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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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2박3일을 하숙집에 틀어박혀서 꼼짝하지를 않았다. 하기야 20년 넘어 열심히 부어왔던 적금(?)을 한번에 몽땅 빼내려니 그럴 만도 했다. 미현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모든 걸 다 받아주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것저것 가르쳐주었다. 덕분에 단기속성과정을 아주 훌륭히 이수해낸 상혁은, 이젠 초보자의 탈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는 제법 능숙하게 사랑을 나눌 수준이 되었다.

자신의 품에 안긴 따스하고 매끄러운 여체를 어루만지다, 상혁은 문득 입을 열었다.

“누나...”

“응?”

“고마워...”

“뭐가?”

그렇게 물어오자 말문이 막혔다. 무심결에 흘러나온 말이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동정을 떼줘서 고맙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서? 그도 아니면, 여자의 몸이라는 그 섬세하고 미묘한 악기(?)를 다루는 법을 너무나 상세히 가르쳐줘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구 들었지만, 그가 택한 건 아주 단순한 표현이었다.

“모두 다...”

“호호호~ 내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오히려 받은 기억만 나는데?”

“아니, 틀렸어. 누난 아주 소중한 걸 주었어...사랑이란 게 뭔지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 받을 때,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확실히 느꼈거든? 누나 덕분이야, 그건 인정하지?”

그러자 미현이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이런 감정을 또다시 느끼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네가 처음 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왠지 가슴이 뛰긴 했지만...사랑해~”

그녀가 부드럽게 키스를 해왔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렇게나 친숙하게 느껴졌던가? 이미 첫 대면부터 서로를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지금도 그녀에 대한 강한 욕구가 일어나는 중이었다.

“하아~ 앞으론 조심해야겠는걸?”

“응?”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은 미현이 순식간에 딱딱해져 버린 자지를 거머쥐면서 속삭였다.

“내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몸을 올려오더니 보지로 이끈다. 그녀 역시 상혁 못지않게 쌓이고 쌓였던 열정이 폭발하는가 보았다. 왜 그렇지 않을까? 한창 무르익은 30대 초반의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남편 얼굴보기가 가뭄에 콩 나듯 했으니.

녹아버린 치즈마냥 벌써부터 뜨겁게 끈적거리는 보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마자, 자지 끝에서 시작된 짜르르한 쾌감이 상혁의 온몸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아흑~ 좋아~”

“하아~ 누나~”

내일이면 은주가 돌아오는 날이기에, 둘만의 꿈같던 시간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인지 미현도 더욱더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물론 앞으로도 달콤한 밀회의 순간을 가지기야 하겠지만, 이번처럼 운 좋게 모두가 집을 비우는 일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거다.

“아앙~ 자기 자지~ 너무 좋아~ 아흑~”

빠르게 쳐올려대는 자지에, 그녀의 엉덩이가 맷돌이 돌아가듯 요분질을 치며 달뜬 신음을 토해냈다. 아마 저러다가 절정에 가까워지면, 또다시 ‘여보~’라는 짜릿한 그 말을 내뱉을 거다. 상혁은 그걸 잔뜩 기대하며 뾰족하게 성이 난 젖꼭지를 입에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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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뜨거운 밤을 보내고서 느지막이 잠든 탓에, 아침마저 거르고 자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숫총각~ 이 누나가 없어서 많이 심심했지?”

사실 상혁은 잠들기 직전까지도, 문제가 생겨서 귀국이 며칠 늦어질 것 같다고 전화해오는 은주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근데 그런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기는 고사하고, 이렇게 들이닥치자마자 단잠부터 깨우니 심사가 고울 리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는 ‘헌 숫총각’이 아닌 명실상부한 ‘헌 총각’임에도, 왜 저 소리를 듣는 순간 울컥하게 되는 걸까? 이건 혹시 ‘파블로프의 개’처럼 길들여진 상황에서 나오는 조건반사?

“휴~ 잘 다녀왔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객지에서 아프면 서럽기만 한데...”

“으, 응...나야 원체 건강하니까...고마워, 걱정해줘서...”

“후후후~ 당연히 걱정이 되지. 피곤할 텐데 빨리 옷부터 갈아입고 씻어. 내가 커피를 타놓을 테니까 이야기는 천천히 하고..”

“그, 그래...”

이런 게 마음의 여유란 걸까? 상혁은 순간적으로 울컥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새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서 부드럽게 응대하자, 오히려 은주가 당황스러워하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약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던 그녀가 멈칫하더니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너...뭔가 좀 변했다?”

“응? 내가? 별로 그런 거 같지 않은데?”

역시 무서운 개 코다.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찔끔해지는 걸 애써 감추고서 태연을 가장했다.

“음~ 그냥...약간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랄까?”

“후후후~ 나야 원래부터 멀쩡한 성인인데, 지금까지 누나가 애 취급을 했던 거지.”

“그, 그런가? 커피 맛있게 부탁할게~”

“응, 알았어...”

다시 고개를 돌리는 은주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이었을까? 어쨌던 조금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이 제법 귀여워 상혁은 미소를 지었다.

“아함~ 누나도 많이 피곤할 텐데..”

기지개를 켜면서 미현을 걱정했다. 외출할 일이 있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거의 새벽까지 탐했으니. 물론 그녀 역시 원했던 일이지만 말이다.

