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58화 (58/108)

Ep. 58

찝찝한 공기.

어딘가 기분 나쁜 풍경.

포탈 안으로 발을 디딘 엘레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여긴......”

던전.

온 나무들이 마치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비틀려있다. 바닥에 있는 풀들에는 생명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땅이 쩌저적 갈라져 있어 마치 가뭄이라도 온 것 같으며, 달빛은 붉게 빛나고 있어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듯하다.

이 숲 자체가 너무나도 불길했다. 전체적인 색채도 검붉은 색채이다.

“......아무래도 저등급의 던전은 아닌 것 같은데.”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던전의 환경 자체는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눈으로 봤을 때 일어나는 착각에 불과하다.

이 숲은 위험하다. 그것도 상당히.

우선은 마나 농도가 그러했다.

대기 중의 마나 농도가 너무 탁했다. 이곳에서는 마력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더딜 수밖에 없었다.

둘째, 그것도 모자라서 썩은 나무들이 체내의 마나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엘레나의 몸으로부터 마나가 계속해서 새어나가고 있었다. 나무가 마치 자석처럼 마나를 흡수하는 탓이다.

‘이게 끝이 아니야.’

발을 딛고 있는 갈라진 땅.

이 땅은 지속적으로 체력을 앗아가고 있었다. 숨만 쉬어도 마치 전력 질주를 하는 정도의 체력이 초 단위로 빠져나간다.

엘레나야 워낙 체력이 높아서 괜찮지만, 만약 평범한 인간이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다?

반드시 3분 안에 탈진해 쓰러질 것이다.

심지어 하늘에서 스산하게 던전 전체를 비추고 있는 달빛.

저 달빛은 신체 능력을 약하게 만드는 파장을 계속해서 내뿜고 있었다. 그것도 정도가 상당히 컸다.

땅은 체력, 나무는 마력, 달빛은 신체 능력.

이런 강력한 디버프를 내뿜는 요소는, 상위 등급의 던전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아.’

엘레나는 스스로 고개를 주억였다.

아무리 디버프 효과가 강력하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결코, 지지 않을 자신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S클래스를 달았다.

갑자기 나타난 백합 길드 때문에 다소 스포트라이트가 무뎌졌지만, 20대에 S클래스를 다는 경우는 본래 대륙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굉장한 업적이다.

그녀는 실전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몬스터들...... 전부 죽여줄게.’

엘레나는 내면에 분노를 정제하며 터벅터벅 숲길을 걸었다

그녀는, 현 상황에 대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녀의 여동생인 엘리네가 루이즈 숲에서 길을 잃었지만, 다른 모험가 파티에 구출되었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엘리네가 몬스터에게 생포 당했고, 다른 모험가 파티도 마찬가지로 몬스터에게 잡혔다는 가능성.

성역에 들렀을 때까지만 해도, 엘레나는 전자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성역의 숙소에서 멀쩡한 얼굴로 이틀을 머물렀다고 하니까.

그러나, 페로스 협곡을 거닐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흔적 때문이었다.

가이든 산맥으로부터 이어져 온 기이한 흔적.

마치 몬스터와 함께 이동한 듯한 그 흔적이, 성역을 넘어 페로스 협곡까지도 이어져 있었다.

성역 사람들한테 물어봤을 때, 엘리네를 비롯한 모험가들이 몬스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그녀들이 자이언트 아이와 대신 싸워주기는 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몬스터의 흔적은 자이언트 아이의 흔적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가지.

‘아마 엘리네와 모험가 파티는 몬스터에게 잡힌 상태였고, 네비스 숲에서 순간적으로 도주에 성공했을 거야.’

그다음, 어떻게든 성역에 들어가 함께 몬스터를 격퇴하려 했지만, 성역에 있는 성녀의 호위들이 너무나도 약한 바람에 가만히 있으면 전멸이라고 판단하여, 그녀들끼리 다시 빠져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몬스터한테 붙잡혀, 본거지인 이 던전까지 끌려오게 된 것이고.

몬스터 중에는 인간을 생으로 먹거나, 인간 여성과 색욕을 즐기고 싶어 하는 몬스터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건, 던전의 몬스터라도 마찬가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놈들이지만, 매년 그런 몬스터에게 잡혀 즐길 대로 즐겨지고 죽는 민간인이나 모험가가 수두룩했다.

엘리네도 아마 그런 몬스터에게 잡힌 거겠지.

엘레나에게 있어서는, 이게 최선의 추리였다.

그게 아니면, 몬스터와 인간이 함께 다닌 듯한 기이한 행적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의’로 몬스터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어쨌든, 지금은 엘리네를 구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엘레나는 계속해서 던전을 이동했다.

터벅, 터벅, 터벅-

한 시간쯤을 주변을 경계하면서 걸어도, 몬스터는 나오지를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빠르게 이동하고 싶었다.

그러나, 던전이란 무서운 곳이다. 어떤 함정이 준비되어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방심은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조금 빨리 가겠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이 죽으면 그야말로 끝이기 때문에, 한 치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크기도 되게 크네......’

엘레나는 미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을 공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스를 잡는 것이다.

그 보스를 잡으려면 거주 구역을 찾아가야 하는데, 보통 거주 구역은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1시간 동안 던전을 주파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주 구역이 어디인지 추정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도 엘레나는 계속해서 던전을 걸었다.

