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단, 강원우는 무사했다.
그래, 나를 구해주고도 이 조직에서 아직 버티고 있다면 그만큼 술수도 강한 작자일 것이다. 나는 그가 확인할 수 있을만큼
건강하다는 것에 안심하며 잠시 노려보았다.
밖의 공기는 이제 많이 쌀쌀해졌다.
그 찌는 듯한 열기- 쏟아내는 뜨거움은 이제 더 이상 시멘트를 달구지 못한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조용한 거리 위에 그와 나는 마주보고 섰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침착하게 둘러보던 강원우는 그
때서야 입을 떼며 말문을 연다.
“유기연씨.”
“......................”
“그 날 저도 있었습니다.”
“..........-!!!!!!!!!!”
마침내 듣게 되었다. 그 날 그도 있었다는 말을.
그러나 눈빛을 예리하게 빛내는 내게 고개 저으며 강원우는 지금껏 보지 못한 알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저는 그 날..
당신을 공격하던 사람들 틈에 있었습니다.“
“............-!!!!!!!!!!!!!”
“...모르시겠지만..
기억 못하시겠지만...
당신을 공격하던 다섯명 중 하나습니다.
비록..
당신을 보는 순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만..
그 때부터 이미 당신에게 반해있었습니다.“
“.........-!!!!!!!!!!”
그래, 떠오른다.
다섯명의 녀석들 중 네명만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저 야구방망이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워낙 정신이
없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그 때 서 있던 녀석에게 마구 욕설을 던졌었다.
그 사람이 바로 강원우였다.
그 때라면 그가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당시였는데..
“이 조직의 쫄다구 였죠.
그 때 막 들어왔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이 발톱의 주인이 아니다.
내가 눈꺼풀을 깜박이며 여전히 노려보자, 그는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가만히 발톱무늬 상처가 남겨진 내 손을 움켜쥔다.
“그리고 당신을 이곳에서 탈출 시킨 것도 제가 아닙니다.”
“......................!!!!!!”
“..몹시 섭섭한 일이지만..
저 역시 그럴 수 있기를 계속 생각했지만..“
“..............”
“...당신에게 남겨진 짐승의 상처.
그 상처의 주인은..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흐릿하던 하늘을 뚫고 천둥이 마구 쳐 오른다. 번개가 번쩍-하고 공간을 갈라놓자, 칼날 같은 비가 마구
쏟아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눈을 뜨지도 못할 정도로 폭우가 늦여름을 마지막으로 떠난다.
그 날 남겨진 내 손등의 날카로운 발톱 자국- 그 상처가 새삼 쓰라렸다.
상처 때문에 아팠다.
그래서 생생히 느껴졌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마지막의 생명력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