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2
대천묘(戴天猫).
묘족의 하늘을 떠받드는 24개의 별.
대천묘란, 말뜻 그대로 하늘을 떠받드는 고양이라는 의미로, 묘족의 하늘인 공주를 지키며 그 공주의 옆에서 한평생을 바치는 묘족을 뜻한다.
묘족은 대대로 10년마다 한 번씩 대천묘(戴天猫)와 수호묘(守護猫)를 선발하는 수호대천(守護戴天)이라는 작업을 실행한다.
8살에서 17살 사이의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묘족 아이의 자질을 평가해, 가장 뛰어난 자질을 지닌 묘족의 여자아이 한 명이 대천묘가 된다. 가장 뛰어난 남자아이 한 명은 수호묘가 되어 마을을 수호한다.
그렇게 정해진 대천묘는 한평생 반려를 얻을 수 없으며, 죽을 때까지 공주의 옆에서 헌신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사랑 대신에 명예를 택하는 것이고, 스스로 묘족의 공주라는 하늘을 떠받드는 기둥이 되어 묘족의 미래와 결혼하는 긍지 높은 일이었다.
묘족에는 현재 24명의 대천묘가 있다.
평균 수명이 350년 이상인 묘족인 만큼, 특별한 일이 없다면 대천묘는 언제나 30명 이상의 인원이 유지되어왔다.
아직 대천묘가 24명인 것은 500년 전의 전쟁 때문이다.
그래도, 500년간 숨어 살면서 인구수를 열심히 늘려간 묘족은, 이제 벌써 마을 인원수 2,000명을 달성해 3,000명까지도 바라보고 있었다. 숨어 지내기 시작한 초기에 굉장히 많은 아이를 낳은 덕분이다.
이제 꽤 종족의 인구수가 많아졌기에, 묘족은 슬슬 다시 일어서기 위해 대천묘를 인간 세상에 파견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보를 모으는 중이었다.
유리 또한 그런 대천묘 중 한 명.
그녀는 하카피아 통치령에 파견된 대천묘였다.
종족과 신분을 숨기고 모험가 활동을 하면서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인간 세상에 나와 있지만, 몇 년 후...... 혹은 묘족의 공주가 귀환 명령을 내리면 언제든 다시 묘족의 마을로 돌아갈 그녀였다.
당연히 대천묘인 만큼 유리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면 안 되고, 그 누구를 섬겨서도 안 된다.
대천묘의 위에 설 수 있는 하늘은 오직 묘족의 공주뿐이니까.
그런데......
스윽, 슥, 스윽-
“읏, 싫어...... 귀...... 쓰다듬지 마......!”
지금 그녀를 묶어둔 괴물이, 그녀의 위에 서려고 하고 있었다.
유리는 눈앞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로샤에게 마지막 사정을 하고 그녀를 기절시켜 다른 여자들 옆에 눕혀둔 괴물은, 지금 유리의 앞에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와 귀를 천천히 쓰다듬는 중이었다.
머리 위로 뾰족이 솟아있는 고양이 귀.
그건 묘족을 상징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기관이었다.
묘족의 귀는, 묘족끼리도 함부로 만질 수 없게 되어 있다. 오직 사랑하거나 섬기는 사람만이 만질 수 있는, 묘족의 상징적인 장소.
묘족의 사람들은 결코 함부로 다른 묘족의 머리를 쓰다듬지 않는다. 혹시 귀를 만지게 될까 봐.
하지만 괴물은 그런 것 따위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계속해서 귀를 만지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 왜 네 남편이 될 사람인데, 이런 것도 못 하나?
“네가 무슨...... 내 남편이야...... 괴물 주제에...... 응햣!?”
츄룹-
이번에는 갑자기 귀를 물고 상냥하게 빨며 핥기 시작했다.
유리는 너무나도 간질간질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 귀를 빨린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머리가 붕 뜨는 느낌이다.
- 실력은 날카로운데 울음소리는 그렇지도 않네? 응햣이라니, 되게 귀여워.
“후앗...... 괴물이...... 감히 누굴, 귀여워해...... 햐웃!?”
쪼옥, 쪽, 쪼옵-
유리는 괴물을 날카롭게 쏘아보았지만, 괴물은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고 계속해서 귀를 빨고, 핥았다.
처음에 싸울 때는 ‘가만히 있어라, 어차피 저항은 소용없다’ 등등 약간 무거운 말투를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것도 완전히 가벼워져 있었다.
자신을 철저하게 아래로 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양쪽 귀를 동시에 쪽쪽 빨면서, 머리를 굉장히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유리는 분명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자꾸만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안 그래도 예민한 기관.
평소에는 그 누구도 만질 일이 없이 꽁꽁 싸맨 곳을, 공기 중에 떠 있던 최음액을 잔뜩 들이마신 상태로 애무 당하니 미칠 것 같은 것이다.
“시, 싫어어...... 히양!? 그, 그만해에...... 진짜로...... 햐웃! 이건...... 경고야......!”
유리가 갸르릉거리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본인 딴에는 제법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고 했지만, 괴물은 오히려 웃으며 받아쳤다.
- 무슨 경고가 그래. 귀엽기만 하네. 위협할 목적으로 한 거면, 방향성이 대단히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어.
“하웃, 흣......! 나, 나를 뭐로 보는 거야......!”
