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51화 (51/108)

Ep. 51

이 세계에서 던전을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하다.

던전 코어에 마력을 주입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코어가 깨어남과 동시에, 그 자리에 던전이 생성된다.

어떤 원리인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나도 자세하게는 그 작동 방식을 알지 못한다.

애초에 만생의 눈으로 던전 코어를 보기 전까지는, 던전 코어가 사실 ‘던전 수호 정령’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으니까.

전작의 주인공은 인간이자 모험가였기 때문에, 던전에 관한 걸 많이 알지는 못했다. 정확히는 관심이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던전을 만드는 방식에 관한 것도, 던전 연구가가 연구한 논문 내용이 전작에서 떡밥처럼 잠깐 등장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뿐.

정보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기본적인 상식은 다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던전이 만들어지면 총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는 것.

하나는 던전 코어와 던전 보스가 일체화된 ‘일체형 던전’이고, 다른 하나는 던전 코어와 던전 보스가 따로 존재하는 ‘분리형 던전’이다.

이 세계 대부분의 던전들은 모두 ‘일체형 던전’이다. ‘분리형 던전’은 100개의 던전 중에서 2, 3개꼴로 그 수가 매우 적다.

소수의 던전 학자들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연구했지만, 답은 ‘모른다’였다. 몇 가지 가설만 있을 뿐.

그래도 두 던전의 차이점은 알아냈다.

‘일체형 던전’의 던전 보스 몬스터는, 던전 코어로부터 힘을 공급받아 기존의 모습보다 훨씬 강해진다.

또한 성격이 더욱 흉포해진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에 반해 ‘분리형 던전’의 경우, 보스의 몬스터의 무력이 던전 생성 전과 이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만 분리형 던전의 경우, 보스의 무력이 원래부터 굉장히 고강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평균 무력으로 따지면, ‘분리형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일체형 던전’의 보스 몬스터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다.

아무튼 두 가지의 방향 중에서, 나는 하나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답은 이미 나온 상태였다.

‘분리형으로 해야지.’

일체형 던전으로 방향을 정하면 무력이 강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기에는 아주 막대한 패널티가 있었다.

바로,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던전을 나가지 못하게 된다는 점.

일체형은 ‘던전 코어’와 ‘던전 보스’가 하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던전 그 자체가 되어버린 보스는 던전 안에 평생토록 발이 묶이게 된다.

세상의 여자들을 전부 다 따먹어야 하는데, 내가 던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솔직히 던전 코어가 주는 힘은 매우 탐나지만, 활동에 제약이 걸리는 편이 더 껄끄러웠다.

그래도, 힘이야 여자를 따먹어서 레벨을 올리면 되니까.

어차피 내가 강해지는 건 시간문제이다. 그리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촉수님, 여기가 그 동굴인가요?”

7P 섹스로부터 6시간 뒤.

촉수 수족 슬라임 L이 발견한 동굴 앞에 도착한 피오나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응. 꽤 크지?

“네, 입구부터 이러면 진짜 엄청...... 넓을 것 같네요.”

나는 피오나의 가슴골에 파묻혀있는 상태로,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피오나를 비롯한 내 여자들은 엄청난 크기의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입을 떠억 벌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동굴은 흡사 거대 괴물의 아가리라도 되는 것처럼 생겼으니까. 무섭고, 불길하다. 안쪽은 너무 어두워 그 끝이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들어가기 꺼림직하게 생겼지만, 내게는 아늑한 장소로만 느껴졌다.

‘마나 농도도 높아.’

분명 만들 던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촉수님, 라이트 마법 사용할까요?”

- 응.

에이미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라이트 마법의 주문 영창을 외웠다.

나는 감지촉수를 빼내어 동굴 안쪽을 훑어보았다. 내 감지 범위는 이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었다.

동굴은 그 크기만큼 굉장히 커다랗고 깊은지, 감지로 한 번에 그 끝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안에 뭐가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성녀 이브 세라피아는, 내 촉수가 꾸물거리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감지했다는 걸 알아챘는지 내게 물었다.

- 응, 동굴 안쪽에 몬스터들이 있어.

여자들은 딱히 놀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 협곡을 돌아다니면서 이미 수많은 몬스터들을 보고 상대해왔기에.

“어떤 종류의 몬스터에요?”

로샤가 궁금한 듯 물었고, 나는 그들의 생김새를 잘 살펴보았다.

등 뒤에 달린 검은색 날개.

거의 인간만큼 커다란 몸체.

새빨간 눈동자.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형태.

이건......

- 뱀파이로야.

“아, 뱀파이로...... 성가신 놈들이네요.”

로샤가 으으 하고 질색했다.