상혁은 머리를 흔들어 잠을 깨우고는, 커피를 타기 위해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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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적응이 안 되는지 연신 하품을 해대면서도 쫑알쫑알 쉴새 없이 떠드는 모습에, 상혁은 자꾸만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후~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 같더니...꽤나 보고 싶었던 모양이네?’

확실히 시야가 넓어진 모양이다. 전 같으면 저게 무슨 짓인가 하고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 있을 텐데, 지금은 은주의 그런 속내와 함께 정까지 느껴지는 걸 보면. 한참 떠들고 있던 그녀가 말을 멈추고서 빤히 쳐다봐왔다.

“응? 왜 멈춰? 한참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너 뭐니?”

“엥? 뭐라니?”

“그 표정..”

“내 표정이 어때서? 누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웃고 있는 것뿐이야. 괜한 오해는 말라고.”

혹시나 비웃는 걸로 오해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재빨리 설명을 갖다 붙였다.

“...꼭....오빠 같은 얼굴이잖아? 지금..”

“어? 오빠?”

벼리를 바라볼 때 짓는 얼굴을 한 건가? 여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일이 거울을 보며 확인한 적도 없으니, 알 턱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조금 전까지 그녀를 바라보던 자신의 감정이, 벼리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닮지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은주의 저 반응은 뭘까?

상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나한테 오빠가 있었어? 언니만 있다고 전에 언뜻 들었던 거 같은데...”

그러자 은주가 입을 삐죽거리더니 벌떡 일어섰다.

“치~ 됐어. 나 그만 잘래..저녁 먹을 때 깨워줘.”

“으, 응...알았어. 푹 자.”

마치 삐치기라도 한 듯이 세침을 떼며 돌아선다. 간만에 봐서일까? 그녀의 저런 모습이 상혁은 굉장히 낯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성스러움이 확 느껴져 조금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누가 뭐래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임에는 틀림없으니까.

“어머~! 잘 다녀왔니?”

“응, 언니, 언니도 잘 있었어?”

복도 쪽에서 들려오는 대화, 아마 미현이 막 돌아오는 길이었던가 보다.

상혁은 미현의 나긋나긋한 음성, 비음이 섞인 탓에 어떻게 보면 교태를 부리는듯한, 을 듣자마자 벌써부터 아랫도리부터 뻐근해져 왔다. 은주가 자리를 뜬 다음이라 다행이었다. 이건 하루빨리 적응이 되어야 할 문제였다.

둘이서 잠시 떠들던 소리가 끊어지고, 곧바로 미현이 나타났다.

“다녀왔어요? 누나~”

“응~”

둘만 있을 땐 말을 놓는 상태였지만, 그 정도만이 아니라 종종 ‘미현아’하고 부르는, 혹시나 은주가 들을까 싶어 예전처럼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상혁은 식탁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속삭였다.

“많이 피곤하지? 누나..”

“호호호~ 아니, 괜찮아, 오히려 기운이 펄펄 나는 걸? 우리 애인덕분에 회춘하나 봐~”

달콤한 미소를 짓는 미현에게 은주의 방 쪽을 눈짓으로 가리키자, 그녀가 안심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며시 자지를 잡아왔다.

“5분만 있으면 정신 없이 잠들걸? 그리고 나선 아마 업어가도 모를 거야.”

“후후후~ 누나도 계속 내 생각만 했구나?”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껴안으면서 젖가슴을 거머쥐었다. 손아귀에 가득 차오는 너무나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촉, 상혁은 뜨거운 열기가 저 아래쪽에서 확 올라오는 걸 느꼈다.

“너무 젖어서 걷기가 곤란할 정도였어...화장실에 들어가서 보지를 닦아낸 것만 해도 몇 번인지 몰라..”

유혹하듯이 내뱉는 뜨거운 속삭임, 저 말을 듣고도 어찌 보지로 손이 가지 않을까? 상혁의 손은 젖가슴을 떠나 치맛단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때 미현이 손목을 잡더니 조금 크게 말했다.

“아까 버스를 타다가 허리가 약간 삐끗한 것 같아, 좀 주물러줄래?”

“응~ 알았어요, 누나...”

그래도 혹시나 싶어 재삼 확인사살을 하는 그녀다. 그 정도 눈치야 있는 상혁이기에 당연히 장단을 맞춘 거고. 둘은 손을 맞잡은 채 안방으로 들어섰다.

과거의 영화(?)를 보여주듯이 값비싼 가구가 빼곡하게 들어차, 방바닥으로는 한 사람만 겨우 누울 공간이 남아있었다. 이곳이라면 두 사람이 침대에 같이 있어도,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다. 앉을 데라고는 그나마 그곳뿐이니.

“그런데 정말로 허리를 다친 거야?”

“호호호~ 버스에서 다친 게 아니라...어떤 남자가 하도 올라타서 뻐근해...”

장난스러운 대답에 그는 부드럽게 키스를 해주고서 말했다.

“후후후~ 엎드려봐, 아프게 만든 사람이 당연히 책임져야지.”

“네~ 의사선생님..”

미현이 침대 위로 엎드리자, 상혁은 폭신한 허벅지를 올라타고서 허리를 주무르다가, 더 밑으로 내려와 탱탱한 엉덩이의 그 기막힌 손맛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치마가 밀려 올라가면서 가랑이 사이가 언뜻 내비쳤다.

