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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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었다. 미현에게서 실전으로 배운 기량(?)들이 하나도 떠오르질 않았다. 상혁은 마치 처음으로 키스를 해보는 풋내기처럼 무작정 빨고 또 빨아댔다. 그리고 그건 은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아~ 하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가쁜 숨을 토해내는 은주로 볼 때 꽤나 길었던 건 확실하다. 땀에 젖은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새빨간 입술, 섹스를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에 상혁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며 또다시 입술로 찍어 눌렀다.

“흐으응~ 응~”

아까의 조심스러움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상혁의 손은 거침없었다. 탱탱한 엉덩이를 마구 주물럭거리다가, 계곡 사이로 내려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보지를 만지고선, 무엇인가에 이끌린 듯이 앞쪽으로 돌아와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찌이익~’

지퍼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꽉 조여졌던 청바지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그 안쪽으로부터 은은한 열기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갑자기 바빠지는 손, 팬티를 더듬은 손가락이 고무줄을 들치고서 안으로 들어서려는 그때, 갑자기 그녀의 몸이 흐느적거리며 내려앉았다.

“은주 누나!”

“으~으~ 응~”

깜짝 놀란 상혁이 축 늘어진 은주를 불러봤지만, 대답은 고사하고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 인사불성으로 취해 완전히 뻗은 상태였다.

“휴우우~”

맥이 탁 풀리면서 긴 한숨이 나왔다. 한바탕 꿈을 꾼 것만 같다.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은주를 내려다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나 편안한 그 얼굴이 조금 얄밉기도 했지만, 사랑스럽다는 마음이 훨씬 컸다. 예쁜 입술에다 살짝 입을 맞추었다.

“쪽~ 후후후~ 또 한방 먹었네?”

말짱한 그녀의 음성에 취한 척했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하필이면 그때 잠깐 정신이 돌아오는 바람에 그런 오해를 하게 만든 것이다. 길거리가 아니라 집이었다면 이미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가있을 거다.

“에고~ 이제부터는 안고 가야 하나?”

시체처럼 축 늘어진 상태라서 업기는 곤란했다. 그렇다고 짐짝처럼 떠멜 수도 없고, 그랬다가는 십중팔구 먹은 걸 다 토해낼 테니까.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새 신부를 안듯이 고이고이 모실 수 밖에.

“은주 너, 각오해야 할 거야, 이 고생은 두고두고 이자를 쳐서 받을 테니까...쪽~”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맛보고서 번쩍 안아 들었다. 거실에서 방까지 미현을 안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장장 300미터, 거기다가 오르막길!

‘그래, 강원도 산골짜기를 종횡무진 날아다녔던 거에 비하면야, 이 정도는 껌이지, 뭐~’

하지만 그런 자신감도 잠시뿐, 채 반도 도달하지 못해서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니, 시커멓던 밤하늘이 순식간에 노랗게 변하는 걸 목격하는 진기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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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다 은주를 내려놓고는 그 곁으로 벌렁 드러누웠다.

“하아~ 하아~”

온몸이 땀으로 축축한데다가, 기운이라고는 단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은주가 뒤척이면서 옆으로 돌아눕더니, 그의 가슴팍에다 팔을 올려왔다.

“우웅~ 냠냠~”

저녁 때 먹은 삼겹살 꿈이라도 꾸는 걸까? 입맛을 다시며 빙그레 웃기까지 한다.

상혁도 몸을 돌려 그녀와 마주보았다.

정말로 예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보고만 있어도 한없이 빨려 들어간다. 지금이라도 저 길다란 속눈썹이 벌어지면서, 아름다운 눈웃음과 함께 ‘상혁아, 사랑해’라고 속삭여줄 것만 같다. 윤기가 흐르는 빨간 앵두에다 입술을 살짝 갖다 대보았다. 너무나 보드랍고 촉촉한 감촉, 온몸이 짜르르해지면서 가슴 속이 달콤한 느낌으로 잔뜩 부풀었다.

“은주야...너 아니?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널 그리워해왔다는 거...”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 여전히 새근새근 고요한 숨결만 전해올 뿐. 그래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이렇게 마주보고 누워 그녀의 따스한 온기와 체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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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굉장히 나른하면서도 포근한 기분이었다. 비누거품이 가득한 따스한 물에 누워서 둥둥 떠다니는 듯한 그런 느낌.

‘으, 음...내가 잠들었었나 보구나...’

비몽사몽간에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지만, 상혁은 이 달콤한 느낌을 놓치기가 너무나 싫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인식을 해버리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점점 더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데도, 달콤하고 짜릿한 느낌은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게 아닌가?

‘어? 이건 분명..’

그제서야 몸의 감각이 확실히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 바로 느껴지는 아찔한 쾌감, 그건 바로 자지에서였다. 따스하고 축축한 혀가 귀두를 부드럽게 마찰하면서, 동시에 기둥과 불알을 애무하는 능숙한 손놀림.

‘미현이 누나가 몰래 들어왔구나...후후후~ 하여간에 대단하다니까.....아, 아니, 그게 아니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자신의 마지막 기억은 분명히 은주 곁에서...

“후읍~ 웅~ 웅~”

“으흐~”

깊숙이 빨려 들어가면서 귀두가 강하게 조여지는 느낌에,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고서 손을 내렸다. 그러자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잡히더니, 누군가가 움찔하며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자지를 타고 오르내리는 입의 움직임이 더욱더 빨라졌다.

‘트, 틀림없어, 은주야! 어, 어떻게 된 거지?’

