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23화 (23/108)

Ep. 23

“......언니 찾았어요?”

루이즈 마을 옆의 숲속.

평화롭기로 소문이 난 루이즈 숲은, 유일하게 나오는 몬스터가 슬라임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몬스터도 없고, 의뢰도 없고.

평화라는 말이 모험가에게 어울리지 않듯, 루이즈 숲은 모험가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런 기존의 상식과 달리 지금의 루이즈 숲속에는 A클래스 모험가 한 명과 C클래스 모험가 한 명이 두 눈을 붉히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끄응......”

세실리아는 초록빛이 감도는 숲길을 거닐며, 한참 동안 바닥을 들여다보았다.

곳곳을 눈에 불을 켠 채 뒤지고 다녔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는 로샤의 물음은, 제발 긍정적인 답을 원하는 듯했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로샤. 아무것도 못 찾았어......”

“아......”

A클래스의 모험가.

세실리아로서도 대체 몬스터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피오나와 에이미는 어떻게 됐는지, 그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에요, 언니. 언니가 미안할 필요가 대체 뭐가 있어요. 도와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해요.”

“......괜찮니?”

세실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네? 네에, 전 괜찮아요.”

로샤는 애써 괜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알았다. 로샤가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을.

그녀의 눈동자 속에 드리운 슬픔과 불안, 초조함은 너무나도 읽기 쉬었다.

당연하겠지. 동료 둘이 실종되었고, 흔적이 끊겼으니까.

벌써 로샤와 피오나, 에이미가 구매한 ‘가르토 브류’가 깨진 지 이틀이 다 돼갔다.

레스토랑에서 뛰쳐나와 숲속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는, 흔적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당연히 구출로도 손쉽게 이어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몬스터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를 않았다.

- 어어? 모, 몬스터가 없는데요?

- 그러게 대체 어딜 간 거지......?

흔적은 숲속을 뱅글뱅글 돌 듯 이어져 있었다.

원래 이러한 흔적은 호재였다.

흔적이 숲속에 머물러있다면, 몬스터 또한 숲속에 남아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없었다.

몬스터가 숲을 나간 흔적이 없는데, 그 어디를 찾아봐도 몬스터는 코빼기도 보이지를 않았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흔적들도 시간이 조금은 지난 흔적들이었다.

아주 최근의 흔적은 전혀 새롭게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동굴을 주 거처 삼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는 사실은 유추할 수 있지만, 동굴 내부는 횅하기만 했다.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 ......혹시 하늘을 나는 몬스터는 아닐까요?

몇 시간 전, 의문을 가진 로샤가 혹시나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세실리아는 그때의 대화를 떠올렸다.

- 하늘을 나는 몬스터...... 가능성이 0%는 아니지만, 그러면 땅에서의 전혀 끊어지지 않은 흔적들은 설명이 안 돼.

- 역시 그렇죠...... 그런데, 그게 아니면 대체 어떻게 흔적이 없을 수가 있어요?

- 그, 그러게......?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였다. 대체 몬스터는 어디로 간 것일까.

딱 하나 가능한 수가 있기는 했다.

‘계곡.’

계곡을 통해 이동했다면, 흔적이 남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 아니면, 혹시...... 계곡을 통해 이동한 건 아닐까요?

로샤도 같은 의문을 품었는지, 도무지 흔적이 없어진 게 설명이 되지 않아 물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몬스터가 계곡을 통해?

대체 어떻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몬스터도 인간과 같이 계곡에 들어갈 수 있다. 물에 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물을 마셔야 하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세실리아는 계곡을 타고 위아래 각각 5km를 전부 살펴보았다.

혹시 몬스터가 계곡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저 먼 곳에서 숲을 빠져나간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장장 위아래 5km를 찾아보는 동안 몬스터가 계곡을 빠져나온 흔적은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그렇다면, 몬스터는 계곡을 타고 5km 이상의 거리를 의도적으로 이동했다는 뜻이 된다.

그건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추적술의 근본을 파악하고, 따돌리기 위해 그런 동선을 짰다는 소리니까.

- 에이, 몬스터가 설마...... 그건 말도 안 되지.

- 여, 역시 말이 안 되죠?

로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몬스터가 그런 동선을 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지만, 왜인지 그런 대화를 나눈 지 몇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직감은 말하고 있었다.

‘계곡이야.’

몬스터는 계곡으로 도망쳤다고, 저쪽으로 쭈욱 가면 피오나와 에이미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로샤의 직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해서 계곡의 건너편을 노려보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세실리아와 함께 계곡 탐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민폐야.’

세실리아는 이미 언니로서 충분하고도 넘치는 역할을 행해주었다.

휴가를 넘어서서까지 도와준 그녀를 더이상 붙잡을 수는 없었다. 확실하지도 않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계곡 탐사까지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A클래스 모험가의 도움은 너무나도 귀했지만, 도무지 말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언니,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제...... 그만 가봐요.”

