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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97화 (97/108)

Ep. 97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내들 얼굴 못 본 지도 좀 됐네.’

터벅, 터벅-

호텔에서 나와 거리를 거닐면서, 나는 신청도 신청인데 아내들도 좀 신경 써줄 때가 됐다는 것을 느꼈다.

귀여운 묘족 유리와 내 첫 여자인 엘리네.

S클래스 모험가인 엘레나와 C클래스 모험가 3인방인 피오나, 에이미, 로샤.

그리고 성녀인 이브와 뱀파이로 로드인 아리엘까지.

던전에서 나온 지도 벌써 5일.

이제 이틀만 더 지나면, 아내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일주일이 흐르게 된다.

던전의 거주 구역은 환경이 좋다. 저택도 넓은 만큼 아내들끼리 서로 잘 지내고 있기는 하겠지만, 너무 오래 집을 비우면 미안하다.

오늘 밤에는 세라랑 세리가 잘 때, 잠시 던전으로 돌아가 아내들의 얼굴을 보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이 크리스티아 도시에 뿌리촉수를 설치해야 하는데.’

던전으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이 도시로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뿌리촉수를 설치해두는 작업을 미리 해놔야 한다.

뿌리촉수 자체는 기본적으로 은신과 잠복 특성이 있어 어디에 설치해도 모습을 보이지 않겠지만, 내가 순간이동을 하면 뿌리촉수가 있는 허공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목격자가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설치할 거면 되도록 사람이 없는 곳이 좋다.

나는 크리스티아 도시를 둘러보며, 아무도 찾지 않을 만한 외진 곳을 탐색했다.

‘여기가 좋겠네.’

적당한 장소는 의외로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여차하면 도시를 나가서 설치할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발전된 도시라도 버려진 곳들은 있기 마련이다.

크리스티아 도시의 외곽 쪽.

나는 한 폐건물 뒤편에 뿌리촉수를 설치했다.

드드득-

내 손으로부터 마치 나무의 뿌리모양을 한 촉수가 내려왔다.

보라색 뿌리를 가진 촉수는 땅 아래로 꺼지더니, 은신과 동시에 주변의 땅들을 오염시켜 나아가기 시작했다.

촤좌좍-

오염된 땅은 일반 땅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육안으로는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오직 촉수 괴물인 나만이 구별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이 장소는 내 구역이다.

나는 뿌리촉수 옆에 포자촉수랑 가시촉수도 하나씩 설치하고는, 자리를 떴다.

당연히 도시 안쪽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적으로 명령하지 않는 이상은, 누군가를 해치지는 않도록 지시를 내려두었다.

오늘 밤에 아내들을 위로해주고, 그 뒤로도 자주 던전에 들러주면 될 것이다.

이틀에 한 번씩은 던전에 들러줘야지.

하루는 세라랑 세리의 공략에 힘쓰고, 하루는 아내들을 달래주면 딱 맞을 것 같았다.

터벅, 터벅-

“어서 오세요! 엘도라의 종합상점입니다!”

뿌리촉수를 설치한 다음, 나는 현대의 백화점이라 생각할 수 있는 종합상점에 들렀다.

몬스터 웨이브 지원 신청을 하기 전에, 우선 옷부터 사기로 했다.

‘깔끔하게 입어야지.’

지금까지는 계속 지하실에서 세라가 비상용으로 준 옷만 입고 다녔다.

어제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대도시에 왔으니 슬슬 패션도 대도시답게 바꿔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나는 종합상점 내의 보석상에서 보석 두 개를 팔았다.

각각 5,280,000제니와 11,750,000제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합쳐서 1천 7백만 제니가 넘는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 번에 약 1억 7천만 원 정도가 생겨난 것이다.

보석상을 운영하는 아줌마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한 것도 있겠지만, 룬의 창고에 있는 보석들이 생각보다 더 커다란 가치를 지닌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돈을 챙긴 나는 종합상점에서 인간폼 상태인 내가 입을만한 옷들과 아내들에게 줄 선물들을 구매했다.

엘리네에게 줄 수호 반지, 엘레나에게 줄 마력 팔찌, 피오나에게 줄 단검 등등......

각자에게 어울리고 도움 될 만한 것들을 골랐더니, 순식간에 6백만 제니가 삭제되었다.

‘와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내가 8명이나 되고 좋은 것들을 주려다 보니, 돈을 쓰는 것도 한순간이다.

물론 저 6백만 제니에는, 내가 입기 위해 구매한 옷들의 가격과 아내들과 즐거운 섹스를 위한 코스프레 복장들의 가격도 포함되어 있었다.