눈을 뜨고 둘러보자 여전히 은주의 방이었다. 자신은 그녀의 침대 위에 누워있는 상태이고.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억누르며 조심스레 아래쪽을 향하자, 뽀얀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자신의 아랫도리에 달라붙어있었다. 길다란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하게 늘어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릎을 꿇고 엎드린 탓에 보름달처럼 탐스러운 엉덩이가 시야를 가득 메워왔다.

그걸 보는 순간 저게 누군지 당장에 알 수가 있었다. 모델에 뒤지지 않는 균형 잡힌 몸매와 유연한 저 허리, 이 집에서 저런 체형을 가진 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으, 은주 누나!!”

그 순간 자지를 강하게 빨던 느낌이 멀어지더니 고개를 쳐든다. 맞다, 은주다. 그녀가 마치 벼리처럼 소리도 없이 스르르 미끄러져 올라왔다. 그리고는 그의 허리를 올라타고 앉은 채, 상체를 숙여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냥 이름만 불러...”

작지만 또렷한 음성이었다. 아까처럼 착각 따위는 절대 아니었다. 지금 그녀는 아주 맑은 정신으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상혁은 어리둥절하면서도 환희로 가슴이 벅차왔다.

“은주야...”

“그래, 상혁아...내게 키스해줄래?”

“은주야~”

상혁은 매끄러운 나신을 와락 껴안으며, 아주 뜨겁게 그리고 소중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런데 그가 감격할 일은 그게 시작일뿐이었다. 은주는 키스를 나누는 중에도 허리를 움직여 자신의 보지를 기둥에다 비벼왔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녀의 아랫도리는 완전히 물바다였다. 기름통을 쏟기라도 한 것처럼, 미끌미끌한 보짓물이 자지는 물론 두덩과 아랫배까지 적셔올 정도였다.

‘서, 설마 지금 이대로 하려고?’

자지를 길게 타고 앉아 기둥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보짓물을 발라대던 그녀가, 엉덩이를 살짝 쳐들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치솟은 자지 끝을 더듬어 보지구멍에다 맞추는 게 아닌가? 손으로 거머쥔 것도 아니고, 하체만 움직여 그걸 해내는 그 능숙함에 채 감탄하기도 전에, 이미 조금씩 밀려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놀람도 금새 사라져버렸다.

‘으흑~ 은주야~ 넌 정말...’

어떤 재주를 부리는지는 몰라도, 쏙~ 하고 빨려 들어간 귀두를 잘근잘근 씹어대는 것 같은 아찔한 감각에 휩싸였다. 게다가 보지의 저 안쪽 깊은 곳이 ‘쭈욱~ 쭉~’ 조이면서, 마치 입으로 빨아들이는 것 같은 강력한 흡입력까지 보이고 있었다.

상혁은 아랫도리가 녹아 내리는 듯한 쾌감에 헐떡거리며,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은 채 더욱더 뜨겁게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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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자신의 위에 엎드려 있는 은주를 꽉 껴안은 채, 아직도 쾌감의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녀가 가쁜 숨결을 토해낼 때마다 보지가 ‘바르르~’ 잔물결을 일으키며 자지를 쥐어짠다. 굉장하다, 정말로 굉장한 여자다. 오죽하면 지루로 고민했던 그를 여성상위만으로 20여분 만에 사정하게 만들었을까!

“정말 처음 맞아?”

“응, 왜?”

느닷없는 그 말에 상혁은 찔끔하면서 시치미를 뗐다. 사실상 들킬 이유가 전혀 없었다. 미현에게 배운 기술을 써보기는커녕, 그냥 일방적으로 내리 찍히다가 ‘찍~’ 싸고 말았으니.

은주가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너만큼 오래 버틴 남자는 처음이거든? 나..오줌까지 지렸어...그냥 빛 좋은 개살구일줄 알았는데...흐응~ 쪽~ 쪽~ 우리 상혁이 너무, 너무 예뻐~”

묘한 기분이었다. 어쨌던 은주마저 이러는 걸 보니, 자신이 남들보다 오래한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남자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칭찬이니 뿌듯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녀를 거쳐간 남자가 도대체 얼마나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저 말투는 썩 유쾌하지가 않았다.

물론 그게 얼마나 못난 마음인지는 스스로도 잘 안다. 당장만 해도 자신은 미현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그녀는 남의 아내였다. 욕을 먹어도 그가 더 욕을 먹을 짓을 한 거다.

게다가 여자인 미현의 드넓은 마음씀씀이를 생각해보면, 남자라는 놈이 이렇게나 졸렬한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래, 미현이 누나가 그랬잖아? 내 장점이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거라고...앞으로 차근차근 고쳐나가면 되는 거야...은주야, 미안해...’

마음 속으로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러고 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같았다.

“은주야...”

“응...”

“근데 왜 갑자기...그게 그러니까...”

“호호호~ 자는 너를 따먹었냐고?”

“켁~”

뜨겁게 사랑을 나눈데다가 이렇게 몸까지 결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저런 화끈한(?) 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기야 어이없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상혁 역시 그저 습관적으로 나오는 것일 뿐, 이제는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다. 아니, 갑자기 다소곳해지면 오히려 어색하고 낯설 것이다.

“여러 번 기회를 줘도...끝까지 몸을 사리는데 어떡해? 나라도 나서야지.”

“끙~ 그러면 아까 그러던 게 모두 쇼였어?”

“호호호~ 깜빡 속았지?”

“쩝~~”

머리 좋은 사람은 확실히 연기도 잘 하는가 보았다. 그 정도면 전문배우를 뺨친다.

그때 은주가 굉장히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완전히 연기는 아니었어, 정말로 많이 취했었어...일부러 술을 급하게 마셨거든? 그러면 네가 당연히 덮칠 줄 알았는데...너 그거 아니?”

“뭐가?”

