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짐승의 흔적 - 5> 1. (33/38)

<짐승의 흔적 - 5> 

            1. 

            다시 출근하고 예전처럼 어떻게든 살아가려 결심한 하루 전이었다. 그 날도 은협은 해맑게 웃으며, 아이처럼 손을 흔들고 

            출근했다. 남겨진 나는 다시 커피를 타고, 어제 밤 녀석이 TV를 보며 어질러 놓은 자리를 치운다. 

            거실을 정리하고 나니, 서재가 마음에 걸렸다. 어제 늦도록 은협이 녀석이 쿵탕 거리며 뭔가 들추던 그 서재. 

            나는 죽은 듯 자고 있었지만, 가끔 예민해진 감각 탓에 흠칫 놀라며 일어나곤 했다. 그 사실을 멍한 아침 머리로 기억해내는 

            순간, 갑자기 서재가 궁금해졌다. 

            또 얼마나 어질러놓았나....라고 속쓰리게 중얼거리며 문을 연다. 생각과는 달리, 깨끗하게 정리된 서재였다. 아마 뭔가 

            찾느라고 어제 밤에는 쿵쿵 거렸던 것 같다. 

            쓰게 웃으며 나는 잠시 먼지만 닦아낸다. 청소기를 밀고, 잠시 외출해야 겠다..광합성 해야지..라고 속으로 결심하며, 문득 

            웃었다. 혼자서 웃는 것은 꽤 오랜만이다. 스스로 짓는 미소는 이따금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의 의미와 같다. 

            “.........?..............” 

            그리고 나는 책상을 잠시 걸레로 훔치다 문득, 뭔가를 발견했다. 봉투에 넣어진 무게 나가는 물건이었는데, 만약 겉봉에 

            쓰여진 것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겉봉에 쓰여진 이름 하나가 묘하게 내 시선을 끌었다. 두근 두근...아플 정도로 다시 심장이 떨리기 시작한다. 

            두려움인지 긴장감 때문인지, 혹은 기대감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바로 봉투 겉봉에는 ‘강원우’라고만 적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였는지, 은협은 이 봉투 안의 것을 강원우에게 붙이려고 

            했던 것 같다. 둘 다, 서로에게 악의만 남았을텐데....라고 생각하며 나는 침착하게 그 봉투를 열었다. 

            “..........-!!!!!!!!!!!!!!” 

            열지 말 것을 그랬다. 

            마음 속을 펑- 뚫어버리는 뭔가가 갑자기 그 안에서 튀어 나왔다. 안에는 칼같이 뾰족한 뭔가가 스폰지에 쌓인 채 들어 

            있다. 마치 짐승의 발톱처럼 네 갈퀴가 뾰족한 흉기가 들어 있었다. 

            부들 부들.. 

            갑자기 조금 떨리는 손끝으로 나는 조심스레 그것을 잡고 내 손등에 대어 보았다. 

            “.............-!!!!!!!!!!!!” 

            공교롭게도 내 손등의 상처와 닿아 있었다. 

            머리 속이, 끓어오르는 강렬한 그 때의 피 냄새처럼 완전히 되살아났다. 

            나는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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