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90
문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응. 깨어 있는데, 무슨 일이야?”
“그, 그게......”
우물쭈물-
막상 문 앞에 찾아온 세라는, 내게 뭐라고 말을 못 하지 못하고 입술만 오물거리고 있었다.
감지촉수를 통해 문밖에 서 있는 그녀의 안절부절못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세라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객실 문을 열어주었다.
끼이익-
“아......!”
“일단 들어와.”
“네, 네에......”
두리번, 두리번-
세라는 무슨 낯선 사람 집에 처음 놀러 온 사람처럼,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객실 안쪽을 두리번거렸다.
바로 옆방이 그녀 방이라 구조에 차이도 없을 텐데.
“우선 앉아.”
“네.”
이 여관은 객실이 넓은 편이라, 중간에 테이블도 하나 있었다. 나는 의자를 빼서 그녀를 앉혔다.
“그래서?”
“네?”
“이 밤에 방에는 왜 찾아왔어?”
“저, 그게......”
단도직입적인 내 물음에, 세라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가, 감사...... 감사 인사를 하려고......”
감사 인사라.
나는 세라를 향해 답했다.
“감사 인사라면 이미 잔뜩 받았는걸. 오면서 맨날 고맙다고 했잖아.”
“아, 그, 그래도......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세라는 뭔가를 결심한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답......!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응? 보답?”
“네......”
세라의 볼은 미약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표정을 본다면, 중학생이라도 그녀가 말하는 보답이 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답은 무슨, 괜찮아.”
그러나, 우선은 눈치채지 못한 척.
“네?”
나는 상냥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애초에 난 뭘 바라고 움직인 게 아니야. 비상금은 너랑 세리가 이 마을에서 자리를 잡는 데에 써야지. 나한테 줄 필요는 없어.”
“그, 비상금이 아닌......”
세라가 뭐라고 말을 했지만, 그걸 끊었다.
“다른 용건은 없어?”
“아, 그게......”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는 세라를 바라보다가, 나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없으면 이만-.”
와락-
그때, 세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안겼다. 정확히는, 몸통에 박치기했다는 표현이 옳을까. 그녀는 내게로 어정쩡한 자세로 내게 안겼다.
“그, 그게! 제가 말하는 보답은...... 그게 아니에요......”
마치 안아달라는 느낌으로 내게 매달린다. 나는 세라를 향해 물었다.
“세라는, 나를 사랑해?”
“네?”
“나한테 마음이 있냐고 묻고 있어.”
“그, 그건......”
세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당황한듯했다.
지금 그녀가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끄러움과 당황도 있겠지만, 그녀가 사랑을 아예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함부로 몸을 주는 거 아니야. 보답은 정말 괜찮으니까, 가서 자.”
나는 세라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녀를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아...... 아니에요......!”
세라가 재차 내게 매달렸다.
“오, 오빠랑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저는 오빠가 좋아요. 결코 가벼운 마음이 아니에요......!”
나는 그제야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람은 잘생기고 봐야 한다.
이게 바로 개연성의 위력......?
지구에 있을 시절, 존잘이 별말을 하지도 않는데 빵빵 터지는 예쁜 여자들을 보고 눈물을 머금었었는데, 이제는 그게 내가 되다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물론, 세라가 내게 좋아한다고 말한 건 얼굴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 밖에도 이유는 많겠지.
이대로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녀들을 구해준 극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고, 부모님을 잃은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나 든든한 모습을 보여준 내게 심리적으로 기대게 된 것도 있을 것이다.
21살에 처녀라면 성적인 호기심도 한몫했겠지.
같이 놀 사람이 없는 시골 마을에서는, 또래 남자와 만날 환경이 나오지를 않는다.
또래의 남자와 같이 놀아본 적도 없고, 두근거림을 느껴본 적도 없기 때문에 훨씬 더 이런 감정에 무방비한 것이다.
내게 처음을 주고 연결고리를 만드는 걸 수도 있지만, 세라가 그 정도로 정치적인 생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말 진심이야?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네......!”
세라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거절하지 않을게.”
“아......”
나는 순식간에 세라를 내 품으로 끌어당겼다.
내게 푹 안기게 된 세라는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지금 이 상황이 엄청나게 두근거리는지, 심장 박동도 커다랗게 들렸다.
명백히 내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은 것이 느껴졌다.
‘좋아. 이대로 안기만 하면 된다.’
나는 세라를 껴안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세라를 이렇게 인간 상태로 유혹해서 따먹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알 필요가 있었다.