“신사적인 남자가 멋있긴 한데...그건 듬직한 오빠나 친구일 때뿐이야...”

애인으로서는 성적인 매력이 떨어진단다. 때로는 엉뚱하고 본능에 충실한 남자가 훨씬 더 자극적이라나?

“..그래서 고민했었어...그냥 착하고 귀여운 동생으로 평생 알고 지내는 것도 꽤 좋을 것 같았거든?”

순간 상혁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녀가 몸소 이렇게 자신을 겁탈해주시는 은총(?)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정말 손에다 쥐어준 떡도 못 먹을뻔하지 않았던가? 은주는 절친한 의리남매로 만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로서는 천만의 말씀이었다. 그랬다간 천추의 한으로 남을 테니.

“그랬는데...”

“그랬는데 왜 마음이 바뀐 거야?”

사실 그도 그게 너무나 궁금했다. 만약에 은주가 자신에게 반했었다면, 이미 예전에 일을 저질러도 벌써 저질렀을 것이다. 미현의 말에 의하면, 자신을 좋아하는 게 사실일지라도 본인 스스로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네가 한 말 때문에...”

“응? 내가 무슨 말을...서, 설마...깨있었어?”

상혁은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 물었다.

“언제부터야? 그리고 어떻게 날 안 건데? 난 전혀 기억에 없는데..”

상혁은 자신이 무심결에 중얼거렸던 ‘오래 전부터 그리워했다’는 그 고백을, 그녀가 들었다는 걸 알자 많이 당황스러워졌다. 다른 말로 꾸며대기에는 그녀의 과거사에 대해 아는 게 너무나 없었다. 괜히 어설픈 거짓말은 안 하는 것만도 못했다.

그렇다고 그대로 다 털어놓자니 그것도 꽤나 난감했다. 옆방에서 열심히 떡 치는 소리를 들으며 상상하다가, 그녀를 실제로 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말하면, ‘아~ 너와 난 그때부터 운명이었구나’하고 기뻐해줄까? 턱도 없는 소리다. ‘야~ 이 변태 같은 인간아!’라는 반응이 정상이지.

“으, 응...그게...사실은...”

재촉하듯이 빤히 바라보는 은주에 상혁은 우물쭈물 말문을 열었다. 물론 온전히 다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약간의 양념을 가했다. 첫 휴가를 나왔다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서 학교 앞 여관에서 자고 아침에 나오다 그녀를 우연히 보고 첫눈에 반했었다고. 이미 자신의 남성편력에 대해 상혁에게 그다지 숨김이 없었던 그녀의 태도를 고려할 때 그 정도는 무방할 것 같았다.

“호호호~ 밤새 포르노를 털어놓았던 그 군바리가 너였어?”

“커억~”

미처 생각을 못했다. 이쪽에서 잘 들리면, 그쪽도 마찬가지라는 걸.

그때 그녀가 갑자기 보지를 꽉 조여오면서 엉덩이를 돌렸다.

“아~”

귀두가 짓 씹히는듯한 쾌감이 퍼지면서 상혁은 허리를 들썩거렸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공세에 또다시 커지기 시작하는 자지. 마침내 완전히 부활한 자지가 보지 속을 가득 채우자 그녀의 움직임이 멎었다.

“흐응~ 솔직히 불어. 숨기는 게 있지?”

“아니야~”

정말 눈치 하난 기가 막힌 여자다. 하지만 상혁은 끝까지 부인했다.

그러자 은주가 방법을 바꿨다. 보지 안의 좁은 굴곡에다 귀두를 꽉 잡아놓고서는 그곳만 강하게 자극해오자 아찔해진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꽉 거머쥐고서 허리를 쳐올리는 순간 자지를 쑥 빼버리는 게 아닌가?

“으, 은주야?”

“빨리 말해, 안 그러면 여기서 그만한다?”

이, 이런! 어떻게 이런 치사한 걸로 협박을 하다니! 그렇다면 나도...

왠지 자존심이 팍 상해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상혁은 벌컥~ 소리쳤다.

“다 말할 테니까 빨리 계속해줘~~~”

크윽~!! 그래, 원래 여자와는 싸우는 게 아니라고 했어.

상혁은 그렇게 자신에게 변명하며, 다시 자지를 올라탄 그녀의 허리를 와락 껴안았다.

너무나 짜릿하게 조여오는 느낌, 조금은 비굴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니까. 또다시 시작되는 끈적한 열풍이 실내를 휘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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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서 돌아와, 밀린 빨래에다 청소를 하느라 정신 없이 바쁜 미현을 돕는답시고, 옆에서 얼쩡거리던 상혁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누나...할말이 있는데...”

“응? 뭔데?”

상혁 나름대로 꽤나 고심을 했었다. 비록 미현이 그렇게 권했다지만, 집을 비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은주를 낼름 해치워버린(?) 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렇다고 끝까지 숨길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라도 결국엔 눈치를 챌 테니까, 아니, 어쩌면 은주가 먼저 이야기를 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럴 바에는 자신이 먼저 털어놓는 게 도리였다.

“사실은...은주랑 둘만 있다 보니까...”

“어머~? 결국에 그렇게 됐구나?”

일부러 ‘은주 누나’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대했던 대로 미현이 곧바로 알아들었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이야기하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호호호~ 보약이라도 한 제 지어먹어야 하는 거 아니니?”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에 상혁은 졸였던 가슴을 겨우 풀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미안한 마음이야 여전했다. 그래서 부드럽게 껴안으며 속삭였다.

“누나, 사랑해..그리고 미안해..”

“왜 미안해?”

“..그게 그렇잖아? 사랑하는 누나가 있는데 또...”

“상혁아...”

“응...”

