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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28화 (28/108)

Ep. 28

수인(獸人).

이 세상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엘프, 드워프, 어인(魚人) 등등을 비롯한 다양한 종족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수인은 인간 다음으로 가장 인구수가 많은 종족이다.

애초에 수인이라는 말 자체가 여러 종족을 통합해서 부르는 말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수인 내에서도 다양한 종족이 있어 갈래가 수십 가지로 나뉘는데, 고양이 종족인 ‘묘족(猫族)’은 그중에서 굉장히 희귀한 종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작에서는 500년 전 다른 수인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했지.’

어떤 수인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전쟁에서 대패한 뒤에 묘족은 100여 명도 되지 못한 적은 인구수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전쟁 상대는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강아지 종족인 견족(犬族)과 늑대 종족인 낭족(狼族)이 대표적으로 화두에 올랐지만, 증거는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깊은 숲속에 자리를 잡고 마을을 일구어,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어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전작의 주인공...... 그러니까 전작을 플레이하던 나도 그 NPC가 흘린 소문을 듣고 묘족을 찾아서 보빔섹스를 하기 위해 대륙 곳곳을 꽤 뒤져봤지만, 끝끝내 흔적을 찾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그런데, 그런 희귀한 종족이 이런 곳에 있었다니......!

이건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촉수 괴물이 된 이후에, 안 그래도 왕성했던 성욕과 이성에 대한 욕망이 훨씬 더 강해졌다.

야한 걸 좋아하는 내게 고양이 귀가 달린 종족과의 섹스?

‘절대 못 참지.’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유리’의 스테이터스를 훔쳐보며, 나는 그녀를 범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키워나갔다. 이미 뇌 속에서 유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범하는 시뮬레이션을 300번은 더 돌린 후였다.

“......”

움찔-

그런데, 돌연 유리가 내게서 한 발자국 더 멀리 떨어졌다. 그녀는 옆에서 긴장한 채로 서 있는 로샤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몬스터한테서 짙은 음심이 흘러나오고 있어.”

“네......? 으, 음심이라고요?”

“응...... 우리를 범하고 싶어 해.”

뭐야, 그런 것도 알 수가 있어?

순간적으로 띠용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럴 만도 했다.

애초에 나는 묘족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모르니까.

그냥 이 세계의 수인들은 대부분이 외관상으로는 인간과 별 차이가 없어서, 묘족 또한 그러리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아마도 저 후드를 벗기고 머리를 보면, 귀여운 고양이 귀가 한 쌍 달려 있지 않을까만 추측할 뿐이다. 아, 엉덩이를 보면 꼬리도 있겠구나.

“범하고 싶어 한다니...... 그러면 어떻게 해야.”

로샤가 유리의 말에 스스로의 몸을 살짝 가리는 모션을 취하며 물었다.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죽여야 해. 저렇게 강력한 음심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아마도 도망친다고 해도 쫓아올 거야.”

유리가 말을 이었다.

“저 놈은...... 성욕의 덩어리야.”

으음, 나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군.

성욕의 덩어리라니, 표현이 아주 정확하다.

“엄호를 부탁해...... 내가 앞을 맡을게.”

“어엇...... 네!”

샤샤샥-!

유리는 로샤에게 뒤를 맡기겠다는 말을 한 다음, 곧장 내게로 돌진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나를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깃들어있었다.

촉수 괴물이 된 이후에 이러한 의지나 다짐에 대해서 민감해졌는데, 유리는 내가 그녀를 범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나에 대한 경계치를 최대로 올린 것 같았다.

그 점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빠르다.’

B클래스 모험가로 추정되는 유리는 과연 C클래스 모험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를 보여주었다.

아니, 이건 평범한 B클래스 모험가의 속도가 아니다. 스테이터스를 봤을 때 알았지만, 그녀의 능력치 자체는 최하위권의 A클래스와도 맞먹었다.

아마도 B클래스라면 B클래스 내에서는 최상위권의 강자일 것이다.

나는 순식간에 세 개의 가시촉수를 뻗으며 유리의 돌진을 저지했다.

