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입을 맞춘다.
그 때까지도 몽롱했다.
팔끝까지 힘이 쫙 빠지는 바람에 겨우 숨을 몰아쉬며 녀석의 어깨에 몸을 기댄다. 그리고 입안을 부유하는 데일 듯한 열기에
압도 당한다.
더..채워...라고 온 몸이 갈망한다.
내게 일어나는 이 상실감을 녀석이 곧 채워주리라는 걸 분명 알고 있다.
나는 미쳤다.
“......아읏............”
목이 꺾일 정도로 허리가 튕긴다. 지나치게 뜸을 들이며 내려오는 입술은 갑자기 너무나 온화하다. 그 부드러움이 감질 맛
날만큼 애가 타서 나는 점점 초조해진다.
이런 게 아니잖아, 제길!!!!!!!!!!!!!! 이렇게 부드러울 리가 없잖아!!!!!!!!!!!!
뿌연 유리창- 김이 잔뜩 서린 욕실의 거울로 세면대를 겨우 잡고 뒤돌아선 내가 보인다. 그리고 한 쪽 다리를 들어올린 채
녀석이 삽입해주길 기다리는 내 몸이 보인다.
매끄러운 목에서 어깨까지 입맞추는 등 뒤의 녀석도 보였다. 내 눈으로 확인되는 광경은 희뿌연 습기만큼 자극적이다. 그만큼
나는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또한 녀석은 그런 내 마음의 빈 공허함을 노리듯, 치밀하게 따뜻하다.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지금껏 한번도 보여준 일 없는
달콤한 손길로 아래를 쓸어 내렸다.
“..으윽.......-!!!”
벌려진 다리 사이로 얼굴을 들이대고, 엉덩이 살을 양쪽으로 벌려서 애널에 혀를 할짝인다. 그 광경이 거울 안으로 똑똑히
보였다. 그 음란한 자극, 그러면서도 왠지 너무나 시간을 들여 애무하는 듯한 정성에 온 몸이 속수무책 달아오른다.
다시, 다시...라고 말하듯 나는 정체 불명의 말을 중얼거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을 조절하기
위해 가까스로 세면대를 꽉 쥐고 버틴다.
“으응...
......아읏.......좀 더.......“
잔뜩 달아오른 내 것은 이미 혈관이 잔뜩 팽창하여 사정의 욕구로 허덕인다. 팔을 뺄 수 없었던 탓에, 나는 몸의 뒤에서
직접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격렬한 자극을 느끼며 세면대 앞으로 몇 번 몸을 쓸었다.
달아오른 내 것을 사정시키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다. 그러나 녀석이 그 순간, 손을 재빨리 내밀어 내 것을 꽉 쥔다. 그
바람에 사정의 욕구로 머리 속이 쿵쿵-울리던 나는 기절할 것처럼 소스라치게 비명을 높였다.
“.....으윽............-!!!!!!”
안돼...라는 절망감과 내보내야 한다는 초조함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자꾸 본능적으로 흔들리는 내
허리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뒤에서 혀를 놀린다.
“.......-!!!!!!!!!!!”
내부까지 속속들이 핥는 듯 뾰족하게 혀를 세워 안 쪽을 빨아 들인다. 그 쾌감이 너무나 강렬해서 나는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녀석은 장난처럼 내 귀두를 몇 번 쓸며, 나머지 한 손으로 가슴의 돌기를 만지작 거린다. 그대로 벌려진 엉덩이
사이에 삽입을 하지 않고 마치 짓궂게 욕을 보이듯 자신의 페니스를 넣고 가벼이 피스톤 질을 한다.
안돼...라고 나는 다시 절망스럽게 물에 젖은 고개를 흔들었다. 거울 속에는 전혀 나 같지 않은 인간이 온통 색기에 젖어
미친 듯이 사내를 탐하는 눈빛으로 애원한다. 미처버리겠다. 정말 나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이 녀석을 지금 당장 갈아마시고
싶었다.
좋을 리가 없다, 내가 이런 녀석을, 이런 행위를 좋아할 리가 없다!
지금만이 오직 허용되었을 뿐이다.
이대로 녀석이 먼저 가버리면, 뒤로도 앞으로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를 찔러주면 정확히 느끼는지 알면서도 얄밉게
삽입하지 않고, 더군다나 내 것을 손으로 막은 채 자신의 뜨거운 열기만 은근히 부추기는 이 행위에 완전히 지쳤을 뿐이다.
“..아아아.............”
나는 살짝 목이 갈라진 채, 울먹이듯 부르르 떨었다. 어서, 어서..넣어줘, 넣어줘..라고.
살아 생전 내가 이런 짓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강서준이라는 인간에게 이런 짓을 애원하리라고는 전혀 몰랐다.
그러나 내 머리 속의 이성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애만 닮게 하지 말고 어서 넣어줘..넣어줘, 깊고 가득 채워줘..라는 음탕한 동물만이 다시 허리를 흔들며 신음하게
만들었다.
“제발...-!....”
마치 외마디 비명처럼 거의 울음에 가까운 내가 교성을 지르며 몸을 떨자, 녀석의 뜨거운 것이 여전히 입구를 적시듯 그
앞에서만 왔다 갔다 하며 얄밉게 군다. 나는 사정의 욕구로 완전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그런 식으로
달콤하고 짜릿하게 녀석이 반복했기 때문에, 이제는 쾌감이 고통으로 쿵쿵- 심장을 뚫을 듯이 울려댔다.
전혀 녀석같지 않은 감미로운 입맞춤이 돌려진 얼굴 위로 쏟아진다. 눈물이 가득 고여버린 나는 이제 이 상황이 아플 상태까지
몰아붙여졌다.
그 때서야 녀석은 내 벌어진 입구에 반쯤 자신의 것을 끼워 넣으며 혀로 내 귀를 핥는다.
“....힛-!!!..............”
“...선배....”
정신이 없다. 들어올 듯 들어오지 않고 끝트머리만 넣어진 이 상태가 미칠정도로 안타까웠다. 약이 올라서 눈물이 뚝뚝 흐를
지경이다. 그러나 녀석은 느긋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속삭인다.
“좋아요?...”
대답할 수도 없었다. 안절부절하는 초조한 몸을 어떻게든 달래고 싶었을 뿐.
말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고개를 연신 흔들자, 기절할 만큼 쾌감에 잠겨 흐느끼는 내가 불쌍했는지, 녀석이 쑤욱하고 몸을
밀어당긴다.
“..아윽-!!!!!!!.........”
좋아..좋아....좋아서 미친걸 같아. 이 순간은.
내부를 마구 휘젓는 이 생생하고 뜨거운 열기. 그리고 몸이 녹아내릴만큼 한번에 압도하는 강렬한 압박감.
나는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마지막에 다급할 정도로 비명이 튀어 나왔고, 뒤쪽에서 턱을 잡아당기며 잡아 먹을 듯
키스하는 입맞춤에 혀를 얽히며.
좋아.., 아아..좋아..라고 마구 녀석을 빨아들인다. 어서 채워. 어서 채워서 식히기나 해..라고 물어뜯을 듯 서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눈 앞에 하얀 섬광이 터지듯, 뇌수가 흔들리는 환각의 엑스터시가 반복된다. 숨이 꽉 막힐 정도로 짙은 습기와
허기가 동시에 나를 무릎 꿇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