미현이 그의 목에다 팔을 두르고서 속삭였다.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이나 마음도 다 달라..살아가는 방법이 너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못된 것도 아니야...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해보려고 애쓰다가, 정 아니다 싶으면 그땐 차라리 그냥 외면해버리더라도 미워하지는 마, 그래 봐야 네 자신만 상처를 입을 뿐이니까, 알았지?”

“응..”

미현의 말은 때론 굉장히 난해하게 느껴졌다. 뭔가 깊은 뜻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모호하기만 한 지금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언제나 그랬으니.

어쩌면 그녀는 상혁에게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때문에 늘 그 스스로가 답을 찾을 때까지는 알려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한가진 확신할 수 있다. 그게 그를 향한 진실된 애정에서 나온 거라는 걸.

“난 내 방식대로 만족하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마, 물론...”

갑자기 상혁의 자지를 콱 거머쥐어왔다.

“얘가 나한테 소홀해지면...굉장히 슬퍼지겠지만...”

“후후후~ 누나...”

“어머?”

허리를 껴안은 채 공중으로 번쩍 들어올리자 탄성을 토해내는 그녀, 그 상태로 발걸음을 옮겨 싱크대 위에다 앉혔다. 그리고서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끌어내리고는, 그곳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후릅~”

“아흑~ 상혁아~”

이미 촉촉하게 이슬이 맺혀있던 그곳으로부터 달콤한 꿀물이 흘러 들었다. 상혁은 그 짜릿한 맛을 잠시 음미하다 일어났다.

“밥은 굶어도 상관없지만...이 보지를 건너뛰면 난 당장에 시름시름 말라 죽을 거야...”

“호호호~ 그러면 사랑하는 우리 애인에게 밥줄 시간이 된 건가?”

미소와 함께 두 사람의 입술이 서서히 마주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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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지나가는 날들이었다. 아름다운 두 여자 사이를 오가는 짜릿한 사랑놀이에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뭐, 그렇다고 학교생활을 등한시한 건 아니었다.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고 쪼개 그녀들에게 투자한 것뿐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군바리 생활에서 얻은 체력이 든든하게 받쳐주니 괜찮았다.

“오빠~”

“응, 그래, 벼리야..어서 들어와, 많이 힘들지?”

“아니, 괜찮아. 남들도 다 하는 건데, 뭘? 헤헤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인지 가방을 멘 채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헤실헤실 웃으며 좋아한다. 저 아이의 웃음을 보면 온 세상이 다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번 주말에 꼭 올 거지?”

“그래, 가야지...그 동안에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해...”

“아니야...언니들은 오히려 오빠한테 미안해하는데..”

그때 이후로 딱 한번만 모델을 서주었을 뿐이다. 주말마다 은주와 밖으로 나돌다 보니 그렇게 돼버려, 늘 마음에 걸렸던 상혁이다. 그래서 일부러 벼리를 통해 미리 약속을 잡아두었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확인을 하는 그녀를 보니,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면목이 없었다.

“후후후~ 뭐, 서로 미안해하니까 이번에도 신나게 삼겹살파티를 하면서 풀자꾸나, 어때?”

“앙~ 오빠는 역시 멋져~”

“어이쿠~ 벼리야~ 조심해..”

와락 안겨 든 것까지는 좋은데 지나치게 기분을 냈는지 거의 육탄돌격에 가까워, 순간 중심을 잃은 상혁은 비틀거리다가 방바닥으로 미끄러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엉덩이를 좀 강하게 찧은 것 빼고는 별 이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 아니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벼리를 껴안은 채 넘어지면서, 그녀를 보호하느라 밀어낸다는 것이 그만....

“벼, 벼리야...이건 오빠가 실수로...”

손아귀에 잡힌 봉긋한 가슴을 재빨리 놓은 상혁이 급하게 변명을 했다. 그러자 말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해, 그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들었던 벼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언니들 말처럼...정말로 큰 것 같아...”

순간 머리 속으로 천둥이 쳤다.

벼리의 시선이 자리한 곳은 바로 그의 아랫도리였다. 이 미친 생식기관이 벼리의 부드러운 젖가슴의 감촉을 느낀 그 짧은 찰나에도 곧바로 반응을 해버린 것이다. 사실 저번의 누드데생 때는 그의 강력한 반대로 벼리만 제외됐었다. 차마 그녀에게 자신의 자지를 보여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지금은 제 멋대로 가슴을 주무른데다가 이렇게 벌떡 서버리기까지 했으니.

“이번에는 나도 꼭 그릴 거야..”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단호하게 말한 그녀가 방을 휭~하니 나가버린 후, 상혁은 멍하니 앉아있었다.

‘큰일이네...벼리한테는 이럴 시간이 없는데...’

이제는 제법 여심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그이기에, 자신에 대한 벼리의 연정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누드를 그릴 때 그녀를 제외시켰던 것이다. 남자인데다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던 그마저도, 첫사랑의 감정에 허둥지둥 헤매지 않았던가? 하물며 이 중요한 시기의 벼리라면.

고목나무에서 뒤늦게 꽃이라도 피는지, 뜻하지 않은 여난에 상혁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

상혁은 눈물을 머금으며 속으로 외쳤다.

‘벼리야, 너무...진지한 거 아니니~~~?’

처음으로 모델을 서줄 때 너무나 열심히 그리는 모습에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건만, 똑같은 태도를 보고서도 상반되게 느껴지는 이 감정은 대체 무슨 모순일까!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벼리의 시선이 유독 자신의 가랑이에 못박혀 있으니 말이다. 평소의 맑고 투명하던 호수는 어디로 가고,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열기까지 느껴지는 그 눈동자에서, 엑스레이광선이 줄기줄기 뻗어 나오는듯했다.