인간 모습으로 꼬셔서 섹스를 하고 사랑과 복종의 음문을 스킬을 발동시키면, 그게 잘 적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아마도 되겠지.’
내가 어떤 모습을 취하던, 나의 본질은 촉수 괴물이다. 그 본질이 유지되는 이상, 스킬은 항상 발동할 수 있었다.
다만, 99%의 추정이 아닌 100%의 확신이 필요했다.
게다가, 인간 상태로 사랑과 복종의 음문을 적용한 대상이, 내가 추후 촉수 괴물로 변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다.
인간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괴물로 변한다면, 음문 진척도가 깎여 나가려나?
‘아니, 충격은 받아도 나에 대한 사랑과 복종심은 남아있겠지.’
그 순간 놀랄지언정, 결국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다.
99%의 추측보다는 100%의 확신이 필요했다.
게다가 촉수 괴물로 변했을 때의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심리적인 거부감은 있을지. 그것도 궁금했다.
만약 세라를 통해 위의 사실들을 확신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촉수 괴물 인생이 매우 편해질 수 있을 것이다.
촉수 괴물 상태에서는, 무조건 여자를 제압하고 보지를 푸욱푸욱 쑤셔줘야 음문이 적용되어 나만의 여자로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제압하지 못하는 여자는 결코 내 편으로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간 상태는 아니다.
나보다 더 강한 여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외모와 호감을 이용해 어떻게든 잘 꼬시면 섹스를 할 수가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살아있는 재해들인 상위권의 S클래스 모험가나, 왕국과 제국의 수호기사단.
그들을 이길 수는 없더라도, 그들과 잠자리를 가질 수는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이 세계의 정조 관념은 각양각색이다.
집안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다.
아주 지고지순한 순결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섹스는 놀이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말하자면, 사람 각자의 생각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지고지순한 순결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옆에 섹스는 놀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자유롭기 때문에, 설령 순결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꼬신다면 어떻게든 꼬시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음문을 꽂아 넣을 수만 있다면, 나는 설령 상대가 왕국이나 제국, 대연합이라고 해도 내부로부터 서서히 장악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이 바로 세라였다.
“오, 오빠......”
“세라, 너무 예뻐.”
나는 세라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세라는 예쁘다는 내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듯,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 감사해요. 그, 오, 오빠도 멋있어요......”
나는 세라의 얼굴을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자연스럽게 앙증맞게 튀어나온 그녀의 분홍빛 입술이 보였다.
세라 또한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동자 속에서 야릇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다.
“오빠......”
끈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나는 세라의 귓가를 쓸고 얼굴을 손에 받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움- 쪽, 쪽, 쪼옥......”
세라의 입술은 말랑말랑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몇 번의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얼굴을 떼자, 세라의 눈동자가 살짝 몽롱해졌다.
아직 최음액은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내게 흠뻑 빠진 듯한 느낌이다.
“좀 더 할까?”
“네, 네에...... 좋아요. 움- 쪽, 쭙, 쪼옥......”
세라는 스스로도 입술을 내밀고는 열심히 내 입술에 쪽쪽 뽀뽀했다.
입술을 가볍게 빨고, 오므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취했는데, 아직 혀는 넣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자체로도 세라와의 키스는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내 얼굴 전체에 쪽쪽 하고 키스하는 세라의 모습은, 촉수 괴물일 때 다른 아내들에게는 못 받아본 플레이였다.
애초에 소화촉수에는 입만 있지, 얼굴이 있지는 않으니까.
나는 세라와 잔뜩 키스하며,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세라는 내 손이 그녀의 가슴에 닿자 움찔, 하고 몸을 떨었지만, 이내 힘을 빼고 내가 주무르기 쉽도록 자세를 취해주었다.
“하움, 츕, 쭙, 쪽, 쪼옥, 쭈웁, 하아, 하아...... 오빠아......”
세라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사랑이 담겨있었다. 눈동자도 그러했다.
약간은 신선한 기분이다.
촉수 괴물 상태에서는 항상 강간으로 시작했으니까, 가벼운 키스만으로 이런 느낌을 받기가 힘들었다.
물론, 섹스하기 전에 키스만으로도 내게 빠지는 여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딥키스로 인한 쾌락으로 젖어 있을 상황.
그렇기에 지금과는 느낌이 달랐다.
나는 세라를 자연스럽게 침대로 인도했다.
세라는 침대에 눕혀진 채로 나를 바라보며, 볼을 붉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