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쯔꾸르 야겜 속 촉수괴물이 되었다-16화 (16/108)

Ep. 16

꾸물꾸물-

‘흐으음.’

임시 은신처인 동굴 안.

“뭐, 뭐야...... 괴물이 갑자기 안 움직이는데?”

“그러게...... 급하게 똥이라도 싸는 건가?”

피오나의 옷을 벗겨버리고 그녀와 끈적한 섹스를 즐기려고 했던 나는, 촉수를 움직여서 그녀의 옷을 찢어버리려다가 돌연 행동을 멈췄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상의를 찢으려고 한 순간,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 하나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저거, 틀림없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서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 가르토 브류 ]

전작 게임 내에서 굉장히 자주 등장했던 목걸이 중 하나.

목걸이는 세트를 이루고 있으며, 한쪽 목걸이를 부수면 다른 쪽 목걸이도 같이 부서지며 서로 신호가 가는 신비한 물건.

‘백합’ 길드를 설립한 주인공이, 그녀의 히로인 한 명 한 명한테 운명을 함께하자며 선물한 목걸이.

자그마치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두 개에 500만 원이나 되는 미친 목걸이기 때문에, 저걸 얻기 위해서 초반에는 노가다를 많이 해야 했다.

게임 내의 목걸이 아이콘으로는 저 가르토 브류라는 목걸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전작의 일러스트는 수준급.

그 일러스트에는 항상 가르토 브류를 목에 걸고 있는 히로인들이 나왔기 때문에, 나는 가르토 브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중앙에 박힌 푸른 보석. 그를 중심으로 뻗어 나온 꽃무늬.’

재질은 유리와 비슷했으며, 부서지면 중앙에서 나오는 희미한 푸른빛이 꺼진다.

똑같았다.

처음에는 피오나의 예쁘고 앙칼진 외모, 에이미의 육감적인 몸매에 그녀들의 목걸이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보였다.

저건 가르토 브류가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왜.’

왜 가르토 브류가 깨져있는가.

피오나와 에이미의 가르토 브류는 지금 깨져있었다.

답은 간단했다. 둘 중 한 명이 깬 것이다. 나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나서, 자신에게 신변의 이상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

‘위험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평온하게 피오나와 에이미를 범하고, 그녀들의 자궁 안에 듬뿍 쾌락액을 퓻퓻 사정해주면서 서서히 이 동굴 속에서 나에게 빠지도록 만들려고 했던 나는,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을 퍼뜩 깨달았다.

머리가 팽팽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 촉수 괴물의 몸이 성욕에 넘쳐흐른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생존이었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

지금 한가롭게 피오나와 에이미를 범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피오나와 에이미에게 동료가 있다. 그리고 가르토 브류를 통해 신호를 들은 그 동료가 둘을 구출하러 온다면?

분명 피오나와 에이미보다 강한 사람을 데리고 올 것이다.

‘최소한 C클래스 모험가 3명.’

피오나나 에이미급 C클래스 모험가 3명이라면 할 만하지만, C클래스 모험가부터는 같은 클래스라도 편차가 상당히 심하다.

피오나보다 훨씬 강한 C클래스 모험가도 많았다. 그런데, B클래스나 A클래스 모험가가 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가만,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피오나와 에이미가 나를 토벌하러 온 것부터 이상하지 않나?’

나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사실에, 촉수를 흐물거리며 깊게 생각했다.

애초에 그녀들이 나를 토벌하러 온 것은, 내가 남자 한 명을 죽이고 엘리네를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에서 생겨난 실종 사건.

‘그런데, 그런 실종 사건에 C클래스 모험가 2명을 파견한다?’

이것부터 이상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숲은 딱히 위험지역 같은 곳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실종 사건에 대한 모험가 파견은 아무리 잘 해봐야 D클래스 모험가 한 명을 포함한 E클래스 모험가 두세 명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그런데, C클래스 모험가 두 명이 숲속으로 나를 토벌하러 왔다.

그 말은 즉......

‘엘리네 또는 내가 죽인 남자가 생각보다 중요한 사람.’

아니면 그 가족의 위치가 높거나.

둘 중 하나였다.

가장 걸리는 건, 엘리네가 말했던 그녀의 언니였다. 어쩌면 엘리네의 언니가 모험가 중에 상당히 클래스가 높은 중요한 사람이라, 그녀를 봐서 강한 조건으로 모험가를 모집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둘에게 쫓기는 것이 된다.

엘리네의 언니, 그리고 지금 의뢰를 받고 찾아온 피오나와 에이미의 동료가 부를 구조대. 둘에게 말이다.

‘돌겠네.’

촉수 괴물이 된 것만 해도 날벼락인데, 기껏 마음을 잘 먹고 마음 편히 떡 좀 치면서 살려니까 벌써 모험가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내 정체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단순히 숲속에 미지의 강한 몬스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만이 나를 쫓는 모험가들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일단 숲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되도록 멀리 떠나는 것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한데, 마침 피오나와 에이미의 허리춤에 작은 가방 비슷한 게 있었다.