알찬 쇼핑을 마치고, 나는 그제야 ‘엘도라의 종합상점’에서 나왔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지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깍듯하게 인사했다.

순식간에 상점의 VIP가 되어버렸다.

근처 건물에 내 모습을 비춰보니, 개연성 있는 얼굴에 더해 패션도 깔끔해졌다.

‘아주 좋아.’

구매한 물건들은 이번에 새로 얻은 ‘보관촉수’에 전부 넣어두었다.

⚫ 기본 정보( Basic Information )

- 진명 : 천유진

- 종족 : 촉수 괴물

- 레벨 : 97

- 보관촉수 : 특수한 기능을 위한 촉수. 촉수 안쪽이 고유의 아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리엘을 아내로 만들고 96렙이 되었는데, 이번에 세라, 세리와 다니면서 레벨이 97로 올랐다.

세라를 내 아내로 만들어서 상승한 레벨은 아니었다. 세라는 상급의 암컷이기는 하지만, 일반인이라 많은 경험치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그동안 생성해둔 많은 촉수 수족들과 특수 수족들 덕분에, 나는 숨만 쉬고 있어도 레벨업 바랄 수 있는 상태이다.

내 수족들이 언제나 영양분( 경험치 )를 본체로 보내오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로 인해 레벨이 올랐다.

보관촉수는 97레벨이 되면서 얻은 촉수이다.

아공간 안에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는데, 지금은 대략 중고등학교 교실 정도의 크기까지 물건 보관이 가능했다.

레벨에 따라, 아공간의 크기가 커지는 모양이다.

“저기요. 길 좀 물으려고 하는데요.”

“어? 아, 네......!”

살 것들도 다 샀으니, 이제 남은 건 몬스터 웨이브의 지원 신청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지원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갔다.

역시 개연성의 힘이라고 할까.

적당히 젊은 여자를 잡고 물어보면, 바로 길을 자세히 알려준다.

나는 한 건물 앞에 섰다.

몬스터 웨이브 대비 병력 모집소.

따로 창구가 존재했다.

‘사람들이 꽤 많네?’

길을 알려준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다른 것들도 물어봤는데, 신청은 6개월 전부터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아직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몬스터 웨이브 이벤트는 꽤 커다란 중대형 이벤트였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문득 창구 옆에 붙어있는 문구가 보였다.

[ 최소 지원 자격 : E클래스 이상 모험가 혹은 2등급 이상 용병 ]

‘......? 아니, 잠깐만.’

나는 촉수 괴물이다.

즉, 인간이 아닌 백수.

무직이라는 뜻이다.

‘실화인가.’

오늘 신청을 마치려던 내 계획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이거 모험가 지부부터 먼저 방문해야겠네.’

그래도, 좌절할 필요는 없었다.

E클래스 이상 모험가는 되기가 쉽다.

가장 낮은 클래스인 F클래스에서 한 단계만 승격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아직 몬스터 웨이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얼른 모험가부터 달자.

터벅, 터벅-

나는 몬스터 웨이브 대비 병력 모집소에서 나와 길가를 걸었다.

모집소에서 모험가 지부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5분 정도를 걸으니, 건물들 사이로 커다란 모험가 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빈보나 마을보다 훨씬 크네.’

4층짜리 건물 하나만 있던 빈보나 마을과 다르게, 크리스티아 도시의 모험가 지부는 커다란 건물 3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무리 국가 연합에 있는 모험가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그건 프리지아 대연합에 비해서 적다는 거지 결코 그 절대적인 숫자가 작다는 뜻은 아니었다.

물론, 실력이 출중하다는 가정하에, 국가 연합 전반에서는 모험가보다 기사가 더 안정적이고 명예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다.

그래도 기사가 되지 못할 정도의 실력에 머무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기사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모험가 지부는 사람들로 상당히 붐볐다.

나는 모험가 지부 안쪽으로 들어가 상담 창구 앞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가, 이내 차례가 되자 직원 앞에 앉았다.

“모험가 신청하려고 왔습니다.”

“아! 신규 신청이신가요! 그럼 우선, 이쪽에 서류를 작성해주세요.”

직원이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이름, 나이, 주 무기 등등 적는 게 많았다.

뭔가 은행 같네.

나는 대충 칸을 채워 넣었다.

‘이름은 유진으로.’

나이는 23.

주 무기는...... 촉수? 없는데. 그냥 맨몸이라고 적어야겠다.

