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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102화 (102/108)

Ep. 102

몬스터 웨이브 대비 병력 모집소.

안으로 들어가니, 한 여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병력 지원 신청하러 오셨나요?”

“네.”

“그러시면, 이쪽으로 들어와 서류를 작성해주세요~.”

확실히 병력 모집소는 모험가 지부에 비해서 사람이 적었다.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번호표를 뽑을 필요도 없이 나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바로 창구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음.’

이름, 나이, 직업 등등.

모험가 신청을 할 때와 비슷한 종이를 여직원이 건네주었다.

이제는 어딜 가나 은행과 비슷한 서류 작업을 해야 하는 건가.

약간의 귀찮음을 느끼며, 나는 적당히 칸을 채워 넣었다.

스윽- 슥-

“다 적었습니다.”

“네에~.”

종이를 넘기자, 직원이 항목을 하나하나 확인해나갔다.

“모험가시네요. 그럼 모험가 카드도 같이 제출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확인되었습니다.”

E클래스 모험가라는 것이 확인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별달리 볼 것도 없이, 바로 신청이 되는 모양이다.

“앗, 그런데 한 가지를 빼먹으셨네요. 지원하시는 급수를 적어주셔야 하는데, E클래스 모험가시니 일반 병사급으로 괜찮을까요?”

신청이 완료되기 직전, 여직원이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일반 병사급이요?”

지원 급수? 그게 뭐지?

모르는듯한 태도를 보이자, 여직원이 바로 설명해주었다.

“아, 저희는 지원자님의 무력을 토대로 급수를 나눠서 병력을 지원받고 있거든요. 급수는 일반 병사급, 기사급, 단장급.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어요.”

여직원이 말을 이었다.

“일반 병사급은 E클래스 이상의 모험가 혹은 2등급 이상의 용병 정도의 실력은 가진 지원자분을 말하고, 기사급은 C클래스 이상의 모험가나 1등급 이상 용병의 실력을 지닌 지원자분을 말해요. 유진님도, 유진님의 무력에 맞게 급수를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과연.

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현 클래스에 맞는 무력을 지니셨다면 일반 병사급이라고 적어주시면 되시고, 무력이 클래스를 웃돌아 C클래스 이상의 모험가나 1등급 용병 이상의 실력을 지니셨다면 기사급이라고 적어주시면 됩니다.”

그녀는 내가 작성한 종이를 다시 내게 건네주었다.

“물론, 직업보다 급수를 높게 신청하시면, 정말로 그 정도 무력을 지녔는지 저희 쪽에서 시험을 보셔야 합니다. 무력이 확인돼야 신청이 가능한 부분이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병사급이랑 기사급이라......’

나는 고민하다가 여직원에게 물었다.

“단장급은요?”

“네?”

“단장급도 제가 신청할 수가 있나요?”

일반 병사나 기사야 당연히 쌈 싸 먹을 수 있는 거고, 내가 궁금한 건 가장 위의 급수였다.

단장급.

아마 이 급수가 핵심이리라.

여직원이 어, 하고 말을 끌다가 답했다.

“어...... 그, 단장급은 S클래스 이상의 모험가급 무력을 가진 지원자분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기사단장직을 아무런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한...... 그런 급수입니다.”

그녀는 답하면서,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계급이라서 설명을 안 드렸는데......’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무조건 단장급이다.

나는 단장급에 체크하고, 여직원에게 종이를 건넸다.

“아......”

종이를 건네받은 여직원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일부러 이렇게 지원을 나눴다는 것은, 무력마다 역할을 나누겠다는 뜻. 단장급으로 지원해야, 여기사 레이와 함께 활동할 수 있으리라.

“저, 정말로 이렇게 신청 도와드릴까요?”

“네.”

“실례지만...... 그, 만약에 장난이시면 곤란합니다. 저희가 곤란한 게 아니라 지원자이신 유진님이 곤란해지실 수 있습니다.”

여직원은 내게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20대 초반의 E클래스 모험가가 S클래스랑 비비려고 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긴 하다.

“장난 아니니 그대로 해주세요.”

“그...... 으음, 네. 알겠습니다.”

여직원은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어딘가에서 카드를 하나 가지고 와서 내게 건넸다.

“이건......”

“해당 카드는 ‘단장’급 지원자에게만 발급되는 카드입니다. ‘크리스티아 백작성’에 시험을 목적으로 1회 출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기사급 지원은 모험가 지부와 연합하여 저희 쪽에서 시험을 보지만, 단장급 지원자는 저희 쪽에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급수이기 때문에, 직접 백작성에서 시험을 보셔야 합니다.”

아하.

확실히 S클래스 모험가급 병력을 모집소에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S클래스 모험가가 되는 것만 해도 정해진 지부에서 고위 간부들이 보는 앞에서 무력 시험을 봐야 하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이제 가보면 되나요?”

