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봐요!.....”
모처럼 당황한 나는 갑작스레 외쳤다.
이해할 수 없다. 문득 나를 납치하고 협박했던 그 날처럼 두어달이 지난 지금 나는 짐과 함께 내 아파트 앞에 남겨졌다.
그렇게 보내달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던 이 걸레같은 조직이 갑자기 무슨 아량이 들었던가.
나는 풀려났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았다. 아니, 이런 식으로 이유도 모른 채, 아무런 설명도 듣지 않고 나오는 것도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러나 강원우는 여전히 친절하고 또한 뭔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
강서준이 데려와..라고 턱끝까지 말이 올라왔다가 가라앉는다. 꿀꺽-하고 타들어가는 듯한 침을 삼키며, 나는 강원우를 찢을
듯 노려보았다.
검은 선그라스를 꺼내 들며 그는 자신을 감췄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서준이 형님이 없을 때 보내드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저도 여기까지가 한계 입니다.”
그 순간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상대방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호의로 나를 보내주는 것이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피곤하다는 듯 목을 털며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를 말리려는 듯 손을 뻗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돌아가서는 안된다.
아니, 돌아갈 수가 없다.
지금 돌아가면 나는 녀석을 몇 번이나 잔인하게 죽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서준도 나를 이용해 먹었을 뿐이고 윤은협은 이기적인 철부지일 뿐이지만..
그래도 이 인간 강원우는 나를 놓아줄 정도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봐!!........”
창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냉정하게 출발한다. 믿을 수 없다. 그는 조직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을 당하게 될까.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할만큼 내가 위태로워 보였던가.
달칵-
꽤 오랫동안 비워진 집. 그리고 윤은협이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팔아버리지 않은 내 집.
뽀얀 먼지를 손을 쓰다듬으며 나는 들어섰다. 그 두달동안 뭔가에 쓰인 듯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오고 싶었는데..
돌아왔을 때의 이 참을 수 없는 적막감에 속이 꽉 미어진다. 아니, 한 가지만 분명하다는 생각으로 머리 속이 거칠게
헤어졌다.
그렇다.
정말 강서준은 나를 가지고 놀았다. 윤은협의 빚을 청산한다는 빌미로, 나는 그에게 두어달 동안 성적인 노리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욱씬.
그대로 쇼파에 쓰러질 정도로 나는 아팠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만큼 아팠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아프게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내가 풀려난 것?..혹은 길들여졌다는 것? 혹은 자존심을 버리고 사내임을 망각하고 엉망이 되었던 것?..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내게 남겨진 것은 그저 섬뜩한 살기 뿐.
나는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내 손등을 핥았다. 바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혈관을 찾아, 그 맹수의 손톱자국을
날카롭게 핥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