- 귀여운 고양이? 내 미래의 아내?
“누, 누가 너 따위의 아내를...... 움! 아, 안돼! 하지- 움......! 츄웁, 쪽......”
괴물이 이번에는 그녀의 입술까지도 훔쳐 쪽쪽 빨았다.
첫 키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면 안 되기에 평생 봉인하고 있어야 할 키스를 괴물과 해버렸다.
그러나, 유리는 이 키스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 말라며 저항했지만, 괴물의 혀가 들어오고 입안을 휘젓기 시작하자 도무지 항거할 수 없는 쾌감과 아찔함이 찾아왔다.
민감하고 중요한 기관인 귀를 빨리고, 머리를 쓰다듬기고, 키스를 당하자 뭔가 되게 치유를 받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 안돼 기분 좋아지지 마......! 저기 기절한 로샤처럼 되고 싶은 거야......!?’
유리는 로샤가 괴물에게 당했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미쳤다고 생각하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로샤가 괴물과 섹스를 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순간들, 절정을 맞이한 천박한 표정들이 떠오르며 왜인지 자신도 그렇게 될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유리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있으려고 노력했다.
츄룹, 쭙, 쭈웁-
움찔-! 움찔, 움찔-!
‘하읏, 기, 기분 좋아아......’
그러나 무리였다. 자꾸만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움찔거리며, 소중한 부분까지 간질간질해진다.
유리는 고작 귀를 빨리고, 키스를 당하고, 머리를 쓰다듬기는 데도 괴물에게 기분 좋아지는 자신의 몸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지금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나 예민할 줄이야......!
계속되는 괴물의 애무에 유리의 눈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얼굴 표정 또한 점점 여자의 무언가로 바뀌어 갔다.
- 아 참. 아니면 내 아내 말고 애완동물 할래? 응? 귀여워서 딱 좋을 것 같네.
“하움, 츄룹, 쭈웁, 쪽, 쪼옵, 파하...... 누가......! 너 같은 것의 애완동물을...... 하움-! 움, 쭙, 쪽......”
- 지금 상황이 딱 내 애완동물 아니야? 머리 쓰다듬기고 키스 당해서 너무 좋아하잖아. 귀도 만져주니까 쫑긋쫑긋 세우며 기뻐하고. 주인님~ 한번 해 봐.
주인님이라니!
대체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 담는다는 말인가. 죽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 위에 설 수 있는 것은 묘족의 공주 딱 한 사람. 다른 그 누구도 주인으로 섬기면 안 된다.
“츄웁, 쭙, 쭈웁, 파하...... 내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할 것 같...... 햐앙! 흣! 응, 우움 ,쪽......”
괴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시 입을 막아버리고 강렬하게 키스를 했다.
대체 몇 분 동안 키스를 한 거지?
이게 괴물의 침인지 자기 자신의 침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다. 혓바닥과 혓바닥이 만나고 서로를 툭툭 건드리면서 마치 괴물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분명 이러면 안 되는데. 느끼면 안 되는데, 이 키스...... 귀를 쪽쪽 빠는 괴물의 입...... 다 너무 중독적이다.
아랫배가 찌르르- 하고 울린다.
울컥거리면서 보지에서 애액이 흘러나갔다.
‘아, 안돼! 거긴 진짜 안 되는데......!’
유리는 괴물의 애무에 흥분해서 야한 물을 질질 흘리는 자신의 보지가 원망스러웠지만, 괴물은 아니었다.
- 보지 냄새가 굉장히 진해졌어. 너도 나랑 하고 싶은 거지?
“햐웃, 아니야......! 전혀 그런 거 아닌- 움, 츄웁, 쭙......!”
찌르읏-
움찔, 움찔-!
사실 하고 싶다.
보지가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무언가를 넣고 찌걱찌걱 기분이 좋아지고 싶었다.
대천묘가 아닌 암컷의 본능이 그녀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어서 기분 좋아지라고.
그러나, 하면 안 된다.
여자가 아닌 하늘을 받치는 기둥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었다.
아니, 강간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결코 느끼면 안 된다.
몸이 범해진다고 해도 마음만큼은 지켜서 그 누구에게도 주면 안 된다. 그런데, 뭔가 괴물에게 범해지면 그 마음을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지를 않았다.
‘아, 아니야. 생각해...... 내가 어떻게 대천묘가 되었는데......!’
다섯 살부터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자질을 갈고 닦아서 대천묘가 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전투를 배웠다. 두 분이 소중한 여동생을 돌보는 것도 잊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대천묘가 되어 묘족의 별이 되었다.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을 때는 공주님이 직접 머리를 쓰다듬어주신다. 그 순간의 감격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그런데......
‘새, 생각보다 별로...... 아, 아니야!’
지금 괴물이 귀를 쪽쪽 빨고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술을 빨아주는 게 더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유리는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
이런 생각, 결코 하면 안 된다.
‘그, 그래. 공주님이 쓰다듬어주시는 편이 훨씬 좋았어......!’
애써 추억 조작을 한 유리이지만, 몸만큼은 솔직했다.
이미 보지에서는 홍수가 나도록 야한 국물이 주르륵 떨어지고 있었고, 괴물은 그의 자지를 보지에 스륵스륵 비볐다.
유리는 그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며, 귀를 쫑긋쫑긋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