한참 동안 자지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살짝 숙여 선을 몇 개 긋고는 또다시 원위치, 이렇게 반복하는 벼리의 행동 하나하나에다 신경이 쏠리다 보니, 이제는 도화지 위의 상황이 아주 자연스럽게 눈앞에 떠올랐다.

‘음, 저기서 저렇게 살짝살짝 꺾는 걸 보니까...귀두의 바로 밑부분을 그리고 있는...아, 아니!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참으로 요상한 일이었다. 4B연필이 하얀 종이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면서 내는 ‘사각사각’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더니, 이번에는 연필심이 귀두의 윤곽을 따라 흐르는 느낌마저 드는 게 아닌가?

‘으헉~ 좆 됐다~!!!!’

그런 상상이 들자마자, 갑자기 자지 끝이 간질간질해지면서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위기에 봉착한 상혁은 급히 타임스톱을 불렀다.

“자, 잠깐만...”

의아하게 쳐다보는 모두에게 화장실이 급하다는 핑계를 대고서,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가린 채 뛰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

“너도 봤지?”

“응, 분명히 커지는 것 같았어~”

“킥~ 킥~ 완전히 서면 얼마나 클까?”

“꺄~ 보고 싶어~”

“근데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됐을까? 혹시 나? 흐응~”

“이 계집애가 왠 헛소리? 나면 나지, 네가 거기서 왜 나와? 흥~”

상혁은 얼굴이 벌개졌다.

‘미치겠다~ 애들 앞에서 이게 무슨 개쪽이냐? 흑흑흑~’

성적인 면에서 개방적인 미대생들답게 경험들은 제법 있는 모양이다.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그 쪽팔림이 어디 딴 데로 가기야 하겠는가?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축 쳐진 불알이 허벅지를 ‘툭툭’ 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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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나머지 시간은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보내고서, 술판을 벌여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오빠~앙~”

“응? 왜?”

벼리의 친척언니인 여은이었다. 겉모습은 벼리처럼 귀엽고 여성적인데, 성격은 은주에 비견될 만큼 아주 화끈(?)한 재미있는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과장되게 콧소리를 내는 걸 보자 괜히 불안해졌다.

“아까 그런 거...저 때문이죠?”

컥~! 아니나 다를까, 어째 무사히 넘어간다 싶더니 기어코 걸고 넘어지는구나!

일단은 시치미를 뚝 떼고 봤다.

“그런 거라니?”

“아이~참~ 꼬추가 서려고 해서 오빠가 화장실로 도망갔었잖아요~~~?”

“푸흡~”

무심결에 넘기려던 술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우리나라말은 이런 면에서 정말 변화무쌍한 것 같다. ‘꼬추’라니! 이건 동네아줌마가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온 사내아이를 보고 하는 말이지 않나? 왠지 자신의 자지가 어린 시절처럼 자그마하게 줄어드는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지’라 불러달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뭐라고 입을 열기가 참 애매한 상황에서, 상혁은 그저 침묵만 지킬 밖에는.

“아니, 아니, 무슨 소리야? 아니죠? 오빠~ 저죠? 절 보고 꼬추가 설뻔한 거죠?”

“이 계집애가 또 끼어들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여자 넷이서 한꺼번에 목청을 높여대니, 갑자기 술이 팍 오르면서 어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독 난무하는 저 놈의 ‘꼬추’라는 단어를 듣고 있자니, 상혁은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가만, 가만...보아하니 요것들이 짜고서 날 놀리는 모양인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웃음을 참느라 얼굴들이 시뻘개져 있지 않은가? 자신이 여자들에겐 정말 갖고 놀기 좋은 존재라는 걸 또다시 자각한 상혁은, 괘씸한 생각이 들어 당장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자~ 자~ 조용~ 모두 주목~!!”

그가 한 손을 쳐들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서 쳐다보았다.

‘흐흐흐~ 요것들아~ 어디 한번 당해봐라~’

상혁은 짐짓 굉장히 갈등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차근차근 말했다.

“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너희들이 모두 예쁘고 섹시하니까 말이야...”

“어머~~”

“호호호~”

예쁘다는 칭찬을 싫어할 여자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까? 단번에 웃음꽃들이 확~ 피어난다.

상혁은 이때다 하고서 준비했던 멘트를 던졌다.

“안 그래도 너희들이 그리는 걸 지켜보면서..나도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거든? 그러니까 누구 때문인지 알아도 볼 겸 내 소원도 풀고...어때? 내가 너희들의 누드를 그려보는 거야, 그러면 확실하게 알 거 같은데...이 정도 소망은 들어줄 수 있겠지?”

순간 좌중이 조용해졌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이 긴장감이, 그에게는 아주 흐뭇한 기분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크크크~ 잔뜩 쫄았을 거다. 그러길래 왜 함부로 이 오빠를...’

의기양양했던 상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농담이 너무 심했던 걸까? 묵묵히 쳐다보던 네 명의 여자가 한꺼번에 일어선 것이다. 왠지 ‘우르르~’ 달려들어 지근지근 밟아댈 것만 같은 심각한 분위기에, 그는 등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더듬거렸다.

“아..하..하하...그, 그게...난 그냥 웃자고...어? 어? 어~”

상혁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미친 들소 떼처럼 달려드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선 채로 자신들의 상의에다 손을 가져간다.