둘은 모험가. 모험가라면 지도는 반드시 가지고 다닌다. 이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었다.

나는 우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에이미의 작은 가방 안을 뒤져보았다.

‘있다.’

역시나 지도가 있었다. 하도 많이 썼는지 손때가 많이 묻어있긴 하지만, 그런 건 지도의 성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나는 곧바로 지도를 꺼내서 펼쳐보았다.

촤아악-

‘이거, 진짜 전작이랑 똑같네.’

지도를 본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기본촉수를 꿈틀댔다.

전작에서 내가 게임 내의 최고 업적 스코어를 달성한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게임 내 모든 요소를 파악하고, 컨텐츠를 전부 즐겨야 나와 같은 업적 스코어를 달성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전작 게임의 대륙 지도가 거의 완벽하게 들어있으며, 지역의 특성까지도 다 메모가 되어 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 있는 그 지도와 지금 에이미의 가방 안에서 나온 지도가 완벽히 일치했다.

그건 전작의 게임과 지금 이 세계가 같다는 증거였다.

‘과연, 루이즈 마을은 하카피아 통치령 외각이구나.’

나는 왜 내가 루이즈 마을을 들어보지 못했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루이즈 마을은 하카피아라는 커다란 통치령의 아주 구석진 곳에 있는 시골 변방 마을이었다. 지도가 다 들어있다고 해도, 모든 시골 마을의 이름들까지 다 안다는 건 아니니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가야 할 곳은......’

나는 지도를 보며 이제부터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임시가 아닌 진짜 아지트를 세울 장소가 필요했다.

촉수 괴물로 잘 살아남으면서, 힘을 불리기도 좋은 장소가 필요했다.

그런 장소가......

있다.

나는 지도 한 곳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여기가 좋겠네.’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여기라면 내가 생각한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가르토 브류와 지도를 본 순간, 나는 지금의 세계가 전작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95%쯤 확신했다.

시간대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도가 완전히 같은 걸 보면 적어도 지금 내가 촉수 괴물로 있는 현재는, 전작의 시간대와 꽤 비슷해 보였다.

움직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에이미 대신에 자기가 강간당하겠다고 외치는 저 피오나의 입술과 찐득한 키스를 나누고, 보지에 촉수자지를 찌릇찌릇 박아주며 사랑의 교미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었다.

당장 출발하자.

꾸물꾸물-

“어? 괴, 괴물이 다시 움직인다......! 피오나! 조심, 꺄악......!”

“으읏!”

나는 세 개의 기본촉수를 뻗어, 각각 엘리네, 피오나, 에이미를 휘감았다.

피오나와 에이미는 10분도 넘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몸을 휘감는 촉수에 당황한 듯했지만, 어차피 저항할 수 없는 걸 알고 금방 얌전해졌다.

나는 에이미와 엘리네를 고정하고 있던 고정액을 풀어주고, 셋의 몸을 기본촉수로 휘감은 채 내 몸체 위에 눕히듯 앉혀놓았다.

“뭐, 뭐 하려고 이러는 거지?”

“모르겠어.”

그리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동굴을 한번 스윽 둘러보았다.

며칠 안 있긴 했지만, 나름대로 편안한 동굴이었다.

촉수 괴물의 몸이 이런 동굴을 편하게 느껴서, 나도 지내는 데에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동굴 안에는 정사의 흔적이나 나뭇잎 침대 등등 누가 머물렀던 흔적이 있지만, 저런 흔적은 딱히 지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내가 여기서 지냈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했으므로, 오히려 흔적을 지우는 시간이 더 아까웠다.

게다가 지운다고 잘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발견되기는 시간문제이다.

저 나뭇잎 침대만, 내가 큰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숨기기 위해 적당히 동굴 밖에 풀어서 뿌려놓으면 되겠지.

걱정되는 건 내가 움직일 때 남는, 추적에 치명적인 흔적인데.

‘그건 계곡을 따라가면 된다.’

이것도 해결책이 있었다.

전작의 설정상 그랬다.

숲속에 남은 흔적은 찾기 쉽지만, 계곡을 타고 물을 따라 움직인다면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확실했다.

우선은 계곡을 타고 멀리까지 몸을 움직인 다음에, 그때 다시 숲으로 내려와 목적지까지 간다면 나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게다가 내 흔적이 계곡에서 뚝 끊기지도 않는다.

나는 동굴에 머문 며칠간 계곡을 넘어 사냥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움직인 흔적들이 가짜 흔적이 되어 나를 추적하는 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솔직히, 여기가 전작의 세계라면 내가 만들어둔 인간병기 집단 ‘백합’ 길드가 심히 걱정되기는 하지만......

‘뭐, 그것도 그냥...... 나도 그에 못지않게 힘을 키우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일단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자.

엘리네, 피오나, 에이미를 철저하게 조교하고 범하며 나를 따르게 만들고, 다양한 동물들을 먹으면서 레벨을 올리면 될 것이다.

꾸물꾸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정리할 것들은 정리한 다음 이내 촉수를 꾸물거리며 엘리네, 피오나, 에이미 셋과 함께 동굴 밖으로 나왔다.

2