는 손길에 마른 침을 삼켜야만 했다.
“그럴 기회도 없을 거야, 내가 인정한 건 벼리뿐이거든? 만약에 딴 여자가 하나라도 눈에 띄면...이걸 확 터뜨려버릴 테니까!”
“헉~~”
등으로 차가운 기운이 스쳐갔다. 마치 도마 위에다 불알을 올려놓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이 닿아있고. 알콩달콩한 분위기 속에서 슬슬 되살아나려던 자지가, 바람이 빠지듯이 축~ 늘어져버렸다.
‘으흑~ 미현이 누나 문제는 일단 보류다...’
여자의 기분은 한여름소나기와 같다고 했던가? 언제 쏟아졌다 그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나 대범한 모습을 보였던 은주가, 지금은 씨앗싸움에 바짝 독이 오른 여자처럼 굴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그 살벌하던 얼굴에다 사르르 녹는 것만 같은 미소를 함빡 베어 물며 말했다.
“호호호~ 아니다, 그러면 나만 손해지, 이 자지가 너무 아깝잖아? 대신에 맞바람을 확~ 피워버릴 거야~ 자기가 손핼걸? 여자 한 명에 남자 둘로 셈할 생각이거든?”
“아, 알았어..그냥 농담했던 거야...”
“아니, 그래도 괜찮아!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꽤 짜릿할 거 같은데? 언제라도 환영이니까 말만해..”
상혁은 완전히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자신이 바람을 필 때, 그녀는 두 명이 아니라 열명이라도 가능할 테니까.
“진짜야, 농담으로 한 얘기라니까...”
“킥킥킥~”
그녀가 킬킬대면서 속삭였다.
“우리서방님은 정말 귀여워, 더 놀리면 울 것 같아서 안 되겠어, 사랑해~ 쪽~”
부드럽게 입을 맞추더니, 아래쪽으로 기어 내려가면서 덧붙였다.
“나도 농담이었어, 대신에 속이지만 말아줘, 차라리 속 시원히 말해주길 바래..할짝~”
“아~ 은주야~”
귀두를 핥는 축축한 혀에 상혁은 신음을 토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어떤 말이 진심인지, 여전히 종잡기가 힘들었다. 확실히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라는 존재는 영원한 미스터리인 모양이다.
어쨌던 한가지는 분명했다. 벼리만큼은 확실히 보장받았다는 사실, 그게 큰 기쁨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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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져나올 뻔한 걸 겨우 참고는 벼리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니?”
“으, 응...오빠..”
어젯밤 벼리가 망설였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 수가 있었다. 혹시 상혁이 무슨 해라도 당할까 싶었던 게 아니라, 저 녀석을 마구 두들겨 팰까 걱정이 되었던 게 분명하다.
언뜻 보면 벼리와 남매라고 오해할 만큼이나 닮았다. 야리야리한 몸매와 뽀얀 피부, 귀엽기 짝이 없는 얼굴에다 키마저 아담했다. 특히 동그스름한 앞이마와 커다란 눈은 정말 벼리의 판박이였다.
“음, 그쪽은...벼리야, 이름이 뭐지?”
“응, 강 은철..은철이 오빠야..”
순간 은아가 떠올랐다. 실제로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왠지 친숙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은철 씨..”
“네? 네...”
딴에는 제법 단단히 결심한 듯, 두 주먹을 꼭 거머쥐고 있었지만, 상혁이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흠칫하는 게 선명했다.
‘하~ 이거 참...상황이 묘해지는데?’
벼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보자마자 부글부글 끓어올라야 정상이건만, 왠지 안쓰럽고 귀엽다는 마음만 드니 그도 당황스러웠다. 생긴 건 벼리에다, 이름은 은아와 비슷하다. 게다가 저렇게나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이라니.
어쨌던 예상과 달리 꽤나 순진해 보이는 눈매가 근심을 한결 덜어주었다. 구태여 내키지 않는 짓을 하는 것보다야, 말이 통한다면 그게 훨씬 더 좋으니까.
“나하고 술 한잔 할래요? 마실 줄 알죠?”
“무, 물론 마실 줄 압니다!”