숲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늪지대를 돌파해.

산을 올랐다.

10시간.

자그마치 반나절이 훌쩍 넘도록 시간 동안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하자, 드디어 거주 구역의 실마리가 보였다.

가장 높은 산.

그 산을 넘으면 거주 구역이 나올 것으로 보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10시간 동안 몬스터가 한 마리도 안 나오지......? 이런 던전은 처음이야.’

엘레나는 심호흡하고 마지막 산을 오르려고 했다.

그때였다.

“흑...... 싫...... 하지......”

‘어......?’

돌연, 엘레나의 귀에 한 가지 소리가 걸렸다.

‘이건......’

인간이 내는 소리였다.

생명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이 던전에서, 처음으로 듣는 생명체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호, 혹시 엘리네......!?’

아니, 혹시가 아니다.

이 목소리는 엘리네였다.

워낙 하이톤의 신음 비슷한 소리라서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건 엘리네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슈슉-!

‘에, 엘리네......! 무사한거지......!?’

엘레나는 얼른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이동했다.

지금만큼은 주변에 대한 경계보다도, 동생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녀는 최대의 속도로 산을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흐윽...... 흣, 하, 하지 마아......♡ 시, 싫어어......♡! 제발......♡!”

조물조물-

‘아......!’

어떤 괴물 한 마리가, 엘리네를 강간하려고 하는 듯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괴물은 엘리네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엘리네의 옷은 넝마처럼 찢어져 있었고, 유두와 소중한 부분이 노출되어 있었다.

괴물은 마치 입처럼 생긴 기관으로 엘리네의 유두를 쪼옥쪼옥 빨고 있었으며, 그녀의 소중한 곳도 혓바닥으로 핥고 있었다.

엘리네는 무언가 이상한 점액질로 바위에 묶여 있었다.

“시, 싫어어엇......♡ 제, 제발 하지 마아♡ 하지- 움......♡! 움, 츕, 쭙, 쭈웁, 쪽......♡”

괴물은 엘리네의 입술에 키스까지 했다.

엘리네는 미칠 듯이 싫어했지만( 비록 말끝에 ♡가 붙을 만큼 목소리가 야한 발연기였지만, 이런 쪽으로 문외한인 엘레나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 괴물은 억지로 엘리네의 입술을 비집고 혀를 섞었다.

“에, 엘리네......”

엘레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여동생의 저런 모습. 도무지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두근두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머릿속이 분노로 차오르고, 손이 부르르 떨린다. 당장이라도 모든 마력을 분출해 이 자리의 모든 것들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후우, 침착해 엘레나...... 침착하는 거야......’

엘레나는 심호흡했다.

평소에 그 어떤 잔인한 장면을 보아도 심장이 필요 이상으로 뛰지 않던 그녀였지만, 지금만큼은 마음의 진정이 필요했다.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마음속의 뜨거운 분노는 정제하여 갈무리한다.

엘레나는 순식간에 마음을 가다듬었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눈앞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괴물은 옆에 누가 있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끔찍하고도 역겹게 생긴 성기를 꺼냈다.

엘리네의 소중한 처녀를 앗아가려는 것이다.

‘그렇게 둘까 보냐.’

“엘리네!”

엘레나는 크게 소리쳤다.

지금까지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던 엘리네는 그녀의 소리로 옆을 돌아보았다.

“어......? 어, 언니!?”

“지금 구해줄게! 걱정하지 마!”

“어, 언니이......!”

엘리네의 표정이 환희에 차올랐다.

엘레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엘리네도, 자신이 구하러 와서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저런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저 역겨운 촉수 괴물 옆에 둘 수는 없었다.

엘레나는 돌진했다.

그녀의 형체가 빛살처럼 쏘아졌다.

투콰앙-!

엘리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오로지 괴물이 있던 자리에 주먹을 뻗었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주며 죽이고 싶은 괴물이지만, 지금의 분노는 그조차도 뛰어넘었다. 단 1초라도 괴물이 더 살아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음?’

그러나 그 자리에는 더 이상 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손끝에 걸린 감각이 없었으니까.

휘이이잉-

“어, 언니 조심해! 우리 촉수니- 아, 아니! 이 촉수 괴물 엄청 강해......!”

엘리네는 기특하게도 조언까지 해주었다. 엘레나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괜찮아. 언니가 이기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내가 도와줄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가만히 무사히만 있어 줘.”

“으으응, 아니야. 내가 좀 이따가 꼭 도와줄게 언니......”

그때였다. 괴물이 돌연 허공으로부터 나타났다. 엘레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순간이동.’

엘레나는 순식간에 그녀의 애장인 단검 두 개를 집어 들었다.

네비스 숲, 페로스 협곡을 돌파해 오면서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단검.

정확히는 꺼낼 필요조차 없던 단검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기를 써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후우우우웅-

왼손의 단검에는 화염이, 오른손의 단검에는 뇌전의 힘이 깃들었다.

허공으로부터 낙하한 몬스터는 온몸으로부터 위협적인 촉수를 수십 개나 꺼내 들었다.

엘레나는 그러한 몬스터를 보며, 이놈이 이 던전의 보스임을 확신했다.

촤아아악-!

엘레나는 단검을 휘둘렀고, 촉수 괴물은 수십 개의 촉수를 한 번에 쏘았다.

투콰아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둘이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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