뱀파이로는 박쥐 형태의 몬스터이다. 주로 커다란 동굴 내에서 서식한다.

아주 커다란 박쥐라고 하면 되려나. 굉장히 고지능을 가진 몬스터로, 전투력도 상당하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최소 E클래스 모험가 수준의 강함을 지닌 녀석들이다. 개중에는 약한 D클래스 모험가 수준의 무력을 지닌 개체도 있다.

그런 놈들이 최소 수십 마리가 모여서 단체생활을 하여, 위험도가 굉장히 높은 몬스터이다.

‘물론, 내게는 안 되지만.’

유리 정도만 돼도 뱀파이로들을 단신으로 학살하는 것이 가능하다.

피오나, 에이미, 로샤의 경우 너무 많은 수가 한 번에 공격한다면 위험할 수 있지만, 그녀들도 다대일로 뱀파이로들을 압도할 수 있다.

밀린다 싶으면 내가 지켜주면 되니 걱정할 거 없다.

하지만, 엘리네와 이브는......

- 이브, 엘리네. 너희 둘은 내 안으로 들어와.

한 마리만 달라붙어도 목숨이 위험하니, 위험에 노출 시킬 수 없었다.

나는 피오나의 가슴골에서 나와 몸체를 방 하나 정도의 크기로 키웠다. 그다음, 엘리네와 이브를 기본촉수로 둘둘 감쌌다.

“헤헤, 안아주시는 건가요?”

- 그래. 위험하니까 내 안에서 구경하고 있어.

엘리네는 싱글벙글했고, 이브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에 있으라는 말을 순간 못 알아들은 그녀지만, 내가 그녀들을 몸체 안쪽으로 쑤우욱 넣자 이내 이브가 손뼉을 쳤다.

“아! 아까 해주셨던 단체 보지팡팡처럼...... 되게 편안하네요.”

......단체 보지팡팡이라니.

이게 과연 성녀가 사용할만한 단어 선택인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내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녀들이 내 안에 있기 편하도록 몸체를 움직여 의자까지 만들어주고는, 꾸물꾸물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내 여자들도 나를 뒤따라 들어왔다.

‘슬라임 L. 네가 먼저 들어가도록. 덤벼오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도 좋다.’

쯔즙-!

내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촉수 슬라임 L은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앞을 향해 움직였다.

나와 여자들은 촉수 슬라임 L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에이미가 라이트 마법을 켜준 상태여서, 여자들은 그 빛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갔다.

슬라임 L은 나처럼 감지촉수가 있기 때문에 빛이 필요가 없었다. 길을 터주기에 딱 좋은 녀석이다.

우리는 3분 정도를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드디어 천장에 매달려있는 ‘뱀파이로’들을 볼 수 있었다.

“촉수님! 뱀파이로들이에요......!”

- 그래. 다들 조심해.

“네......!”

- 키릭?

- 인간, 인간이다.

- 몬스터도 있어.

- 어떻게 된 거지? 키릭?

뱀파이로들은 서로 키릭키릭거리며 쑥덕거렸다.

참고로 저들의 말은 나만 알아들을 수가 있다.

인간이나 몬스터는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 몬스터 또한 종족마다 언어가 달라서, 같은 종이 아니면 서로 의사소통이 힘들다.

그러나 나는 가능하다.

여신님이 모든 언어 자동 번역 및 습득 기능을 탑재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 인간. 어떻게, 하지?

- 키릭. 무슨 고민을, 하는가. 죽이면 된다.

- 몬스터는? 키릭?

- 몬스터도 마찬가지이다.

- 그렇다. 키릭. 구역에 침범한 이상, 누구라도 적이다.

대화하는 내용만 들어봐도, 저들은 역시 상당한 고지능 몬스터가 맞았다.

애초에 우리가 보이자마자 공격해오지 않고, 저렇게 저들끼리 의사를 모아서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저 몬스터들이 똑똑하다는 증거였다.

실제로 네비스 숲에서 만난 자이언트 아이들을 비롯한 다른 몬스터들은, 하는 말이 ‘죽인다......! 배고프다......! 때린다......!’밖에 없었다.

휘릭-

캬아아아-!

뱀파이로들은 저들끼리 말을 하다가, 이내 한 번에 우리를 돌아보았다.

새빨간 눈을 가진 인간 크기의 박쥐들이 합을 맞춰서 날개를 펼치고 소리를 지르니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대화의 내용에서도 들었듯, 우리들을 말살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그러나.

- 얘들아. 다 죽여.

“넷!”

“네에.”

“네.”

“알겠습니다!”

상대도 봐가면서 까불어야지.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뱀파이로들은 내 여자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유리는 바람과 같은 움직임으로 뱀파이로들의 목을 단숨에 잘라냈고, 피오나와 로샤는 영창을 외우는 에이미를 지키며 뱀파이로들을 한 마리씩 차근차근 쓰러뜨렸다.

