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8
“그럼 이제 슬슬 가볼게.”
“아...... 서방님, 벌써 가시는 거예요?”
아내들과 즐거운 단체 섹스를 마친 뒤.
나는 다시 크리스티아 도시로 떠날 준비를 했다.
섹스를 끝낸 뒤 아내들에게 인간 모습을 보여주고, ‘유진’이라는 이름도 정식으로 소개해 주었다.
던전 수호 정령인 히나한테는 구매해온 마력석들을 전부 넘겨주었고, 아내들에게 주기 위해 준비한 선물들 또한 각자에게 나눠주었다.
이제 던전에 돌아와 할 일은 전부 마쳤다고 할 수 있다.
“유진니임,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맞아요, 조금만 더......”
애교 섞인 표정으로 아쉬움을 표하는 아내들이었지만, 나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라는 목표물이 있으니, 지금은 크리스티아 도시 쪽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다.
게다가 촉수 괴물으로 살아가는 이상, 나는 끊임없이 세계를 탐색해 나아가며 새로운 여자들을 나만의 암컷으로 만들어야 했다.
“앞으로는 자주 올게. 그리고 목걸이를 사용하면 언제든 나랑 연락할 수 있잖아. 너무 외로워하지 마.”
“네에.”
아내들에게 선물해 준 물건 중 하나.
‘구름과 물방울’이라는 목걸이는, 연락을 통해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자까지도 가능하다.
고유의 마력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 누가 내게 연락했는지 알 수가 있는 물건이다. 처음 설정한 주인만이 목걸이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나는 아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잘 지내고 있어. 알았지?”
“네, 기다릴게요......!”
아내들 전원에게 가벼운 키스를 해준 다음, 나는 크리스티아 도시로 순간이동 할 준비를 했다.
정신을 집중하자, 머릿속에 지도가 펼쳐진다.
‘뿌리촉수’로 오염시킨 크리스티아의 땅 일부 지역을 설정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우우웅-
그러자.
탓-
“다시 왔네.”
자동으로 몸이 두둥실 떠오르고 눈을 뜨니, 나는 크리스티아 도시의 외곽 쪽 한 폐건물 안으로 이동해 있었다.
건물에서 나와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어두웠고, 주변은 캄캄했다. 아내들과 섹스를 마친 뒤 이야기도 많이 나눴기에, 거의 새벽 2시가 다 되어갔다.
터벅, 터벅-
일단은 곧바로 루나의 하품 쉼터로 향했다.
길이 어두운 만큼 공기가 으스스했지만, 도시의 중앙 쪽으로 다가갈수록 마치 분위기가 서울의 밤처럼 변해갔다.
밤늦게 운영하는 술집들이라든지, 활발한 가게들이 꽤 보였다.
루나의 하품 쉼터 건물은 그중 아주 조용한 편이었다. 술집들 옆에 자리하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바깥의 소리가 차단된다. 건물 전체에 방음 마법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 늦게 오셨네요~ 하고 카운터에서 인사하는 직원에게 마주 인사하고 난 뒤, 나는 세라, 세리와 함께 배정받은 방의 방문을 열었다.
철컥.
“어? 오빠!”
“아!”
들어오기 전부터 감지로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세라와 세리 자매는 아직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새벽 2시임에도 오히려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내가 오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뭐야. 너희들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
내가 묻자, 세라와 세리가 동시에 답했다.
“그야 오빠가 걱정돼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빠가 그냥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신 줄 알고......”
반갑고, 안도하면서도 왜 이제야 왔냐고 타박하는 표정. 하기야, 낮에 나와놓고 새벽 2시까지도 들어오지 않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미안, 미안. 조금 도시를 둘러보고 뭣 좀 사느라고 늦었어.”
“아, 그러고 보니 오빠 옷이 달라졌어요.”
나는 둘에게 사과했고, 세라는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며 감탄했다.
“응, 옷도 새로 샀지. 너희 둘 저녁은 먹었어?”
“네! 먹었어요.”
“그럼 슬슬 자자. 피곤하겠다. 어디서 잘래?”
“아, 저는 이쪽 침대 쓰기로 했어요.”
“저는 이쪽......!”
세라와 세리가 각자 왼쪽과 오른쪽으로 샤샤샥 움직였다.
이 방은 침대가 한쪽 벽면에 연달아 놓여 있는 구조였기에,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는 가운데에 놓인 침대에서 자게 되었다.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몸을 눕혔다.
“......”
세리와 세리는 각자의 침대에서 숨죽여 있었다.
세리는 내가 옆 침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했고, 세라 또한 이불을 덮은 채로 나를 빼꼼 바라보았다.
세라를 가지고 음란한 장난을 쳐도 되겠지만, 오늘은 아내들이랑 너무 진득한 섹스를 하고 와서 그런지 그냥 얌전히 자기로 했다.
나는 둘에게 잘 자라고 말한 뒤, 그대로 눈을 감았다.
* * *
다음 날 아침.
달그락- 오물오물-
“와아, 그러면 단장급으로 시험을 치르러 가시는 거예요?”