쿡쿡~!! 이건 완전히 군기가 바짝 든 신병이지 않은가? 주변이 쩌렁쩌렁할 정도로 큰 소리를 치다니.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그게 오히려 한 수 지고 들어가는 거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전투의 기본은 적당한 긴장감과 여유인데 말이다.
뭐, 어쨌던 산전수전 다 겪은 능글맞은 인간보다야 쉬운 상대이니, 상혁의 마음도 푸근해졌다.
“그러면 일단 자리를 옮기죠.”
그러자 망설여지는지 머뭇거리기만 한다. 그런 그에게 상혁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남자 대 남자로...어때요? 자신 없어요?”
“아, 아니..좋습니다.”
자존심을 슬쩍 건드리자 대뜸 ‘파르르~’ 끓어오르면서 미끼를 덥석 문다. 확실히 세상 때를 덜 탄 모양이다.
‘어디 한번 시험해볼까?’
상혁은 벼리를 당겨서 자신의 앞에다 내세웠다.
“그전에 할 일이 있는 건 알죠?”
“네?”
벼리를 좋아하긴 정말로 좋아하는가 보았다. 대번에 얼굴부터 확 붉어진다. 귀여운 남동생을 보는 것만 같아, 자꾸만 미소가 지어지려 했다.
“벼리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그, 그건...”
인정하기가 싫을 것이다. 무리한 짓을 벌였다는 걸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닐 테지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순간, 벼리에 대한 마음을 부정 당하는 것 같아 저러는 거겠지. 어쩌면 그러고 나서 곧바로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상혁은 조금 거들어주기로 했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상대가 원치 않는 일을 강제로 한 건 분명 잘못이니까, 남자답게 사과해요..그런 건 부부간에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벼리야...미안해...난..그냥...아니,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우물쭈물 사과하면서 변명을 보태려다가 멈추는 걸 보니, 그래도 제법 남자다운 면이 있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벼리에게, 상혁은 빙긋이 웃어주면서 말했다.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 용서해주고 싶으면 받아주고, 아니면 고개를 저으면 되니까..”
초조해하는 은철을 잠시 쳐다보던 벼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이번만 용서해줄게요..”
“고, 고마워..”
눈물이라도 흘릴 듯이 고마워하는 저 모습, 상혁은 웃음을 억지로 참자니 얼굴근육이 뻣뻣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일단락되었다고 여기려는 그 순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기 있는 상혁이 오빠에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어요, 앞으로도 영영 변하지 않을 거고요..그러니까 오빠도 빨리 마음을 정리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는 대뜸 그의 목을 껴안으면서 아주 진하게 키스를 해왔다.
‘컥~!! 벼, 벼리야, 너무 잔인한 거 아니니?’
여자가 매정해질 땐 정말 무섭다. 순진하고 부끄럼 많은 벼리가 이렇게 과감한 짓을 벌이다니.
거의 반사적으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껴안고서는, 달콤하고 뜨거운 키스를 받아들이며 곁눈질을 하자, 충격이 컸는지 비틀비틀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은철이 가련하기까지 했다.
상혁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떼어내고는 속삭였다.
“너 먼저 가야겠다. 난 저 친구랑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거든?”
“으, 응...알았어..오빠..집으로 오면 내 방부터 들려줘, 알았지?”
“그래...알았어..”
참으로 야릇한 기분이었다. 지금 벼리는 욕정을 느끼는 듯했다. 뜨거운 눈빛이나 ‘방에 먼저 들려달라’는 말에서, 아주 끈적끈적한 체취가 풍겨왔던 것이다. 지금의 묘한 상황이 ‘내 남자’라는 걸 확인하고 싶게 만든 걸까?
“자~ 갈까요?”
“네? 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이미 벼리가 사라진 쪽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가, 상혁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곧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술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흐음~ 이거 오늘 술값 꽤나 깨지겠는데?’
그래도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상혁은 애초의 생각이 조금 달라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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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엉~ 흑흑흑~”
“그래, 그래...울고 싶으면 후련하게 울어버려~”
상혁은 공원벤치에 앉은 채, 그의 어깨에다 얼굴을 처박고 펑펑 울고 있는, 은철의 등을 두드려주며 난감해하고 있었다.
‘이거 약발이 너무 강했나?’
