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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27화 (27/108)

Ep. 27

“으음, 아무래도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흔적이 짙어요. 남겨진 지 얼마 안 된 흔적이 분명합니다.”

스륵-

가이든 산맥.

산맥의 땅을 쓸어내며 흔적을 살펴보던 제임슨이, 다른 모험가 넷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로샤 또한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게요. 이제 거의 다 따라잡은 듯해요. 중간중간 왜 몬스터의 흔적이 없는지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발자국들은 제 동료인 피오나와 에이미의 것이 확실해 보여요.”

“그렇군요. 몬스터의 흔적이라. 어쩌면 로샤님의 동료분들은 기회를 엿보다가 몬스터로부터 도망쳤을 수도 있겠군요. 아니면, 현재 대치 중이거나.”

제임슨의 의견에 나머지 네 명의 모험가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지금의 흔적은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몬스터가 이동한 흔적도 중간중간 섞여 있긴 했지만, 피오나와 에이미의 발자국이 훨씬 더 많았다.

참으로 미스테리한 일이다. 이건 마치 사람이 몬스터를 들고 이동한 것과 같은 흔적이니까. 하지만 몬스터를 쓰러뜨렸다기에는, 또 몬스터가 이동한 흔적도 있어 이상했다.

어쨌든, 지금의 흔적은 호재였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의뢰인인 로샤의 동료들이 살아있다는 것만큼은 확실시된 상황.

로샤는 동료의 안전을 확인해서 좋았고, 다른 모험가들은 의뢰의 성공이 코앞이라서 좋았다.

“아무튼, 방심하지는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지금부터는 사방을 경계하며 좀 더 신중하게 이동하는 게 편이 좋겠습니다.”

제임슨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곡 옆에서 흔적을 발견한 지도 이틀이 지났다.

지금까지는 일단 흔적을 따라잡아야 하니 속도를 중시하면서 달려왔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몬스터가 언제 어디서 덮쳐올지 줄 모르기 때문에, 사방을 경계하며 언제든 전투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는 편이 좋았다.

제임슨의 말에 로샤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두 푸른 도끼 모험단의 모험가들 또한 동의했다.

로샤가 옆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온몸을 꽁꽁 싸맨 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유리라는 여자 모험가가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며 로샤가 물었다.

“유리씨도 괜찮죠?”

“......”

끄덕-

로샤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아주 인형도 아니고.

대체 며칠 동안 말을 엄청나게 붙이며 그렇게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도, 유리라는 여자와는 도무지 친분이라는 게 생기지를 않았다.

그래도 말을 걸면 꼬박꼬박 고개를 끄덕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반응이라도 해준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다섯 모험가는 그렇게 경계 태세를 갖추고 흔적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터벅, 터벅-

산속의 숲길은 한적했다.

딱히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철저히 사방을 경계하며 이동하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딛던 그때.

- 꺄악! 도와주세요! 사, 사람 살려어!

“어?”

“뭐, 뭐야?”

“목소리......!?”

모험가 다섯 명의 머릿속에, 갑작스럽게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임슨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고, 나머지 푸른 도끼 모험단의 단원들도 호들갑을 떨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분명히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도대체 어디서 들려온 건지 전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 사, 살려주세요! 몬스터가...... 모, 몬스터가!

목소리를 듣던 로샤가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에, 에이미......! 에이미에요! 이 목소리, 에이미의 목소리가 분명해요!”

제임슨이 빠르게 물었다.

“동료분의 목소리! 그런데, 방향이 어디죠?”

“어, 그, 그건 저도 잘......”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목소리가 들렸는데,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가 울린 것만 같았다.

부스럭-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푸른 도끼 모험단의 단원 중 한 명, 필립이 소리쳤다.

“저쪽! 저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어요!”

“으음! 얼른 가자!”

다섯 명의 모험가들은 얼른 줄지어서 이동했다.

“계십니까! 들리면 대답해주세요!”

