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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42화 (42/108)

Ep. 42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녀 구출 작전은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났다.

자이언트 아이의 육체 능력치 평균은 대략 19 정도. 마력 능력은 없다.

개체마다 미세하게 능력치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적어도 엘리네를 제외한 내 여자들을 상대할만한 개체는 없었다.

피오나, 에이미, 로샤는 각자 한 마리의 자이언트 아이를 맡아 순식간에 놈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오나는 몇 번의 충돌 끝에 자이언트 아이의 목을 베어냈으며, 에이미는 소범위 마법을 사용해 자이언트 아이의 내부에서부터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로샤는 쇠뇌를 통해 자이언트 아이의 눈에 상처를 입힌 뒤, 목에 화살 두 방을 꽂아 놈의 숨통을 확실히 끊었다.

유리는 당연히 걱정할 게 없었다. 그녀는 혼자서 자이언트 아이 세 마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베어냈다.

몸통을 1자로 그어, 그야말로 반으로 갈라져서 죽게 만들었다.

“헉, 허억...... 사, 살았다아......”

부상의 위기에서 벗어난 성녀의 호위 기사 한 명이, 엉덩방아를 찧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거의 죽기 직전의 순간에 유리에게 목숨을 구해졌다.

유리는 그런 남자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검을 갈무리한 다음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작아진 내 몸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것이, 뭔가 칭찬을 바라는 것 같다. 나는 기본촉수를 얇게 뻗어 그녀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쫑긋쫑긋-

유리는 후드 안쪽으로 귀를 움직이며 기뻐하는 티를 냈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어쨌든, 이걸로 마무리다.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 성녀와 그 호위 기사들이 잠시 얼을 탔지만, 이내 제르파라는 이름을 가진 초로의 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내 여자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우,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는데,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는 상당히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정중한 말투로 고개를 숙였다.

목숨을 건졌다라. 제르파 본인은 별로 위험하지 않았겠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말한 것이리라.

그의 인사에, 여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누가 이야기를 할지 아직 정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닙니다. 위험해 보여서...... 잠시 끼어들었을 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피오나가 나서서 말을 했다.

피오나의 말에 제르파가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끼어들다니요.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후우, 원래 자이언트 아이는 이렇게까지 무리 지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문데, 오늘은 정말이지......”

제르파는 한이 있는 듯 말을 하다가, 이내 잊고 있었다는 듯 다시 대화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아, 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제르파라고 합니다. 신성 스텔라 교단의 기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피오나라고 합니다.”

피오나는 제르파와 인사를 나눴다. 제르파는 인사를 나눈 뒤, 그의 뒤에 있는 견습기사들과 성녀를 소개해 주었다.

“뒤에 있는 미숙한 아이들은 교단의 견습 기사들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신성 스텔라 교단의 성녀이십니다.”

“안녕하세요. 신성 교단의 성녀입니다. 이브 세라피아라고 합니다.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꾸벅-

제르파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성녀는 직접 앞으로 나와 자기 자신을 소개했다.

우아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인 성녀는, 이내 피오나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피오나는 성녀와 손을 맞잡았고, 나는 이브를 자세히 관찰했다.

------ 만생의 주인 / 시야 대상 스테이터스( Status ) ------

⚫ 기본 정보( Basic Information )

- 진명 : 이브 세라피아

- 종족 : 인간

- 성별 : 여성

- 나이 : 25세

⚫ 육체 능력 평가 : F

- 근력 : 6

- 민첩 : 7

- 체력 : 9

- 내구 : 6

- 감지 : 8

⚫ 마력 능력 평가 : E-

- 효율 : 13

- 용량 : 15

- 회로 : 7

- 친화 : 16

⚫ 스킬

신성력

⚫ 성감대 및 경험

- 성감대 : 엉덩이, 항문, 유두, 입술, 자궁구, 클리토리스

- 경험인원 : 0명 ( 처녀 )

------ ◦ ------

‘음, 역시.’

육체 능력과 마력 능력은 별거 없지만, 신성력이라는 스킬이 존재했다.

⚫ 신성력

신의 기적을 행하는 것이 가능한 힘. 28일간 신성력을 모으는 행위를 지속하면, 그 후의 1일 동안 신성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로지 성녀만이 가지고 있는 스킬. 다른 능력치들이 아무리 평범해도, 이 스킬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성녀가 되며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진다.

나는 그녀의 능력치 창을 닫고, 이번에는 얼굴을 살펴보았다.

‘이쁘긴 진짜 이쁘네.’

몸매도 몸매였지만, 성녀인 이브 세라피아는 얼굴도 아주 빛이 났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

머리카락은 은발이며, 성숙하면서도 풋풋함이 묻어나오는 그런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 있어서, 얼굴 자체가 뭔가 조금 야해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피오나 뒤에 있는 여자들을 살펴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혹시 피오나님 일행분들은 다 모험가분들이신가요?”

“네? 네.”

“아, 그러시군요. 의뢰를 수행하는 중이신가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중이었습니다.”

피오나가 답했다. 그러자, 이브의 얼굴이 살짝 환해졌다.

“아......! 그렇다면 혹시, 제 성역에 여러분들을 한 번 초대해도 될까요?”

“네?”

“그, 음식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서요. 감사해서. 물론, 바쁘시다면 거절하셔도 돼요......!”

성녀가 말하자 피오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나를 흘끗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가 들어있는 유리의 주머니를 바라보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한테 의견을 구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 간다고 해.