촉수 슬라임 L은 가시촉수와 둔기촉수를 적절하게 사용해가며 뱀파이로들을 요리했다.

후두두두둑-

그렇게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수십 마리의 뱀파이로들이 모조리 시체가 되어 바닥에 나쥥굴었다.

여자들은 후우, 하고 숨을 골랐고 나는 슬라임 L에게 명령했다.

‘시체를 모조리 먹어 치우도록.’

쯔즙-!

놈은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커다란 포식촉수를 꺼내 뱀파이로들의 시체를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으적- 으적- 으적-

나는 여자들과 함께 다시 동굴을 전진했다. 슬라임 L에게는 시체를 다 먹은 다음에 따라오라고 추가 명령을 내렸다.

동굴은 굉장히 깊고 넓어서, 저렇게 수십 마리씩 무리 지은 뱀파이로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보통 뱀파이로는 한 한 무리만 있기 마련인데, 이 동굴의 뱀파이로들은 최소 수백 단위였다.

“으으, 정말로 끝이 없네요...... 대체 몇 마리가 있는 건지.”

에이미도 질렸다는 듯 말했다. 그녀의 마력이 서서히 떨어져 가고 있는 것 같았다.

- 괜찮아. 이번 무리가 마지막이니까.

“아, 정말요?”

- 응. 이제는 이 동굴도 끝이 보이네.

에이미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빈말이 아니었다.

대략 500마리쯤은 해치웠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내 우리는 동굴의 끝 쪽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본 뱀파이로보다 1.5배는 더 커 보이는 뱀파이로 한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 대체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놈은 우리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동족들이 다 학살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래도 대장인 것 같은데, 대화 몇 마디 정도는 나눠줄 수 있지.

- 네가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가?

- 우, 우리 언어를 구사한다고......?

놈의 새빨간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 몇 번 들으니 다 알아들을 수 있겠더라고. 과연 하등한 종족의 언어는 쉬워.

- 크윽......

녀석은 분하다는 듯 이를 갈다가, 내게 물었다.

- 대체 목적이 뭐냐. 왜 우리의 영역을 습격한 것이냐...... 너 정도의 몬스터가...... 대체 무엇이 아쉬워서.

하기야, 같은 몬스터 입장에서 보자면 거의 재앙이나 마찬가지이다.

몬스터끼리도 싸우기는 하지만, 보통 이렇게 남의 구역을 뜬금없이 습격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 뭐,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나는 산책이라도 나왔다, 하는 가벼운 말투로 놈에게 말해주었다.

- 이곳이 던전을 만들기 딱 좋아 보여서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 으윽, 던전......

놈은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하필 여왕님이 자리를 비우셨을 때 오다니...... 내 명도 여기까지구나......

여왕님?

이 녀석이 대장이 아니라는 것인가.

놈의 능력치는 상당히 높았다.

육체 능력 평균이 30대 중반, 마력은 20대 초반이었다.

피오나, 로샤, 에이미의 3인 합공으로도 이기지 못할 정도의 강함이다.

유리가 나서면 순식간에 죽겠지만, 뱀파이로 한 마리가 이 정도의 능력치를 가지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과연 뱀파이로 수백 마리들을 이끌 만한 강함이라고 생각되는데, 우두머리가 아니라니. 상당히 의외였다.

- 크윽, 두고 봐라 몬스터. 비록 지금은 네가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있지만...... 우리 여왕님께서 돌아오시면......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여왕님은 우리들의 복수를 해주실 것이다......

울컥-

‘?’

놈은 그 말을 남기고는, 돌연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자결을 선택한 것이다.

몬스터가 자결이라니. 이것도 정말 의외였다.

‘전혀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인가.’

하긴, 유리 한 명만 있어도 답이 없는데, 나까지 있으니 살 자신이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뱀파이로는 고지능의 몬스터. 놈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더 뛰어난 개체로 보이니, 고통 대신에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단지, 놈이 말한 여왕이라는 존재가 약간 거슬렸다.

저런 몬스터가 신뢰를 보낼 정도면 상당히 강할 텐데.

‘조금 알아봐야겠어.’

나는 그 여왕이라는 몬스터를 조사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동굴 안쪽으로부터 흔적을 찾아본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강함이나 특징을 유추할 수 있겠지.

‘아무튼, 이제 이 동굴은 내 집이다.’

자고로 야생은 약육강식. 강한 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법이다.

으적- 으적-

나는 포식촉수를 꺼내서, 자결을 택한 몬스터를 그대로 씹어먹었다.

이걸로 동굴의 청소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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