꽤나 순진하고 귀엽다지만, 알고 봤더니 벼리보다 겨우 한살이 많은, 보드라운 여자라면 몰라도, 이렇게 땀냄새가 풀풀 나는 사내녀석과 포옹하는 야릇한 취미는 전혀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저지른 사람이 감당해야지.
“훌쩍~ 형 말대로 할게요...고마워요...훌쩍~ 사실 죽도록 두들겨 맞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녀석도, 내가 얼마나 겁이 많은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찔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애초에 나올 때는 그런 마음까지 있지 않았던가? 상혁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너를 믿을게...그래도 되지?”
“네, 약속할게요.”
“짜식~ 오늘 보니까 술이 제법 세던데?”
“뭐, 삼수까지 하다 보니까 조금씩 늘던걸요?”
“후후후~ 나중에 편하게 한잔하자꾸나...너도 벼리도,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뭔지는 잘 알지?”
“네...”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은철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이건 남자 대 남자로서의 약속...”
“네, 형...”
가늘기만 한 그의 손을 꽉 잡은 채, 손등을 두드려주고는 헤어졌다.
‘후후후~ 생각보다 훨씬 잘 풀렸어...벼리랑 잘 어울릴 것도 같고...’
기껏해야 21살이다. 내년에 입학한다고 해도, 군대다 뭐다 해서 한 여자를 책임질 수 있으려면, 적어도 7~8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지 벼리 곁에서 꿋꿋하게 남아있을 정도면, 지금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을 거다.
은주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벼리를 곁에다 붙들어두기는 힘들었다. 아니, 그 자신이 원치 않았다. 차라리 미현이라면 몰라도, 벼리는 자기인생을 찾는 게 옳았다. 그렇게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양지에서 떳떳하게 행복을 누려봐야 할 것이 아닌가?
상혁이 그걸 주기 위해서는, 은주를 포기해야 한다는 모순에 부딪치는 것이다.
‘녀석이라면 일편단심으로 벼리를 사랑해줄 거야..’
생김새처럼 순수한 아이였다. 조목조목 따져가며 설득하자 곧바로 수긍했다.
상혁이 내건 조건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둘 다 수험생인 만큼, 합격할 때까지는 그저 공부에만 전념하고, 대학생이 된 후에나 정식으로 다시 도전하라는 거였다. 대신에 절대 훼방을 놓지는 않을 테니, 당당하게 벼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벼리를 양보하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둘 생각이었다. 장래를 위한 보험으로, 그녀 곁에다 괜찮은 스페어 하나쯤은 두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는 얄팍한 계산이었지만, 그것까지 솔직히 말할 이유는 없었다.
‘후후후~ 원래 생각하고는 영 엉뚱하게 됐지만...그래도 나쁘지는 않은데?’
아마 처음부터 은철에게 호감이 간 때문일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급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
미현의 자애로운 마음이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상혁은 왠지 자신이 불쑥 성장한 듯이 느껴져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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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들어서자, 초조했었던지 벌떡 일어선 벼리가 ‘쪼르르~’ 달려와 품에 뛰어들었다.
“오빠~”
“후후후~ 그래, 우리 벼리가 걱정했었나 보구나?”
“쬐금...”
술에다 담배냄새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땀에까지 절어 퀴퀴하기 짝이 없을 텐데도, 찰싹 달라붙어서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그녀가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 아이는 정에 굶주린 거다. 아무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랑으로 키우고, 주변의 친척들이 도움을 줬다지만, 역시 가장 필요한 건 부모의 따스한 품이었다. 어린 나이 때부터 그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상혁은 그녀의 엉덩이를 껴안아 허공으로 들어올리고는, 맑디 맑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사랑해, 벼리야..이 오빠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오..빠...오빠 사랑해~”
벼리도 평상시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는지 눈망울이 촉촉해지더니, 그의 허리에다 다리를 감고서 입술을 붙여왔다. 입 속으로 밀고 들어와 칭칭 휘감아오는 보드라운 혀, 뜨겁게 갈망을 표출하는 그녀의 간절한 몸짓이 애닯기만 하다. 언제나 흥분을 가져다 주던 나긋나긋하고 가녀린 여체가, 지금은 짠한 아픔으로 가슴 속을 적셔오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겨 침대 위에 걸터앉고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등을 쓰다듬었다.
“다 잘 됐으니까 걱정 마, 은철이 녀석 꽤 착하더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던데?”
