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96화 (96/108)

Ep. 96

“도착했습니다!”

날이 밝고 아침이 되자, 우리는 무사히 크리스티아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아아......”

“와아......”

대도시 크리스티아.

세라와 세리는 웅장한 도시의 위용을 보고, 입을 떠억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나 또한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거 완전 현대나 다름없네.’

세련된 건물들의 디자인 하며, 거리, 도보, 심지어는 사람들의 패션까지. 전부 중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되어 있었다.

‘애초에 중세가 아니긴 한데.’

나는 피식 웃었다.

판타지 하면, 중세라는 인식이 있으니까.

나 또한 지금까지 던전을 만들고 라일락 마을과 빈보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마치 중세에 온 듯한 느낌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이 세계는 마도공학이 발달 된 또 하나의 현대 세계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애초에, 어떻게 중세시대에 샤워기, 변기, 냉장고, 에어컨 등등 편리한 제품들이 있겠는가.

현대처럼 막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세계의 대도시 같은 경우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인 마력철도가 있고, 아이스크림과 같은 현대식 디저트도 존재했다.

물론, 지역 간의 격차는 아주 크다. 때문에, 이런 도시가 많지는 않았다.

정말로 중세 느낌이 나는 도시도 있는가 하면, 문화가 다른 특수한 종족 마을의 경우 전혀 다른 향취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어쨌든, 크리스티아 도시는 명백히 세련된 느낌이 나는 현대적 도시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다음에 또 이용해주세요!”

마차에서 내린 우리는, 마부와 인사를 나눈 뒤 도시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런 도시로 오는데 마차를 타는 것도 아이러니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성벽 밖은 야생이고, 몬스터들이 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마력철도를 설치할 수는 없었다.

마차는 굉장히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세라와 세리는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에게 라일락 마을의 신분증을 제시했고, 나는 빈보나 마을에서 발급받은 임시 통행증을 보여주어 성문을 통했다.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말없이 또 한 번 도시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러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세라랑 세리도 여기 처음 와봐?”

내가 물었다.

마을을 보며 감탄하는 모습이, 꼭 이렇게 발달 된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듯했다. 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헤헤, 아뇨. 처음은 아니에요.”

“옛날에 몇 번 와 봤는데, 아주 어렸을 때라서. 잘 기억이 안 나요.”

하긴.

라일락 마을은 촌마을이고, 크리스티아는 대도시다.

라일락 마을에서 크리스티아 도시까지 적어도 며칠씩은 걸리기 때문에, 외출 부담감은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해외여행 급일 것이다.

보통이라면 시골에만 박혀 있는 게 평범한 인생이겠지.

“그럼, 우선 머무를 곳부터 찾아볼까?”

“네!”

“네에.”

세라와 세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둘을 데리고 도시를 둘러보며 임시로 머무를 곳을 찾았다.

빈보나 마을에는 여관이 있었는데, 여기는 대부분이 상가였다.

대신, 호텔 비슷한 건물들이 곳곳에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서 ‘루나의 하품 쉼터’라는 9층짜리 건물에 들어갔다. 카운터로부터 귀엽게 생긴 키가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방긋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세요! 루나의 하품 쉼터에 오신 걸 환영해요! 숙박하실 건가요!?”

“네. 1박에 얼마죠?”

“저희 루나의 하품 쉼터는, 룸에 따라서 가격이 나눠진답니다! 이쪽 안내판을 참고해주세요!”

나와 세라, 세리의 눈동자가 동시에 안내판을 향했다.

[ 루나의 하품 쉼터 ]

- 느슨한 하품( 2인실 ) : 1박 5,000제니

- 빵빵한 하품( 3인실 ) : 1박 6,500제니

- 시원한 하품( 4인실 ) : 1박 9,800제니

- 특별한 하품( 4인실 ) : 1박 24,000제니( 저녁 식사 4인 메뉴 무상 제공! )

‘으음.’

참으로 독특한 이름의 객실이다.

‘그나저나 3인실에 6,500제니라......’

조금 비싸긴 해도, 아주 납득하지 못할 만한 가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내 기준인 확률이 높았다.

고개를 힐끔 돌려 세라와 세리를 바라보자, 그녀들은 역시나 충격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덜덜덜-

“오, 오빠아...... 세상에. 여, 여, 여, 여기......! 어, 엄청나게 비싸요......!”

“제일 비싼 방이 2만 4천 제니......? 으읏, 이, 이거 사기 아니에요......?”

자매 둘이서 저러니까, 정말 시골 촌사람이 서울에 올라온 듯한 기분이다.

속삭이듯 말했지만, 세라와 세리의 목소리는 카운터 아가씨에게 전부 들린 듯했다. 카운터 아가씨가 조금 당황하여 곧바로 입을 열었다.

“네!? 비싸다니요! 그래도 저희 루나의 하품 쉼터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에요......! 물론 제일 저렴하지는 않지만...... 가성비는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 그, 그런......가요?”

“네! 반대편에 있는 ‘엘도라의 럭셔리 슬립’ 같은 경우는 아주 그냥 악질이라서, 3인실 1박에 1만 1천 제니나 한다구요!”

“헉......!”

세리가 충격받은 듯한 표정을 했고, 카운터 아가씨는 어떠냐는 듯 팔짱을 꼈다.

왜 자랑스러운 표정을 하는 거지.

그런데, 맞는 말이기도 했다.

이 호텔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구성하고 있었다. 나는 세라에게 말했다.