‘이, 이게 어떻게 되는 거지? 서, 설마 정말로 벗으려는 건 아니겠지? 얘들아, 농담이었다니까~~’

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각자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 중에서 화끈한 여은이 제일 과격했다. 겉옷을 벗어나가는 남들과는 달리, 대뜸 옷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브래지어부터 빼낸 것이다. 상의 속에서 그것만 빼내는 신기한 재주에 감탄할 새도 없이, 그녀의 손에 딸려 나왔던 브래지어가 휙~하고 얼굴로 날아오자, 상혁은 기겁하면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그, 그마~안~~ 내가 잘못했어~~~”

그와 동시에 ‘까르르~’하고 터지는 웃음들, 그의 귓가에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킥킥킥~ 역시 오빠는 너무 귀엽다니까?”

생글생글 웃으며 그의 어깨에 걸렸던 브래지어를 챙겨 돌아서는 여은. 이 착한 애들마저 이러다니, 역시 요즘 여자애들은 너무 무서웠다.

그때였다. 지금껏 조용히 앉아만 있던 벼리가 특유의 매끄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섰다.

‘그래, 그래..우리 예쁜 벼리 밖에 없구나..이 오빠 편을 들어주려는 거지?’

반가움에 벼리의 머리를 쓱싹쓱싹 쓰다듬는 순간,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오빠, 한번만 만져보면 안돼? 그러면 진짜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끄으으~~”

절대로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곧바로 뒤이어서 ‘오빠의 꼬추’라는 말을 덧붙였으니까.

벼리야 그런 나쁜 말은, 한 귀로 듣고서 다른 귀로 흘려버려야 하는 거란다. 아, 아니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지!

이 황당한 사태를 어쩔 거냐고 묻는 듯한 시선을 쭉~ 돌리자, 다른 여자애들이 슬금슬금 눈길을 피하며 뒷걸음질치는 걸 보니, 역시 여기에서도 벼리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양이었다.

너무 놀란 탓인지, 잡생각으로 자꾸만 현실을 외면하려는 정신을 붙잡으면서, 상혁은 벼리를 바라보았다.

“벼, 벼리야...아무리 우리가 가깝다고는 하지만...그건 좀 그렇지 않니? 그냥 모델을 서주는 거하고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정돈 너도 알잖아?”

그러나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벼리, 왠지 자꾸 궁색해지는 기분이 든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고개를 돌려보자 어느새 모두들 밖으로 도망가고 아무도 없었다.

이 배반자들 같으니!

상혁은 마음 속으로 이빨을 부드득~ 갈고는 바짝바짝 타오는 입술에다 침을 발랐다.

“음...그러니까...사랑하는 연인이나..부부 같은 그런 사람들끼리만이 손댈 수 있는 곳이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아니...가족간에도 안되잖아?”

지금껏 듣고만 있던 벼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웅~ 그건 가슴도 마찬가지인 거 아니야?”

자신의 젖가슴을 살짝 잡아 보이며 그렇게 되물어오는 벼리에,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 비틀거리고 말았다. 그날 저지른 실수가 결국엔 이렇게 비수가 되어 날아온 거다. 하지만 상혁은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서 바짝 다가서며 속삭였다.

“벼, 벼리야..너 설마 언니들한테 이야기한 건 아니지?”

“응, 아직은...”

크윽~ ‘아직은’이라니, 이건 분명 협박이다.

그제서야 벼리의 맑은 눈동자 너머로 어렴풋이 서린 웃음기를 알아볼 수가 있었다. 하기야 아무리 순진하다손 치더라도, 스무 살이나 된 여자아이가 그 정도 사리판단도 못할까? 애초부터 딴 목적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재빨리 협상에 들어갔다.

“자~자~ 원하는 걸 말해보렴~ 이 오빠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어줄 테니까..”

“헤헤헤~”

역시나 예상이 맞았던가 보다. 환한 저 미소가 오늘따라 두렵게까지 느껴진다.

상혁은 지금 또 하나의 소중한 교훈을 배우는 중이었다. 여자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가 타고난 연기자라는 것,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머리 위에서 노는 상위의 존재라는 점까지.

“웅~ 다음주말에는, 나랑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먹으면서, 하루 종일 같이 있어줘...치~ 만날 은주 언니하고만 놀러 다니고...”

순간 상혁은 가슴이 찡해졌다. 이 아이는 외로웠던 것이다.

처음으로 마음을 주고 의지가 되던 사람이, 다른 여자와 사랑을 속삭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게 얼마나 슬프고 힘들었을까? 그건 순전히 그의 잘못이었다. 친동생처럼 예쁘다고 백날 떠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이런 것 하나 알아채지 못하고서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

같은 하숙집에 사는 사이일 뿐인데 너무 오버한다고 말할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상혁의 생각은 달랐다. 남에게 쉽게 속내를 안 내보이는 이 아이가 마음을 열고 다가오게 만든 건 그 자신이었다. 그래 놓고서 나 몰라라 방치한다면, 그건 사람의 진심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밖에 안 된다.

“그래, 그렇게 하자...미안해, 벼리야...우리 예쁜 벼리가 이렇게 심심해하는 줄도 모르고...이 바보 오빠가 밉지?”

“오빠~”

와락 안겨 들더니 가슴팍에다 얼굴을 비벼온다. 따스하고 포근하다.

사랑스러운 아이,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아주 여리고 여리다. 어쩌면 자신을 향한 벼리의 순정을,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억지로 외면하는 자체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미현이 말한 것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찌 천편일률적일 수가 있겠나? 벼리를 사랑스러운 동생으로 여기는 자신의 마음 속에도, 어쩌면 조금쯤은 여자로서 생각하고 있을 거다.

“앙~ 벼리한테 선수를 뺏겨버렸어~”

“바보야~ 원래부터 오빠는 벼리 거였는데 그것도 몰랐어?”

“아~ 그랬구나~ 그래서 오빠가 내 미모에도 꿈적 안 하고...”

언제 돌아왔을까? 배신자들이 뒤에서 재잘재잘 입방아를 찧고 있었다.