남자들을 일격에 죽인 가시촉수이다. 위력은 확실했다.

채앵-! 챙-! 채앵-!

하지만, 유리의 속도는 가시촉수를 웃돌았다.

그녀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가시촉수를 쳐내고, 날아 들어오는 기본촉수들을 모두 피해내며 내 몸체에 도달했다.

푸콰악-!

‘윽.’

너무나도 빠른 일섬(一閃).

그녀의 검격이 내 몸체를 베고 데미지를 주었다.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언가가 내 몸을 벤다는 감각이 남아있었다. 그건 그다지 유쾌한 느낌이 아니었다.

촤아아악-!

나는 다시 가시촉수들을 뻗어서 깊이 들어온 유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녀를 포박만 한다면, 나의 승리였다.

기본촉수와 가시촉수들을 활용해 그녀의 퇴로를 차단했지만, 유리는 마치 묘기와 같은 움직임을 선보이며 내 모든 촉수로부터 몸을 빼냈다.

샤샤샥-!

사뿐-

“와아......”

로샤는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한 듯 입을 벌리고 유리를 바라보았다.

저러다 박수라도 짝짝거릴 기세였다.

‘인정이긴 해.’

솔직히 나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가 고양이 아니랄까 봐.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말로 서커스를 보는 것만 같았다.

저거 잡아도 막 손발이 액체화 돼서 빠져나오는 거 아니지? 괜히 고양이 액체 설이 존재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

반면, 굉장한 움직임을 보이며 내게 유효타를 먹인 유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감탄할 시간 없어...... 저 몬스터, 데미지를 안 입어......”

“네?”

“내가 벤 곳...... 순식간에 재생됐어.”

데미지를 입지 않는 건 아니다. 저장해둔 영양분을 소모해 재생한 거니까.

물론, 100분의 1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내가 봐도 이건 양심이 없는 육체야.

그렇다고 해도 무적은 아니었다.

만약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게 유리가 아니라 중위권 정도의 A클래스 모험가다? 그럼 난 그냥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순식간에 난도질을 당해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되리라.

“아마도...... 약점이 있을 거야.”

“약점이요?”

“응...... 재생하지도 못하게 빠르게 베야 한다거나...... 모든 촉수를 잘라낸다거나...... 조건을 모른다는 게 문제야......”

둘 다 아니긴 하지만, 확실히 유리는 날카로웠다. 내 몸체 안쪽에 있는 핵을 파괴하면, 나는 죽는다.

그러나, 그녀에게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이세계에서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용족 뿔잡 펠라치오라든지.

엘프, 하이엘프, 다크엘프 3종족 대통합 덮밥 섹스라든지......!

게다가 나를 이곳에 보내버린 여신에게의 복수도 해야 한다.

수많은 촉수로 여신의 몸체를 고정하고, 성기촉수로 그녀의 질내를 마음껏 쑤컹쑤컹해 진심 절정 임신 섹스를 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 중 하나다.

그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었다.

민첩 능력치 61.

확실히 대단한 능력치이지만, 그녀는 인간이었다.

수인, 묘족이긴 하지만 똑같이 두 개의 손과 두 개의 발을 가졌다.

반면,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촉수는 자그마치 23개. 이중 전투용 촉수는 8개이지만, 8개의 기본촉수까지 합치면 총 16개의 촉수를 전투적으로 운용할 수가 있다.

무려 그녀보다 8배나 많은 손을 가진 것이다. 펼칠 수 있는 수가 훨씬 많았다.

‘침착만 하면 된다.’

샤샤샥-!

유리는 다시 나를 향해서 돌진했다.

나에 대해서 전부 파악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움직임은 전보다 과감해져 있었다.

챙, 채쟁- 챙-!

“......치잇.”

아니, 과감해진 게 아니었다. 그녀는 조급해하고 있었다.

얼른 내 몸에 데미지를 누적시켜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처음 돌진 때보다 더 무방비해진 것이다.

촤아아악-!

나는 가시촉수들을 교차해서 발사했다. 둔기촉수 또한 섞어주며, 그녀를 막았다.

채쟁-! 챙-! 채앵-!