- 아! 이, 이쪽 이쪽이에요! 이쪽! 으윽, 시, 싫어!

“에, 에이미!!”

“크윽. 조금만 참아주세요! 금방 갑니다!”

제임슨이 소리치고 곧장 모험가들을 돌아봤다.

“아무래도 빠르게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번개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 태세를 취하며 천천히 이동할 게 아니었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고, 그곳에 몬스터가 있을 게 뻔했으니까.

모험가들은 빠른 속도로 숲속을 이동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그들이 행한 최악의 수였다.

스르륵-

민감하게 솟아있던 사방에 대한 경계가 느슨하게 풀렸다.

경계가 풀렸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감각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소리이다.

사방에 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산맥이다.

감각의 사각지대는 그 나무들을 모조리 은폐물로 만들어 주었고, 모험가들은 장님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다.

움찔-

“위험해......!”

“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B클래스 모험가 유리였다.

촤아아악-!

그녀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자리에 멈춰 섰고, 허리춤에서 애용하는 글라디우스를 꺼내 들었다.

곧장 방어태세를 취하는 그녀를 보고, 로샤는 그녀가 대체 안 뛰고 뭘 하는 건지 몰랐다. 하지만, 곧이어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커다란 촉수 두 개가 그녀들을 향해 쇄도했다. 각각 유리와 로샤를 노리고 있었다.

진작에 방어태세를 취한 유리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촉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로샤는 아니었다.

그녀는 황급히 마나를 팔에 집중하고, 어깨를 방패 삼아 촉수 공격을 방어했다.

쩌어어어엉-!

‘크흑......!’

미친.

미친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장이 뒤흔들리는 고통이 뒤따랐다.

대체 무슨 몬스터의 힘이 이렇게 강한지, 로샤는 공격의 충격을 전부 흡수하지 못하고 하늘을 훨훨 날았다.

촤아악-

“허억, 학......”

공중을 두세 바퀴 돌고 겨우 착지했지만, 어깨 전면에 커다란 타박상을 입었다. 팔에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말도 안 돼.

비경도...... 던전도 아닌데 이 정도의 몬스터가 있다고?

피오나와 에이미는 이러한 몬스터와 전투를 한 것인가?

로샤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

유리는 멀쩡했다.

예쁜 눈살이 찌부러지기는 했지만, 그녀에게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오히려 괴물의 공격에 전혀 밀리지 않고 촉수를 쳐냈다.

그러나......

“커허억......!”

“다, 단장!”

“제임슨 단장니임!”

푸른 도끼 모험단. 아니...... 제임슨에게 일어난 일은 참혹했다.

가시가 튀어나와 있는 커다란 촉수가, 그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해 있었다.

피가 흐르고,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 떠져있었다.

C클래스의 베테랑 모험가가 순식간에 전투 불능이 된 것이다.

로샤의 눈동자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일렁였다.

* * *

‘이야, 성능 확실하구먼.’

제임슨의 배를 뚫어버린 가시촉수를 바라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전음’을 이용한 트릭은 성공적이었다.

이 기술이 참 재미있는 게, 내 의사를 머릿속에 직접 전달하는 거라서 아무 목소리나 다 흉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억양과 어투도 똑같이 따라 하는 게 가능했다.

에이미의 목소리로 ‘살려주세요! 싫어!’를 외치며 연기할 때는 살짝 현자타임이 오기는 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다 잘 된 것이다.

44의 민첩 능력치에 1.35배의 보정. 가시촉수는 확실한 성능을 자랑했다.

속도가 빨라지면 당연히 위력도 올라간다. 58의 능력치로 날린 가시촉수는 단 한 번에 남자의 몸통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내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한 명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 세 개의 가시촉수를 모두 사용했는데, 남자가 피했을 때를 대비해 보험으로 배치한 두 개의 가시촉수는 사용할 일조차 없었다.

아마 세 개의 가시촉수를 모두 각각의 사람에게 날렸다면, 한 번에 트리플킬을 할 수도 있었으리라.