새하얀 허벅지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가 합류한 가장 깊고 깊은 계곡, 그 사이에 숨은 옹달샘을 가린 아주 작은 천막(?)은, 그녀의 고백처럼 얼룩져있었다. 그것도 허옇게 말라붙은 바깥쪽과 새로이 젖어오는 중심부분이 공존하는 너무나 짜릿한 상태로.

상혁은 엉덩이에 있던 손을 옮겨 허벅지에서부터 올라갔다. 따스하면서도 비단처럼 매끄러운 살결을 꾹꾹 거머쥐다가 점점 더 중심부로 향해서는, 엄지손가락으로 도톰한 두덩을 슬쩍슬쩍 건드리자, 그녀가 움찔움찔하면서 가쁜 숨결을 토해냈다.

“아앙~”

팬티 위에서만 맴돌며 안달하게 만들던 엄지가, 마침내 천을 들치고서 안으로 들어가 직접 자극하자, 신음을 흘리고는 ‘파르르~’ 떨었다. 그때 그녀가 유혹하듯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말했다.

“커다란 주사도 꼭 놔주실 거죠?”

“크크크~ 아주, 아주 듬뿍 놔드릴게요, 예쁜 아가씨..”

참으로 매혹적이다. 너무나 뜨겁고 음란한데도, 추하다거나 질척한 느낌이 들지 않게 만드는 요정 같은 여자다.

흥분으로 마구 뛰는 심장을 달래며, 살랑살랑 춤을 추는 엉덩이에서 팬티를 끌어내리자, 자그마한 천의 아래쪽이 완전히 젖어서는, 꿉꿉한 느낌과 함께 농밀한 내음을 실내로 가득 퍼뜨렸다.

상혁은 아찔한 그 냄새에 목구멍이 바짝 타와, 팬티를 완전히 빼내고서 그녀의 엉덩이를 벌리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후후후~ 일단은 소독부터 해야겠군요.”

“네~에~”

귀엽게 대답하며 엉덩이를 들어주는 그녀, 뽀얀 두 동산 사이에서 끈적하고 투명한 물을 토해내는 새빨간 보지에다 혀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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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과 생활하는 건 꽤나 야릇한 기분이었다. 한 명은 깊은 관계에 있는 연인이고, 나머지 한 여자 또한 묘한 인연이 있었으니. 게다가 둘 다 이미 익을 대로 익어, 농익은 여자의 냄새를 풀풀 풍겨대니 더더욱 그랬다.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또 뭐가?”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볼만한 그런 환상적인 상황에서도, 상혁의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던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무르팍에다 턱을 괸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은주 때문이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후 요 며칠 동안, 걸핏하면 그의 방에 죽치고 앉아 저런 식으로 빤히 쳐다보니 그럴 수 밖에. 가뜩이나 미현과의 일을 들킬까 가슴이 조마조마한데 말이다. 물론 철저하게, 그녀가 출근하고 없는 낮 시간에만 사랑을 나누기에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말이다.

“분명히 똑같은 얼굴인데...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가 있는 거지?”

“어~?”

상혁은 그냥 무시하려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그의 가슴 속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은 탓이었다.

“알아듣게 말을 좀 해봐, 그래야 내가 뭐라도 대답을 해주지..”

“치~ 됐네요~ 잘 자...”

“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내내 사람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어놓고는, 느닷없이 벌떡 일어서 방을 나가려는 은주. 상혁은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솟아나면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도대체 뭔데 그래? 아이~씨~ 생리 중이야? 헉~!!”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으로나 하던 말이 무심결에 흘러나와버린 것이다. 그의 등으로 서늘한 기운이 흐르면서, 식은 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누, 누나...그게...그냥...그, 그러니까...”

상혁은 서서히 다가오는 은주를 바라보며 더듬더듬 변명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미현에게는 그렇게나 매끄럽게 순발력을 발휘하던 화려한 언변이,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의 코 앞까지 들이닥친 은주, 입맞춤이라도 할 것처럼 바짝 들이밀어진 그 아름다운 얼굴이 매혹적이기는커녕 마치 저승사자 같다. 왠지 그녀의 등 뒤로 시퍼렇게 날이 선 커다란 낫이 메어져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드디어 서서히 벌어지는 빨간 입술, 선혈이 뚝뚝 흐르는 듯한 그 살벌한 살갗 사이로 스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알았어?”

“켁~!!!”

“호호호~ 그렇구나, 그날까지 알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구나...짜식, 그러면 그렇다고 진작에 말하지...귀여운 녀석~ 쪽~ 잘 자..”

너무나 예상 밖의 말에 멍해지는 순간 촉촉한 느낌과 함께 입술을 덮친 은주가, 그의 뺨을 ‘톡톡’ 두드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나가버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굳어져있던 상혁이 정신을 차린 건 한참 후였다. 그는 자신의 입술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건...참...어째 만날 당하기만 하는 건지...”

어차피 순결(?)한 입술도 아니었다. 미현을 예외로 두더라도 벼리에게마저 도둑맞았던(?) 곳이다. 하물며 아옹다옹하긴 해도 첫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만들었던, 은주의 입맞춤이 싫을 턱이 없다. 다만 여자들에게 늘 먼저 덮쳐지는 자신이 조금은 한심해서 나온 탄식이었다. 물론 다른 남자들이 알면 돌멩이가 무더기로 날아올 배부른 소리지만.