“으, 응...원래 그랬어...그런데...”
“후후후~ 이젠 괜찮아, 나하고 약속했거든?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예전처럼 지내면 될 거야.”
“응, 오빠..”
이번 일로 많이 놀라긴 했지만, 은철에게 악감정 같은 건 없어 보여 다행스러웠다. 딱히 연애의 대상이 아닌 친구처럼 지내더라도, 그렇게 괜찮은 녀석이 주변에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아마 둘은 맑고 순수한 성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거다.
“날도 더워지는데 힘에 부치진 않니?”
“웅~ 아니~ 괜찮아~ 오빠가 이렇게 안아주면, 피곤했던 것도 금새 사라지거든? 헤헤헤~”
목을 껴안으면서 볼을 비벼오는 그녀, 보들보들한 그 감촉에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허벅지 위에 올라앉은 벼리의 가랑이를 찌르고 있는, 눈치 없고 염치 없는 자지라는 놈 혼자만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하기야 저 녀석만을 욕할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욕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크나큰 모욕이자 신의 섭리에도 어긋나는 걸 테니까.
“그래, 그래. 우리 벼리는 잘해낼 거야..나도 열심히 응원할게.”
“응~ 고마워, 오빠..”
“시험이 끝나면 아주 기쁜 소식을 선물해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알았지?”
“웅~ 알았어..”
궁금하기도 하련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당장에라도 은주와 내린 결정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면 얼마나 기뻐할까? 하지만 자칫 마음이 들떠 잡념이 생길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시점에선 잔잔한 호수처럼 평정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수험을 치르고 난 후에나 말해줄 생각이었다.
꼭 안겨있던 벼리가 몸을 꼼지락거리며 조심스레 속삭였다.
“..오빠..술 많이 마셨어?”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빙긋이 웃고 말았다. 헤어지기 직전의 분위기가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한껏 부풀어오른 자지 끝에다 은밀한 곳을 은근슬쩍 비벼오기까지 한다. 벼리는 지금 사랑 받기를 원하고 있었다.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탱탱한 엉덩이를 꾹 거머쥐었다.
“조금 마시긴 했지만...우리 벼리를 밤새 사랑해주는 정도는 아무 문제도 없지~”
“앙~ 오빠~”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젖가슴에다 얼굴을 파묻자, 그녀가 달콤한 교성을 토하며 꽉 끌어안았다.
‘그래, 벼리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그게 달콤한 사랑이든, 끈적하고 뜨거운 육욕이든 상관없다. 벼리의 가슴 속에 있을, 빈 공간을 채워줄 수만 있다면. 옷을 걷어 올려 젖가슴을 물고서는, 그녀를 침대에다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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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안을 휘휘~ 돌아봐, 아무도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한 후에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설거지를 하느라 바쁜 미현을 뒤에서 껴안자, 그녀가 등을 기대왔다.
“아저씨는?”
“또 갔지, 뭐...”
“그래도 이번에는 꽤 오래 있었네?”
그가, 미현의 남편인 창우, 일주일 가까이나 있는 건 지금껏 처음 본 상혁이었다.
“이것저것 준비할 게 좀 있었나 봐..”
“뭘 한다는데?”
“나도 잘은 몰라, 이야기를 안 해주니까..아마 수한 씨는 알 거야..”
“수한이 형이?”
“응..”
사업가답게 외향적인 성격에다 상당한 미남인 창우이기에,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도, 동갑내기라 그런지 묘하게도 꽤나 친했다. 한번씩 귀가할 때면 수한과 둘이서 떡이 되도록 진탕 마시고는, 어깨동무를 한 채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들어오곤 했던 것이다.
미현이 아랫배에 놓여있던 그의 손을 젖가슴으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중국엘 간대..”
“엥? 중국?”
“응, 괜찮은 사업아이템이 있어서 그걸 알아보러 간다나?”
손안을 가득 메워오는 부드러운 살덩이가 너무나 탐스러웠다.
“또 얼마나 가져간 거야?”
그렇게나 마음이 따뜻한 미현이, 친형제처럼 가까운 하숙생들에게마저 깍쟁이처럼 굴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남편이라는 존재였다. 한 푼이라도 벌어오기는커녕 약간만 모이기가 무섭게 곶감 빼가듯 싹싹 긁어가니까.