출신 국가 혹은 지역을 적는 칸도 있었는데, 적당히 프리지아 대연합으로 했다.

자세히 보는 건 아닌지, 직원도 그냥 확인만 하고 넘어갔다.

“다음으로, 이쪽 종이도 작성해주세요!”

나는 직원에게 또 한 장의 종이를 받았다.

1. 나는 평소 몬스터를 보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

매우 그렇다 / 그렇다 / 보통이다 / 그렇지 않다 / 전혀 그렇지 않다

“......”

질문지였다.

1번부터 65번까지의 질문.

귀찮긴 했지만, 기초적인 질문들이어서 얼른 체크하고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모험가 최소 무력 측정이 있는데, 전투 계열에 마력 또는 신체로 무력을 측정합니다. 그런데, 유진님은 공통이라고 적어주셨어요. 둘 중 하나로만 시험을 보셔도 되는데, 어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마력으로 해주세요.”

“네! 그럼 마력으로.”

직원은 투명한 작은 구체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내게 마력을 불어넣어 달라고 말했다.

“오래 걸려도 되니까! 천천히 해주시면 돼요!”

전작에서도 나왔던 시험이다.

마력 능력치 평균이 8은 돼야 통과할 수 있는 시험.

실제로 마력 능력치 평균 10 정도 되는 사람이 이 시험을 통과하려면, 최소 5분 정도는 집중해서 마력을 불어넣어야 했다.

10분이 넘으면 탈락이었다.

우우우웅-!

그러나, 내가 숨 쉬듯 마력을 불어넣자, 순식간에 구체가 푸르게 빛났다.

“헉......”

직원은 예고도 없이 들어온 푸른 빛에 헛바람을 삼켰다.

뒤에서 각자 다른 용무로 대기하던 모험가 중 나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헛숨을 들이켰다.

직원은 얼른 내게서 구체를 회수했다.

“시, 시, 시험은 통과에요. 그, 모험가 카드를 지금 바로 발급받으시겠어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넵! 지금 바로! 발급해드리겠습니다......!”

나는 3천 제니를 지급하고, 모험가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이제부터 발급받을 카드가, 내 신분을 증명해 줄 것이다.

“유, 유진님은 현 시간부로 F클래스 모험가십니다......! E클래스 모험가로 승급하시려면, 모험 포인트 100을 모아주시고 어느 지부에서든 승급 시험을 받으시면 됩니다!”

직원은 깍듯한 태도로 내게 카드를 건네주며, 모험가의 주의 사항이나 여러 가지를 설명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항들이기 때문에,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는 정식 모험가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모험가 지부의 ‘의뢰 지부’를 돌아다니며, 내가 원하는 의뢰를 선택해 수행할 수가 있었다.

삐빅-

나는 다른 건물로 발걸음을 옮긴 뒤, 모험가 카드를 대고 의뢰 지부 안으로 들어갔다.

왁자지껄-

단순한 상담 지부와는 다르게, 역시 가장 활발하면서 모험가가 많이 모이는 지부였다.

개성 넘치는 모험가들이, 군데군데 모여있었다.

나는 중앙으로 걸어가, 거대한 원형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내가 할 수 있으면서, 포인트 많이 주는 의뢰 어디 없나......’

모험 포인트 100을 모으려면, F클래스도 가능한 쉬운 의뢰를 4개나 5개 정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귀찮고.

그냥 한 번에 포인트를 많이 주는 의뢰를 하고 싶은데, 그러면 또 클래스에 제한이 걸려있었다.

E클래스 모험가 이상, D클래스 모험가 이상.

이런 식으로.

의뢰자가 F클래스 모험가는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게 보통은 맞기도 하고.

‘으음.’

나는 게시판 전체를 살펴보며 의뢰를 찾았다.

‘오, 이거 괜찮네.’

그중에서 운이 좋게도, 나름대로 괜찮은 의뢰를 발견해낼 수 있었다.

클래스에 제한이 없고, 내 무력이면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의뢰.

포인트도 150을 줘서, 내 목표에 딱 걸맞았다.

삐빅-

‘이건 바로 신청이지.’

나는 곧바로 의뢰 게시판에 카드를 대어, 해당 의뢰를 신청했다.

신청자가 나왔으니 의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의뢰가 들어섰다.

‘바로 출발하자.’

나는 게시판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내용은 전부 숙지했고, 이제 출발해서 후딱 끝내고 오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뒤에서 어? 하고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만요! 저기요!”

“?”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등을 찔렀다.

“아니, 그 의뢰 제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갑자기 신청해버리면 어떡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