“근데...은주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가뜩이나 요 며칠 동안 상혁을 심난하게 만들었던 은주다. 그가 편치 않았던 건, 스토커마냥 달라붙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던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갑자기 여자의 느낌을 강하게 풍겨와, 이젠 웬만큼 정리가 되었다고 여겼던 그의 마음을 다시금 흔들어놓았던 탓이 더 컸다. 미현과 그렇게 되기 전이라면 기뻐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고민거리일 뿐이었다.

“미현이 누나는 뭘 좀 알려나?”

하지만 그것 또한 꽤나 고심을 하게 만든다. 같은 여자인데다가 오랫동안 친 자매처럼 지내온 두 사람이라면, 미현이 뭔가 아는 게 있을 거다. 그렇다고 대놓고 묻기가 좀 그랬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다 얘기해야 할 테니.

“끙~~ 은주야, 은주야...너하고는 정말로 조용할 날이 없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상혁은 내심 자신이 비겁하다고 느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꽤나 두근거렸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환희에 가까운 감정이다. 은주가 보였던 행동과 말들이 뭘 의미하는지를, 아무리 바보라도 모를까?

혼자의 착각이든, 정말로 상혁의 속마음을 꿰뚫어본 것이든, 그녀가 기뻐하고 있었다는 사실, 즉, 그건 상혁을 남자로서, 그것도 꽤나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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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응...”

상혁은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벼리나 수한이 돌아오고 나면, 정말로 이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을 거다. 그때쯤엔 그도 새 학기가 시작될 테니.

“혹시...요즘 은주 누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

“은주? 왜?”

일단 시작하긴 했지만, 상혁은 막상 뒤를 이어가기가 참으로 난감했다.

왜 그렇지 않겠나? 방금 전까지 뜨겁게 사랑을 나누며 그녀의 보지 속에다 정액을 넘치도록 쏟아 붓고는, 알몸으로 부둥켜안은 채 서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여자에 대해 묻고 있으니.

그가 미적대기만 하자, 미현이 피실 웃더니 다정하게 속삭였다.

“왜? 은주가 너하고 사귀자고 했어?”

“무, 무슨 소리야? 우리 둘이 얼마나 앙숙인지 누나가 잘 알면서?”

“호호호~ 앙숙?”

한참을 깔깔대고 웃은 그녀가 문득 웃음을 멈추고서 진지하게 말했다.

“보고 있으면 너희 둘은 앙숙이 아니라...부부 같아..몰랐니?”

“누, 누나?”

“내 말을 잘 들어...”

“으, 응...”

드물게 보이는 진중함에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바짝 긴장했다.

“상혁이 너한테 장점이 많다고 했지?”

“응..”

“하지만 그 반면에 단점도 있어.”

“그거야 당연하지...내가 뭘 그리 대단하다고..”

“쉿~!! 그런 식의 자기비하는 안 좋아. 막말로 그렇게 되면, 나도 덩달아 하찮은 인간이 되잖아?”

미현의 말에 상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습관처럼 입에 붙은 패배자의 말투, 그건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제는 사랑하는 연인까지 있지 않나? 그녀가 한 이야기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여자는 허풍이라도 자신만만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알았어, 다신 안 그럴게.”

“호호호~ 그래,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인정하는 것도 너의 큰 장점 중에 하나지...그래서 넌 매력이 아주 많거든?”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그녀야말로 정말 매력적인 여자다. 여자로서의 성적인 매력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따스하고 넓은 가슴을 가졌으니까.

“내가 봤을 때...너의 가장 큰 단점은, 사람에 대한 판단을 너무 쉽게 한다는 거야...물론 마음이 순수해서 그렇겠지만, 절대로 그래선 안돼. 알았니?”

“으, 응...”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었다. 당장부터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애매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은주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마. 마음의 상처가 많은 애야...그리고 자신의 감정도 잘 모를 만큼 순진하기도 하고, 걔는 널 많이 좋아해..그런 면에서 너와 많이 닮았거든? 솔직히 말할게. 난 너희 두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

“누, 누나?”

상혁은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말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미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팔을 잡아당겨 다시 눕히고는, 그의 얼굴을 젖가슴에다 껴안았다. 너무나 포근하고 편안하다. 이순간만큼은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이 아니라, 그 언젠가처럼 엄마의 넉넉함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널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야...하지만 알잖니? 우리 사이는 이 정도가 한계란 거...”

“누나...”

“그래서 이왕이면 은주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야. 너희 둘은 내게 있어서 남이 아니거든?”

순간적으로 ‘엄마’라는 말이 나올뻔했다. 그녀는 정말 모성애를 천성적으로 타고난 여자였다.

“흐응~ 어쩌면 널 평생 놓치기 싫어서 이러는지도 모르고...앞으론 이거 없이 못 살 것 같거든?”

“아~ 누나~”

갑자기 자지를 와락 쥐어오는 미현, 너무나 유혹적인 그 속삭임에 상혁은 온몸이 찌릿찌릿해졌다. 그리고 가랑이를 올려오는 그녀의 보지에다 혀를 내밀면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은주가 날 좋아한단 말이지?’