상혁은 그런 미현이 안타까우면서도 때로는 화가 나기까지 했다. 모성애가 강하다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렇게 깨닫는다.
“으, 응...이번에는 오히려 용돈까지 주고 가던데?”
“응? 정말?”
“호호호~ 나도 깜짝 놀랐어..”
웃음을 터뜨린 그녀가, 젖가슴에서만 머무는 손길이 답답하다는 듯이 그의 한 손을 치마 속으로 끌어들이고는, 상혁의 자지를 더듬어왔다.
“그런데...철이 든 건지...”
아니면,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한 건지는 몰라도, 느닷없이 애인이라도 한번 만들어보라는 말을 ‘툭’ 던졌다는 것이다.
“..여자로서 한창인데...너무 참고만 살면 병이 난다나? 이렇게 멋진 애인 때문에 보지가 헐 지경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호호호~”
“뭔가 눈치챈 거 아냐?”
“흐응~ 눈치채고 말고 할 게 어디 있어? 얼굴보기도 힘든 사람인데..뭐, 알아도 그만이고..아~”
축축하게 젖은 보지 속으로 손가락이 파고들자 신음과 함께 자지를 꽉 잡아왔다.
‘수한이 형이 중간에서 뭔가 장난을 친 거 아냐?’
상혁의 머리 속에서 한편의 야설이 펼쳐졌다.
창우에게 심심찮게 용돈을 쥐어주며 헛바람을 불어넣어 자꾸 밖으로 나돌게 만드는 수한, 그리고는 술자리에서 미현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내비치며 암시를 준다. ‘네 여자랑 하게 해다오, 그러면 사업자금을 대주마’ 이렇게. 처음에는 취중에 하는 기분 나쁜 농담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였던 창우도, 반복되는 상황에 세뇌가 되다시피 해서는, 어차피 제대로 일수(?)도 못 찍어주는 마누라이기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는 식으로 자신에게 핑계를 대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때 그녀의 허벅지가 갑자기 꽉 조이면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참~ 뭐해?”
“아~! 미안~”
상혁은 미현을 돌려세워 키스와 함께 팬티를 벗겨 내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손바닥으로 쭉 훑자, 미끌미끌한 보짓물이 잔뜩 묻어 나왔다.
‘사실이면 또 어때?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는데..’
수한이 알아서 대신 총대를 메고 둘 사이를 정리해주겠다는 데야 아주 감지덕지였다. 뭐, 재주야 곰이 부리든 호랑이가 부리든, 자신은 왕서방이 되면 그만 아닌가?
상혁은 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일이 아니라도 지금은 신경 쓸 게 넘치고 넘쳐나는 중이었으니까. 바닥에다 무릎을 꿇었다.
“후후후~ 미현이 보지가 난리가 났네?”
“너무 오랜만이니까 그렇지...”
하기야 그건 상혁도 마찬가지였다. 꼬박 일주일을 그녀 곁에 얼씬도 못한 탓에 몸살이 나기 직전이었으니.
“크크크~ 좋아~ 침대에서 못하겠는걸? 각오해, 오줌을 쌀 때까지 박아줄 테니까..후릅~~”
“아흑~ 좋아~”
음흉한 웃음과 함께 보지를 빨아들이자, 미현이 신음을 토해내며 그의 머리카락을 거머쥐고서 가랑이를 밀어붙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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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k에다 한가운데로 하얀 색의 백금이 줄무늬를 이룬 단순하면서도 심플한 반지였다.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의 손가락에 꼭 맞는 커플 링이어서, 따로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살 수가 있었다.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 은주를 바라보자, 상혁의 가슴 또한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좀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었는데...”
“아니야~ 너무, 너무 마음에 들어...자기랑 나랑 취향이 비슷해서 더 좋은걸?”
은주가 그의 팔짱을 꼭 끼면서 속삭였다.
“오늘 자기가 많이 무리했으니까, 이 다음부터는 내가 책임지는 거야, 알았지?”
“후후후~ 그래, 알았어..”
사실 그에게는 꽤나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아니, 그건 직장인이라도 마찬가지다. 거의 백만 원에 가까웠으니.