상혁은 이빨을 으드득~ 갈면서 돌아섰다.

“크으으으~ 이번에 정말로 다들 홀랑 벗겨서, 문밖에다 거꾸로 매달아놓고 말 테다...거기 서~!!!”

“꺄악~~”

팔을 걷고서 덤벼들자 ‘우당탕~’ 요란하게 흩어지는 그녀들, 하지만 그 얼굴들에는 따스한 미소가 묻어있었다. 그녀들 역시 벼리를 진정으로 아끼는 거다. 때문에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는 저렇게 좋아하는 중이고. 상혁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웃음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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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은 상호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그냥 안으로 들어서려다가 일단 전화를 먼저 걸었다. 그러자 잠시 후 밖으로 마중 나온 은주를 만날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인데?”

“으, 응...그러니까...”

도서관에 늦게까지 있다가 슬슬 나서려는 순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학교 근처의 술집에 있으니 좀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혹시 많이 취했나 싶었더니 그도 아니었다.

“사실은...”

학교 다닐 때의 서클선배인 두 남자와 함께 있단다. 그 둘은 원래부터 친구 사이였지만, 그녀와는 그렇게까지 가까운 관계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졸업 후에 종종 연락이 와, 가끔씩 술자리를 갖다 보니 제법 친해졌다나? 그런데 오늘은 어쩌다가 은주가 자신의 새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흘린 탓에, 그 중 한 사람이 당장 불러내라고 성화였다는 거다.

“미안해...”

“후후후~ 뭐가 미안해? 나도 종일 책만 봤더니 목이 칼칼했는데, 잘 됐네? 뭐~ 불러내라고 시킨 사람이 쏘는 거 맞지?”

“쿡쿡~ 응~ 마음 놓고 양껏 땡겨버려~~”

그러면서 은주가 그들에 대해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갓 서른이라는 그들은, 한 사람은 유부남이고, 상혁을 불러내라고 종용한 다른 사람은 작년엔가 이혼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최근에 재혼할 상대가 생겨, 그걸 축하하기 위한 술자리가 만들어진 거란다.

“이혼하면서 애에다가 집까지 홀랑 다 뺏기고, 보험영업을 하는 걸 내가 몇 개 들어줬거든?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얻어먹어도 돼..”

“뭐~ 그렇다면야~ 후후후~”

은주가 슬쩍 빼먹은 게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걸 내색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뭔가가 있다고 해도 다 과거지사일 뿐이니까. 그녀의 남자관계야 익히 알고 있던 바가 아니던가? 괜히 거기다 골머리를 썩혀봐야 시간낭비에 감정낭비였다.

손을 잡고서 계단을 올라가다가 그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응? 왜? 뭘 빼먹었어?”

“응~ 뽀뽀~”

“후후후~ 우리 예쁜이..사랑해...”

입술을 뾰족이 내미는 은주, 가끔씩 보여주는 이런 여성스러운 모습이 굉장히 사랑스럽다. 상혁은 계단중간에 선 채로 그녀의 달콤한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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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사를 나눌 때부터 기분이 팍 상했던 상혁이다.

어떻게 된 놈(?)이 기본적인 매너조차 없었다. 지들끼리 있었을 때야 어쨌던 간에, 새로운 일행이 나타났으면 당연히 그 사람을 위해 자리를 재조정하는 게 정상이다. 하물며 남자친구다. 그런데도 이혼남이라는 그 자식이 은주의 옆자리를 떡하니 지키고 앉은 것이다.

게다가 상혁의 인사에도 여전히 다리를 꼰 채 고개만 까닥거린 거하며, 대뜸 반말지거리를 해댄 것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사소한 일까지 따지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평소 행동은 모르겠지만, 은주나 나머지 한 사람은 그의 그런 무례한 행동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 씨발 놈이 가만 보니까 은주한테 마음이 있나 본데...’

아니, 어쩌면 둘 사이에 정말 뭔가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과거 잠깐일 게 뻔했다.

언젠가 은주가 자기 입으로 분명히 말한 게 있다. 자신이 그다지 조신하지 못한 여자이긴 하지만, 마음에 없는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 없을뿐더러, 절대로 양다리는 걸친 적도 그리고 걸칠 생각도 없다고.

그 이야기가 나왔던 게 아마, 상혁이 ‘불쌍한 숫총각에게 보시를 하느라고, 남자친구에게 죄를 지은 게 아니냐?’라고 농담을 해서일 거다. 그때 그녀는 정색하면서 화를 냈다. 물론 상혁은 싹싹 빈 다음, 무르팍이 까지도록 열심히 몸으로 봉사해 용서를 받았었다.

그나저나 진짜 황당한 인간이 아닌가? 곧 재혼을 한다는 놈이 이런 개구신을 부리다니.

은주의 얼굴을 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억지로 참자니,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은주야, 그만 일어서자. 더 마시면 내일 출근하기 힘들 테니까...”

“으, 응..그게 좋겠어...오빠~ 우리 먼저 일어설게..”

“그래라...우린 좀 더 있다 갈 테니까 먼저들 가...상혁 씨, 오늘 반가웠어요.”

상혁의 곁에 앉았던 그가 작게 뒷말을 덧붙였다.

“미안해요...저 자식이 저럴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나중에 내가 사과하는 의미로, 좋은 데서 술 한잔 살게요..”

“하하하~ 아니에요, 형님...저도 오늘 형님을 만나서 참 기분이 좋네요...”

그래, 이 사람 덕분에도 그나마 참을 수가 있었던 거다. 어떻게 두 사람이 친구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완전히 천양지차였다.

상혁은 그에게 빙긋이 웃으며 화답을 하고 일어나, 은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은주가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녀 곁에 앉아있던 그 놈이.