“어......? 이제 가려고?”

“네,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

로샤는 그대로 세실리아에게 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다음, 그녀와 헤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도시로 복귀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모험가 길드로 향해서 그동안 모아놓은 적금 중 일부를 깨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모험가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찾아야 해. 피오나와 에이미를.’

로샤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에게 두 명의 동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 * *

“흠! 아가씨, 동료분들을 찾고 싶으시다고?”

하카피아 통치령, 아무스 호수 옆의 모험가 지부.

로샤가 내건 임무는 추적, 토벌 및 구출이었다.

조건은 파격적으로 2배.

돈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결과는 빨랐다.

3인조 모험가 파티 하나와 개인 모험가 한 명이 의뢰를 수락하고 싶다며 곧장 이야기를 걸어왔다.

3인조 모험가 파티의 리더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중장년의 남성이었다.

솥뚜껑처럼 커다란 손을 허리에 올리고, 등 뒤로는 사람 몸통만 한 도끼를 차고 있었다.

“네.”

로샤가 답하자 그가 호탕하게 말했다.

“으음, 맡겨 주시지요! 우리 ‘푸른 도끼 모험단’과 함께 한다면 금세 동료분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루이즈 숲속에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가 있다는 건 믿기지 않지만...... 하하,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샤가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개인 모험가였다. 그녀는 후드처럼 보이는 옷을 온몸에 둘러 싸맨 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전신을 가리고 있는 신비로운 여자였다.

유일하게 보이는 곳이 눈이었는데, 예쁜 눈망울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의뢰 맡아서 도와줄게.”

목소리는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맑은 목소리인데 분위기가 너무 차분해서 그런가.

“감사합니다.”

끄덕-

로샤의 답에 여자가 고개를 주억였고, 그 모습을 보던 3인조 파티의 리더가 곧바로 물어왔다.

“출발은 언제가 좋겠습니까?”

“지금 곧바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하, 빨라서 좋군요. 그럼 바로 가시지요!”

이로써 C클래스 모험가 3명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모험가 파티 하나와 B클래스의 개인 모험가 1명이 로샤와 함께 하게 되었다.

성비는 남자 셋에 여자 하나.

남자 셋으로 이루어진 모험가 파티는 말이 꽤 많아서 의뢰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지만, 여자 한 명은 너무나도 과묵하고 말이 전혀 없어서 살짝 난감했다.

보다 못한 로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 저기......”

“?”

“이름이 뭐예요?”

로샤의 물음에 여자가 흘끔 그녀를 바라보다가 작게 입을 열었다.

“......유리.”

“아, 유리. 예쁜 이름이네요.”

모험가 지부에는 모험가 명을 따로 등록하기 때문에 익명 활동도 가능했다.

실제로 그녀는, ‘은빛 칼날’이라는 모험가 명으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몰랐다.

“......무슨 용건?”

“네?”

“의뢰에 관한 정보라면...... 다 듣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 네에......”

로샤가 뻘쭘하게 물러섰다.

보통 이렇게 모험가 파티를 구하면 같은 성별의 사람과 대화를 하며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함부로 말을 걸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였다.

이름은 밝은데,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네.

그래도 다른 3인조 파티의 사람들이 호탕하고 말이 잘 통하는 게 다행이었다.

로샤와 모험가들은 금세 숲속으로 진입했다. 로샤는 우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흔적을 발견해보자고 했다.

“으음! 아래가 아니라 위로 올라가면 됩니까?”

“네.”

로샤의 직감은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계곡의 위쪽, 거기로 가다 보면 피오나와 에이미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하지......’

B클래스 모험가 1명에 더해 자신까지 포함해서 C클래스 모험가 4명.

이 정도면 능히 오크 무리도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웬만한 마을도, 변수가 없다면 그냥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가 있다.

게다가 피오나와 에이미를 구하면 그녀까지 합세해 B클래스 모험가 1명과 C클래스 모험가 6명의 전력이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

뭔가 저 위로 가서 피오나와 에이미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닐 거라는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그리고 처음 의뢰를 수락할 때 느꼈던 그 찝찝한 기분. 심연으로 빠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가이든 산맥이라......! 좋습니다. 가시죠.”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수는 없는 법이다.

파티의 리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법 빠른 속도로 계곡을 올라가며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나머지 파티원들과 개인 모험가 유리 또한 계곡을 올라가며 흔적을 탐사했다.

로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애써 불안한 마음을 감췄다.

‘그래, 무슨 일이 있겠어? 착각일 거야. 피오나, 에이미......! 꼭 구하러 갈게!’

로샤는 두 눈을 이글이글 불태웠다.

그녀는 푸른 도끼 모험단과 개인 모험가 유리와 함께, 계곡 옆면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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