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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54화 (54/108)

Ep. 54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던전박이가 아니다.

[ ......? ]

아무리 촉수 괴물이 되었다고 해도, 돌덩이에 자지를 문지르는 답 없는 짓까지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 ......?!?! ]

답도 없는 마조음란변태여신은 놔두고, 나는 기본촉수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던전 코어를 압박했다.

이건 코어와 야스를 조지겠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기분 좋은 곳을 눌러줄 뿐이지.

[ 그게 그거...... ]

아, 여신님은 좀 조용히 하세요.

[ ...... ]

꾸욱- 꾹- 꾹-

- 학! 하, 하지 말거라......! 네, 네놈......! 흣!

던전 수호 정령 히나는, 내가 민감한 곳을 찔러주자 형체를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그나저나......

- ‘하지 말거라’에 ‘네놈?’

- 으흑......!

꾸욱- 꾹-

- 흐흑, 학......!

이 건방진 말투는 도저히 고쳐지지를 않는다.

- 지금 네 처지를 알기나 하는 건가? 히나.

- 모, 모른다......! 그런 거, 내가 몬스터한테 굴복하기라도 하라는 것이- 으, 으학......!?

아무래도 혼이 덜 난 것 같기에, 나는 그녀의 가슴과 보지를 동시에 압박했다.

물론, 그녀의 몸은 형체이기 때문에 실제로 만질 수는 없었다.

다만, 그녀의 유두와 연결되어있는 부분의 코어와 보지와 연결되어있는 부분의 코어를 간지럽히듯 건드리다가 강하게 눌렀다.

꾸욱- 꾹- 꾹-!

- 하윽! 학! 하으윽......!? 히윽...... 제, 제발 그만두거라......!

던전 수호 정령 히나는 민감한 곳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면서도, 말투는 고치지 않았다.

도리어 당당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 그, 그대도!

- 음?

- 그, 그대도! 하흑......! 그대도 내가 필요하니까......! 이, 이렇게 나를 고문하는 것이겠지......!? 흐윽......! 아, 안 그런가!? 나, 나는......! 학! 겨,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다짐하듯 말했다.

‘내가 그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굴복하지 않는다, 라......’

히나의 주장은 반은 정답이지만, 반은 틀렸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 뭐, 뭐......?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존재. 그게 지금의 히나였다.

내게는 여분의 던전 코어가 많다.

히나만큼 등급이 높은 코어가 달리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히나의 저 태도와 절벽...... 음, 아무튼 히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부터 내가 ‘첫 던전’으로 예상했던 건 C등급의 던전 코어이다. 그래서, 히나가 아니더라도 다른 코어를 사용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꾸물꾸물-

스윽-

나는 코어의 압박을 그만두고 ‘둔기촉수’를 꺼내 그녀를 조준했다. 이걸 내려치기만 하면, 코어...... 그러니까, 히나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수치심을 줄 목적으로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눌러주었지만, 통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조금만 더 까불면, 나는 그냥 그녀를 둔기촉수로 산산조각을 내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 어, 어어......!?

그러자, 히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내 안에서 ‘정말로 부숴버릴 수도 있다’라는 진심을 히나가 읽기라도 한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 자, 자, 잠깐만 그대여! 머, 멈춰! 멈추거라! 그, 그건 잘못된 판단이다!

나는 낮은 음색으로 말했다.

- 그대가 아니라 주인님.

- 뭐, 뭐시라......?

- 앞으로는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히나. 말은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고.

내 이야기에 히나가 움찔거렸다.

- 그, 그건......!

- 싫으면 말고.

후웅-

부숴버리면 그만이야.

내가 곧바로 둔기촉수를 내려치자, 히나가 얼른 입을 열었다.

- 아, 알았다! 보, 보스! 미안하다! 멈춰라! 제발......!

우뚝-

보스라......

나는 히나가 말한 호칭을 곱씹었다.

주인님이 아니긴 하지만, 괜찮았다. 던전의 주인을 우리는 보통 ‘보스’라고 부른다. 그렇기에, 히나의 보스라는 호칭은 주인님과 별반 다를 거 없는 말이기는 했다.

나는 히나가 나를 부르는 호칭에 만족했다.

- 존댓말은?

- 아, 아으, 그, 그게......

- 꼭 죽어야 말을 듣는구나.

이번에도 나는 둔기촉수를 곧바로 휘둘렀다. 망설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히나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 알겠! 아, 알겠습니다...... 보스...... 흑...... 조, 존댓말 하겠습니다...... 흐윽......

히나는 굉장히 굴욕적인 듯 보였지만, 겨우겨우 내게 존댓말을 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둔기촉수를 거뒀다.

- 음, 이제야 조금 대화가 통하겠어.

- 으흑, 흑......

- 그래. 그럼 이제 하나가 남은 건가?

- 대체 무엇이 남았다는 말이느...... 입니까?

- 네가 나를 인정하는 일이지.

내가 그녀를 쏘아보듯 말하자, 히나가 몸을 흠칫 떨었다.

- 그, 그건......

- 설마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나는 ‘분리형 던전’을 보고 한 가지 추측성 결론을 내렸다.