그저 단순히 조언만 구하려 했는데, 뜻밖에도 아주 강력한 후원자를 얻은 셈이다. 상혁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은주에 대한 갈망이 다시금 새록새록 피어나는 걸 느꼈다.

*

‘탁~’

책상에서 책을 보고 있던 상혁은 결국엔 그걸 덮고야 말았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빙글 돌리자, 침대 위에 길게 늘어진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좌로 뒹굴~ 우로 뒹굴~, 지겹지도 않은지 벌써 30여분째 저러고만 있는 은주다.

‘그것 참, 예쁘기는 정말 기가 막히게 예쁘단 말이야.’

마치 패션잡지의 한 페이지 같다. 짧은 핫팬츠만 걸친 하체가 너무나 미끈하게 빠져 눈이 부시다. 잘록한 허리를 다 드러낸 반팔 쫄티는 또 얼마나 섹시한가? 게다가 오늘도 변함없이 노브라인 저 빵빵한 가슴이라니! 뭐, 얼굴에 대해서야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미 그를 첫눈에 뿅가게 만든 전력이 있을 정도니.

다시 한번 뒤집기를 시도하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거기서 우뚝 멈추고는 생긋이 웃는다. 천정을 향해 반듯이 누운 자세로 고개만 뒤로 한껏 젖힌, 꽤나 자극적인 그 포즈에 상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나..토요일인데 데이트약속도 없어?”

‘도리도리~’ 저 자세에서도 용케 잘만 내젓는다.

“그러면 친구랑 영화라도 보러 가든지.”

“귀찮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뭔가를 기대하듯이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그녀.

“하아~”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건 마치 너무, 너무 심심하니까 자기와 소꿉놀이를 해달라고 떼를 쓰는 여자아이 같지 않은가?

참으로 묘한 상황이었다. 저번에는 미현과 둘만 남게 되더니, 이번에는 은주다. 가뜩이나 미현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자꾸만 신경이 쓰이던 판국에 말이다.

의자바퀴를 ‘도르르~’ 굴려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면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어? 그냥 하루 종일 이렇게 침대에서 뒹굴기만 할거야?”

그러자 은주가 부스스 일어나 앉더니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게 그렇게나 성가셔?”

순간 상혁은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왠지 건성으로 대답해선 안될 것만 같다.

성가시냐고?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싫은 감정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지나치게 좋아서 문제다. 지금도 확 덮쳐버리고만 싶은 걸 애써 억누르는 상황이니까, 다시 말해서 이 좁은 공간에 둘만 있다 보니, 자제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렇게 좋은 주말에 방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나 싶어서...”

“뭐~ 그다지...사실 내 방보다는 여기가 훨씬 더 편하고 좋거든~ 헤헤헤~”

조금은 미안했던지 어설프게 웃는 그녀, 묘한 백치미가 느껴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빨간 입술이 촉촉하게 젖은 채 유혹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덮쳐오던 그날 밤의 달콤한 입맞춤이 떠올라,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누나, 그러지 말고 우리 밖에 나가자.”

“어딜?”

미현이 주말 동안 친정엘 다녀와야 한다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각자에게 미리 식비를 주었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까탈을 떤다 싶을 정도로 칼같이 공사를 구분하는 그런 면이, 상혁에겐 그녀다운 매력이자 배울 점으로 느껴진다.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밥을 시켜먹어야 하잖아?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나가서 영화라도 보고, 밖에서 놀다가 아예 술이나 한잔하고 들어오는 게 어떨까 싶어서...싫어? 싫으면 관두고..”

“아, 아니..나도 좋아..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달려나가려던 그녀가 우뚝 멈추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그런데...준비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텐데...”

“하하하~ 걱정 말고 천천히 해..”

꽤나 급했던지 문도 활짝 열어둔 채, 쿵쾅거리며 뛰어가는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 부산스러움에 상혁의 얼굴에서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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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준비를 하고 나온 은주를 보는 순간 상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응? 왜 이상해?”

“아, 아니야, 누나...아주 잘 어울려, 정말 예쁜걸?”

화사하게 꾸미고 나올 거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옷차림이었다. 착 달라붙는 청바지에다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입고서 연두색 카디건을 허리에다 묶은 그녀는, 화장까지도 아주 연하게 한 탓에 마치 여대생처럼 청순하게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타고난 인물이 어디로 갈까? 수수한 차림새가 오히려 그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놀라게 한 건 그런 뛰어난 패션감각이 아니었다. 저 손에다 파일만 들게 한다면, 처음 만났을 때와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올라간 것만 같은 이 기분, 그때의 눈부신 충격과 두근거리는 감정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호호호~ 진짜?”

“그럼~ 진짜지 않고? 자~ 빨리 나가자.”

“응~”

아까까지 침대에 누워 시체놀이를 즐기던 게으름뱅이와 동일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만큼, 너무나 활기찬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껴온다. 말랑말랑한 감촉이 팔뚝에 느껴지면서, 상큼하고 향긋한 내음이 기분 좋게 맡아졌다. 이런저런 잡다한 이유들을 모두 떠나, 화창한 토요일 오후를 이런 미인과 함께 보낸다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상혁은 답답한 방안에서 괜히 마음을 졸이느니, 이렇게 바깥나들이를 선택한 게 정말로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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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거리고 있는 은주에게 말없이 손수건을 건넸다. 영화는 이미 끝난 지 꽤 오래지만, 감정이입이 과했던 그녀의 눈물이 그칠 때까지는 그냥 남아있어야 했던 것이다.