“네. 그...... 시험은 1주일 안에 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몬스터 웨이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알겠습니다.”

나는 카드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여직원에게 인사하고는 모집소에서 나왔다.

여직원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가 진짜 S클래스 모험가급의 실력을 가졌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저 객기에 취하여 쓸데없이 단장급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인식된 모양. 아마 이전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더러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상관없다.

‘시험이라......’

무슨 시험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통과를 못 할 자신이 없으니까.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작성 내에 정식으로 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내에 뿌리촉수를 심어둬야겠어.’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니, 땅을 우선적으로 오염시켜두면 좋을 것이다.

크리스티아 도시는 명백히 발전된 대도시이지만, 배경 자체는 판타지인 만큼 민간인이 거주하는 ‘도시 공간’과 귀족의 저택인 ‘백작성’이 분리되어 있었다.

도시 중앙에 거대한 성벽이 하나 더 있고, 그 너머에 백작성이 있다. 백작성은 성 내부에서 근무하거나 특별한 용무를 지닌 사람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일주일이라고 했으니, 내일이나 모래 바로 가서 시험을 보자.’

안에 들어가면 레이를 만날 수 있으려나.

나는 카드를 보관촉수 안에 넣어둔 다음,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루나의 하품 쉼터로 돌아가서 세라, 세리와 함께 저녁을 먹어도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내들을 보고 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세라와 세리한테는 밤늦게 들어갈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해놨으니까.’

알아서 잘 챙겨 먹을 것이다.

나는 다시 엘도라의 종합상점으로 향했다.

암퇘지 아내 비앙카에게 옷을 선물해줬기 때문에, 이브한테 줄 옷을 새로 사야 했다.

나는 이브의 옷을 구매하면서, 마력석도 대량으로 구매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던전 수호 정령 히나는 아직 내 아내도 아니고 몸도 없어서, 따로 줄 선물을 사지는 않았다.

대신, 마력석을 주기로 했으니까.

던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마력석은, 그 자체로 그녀에게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또 오세요!”

이번에도 역시 1백만 제니가 넘는 돈을 쓰고 나가니, 상점에서는 나를 아주 극진히 모셨다.

나는 구매한 물건들을 전부 보관촉수에 넣어둔 다음,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좋아.’

정신을 집중하여, 던전에 심어둔 뿌리촉수로 순간이동 할 준비를 했다.

우우웅-

뿌리촉수로의 순간이동을 바라며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지도가 저절로 펼쳐진다. 대륙의 지도 중 뿌리촉수가 설치된 위치가 자동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그 지도를 보고 장소를 고르기만 하면, 나는 해당 장소로 순간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가만, 그런데 혹시 몸만 순간이동되는 건 아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옷을 입고 있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순간이동 하면,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은 쏙 빠지고 내 몸만 순간이동 되는 건 아닐까?

‘일단 시험해봐야 아니까.’

나는 옷을 다 벗어서 보관촉수에 넣어둔 뒤, 팬티만 입은 상태로 던전에 심어둔 뿌리촉수로 순간이동해 보았다.

우우웅-

‘오, 몸만 이동하는 게 아니네.’

나름대로 융통성은 있는지, 순간이동은 내 몸체뿐만 아니라 걸치고 있는 옷가지들도 함께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팬티를 입은 상태 그대로, 던전에 나타났다.

“이야.”

주변을 둘러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 으스스하고 시린 공기.

과연 던전의 분위기는 대도시인 크리스티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거주구역이라서 공략구간만큼 불쾌한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스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던전의 주인이라서 그런가, 이곳이 더 포근하게도 느껴진다.

힘이 솟아나고,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아내들은 잘 있으려나.’

나는 거주구역 내의 숲을 터벅터벅 걸었다.

뿌리촉수를 심어둔 곳은 거주구역의 맨 끝자락이기 때문에, 거주구역의 중앙에 있는 저택까지는 거리가 좀 되었다.

어떤 식으로 아내들한테 인간 모습을 말해줄까 생각하면서 숲을 거닐자, 감지 범위에 무언가가 걸렸다.

‘응? 아.’

확인하니, 아내인 이브 세라피아와 피오나였다.

아내들 모두 저택에 있을 줄 알았는데, 둘은 저택이 아니라 나처럼 거주구역의 숲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니, 어때요? 여기는 루망 나무를 심으면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응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예 이 라인을 다 루망 나무로 가도 괜찮고.”

“아, 그래요. 그것도 깔끔하고 멋질 것 같아요.”

특이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들어보니 둘이 같이 나무 열매를 심고 있는 모양이었다.

크흑.

이렇게나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니.

남편 된 입장에서 너무 보기가 좋았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둘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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