‘일체형 던전’이 던전 수호 정령이 몬스터를 지배하여 생긴 던전이라면, ‘분리형 던전’은 역으로 몬스터가 던전 수호 정령을 지배해서 생긴 던전이 아닐까, 하고.

애초에, 지금 나는 던전 수호 정령 히나의 정신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에 이걸로 끝이라고 한다면, ‘분리형 던전’의 존재 자체가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장소에 던전은 아직 생성되지 않았으니까.

내 추측이 맞았다는 듯, 히나가 말했다.

- 하, 하지만! 그건 던전 수호 정령의 모든 걸 다 바치는 완전 말도 안 되는 계약......

- 그래서, 싫어?

- 그, 그게......

- 싫으면 나는 너를 죽이고 다른 코어를 지배할 뿐이다. 삶을 여기서 포기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군.

내가 또다시 둔기촉수를 조준하자, 히나는 으으, 하고 신음을 앓다가 이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보스...... 흑.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오면 얼마나 좋아.

나는 히나의 말에 만족스럽게 답했다. 히나는 내 정신으로부터 나왔다. 허공에, 히나의 형체가 또렷하게 보였다.

- 그럼, 곧바로 계약을 진행하지.

- 흑, 내, 내가...... 내가 몬스터한테 굴복하다니.

히나가 치욕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억울함과 슬픔이 공존했다.

- 어허, 속마음이 들린다.

내가 타박하자, 그녀가 반항하듯 소리쳤다.

- 이, 이 정도도 말하면 안 됩니까!

- 뭐, 딱히 상관은 없지.

꾸욱-

나는 그녀의 보지와 연결된 부분의 코어를 압박했다.

- 흣! 아힉......!?

- 조금의 벌이 있을 뿐이지만.

- 으으......

수치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 히나이지만, 나는 어쩔껀데? 하며 응수했다.

히나는 결국 부들거리다가 이내 힝, 하고 슬퍼하는 표정을 짓고는 무언가 마법적인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주문이지만, 그녀의 마력에서는 별다른 수상한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주문이 완성되고, 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이, 이게 계약의 진입니다...... 여기에 보스의 마력을 불어넣기만 하면...... 계약이 성립됩니다.

히나가 우물쭈물하며 내게 말했다.

내 마력이라.

- 뭔가 수상한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

내가 묻자, 그녀가 도로 버럭 화를 냈다.

- 모, 못 믿으시면 계약하지를 마시던가요!

- 뭐?

나는 다시 위협적으로 둔기촉수를 꺼냈다. 히나가 힉, 하고 몸을 떨었다.

-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수상한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제 던전을 보스에게 양도하고...... 저도 영원토록 보스를 따른다는 내용밖에 없어요......

히나의 말에 나는 계약의 진을 바라보았다.

하기야,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진은 설치에 훨씬 오래 걸린다. 마력만 주입한다고 효력이 발휘되지도 않고.

- 애초에 던전 수호 정령은 몬스터의 정신을 빼앗는 것에 실패하면...... 그 계약밖에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과연.

나는 히나가 만든 진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진이 환하게 빛남과 동시에 진의 문양이 히나의 코어 그리고 나의 몸체 속으로 동시에 들어왔다.

띠링-

[ 던전 수호 정령, ‘히나’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

[ 스킬, ‘던전의 주인’이 생성되었습니다. ]

오.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나올 줄이야.

나는 스테이터스를 열어 스킬을 확인했다.

⚫ 던전의 주인

- 던전 수호 정령의 주인이 된 자에게 주어지는 스킬.

- 지배한 던전 수호 정령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으며, 해당 던전 수호 정령은 주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정령뿐만이 아니라, 정령이 가지고 있는 던전의 주인( 보스 )이 된다.

- 주인으로 군림하는 던전 내에서는, 모든 능력치가 7% 증가한다.

- 지배한 던전 수호 정령이 많을수록, 지배한 던전 수호 정령의 등급이 높을수록, 추가 효과를 더 얻을 수 있다.

{ 현재 지배 중인 던전 수호 정령 : 1명( 히나 : B+ ) }

‘나이스 하네.’

새로 얻은 스킬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좋았다.

내가 던전의 주인이 되고, 히나가 내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부분도 좋지만, 던전 내에서 모든 능력치가 7% 증가한다는 효과는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였다.

‘히나가 B+등급이라서 그런가.’

게다가 추후 다른 던전 수호 정령들도 지배하면, 효과가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하니, 이는 굉장한 대기만성형 스킬이었다.

만족스럽게 내용을 받아들인 나는, 다시 히나를 바라보았다.

- 이, 이걸로 됐......죠? 보스.

히나는 우물쭈물 내게 물었다.

- 그래, 수고했다.

나는 히나를 향해 상냥한 눈빛을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이제 던전도 나한테 줘야지.

- 아......

히나는 내 말에 울상이 되었으나,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아, 알겠습니다. 보스......

우우우우우웅-!

그녀는 허공에 포탈을 열더니,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 이쪽으로 와주세요...... 힝......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코어를 들고, 그녀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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