“훌쩍~ 미안해~ 훌쩍~”

“후후후~ 난 괜찮으니까 서둘지마..”

눈이 빨개진 은주가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미현의 말처럼 그간 너무 선입견을 가졌던 모양이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남자와 여관에서 나오는 모습인데다가, 수한에게 들은 남성편력에 관한 이야기와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과 말들이 더해져, 자신같이 순진한 놈을 가지고 노는 게 아닌가 하는 경계심을 가지고 대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런 건 모두 변명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냥 쫄았던 거다. 남자경험이 많은 그녀가 풋내기인 자신을 과연 남자로 봐주기나 할까 하는 자격지심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다는 게 옳을 거다. 즉, 괜히 상처받기 전에 알아서 먼저 피해버리는 소심함의 극치였다. 물론 스스로에게는 자존심이란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이제는 나가도 돼..”

“응, 그래...자~ 내 손을 잡아..”

“고마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자, 울었던 게 조금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잡는다. 극장조명에 비쳐 붉게 물든 귓불과 목덜미의 보송보송한 살결이, 수줍어하는 그 모습과 잘 어울려 상혁의 가슴 속으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크아~ 미치겠네? 오늘따라 얘가 왜 이렇게 예쁘게 굴어? 이러다 진짜로 사고치는 거 아니야?’

집에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 밖으로 나왔더니, 이건 웬걸? 오히려 마음이 더욱더 흔들리고 있었다.

손을 꼭 잡은 채 통로를 빠져 나오는 동안 상혁의 심장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러다가 극장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자, 비로소 조금씩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련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텅 비었던 엘리베이터가 바로 밑층에서 열리는 순간,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어? 어?”

노동과 운동으로 다져진 천하무적예비역도 이런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도 어느 정도일 때 이야기지, 이렇게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상황에서는 휴지조각처럼 구석으로 ‘쿡~’ 처박히는 운명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나마 제일 구석진 모서리에다 은주를 먼저 밀어 넣고서 막아서는 게 최선이었다.

“괜찮아?”

“으, 응...너무 힘들게 억지로 그러지마..”

품에 안기듯이 달라붙은 탓에, 물컹한 젖가슴은 물론 탄력이 넘치는 허벅지까지 완전히 밀착되어, 가뜩이나 그 아찔한 감촉이 온몸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녀의 따스한 숨결마저 턱 끝을 간질이자 온몸으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거 어째 미현이 누나 때하고 비슷하게 가는 것만 같은데?’

버스와 엘리베이터라는 장소만 다르다. 아니, 지금이 더 짜릿하고 노골적이라고나 할까? 어쨌던 남자로서의 생리적 반응은 동일하게 일어났다. 간단히 말해서, 자지가 벌떡 서버린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이건 내 의지로는 어쩔 수가 없는 문제라고...’

몸으로 막아선 것만으로도 힘든 판국에, 자지가 닿은 아랫배만 틈을 벌리자니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었다. 상혁은 배째라는 심정으로 은주의 말을 핑계 삼아 버티던 걸 포기했다. 그러자 곧바로 두 사람의 아랫도리가 자석처럼 철썩 달라붙어버렸다.

“아~”

딱딱한 자지가 아랫배를 ‘쿡’ 찌르자, 은주가 아주 작게 탄성을 토하며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그게 마치 보지 속으로 삽입이 되는 순간의 반응처럼 느껴져,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미안...”

“난 괜찮아...근데..내릴 때 괜찮겠어?”

상혁은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지금이야 워낙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찬데다가 등을 보이고 있기에 상관없지만, 막상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가 문제였다.

미현의 조언 이후로 늘 타이트하게 옷을 입는 버릇이 든 탓에, 지금 역시도 하체의 윤곽을 확연히 드러내는 청바지에다, 상의마저 허리띠부근까지만 내려오는 짧은 티였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은주와 커플룩을 입은 것처럼 보여 내심 흐뭇한 기분이었는데, 그게 지금에 와서 발목을 잡았다.

그때 은주가 작게 소곤거렸다.

“내가 먼저 내릴 테니까,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와, 알았지?”

“으, 응..그럴게..”

왠지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만 같은 그녀, 상혁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들려온 엄청난 발언.

“근데...너 꽤 크다?”

그러면서 자신의 허벅지로 자지를 꾹 눌러 확인까지 해보는 게 아닌가!

그 동안 제법 수더분해진 탓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은주의 진면모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란 걸, 그제서야 상기해낸 상혁은 식은 땀을 흘렸다. 그녀의 성향으로 봤을 때, 아마 지금처럼 팔을 움직이기가 곤란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벌써 손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원체 말보다 행동이 먼저이기에.

아니나 다를까, 눈알을 ‘또르르~’ 굴리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상혁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저..누나...설마 여기서..”

“응? 뭐가?”

눈치가 둔하다고? 천만에 말씀이다.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그렇지,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은 여자인데 못 알아들을 턱이 없다. 그럼에도 저렇게 시치미를 뗀다는 건....

