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리고 깨달았다.
아아..
..나는 잘못 들어온 것이다!
갑자기 돌아보니, 사무실 안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굉장히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저기..........”
나는 가뜩이나 눈에 힘을 주고 있는 그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지..씨바..
다만, 눈에 콩깍지가 쓰인 내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을 뿐-
“저는 여기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은협의 사무실에 볼일 차 들어왔을 때, 이미 출입구는 봉쇄 당했다. 이들이 사채업자들인가 아니면 그냥 단순한 정치
깡패들인가를 고민하는 사이, 그들은 나를 사무실 안으로 밀어 넣고 문 앞을 든든히 지켜 버린 것이다.
오후 낮 3시.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간신히 숨 쉬고 있었던 나는, 땀을 훔치며 심한 긴장감으로 목이 타 오른다. 문제의 핵심인 윤은협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까까지 목청이 터져라 고함치던 이 덩치 큰 녀석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사무실 직원들과 은협의 수하들은 저마다 조금 더위에 지친 상태로 나를 쳐다본다. 그들로써도 이 일과 아무런 상관없는 내가
감금된 것에 놀란 것이다.
윤은협은 바보다.
그러나 그들 사무실 직원들은 바보 사장을 그래도 좋아했다. 당연하다. 녀석을 싫어할 만큼 악한 심장을 가진 녀석은 거의
없었다.
은색으로 염색한 은발의 머리, 윤은협. 게다가 친절하기도 하고 성격도 호탕한데다가 맑고 순수했다. 한마디로 바보였기 때문에
절대 앞 뒤를 가리지 않았다.
........나는 세월이 흐를수록 내 손등에 남은 십자의 상처만큼 녀석을 좋아했다. 그것은 마찬가지로 늘 이런 상황에
봉착하는 사무실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우리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윤은협이 당연히 싫은 깍두기들은 아주 차가운 표정으로 버티고
있다. 그 와중에 검은 선그라스를 낀, 그다지 덩치가 크지 않고 키가 크며 멋진 녀석이 이렇게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내가 얼굴도 모르는 이 깍두기들의 존재...은협의 말로는 분명 ‘사채업자’라고 말한 그들. 그러나 이렇게까지 버티는 이유는
모르겠다.
영문을 모른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가만히 입 다무는 게 최선이다.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기다렸다. 뭐든 기다리는 일에는
익숙했다.
그렇게 한 시간 쯤 흘렀을까, 숨막히는 긴장감 끝에 조직 녀석들 중에 하나가 썬글라스를 낀 누군가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가장 대장으로 보이던 녀석이 벌떡 손님용 의자에서 일어선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짙은 안경을 쓴 채 검은
양복을 입고 들어선 것이다.
“오셨습니까.”
오라..
그러니깐, 지금 들어선 녀석이 아무래도 진짜 대빵인 것 같았다. 나도 , 그리고 사무실 직원들도 앉아 있는 자리에서 잠시
뒤척인다. 은협은 아무래도 나타나지 않고, 이제 바야흐로 그들이 물러설 것인지 더 죄여올 것인지는 이 우두머리의 선택인
것이다.
꿀꺽-
나는 저절로 마른 침을 삼키며 들어온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내는 검은 안경을 쓰긴 했지만, 단정하고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다. 그렇다고 여자처럼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지나치게 잘생긴 이목구비였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고 모두가 앉아 있는 사무실 안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덫에 걸린 사냥감을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은협의 사무실 사람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만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윽고 관찰을 다 끝낸 남자가 손가락으로 턱을 가볍게 문지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차갑고 냉정해
보였지만,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그 검은 안경 속에 가려져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강실장님.”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옆자리에 서 있는 다른 남자를 부른다. 한눈에 보아도 지적으로 보이는 강실장이라는 사내는 가볍게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마치 귀를 쫑긋하는 심정이 된 것은 그 사무실의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더불어 이 일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나 자신도
말이다.
한참을 뭐라고 귀엣말로 속삭이던 그가 갑자기 씽긋- 썬그라스 아래로 웃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 사람.”
“.........-!!!!!!!!!!”
그는 그렇게 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설마..농담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나는 마른 입술을 살짝 축인다.
그러나 검은 선글라스의 잘생긴 사내는 하얀 치아가 보이도록 깨끗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다시 가리켰다.
“저 분을 모셔오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끝-
나는 주변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측은한 눈길과, 어느새 우르르 옆으로 다가온 깍두기들이 나를 에워싸는 풍경에 압도당한 나머지
숨만 가볍게 헐떡거린다.
“아, 저는 아닙니다!!!!“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었다. 누군가가 내 목 뒤를 가볍게 탁 손등으로 치자, 갑자기 억-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몸이
고꾸라진 것이다. 눈 앞이 갑자기 뿌옇게 물들었다.
윤은혀업-!!!
내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이 빌어먹을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