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렇다.
나는 윤은협이 내 마음을 짐작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내가 어떻게든 녀석의 곁에서 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갖은 힘을 다 썼던
것이다. 그 결과로 거의 십년 동안 녀석은 내 마음을 짐작도 못한 채로 나에게 휘둘렸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것이 녀석과 최후의 이별을 하지 않으려는 내 마지막 안간힘이었다.
그래서 그 댓가는..
“...........앗..........!!!.........”
그 댓가는 참혹했다.
어느 덧, 누군가에게로 세어 들어간 나만의 비밀은, 이 웃기지도 않는 납치극의 빌미로 작용한 것이다.
강서준.
근 칠년만에 처음만난 이 악랄한 녀석은 가혹할 정도로 거칠게 내 옷을 벗겼다. 그리고는 물건이라도 다루듯 침대로
내동댕이쳤고, 내 머리 속은 순간적인 충격과 감정의 일그러짐으로 뒤엉켰다.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이성과 짙은 거부감으로 잠시 손을 내젓자, 서준은 가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묶어 버린다. 거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밝은 불빛, 그 적나라한 가운데서 몸을 유린당하는 기분은 결코 집중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리가 벌려지고, 녀석이
내 허벅지를 핱는 순간까지도 그랬다. 나는 질끈- 두 눈을 감은 채 ‘끝내려면 어서 끝내..’라는 식의 주문만 걸었다.
그러자 그 순간, 녀석이 내 얼굴에 양주를 휙- 붓는다. 다시 얼얼해 질정도로 차가운 얼음 조각들이 얼굴과 몸에 묻어났다.
알싸한 둔통에 눈을 뜨자, 녀석은 거침없이 내 다리를 들어올려 V자로 벌린다. 녀석은 그것을 원했기 때문에 얼음을 부은
것이다. 내가 눈을 뜨고 이 광경을 머리 속에 생생히 담아두도록-.
“...............!!!..............”
몸 위로 위치한 사내의 무게는 익숙치 않았다. 더군다나 목을 조를 듯, 한 손으로 쥐고 있는 압박감에 연신 숨이 차
오른다. 잠시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입을 벌리자, 가차없이 녀석의 얼굴이 내려왔다.
“............으응......................”
반응하지 않고, 혀를 움직이지 않으려 최대한 애 썼지만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곧 이어 그 짙은 양주의 향이 입안을 가득채운다. 술에 약한 나조차 그 양주를 마신 것처럼 달콤하고 씁쓸한 타액이 마구
밀려왔다. 숨이 막힐 정도로 녀석의 혀가 입 속에서 마구 움직였다. 그 때마다 저항하듯 허리를 움직였지만, 이내 목을
조르는 듯한 그 느낌에 완전히 포기당했다.
“좋은 말로 할 때...”
“............”
입술을 잠시 떼자, 그 고집에 기가 막히다는 듯 서준은 쓴 웃음을 짓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선배의 감정도 다치고..
선배보다 소중한 그 사람도 다칩니다.“
“.........-!!!”
그 협박이 가장 유효했다.
나는 침대가 무너질 정도로 벗어나고자 흔들던 허리를 멈춘 채, 녀석의 혀를 받아들인다. 마음 속에는 씁쓸한 체념만이 가득
차 올랐다.
그래, 윤은협을 기다리고 보호하고 지금까지 견뎌낸 댓가가 이런 식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거친
사포같은 느낌의 혀가 입 천정에서 이를 핥고, 유려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타액을 쏟아 붓는다.
목까지 다다를 정도로 마음껏 휘젓은 그 몰캉거리는 녀석의 혀는, 끝내 숨어 있는 내 혀까지 끄집어 내 기어이 자신에게
엉기도록 명령한다. 스스로가 몹시나 비겁하고 자멸감이 들 정도로 비참해 졌지만, 녀석은 가차 없었다.
“............으읏.........-!!...........”
그것은 녀석이 입술을 떼어 내고 내 페니스를 사정없이 쥐는 순간에도 그랬다. 마치 물건을 다루는 것 같은 한결같은 태도는
질릴 정도로 잔혹했다. 마지막까지 나는 내 성격 답게 차가운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럼에도 순간 순간 치고 올라오는
타인이 손길은 나에게 처음 경험하는 충격이다.
그는 그대로 내 것을 꽉 쥐고, 아픔과 통증에 겨운 내가 상체를 들썩이자 열린 다리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타인의 눈에 속속히 공개된 것이다. 그 충격과 수치스러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추락하게 만들었다.
제발 그만 안기나 하라구, 제발-!!!..이라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조금 아플 것 같네요.”
마치 의사가 환자의 환부를 관찰하듯, 그는 크게 열려진 내 다리 사이의 애널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런 곳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도 폭발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나는 단단히 묶여 있었고 녀석의 말처럼 도망갈 여지도 없었다.
혀를 악 물며, 한 글자 한 글자 자르듯 내뱉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빨리 끝내.”