일단 카드로 할부를 하긴 했지만, 몇 달 동안은 좀 빡빡하게 생활해야 할 거 같다. 아니면 여름방학 동안 공사장 알바라도 좀 뛰던지. 가장 빠르고 손쉽게 비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역시 노가다가 최고였다. 그리고 그게 제일 만만하기도 하고. 군대서 열심히 키운 체력을 섹스에만 소진하기에는 남아도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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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한구석에 나란히 앉아서 어두워진 창 밖을 내다보는 중에도, 은주는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를 쉴새 없이 만지작거리며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좋아?”
“응...”
그녀가 실내를 둘러보더니 아주 작게 속삭였다.
“얼마나 좋으냐 하면...”
말문을 끊고서는, 갑자기 자신의 치마 밑으로 두 손을 집어넣더니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두근두근 대는 상혁의 심장. 손에 잡혀 내려온 작은 천 조각을 발목에서 빼낸 은주가, 그걸 그의 손아귀에다 꼭 거머쥐어주었다. 세탁기에서 금방 꺼낸 것처럼 아주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반지를 만지기만 했는데도 그렇게 됐어..”
귓전으로 끈적하게 달라붙는 뜨거운 숨결에 그의 자지가 꿀럭대며 겉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름다운 신부의 유혹은 그 정도에서 멈추지를 않았다.
“반지를 낀 손으로 보지를 만져줘...”
카페 안에는 그들 둘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너무나 대담하게 이런다.
그래서 당황스러우냐고? 물론 당연하다. 하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지금 심정이라면, 남들이 보든 말든 그녀를 당장 테이블 위에다 눕혀서 범해버리고 싶으니까.
상혁의 손이 허벅지의 매끄러운 살결을 타고서,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악~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아...”
엄청나게 달아올랐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만지기만 하는 그녀의 보지가 크게 실룩거리면서 물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치마 뒤쪽이 축축한 단계를 넘어서, 소파까지 적셔버릴 정도였다.
“보지 안에다 반지를 넣어줘, 제발~”
상혁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더듬으며 그렇게 애원한다. 손가락을 구부려 보지구멍에다 밀어 넣는 순간, 은주의 손이 그의 바지지퍼를 열고 있었다.
‘허억~ 정말 미치겠구나...’
제일 구석자리인데다가 카운터 쪽을 등진 채로 앉아있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깨 위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지만, 그래도 너무나 위험한 짓이었다.
보지를 드나드는 손가락으로 인해 찌걱거리는 물소리는 물론, 하체를 빙빙 돌려대는 움직임에 치마가 훌렁 올라가 아랫도리가 다 드러난 상태였다. 아니, 그건 언제라도 치마를 내리면 그만이기에 차라리 나았다.
정작 위태위태한 상황은 그의 아래쪽이었다. 팬티 속으로만 만지는 게 양에 안 찼던지, 그녀가 자지를 아예 밖으로 꺼내 흔들었다. 게다가 금방이라도 사정을 해버릴 듯이, 정액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으니.
“으, 은주야...이만 나가자...쌀 거 같아..”
하지만 그의 속삭임에 나온 은주의 행동은 상상외였다. 몸을 숙여 자지를 덥석 삼켜버린 것이다.
“헛~!!”
낮은 신음을 토해내며 상혁은 그녀의 머리를 무의식 중에 꽉 눌렀다. 그러자 좁은 목구멍까지 귀두가 파고들며 아찔한 쾌감을 전해주었다. 그때 자지를 강하게 빨아들이며 불알을 주물럭거리던 그녀가, 그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엉덩이 뒤쪽으로 이끌었다.
‘이 반지가 그렇게나 특별한가?’
그랬다. 여전히 은주는 반지가 자신의 보지 속에 있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엉덩이의 계곡 사이를 더듬어 뜨겁고 질척한 동굴 속으로 또다시 스며들자,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지를 더욱 강하게 빨아온다. 이제는 누군가가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다.
‘허억~~’
세차게 터져 나오는 물줄기, 목젖을 때리는 뜨거운 정액에 은주가 움찔하면서도 아주 세차게 빨아 삼키기 시작했다. 그는 자지가 녹아 내리는 것만 같은 아찔한 쾌감 속에서, 신음소리를 참느라 헐떡거리면서도, 보짓물로 미끌미끌 엉망진창인 보지 속을 마구 휘저었다.