“저 직원분 말이 맞아. 애초에 도시랑 마을 물가는 다르니까. 빈보나 마을 여관이랑은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참고로 1제니는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딱 10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100제니는 1,000원.

1박인 6,500제니는 6만 5천 원 정도이다.

시설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쁜 가격은 아니다. 프리지아 대연합의 붐비는 도시는 평균 숙박 가격이 이곳의 두세 배 정도 하기도 하니까.

다만, 빈보나 마을 여관에서는 1박에 단돈 1,400제니밖에 하지 않는 곳에서 묵어서 그런지, 더욱 비교되는 모양이다.

“으읏...... 어, 어쩔 수 없네요.”

세라와 세리는 이곳에서 묵기로 마음을 정한 듯했다.

“그런데, 그...... 2인실 두 개를 계산하기는 너무 비싸서...... 오, 오빠도 저희랑 같이 3인실에서 묵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

세라가 괜히 볼을 발그레 붉히며 내게 물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대답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는 같이 묵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헤헤, 네......! 그럼 3인실로 할게요.”

세라는 비상금 가방 안에서 돈을 꺼내어, 카운터 직원에게 넘겨주었다.

“일단 3일 숙박할게요. 계산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카운터 직원은 방긋 웃고는 세라가 건네준 돈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세라의 돈을 받으면서, 비상금 가방 안에 있는 상당한 액수의 지폐를 눈을 반짝였다.

“손님.”

“네?”

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카운터 아가씨는 마치 까먹고 있었다는 듯 아이참,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미처 설명 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지금 일주일 연속으로 묵으면 하루를 추가로 넣어드리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혹시 일주일 연속으로 계산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네? 읏, 일주일을 계산하면 하루를...... 저, 정말요?”

세라는 순간 혹하는 마음에 카운터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네! 보아하니 여행차 오신 것 같고, 오래 머무르실 것 같은데! 저희 쉼터에서 그냥 쭈욱 머물다 가세요! 그게 편해요! 이게 이벤트긴 한데! 아무나 해주는 건 또 아니에요!”

“아, 그, 그렇구나......”

세라가 고민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종래에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지금 상황이 마냥 재밌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세라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일주일 연속으로 계산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총 4만 5천 5백 제니입니다!”

결정은 했지만,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건 부담스럽긴 한 모양이다.

덜덜덜-

세라가 떨리는 손으로 지폐를 꺼냈고, 카운터 아가씨는 세라의 돈을 받고 생긋생긋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세라는 휴우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가방을 닫으려는데, 또다시 카운터 아가씨의 눈이 뱀처럼 빛났다.

“저, 근데 손님!”

“네?”

“아이고, 제가 요즘 너무 잘 까먹어서 하나 더 있는 이벤트를 설명을 안 했네요! 그 1주일이 아니라 2주일을 한 번에 계산하시면, 무려 3일이나 무료로 넣어드리는데! 혹시 관심 없으신가요!?”

카운터 아가씨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세라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 * *

“후으, 그래도......! 시설은 좋네요. 방이 엄청 고급스러워요.”

호텔의 7층.

배정받은 방에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며 애써 장점을 찾는 세라의 얼굴이, 어째 슬퍼 보인다.

당해버렸다. 그것도 연쇄 할인마한테.

그렇지만, 이 정도 지출은 나쁘지 않다.

‘애초에 잠을 자려면 호텔이 필요하고, 여기는 비싼 편이 아니니까.’

세라 말대로 시설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현대의 깔끔한 호텔과 비교해봐도, 그렇게 꿀리지 않는다.

세라가 2주일을 한 번에 계산한 건 호갱 같지만, 3일의 서비스도 받았고 별달리 손해라고 볼 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우웅...... 침대도 엄청 푹신해요. 오빠.”

푸욱푸욱-

세리는 그동안 이동하면서 누적된 피로가 쌓였는지, 곧바로 푹신한 침대에 누워 이불과 하나가 되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푹 쉬어. 힘들었을 테니까.”

“헤헤, 네에......”

나는 침대에 몸을 부비적거리는 세리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어디 가요. 오빠?”

세라가 곧바로 내 움직임을 알아채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 나는 잠시 밖에 좀 나갔다 올게.”

“밖에요?”

세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말했잖아. 몬스터 웨이브 방어대에 지원한다고. 그거 신청하고 오려고.”

“아......!”

세라와 세리가 동시에 탄식했다.

곧 있으면 올 몬스터 웨이브.

원래라면 별다른 관심이 없을 이벤트지만, 이제는 아니다. 크리스티아 도시에 레이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버렸으니까.

전작에도 등장한 캐릭터.

여기사 레이.

허리 아래로 내려오는 금발과 날카로운 눈매가 매혹적인 캐릭터.

여기사 = 패배가 국룰인 업계인지라 전작에서부터 몬스터 능욕씬이나 주인공 보빔 씬을 기대했지만,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갈기고 아예 H 관련해서는 아무런 이벤트도 나오지 않았던 캐릭터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지.

나는 실제 촉수 괴물이 되었고, 이 세계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만약에 그녀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쾌적해질 것이다.

“신청하고 돌아올 테니까, 쉬고 있어. 밤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늦는다 싶으면 둘이서 점심이랑 저녁 먹고.”

“네에.”

“다녀오세요, 오빠아.”

나는 세라와 세리에게 인사를 남기고, 그대로 호텔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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