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93화 (93/108)

Ep. 93

크리스티아 백작가.

로셸 왕국의 3대 백작가로 유명한 크리스티아 백작가는, 왕국의 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기사단원들과 용맹한 병사들.

비경과의 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백작가인 만큼, 가문이 지니고 있는 전력 자체는 굉장한 수준이다.

“흐읍!”

“하아압!”

부웅- 후우웅-

백작가의 연무장은 대낮부터 사내들의 뜨거운 땀 냄새가 진동한다.

뼈를 깎는 노력과 하늘을 찌르는 기세.

매일같이 스스로를 갈고 닦는 지옥 같은 훈련을 버텨낸 기사들은, 한명 한명이 마치 괴물과 같은 무력을 지닌다.

최강의 검이라 불리는 흑룡기사단.

그 뒤를 잇는 백룡기사단과 청룡기사단.

세 단계로 구분된 기사단은, 단원들의 실력에 따라 그 급이 나뉜다.

최약이라고 평가받는 청룡기사단조차, 단원 한명 한명의 무력이 C클래스 모험가 이상이었다.

그런 청룡기사단조차 우러러보는 흑룡기사단의 기사단장 레이는, 개인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가볍게 땀을 털어내고는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후우.”

귀족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는 개인 훈련장.

그러나 레이는, 백작가의 건물 하나를 통째로 그녀 전용의 훈련장으로 개조해서 쓰고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니, 시녀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인사해왔다.

“레이님, 훈련 수고하셨습니다. 크리스티아 백작님이 부르십니다.”

“응, 알고 있어.”

흑룡기사단의 기사단장의 직책을 가진 그녀는, 이 백작가 내에서 귀족이나 다름이 없다.

백작과 백작 부인의 다음가는 권력.

당연한 일이다.

레이의 실력을 생각한다면, 어디를 가든 귀족 작위를 얻을 수 있으니까.

오히려 백작가에 남아 기사단장직을 맡아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레이는 백작성의 본건물로 들어섰다.

계단을 올라 최상층으로 발걸음을 옮겨, 화려하게 치장된 문을 두들긴다.

똑똑똑-

“각하. 레이입니다.”

“음, 들어오게 레이 경.”

“예.”

방 안에는 검은색 머리를 깔끔하게 올백으로 넘긴 중년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고드몬드 폰 크리스티아.

현 크리스티아 백작가의 주인이자, 그녀의 아버지가 충성을 맹세했던 분이다.

레이는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섰다.

고드몬드 백작은 레이를 맞이하며 직접 의자를 빼주었고, 레이는 푹신한 의자에 예의 바르게 앉았다.

“다름이 아니라, 확인차 불렀네.”

“예.”

“이제 ‘몬스터 웨이브’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까. 전력들은 잘 모이고 있나 궁금해서 말일세.”

레이는 흑룡기사단장이지만, 기사단의 훈련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는다.

비록 최강의 검이라고 불리는 흑룡기사단일지라도, 일반기사단원과 기사단장인 그녀는 무력 수준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났다.

레이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에 사용하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자원이었다. 따라서 흑룡기사단의 모든 훈련은, 부단장이 대신 도맡아서 진행했다.

그녀의 역할은, 일신의 무력 증진과 대외적인 활동뿐.

레이가 입을 열었다.

“우선 일반 병사급 용병과 기사급 모험가들은 순조롭게 모여들고 있습니다. 보수도 그렇지만, 활약상에 따라 클래스 역전을 꿈꾸는 자들이 많기에 지원하는 자들이 상당합니다.”

“음. 그렇지, 몬스터 웨이브는 재해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니까.”

고드몬드 백작이 고개를 주억였다.

레이는 이번 ‘몬스터 웨이브’의 병력모집 총책임자였다. 직접 발로 뛰어가며 사람들을 모으지는 않지만, 지원한 자들의 면면은 살펴본다.

“하지만, 단장급이라고 부를 만한 지원자는 아쉽게도 한 명도 없습니다. 지원받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S클래스 이상 모험가의 지원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후우...... 이거 큰일이군.”

고드몬드 백작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단장급의 지원자.

그건, 다시 말해 S클래스 이상의 모험가를 뜻했다.

몬스터 웨이브를 대비한 병력은, 총 세 단계로 구분 짓는다.

일반 병사급.

기사급.

단장급.

이들은 각자 맡는 역할이 다르다.

일반 병사급은 방어선을 뚫고 나오는 몬스터들을 붙잡고, 시간을 끄는 역할. 기사급은 본격적으로 전장을 누비며 휘젓는 역할.

단장급은 소방수, 교란, 적진 침투 등 때에 따라서 모든 역할을 수행 가능한 만능열쇠나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단장급 병력이 가장 중요하다.

한명 한명이 일당백을 넘어선 일기당천에 도달한 최강자들.

그런 자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무도 지원한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S클래스 모험가의 80%는 ‘프리지아 대연합’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고, 국가 연합에는 20%의 모험가밖에 존재하지를 않으니까.

그것도 로셸 왕국에서 활동하는 S클래스 모험가는, 2년 전부터 단 한 명도 없었다.

모험가라는 작자들은 대부분 길드가 아니라면 어디서 활동하는지 행동이 묘연하여 찾을 수조차 없다.