얼만큼이나 쏟아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는 건 확실했다. 길게만 느껴지는 사정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입술은 한순간도 떨어지지를 않았다. 물론 보지 속에 깊숙이 파묻힌 그의 손가락도 마찬가지지만.
“사랑해...아름다운 내 신부..”
“여보..사랑해..”
자지를 완전히 깨끗하게 만들고서 머리를 쳐든 은주에게 키스했다. 그제서야 뭔가 수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여자의 머리가 밑으로 내려가 한참 동안 올라오지 않았으니,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입에서 느껴지는 비릿하고 미끈거리는 정액마저도 꿀처럼 달콤하기만 했다.
특별한 약혼식이었다. 남들에겐 미친 변태커플처럼 보일지 몰라도, 상혁에겐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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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택시 뒷자리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웃는 그에게, 머리를 살짝 기대온 은주가 속삭였다.
“..마음에 들었어?”
“굉장한 약혼선물이었어...”
그 아찔한 순간이 지나고 나자, 이대로 머리 속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재빨리 몇 장을 찍었었다. 치마가 훌렁 올라가, 보짓물로 번들거리는 보지를 다 드러낸 그녀의 음란한 모습은 물론, 반지가 선명하게 보이는 손가락이 보지 속으로 반쯤 박혀 든 것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백미는 바로 이거였다.
“정말 멋져...표정이 너무 아름다워...”
“흐응~ 난 자기자지가 더 멋진데?”
주거니 받거니 찰떡궁합 변태커플다운 호흡이다.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건, 은주가 눈치 빠르게 포즈를 취해주었던, 자지를 빨며 올려다보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반지를 낀 손으로 불알을 주물럭거리면서.
“쿡~ 근데 그 알바생 표정 봤어?”
“자긴 그것밖에 못 봤구나? 자지가 벌떡 섰던데?”
“그 녀석, 오늘 밤새도록 딸딸이를 치겠지?”
“아마 우리가 나오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을걸?”
사진을 찍고 나서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여기저기 흩어져 앉은 다른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이야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 앞에 섰을 때의 남자알바생만은 피할 길이 없었다.
“풋~”
“킥~”
눈길이 마주치며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룸밀러로 힐끔거리는 택시기사에게 상혁이 말했다.
“하하~ 아저씨, 저희가 너무 시끄럽죠?”
“아닙니다~ 손님~ 참 보기가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가 오늘 약혼했거든요..그래서 조금 들떴어요...양해해주세요~”
“아이쿠~ 정말로 축하 드립니다...제가 아주 기분 좋은 손님을 모셨군요~ 행복하게 사세요~”
“고마워요~ 아저씨~ 호호호~”
“햐~ 부러운데요? 저런 미인을 얻으시다니~ 제가 한 십 년만 젊었어도 도전을 해볼 건데...하하하~”
“아이고~ 참아주세요...지금도 너무 멋지셔서, 전 겁부터 덜컥 나는데요?”
“하하하~ 이거 기분인데, 드라이브라도 한번 하시죠..여기서부터는 미터기를 꺾지 않고 서비스할게요...”
“감사합니다~~~”
꽤나 유쾌하고 화끈한 아저씨였다. 집으로 향하고 있던 택시가 갑자기 방향을 꺾었다. 상혁과 은주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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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은아에게서의 연락이 왔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그렇게나 잡힐 듯 말 듯 질질 끌던 기회가, 은주와 약혼반지를 나눠 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 것이다. 두 여자와 인연의 실이 꿰어질 때가 떠올랐다. 여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은주 때문에, 그날 저녁 은아를 만나게 되었었다. 그 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인과관계라도 있는 걸까?
“후회하지 않겠어? 네게 약속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오빠...”
“그래, 더 이상은 묻지 않을게..”
“고마워요...”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는 것뿐이었다. 그가 상우에 대해 내린 평가는 이미 최악이었다. 물론 은주에게 저질렀던 짓에 대한 보복의 의미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 피해자가 은아이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지가 가장 중요했다.
“시간은 얼마나 있어?”
“오늘 자정 때까지는 완전히 제 시간이에요..”
그렇다면 대략 12시간은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혁은 그래도 혹시나 싶었다.
“어디 출장이라도 간 거야?”