그때 은주의 입가에 걸리는 사악한 미소.......

‘헉!’

상혁은 마음 속으로 비명을 토했다. 위기를 알리는 빨간 경보등이 머리 속에서 요란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띵~’

그 순간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우수수~’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사람들, 상혁은 재빨리 떨어지면서 그녀의 어깨를 잡아 앞으로 내세웠다.

“누나, 부탁해.”

“으, 응...떨어지지 말고 잘 따라와..”

예상이 맞았나 보다. 그녀의 눈가로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이고~ 요 말썽쟁이 같으니라고...하여간에 방심을 못 하겠다니까?’

상혁은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살풋 미소를 지었다. 예전처럼 어이가 없다거나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는 않았다. 그냥 귀여운 장난꾸러기를 대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그가 먼저 와락 껴안아버리고 싶을 정도다. 앞뒤로 바짝 붙어서 걷는 모습이 이상하지 않게, 일부러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에 묻혀서 걷기 시작했다.

어깨춤에서 살랑거리는 웨이브 진 머리카락에서 향긋한 내음이 풍겨왔다. 그리고 그 사이로 간간이 비치는 뽀얀 살결, 게다가 사람들에게 막혀 걸음을 멈출 때마다 그 탱탱한 엉덩이에다 부딪치는 바람에,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달아올라 자지 끝에서 흘러나온 겉물로 팬티가 조금 축축해지기까지 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상혁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속삭였다.

“누나, 잠깐만...”

“왜?”

그녀가 순간 움찔하긴 했지만 얌전히 안겨왔다.

“화장실에 좀 가려고...사람들이 빠지고 난 다음에 천천히 나가자.”

“그래, 나도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사람들의 물결을 거슬러 화장실로 향하는 동안, 그녀를 뒤에서 껴안은 채 걷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짜릿하고 즐거웠다.

“잠시 후에 여기서 봐..”

“응, 알았어..”

달콤했던 시간이 끝나고, 복도입구에서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선 상혁은 빈 칸을 찾아 들어가 변기뚜껑을 내리고서 그 위에 걸터앉았다.

‘마음을 정리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척만 했던 건가?’

신체접촉에 의한 욕정만은 분명 아니었다. 물론 미현의 경우도 그건 마찬가지였지만, 그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한참을 고민해보던 상혁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연애초보가, 벌써부터 뛰려고 들면 엎어지는 게 정상이다. 미현의 말마따나 자신을 믿고 흐르는 대로 그저 맡겨볼 밖에.

“휴~ 모르겠다...뭐..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내뱉고는 변기의 물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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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 귀여운 우리 상혁이~ 네 총각은 내가 책임지고 떼준다~!!!”

“에효~ 그래, 그래, 알았어~ 고마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은주를 다시 추켜 업으며, 상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 황송한 말씀에 왜 세상시름을 혼자서 다 짊어진 것 같이 우거지상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한번 당해보라고 말하고만 싶다.

“자~ 자~ 빨리 가자~ 고~ 고~ 이 누나가 화끈하게 가르쳐줄게~”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일부러 인적이 뜸한 골목길을 택했건만, 아직은 초저녁이라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마저 피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처음에는 놀란 시선이, 그리고 곧 이어서는 킥킥대는 웃음소리를 뒤통수로 느껴야 했던 게, 지금까지 도대체 몇 번이던가? 체념한 탓에 그도 제법 무덤덤해진 상태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흠칫하고 말았다. 전에도 은주를 두고서 똑같은 한탄을 한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이제는 악연이니 어쩌니 하는 걸 떠나, 끈끈한 정 비슷한 감정까지 느껴지는 자신이 정말로 미친 걸까? 어쨌던 예전처럼 억울한 기분은 그다지 들지를 않는다.

‘그나저나 술이 이렇게 약했었나?’

만날 술에 절어서 방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긴 했어도, 이렇게 술주정을 부린 적은 없었다. 그저 귀여운 투정과 고집 정도였다.

극장에서 나와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다가, 괜히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술꾼들의 의기투합이 이루어진 후 곧바로 술집으로 직행했다. 그리고서 삼겹살에다 소주를 마실 때까진 정말, 정말 아주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다음으로 자리를 옮긴 주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급작스럽게 취하기 시작한 은주가 ‘그 좋은 물건을 썩히는 게 아깝다’는 둥, ‘발딱발딱 잘만 서는데 왜 지금까지 숫총각이냐’는 따위의 말로 주변의 시선을 모으더니, 결국엔 아까의 저 외침을 목청껏 질러댔던 것이다.

그 이후야 뻔한 결과였다. 뜨겁다 못해 갈기갈기 난도질을 해대는 듯한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부랴부랴 도망 나왔다. 그런데 길거리에서도 계속 저 고함을 쳐대며 모텔로 가자고 조르니, 상혁으로서는 정말 학을 떼고 말았다.

그래서 모텔로 가는 길이라는 말로 겨우 달래고 달래, 들쳐 업고서는 뒷길로 샌 것이다. 지금은 당연히 하숙집으로 향하는 중이고.