그렇다면 용병 쪽에서 찾아야 하는데, 용병에는 단장급인 사람 자체를 보기조차 어려웠다.

모험가는 질이 높고, 용병들은 질이 낮다.

1등급 용병이 모험가로 치면 C클래스 모험가이니 말 다 한 셈이다. 얼마 없는 특급이라고 해봐야, B클래스 모험가 수준이었다.

“그나저나 레이 경, 그대의 컨디션은 어떻지? 괜찮은가?”

고드몬드 백작이 물어왔다.

“저야 언제나 최고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라이칸도 항상 그렇게 대답했으니 말이야.”

고드몬드 백작이 씁쓸하게 말했다. 레이는, 라이칸이라는 단어에 잠시 향수에 잠겼다.

라이칸.

그건 그녀의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5년 전에 명을 다해서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이전 로셸 왕국의 최강자가 바로 그였다.

라이칸은 고드몬드 백작을 섬겼고, 레이는 아버지의 의지를 이어 백작가를 섬기고 있었다.

단지, 그 대상이 백작의 명령에 따라 고드몬드 백작에서 고드몬드 백작의 하나뿐인 혈육인 샤를로트 아가씨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무튼, 레이 경. 계속해서 지원은 열어두도록 하게. 단장급 지원자가 있으면 우리도 편하니 말이야.”

“예.”

“혹여 안 되면 자네에게 많은 게 달려있으니, 언제나 지금처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레이는 고개를 숙였고, 고드몬드 백작은 자신 있는 레이의 대답에 흡족해했다.

그는 레이의 무력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타 기사단장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레이와 고드몬드 백작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그 뒤로도 라일락 마을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백작이 레이에게 짧게 전달하기는 했지만, 그녀와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고드몬드 백작은 너무 라일락 마을을 방치했다고 작게 한탄했다.

레이는 그 모습을 보며, 아무래도 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알아본 뒤, 마을을 재건할 계획이 있는 것 같다고 짧게 추측할 뿐이었다.

“그럼, 저는 다시 훈련으로 복귀해보겠습니다.”

“으음, 그래. 살펴 가게.”

터벅, 터벅-

백작성 본건물에서 나온 레이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구름도 몇 점 없는 깨끗한 날씨.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이 계속되고 있는데, 얼마 뒤에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는 사실이 믿기지를 않았다.

레이는 잠시 산책할 겸 길을 걸어, 기사단원들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흐아압!”

“후읍!”

후웅- 부우웅-!

흑룡기사단원들이 기합성을 내지르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상의를 탈의하였기에, 전신을 꿈틀거리는 근육이 보였다.

각 잡힌 자세와 흐트러지지 않는 기세.

레이는 단원 한명 한명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모두가 명백한 강자. 25명의 단원 모두가 세간에서는 B클래스 모험가 수준이라고 불릴 만했다.

정말로 질이 좋은 기사단이지만, 레이가 보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했다.

‘몬스터 웨이브는...... 반드시 막아야 해.’

5년 전에 돌아가신 그녀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로셸 왕국의 최강자이자 무적으로 손꼽혔던 라이칸. 그 또한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했다.

비경에서 5대 극악 중 하나라고 불리는, 마귀(魔鬼)에게 당한 사건이다.

인간은 몬스터를 본능적으로 싫어하지만, 레이는 본능을 넘어서 보통 사람 이상으로 몬스터를 ‘증오’했다.

그렇기에,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그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대사건이다.

두 번 다시 아버지와 같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몬스터를 짓밟고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이었다.

따라서 ‘단장’급 전력이 한 명이라도 시급한 상황.

그러나, 현재 확보한 단장급 전력은 총 5명뿐이었다.

그녀를 포함해 흑룡기사단의 부단장, 백룡기사단의 단장, 청룡기사단의 단장, 마지막으로 왕실에서 지원을 보내준 제3 수호기사단의 단장.

다섯 명 정도면 든든해야 하지만, 레이는 여전히 불안했다.

‘모두 확실한 ‘단장’급이 아니야.‘

모험가로 치면, 백룡기사단의 단장과 청룡기사단의 단장은 A클래스의 상위권 수준이었다.

그나마 S클래스라고 봐줄 수 있는 흑룡기사단의 부단장과 제3 수호기사단의 단장도 겨우겨우 S클래스라는 이름에 턱걸이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완벽하게 단장급 활약을 해줄 거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강하지만, 애매하게 강하다는 것이 레이의 네 명에 대한 평가였다.

‘어디 하늘에서 갑자기 S클래스 모험가급 인재가 떨어져 주지 않으려나?’

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만큼이나 모집을 했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나올 생각이 없다는 뜻과 같았다.

레이는 머리를 비우고 개인 수련장에서 검을 잡았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후우, 내가 좀 더 잘하자. 그래,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아.’

그녀는 검을 올곧게 쥐고, 마치 바람처럼 휘둘렀다.

* * *

그리고 그날 밤.

덜컹-

덜컹, 덜컹-

“헤헤, 오빠! 여기 봐봐요. 별이 되게 예쁘지 않아요?”

“그러네. 잘 보인다.”

나는 빈보나 마을에 머무르지 않고 세라 세리와 함께, 크리스티아 도시로 향하는 마차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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