“네, 갈게요.”

피오나는 내가 말하자마자 곧바로 이브에게 답했다.

“아! 감사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돼요.”

이브는 그렇게 말하고는 제르파를 앞세워 길을 걸어갔다. 나와 내 여자들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뒤따라갔다.

성녀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성역에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한다.

이상한 광경일 수 있지만, 신입 성녀에게는 의외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워낙 찾는 사람도 없고, 28일 동안 성역에만 갇혀 있다가 이틀만 밖에 있을 수가 있으니까.

인기가 없는 성녀는 외로움을 많이 탈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지만, 사람을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와, 여기가 성역......”

“되게 화려하네요.”

“신성 교단이 지어준 건물이니까요.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성녀의 성역은 숲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세련된 교회와 같은 건물.

건물은 총 4개가 있었는데, 가장 커다란 건물이 성녀의 성역이었다.

그리고 그 성역을 둘러싼 형태로, 성역보다 조금 작은 세 개의 건물이 있었다.

성역에는 오로지 성녀만이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깥쪽 건물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스테이크, 샐러드, 과일, 스프를 비롯해 여러 음식이 나왔다. 과연 신입 성녀도 성녀긴 하다는 것인가, 성역에는 요리사도 붙어있는 모양이다.

“많이 드셔주세요. 특별히 맛있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성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진짜로 심성 자체가 착한, 그런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내 여자들은 성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요리를 맛있게 즐겼다.

그동안 야생동물만 먹어서 그런가, 요리를 흡입하는 여자들의 표정은 굉장히 기뻐 보였다.

나도 음식이 상당히 먹고 싶었는데, 중간중간 유리가 식탁 위에서 음식을 슬쩍해서 주머니 안쪽으로 넣어주었다.

“맛있게 드세요, 주인님......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조용히 그렇게 말하는 유리를 보자니, 자그마한 감동마저 느껴졌다. 다음에 꼭 보지 더 열심히 쑤셔줄게 유리야......!

나는 유리가 건네주는 음식들을 먹으며, 던전을 만들면 주방 시설도 꼭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사가 끝나니 이제 서서히 날이 저물어가는 것이 보였다.

성녀가 워낙 사람이 착하고 친화력이 좋은 탓일까, 피오나, 에이미, 로샤, 엘리네는 꽤 성녀와 친해져 있었다.

“아......”

성녀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여러분. 저는 이제 그만 성역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성녀는 여자들에게 손님용 개인실을 각각 배정해 줄 테니, 언제든 편할 때까지 쉬다가 가라고 말을 한 다음 자리를 떠났다.

이제 그녀는 다시 성역 안으로 기도를 올리러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자, 에이미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자, 잠깐만요. 촉수님......!”

- 응? 왜.

“왜가 아니라...... 성녀를 얻으려고 여기 오신 거 아니었어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긍정했다.

- 맞아.

“그, 그러면 빨리 움직이셔야죠! 성녀가 성역 안에 들어가면 끝이에요! 앞으로 28일 동안은 저 성녀를 못 볼 거예요.”

에이미의 말은 타당했다.

성역.

성녀 이외의 그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하는 절대 영역.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 물리적으로 발을 들이지 못한다.

성녀만이 펼칠 수 있는 ‘성역’은 결계의 한 종류니까.

일반적인 결계와 다르게, 성녀의 성역은 결코 마력이나 물리력으로 깰 수가 없다. 아무리 강한 S클래스 모험가가 오더라도, 성녀가 만든 성역의 결계는 뚫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힘으로 만들어진 결계가 아니라,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결계니까.

그래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성녀의 성역은 나한테 통하지 않아.’

나는 오늘 성녀를 처음 본 순간. 그녀가 풍기는 기운이 나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성녀를 계속해서 바라보며 점차 확신으로 변해갔다.

왜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나와 비슷할까.

나는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 지금 바로 촉수 괴물의 몸을 하사해주지. 내가 직접 빚은 육체인 만큼, 성능은 확실할......

애초에 촉수 괴물의 몸이, 여신이 직접 빚은 육체이기 때문이다.

성녀는 여신의 힘을 미약하게나마 빌려 사용하는 존재.

그러니 신성력이란, 여신 스텔라의 기운이나 마찬가지이며, 스텔라가 직접 빚은 육체를 가지고 있는 나는 신성력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 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너희들은 개인실에서 편하게 쉬고 있어.

나는 여자들에게 그렇게 말한 뒤, 꾸물꾸물 밖으로 나와 성역의 결계로 향했다.

커다란 건물.

그 건물을 원형의 결계가 감싸고 있었다.

성녀가 아닌 이상에야 그 누구도 이 결계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우우웅-

‘역시 된다.’

나는 손쉽게 성녀의 성역을 넘을 수 있었다.

내 촉수의 몸은 아주 조금의 저항도 없이 성녀의 성역을 통과했다.

너무 쉬워서 김이 빠질 정도였다. 나는 성역 안쪽을 둘러보며, 지금쯤 홀로 내일 기도를 드릴 준비를 하고 있을 성녀의 음란한 몸을 떠올려보았다.

‘그래, 이런 특등 섹스 밀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굳이 남자들을 죽여가며 소란 피울 필요는 없지.’

위험을 감수하며 성녀를 밖에서 강간할 이유는 더욱 없고.

애초에 성녀는 28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아무런 이상함이 없는 존재였다.

나는 꾸물거리며, 성역의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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