“응.”
“앗, 그럼 오빠...... 오늘도 늦게 들어오실 수도 있겠네요......”
“어...... 아마 그럴 수도 있지?”
루나의 하품 쉼터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우리는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다.
메뉴는 계란 프라이에 소시지와 빵. 수프까지 있는 미국식 아침이었다.
세라는 내가 몬스터 웨이브 병력 지원에 단장급으로 시험을 치른다는 사실에 감탄했고, 세리는 내가 오늘도 늦게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세리한테 말했다.
“어제는 푹 쉬었으니, 너희도 오늘은 도시를 돌아다녀 봐.”
“도시를요?”
“응, 가게를 차린다며. 어떤 가게를 차릴지 둘러봐야지.”
“아, 맞아요. 확실히 그러네요.”
“미리 둘러보고 오빠한테도 소개해 줄게요!”
“그래그래.”
세라와 세리는 서로 가게에 관한 이야기로 불태웠다. 나는 둘한테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백작성으로 향했다.
터벅, 터벅-
“이야.”
도시 자체가 워낙 넓었기에, 백작성으로 향하는 마력철도도 존재했다.
현대의 지하철 같은 편안한 탑승감을 느끼며 백작성 근처의 정거장에서 내린 나는, 거대한 성벽으로 무장된 백작성을 보며 감탄했다.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자, 한 병사가 말을 걸어왔다.
“무슨 용무로 왔지?”
문지기와 같이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였다.
아무나 들여보내 줄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병사를 향해, 나는 병력 모집소에서 받은 카드를 내밀었다.
“시험을 보러 왔습니다.”
“시험?”
“네.”
“으음.”
문지기 병사는 내기 내민 카드를 받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어떤 마력 장치에 삑- 하고 확인해보았다. 장치를 통해 진품이라는 게 확인되었는지, 그가 몸을 비켜주며 고개를 주억였다.
“들어가 보도록.”
거대한 성벽 문이 열리지는 않고, 그 옆쪽으로 나 있는 작은 출입용 문이 열렸다.
문지기를 지나쳐 들어가려던 찰나에, 그가 덧붙이듯 말했다.
“참, 시험에 관해서는 기사단 연무장을 찾아가 보도록. 내부가 워낙 넓어 헷갈릴 수 있는데, 안내판을 보고 잘 찾아가 보면 될 거야.”
기사단 연무장이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주억인 나는 문을 지나서 백작성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야, 넓네.’
백작성 내부의 풍경은 척 봐도 바깥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크리스티아 도시 전체가 발전이 잘 된 도시를 보는 것 같다면, 백작성 내부는 그와 반대로 중세 시대의 감성이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건물들의 디자인도 그렇고, 공원 같이 꾸며놓은 길들도 그랬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중간중간 메이드들도 보였다. 프릴이 달린 하늘하늘한 메이드복을 입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여자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지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외모를 보고 뽑는 메이드답게, 한명 한명의 미모가 상당히 빼어났다.
확실히 여기를 장악하기만 한다면, 단숨에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적당히 길을 걷다가, 사람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은 땅에 뿌리촉수를 내려 백작성 내부에 조그마한 내 영역을 만들었다.
드드드득-
혹시 모르니, 송곳촉수와 포자촉수들도 함께 설치해 두었다.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숨어있기만 하라는 말과 함께.
“그나저나 기사단 연무장이 어디야.”
일단 아무 곳이나 오기는 했지만, 헷갈릴 수 있다는 병사의 말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마력감지를 펼쳐서, 연무장으로 보이는 곳을 찾아다녔다.
“아, 있다.”
10분 정도를 돌아다니자, 감지 범위에 연무장이 잡혔다.
나는 곧장 연무장으로 향했고, 기사들이 훈련하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바라보았다.
“하압!”
“흡!”
부웅-
타아악-!
대련 훈련이 한창인 와중인지, 기사들이 목검을 쥐고 서로를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연무장 위쪽으로 황룡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 있는데, 기사들 한명 한명이 상당히 강했다.
유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피오나나 로샤, 에이미보다 강한 자들이 수두룩했다.
물론, 나이에서 차이가 있기는 했다. 기사단원 중 가장 젊은 사람이 30대 중후반이고, 나이가 있는 기사는 50대 후반도 존재했다.
저들도 영재라 불리며 상당한 재능을 가진 자들이 뼈를 깎는 수행을 한 것일 터인데, 역시 이 세상은 재능에 따른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피오나와 에이미, 로샤가 나와 ‘합일발전’을 하고 훈련을 계속한다면, 빠른시일 내에 저들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팔짱을 끼고는 계속해서 기사단원들의 훈련을 지켜보았다.
땀내 나는 광경을 보는 건 취미가 아니지만, 묘한 기백이 느껴져서 중독성이 있었다.
촉수 괴물은 암컷을 범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강이 되고자 하는 상승심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광경도 지루하지 않게 지켜볼 수가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지?”
그 순간이었다.
“......?”
돌연 뒤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인간으로 변신한 상태라 할지라도,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뒤를 잡히다니.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뒤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금발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