“다, 단장님......! 단장님!”

“단장님, 마, 말도 안 돼...... 거, 거짓말이죠?”

“커헉. 이, 이럴수가...... 함, 정...... 이었나.”

‘그래도 잘 찌른 것 같네.’

남자는 단장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 말은 그가 이 파티의 구심점이라는 소리이다.

물론, 남은 네 명이 모두 그를 따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세 명이 같은 모험단이고, 한 명은 개인 모험가인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에이미를 계속 외치며 달려왔으니, 피오나와 에이미의 동료겠지.

그래도 일단 저 남자 두 명은 그를 확실하게 따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정신이 나간 건가. 나를 앞에 두고 신파를 찍어?’

나는 촉수를 꿈틀대며 불쾌한 감정을 피력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를 해도 모자랄 판에, 남자 둘은 가시촉수에 뚫린 저 남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만화나 영화에서는 이런 걸 기다려주는 게 예의지만, 내게는 그런 게 없다.

약육강식.

완벽한 야생.

촤아아아악-!

“어?”

“조, 조심-!”

푸콰아아악-!

나는 나머지 두 개의 가시촉수를 최대한의 속도로 뻗어, 단번에 나머지 두 남자의 몸도 뚫어버렸다.

“커헉-!”

“크학......!”

두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를 토하며 절명했다.

세상에...... 이런 녀석들이 모험가를 하다니.

그래도 나름 능력치는 강한 것 같은데, 자세가 안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적당히 손쉬운 임무들만 골라 해서, 죽고 죽이는 야생의 감이라는 게 퇴화한 모양이다.

둘이 죽기 전에 능력치를 한 번 살펴봤는데, 이들이 피오나보다 육체 능력치가 평균 3~4 정도 높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피오나와 이들은 근본부터가 다르긴 하지.

마력 능력도 함께 단련한 피오나는 기초가 굉장히 탄탄하지만, 이들은 마력 능력치가 일반인의 1.5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어쨌든 순식간에 다섯 명의 모험가들중 3명을 죽였다.

보통이라면 패닉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남은 두 모험가는 그러지 않았다.

‘에이미와 피오나한테 들었어. 로샤라고 했지.’

로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앞서 죽인 두 남자에 비해 훨씬 더 차분하고 바람직한 자세였다. 한 번도 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제일 강하다. 지금까지 만난 모험가 중에 가장.’

내 공격을 손쉽게 막은 것만 해도 그 강함이 증명되었다.

물론, 여자 두 명에게는 상당히 힘을 빼고 공격을 가하기는 했다.

다 나만의 암컷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니까.

그래도, 저렇게 손쉽게 막힐 정도의 강도는 아니었다.

‘최소 B클래스 이상.’

나는 ‘만생의 주인’ 스킬을 통해 온몸을 가린 여자의 능력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 만생의 주인 / 시야 대상 스테이터스( Status ) ------

⚫ 기본 정보( Basic Information )

- 진명 : 유리

- 종족 : 수인(獸人) - 묘족(猫族)

- 성별 : 여성

- 나이 : 27세

⚫ 육체 능력 평가 : C-

- 근력 : 52

- 민첩 : 61

- 체력 : 48

- 내구 : 47

- 감지 : 59

⚫ 마력 능력 평가 : D+

- 효율 : 48

- 용량 : 39

- 회로 : 47

- 친화 : 53

⚫ 성감대 및 경험

- 성감대 : 귀, 겨드랑이, 혀, 자궁구, 클리토리스

- 경험인원 : 0명 ( 처녀 )

------ ◦ ------

‘오잉?’

그녀의 능력치에도 놀랐지만, 다른 것에 가장 놀랐다.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

그것은 바로 그녀의 종족.

‘잠깐만...... 수인? 묘족......? 고양이족이라고?’

나는 그제야 왜 그녀가 온몸을 꽁꽁 싸맨 채,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이 여자......

고양이 뷰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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