“실적이 좋은 우수사원들에게 유럽여행을 보내줬어요...그래서...”
은아 역시 신중하게 이리저리 다 재보고 나온 것이었다. 6박7일이라는 기간 동안 남편이 곁에 없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때뿐이란다. 그곳에 가서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할 테니까.
‘흐음~ 그렇다면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라는 소린데...’
어쩌면 오늘 말고도 한번 더 이런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건 차후의 문제였다. 그가 하기에 따라, 그 시간까지도 주어질지 아닐지 판가름이 날 터이니.
“점심은?”
“나중에 먹어요, 지금 먹으면 체할 것만 같아요...너무 떨려서..”
“은아야...”
상혁은 가슴이 찡해왔다. 사람이 타고난 본성이라는 건 쉽게 퇴색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과거를 가진 여자가 어떻게 저런 순정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아니, 반대로 생각해야만 한다. 곱디 고운 심성에 맞게 행복한 삶을 누렸어야 할 그녀가, 그간 너무나 박복했다고 말이다.
“그러면 지금 갈까?”
“네...”
손을 내밀자 잡아오면서 몸을 일으키는 은아, 상혁은 그녀의 곁에 붙어서며 허리를 껴안았다.
“오빠...”
“후후후~ 이제부터 우리는 데이트를 하는 거야. 알았지?”
“네, 호호호~”
조금은 긴장했던 것 같던 그녀가 밝게 웃으며 안겨왔다. 역시나 이렇게 환한 모습이 잘 어울렸다. 그 아름다운 모습이 상혁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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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인터넷으로 알아보고는, 나름대로 시설이 좋고 깨끗하다고 정평이 난 곳을 고르긴 했어도, 그래 봐야 러브텔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호텔이라도 예약하고 싶었지만, 반지를 장만하느라 무리한 탓에 그건 힘들었다.
“미안해, 더 괜찮은 곳으로 데려오고 싶었는데..”
“오빠...”
“응..”
“그러지 말아요...너무 그러면 제가 부담스러워요...말하지 않아도 오빠마음을 다 아니까 걱정 말아요..”
은아가 다가와서는 목을 껴안고는 속삭였다.
“그런 말을 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키스해주세요...전 그게 훨씬 더 좋아요..”
“은아야...”
“지금은 수정이에요....옛날 오빠가 만났던 그 수정이..”
“수정아~”
“어머~? 흐읍~”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저러는 거겠지?
상혁은 자꾸만 자신의 가슴을 울려오는 그녀의 따사로운 행동에, 허리를 와락 껴안고서 뜨겁게 입술을 덮쳤다. 보드랍고 촉촉한 살갗이 짜릿하게 달라붙더니, 곧바로 말캉거리는 살덩이가 들어왔다.
몇 년 전 난생 처음으로 해보았던 키스가 바로 이거였다. 그때의 그 몽롱하고 신비롭기만 하던 기분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낭창낭창한 허리를 부러뜨릴 것처럼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아주 뜨겁게 너무나 열렬히 혀와 타액이 서로의 입 속을 넘나들었다.
“하아~ 하아~”
길고도 뜨거웠던 키스가 끝나자마자, 은아가 헐떡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에다 얼굴을 기대오면서 소곤거렸다.
“오빠...나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난데없는 날벼락에 상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정도일지는 몰랐어요...그냥, 그냥 한번만 오빠를 사랑하고 끝낼 거라고 다짐했는데...”
그의 가슴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자신이 없어졌어요...이런 느낌 처음이에요...키스만 했는데도...”
“은아야...”
“어멋~!! 오빠?”
그녀를 번쩍 안아 들자 깜짝 놀란다. 상혁은 그녀의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도망가지마,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도 말고...넌 그렇게 비겁하지 않잖아? 욕심이 나면 욕심을 부려봐, 내 곁에 있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해..아니, 이미 늦었어, 내가 널 그냥 보내지 않을 거니까..강 은아! 넌 내 여자야, 내가 이미 그렇게 마음 먹었거든? 사랑해..”
“흑~ 오빠...”
흐느끼기 시작하는 그녀에게 다시 키스하며 침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녀의 팔이 목을 강하게 껴안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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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세 여자와의 관계를 차분히 정리해보는 장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흐름으로 넘어가기 위한 숨 고르기도 될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