사각지대에서 기본촉수들을 뻗으며, 마력촉수를 이용해 그녀에게 최대 위력의 ‘마탄’들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

그녀는 설마 내가 마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는 억지로 몸을 비틀어 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가 입고 있던 후드가 찢어지며 너덜너덜해졌다.

“어, 유, 유리씨......!”

로샤는 유리를 걱정하며 소리쳤지만, 그녀의 머리 위로 두 개의 고양이 귀가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인간과 수인은 교류하지 않는다.

수인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신체 능력과 마력에 대한 잠재력이 높고, 종족마다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시기한 인간들은 고대로부터 수인들을 차별해왔다.

이미 1,000년도 전부터 인간과 수인은 척을 지고 살아왔으며, 인간은 주기적으로 수인이 인간의 적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왔다.

‘과연 좆간이야.’

물론, 그럼에도 차별 없이 수인을 대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고, 교류하고자 그들의 땅에 찾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인간에게 이골이 난 수인들은 대부분의 인간들을 자신들의 영역 내에서 처형시켰다.

따라서 두 종족 사이의 상처는, 이미 곪을 대로 곪아있었다.

로샤는 유리가 수인이라는 사실에 놀란듯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틈틈이 쇠뇌를 발사해 그녀를 엄호했다.

아무래도 로샤는 수인에 대한 편견은 없는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로샤가 편견이 없다고 해도, 유리는 자신의 정체가 들통나 동요하고 있었다.

그녀의 예쁜 눈망울이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에 대한 공격을 이어나갔지만, 나는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촤아아아악-!

채쟁, 채앵-!

내가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는 사실, 내 촉수들의 공격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수인임을 들켰다는 사실에 유리는 명백히 동요하고 있었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처음과 같은 신묘함이 점차 떨어져 갔다.

‘아니, 아니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신묘함이 떨어진 게 아니었다. 유리의 움직임이 죽은 게 아니라, 내가 점점 전투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거였다.

‘보인다.’

그녀의 움직임이.

정말로 신기한 서커스와 같기만 했던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가, 이제는 점차 읽히며 예상이 되었다.

촤아아아악-! 촤아악-!

내 촉수들 또한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유리를 압박해갔다.

“......읏!”

생각해보면, 나는 전투의 경험이 별로 없었다.

엘리네와 소풍을 온 남자와의 싸움 한 번. 그리고 피오나와 에이미와의 싸움 한 번. 이렇게 두 번의 경험이 끝이다.

아무리 능력치가 좋고 촉수들이 많다고 해도, 경험이 적어서 이를 모두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리와 싸우면서 실시간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투에 있어서 천재적인 감각과 성장력을 지닌 촉수 괴물의 몸.

성능이 확실하다는 여신의 말을 몇 번이나 실감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과는 차원이 다르게 유리를 몰아세울 수 있었다.

촤아아악-! 촤악-!

채쟁, 채앵-!

유리도 쉽게 밀려나지는 않았다. 처음의 일격 이후로는 내게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지만, 나의 촉수 공격을 어떻게든 막아가며 그녀의 몸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한계가 있었다.

10분간의 긴 싸움 끝에, 그녀는 내게 처음으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스커억-!

“크흣......!”

유리의 오른쪽 옆구리를 내 가시촉수가 쓸며 지나갔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피가 튈 정도의 상처가 생겼다.

가만히만 놔둬도 가시촉수에서 발생한 마비독이 유리의 몸을 마비시키겠지만,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전투에서는 한번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구도는 걷잡을 수 없이 연속으로 무너진다. 마치 도미노와 같았다.

한 번 공격을 허용한 유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의 틈을 허용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본촉수를 빠르게 뻗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꺗......!”

지금까지 침착하고 차분하게만 말해왔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았다.

나는 그녀의 몸을 네 개의 기본촉수로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다음, 내 쪽으로 가져왔다.

유리는 낑낑거리며 촉수의 속박을 풀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녀의 동공이 전에 없던 정도로 흔들렸다.

뒤쪽으로 쫑긋 솟아있던 그녀의 고양이 귀가, 이내 추욱 늘어졌다.

드디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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