“아이~씨~ 술 마시다 말고 가긴 어딜 가? 가려거든 상혁이 임마, 너 혼자나 가~!”

그러면서 은주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꺅~”

녀석의 품으로 쓰러지면서 비명을 지르는 은주, 테이블 위의 잔들이 엎어지면서 엉망이 되었다. 이건 룸살롱에서 아가씨에게 행패를 부리는 진상의 판박이다. 더군다나 은주를 술집여자쯤으로 취급하는 저 행동까지. 그걸 보는 순간 상혁의 꼭지가 완전히 돌아버렸다.

테이블을 돌아서 그쪽으로 다가간 그는, 일단 그 개자식의 팔을 꺾어 은주부터 떼냈다.

“으윽~ 이 새끼, 이거 안 놔?”

이미 웅성웅성하는 소리와 함께 종업원은 물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그나마 학교 앞이기에 당장에 경찰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상혁은 재빨리 놈의 울대를 콱 거머쥐면서 은주에게 속삭였다.

“은주야, 괜히 시끄러워지기 전에 내가 먼저 데리고 나가있을 테니까...형님하고 계산하고 천천히 나와.”

“사, 상혁아...”

“괜찮아, 걱정하지마...별일은 없을 테니까...알잖아? 내가 얼마나 간덩이가 작은지..”

“으, 응...”

일부러 장난스럽게 윙크하자, 은주가 주춤주춤 비켜주었다. 건너편의 초조하고 불안한 얼굴이던 나머지 한 명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상혁은 녀석의 팔을 뒤쪽으로 단단히 꺾은 채 목을 꽉 잡아, 큰소리를 못 내게 한 상태로 질질 끌다시피 밖으로 데려 나온 다음, 복도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쿨룩~ 쿨룩~ 너 이 새끼, 감히 선배한테..”

출입문을 잠그고서 놓아주자마자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서도 덤벼들만한 자존심조차 없는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비루먹은 강아지 같은 모습을 보니, 아주 작살을 내버리고 싶던 애초의 마음이 스르르 사라진다.

물론 그렇다고 적당히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상혁은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여전히 욕설과 저주를 퍼붓고 있는 놈의 따귀를 힘껏 날려버렸다.

“억~ 이, 이, 이 새끼가!!!”

수치스러울 거다. 주먹도 아니고 손바닥으로 뺨을 맞았으니. 하지만 워낙 강하게 맞은 탓에 어지러운지, 비틀거리며 악만 바락바락 쓴다. 아마 누군가가 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주길 바라는 거겠지?

얄팍한 그 심사가 눈에 훤히 보여, 상혁은 비웃음과 함께 또 따귀를 날려버렸다.

“악~ 너~”

묵묵히 계속 때렸다. 악을 쓰던 그도 결국엔 얼굴을 가리며 피하려 했지만, 발등을 강하게 밟아버린 상혁 탓에 그걸 부여잡고 끙끙대다가 또 뺨을 맞고 말았다. 그렇게 십여 대를 때렸을까? 마침내 그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흑~ 이 자식~ 흑흑흑~ 개새끼...”

“쪽팔리죠? 선배면 선배답게 행동하세요...그래야 대우를 받고 삽니다...다시는 안 보길 바랍니다.”

얼굴 여기저기가 벌건 손자국과 함께 퉁퉁 부어있었다. 게다가 눈물에다 콧물까지 아주 가관이었다.

고발? 해볼 테면 해보라지, 그깟 따귀 맞은 걸로 2주 진단이나 나올까? 아니, 그런 걸 떠나서, 후배의 여자한테 집적대다가 뺨을 맞았다는 소리를 남에게 내뱉을 정도의 깡도 없는 놈이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안절부절못하고 서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사, 상혁아!”

“괜찮아...그냥 이야기를 좀 나눈 것뿐이야...”

그 말을 믿을 리가 있나? 화장실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

그래도 핏자국 따위가 보이지 않은 것에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상혁은 은주의 손을 꼭 잡으면서 뒤에 서있는 그에게 말했다.

“형님, 죄송합니다.”

“아, 아니...저 녀석이 워낙 실수를...”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대신 변명해주지는 마세요...그건 분명히 고의였으니까요...뺨 몇 대만 때린 것뿐이니까 다친 데는 없을 겁니다..다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웃으면서 뵈었으면 하네요...죄송합니다..”

“..내가 도리어 미안하죠...”

화장실로 들어가는 그와 스쳐 지나면서, 상혁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와서는 둘이서 묵묵히 걸었다.

‘휴~ 내가 그냥 좀 참았어야 했나?’

역시 폭력이라는 건, 그때 잠깐 후련한 것 같아도 늘 후회와 자책을 길게 남긴다.

그때 은주가 그의 어깨에다 머리를 기대어오면서 속삭였다.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뭐가 고마워?”

“그냥 이것저것 다...그 정도에서 잘 참아준 게 고맙기도 하고...나 대신에 혼내준 것도 그렇고...”

풀이 죽은 그녀의 어깨가 유난히 가냘프게 느껴진다.

“응? 왜?”

갑자기 우뚝 서버린 그에게 물어오는 은주를, 불 꺼진 건물의 뒤쪽으로 이끌자 눈이 동그래졌다

“사, 상혁아?’

좁다랗고 막다른 그곳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껴안으면서 키스했다.

갑자기 왜 이런 욕정이 치미는지 상혁 스스로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녀를 너무나 가지고 싶다는 충동이 폭발했다.

뜨거운 키스와 함께 거침없이 치마 밑을 파고들어 팬티를 끌어내리는 손길에, 은주 역시 어느새 그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지를 거머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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