그 말에 녀석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다. 표정없는 미소에 숨이 막힐 정도다. 나 같은 녀석이 호흡하는데 어려울
정도의 미소란 정말 흔치 않았다. 그러나 그 얼음같은 아름다운 얼굴은, 무표정하게 내 다리사이로 고개를 숙인다.
“..........읏...-!!.........”
조금 넣어볼까..라고 녀석은 중얼거리며 내 음부를 쓰다듬었다. 고환을 혀로 핥듯이 페니스를 직접 자극해대자, 순간적으로
몸이 움찔거린다. 관자놀이에 땀이 배이고 거친 본능이 휘어 감았다.
녀석은 밝은 불빛 아래에서 그것을 관찰하듯 교묘하게 가끔 확인까지 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간을 들인다. 만약 여기서
반응을 조금이라도 하면 가뜩이나 체념 가득한 내 신경에 더욱 패배감만이 쌓일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냉정한 녀석이 바로 강서준이다. 녀석은 내 애널에서 페니스로 연결된 음회부를 혀로 느긋하게 핥으며,
조금씩 떨리는 내 허리를 음미한다. 그리고는 그대로 손가락 한 개를 애널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윽........”
그 바람에 목이 저절로 꺾였다. 한번도 그런 식으로 출입한 경험이 없었다. 그 이물감과 불쾌감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허나
녀석은 조금씩 발기하기 시작하는 내 것을 보라는 듯, 더욱 혀로 핥으며 가차없이 탐색을 시작한다.
“....안돼.....”
그 안에서 움직이지 마..
..라고 나는 속으로 전율했다. 사내 놈들끼리 어떻게 하는건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겪는 순간 그것은 절절히
체감온도를 높인다. 통증을 동반하고, 노골적인 수치심과 혼란이 뒤범벅된 채 범해지는 것이다.
온 몸이 붉게 물들었다. 손가락은 끝내 몸 안에서 애널의 점액을 느끼듯 내부에서 움틀거리고 있었다. 몸 안에 깊이 박혀
오는 다른 생명체의 느낌은 굉장히 교묘하다.
“천성적으로 남창이군.”
자신의 손가락이 박힌 내 몸의 입구를 관찰하며, 녀석은 표정없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누구라도 그런 자극을 받으면 그렇게
된다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조금씩 할딱거려지는 입안으로 세어오는 양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녀석이 나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며 조금 더 혈관이 확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허리를 움직여, 유기연.”
그리고는 머리 속에 술이 얼얼하게 오를 때 쯤에, 그는 내 솟아오른 유두을 입안에 넣고 굴렸다. 벗겨진 몸이 맞붙으며,
녀석의 발기한 그것과 내 것이 마주치며 미묘한 열기를 내놓는다. 독한 술 때문에 머리 속이 정말 어질 어질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읏.............”
내 유두는 녀석의 입 안에서 유린당하고, 내 페니스는 녀석의 단단한 복부에 닿아 쓸렸다. 더군다나 민감하고 섬세한 주름들이
자리잡은 애널은 녀석의 한 손가락에 의해 잔뜩 벌려져서 숨이라도 쉬는 듯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어찌할 바를 몰라 숨이 계속 차오른다. 녀석의 입술이 가슴을 벗어나 쇄골을 더듬듯 키스하며 목선을 거칠게 빨아들인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자극이 남기 때문에 나는 훅-하고 숨을 들이 마시었다.
“몸을 더 벌려요, 선배.
...앞으로 계속 익숙하게 해야 하는 일이니깐.“
“........-!!!!!!!!!!...”
그리고 녀석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움직여 삽입했다. 깊숙이 관통하는 뜨거운 몽둥이는 바로 녀석의 살점이었고, 그것은
이내 쓰윽하고 밀려 들어와 몸 안에서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가 뜯겨나갈 듯한 통증과 함께 신경이 온통 마비된
듯, 제멋대로 비명이 튀어 나온다.
정말 참혹하게 아팠다. 내가 제 정신이 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몸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아악-!!!!!!!!!!!!!!!!!!!!”
나는 고함을 지르고, 묶여 있는 손목 아래가 완전히 감각 없어질 정도로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굉장한 열을 품고 있고, 단단한 그것은 찢을 듯 내 몸 안으로 들어와 뿌리까지 단단하게 결합한 채 교접을 잊지 않게
만들었다. 온통 땀으로 젖은 내가 비명과 고통으로 의식을 잃을 때까지 계속해서 유린은 진행되었다.
손을 흔든다. 숨을 멈춘다. 그리고 내 몸안에 들어온 또 다른 타인의 감정없는 광기를 고스라니 끌어안는다.
미묘한 열기의 종자가 내 몸으로 뿌려졌다. 여자도 아닌 사내의 몸 안으로, 같은 수컷의 액체가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이 악랄한 행위는 조금씩 내 살을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