“나 쉬하고 싶어~”

“헉~! 조, 조금만 참아~”

상혁은 정신이 번쩍 들어 뛰기 시작했다. 정말로 진땀이 흐르는 날이다. 그녀를 단단히 붙드느라, 손아귀에 꽉 잡혀버린 탱탱한 엉덩이를 만끽할 여유 따윈 전혀 없었다. 당장에라도 등뒤에서 뜨뜻미지근한 물기가 적셔올 것만 같았다.

“앙~ 지금 쌀 거 같아~ 그냥 쉬할래~”

“컥~ 아, 알았으니까 딱 100까지만 세..누나...”

“웅~ 하나~ 둘~”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급한 김에 내뱉자마자, 진짜로 고분고분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상혁의 머리 속에서 순식간에 계산이 이루어졌다.

하숙집까지는 대충 300미터, 혼자서 전력질주를 한다고 해도 자신의 발걸음으로 최소 1분 30초는 걸린다. 그런데 지금 세는 속도로 볼 때, 100까지 완료하는데 1분 남짓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절대 불.가.능!!!!

‘어디, 어디? 빨리 찾아야 해!’

귓가로 들려오는 은주의 음성은 이미 10을 넘어서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사방을 둘러보던 상혁의 눈에 적당한 곳이 띄었다. 단과대학생들을 위해 학교외부에 마련된 자그마한 기숙사의 담장이었다. 보통의 시멘트 벽 대신에, 빙 둘러가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대로변은 아니라도 제법 넓은 골목길가에 있긴 했지만, 모퉁이의 전봇대가 있는 바로 뒤쪽이라면 그나마 가능할 것도 같았다. 이미 판단이 선 마당에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재빨리 그리로 다가간 상혁은 은주를 내려놓았다.

“누나, 여기서 일을 봐.”

“웅~”

취하긴 정말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지를 훌렁 내리고 주저앉은 걸 보면.

‘쏴아아~’

등뒤로 들려오는 생생한 폭포수 소리에 상혁은 미칠 것만 같았다. 눈을 질끈 감고 반야심경이라도 외우고 싶었지만 혹시나 누가 오지 않을까 망을 봐야만 했다.

‘꿀꺽~ 은주의 보지를...봤어...’

방금 전 그녀가 바지를 내릴 때 팬티까지 한꺼번에 벗겨졌었다. 그것도 빤히 보는 눈앞에서 말이다. 미끈한 허벅지 사이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지털과 함께 갈라진 붉은 살이 언뜻 보이는 순간, 상혁은 기겁을 하고서 돌아섰다. 조각달과 희미한 가로등불빛뿐인데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아찔한 광경에 그대로 사정을 해버릴 뻔했다.

‘쪼르르~ 똑~ 똑~’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저 음향, 이건 완전히 고문이었다. 눈으로 보는 게 차라리 낫지, 남자를 한 마리의 짐승으로 만들어버리기가 십상인 엄청난 유혹이다.

오줌을 다 누고서 옷을 올리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부터 돌아보고 싶은 걸 참느라 거의 온 힘을 다하고 있던 상혁은, 목구멍이 갈라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히잉~ 상혁아~”

“왜? 누나, 다 눴어? 헉~”

칭얼거리는 은주에 돌아서다가 아찔해졌다. 여전히 쭈그리고 앉아있는 게 아닌가?

아까의 광경은 새 발의 피였다. 무르팍에 걸린 청바지 아래쪽으로, 새하얀 엉덩이는 물론, 오줌방울이 묻은 보지가 쩍 벌어져 속까지 완전히 드러난 모습이, 어두컴컴한 속에서도 환히 보였다.

“못 일어나겠어~ 앙~”

“그, 그래...내가 일으켜줄게..”

부스럭거렸던 게 일어나려고 낑낑대던 소리였나 보다. 하기야 잔뜩 취한 상태에서 저렇게 꽉 조이는 청바지가 두 무릎을 당겨대는 상황이니, 일어서기는커녕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지 않은 게 용했다.

상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은주를 안아서 일으켰다. 그런데 그녀는 그의 목을 꼭 껴안은 채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힘들어? 내가 입혀줘?”

“웅~ 헤헤헤~ 고마워~ 쪽~”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마호메트시여~~~ 제발, 저를 이 유혹에서 구해주시옵소서~~~!!

상혁은 떠오르는 대로 아무나 마구 찾았다. 자칫 이대로 그녀를 범해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팬티를 입혀주느라 손에 닿은 찰떡같이 말랑말랑한 엉덩이를 꽉 거머쥐고만 싶다. 그리고는 손을 앞으로 돌려 보지를 애무하다, 바지를 내리고서 터지기 직전인 이 자지를 그곳에다 쑤셔 박아버렸으면 여한이 없으리라.

“목을 좀 놔봐...단추를 채워야지?”

아무리 간절하다지만, 그리고 오랜 시간 은주를 원해왔다지만, 이런 장소에서 더더군다나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그녀를 강간하듯이 가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상혁은 정말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옷을 입히고서 지퍼를 올려주었다. 하지만 청바지의 단추만큼은 손으로 더듬어 채우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넌...참 좋은 애야...”

“누, 누나?”

조금 전까지의 그 정신 없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또렷한 음성이었다.

깜짝 놀란 상혁이 떨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입술이 덮쳐왔다. 저번의 장난스런 입맞춤과는 완전히 다른, 활화산에서 흘러 넘치는 용암처럼 너무나 뜨겁고도 찐득한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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